광망한 우주속에서의 아침은..
지구의 태양과 닮아있던 붉은 모성에 의지해 활기찬 새벽을 열어제끼는 본성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지만..
일정한 시각이면 밝혀지는 조명에 의해 기상의 때를 알려오고 있었다.
물론 짧은(?) 밤을 악몽으로 일관한 인영에겐...
그 환함이 더욱 불청객으로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으나...
누구도 항거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망망대해속에서도 자신의 고고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었고..
‘삐익~~~’
“전단장님..기침은 하셨습니까?”
품안에서 맴도는 몽글거리는 젖가슴의 기분좋은 느낌에 취해 자리를 털기 싫었으나..
그 몽혼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지휘본부실에서의 호출은
기어코 그의 몸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는데....
“본성 황실로부터의 전갈이 있었습니다..”
“황태자 관련한 일이라면 나로서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해줘..”
“황태후 마마께서 단장님과 직접 연락을 취하고 싶으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태후께서?”
“네 그렇습니다.”
“특별히 다른 언질은 없었고?”
“얼굴 뵙고 직접 말씀하시겠다는 소식 외엔 다른 사항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음....그럼 이각 후 연결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딸깍~~’
새벽늦게까지 그의 횡포 아닌 횡포에 시달리다 겨우 잠들 수 있었던 그녀의 기상도 재촉하던 그들의 대화...
“무슨 일인것 같아요?”
“둘 중 하나.....”
“황태자의 부재와 관련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역모 아니면.......혼례........”
“둘 모두 제겐 비극스러운 일이네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니었던가?”
“반란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곤 하지만...”
“첫째라는 명성만 놓치는거라 생각하면 마음 편하지 않아?”
“그것이 제겐 무엇보다 가장 욕심나는 자리인걸요?”
“이각이 되려면 아직 여유는 조금 있는 듯 한데....”
“피......오라버니가 취한 독정이 제게로 전부 옮아온것 같아요..몸 어디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그 독정을 전부 내것으로 만들자면 위락선을 몇 번은 더 드나들어야 할텐데...지련 생각은 어때?”
“제게 말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 잘 아시면서......부디 정만 주지 마세요.....”
“기계덩어리에 정 줄 만큼 내가 잡배로 보이나 보지?”
“먼발치에서라도 그 아이를 본 인사들은...몇날 며칠 앓아눕는다고 들었어요..하물며 오라버니께서는....”
“왜 좋잖아....이놈도 훨씬 든든해지고....”
“오라버니!!!!!!!!”
“다녀올 동안 탱글거리는 몸으로 다시 거듭나 있도록 해...”
“피...언젠 안그런가 뭐.......꼬옥 한번 안아주고 가세요...”
누구의 입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메아리인지 너무나도 명확한 울림이 실내를 빼곡이 채워나가며.....지난한 일상은 그들의 시야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제국력 2016년 2월...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직도 그 기행의 습관은 버리지 못하셨나 보이...”
“잠시 외유를 다녀온다는 것이....”
“그래도 늦지는 않아서 다행이긴 하네.....”
“저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걱정되어 한달음에 달려오긴 했습니다만...”
“그 문제는 차차 말해도 늦지 않을 듯 하고...”
“하오면....”
“자네의 검을 다시 한번 빌리고 싶어 친히 청한 것이긴 한데.....”
“제 검은 이미 부러진지 오래거늘....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짧은 견식으로 살펴보건대 자네의 눈빛은 그 전보다 더욱 심후해진것 같은데....그 부러진 검 다시 이어붙여볼 생각은 없는 것인가...?”
“사내의 일언은 금보다 더욱 무거운 법.......”
“그자의 아들이 돌아오고 있다네.....”
“.......................”
“우리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고.....자신에게 주어진 전력을 고스란히 되살려........”
“그렇다면 더더욱.....”
“일현!!!!!!!!!!!!!!!”
“........................”
“이 넓은 우주에 자네로 하여금 망설임이라는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더욱이 유가의 전승무공은 죽은 그자의 대에서 맥이 끊겼다는 것은 자네가 직접 확인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은가!!!!”
“뉘 앞에서 세월을 운운하겠습니까만은....짧지 않은 세월 숨만 붙인 채 살다보니 무공의 정수가 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는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황실의 검께서도 두손두발 든 아이입니다..그 아이의 시간은 저희가 살아가는 세월보다 수십배는 빠르게 지나왔을 것인데다....대가와 저의 계약 또한 그분께서 명을 달리하신 날 끝맺음된 것으로 압니다..더 이상 제게 무인으로서의 치욕을 권하지 마시옵소서...”
