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 리와인더 (Time Rewinder)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1부 20장
자존심 같은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거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지시대로 어두침침한 옷장 구석에 굴욕적으로 몸을 우겨넣고 마치 그 방에 없는 사람인 양 기척을 숨겨야 하는 내가 너무도 바보처럼 느껴졌지만 달리 내게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현아 씨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상처가 그녀에게 남긴 흔적은 대체 무엇인지. 그녀가 정말로 그걸 내게 보여주기로 했다면 나는 그걸 봐야만 했다. 우스꽝스럽게 몸을 구겨넣는 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내가 "무엇"을 보게 되느냐.... 였다.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두어차례 울렸다. 방문객은 벨을 누르거나 하지 않았다. 문을 여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내 청각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어둠 속에서 눈만 껌뻑이고 있자니 다른 감각들이 한층 더 날카로워지는 기분이다. 옷장 문에는 사선으로 공기 구멍처럼 틈새가 나 있었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바깥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현아 씨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옷장의 구멍은 스위트룸의 침대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무얼 보여주고 싶은지는 몰라도, 결코 범상한 장면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들끓었다.
"강 사장님~ 오셨어요?"
간드러진 현아 씨의 목소리도 그랬지만,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교태로운 자세 또한 가관이었다. 그 치마인지 팬티인지도 분간도 안가는 야하기 짝이 없는 옷을 입은 채로 말이다. 문득 그 천쪼가리 속에 팬티가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해졌다. 길이가 워낙 짧았기에 확인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맨 다리가 보이는 걸로 봐서 스타킹을 신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했기에 만약 그녀가 오늘도 노팬티 차림이라면 그녀는 지금 은밀한 부위를 훤하게 내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저 천쪼가리는 치마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얼굴은 몰라도 "사장님"이라면 분명 사내일 텐데, 대체 저런 차림으로 뭘 하겠다는 걸까...
"현아 씨, 오랜만이야."
"요즘 바쁘시다면서요?"
"그래. 이번 출장은 길어질 것 같아."
옷장에 몸을 숨긴 채로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듣는다. 하지만 굳이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니까. 만약 무언가의 내용을 듣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현아 씨는 나를 이렇게 옷장 안에 처박아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자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벗겨진 머리와 음색을 보건대 중년의 남성임이 확실했다. 게다가 부티가 흐르는 양복 차림을 봐서는 그 또한 사회적으로 상당한 재력을 갖춘 인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현아 씨도 몸에 두른 것을 보나, 가는 곳을 보나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 설계사들이 보험 영업으로 큰 돈을 벌기도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녀처럼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그만한 성공을 했다는 사실은 좀체 믿기 힘들었다. 아무튼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현아 씨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거야?"
"호호. 저 같은 영업인들이 유일하게 좋은 점이 이렇게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거죠. 게다가 강 사장님이야말로 제 VIP 고객이니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업무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허허. 그것도 그렇군."
교태롭게 맨 다리를 꼬고 있는 현아 씨의 모습을 보고도 사내는 느긋한 태도를 유지한다. 내가 생각했던게 착각이었나?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겉옷을 벗어젖힌 사내는 곧장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오늘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급하니까 얼른 시작할까?"
"호호, 그렇게 급하면 그냥 회사에나 계시지 그랬어요. 저도 사실 오늘 약속 있었는데."
"그럴 순 없지. 오늘 못 보면 한참 뒤에나 볼 텐데... "
아무리 내가 멍청해도 이 분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몸이 엉키어 침대 위로 쓰러지는 광경을 보며 나는 숨을 죽였다. 도대체 이런 장면을 내게 보여주어서 어쩌겠다는 걸까.
당장이라도 저 여자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거의 반쯤 벗고 있었던 현아 씨를 중년의 사내는 너무도 손쉽게 알몸으로 만들어 버린다.
모델이나 다름 없는 현아 씨의 완벽한 몸을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보고 싶어했을까? 문득 캠퍼스에서 그녀의 몸매에 열광하던 수많은 남학생들이 시선이 떠올랐다.
그걸 생각한다면 현아 씨의 알몸을 보게 된 과정은 내게 있어 너무도 허무하리만치 간단했다. 나는 그저 이 어두침침한 옷장에 몸을 구겨넣은 대가로 이렇게 간단하게 그녀의 나신을 보게 된 것이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이 애매하게 좁은 옷장 안을 가득히 메우는 듯 크게 들렸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이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숨은 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어떤 남자라도 현아 씨 같은 여자가 눈 앞에서 알몸이 되어가는데 야릇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순 없다.
좌우지간 어느 상황에서든 호기심은 역시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나는 우선 다른 생각들을 제쳐두고서, 눈 앞의 광경이 진행되는 모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은 누가 먼저...?"
"하아... 사장님 먼저요. 난 그게 더 재밌으니까. 호호."
그들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해보기도 전에 중년의 남성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가지고 왔던 케이스를 열어 잡다한 물건들을 줄줄이 꺼내놓았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보려고 눈에 신경을 집중했지만 아무래도 옷장문의 틈새가 넓지는 않아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 물건들이 대체로 내가 봐도 무슨 용도인지 모를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물건 하나는 있었다. 바로... 개목걸이였다.
"뭐야... 설마..."
비록 그 정도로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믿기 힘든 상상이 머릿 속을 스쳤고, 그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자... 그럼 어디..."
현아 씨의 뽀얗고 가느다란 목에 투박한 개목줄이 채워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그녀가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두 팔과 다리를 바닥에 얌전히 붙인재 웅크린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 마리의 강아지였다. 목줄을 손에 쥔 중년의 사내는 마치 현아 씨의 주인이라도 된듯이 그 투박한 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위로 홰까닥 꺾이는 현아 씨의 머리. 그러면서 사내는 현아 씨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불룩하게 솟은 사타구니를 들이민다. 개가 주인에게 복종하듯 서슴없이 두 손으로 사내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양물을 조심스럽게 감싸쥐는 그녀... 태도 또한 마치 주인님의 그것을 받드는 것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남성의 성욕을 자극한다.
어쩔 수 없이 현아 씨의 매끈한 나신의 굴곡에 눈길이 가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기 힘들었다. 육체의 능선이 완벽한 대문자 S를 그리고 있을 만큼, 나올 데는 단단히 나오면서도 들어갈 곳은 잘록하게 들어간 절정의 몸매였다. 사내를 미치게 하는 여체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녀의 나신은 환상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개줄에 묶여 노예처럼 중년의 사내에게 봉사를 시작한다.
"으음...."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중년의 사내가 기분 좋은 듯 눈을 지긋이 감고 신음을 흘린다. 내가 그 남자가 되어보지 않아서 도통 무슨 느낌일진 모르지만 이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현아 씨의 입과 혀를 보건대 그녀의 펠라치오가 절대 보통 수준이 아니란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씻지도 않아서 냄새가 많이 날텐데... 잘도 빠는군. 우리 귀여운 강아지...."
