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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7 842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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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클럽 1 ]

박회장의 사건은 의외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정치인들이 줄줄이 대검 중수부에 소환되고 또 수많은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또한 수많은 언론과 관계의 고위직들이 줄줄이 옷을 벗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진우는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명단에서 지워가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끝내 사퇴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관련 자료를 언론과 검찰에 보내 사건을 공론화 시키고 있었다.
박회장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않고 진우의 집안과 자신이 뇌물을 썼던 인사들을 물고
늘어지려고 악을 썼다.
그러나 그런 박회장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선을 정한 진우 집안의 공작으로 박회장의 물귀신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진우는 그런 사실에 회의감이 들기는 했으나 지금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도 나라가 발칵뒤집힌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에서 일단 마무리를 지을 생각을 했다.
더 벌리면 그들의 반격에 직면할것을 염려한 것도 있지만 나중을 기약한 것이다.

이런 박회장의 사건이 일으킨 파장은 결국 대통령에게 까지 미쳤다.
원래부터 코드운운하며 자신의 사람들을 무조건 챙기던 대통령이었다.
끝까지 여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직원들을 옹호하며 자신의 사람들을 보호하려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거세지는 국민의 압력에 손을 들수밖에 없는 대통령이었다.

진우는 불만에 가득찬 얼굴로 방송을 하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지켜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전세계 외신들도 한국의 부패고리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연신 전세계로 타전하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박회장의 커넥션에 한 축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진우는 의외로 많은 사이비 사회단체가 있는데 조금 놀라고 있었다.

( 음!... 이 정도도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야... 이 정도에서 일단 마무리를 짓고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정리를 해야겠어... 휴! 이렇게 나라 전체가 부패할 줄은...
어찌된 나라가 부패하지 않는 인물을 찾는 것이 백배 빠르다니....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곧 치뤄져야겠군... 1/10이 넘는 인물이 사퇴나 옷을 벗어야하니...
그리고 말이 좋아 사회단체지 이건 정치인들 보다 더한 인간들이니... )

장면이 바뀌며 사이비 사회단체들은 모두들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모든 사실이 다 드러났는데도 자신들은 아니라고 핏대를 세우며 시위하는 모습이라니....
그것을 TV로 보고있던 진우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그야 말로 방귀낀 놈이 성낸다고 증거가 명백한대도 잘났다고 떠드는 인간들에 그야말로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진우였다. 그런 진우를 노인이 슬그머니 부추기고 있었다.

" 진우야!... 저 놈들은 뇌 구조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구나?.... 한번 손을 봐줘야 할것 같은데
과연 삼복 변견 구타신공을 겪고도 다시 저런 소리를 할지 진짜 궁금하구나?... "

" 하하하.... 할아버지께서 또 심심하신가 보군요?...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저 인간들은 같은 패거리 의식으로 똘똘 뭉쳐있어서... 한명을 건드리면 저렇게 썩은 고기를
탐하는 하이에나처럼 아무나 물려고 날뛰니까요... 거기다 괘변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기술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

" 그럴게 뭐있니?... 그냥 잡아다가 신공을 한 10분만 안기면.... "

" 자네는 무조건 두둘기기만 하면 되는줄 아는가?... 사람이 나이가 먹었으면 물정도 알아야지.. "

" 아! 그래 나 철없소!... 나잇살이나 쳐먹어도 아직 철부지요! 그러나 한가지만은 알고있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 이상가는 약이 없다는 사실은 잘알고 있다는 거요...
특히 저런 앞으로는 좋은 일함네하고 떠들면서 뒤로는 호박씨나 까는 놈들은... "

은근히 진우를 부축이던 노인은 진우가 은근슬쩍 꽁무니를 빼자 조금 강하게 종용을 했다.
그런 노인을 딱하다는 듯 할아버지가 약간 질책 섞인 말을 했다.
그건 그야말로 벌집을 건드린 것과 다름없었다.
노인은 형의 말을 듣자 화가 치미는듯 대꾸하더니 반박을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노인의 말을 상대하지 않고 진우에게 인자한 눈길을 보냈다.