“허허허허허..........내가.....내가 자네앞에 부복이라도 하면 이 늙은이 소원을 들어줄텐가..그러하다면 무릎이 아니라 내 생니까지 뽑아줄 의향도 있네...”
“그렇게 좋아하던 육식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저의 처지인데...하물며 대가의 빛바랜 치아를 가져다 어디에 쓰겠습니까?..”
“허허허허......자네 정녕..........정녕.........허허허허허허........”
“바람은 스스로 불어오기도 하지만....그것을 소원하는 존재를 향해 불어가는 것을 더욱 좋아하기도 하는 법.....두려우시다면 저처럼 자연속에 잠시 몸을 숨기는 것도 나름의 방책일 수 있습니다...”
“그가 아직도 두려운가? 죽은 그자가 여전히 자네의 뇌리속에 남아있냐 이말이야!!!”
“요즈음의 아이들에겐 하등 쓸모없는 육체라지만....저같은 뒷물결들에겐 목숨만큼 소중한 것이 수족입니다....그 수족 중 가장 중요한 제 팔 하나를 잘라낼만큼 그때 저를 향했던 그분의 마지막 눈빛......그 모습을 잊으면 제가 들짐승과 다를 바 무엇 있겠습니까?”
“죽어서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그는 여전히 두렵고...자네 앞의 나는....나는 여전히 그렇지 아니한가!!!!!!!!!!”
“그러시길 원하십니까?”
“하하하하하하하..........일현.....자네는 누가 뭐래도 제국의 살아있는 일검...그 사실엔 변함이 없을 것이네...그리고 그 꼬리가 영원한 이상 나의 곁을 떠나지도 못할테고....”“언젠가 황실의 검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시더군요...아마 그날이... 돌아오고 있다는 그 아이와 비무를 하시고 난 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날일겁니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긴 했으나 앞으로 10년....극한으로 몰아세우면 더욱 단축될 여지도 있지만...어찌 됐든 그 시간 후에는 제국...아니 우주의 그 누구도 그 아이 앞에서 살기를 내뿜을 수 없을 것이라 말입니다..”
“성현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겠네만...그래서 더더욱 자네의 존재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정녕 이대로....”
“그 우주속에는 저 뿐 아니라 성현 어르신 또한 포함된다는 사실을 대가께서 간과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허어.........설마......아직 아이의 나이가 불혹에 불과하거늘....”
“그날 입은 상처의 깊이가 꽤나 깊어 한동안 거동에 불편해하셨다는 사실 또한 대가께는 처음 일러 드려야겠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자네 말은 나로 하여금 웅지도 펴지 한 채 마음속에만 담아두라는 허언임에 명백해 보이네만....”
“저도 그러하지만 성현께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찾아 뵙고 한번 청해보시는 것도 만수를 누리시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실것 같습니다...”
“지난날 호기로움으로 가득했던 자네는 어디로 가고.....이젠 빈 껍데기만이 남아 내 시야를 흐리게 하는지 모르겠네그려....”
“하문하실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일어나도록 하지요......부디 보중하십시오...”
“그 전에..........설아 말이네.......”
“!!!!!!!!!!!!!!!!!!!!!!!!!!!”
“며칠전 그곳으로부터 연락이 왔네만.....”
“혹dusk ......나쁜 소식이라도 들려온 것입니까!!!!!!!!!!”
“방금 내가 한말은 다시 거둬들여야겠네....허허허허...가문의 몰살을 눈앞에 두고도 눈썹하나 까딱않는 자네가 어찌 그 아이의 소식을 말하기 무섭게 그리 ..........그만하면 자네의 심정 알겠으니 이 따끔한 기운을 거둬 들여주지 않겠나.....?”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하하하하하............그래그래...이제야 겨우 숨 좀 쉴것 같구만.......
“설아는 무사한 것입니까?”
“당연히......전단이 멀쩡한데 그 아이만 다친다는 것은 어불성설........단지...”
“..............................?”
“후우~~~~설아에게 심었던 안배는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
“정녕..제게서 지난 날의 모습을 보고 싶으신 것인지요...?”
“후훗.....그 칼날이 나를 향하지 않는다면야 언제든......그러나 말일세....5년이 넘는 시간동안 응축되어 그 기운이 가장 고결하고 순수할 것인데.....”
“그 말씀은.....설아가 그 아이와 합방을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놈 좋은일만 시킨듯 허이..제국에서 내리는 상에 앞서 내가 먼저 선수친 셈이지...허허허..”
“그렇지 않습니다..아니 결코 그럴리 없을텐데.....아무래도 제가 그 아이와 연락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쉽지 않으이.....1년에 한번 주고받기도 어려운 것임을 자네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
“어쩌면 자네 말대로 전부 부질없는 망상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이....헛된 망상..과욕 말이야..허허허허허....”