사내는 현아 씨를 "강아지"라고 불렀다. 내가 보기에도 그것은 결코 어색한 호칭이 아니었다. 지금 현아 씨의 모습은 정말로 영락없는 애완견 그 자체였기에.... 꼬리 대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는게 다를 뿐, 그 몸짓 하나하나가 복종의 의미를 표하고 있다.
마치 눈으로 보고 즐기라는 듯, 얌전히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자지를 빠는 것도 모자라 뒤로는 새하얀 엉덩이를 유혹적으로 살랑거리며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니 옷장 안에 숨어있는 나조차도 자지가 벌떡 일어설 지경이었다. 혹시 내가 보고 있다는걸 알고서 더욱 요염하게 저러는 걸까...? 하지만 중년의 사내 또한 그런 현아 씨의 태도에 익숙한 모양이다.
"좋아. 여기도 한번 해 봐."
충실한 애무를 즐기던 사내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섰다. 어깨너비보다 훨씬 더 넓게 다리를 벌리고 사내가 서자, 다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양물을 포함한 사타구니 전체가 적나라하게 활짝 열렸다. 현아 씨는 전혀 주저없이 그 벌어진 남성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덜렁거리는 사내의 성기는 그렇게 커다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께가 굵직한 것이, 단단함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처럼 보였다. 비록 사내와 나의 물건을 비교할 마음은 없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자지에도 현아 씨가 애무를 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미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애무는 계속된다. 넓게 벌리고 선 남자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은 현아 씨가, 부드럽게 혀를 내밀어 마치 아이스크림의 표면을 핥듯이 남자의 자지 뿌리와 불알 양쪽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 혀의 움직임 또한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역동적이다. 그녀가 자기 입으로 창녀가 아니라고 말했던게 믿어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저 정도면 업소의 여자들 만큼 능숙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허으...."
양쪽 불알을 할짝이며 혀로 핥아주던 현아 씨가 입에 고환 한 쪽을 낼름 머금자 사내가 등을 부르르 떨었다. 성기의 털은 물론이고 항문까지 적나라하게 보일 만큼 다리를 벌린 사내가 쾌감으로 몸을 떨고 있으니 그 모습이 상당히 추잡해 보이면서도 더없이 원색적으로 느껴져 보고 있는 나까지도 더더욱 흥분이 된다.
그러다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자지와 고환 애무에 치중하던 현아 씨가 혀의 움직임을 바꾸어 자지에서부터 더욱 깊숙한 곳으로 혀를 밀어넣은 것이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로 가랑이 사이에 더욱 깊숙히 고개를 전진시킨다. 나는 그녀의 혀 끝에 무엇이 닿는지를 짐작하고는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겨우 입을 막아 삼켰다.
그녀는 사내의 항문까지 애무하고 있었다.
"으헉... 허흐...."
신경세포가 더욱 세밀하게 밀집되어 있는 성감대는 성기가 아닌 항문이라고 했다. 하물며 그런 끈적한 혀놀림으로 항문을 자극하는데 남성 입장에서 버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사내는 거칠게 달아오른 숨을 내뱉으며 쾌감으로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현아 씨는 정말 노예라도 되는 듯이 사내의 항문에 대고 뱀처럼 혀를 낼름거린다.
씻지도 않았다는 남자의 항문을 저렇게 서슴없이 요염하게 애무할 수 있는 여자가 과연 많을까? 현아 씨가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자기 동생은 섹스의 "ㅅ"자도 못 꺼낼 만큼 섹스에 대한 기피증이 있는데 언니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물며 그녀가 겪은 과거를 생각하면 이건 정말로 어불성설이다.
현아 씨에게 이게 뭐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심하게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한번 옷장에 처박힌 이상 저 둘의 행위를 끝까지 봐야만 한다는 생각을 나 스스로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숨을 죽인채 두 사람의 동물 같은 행위를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흐으으... 죽이는 구만..."
사내는 감탄 섞인 신음을 흘리며 더욱 엉덩이를 크게 벌렸다. 현아 씨의 혀가 더욱 깊숙히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중년의 사내의 항문을 정성스레 애무하는 20대의 절정 미인이라니... 게다가 이런 원색적이고 동물적인 애무를 야동에서가 아닌 현실로 관람하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을 일이었다. 그 모습은 역시나 지극히 추잡했지만, 또한 눈을 떼기 힘들만큼 자극적이었다.
"후우..."
뜨거운 숨을 한번 크게 뱉어낸 사내는 현아 씨의 얼굴을 두 손으로 콱 움켜쥐고는, 입에다가 억지로 좆을 쑤셔박아 버린다.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삽시간에 뭉툭한 좆을 입 안으로 받아내게 된 현아 씨였지만 조금의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곧바로 사내의 기둥을 다시 입 안에 머금고 애무해나간다. 볼록하게 솟은 양쪽의 뺨 위가 실룩이는 것으로 봐서 현아 씨의 혓바닥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좋아... 내 강아지... 아주 좋아..."
더없이 만족스러운 듯한 사내의 신음성이 연신 스위트룸 안에 울려퍼졌다. 현아 씨가 가해놓은 말초적인 자극이 너무 강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내가 오랫 동안 사정을 경험하지 못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차례의 절정을 맞이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척추를 부르르 떨어대며 사정기를 예고하던 사내는 곧 현아 씨의 도톰한 입술 사이로 누런 정액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크흡.... 으으으...."
음성은 오직 사내의 만족하는 쾌감의 신음성 뿐이었다. 현아 씨는 일절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심지어 사내의 누런 정액을 입 안으로 받으면서도 그녀는 한 마디도 없이 고분고분 사내의 움직임에 따랐다. 그녀의 복종성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지켜보고 있는데, 다음 순간 더욱 놀랄 광경이 이어졌다.
"미, 미친 거 아냐?"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사내의 다음 행위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정액이 고여있는 현아 씨의 입에, 사내는 쪼그라든 자신의 자지를 조준한다. 빨아서 세우라는 뜻인가 싶어 보고 있던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쪼글쪼글한 사내의 자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누런 물줄기.... 다른 것도 아닌 소변이었다.
현아 씨는 사내의 오줌을 입으로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커으으.... 역시 정액보단 오줌 싸지르는게 더 짜릿하단 말야.... 느낌도 좋고...."
현아 씨의 입에서 한 방울도 빗나가지 않도록 자신의 쪼그라든 양물을 두 손으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사내는 배설의 행위를 마치 성교라도 되는 듯이 만끽하며 즐기고 있었다. 현아 씨의 입 속에 냄새나는 자신의 배설물이 가득하게 고일 수록 남자도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듯, 얌전히 입을 벌리고 오줌을 받아내는 현아 씨를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주인이 된 느낌을 실감하는 모양이다.
나는 현아 씨가 입 속에 고인 오줌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럴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아 씨는 내 설마를 역시로 바꾸어 놓고 만다. 그녀는 입 밖으로 그것을 토해내지 않았다. 도저히 입 안에 머금고 버틸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에 나는 다시 한번 속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목젖이 위 아래로 넘실대는 것으로 봐서 그녀는 지금 그 소변을 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 친...."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멀쩡하고 평범한 성교여도 경악할 판에 그녀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 나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져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걸까...?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가.