" 그래!... 잘 생각했다. 생각같아서는 모두들 쓸어버리고 싶겠지만... 일단은 좀 두고봐라...
어짜피 부패에서 발을 안빼려는 사람들은 다시 걸어 넣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러나 저러나 저들이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나라꼴이 어떻게 될려는지?... "

" 아니!... 왜 내말을 灌째탓?... 내말이 그렇게 말같지가 않다는 말이요?... "

진우는 작은 할아버지를 상대하다 할아버지께서 탄식을 하자 숙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두 노인네가 어린아이처럼 티격티격하자 잠시 미소를 지으며 두 노인을 쳐다보았다.
잠시 동안 그렇게 두 노인네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진우는 슬그머니 인사를 하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며칠째 강추위가 계속되는 지라 한낮인데도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고 있었다.

진우는 몰려드는 차가운 바람에 가볍게 진저리를 치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점없이 청명한 겨울 하늘이 두눈 가득 들어왔다.
진우는 추위도 잊은채 잠시 그런 겨울하늘을 쳐다보다 이윽고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 휴!... 자연은 저렇게 깨끗한데... 인간들은 왜 이렇게 추악한 건지?.... 조금만 자연을 닮으면
세상이 보다 살기좋을텐데... 이 모든게 욕심 때문이야... 욕심!... 하긴 나도 별수 없지만.. )

진우는 대기하고 있는 차에 몸을 실으며 한숨을 푹하고 쉬었다.
차는 회사를 향해 출발했다. 진우는 깊은 상념에 빠져 회사에 도착할때까지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회사에 도착한 진우는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박회장 사건에서 손을 뗀지라 자신의 사무실
로 올라갔다. 이제는 박회장 사건보다 회사의 업무가 더 중요한 일이 된 진우였다.
일을 시작하자 이미 진우의 머리속에는 박회장의 일은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오직 회사일에 만 열중하는 진우였다.

박회장의 일은 수 많은 사람들의 옷을 벗기고 박회장이 이끄는 그룹의 부도를 만들어냈지만 길고
긴 여정을 남기고 있었다. 재판을 하면서 모든 국민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사건은 축소되고
있었다. 이미 그런것을 염두에 둔지라 진우는 별로 흥분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2달 정도 세월이 흐르자 국민들의 뇌리에 그 사건은 이미 잊혀져버렸다.
진우는 그런 사실이 아쉽기는 했으나 원래 그런 일이 계속되는 지라 으례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되었고, 남쪽에는 벌써 벗꽃 축제도 끝나가고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지도 한달이 넘은지라 혜경은 무거운 코트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학교로 향하
고 있었다. 얼굴에 느끼는 바람이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 지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혜경이었다.
그러나 두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커져 혜경의 얼굴에서 점점
미소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모든 가족들은 그런 혜경을 측은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도 혜경은 아침 일찍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먹고는 명철의 경호를 받으며 학교로 향했다.
언제나 처럼 교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힘없이 학교로 향하는 혜경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명철이었다. 혜경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교문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 휴!... 빨리 수능이 끝나야 아기씨께서 옛날의 밝은 표정을 되찾을 텐데...
하여간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문제야... 문제...
응?... 저 놈은!.... 아무런 위험은 없는것 같은데... 그래도... )

명철은 속으로 그런 혜경이 불쌍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어떻게 해줄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조석으로 변하는 입시제도를 원망하는
도리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입시제도에 불만을 토하던 명철은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이 되었다. 교문으로 다가가는 혜경에게 접근하는 교복차림의 고등학생을 본것이었다.

명철은 그 학생이 내 품는 기운에서 아무런 위해 요소가 없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혜경에게 접근했다. 만약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혜경에게 접근했던 명철은 그 학생의 말을 듣는 순간 하마터면 넘어갈뻔했다.
명철이 그러고 있을때 혜경은 문득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에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앞을 막는
사람을 심더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 저기요... 이거... 저희들이 누나의 팬클럽을 결성했거든요... 회원이 이미 30명이나 되고 계속
들어오고 있거든요... 우리가 돈을 모아 산 선물이예요... 공부하시는데 피곤하실텐데...
저희들이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시고... 그럼...! "

리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커다란 상자를 내미는 여드름 투성이의 고등학생에게 혜경은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잘 이해가 안가는지 잠시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어 그 학생이 하는 말을 이해했는지 상자와 학생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는 혜경이었다.
명철은 혜경에게서 약 2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모든 것을 듣고 있었다.

( 저녀석!... 아기씨의 본색을 알기나 알고 저러는 건가?... 팬클럽이라?... )

그렇게 생각하며 학생을 지켜보던 명철의 생각은 그 학생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말에 금방 수정되고야
말았다. 그 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명철의 생각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리고 혜경은 인상을 약간 찡그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좋다고 선물까지 내미는데야 어쩔수 없는 것 아닌가?