무엇이든 뚫는다는 창과...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다는 방패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제국의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장인들은...
굵직굵직한 모선과 대량살상용 무기 생산 같은 류에는
오랜 경험과 뛰어난 과학의 부산물에 힘입어 인간의 기본체력과 특별히 연관짓지 않아도 될 무구류들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발전의 결과물을 거부하는 이들도 더러 존재하긴 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제국의 역사를 창조하고 함께 걸어왔던 최고위의 귀족가문들이 그러했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던 가문의 고유무공 계승이라는 명제는..
어느새 자신들의 살을 갉아먹고 들어오던 과학의 힘을 결코 이겨낼 수 없었고...
그 중심에는..
지금껏 전사를 전혀 길러내지 못했던...
그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만큼 항시 제국의 최중심 요직을 차지하고 들었던 쓸쓸한 노파의 가문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부자는 망해도 몇 대가 먹고 살만한 비축분은 항상 지니고 있다지만...
전통의 무공에 현대식 무구류를 자신들에 맞게 더욱 발전시킨 신흥무인귀족들의 득세는 3백여년전부터 국가의 요직을 조금씩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고...
등까지 굽어 더욱 초라함을 자아내던 노파의 가문이 차지하고 있었던 철옹성같았던 아성을 그만큼씩 허물어오고 있었으니...
죽쒀서 개 준 꼴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자신의 서슬퍼런 눈빛 한번이면 꼬리를 말곤 하지만...
언제든 주객은 바뀔수 있는것이 반복되는 역사의 현실이었기에....
“밖에 승하 있느냐....”
“네..속하 대령해 있사옵니다...”
“내일 입궁할거라 기별을 넣어두거라..”
“이행하겠습니다...”
“성현 어르신도 뵀으면 하는데....”
“전갈을 넣어보겠습니다...”
“그래....”
그의 발걸음은 여느날과 달리 다급해보일 수 밖에 없었고....
“제 2전단장...황태후마마를 뵙습니다...”
“오랜만이에요....소식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늦었지만 승전...축하드려요..”
“모든것이 황실의 축복 덕택이옵니다..”
“후훗...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더욱 고맙구요....그만 예를 거둬도 될것 같은데..”
“그럼......결례를 행하겠습니다...”
“듣던것과는 달리 통신망이 깨끗하군요...마치 옆에 있는 사람 같이 느껴질만큼 선명해요..”
“지휘선의 출력 삼분지 일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조금 길게 대화나누고 싶었는데....여의치 않겠군요?”
“1각 정도는 괜찮을 듯 싶습니다....”
“음...그래요 그정도면 충분할듯도 하네요....그래 몸은 어때요? 전송된 전투장면을 검시한 측근들에 의하면 조금 다쳤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황은에 힘입어 이틀만에 자리를 털었습니다...괘념치 마십시오...”
“그렇게 당부했건만....또 최일선에서 전투를 치뤘다죠?”
“네....”
“풉.....그래요......이렇게 늠름한 모습 다시 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황태자의 행방과 관련한 일은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니에요.....청을 해놓고도 제 욕심 차리자고 전장에 나가 계신분께 실례가 되지 않았나 항시 근심이었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오실겁니다...제가 아는 황태자께선 그만큼 강건한 분이시니까...너무 염려 마십시오...”
“후우~~~그래요.....그 아이가 단 1할이라도 귀공을 닮았으면 좋으련만....”
“기록에 남습니다...추후 원망들을 말씀은 삼가시는 것이....”
“후후후.....네........그나저나....본국까지 도착하는 건 아직 시간이 많이 소요될거라 들었습니다만...조금 앞당길 수는 없는지요?”
“보고드린대로 공간문의 개구부가 모두 상하여 신속한 귀환에는 커다란 위험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요...?”
“전단의 온전한 귀환은 최대치로 뽑아내어도 아직 1년은 더욱 소요될것 같습니다..”
“흠............그렇군요......”
“감히 한말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요...귀공이 궁금한건 무엇이 되었든 답을 드려야죠..그래 뭐가 궁금하신지..”
“벌써 움직임이 있었던 것입니까?”
“...............................”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부탁드리겠습니다..단 보안상 영상이 아닌 전문으로...”
“1년이면.....버텨볼만도 한 듯 싶네요...귀공은 그저 아무 염려말고 병사들의 무사한 귀환에만 성심을 기울여주세요....”
“황태후마마.........”
“휴~~~이 늙은이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군요....그럼 옆에 있는 오늘의 주인....등장시켜 드리죠.....깊은 대화 나누시고....”
“귀환하는 즉시 알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암요...그래야죠......”