"흐흐... 잘했어. 그래야 변기답지."
끝끝내 오줌을 받아삼킨 현아 씨에게 포상이라도 내리는 듯, 사내는 손도 아닌 발바닥으로 현아 씨의 맨 얼굴을 대견하다는 듯 쓰다듬는다. 더러운 발바닥으로 얼굴을 희롱당하며 현아 씨는 사내를 올려다본다.
도저히 냄새나는 중년 사내의 오줌을 받아마신 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그 입술은 여전히 요염하며,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사내를 올려다보는 그 눈빛에도 여전히 색기가 살아있다. 그녀는 도대체 뭘로 이루어진 인간인 걸까?
사내는 그녀를 "변기"라고 칭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도 그것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이 변기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정액과 배설물을 동시에 받아삼킨 그녀는 그야말로 지금 하나의 변기였다.
"좋아. 이제 현아 씨 차례야."
그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차례를 넘긴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궁금해 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행위는 내가 혼자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냥 두 눈을 뜨고 있기만 하면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던 현아 씨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개목줄이 채워진 노예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도 되나 싶을 만큼 그녀가 여태껏 보여주었던 행동들이 수동적이었기에 나는 순간 놀랐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그녀는 스스로 목줄을 풀어서 벗더니, 그것을 그대로 사내의 목에 채웠다. 방금 전까지의 자신의 노예 목에 걸려 있었던 투박한 개목걸이가 자신의 목에 채워지는데도 사내는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번엔 주객이 역전되어 사내가 노예의 형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까 전의 케이스에서 꺼낸 물건들 중, 현아 씨는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 물체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수갑이었다. 현아 씨는 사내의 손목을 등 뒤로 돌려, 손목에 가차없이 수갑을 채웠다.
목에는 목줄이 걸리고 양손이 결박당한 중년의 사내는 그 꼴 자체로 이미 하나의 노예였다. 그리고 현아 씨는 그런 노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퍼억!
"어억!"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양손이 결박된 채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등 뒤로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고통에 호소하는 그가 본능적으로 손으로 배를 가리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에 그는 그저 애벌레처럼 땅바닥에 엎어져 꿈틀거릴 뿐이었다.
대체 내가 뭘 본 걸까?
"일어나."
두 사람의 동물적인 행위가 시작 된 이후로 처음으로 현아 씨가 입을 연다.
그 목소리는 놀랄 만큼.... 잔인하고 냉정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내 표정을 그녀는 지금 속으로 예상하고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노예 내지는 개처럼 무릎을 꿇고 정액은 물론 배설물까지 고분고분 받아마시던 여자가 태도가 돌변하여 이제는 남자를 폭행하고 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는 방금 사내의 배를 있는 힘껏 걷어찬 것이다.
"허어억...."
복부를 얻어맞은 사내가 헛숨을 들이켰지만, 현아 씨는 가차없이 사내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다. 고통으로 찡그려진 사내의 얼굴이 들어올려지자마자, 그녀는 사내의 얼굴에 세차게 따귀를 날린다.
짜악! 짜악! 짜악!
흉내만 내는 어설픈 따귀질이 아니었다. 여인의 가녀린 팔로 치는 거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칠게 사내의 얼굴이 좌우로 돌아가며 피가 튄다. 입술이 찢어지고 입안이 터진 모양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 넋을 놓고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호호. 우리 사장님 얼굴이 아주 볼만해졌네."
"허억... 허억...."
사내의 얼굴은 불과 1분도 안 되어 처참해졌다. 입술은 터지고 입가에는 안쪽에서 터진 핏망울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꼴을 마치 감상하듯 내려다 보던 현아 씨가 냉소적인 비웃음을 던진다. 그리고 뒷말을 잇는다.
"출장이시라 하니까 특별히 얼굴은 더 손 안 댈게. 고맙지?"
"가, 감사합니다..."
이 상황을 더욱 놀랍게 해줄 수 있는게 있다면 바로 사내의 반응이었다. 방금 전까지 노예를 부리듯 현아 씨를 짐승만도 못하게 변기 취급했던 그 남자가, 이번엔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존대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걸까? 그들이 무슨 관계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순식간에 입장이나 겉모습을 넘어, 성격까지 180도로 바꾸어 버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내 눈에... 저것은 도저히 "놀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마치 비정상적인 광기를 참아왔다가 터트리는 듯, 그들의 갑작스런 변화는 너무나도 섬뜩했다.
"감사하긴. 대신 몸으로 더 많이 때워야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이번엔 손에 무언가 길쭉한 것을 쥐었다. 막대 끝에 돌돌 말려 있었던 무언가가 풀어헤쳐지면서, 나는 그것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힘든건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채찍이었다....
설마, 하는 순간 어김없이 그녀의 행위가 시작되었다. 크게 한번 그녀의 가녀린 팔이 휘둘러졌고, 철썩 하는 끔찍한 타격음이 울린 것은 그 다음이었다.
"꺼으윽!"
등줄기에 채찍 줄기를 얻어맞은 사내는 고통으로 온몸을 뒤틀며 바닥에 고꾸라진다. 하지만 현아 씨는 조금의 동정하는 기색도 없이 연신 채찍질을 가한다. 철썩, 철썩 거리는 소리가 한 차례씩 더 이어질 때마다 내 몸의 떨림도 더더욱 심해져갔다. 손에서는 땀이 흥건하게 났고, 등줄기는 오들오들 떨려온다.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노예처럼 순종적이었던 그녀가 한 순간에 악마로 돌변해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과 비웃음이 반씩 섞인 듯한 냉소적인 웃음이 걸려있다. 그 표정 또한 너무도 오싹하다. 그녀는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사내의 모습을 즐기듯이 채찍질을 가한다.
"아흐억! 어어억! 으아악!"
몸에 채찍 줄기가 닿을 때마다 사내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줄기가 떠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시뻘건 자국들이 남았다. 마치 스케치북에 빨간 선을 긋듯이 너무도 간단하게 몸에 상처가 난다. 그 상처를 내고 있는 현아 씨는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고, 한 중년의 몸뚱아리는 그렇게 점점 더 처참해져 갔다.
"으으으... 으으...."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사내의 몸은 그야말로 넝마가 되었다. 온 몸 곳곳에 붉은 줄기들이 새겨져 있는 사내의 모습은 흡사 중세시대에 주인으로부터 가혹한 체벌을 받은 볼품없는 노예의 몸뚱아리 같았다.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에 신음하는 사내였지만 그 와중에도 살려달라거나, 그만하라거나 하는 등의 애원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신기했다.
"좋아... 오늘은 나도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이 정도만 하고 바꿔줄게요. 다시 사장님 차례."