" 저희들은 누나의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도 외모지만 누나의 그 뛰어난 싸움 실력에도 완전히
반해 버렸습니다... 특히 우리 학교 주변 10개 교를 평정한 전설의 천마녀... 죄송합니다.
그 말을 특히 듣기 싫어한다는 것을 잠시 깜빡했습니다...
어쨌던 누나의 미모와 실력에 완전히 반한 저희들은 누나의 팬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 불편한 점이라던지 누가 엉겨붙으면 저희들에게 말씀만 하십시요..
거기 상자 속에 저희 팬클럽 멤버들의 헨펀과 주소 그리고 신상명세가 다 들어있으니...
그런데... 누나 정말 아름답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

" ......... "

놈은 혜경이 뭐에 홀린듯 멍하니 쳐다보는 동안 자기 할말만 하고는 선물 상자를 혜경에게
떠넘기고 눈부신듯한 눈으로 혜경을 다시 쳐다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잠시 묵직한 상자를 들고 그런 학생의 모습을 쳐다보던 혜경은 순간적으로 눈을 빛내며 상자를
쳐다봤다. 그런 혜경의 눈에는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어 명철에게 눈을 돌리는 혜경이었다. 그런혜경의 눈초리에 명철은 서서히 혜경에게서 멀어지며
모른척 딴청을 부리는 것이었다.
혜경은 제법 묵직한 상자를 들고 잠시 갈등하다 다시 교문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명철은 그런 혜경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실소를 흘렸다.

( 미모도 미모지만 그 뛰어난 싸움 실력에 반했다고!... 그리고 아기씨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면전에서 부르고도 살아남은 첫번째 인물이되는 건가?... 하여튼 재미있는데...
만약 이 일을 형님이 아신다면?.... 슬쩍 흘려봐?... 킥킥킥.... )

명철이 그렇게 킥킥거리고 있을때 혜경은 교실에서 유진 등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혜경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 들어오자 그녀들은 혜경에게 모여들어 난리도 아니었다.
누가 준거냐?, 어서 열어봐라?, 무엇이 들었을까?.... 기타 등등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않는
친구들에 혜경은 학을 떼며 서둘러 상자를 개봉했다. 유진 등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 우와!... 대단하다... 어쩌면 이렇게... "

" 정말... 진짜 잘그렸다... 너하고 똑같애... 똑같아... "

상자의 제일 위쪽에는 혜경의 얼굴이 캔퍼스에 유화로 그려져있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 너무나 사실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림 밑에 쓴 글을 본 순간 친구들은 야유를... 혜경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 우리들의 여신 >

혜경은 그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그 글귀는 더욱 마음에 드는 혜경이었다.
이어 나오는 각종 자질구레한 각종 선물들과 팬레터들...
친구들은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탄성을 지르며 그것들을 잡아갔다.
그러나 혜경의 동작이 조금 더 빨랐다. 얼른 뚜껑을 덮은 혜경은 친구들을 몰아냈다.

" 이 계집애들이 어딜 함부로 만지고 그러는 거야... 빨리 저리들 안가!...
남의 팬레터를 너희들이 왜 볼려고 그래... 어서가.. 빨리... "

" 나쁜 년... 유부녀가 총각들의 팬레터에... 나중에 너희 아저씨한테 다 이른다... "

" 그래!... 진우 아저씨께 다 이를거다... 못된 년 "

혜경은 그런 친구들의 악의에 찬 말을 듣고도 혼자 실실거렸다.
친구들이 뭐라고 해도 그것을 공개하고 싶은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는 혜경이었다.
자신에게 팬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쁜 혜경이었다.
얼른 상자를 자신의 락커에 집어넣고 문을 잠근 혜경은 혼자서 헤픈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후후후... 마음에 드는데... 나중에 혼자 몰래봐야지... 계집애들이 어딜 넘봐... 넘보길...
우리들의 여신이라!... 킥킥킥... 역시 나는 한 미모한단 말이야...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조금
더 잘해줄걸.... 뭐!... 나중에 다시 만나면 더 잘해주지... )

수업시간 내내 흐뭇함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줄 몰라했던 혜경은 유진 등의 끈질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상자를 지켜냈다.
이어 수업이 마치자 매달리는 친구들을 뿌리치고는 기다리는 차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끈질긴 친구들을 겨우 떼어놓은 혜경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나 입에 걸린 미소는 지울수 없는 혜경이었다.