등굽은 노파의 다급한 발걸음과는 달리....
잠시 두절된 통신망의 재연결시간동안 보이던 그의 모습엔...
“전단장님...”
“연결됐어?”
“아직....그런데 말씀하신 1년은 조금 심한 듯 합니다만...게다가 지금 운행속도는 최저속력의 보급선이 기준입니다..”
“중간 기착지까지 공간문이 무사했던 사실은 우리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해...”
“..............................”
“마음같아선 더욱 느리게 귀환하고 싶다....”
“음......전단장님의 의중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저쪽에서 뒤집어 엎은 후에나 도착하고 싶다고.....”
“하지만...그랬다가 혹여나 황실을 인질로 삼기라도 하면....”
“미례공주?”
“험험....아닙니까?”
“우주는 넓고...여자는 많다...몰라?”
“크크크......다시 연결되었습니다.......”
황태후께 쏟아내던 보고와는 달리...
이율배반적인 여유가 한결 진하게 묻어 있었는데............
“흡.............”
지휘본부의 실내를 가득 채운 화면에서....
제국의 남자라면 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그려 보았을만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간접의 영상임에도 곳곳에서는 침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공주마마를 뵙습니다....”
“무탈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하옵니다...”
“이곳은 사람을 전부 물렸습니다...그곳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군요...”
“그러하겠습니다.....다들 잠시 나가 있도록........”
“충!!!!!!!”
추상같은 상관의 명령에 실내를 나서면서도....
흘깃거리며 뒤돌아볼 수 밖에 없었을만큼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모습은 충격 아닌 충격으로 와닿고 있었으니...
“모두 물렸습니다....”
“기록인식장치 또한 가동되지 않아요...”
“풉....”
“상공....”
“누가 들으면 이미 혼례올린 사이로 흉볼 것 같은데.....”
“지난밤 꿈에 상공이 나타나서.......하아........”
“죽기라도 하던가?”
“아니요...그랬다면 그냥 단순한 꿈으로 치부하고 말았겠지만.....깨고 싶지 않을만큼..상공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너무나 생생했답니다..”
“황태후마마의 걱정어린 모습을 뵈니...반란의 무리가 많이 꿈틀대나보던데.....”
“휴우~~~~일단 성현 어르신의 중재로 급한 불은 끈 듯 보여지는데...당장 내일 움직여도 전혀 무리없을만큼 철저히 준비한 듯 보여요...”
“조금 더 서두르긴 해야겠군.....”
“상공....요즘들어 상공이 너무 그리워서.......후우~~~~”
“길게는 못해....용건만 간단히.....”
“보고 싶어요....이렇게 보고 있자니...더더욱 뵙고 싶고....”
“좋은 소식이 있는데.......들려줘?”
“어떠한 소식을 말씀하시는건지...일거수일투족 전부 보고되고 있는 듯 한데..아닌가요?”
“사사로이 개인적인 소식인데 다른 이들이 알리 없잖아....어찌보면 미례에겐 나쁜 소식일 수도 있고...”
“말씀해주세요....”
“아니....조금 더 그리워해....지금보다 더욱 애타게 그리워하다 보면....도착할때쯤 될거야...그럼 단번에 알 수 있는 소식이기도 하고...”
“상공..........너무 잔인해요.....”
“오늘은 이만하지....제 아무리 공주의 신분이라고는 해도...제국의 오랜 전통까지 깨서는 안될 일이지.....”
“하지만.....아직 드릴 말씀이 너무도 많은데.....”
“노인네들이 그 기록인식 문제로 트집잡을 것이 불보듯 훤한데...그만해...”
“하아~~~너무 보고 싶어요....”
“혹여나 그럴리 없겠지만....다음에도 황태후마마를 대동하고 연락 주고 받을 기회가 생기면....조금 더 야한 의복을 입었으면 좋겠군..전부 가려서 그 고운 몸이 전혀 보이지 않잖아.”
“하아~~~상공!!!!!!!!!!”
“오늘은 그만..........”
“사랑해요.......너무 사랑한답니다.......하아~~~~치치치칙~~~~~”
우물과도 같은 그녀의 매력에....
냉철하기로는 전 우주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조차 부동심을 잃어가야만 했던 시간...
“연공실에 들어 있을테니 급한 일 있으면 알아서 처리해...”
“큭.....충!!!!!!!!!”
오직 본인에게만 허락된 밀실에 들어서도...
한번 어긋난 평정심은 좀처럼 되살리기 어려울만큼 지독하게 느껴졌다.
“독정 소화보다 더 처절하군....”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기체의 물결이 큰 파동을 일으키며 몸속으로 스며들고서야..
그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는데...........