채찍질을 해대던 현아 씨도 숨이 차오르는지, 헉헉거리면서도 다음 말을 잇는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들이 말하는 "차례"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제는 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인 즉슨, 다시 주도권을 사내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 되기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방금 전까지 저렇게 개잡듯이 패던 남자에게 다시 주인의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면 사내가 과연 무슨 짓을 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사내가 현아 씨처럼 그녀의 몸뚱이에 채찍질이라도 가하게 된다면 과연 그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될까? 어쩌면 옷장에서 뛰쳐나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크윽...."
피투성이가 된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중년의 사내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현아 씨는 자신이 말한 대로 그에게서 수갑과 개목줄을 풀어주었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사내가 온 몸을 으득거리며 관절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더더욱 불안해졌다.
"바닥에 엎드려."
사내의 말투는 다시 아까처럼의 하대로 돌아왔다. 더불어 역시 그가 차고 있었던 개목걸이와 수갑은 이번에 현아 씨의 몸에 고스란히 채워졌다. 손과 목에 투박한 구속구를 달고 그녀는 여전히 알몸인 채로 바닥에 다시 개처럼 엎드린다. 주도권을 손에 쥔 사내의 눈빛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격렬한 무언가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을 넘어 두려움과 긴장이 섞인 의미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사내가 그녀를 폭행하기라도 한다면 나는 두고 보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이곳에 숨겨둔건 잠자코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란 뜻이 아닌가.
"크.. 크크... 어디보자... 우리 강아지..."
사내는 다시금 그녀를 강아지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흡사 정신병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인격의 변화가 너무도 빠르고 갑작스러웠다. 욕이라도 퍼부으며 현아 씨에게 주먹질을 가할 것 같았던 남자가 오히려 여유롭게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 마치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극도에 달했다.
사내는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그녀의 몸을 마구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번에 그가 집어든 물건은 겉보기로는 내가 용도조차 상상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기계부로 되어있는 하나의 막대 끝에 구슬이 방울방울 이어져 달려있는 줄기가 두 가닥으로 나 있는 물건이었다.
굳이 묘사하자면 마치 Y자를 그리듯이, 하나의 막대로부터 구슬 줄기들이 두 갈래로 뻗어져 나가는 형태의 물건.
저건 도대체 뭐에 쓰는 걸까?
"자아.. 엉덩이 좀 더 벌려봐. 우리 강아지. 그래그래... 착하지."
새하얀 현아 씨의 엉덩이를 짝짝 때리는 그의 손길이 있었지만, 그것은 구타라기보다는 애견의 몸을 어루만지는 손길과도 같았다. 부드럽게 그녀의 엉덩이를 즐기듯이 탁탁 때리며 사내는 현아 씨의 엉덩이를 좌우로 더욱 활짝 열어 젖힌다. 놀랍게도 그녀 역시 다시 노예의 자세로 돌아와 그의 요구에 순종적으로 더욱 자신의 치부를 넓게 열어보인다.
"흐흐... 오늘따라 더 탐스러운데... 세게 맞아서 그런지..."
사내가 눈빛을 빛내며 현아 씨의 벌어진 두 구멍을 감상한다. 나는 비록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사내의 시선이 그녀의 어디를 훑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내는 용도불명의 물건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벌어진 현아 씨의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처박는다. 그리고는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마음껏 게걸스럽게 핥아대기 시작했다.
"읍!"
현아 씨는 뾰족한 소리를 냈지만, 겨우 그 정도로 느끼지는 않는다는 듯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마치 짐승이 살코기를 뜯듯이 한참을 게걸스럽게 현아 씨의 성기를 빨고 핥아대던 사내는 침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그녀의 음부에서 떼었다.
"자.. 그럼 어디.."
사내는 기대감에 들뜬 야릇한 목소리로 다시 도구를 집어들었다. 아까부터 그 물체의 용도가 궁금했던 나는 더욱 시선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사내는 양갈래로 벌어진 구슬들의 줄기를 각각 쥐고는, 한 가닥은 현아 씨의 보지에, 그리고 한 가닥은 현아 씨의 항문에다 밀어넣기 시작했다.
마치 팔찌처럼 구슬이 줄기줄기 매달려있는 각각의 가닥이 두 구멍 속으로 밀려들어가자, 현아 씨가 새하얀 알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보였다. 구슬 하나하나가 두 구멍 속으로 각각 빨려들어갈 때마다 현아 씨는 등을 움찔거렸다. 그 반응이 마치 아까의 폭행에 대한 복수라도 되는 듯이, 사내는 더 없이 만족스러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더더욱 구슬들을 깊숙히 밀어넣는다.
그 구슬들이 몇개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인의 몸 속에 전부 넣을 수 없을 만큼 그 줄기들이 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구슬 하나라도 더 밀어 넣어 보겠다는 듯, 꾸준하게 그녀의 두 구멍 속으로 각각 힘주어 구슬을 쑤셔넣었다.
그 가느다란 몸에 그게 그렇게 많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구슬이 그녀의 두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몇 개를 빼고는 이미 구멍 속에 먹혀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하게 두 가닥이 그녀의 몸속에 틀어박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Y 자로 되어 있었던 물체의 양 갈래는 거의 대부분이 그녀의 음부와 엉덩이 사이로 빨려들어가, 이제는 손잡이 부분인 기계막대 하나만이 온전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제야 나는 그 물건의 용도를 알아채고는 침을 또 한번 꿀꺽 삼킬 뿐이었다.
"자... 크게 짖어보라구... 우리 강아지..."
사내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쥐고 있었던 기계막대의 스위치를 위로 한칸 딸깍 소리나게 올렸다. 정확히 무슨 구조인지는 몰라도 그게 전원을 올린 거라는 것 쯤은 당연히 알 수 있었다. 그 손동작이 있고나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처절한 현아 씨의 비명소리가 다시 스위트룸 안을 가득 메운다.
"아아아아아악!!!!!"
지잉지잉- 거리며 구슬들이 기계적인 진동을 받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각각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 구슬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슬 하나하나가 전류를 받으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며 꿈틀대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 많은 구슬들이 여인의 두 구멍 속에서 저마다 각각 다르게 돌아가며 꿈틀댄다면.... 나는 여성의 몸이 되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자극을 간접적으로 떠올리는 것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하으으으! 하아아앙!!! 아아아아아앙!!!!!!!"
도구의 역동적이고 격렬한 움직임을 몸 안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는 현아 씨가 처절하게 비명과 신음을 질렀다. 그 소리가 마치 아까의 굴욕을 모두 보상해 주기라도 하는 듯, 사내는 너무도 감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반응을 감상한다.
두 마리의 뱀처럼 그녀의 보지와 항문에 박힌 구슬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저게 도대체 무슨 느낌일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현아 씨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붉게 달아오른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아까의 그 악마 같았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아흐으윽! 으으으으흐윽!!! 흐아아아아악!!!!!"
새하얀 궁둥이를 들썩거리며 구슬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현아 씨. 하지만 사내는 그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사내는 손에 쥔 막대의 스위치를 한칸, 한칸 점점 더 올려갔다. 스위치의 강도가 높아질 수록 현아 씨의 비명소리도 점점 높아져 갔고, 스위치가 MAX에 달했다고 내가 생각했을 때 쯤 그녀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허흐으으으윽!!!! 어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구슬가닥이 움직임이 도저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해졌다. 그녀의 두 구멍에 꽂히고 남은 구슬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렇게 보일 정도인데, 그녀의 몸 속에서는 그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미친 듯이 비명소리를 내던 현아 씨의 몸이 경련하듯 뒤틀린다.