( 계집애들이 말이야... 그렇게 부러우면 저희들도 팬들을 확보하면 되지... 남의 것에 눈독은...
하긴 적어도 나 정도의 미모는 되어야 팬들이 몰려들지.... 킥킥킥... )

명철은 조수석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다 킥킥거리는 혜경을 흘깃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명철로서는 혜경의 마음을 어느정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혜경은 잠시 그렇게 유진등을 생각하며 스스로의 미모에 도취되어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듯 상자를 열어 자신의 모습을 그린 사진을 꺼냈다.

( 와!... 진짜 잘그렸네... 어쩜 이렇게 환상적으로 잘 그릴수가 있지... 이러고 보니 내 미모가
보통이 아닌데... 음!... 이 기회에 연예계로 진출을 해봐?... 그러면 지금 미모라도 뽑내는..
여배우들은 모두 팍 죽어버리겠지... 애이 관두라 남의 밥줄 끊을 일있나... )

" 아기씨!... 뭘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

" 아!... 아저씨 이거 한번 보세요.... 잘 그렸죠?... 혜경이하고 꼭 닮았죠?... "

" 예!... 정말 잘그렸네요... 아주 환상적입니다... 그런데 그래도 실물이 조금 더 나은데요... "

" 어머!... 아저씨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림이... 뭐... 하긴... 내가 좀... "

명철의 말에 혜경은 얼른 그림을 명철에게 보여주었다.
명철은 혜경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잠시 쳐다보더니 혜경의 미모를 칭찬했다.
그런 명철의 말에 혜경은 좀 쑥스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겸양의 말을 했으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자신의 미모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 아기씨!... 그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 정말 좋군요... 부디 힘들더라도 웃음을 잃지 마시기를...
아기씨께서는 슬픈 표정보다 밝은 표정이 훨씬 어울립니다... )

명철은 밝게 웃는 혜경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따라 미소를 짓던 명철은 다음 순간 다시 무표정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어 고개를 돌려 정면을 주시하는 명철이었다.
명철이 고개를 돌리자 혜경은 즐겁던 마음이 조금은 감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 피!.. 하여튼 돌덩어리라니까... 돌덩어리... 사람이 말이야...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어야지...
어떻게 미소를 지어도 입가에 선 하나 그어지고 슬퍼도 표시를 안내는 건지... )

혜경은 마음 속으로 명철을 흉보며 홀린 듯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그 그림을 자신의 보물 제 1호로 간직하리라 굳게 마음먹는 혜경이었다.
어떻게 본가에 도착했고 또 과외를 마쳤는지 모를 정도로 혜경은 들떠있었다.
덕분에 진호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 혜경이었지만 그런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았다.

밤이 깊어서 집으로 돌아온 혜경은 무거운 상자를 낑낑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진우에게
호들갑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자를 열어서 자신의 초상을 보여주며 마음껏 뻐기는 혜경이었다.
진우의 얼굴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 것은 염두에 두지도 않은채....

" 오빠! 이거봐요... 잘 그렸죠?... 내 팬클럽이 생겼어요... 거기서 선물한 거예요...
이게 다 선물이예요... 와!... 그러고 보니 정말 많네... "

" 으응!... 잘 그렸네... 그런데 팬클럽은 뭐고 선물은 또 뭐지?.... "

" 오늘 학교에 가는데 한 학생이 이걸 주면서 내 팬클럽을 결성했다고... 지금 30명이나 된대요. "

" 좋겠다... 혜경이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

" 당연하죠... 제가 한 미모하잖아요... 뭐가 들었는지 이제 봐야지... "

혜경은 진우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비꼬는듯 말하는 것을 모르고 마냥 신이나서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있는 성미는 속으로 걱정반 웃음반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있었다. 진우가 보기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많기도 했다.
별을 천개 접은 병이라던지, 천마리의 학... 언제 찍었는지 온갖 포즈의 혜경 사진, 그리고 곰인형
손으로 만든 여러가지 물건들.... 그리고 가장 많은 편지들....