지구의 태양과 닮아있던 붉은 모성에 의지해 활기찬 새벽을 열어제끼는 본성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지만..
일정한 시각이면 밝혀지는 조명에 의해 기상의 때를 알려오고 있었다.
물론 짧은(?) 밤을 악몽으로 일관한 인영에겐...
그 환함이 더욱 불청객으로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으나...
누구도 항거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망망대해속에서도 자신의 고고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었고..
‘삐익~~~’
“전단장님..기침은 하셨습니까?”
품안에서 맴도는 몽글거리는 젖가슴의 기분좋은 느낌에 취해 자리를 털기 싫었으나..
그 몽혼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지휘본부실에서의 호출은
기어코 그의 몸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는데....
“본성 황실로부터의 전갈이 있었습니다..”
“황태자 관련한 일이라면 나로서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해줘..”
“황태후 마마께서 단장님과 직접 연락을 취하고 싶으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태후께서?”
“네 그렇습니다.”
“특별히 다른 언질은 없었고?”
“얼굴 뵙고 직접 말씀하시겠다는 소식 외엔 다른 사항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만..”
“음....그럼 이각 후 연결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딸깍~~’
새벽늦게까지 그의 횡포 아닌 횡포에 시달리다 겨우 잠들 수 있었던 그녀의 기상도 재촉하던 그들의 대화...
“무슨 일인것 같아요?”
“둘 중 하나.....”
“황태자의 부재와 관련한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역모 아니면.......혼례........”
“둘 모두 제겐 비극스러운 일이네요...”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니었던가?”
“반란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곤 하지만...”
“첫째라는 명성만 놓치는거라 생각하면 마음 편하지 않아?”
“그것이 제겐 무엇보다 가장 욕심나는 자리인걸요?”
“이각이 되려면 아직 여유는 조금 있는 듯 한데....”
“피......오라버니가 취한 독정이 제게로 전부 옮아온것 같아요..몸 어디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그 독정을 전부 내것으로 만들자면 위락선을 몇 번은 더 드나들어야 할텐데...지련 생각은 어때?”
“제게 말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 잘 아시면서......부디 정만 주지 마세요.....”
“기계덩어리에 정 줄 만큼 내가 잡배로 보이나 보지?”
“먼발치에서라도 그 아이를 본 인사들은...몇날 며칠 앓아눕는다고 들었어요..하물며 오라버니께서는....”
“왜 좋잖아....이놈도 훨씬 든든해지고....”
“오라버니!!!!!!!!”
“다녀올 동안 탱글거리는 몸으로 다시 거듭나 있도록 해...”
“피...언젠 안그런가 뭐.......꼬옥 한번 안아주고 가세요...”
누구의 입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메아리인지 너무나도 명확한 울림이 실내를 빼곡이 채워나가며.....지난한 일상은 그들의 시야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제국력 2016년 2월...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직도 그 기행의 습관은 버리지 못하셨나 보이...”
“잠시 외유를 다녀온다는 것이....”
“그래도 늦지는 않아서 다행이긴 하네.....”
“저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걱정되어 한달음에 달려오긴 했습니다만...”
“그 문제는 차차 말해도 늦지 않을 듯 하고...”
“하오면....”
“자네의 검을 다시 한번 빌리고 싶어 친히 청한 것이긴 한데.....”
“제 검은 이미 부러진지 오래거늘....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짧은 견식으로 살펴보건대 자네의 눈빛은 그 전보다 더욱 심후해진것 같은데....그 부러진 검 다시 이어붙여볼 생각은 없는 것인가...?”
“사내의 일언은 금보다 더욱 무거운 법.......”
“그자의 아들이 돌아오고 있다네.....”
“.......................”
“우리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고.....자신에게 주어진 전력을 고스란히 되살려........”
“그렇다면 더더욱.....”
“일현!!!!!!!!!!!!!!!”
“........................”
“이 넓은 우주에 자네로 하여금 망설임이라는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더욱이 유가의 전승무공은 죽은 그자의 대에서 맥이 끊겼다는 것은 자네가 직접 확인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은가!!!!”
“뉘 앞에서 세월을 운운하겠습니까만은....짧지 않은 세월 숨만 붙인 채 살다보니 무공의 정수가 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는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황실의 검께서도 두손두발 든 아이입니다..그 아이의 시간은 저희가 살아가는 세월보다 수십배는 빠르게 지나왔을 것인데다....대가와 저의 계약 또한 그분께서 명을 달리하신 날 끝맺음된 것으로 압니다..더 이상 제게 무인으로서의 치욕을 권하지 마시옵소서...”
“허허허허허..........내가.....내가 자네앞에 부복이라도 하면 이 늙은이 소원을 들어줄텐가..그러하다면 무릎이 아니라 내 생니까지 뽑아줄 의향도 있네...”