그렇게 또 몇 분이 지났다. 현아 씨는 쉴 새 없이 신음과 비명이 섞인 소리를 질렀고, 사내는 그것을 한 음절마다 감미롭게 감상하는 듯 했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듯이 몇 분이 지나가고 나서야 사내는 스위치를 다시 오프로 내렸다. 그러자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힘없이 무너지는 현아 씨.
"자... 흐흐. 뽑힐 때도 한번 느껴보라구."
사내는 손에 쥔 막대를 단단히 고쳐 쥐고는, 있는 힘껏 뒤로 홱 잡아당겼다. 그러자 쿠두둑, 하며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녀의 구멍 속에 꽂혀있었던 구슬들이 한움큼씩 한꺼번에 뽑혀져나왔다. 그러자 입을 쩍 벌리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두 눈을 부릅 뜨고는 경련하는 현아 씨.
"어.. 어으으.. 아으으으..."
그녀의 섹시하고 당당했던 이미지가 무색하리만치 극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입을 벙긋거리며 몸 속에서 구슬이 쑤욱 뽑혀나가는 그 상상도 안 갈 고통을 몸으로 받아내는 그녀.
그녀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알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여전히 막대를 가차없이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그가 한번 힘을 줄 때마다 구슬이 적어도 대여섯개씩은 그녀의 보지와 항문에서 뽑혀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현아 씨는 눈물과 침을 질질 흘려가며 고통으로 몸을 떨었다.
그 끔찍한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그녀의 두 구멍에서 찐득한 액체로 범벅이 된 구슬들이 모두 뽑혀나오자, 그녀는 너덜너덜해진 음부의 구멍에서 샛노란 물줄기를 분수처럼 뿜어냈다. 소변이었다....
"흐흐."
사내는 그걸 보고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오히려 현아 씨의 보지에 고개를 박는다. 마치 샘물이라도 받아 마시듯 이번엔 그녀의 소변을 거리낌 없이 입으로 받아내는 사내.... 나는 도저히 아무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자아... 다시 현아 씨 차례야."
맛 좋은 음료라도 받아 마신 듯이 입을 스윽 닦으며, 사내는 다시 얌전한 태도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금방이라도 죽어갈 듯이 몸에 힘이 없었던 현아 씨가 거짓말처럼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구슬 고문에 의한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믿기 힘들 만큼 반짝이고 있었다.
씨익 웃음을 짓는 그녀....
멀리서 그 웃음을 알아본 나는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옷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
그 날 얼마만큼의 시간을 옷장 속에서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현아 씨와 사내는 몇 번이고 서로의 "차례"를 바꾸었다. 그들은 비록 어떤 규칙에 의해 차례를 넘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언제 그것을 넘겨주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자신이 만족할 만큼 무언가 가학적인 행위를 가하고, 그 후에 마치 복수의 기회를 주듯이 다시 주종관계의 주도권을 넘겨준다. 그들의 행위는 그 굴레의 끊임없는 반복이었다. 그것은 절대 일반적인 성교의 장면이 아니었다. 가학적인 행위의 반복, 그리고 그 후에 되돌려지는 또다른 변태적인 행위. 단지 그 뿐이었다.
현실에서는 물론이고 야동에서도 나는 이런 식의 성교를 접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포르노가 그 어떤 부수적인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본질은 어디까지나 성교를 보여줌으로써 성적 흥분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 역할일테니.
아니, 사실 눈 앞의 "이것"은 성교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성기의 결합 같은 것을 배제하고 그저 변태적인 행위를 서로에게 돌려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도 못한 방법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침을 꿀떡꿀떡 삼키며 그것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두 사람의 차례 교환을 반복적으로 지켜보던 나는 하나의 법칙을 깨달았다. 중년의 사내가 현아 씨에게 가하는 행위는 주로 "성적 자극"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지는 반면, 현아 씨가 사내에게 가하는 행위는 그러한 자극이 아닌 단순한 육체적 "폭력"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끄으윽...!"
현아 씨는 단순한 폭행의 형태를 넘어서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내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보았던 그 날의 마지막 "차례"였다. 차례를 넘겨받은 현아 씨는 갑자기 온 몸에 기름 비슷한 찐득한 어떤 액체들을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마치 오일 마사지라도 받은 듯이 그녀의 알몸이 매끈한 기름기를 띄게 되자, 완벽에 가까운 그녀의 몸이 더욱 윤기나고 탐스럽게 빛을 발했다. 하지만 그 육체는 이미 수차례나 사내에게 희롱 당해 그녀의 꼴도 결코 정상은 아니었다. 눈빛을 빛내며 그녀는 알 수 없는 액체로 범벅이 된 그녀의 몸뚱이로 사내의 알몸에 갖다 부비기 시작했다.
마치 몸으로 몸을 마사지하듯이 그녀의 알몸이 사내의 전신에 부벼지자, 사내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몸에 바른 액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채찍질에 의해 군데군데 새겨진 사내의 상처들에 스며들어가면서 그로 하여금 엄청난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핏물이 고여있는 몸뚱이 곳곳의 상처에 액체들이 가서 닿자 사내는 연신 고개를 꺾으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속으로 진절머리를 치며 빨리 그 순간이 끝나기를 속으로 빌었다. 이미 호기심을 넘어서 나는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악....! 끄아아악....!"
상처에서 나는 통증으로 연신 괴로워하던 사내의 비명소리가 잦아들자, 현아 씨가 만족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지켜보던 나로서는 본능적으로 오늘의 행사가 여기서 끝이라는걸 깨달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사장님도 바쁘니까."
그 목소리의 변화는 뭐랄까.... 정말이지 들어본 입장이 아니라면 말로 설명해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만큼 오싹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문에 집중하던 그녀의 냉혹한 목소리가 다시 일상의 목소리로 한순간에 되돌아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 후후..."
고통에서 해방 된 중년의 사내는 그저 웃기만 했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 그는 힘없이 비틀거리며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옷장의 각도에서는 샤워실이 보이지 않았지만 의외로 사내는 금방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몸의 핏자국들을 모조리 지우고는 그는 그 상처투성이 몸 위에 양복을 하나씩 걸치지 시작했다.
분명 그 몸에 섬유가 그대로 닿으면 통증이 대단할 것이었다. 사내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쏟아지는걸 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꼴을 보면서도 현아 씨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마치 방금 전의 일을 아예 없었던 일로 여기기라도 하는 듯, 사내가 몸을 씻고 나오는 동안 그녀 역시 어느새 가운을 갖춰 입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세나. 이번엔 꽤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요. 하지만 약속했던 계약은 제때 차질 없이 진행해주셔야 해요."