( 어이구! 철딱서니 없는것 지 신랑이 지금 어떤 심정인줄도 모르고... 하여튼 철이 없어도...
그리고 진우는... 후후후... 안그런척하면서도 질투를 느끼나봐?... 옆에서 보니 재미는 있네. )

" 사랑하는 누나... 누나는 나의 영원한 여신입니다... 언제까지나 누나를 옆에서 지켜볼수 있다면
그 이상의 행복이 없겠습니다... 중략... 넉넉 잡고 10년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누나를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호호호....
오빠!... 날보고 여신이래요... 여신.... 오빠?... "

손에 잡히는데로 꺼내 읽어보던 혜경은 낮 간지러운 문구에 얼굴을 상기시킨채 웃음을 터트리다
진우의 얼굴을 본 순간 당황한 기색으로 진우를 불렀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 툭 튀어나온 입술... 진우의 평소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혜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우의 눈치를 살폈다.

" 오빠!... 어디 불편하세요?... 얼굴이... "

" ......... "

" 오빠!... 왜 그래요?... "

" 아무것도 아냐... 피곤해서 잠이나 자야겠다... "

진우는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는 쇼파에서 일어나 뒤도 안돌아보고 방으로 휭하니 들어가 버렸다.
혜경은 그런 진우의 뒷모습을 멀뚱이 쳐다보다가 도무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성미는 그런 혜경의 눈치없음에 속으로 가슴을 치며 혜경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으며 입을 열었다.

" 어휴!... 이 눈치없는 것아... 어쩌면 그렇게 눈치가 없는거니?.... 김서방 화가 잔뜩났다..
어서 따라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어서... "

" 왜요?... 오빠가 왜 화가났는데요?... 혜경이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

" 그럼 자기 마누라가 이런거 잔뜩 받아왔는데 화 안날 사람이 어디있어... 이 맹꽁아... "

" 응?... 아!... 그럼 오빠가 질투를... 호호호... 오빠가 혜경이 땜에 질투를 한단 말인가?... "

성미의 말에 혜경은 잠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엄마의 말을 음미하다가 개구장이 마냥 눈을
굴리더니 입가에 묘한 미소를 잔뜩 머금으며 입을 여는것이었다.
그러는 혜경은 진우가 약간 쎄게닫으며 들어간 자신들의 방문을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성미는 그런 혜경이에게 어이없다는 눈길을 보내다가 진우가 들어간 방문에 눈길을 주며 속으로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 알았어요, 엄마... 그럼 엄마도 잘자요... "

" 알았어... 김서방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어떻게 처신을 했기에 이런걸... 하여튼...
철딱서니하고는... 엄마 말대로 해!... 알았지?... "

" 염려마세요... "

혜경은 어질러 놓은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고는 방으로 걸어갔다.
잠시 방문 앞에서 안의 동정을 살피던 혜경은 살며시 방문을 열었다.
진우는 침대에 누워 벽을 보며 자는 척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하루 이틀 산것도 아닌지라 혜경은 척보니 진우가 진짜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혜경은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가 침대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등을 보이는 진우를 가만히 관찰하던 혜경은 절로 솟구치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진우는 화를 참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이 들썩이는 이불로 확연하게 표시가 나고 있었다.
혜경은 몸을 날려 진우의 등을 꼭 끌어 안았다.

" 오빠~~~ 화난거예요?... 진짜 화난건 아니죠?... 아잉~~~ 오빠~~~ "

" 오빠 피곤해... 그러니 자고 싶으면 자고 안그러면 나가... "

진우는 혜경이 갑자기 자신을 껴안자 혜경을 밀치며 조금은 시큰덕거리는 음성으로 말을 했다.
한껏 애교를 부리며 진우의 등을 껴안던 혜경은 진우가 자신을 밀치자 조금 놀란듯 눈을 크게 뜨고
진우를 쳐다보았다. 그 눈에는 못믿겠다는 빛이 가득 들어있었다.
놀란듯 자신을 쳐다보는 혜경을 잠시 바라보던 진우는 다시 등을 돌리고 누워버렸다.

혜경은 그런 진우를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다 다시 진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진우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며 한껏 애교를 떨었다.
그러나 진우는 냉정하게 혜경을 다시 밀쳐버리며 이불을 푹 뒤집어 쓰는것이었다.
그렇게 되자 혜경은 잠시 멍하니 그런 진우를 바라보다 거친 콧김을 내 품었다.

" 오빠!... 자꾸 이럴꺼예요?... 남자가 쫀쫀하게... "

" 뭐라고!... 쫀쫀??.... 내가 쫀쫀하다고?... 그래 나 쫀쫀한 놈이다... 어쩔래... "

혜경은 화가 난김에 입에서 나오는데로 말을 내뱉었다.
몸을 돌려 누워있던 진우는 혜경의 말에 열이 뻗치는지 벌떡 일어나 앉으며 고함을 질렀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거칠게 숨을 쉬는것이 보통 화가 난것이 아닌듯 한지라 혜경은 은근히
겁을 먹고는 금방 태도를 변화시켜 나갔다.