“그렇게 좋아하던 육식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저의 처지인데...하물며 대가의 빛바랜 치아를 가져다 어디에 쓰겠습니까?..”
“허허허허......자네 정녕..........정녕.........허허허허허허........”
“바람은 스스로 불어오기도 하지만....그것을 소원하는 존재를 향해 불어가는 것을 더욱 좋아하기도 하는 법.....두려우시다면 저처럼 자연속에 잠시 몸을 숨기는 것도 나름의 방책일 수 있습니다...”
“그가 아직도 두려운가? 죽은 그자가 여전히 자네의 뇌리속에 남아있냐 이말이야!!!”
“요즈음의 아이들에겐 하등 쓸모없는 육체라지만....저같은 뒷물결들에겐 목숨만큼 소중한 것이 수족입니다....그 수족 중 가장 중요한 제 팔 하나를 잘라낼만큼 그때 저를 향했던 그분의 마지막 눈빛......그 모습을 잊으면 제가 들짐승과 다를 바 무엇 있겠습니까?”
“죽어서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그는 여전히 두렵고...자네 앞의 나는....나는 여전히 그렇지 아니한가!!!!!!!!!!”
“그러시길 원하십니까?”
“하하하하하하하..........일현.....자네는 누가 뭐래도 제국의 살아있는 일검...그 사실엔 변함이 없을 것이네...그리고 그 꼬리가 영원한 이상 나의 곁을 떠나지도 못할테고....”“언젠가 황실의 검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시더군요...아마 그날이... 돌아오고 있다는 그 아이와 비무를 하시고 난 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날일겁니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긴 했으나 앞으로 10년....극한으로 몰아세우면 더욱 단축될 여지도 있지만...어찌 됐든 그 시간 후에는 제국...아니 우주의 그 누구도 그 아이 앞에서 살기를 내뿜을 수 없을 것이라 말입니다..”
“성현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겠네만...그래서 더더욱 자네의 존재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정녕 이대로....”
“그 우주속에는 저 뿐 아니라 성현 어르신 또한 포함된다는 사실을 대가께서 간과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허어.........설마......아직 아이의 나이가 불혹에 불과하거늘....”
“그날 입은 상처의 깊이가 꽤나 깊어 한동안 거동에 불편해하셨다는 사실 또한 대가께는 처음 일러 드려야겠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자네 말은 나로 하여금 웅지도 펴지 한 채 마음속에만 담아두라는 허언임에 명백해 보이네만....”
“저도 그러하지만 성현께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찾아 뵙고 한번 청해보시는 것도 만수를 누리시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실것 같습니다...”
“지난날 호기로움으로 가득했던 자네는 어디로 가고.....이젠 빈 껍데기만이 남아 내 시야를 흐리게 하는지 모르겠네그려....”
“하문하실 일 없으시면 저는 이만 일어나도록 하지요......부디 보중하십시오...”
“그 전에..........설아 말이네.......”
“!!!!!!!!!!!!!!!!!!!!!!!!!!!”
“며칠전 그곳으로부터 연락이 왔네만.....”
“혹dusk ......나쁜 소식이라도 들려온 것입니까!!!!!!!!!!”
“방금 내가 한말은 다시 거둬들여야겠네....허허허허...가문의 몰살을 눈앞에 두고도 눈썹하나 까딱않는 자네가 어찌 그 아이의 소식을 말하기 무섭게 그리 ..........그만하면 자네의 심정 알겠으니 이 따끔한 기운을 거둬 들여주지 않겠나.....?”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하하하하하............그래그래...이제야 겨우 숨 좀 쉴것 같구만.......
“설아는 무사한 것입니까?”
“당연히......전단이 멀쩡한데 그 아이만 다친다는 것은 어불성설........단지...”
“..............................?”
“후우~~~~설아에게 심었던 안배는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
“정녕..제게서 지난 날의 모습을 보고 싶으신 것인지요...?”
“후훗.....그 칼날이 나를 향하지 않는다면야 언제든......그러나 말일세....5년이 넘는 시간동안 응축되어 그 기운이 가장 고결하고 순수할 것인데.....”
“그 말씀은.....설아가 그 아이와 합방을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놈 좋은일만 시킨듯 허이..제국에서 내리는 상에 앞서 내가 먼저 선수친 셈이지...허허허..”
“그렇지 않습니다..아니 결코 그럴리 없을텐데.....아무래도 제가 그 아이와 연락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쉽지 않으이.....1년에 한번 주고받기도 어려운 것임을 자네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
“어쩌면 자네 말대로 전부 부질없는 망상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이....헛된 망상..과욕 말이야..허허허허허....”