그런 끔찍한 꼴을 당하고도 사내는 현아 씨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두 사람 사이에 "즐거웠다"느니 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사내는 들어왔을 때 만큼이나 서둘러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문 앞까지 그가 다다랐을 때, 사내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동안 혹시라도 내 아내에게...."
"걱정 말아요. 사장님이 지금처럼 충실하게만 해준다면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이 때는 처음으로 중년 사내의 얼굴에 침통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미련 없이 문을 열고 나갔고, 현아 씨는 그를 배웅하지 않고 문이 닫히는 모습을 끝까지 보고만 서 있었다. 문이 닫히고, 사내의 흔적이 방 안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그녀는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옷장 앞까지 다가오는 그 발걸음이 왜 그렇게 두려웠을까.
심장이 쿵쾅대는 순간에도 그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너무도 아찔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차없이, 옷장의 문을 열어젖힌다.
오랜 시간 동안 몸을 구기고 있느라 뻣뻣해진 나의 어색한 모습을 그녀가 내려다본다.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하마터면 눈을 피할 뻔 했지만,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참고 애써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 지었다.
"잘 봤어요?"
그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너무 나긋나긋했다.
*
다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쪽 의자에 앉은 나와 그녀.... 방 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조용했다. 마치 내가 옷장 안에 있었던 동안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이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그녀가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알몸에 가운 한 장만 걸치고 있다는 것이 아까와 유일하게 다른 점이었다. 그녀는 그 외의 흔적을 마치 청소하듯 순식간에 치워버렸다. 심지어 욕실에 들어갔다 나온 것만으로, 그녀는 그녀 몸에 남아 있었던 그 사내의 체취마저 모조리 지워버렸다.
사내의 소변까지 받아 마셨던 그녀의 입에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지금은 말끔하고 향기로운 향이 난다.
그런 것까지 평소에 준비해 다니는 걸까?
"성진 씨."
"네."
나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걸 인정하지 않기 위해 더욱 힘주어 대답을 했다. 그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 삶의 낙이 무엇인 줄 아나요?"
"........"
커피를 홀짝이며 그녀가 나긋하게 묻는다. 차마 무슨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나는 그저 그녀를 또렷하게 보고만 있었고, 그녀도 굳이 나에게서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스스로 대답을 해주었다.
"복수에요. 후후."
"복수... 라구요?"
도저히 상식적으로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엇에 의한 복수인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그 말이 그렇게 이질적으로 들릴 수가 없었다.
"복수라면.... 과거에 대한 복수 말인가요?"
"그래요. 정확하게 말하면 짐승들을 향한 복수겠지요."
"나,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아요. 현아 씨의 과거를 대충 듣긴 했지만... 이게 그 복수랑 무슨 연관이 있단 거죠?"
알몸에 가운 한 장만을 걸친 그녀가 내 앞에서 교태롭게 다리를 꼬고 커피잔을 홀짝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성욕이 치밀어 오르지는 않았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기분이 무엇인지 나조차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성진 씨. 몸영업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몸... 영업?"
"호호. 생각보다 순진하네요. 모든 설계사들이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보험이든, 제약이든, 자동차든... 영업이라면 종류를 막론하고 그러한 형태로 고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느 회사에든간에 꼭 몇 명씩은 있죠. 몸을 팔아서 고객을 만든다고 할까요? 방금 봤듯이 난 그렇게 깨끗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온 사람은 아니었어요."
"뭐, 뭐라구요....?"
"방금 보았던 강 사장이란 남자는 내 고객들 중에서도 VIP에 속하는 사람이죠. 1년동안 무려 수십건의 보험 계약을 내게 가져온 사람이니까요. 저 사람은 저래 보여도 OO그룹의 지사장 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랫사람들에게 나를 연결시켜 나로 하여금 수많은 계약을 하게끔 만들었죠."
OO그룹이라면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굴지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기업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 한데, 이어지는 그 뒷얘기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깨끗하게 영업하는 다른 설계사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편했죠. 몸이 조금 더러워지는걸 뺀다면 가만 있어도 높은 사람들이 내게 계약할 사람들을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들이 알아서 연결시켜주는 고객들과 계약을 하고 큰 돈을 벌기만 하면 되었죠. 그러다 가끔~ 방금 전에 봤던 강 사장처럼 힘 있는 사람과 연결되면 그 대가로.... 무슨 말인지 알겠죠? 호호."
"그, 그러니까.... 돈 많은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서 영업을 해왔다는 거에요? 대체 당신이 창녀랑 다를게 뭐에요?"
"창녀라구요? 호호. 그래요. 난 창녀일 수도 있겠죠. 아니, 어쩌면 창녀보다 더한 년일지도 몰라요. 창녀들은 몸을 파는걸 적어도 드러내고 일을 하지만, 난 멀쩡한 직업으로 나를 위장하고 몸을 파니까요."
그녀는 나의 모욕을 되려 인정해 버린다. 영업에 발을 담궈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그녀가 하고 있는 방식이 정상 궤도를 크게 이탈해 있다는 것 정도는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 이전에 그녀가 하고 있는 행동이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그녀가 과거에 겪은 일을 생각한다면....
"하지만 성진 씨, 그게 그렇게 단순히 얘기할 일이 아니랍니다."
"현아 씨가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몸을 팔고 있다는건 사실이잖아요."
"변명이라구요? 난 변명 같은거 조금도 할 생각 없어요. 다만 동기를 설명해 주려는 것 뿐이죠. 누구에게도 이야기 해 준 적 없는...."
"........"
속에서는 분노 비슷한 것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내가 가만히 그녀의 시선을 받아내며 침묵을 지키자, 그녀는 여전히 교태롭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보험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 엄마는 크게 반대했죠. 보험 설계사는 원래 엄마의 직업이었으니까요. 방금 전에 성진 씨가 말했던 소위 "창녀"식의 영업. 그건 우리 엄마로부터 배운 거였어요. 현주에게서 들었을진 모르지만 우리 엄마는 젊었을 적에 몸을 팔며 살았던 적이 있었죠. 접대부 일에서 손을 씻고 우리 엄마가 그 다음으로 했던 일이 보험 설계였어요. 하지만 엄마는 끝끝내 접대부로 살았던 시절에 자기가 했었던 영업 방식을 버리지 못했죠. 보험 영업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쓰기 시작했어요. 몸을 팔아서 고객을 만들고... 그걸 빌미로 또 다른 남자 고객을 만들고."
"........"
"엄마가 업소 생활을 했던 시절에 이태호 그 개새끼의 애비를 만났던게 엄마에겐 최고의 불행이었죠. 아니, 사실 엄마보다는 딸인 나에게 더욱 불행이었겠네요. 우리 엄마가 자기 애비의 성접대를 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놈은 항상 저를 창녀로 취급하고 싶어했죠."
현주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그 놈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자, 나는 또 한번 크게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워낙 여러가지 강렬한 감정들이 얽히고 섞이자 속이 메슥거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현아 씨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엄마는 보험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이태호의 아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대요. 하긴 엄마도 그 남자를 고객으로써 이용했으니 서로 이용한 셈이지만. 아무튼 결혼 후에도 아빠 모르게 그 인간을 만난 적도 있다고 하니 엄마의 영업 방식이 얼마나 추잡했는지 짐작할 수 있죠."