" 오빠~~~ 흐흑... 무서워요... 진짜... 진짜 화나신거예요?... 오빠~~~ "

" 그래 화났다... 결혼 한놈이 어디서 그런 편지나 받아와서는 남편 앞에서...
으이구 생각같아서는... 내가 말을 말아야지... "

진우는 혜경이 울먹이자 조금 마음이 약해지려는 것을 눌러버리고는 빠르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식식거리며 혜경을 노려보는 진우였다.
혜경은 겉으로는 울먹거리면서 속으로는 열심히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속으로 내심 즐거운 마음에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 오빠가 완전히 질투에 사로잡혔어... 이건 다시 말하면 날 그만큼 사랑한단 말인데...
역시 나는 너무 예쁘단 말이야... 이러다 진짜 연예계로 진출하면 톱을 달리는건 순식간인데.. )

"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도 어쩔수 없는거 아니예요?.... 오빠도 알다시피 제가
혼자 다니는 것도 아니고 명철 아저씨랑 경호원 아저씨들이 항상 철통같이 경호하는데....
그 애들도 모르는 아이들이고... 혜경이가 무슨 짓을 한것도 아닌데.. 오빠는.. 흑흑흑... "

" ........ "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던 혜경은 겉으로는 한껏 자신의 입장을 변명했다.
물론 언제든지 내 품을 수 있는 핵폭탄보다 위력이 강한 혜경의 최대 무기인 눈물을 앞세운건 말할
나위도 없었다. 진우는 서럽게 울면서 더듬거리는 혜경의 말에 조금 찔린 표정을 지었다.
다음 순간 진우의 분노는 죄없는 명철에게로 돌려지고 있었다.

( 그래!... 혜경이야 아무죄도 없지... 단지 너무 예쁜것이 죄라면 죄랄까?... 그런데....
명철이 이녀석은 잘 지키라는 혜경을... 요즘 너무 오냐 오냐 하니까 겁을 상실한것 같은데... )

진우는 그렇게 명철을 한번 손봐줄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혜경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채 서러운듯 흐느끼며 힐끔 힐끔 진우의 눈치를 보고있었다.
진우의 표정을 살피던 혜경은 진우의 표정이 풀린것을 느끼자 와락 진우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눈물 젖은 눈으로 진우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처연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 오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께요... 이런거 모두 불살라 버릴께요...
혜경인 오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어요... 혜경이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

" 혜경아! 미안하구나 오빠가 순간적으로... 오빠는 혜경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단다... "

" 오빠!... "

진우는 턱밑에서 겁먹은 눈초리로 두눈에 눈물을 가득담고 자신을 보며 서러운듯 흐느끼는 혜경을
보자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안겨온 혜경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이어 부드러운 음성으로 혜경에게 말을 하는 진우였다.
혜경은 그런 진우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젖은 음성으로 진우를 불렀다.
속으로 혀를 낼름 내미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 큭큭... 역시 오빠는 내 눈물에 너무 약하단 말이야... 이걸로 오빠는 됐고...
그런데 저 상자에 있는 것들은 어떡하지?.... 버리기는 너무 아까운데... )

가증스럽게도 혜경은 그런 속에서도 여우짓을 서슴치않고 있었다.
진우는 그런 혜경의 마음을 까맣게 모른채 그저 혜경이 사랑스러워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혜경을 꼭 껴안고 있던 진우는 혜경의 턱을 받쳤다.
살며시 눈을 감으며 입술을 반쯤 벌린 붉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붙이는 진우였다.

( 이렇게 혼이 났으니 다시는 이런 짓을 안하겠지... 역시 아직 너무 어려서 어쩔수 없어...
내가 이해를 해야지... 음!... 역시 너무 달콤하군... 이러니 어떻게 계속 야단을 칠수가 있나..
그건 그렇고 명철이 놈은 절대 그냥 용서할수는 없어... 한번 손을 봐줘야지... )

혜경의 생각을 까맣게 모르는 진우는 마냥 어린 철부지로 만 여기고 있었다.
만약 혜경의 마음을 안다면 기절초풍할 진우였지만...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두사람은 진한 키스 속에 모든 일들을 잊어버린채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깊은 열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곧 뜨거운 열풍이 두 사람 사이에 일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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