무엇이든 뚫는다는 창과...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다는 방패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제국의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장인들은...
굵직굵직한 모선과 대량살상용 무기 생산 같은 류에는
오랜 경험과 뛰어난 과학의 부산물에 힘입어 인간의 기본체력과 특별히 연관짓지 않아도 될 무구류들을 수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발전의 결과물을 거부하는 이들도 더러 존재하긴 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제국의 역사를 창조하고 함께 걸어왔던 최고위의 귀족가문들이 그러했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던 가문의 고유무공 계승이라는 명제는..
어느새 자신들의 살을 갉아먹고 들어오던 과학의 힘을 결코 이겨낼 수 없었고...
그 중심에는..
지금껏 전사를 전혀 길러내지 못했던...
그럴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만큼 항시 제국의 최중심 요직을 차지하고 들었던 쓸쓸한 노파의 가문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부자는 망해도 몇 대가 먹고 살만한 비축분은 항상 지니고 있다지만...
전통의 무공에 현대식 무구류를 자신들에 맞게 더욱 발전시킨 신흥무인귀족들의 득세는 3백여년전부터 국가의 요직을 조금씩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고...
등까지 굽어 더욱 초라함을 자아내던 노파의 가문이 차지하고 있었던 철옹성같았던 아성을 그만큼씩 허물어오고 있었으니...
죽쒀서 개 준 꼴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자신의 서슬퍼런 눈빛 한번이면 꼬리를 말곤 하지만...
언제든 주객은 바뀔수 있는것이 반복되는 역사의 현실이었기에....
“밖에 승하 있느냐....”
“네..속하 대령해 있사옵니다...”
“내일 입궁할거라 기별을 넣어두거라..”
“이행하겠습니다...”
“성현 어르신도 뵀으면 하는데....”
“전갈을 넣어보겠습니다...”
“그래....”
그의 발걸음은 여느날과 달리 다급해보일 수 밖에 없었고....
“제 2전단장...황태후마마를 뵙습니다...”
“오랜만이에요....소식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늦었지만 승전...축하드려요..”
“모든것이 황실의 축복 덕택이옵니다..”
“후훗...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더욱 고맙구요....그만 예를 거둬도 될것 같은데..”
“그럼......결례를 행하겠습니다...”
“듣던것과는 달리 통신망이 깨끗하군요...마치 옆에 있는 사람 같이 느껴질만큼 선명해요..”
“지휘선의 출력 삼분지 일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조금 길게 대화나누고 싶었는데....여의치 않겠군요?”
“1각 정도는 괜찮을 듯 싶습니다....”
“음...그래요 그정도면 충분할듯도 하네요....그래 몸은 어때요? 전송된 전투장면을 검시한 측근들에 의하면 조금 다쳤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황은에 힘입어 이틀만에 자리를 털었습니다...괘념치 마십시오...”
“그렇게 당부했건만....또 최일선에서 전투를 치뤘다죠?”
“네....”
“풉.....그래요......이렇게 늠름한 모습 다시 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황태자의 행방과 관련한 일은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니에요.....청을 해놓고도 제 욕심 차리자고 전장에 나가 계신분께 실례가 되지 않았나 항시 근심이었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오실겁니다...제가 아는 황태자께선 그만큼 강건한 분이시니까...너무 염려 마십시오...”
“후우~~~그래요.....그 아이가 단 1할이라도 귀공을 닮았으면 좋으련만....”
“기록에 남습니다...추후 원망들을 말씀은 삼가시는 것이....”
“후후후.....네........그나저나....본국까지 도착하는 건 아직 시간이 많이 소요될거라 들었습니다만...조금 앞당길 수는 없는지요?”
“보고드린대로 공간문의 개구부가 모두 상하여 신속한 귀환에는 커다란 위험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느림보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요...?”
“전단의 온전한 귀환은 최대치로 뽑아내어도 아직 1년은 더욱 소요될것 같습니다..”
“흠............그렇군요......”
“감히 한말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래요...귀공이 궁금한건 무엇이 되었든 답을 드려야죠..그래 뭐가 궁금하신지..”
“벌써 움직임이 있었던 것입니까?”
“...............................”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부탁드리겠습니다..단 보안상 영상이 아닌 전문으로...”
“1년이면.....버텨볼만도 한 듯 싶네요...귀공은 그저 아무 염려말고 병사들의 무사한 귀환에만 성심을 기울여주세요....”
“황태후마마.........”
“휴~~~이 늙은이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군요....그럼 옆에 있는 오늘의 주인....등장시켜 드리죠.....깊은 대화 나누시고....”
“귀환하는 즉시 알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암요...그래야죠......”