"......."
나는 현주의 졸업식에서 보았던 현주의 어머님을 떠올렸다. 그 정숙하게 생긴 중년 여인에게 그런 면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엄마가 그런 식의 영업을 그만두게 된 건 나와 현주에게 "그 일" 이 있고 나서 부터였어요. 엄마가 했던 추잡스런 영업의 댓가로, 그 굴레가 똑같이 이어져 나와 현주가 그 아들 새끼의 노리개로 굴러야 했다는 사실이 엄마에겐 그제서야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거겠지요. 아무튼 그 때의 충격으로 엄마는 보험 영업을 그만뒀지만, 재수가 없어서 바로 그 시기에 이태호 애비와 엄마간의 추잡한 관계를 우리 아버지가 알게 되고 말았죠. 우리 부모님은 그 때 거의 이혼까지 하실 뻔 했어요."
당연한 일이었다. 나라도 내 마누라가 아무리 영업이라고 한들, 밖에서 그런 만남을 갖고 돌아다녔다면 이혼을 생각했을 것 같았다.
"현주가 그런 피폐한 상태만 아니었더라도 정말로 이혼하셨을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현주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해서 우리 집은 극도로 어려워졌어요. 그 때 우리 집이 그나마 다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건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영업으로 벌어놓았던 돈 덕분이었죠. 물론 아버지가 그 사실에 감사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
"쓸 데 없는 옛날 얘기가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그렇게 무너졌던 가정 형편을 다시 끌어올린건 바로 나였어요. 나는 남들보다 빨리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내가 불과 3년동안 일을 해서 벌어들인 돈은 우리 아버지가 10년간 벌었던 돈보다 더 많았지요."
그 3년 동안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한 거냐고 묻고 싶진 않았다. 그녀의 입에서 진실이 나올 수록 왠지 더욱 끔찍한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나는 그제야 그녀를 졸업식에서 처음 봤을 때 그녀가 했던 몇몇 말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남자를 보았다는 말도 그렇고, 현주가 그녀에게 남자가 많이 붙어있다고 했던 것도....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말들이 의미를 깨닫고 되새겨보니 그렇게 소름이 돋을 수가 없었다.
"그 쯤 되니 우리 부모님도 내가 보험 영업을 하는걸 뭐라고 할 수가 없었죠. 누가 뭐래도 우리 집의 가정 형편을 책임지고 있는건 나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내심 나를 계속 걱정했죠. 엄마로부터 배웠던 그 안좋은 습관을 내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걸 엄마는 우려했어요. 하지만 그건 엄마를 따라하기 위한게 결코 아니었죠."
"아니었다구요?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래요, 성진 씨. 그건 내 복수의 첫걸음이었어요."
그녀는 빨갛게 물든 손톱으로 식은 커피의 잔 끝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 태도에는 수치심도 없고, 후회도 없고, 당당함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정말로 담담한 말투였다.
"나는 그 때 현주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던 그 짐승 같은 놈들을 모조리 소년원으로 보내버렸죠. 하지만 복수라는건 정말 허무한 거에요. 누군가가 복수의 맛은 달고도 쓰다고 했지만 난 그런 것조차 느끼지 못 했어요. 그저 허무하더군요. 그 놈들은 죄값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가벼운 댓가를 치르고는, 다시 그들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더군요. 난 그걸 견딜 수 없었어요."
"......."
"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죠. 내 동생은 평생을 지고 살아갈 상처를 얻었는데, 그에 비하면 놈들이 치르는 댓가는 너무 보잘 것 없더군요. 그걸 실감하는 순간 나는 뭔가 비틀어지기 시작했죠. 줄곧 생각했어요. 복수를 하고 싶다고.... 그 누구에게라도."
그녀의 복수심이 비뚤어졌다고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함부로 말하기에는 나는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이해하지 못 하니까. 하지만 그 복수심의 결과가 내가 방금 보았던 그런 꼴이라면.... 도대체 그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내가 처음에 보험 영업을 시작했던건... 엄마처럼 몸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어요.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왔던 것일 뿐. 오히려 나는 그 반대였죠. 나는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해오는 남자들이 필요했어요. 왜인 줄 알아요?"
"......."
"나는 다행히도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와 몸을 가지고 있었죠. 젊고 아름다운 여성 설계사... 이런 타이틀을 달고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자 고객들이 많이 꼬이더군요. 사창가를 찾는 남자들은 목적이 분명하지만, 그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항상 욕망에 불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숨기고 싶어했어요. 그 중에서는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더러 있더군요. 그래요, 방금 보았던 강 사장처럼."
나는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그런 작자들이 성욕을 해소하겠답시고 함부로 사창가 같은 곳을 기웃거릴 수는 없을 것이다. 지위가 높을 수록 그러한 스캔들이 떠오르는 순간 그들이 겪게 될 영향은 어마어마할 테니.
하지만 업무 상의 이유로 만나는 젊고 아름다운 설계사라면? 그들에게 있어서 그만큼 금단의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대상도 없었을 것이다. 마치 일탈과도 같은 즐겁고 황홀한 외도. 그들이 꿈꾸는 그러한 환상을 현아 씨는 너무도 손쉽게 이용한 것이다.
"후후... 돌이켜보면 내가 생각해도 내 복수심은 너무 비뚤어져 있었죠. 하지만 그런 복수가 나는 즐겁더군요. 내 몸을 탐하며 접근해오는 남자들을 오히려 내 손으로 희롱하고 나락에 빠뜨리는 그 기분... 성진 씨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 남자들을 망쳐놓을 때마다 과거에 현주를 상처 입혔던 그 짐승 같은 놈들의 얼굴이 나도 모르게 투영되어서 짜릿하더군요. 내 손으로 그들의 가정을 파괴하고, 그들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노예처럼 내 발 밑을 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그 기분이란...."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에 내가 보았던 그 음란한 행위의 향연은 그저 변태적인 행위의 교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것이 어떻게 복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건지.
"그들을.... 어떻게 망쳐놓았다는 거에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목소리로도 느껴질 만큼 내 목소리는 긴장하고 있었다. 현아 씨는 숨 죽여 작게 웃음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현아 씨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자, 그녀는 방 안 곳곳을 갑자기 더듬기 시작했다.
에어콘, 벽장, 테이블, 벽면, TV, 욕실, 심지어 천장까지 더듬기 시작하는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나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녀가 손을 더듬을 때마다 그녀의 손에 작은 기계 장치들이 하나씩 그 장소로부터 떨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눈치채지 못할, 너무도 미세하게 작은 기계 장치들이었다. 그녀가 모아서 가져온 그 똑같은 물건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던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것은 하나 같이 렌즈의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카메라에요."