등굽은 노파의 다급한 발걸음과는 달리....
잠시 두절된 통신망의 재연결시간동안 보이던 그의 모습엔...
“전단장님...”
“연결됐어?”
“아직....그런데 말씀하신 1년은 조금 심한 듯 합니다만...게다가 지금 운행속도는 최저속력의 보급선이 기준입니다..”
“중간 기착지까지 공간문이 무사했던 사실은 우리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해...”
“..............................”
“마음같아선 더욱 느리게 귀환하고 싶다....”
“음......전단장님의 의중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저쪽에서 뒤집어 엎은 후에나 도착하고 싶다고.....”
“하지만...그랬다가 혹여나 황실을 인질로 삼기라도 하면....”
“미례공주?”
“험험....아닙니까?”
“우주는 넓고...여자는 많다...몰라?”
“크크크......다시 연결되었습니다.......”
황태후께 쏟아내던 보고와는 달리...
이율배반적인 여유가 한결 진하게 묻어 있었는데............
“흡.............”
지휘본부의 실내를 가득 채운 화면에서....
제국의 남자라면 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그려 보았을만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간접의 영상임에도 곳곳에서는 침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공주마마를 뵙습니다....”
“무탈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하옵니다...”
“이곳은 사람을 전부 물렸습니다...그곳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군요...”
“그러하겠습니다.....다들 잠시 나가 있도록........”
“충!!!!!!!”
추상같은 상관의 명령에 실내를 나서면서도....
흘깃거리며 뒤돌아볼 수 밖에 없었을만큼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모습은 충격 아닌 충격으로 와닿고 있었으니...
“모두 물렸습니다....”
“기록인식장치 또한 가동되지 않아요...”
“풉....”
“상공....”
“누가 들으면 이미 혼례올린 사이로 흉볼 것 같은데.....”
“지난밤 꿈에 상공이 나타나서.......하아........”
“죽기라도 하던가?”
“아니요...그랬다면 그냥 단순한 꿈으로 치부하고 말았겠지만.....깨고 싶지 않을만큼..상공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너무나 생생했답니다..”
“황태후마마의 걱정어린 모습을 뵈니...반란의 무리가 많이 꿈틀대나보던데.....”
“휴우~~~~일단 성현 어르신의 중재로 급한 불은 끈 듯 보여지는데...당장 내일 움직여도 전혀 무리없을만큼 철저히 준비한 듯 보여요...”
“조금 더 서두르긴 해야겠군.....”
“상공....요즘들어 상공이 너무 그리워서.......후우~~~~”
“길게는 못해....용건만 간단히.....”
“보고 싶어요....이렇게 보고 있자니...더더욱 뵙고 싶고....”
“좋은 소식이 있는데.......들려줘?”
“어떠한 소식을 말씀하시는건지...일거수일투족 전부 보고되고 있는 듯 한데..아닌가요?”
“사사로이 개인적인 소식인데 다른 이들이 알리 없잖아....어찌보면 미례에겐 나쁜 소식일 수도 있고...”
“말씀해주세요....”
“아니....조금 더 그리워해....지금보다 더욱 애타게 그리워하다 보면....도착할때쯤 될거야...그럼 단번에 알 수 있는 소식이기도 하고...”
“상공..........너무 잔인해요.....”
“오늘은 이만하지....제 아무리 공주의 신분이라고는 해도...제국의 오랜 전통까지 깨서는 안될 일이지.....”
“하지만.....아직 드릴 말씀이 너무도 많은데.....”
“노인네들이 그 기록인식 문제로 트집잡을 것이 불보듯 훤한데...그만해...”
“하아~~~너무 보고 싶어요....”
“혹여나 그럴리 없겠지만....다음에도 황태후마마를 대동하고 연락 주고 받을 기회가 생기면....조금 더 야한 의복을 입었으면 좋겠군..전부 가려서 그 고운 몸이 전혀 보이지 않잖아.”
“하아~~~상공!!!!!!!!!!”
“오늘은 그만..........”
“사랑해요.......너무 사랑한답니다.......하아~~~~치치치칙~~~~~”
우물과도 같은 그녀의 매력에....
냉철하기로는 전 우주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조차 부동심을 잃어가야만 했던 시간...
“연공실에 들어 있을테니 급한 일 있으면 알아서 처리해...”
“큭.....충!!!!!!!!!”
오직 본인에게만 허락된 밀실에 들어서도...
한번 어긋난 평정심은 좀처럼 되살리기 어려울만큼 지독하게 느껴졌다.
“독정 소화보다 더 처절하군....”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기체의 물결이 큰 파동을 일으키며 몸속으로 스며들고서야..
그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피어나고 있었는데...........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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