넋을 놓고 있는 내게 그녀는 한 가지를 더 보여주었다. 그녀의 백에서 꺼낸 휴대용 PC였다. 케이스를 열자 PC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고, 그 화면을 들여다보던 나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노트북 화면에는 카메라의 렌즈들이 비추고 있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 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던 렌즈로부터 촬영되고 있는 장면들이 노트북 화면을 통해 미세하게 여러 조각으로 등분되어 영상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이제 알겠나요?"
생각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는 PC화면을 통해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 안을 비추고 있던 렌즈들의 화면은 사라지고, 대신 어떤 폴더에 담긴 영상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세 번째 경악이 나를 덮쳤다.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한 남녀의 성행위를 담고 있는 영상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고, 신음성을 내지르며 남자의 몸 밑에 깔려 헐떡이는 여자는... 바로 현아 씨였다.
영상에서 등장한 현아 씨는 아까 전에 변태적인 행위를 할 때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수동적으로 남자가 온갖 행위를 가하는 대로 이리저리 희롱 당하고, 또 유린 당했다. 영상 속의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이 강간을 당하고 있는 불쌍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폴더 안에는 그와 비슷한 제목으로 이름 붙여진 파일들이 족히 수십개는 되었다.
설마 저게 전부 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걸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이 방은... 그런 남자들이 다녀갔던 곳이죠. 나를 범하고 싶어했던 남자들이."
그녀는 나에게 불과 서너개 정도의 영상만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 내용이 한결같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탐했던 수도 없이 많은 남자들의 모습을 전부 영상으로 찍어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외도 행위를 이 방 곳곳에서 내가 촬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1부 20장
자존심 같은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거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지시대로 어두침침한 옷장 구석에 굴욕적으로 몸을 우겨넣고 마치 그 방에 없는 사람인 양 기척을 숨겨야 하는 내가 너무도 바보처럼 느껴졌지만 달리 내게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현아 씨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상처가 그녀에게 남긴 흔적은 대체 무엇인지. 그녀가 정말로 그걸 내게 보여주기로 했다면 나는 그걸 봐야만 했다. 우스꽝스럽게 몸을 구겨넣는 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내가 "무엇"을 보게 되느냐.... 였다.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두어차례 울렸다. 방문객은 벨을 누르거나 하지 않았다. 문을 여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내 청각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어둠 속에서 눈만 껌뻑이고 있자니 다른 감각들이 한층 더 날카로워지는 기분이다. 옷장 문에는 사선으로 공기 구멍처럼 틈새가 나 있었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바깥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현아 씨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옷장의 구멍은 스위트룸의 침대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무얼 보여주고 싶은지는 몰라도, 결코 범상한 장면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들끓었다.
"강 사장님~ 오셨어요?"
간드러진 현아 씨의 목소리도 그랬지만,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교태로운 자세 또한 가관이었다. 그 치마인지 팬티인지도 분간도 안가는 야하기 짝이 없는 옷을 입은 채로 말이다. 문득 그 천쪼가리 속에 팬티가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해졌다. 길이가 워낙 짧았기에 확인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맨 다리가 보이는 걸로 봐서 스타킹을 신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했기에 만약 그녀가 오늘도 노팬티 차림이라면 그녀는 지금 은밀한 부위를 훤하게 내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저 천쪼가리는 치마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얼굴은 몰라도 "사장님"이라면 분명 사내일 텐데, 대체 저런 차림으로 뭘 하겠다는 걸까...
"현아 씨, 오랜만이야."
"요즘 바쁘시다면서요?"
"그래. 이번 출장은 길어질 것 같아."
옷장에 몸을 숨긴 채로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듣는다. 하지만 굳이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니까. 만약 무언가의 내용을 듣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현아 씨는 나를 이렇게 옷장 안에 처박아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자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벗겨진 머리와 음색을 보건대 중년의 남성임이 확실했다. 게다가 부티가 흐르는 양복 차림을 봐서는 그 또한 사회적으로 상당한 재력을 갖춘 인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현아 씨도 몸에 두른 것을 보나, 가는 곳을 보나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 설계사들이 보험 영업으로 큰 돈을 벌기도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녀처럼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그만한 성공을 했다는 사실은 좀체 믿기 힘들었다. 아무튼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현아 씨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거야?"
"호호. 저 같은 영업인들이 유일하게 좋은 점이 이렇게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거죠. 게다가 강 사장님이야말로 제 VIP 고객이니까 어떻게 보면 이것도 업무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허허. 그것도 그렇군."
교태롭게 맨 다리를 꼬고 있는 현아 씨의 모습을 보고도 사내는 느긋한 태도를 유지한다. 내가 생각했던게 착각이었나?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겉옷을 벗어젖힌 사내는 곧장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오늘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아. 급하니까 얼른 시작할까?"
"호호, 그렇게 급하면 그냥 회사에나 계시지 그랬어요. 저도 사실 오늘 약속 있었는데."
"그럴 순 없지. 오늘 못 보면 한참 뒤에나 볼 텐데... "
아무리 내가 멍청해도 이 분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몸이 엉키어 침대 위로 쓰러지는 광경을 보며 나는 숨을 죽였다. 도대체 이런 장면을 내게 보여주어서 어쩌겠다는 걸까.
당장이라도 저 여자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거의 반쯤 벗고 있었던 현아 씨를 중년의 사내는 너무도 손쉽게 알몸으로 만들어 버린다.
모델이나 다름 없는 현아 씨의 완벽한 몸을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보고 싶어했을까? 문득 캠퍼스에서 그녀의 몸매에 열광하던 수많은 남학생들이 시선이 떠올랐다.
그걸 생각한다면 현아 씨의 알몸을 보게 된 과정은 내게 있어 너무도 허무하리만치 간단했다. 나는 그저 이 어두침침한 옷장에 몸을 구겨넣은 대가로 이렇게 간단하게 그녀의 나신을 보게 된 것이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이 애매하게 좁은 옷장 안을 가득히 메우는 듯 크게 들렸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생각인지, 이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숨은 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어떤 남자라도 현아 씨 같은 여자가 눈 앞에서 알몸이 되어가는데 야릇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순 없다.
좌우지간 어느 상황에서든 호기심은 역시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나는 우선 다른 생각들을 제쳐두고서, 눈 앞의 광경이 진행되는 모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은 누가 먼저...?"
"하아... 사장님 먼저요. 난 그게 더 재밌으니까. 호호."
그들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해보기도 전에 중년의 남성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가지고 왔던 케이스를 열어 잡다한 물건들을 줄줄이 꺼내놓았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보려고 눈에 신경을 집중했지만 아무래도 옷장문의 틈새가 넓지는 않아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 물건들이 대체로 내가 봐도 무슨 용도인지 모를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물건 하나는 있었다. 바로... 개목걸이였다.
"뭐야... 설마..."
비록 그 정도로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믿기 힘든 상상이 머릿 속을 스쳤고, 그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자... 그럼 어디..."
현아 씨의 뽀얗고 가느다란 목에 투박한 개목줄이 채워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그녀가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두 팔과 다리를 바닥에 얌전히 붙인재 웅크린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한 마리의 강아지였다. 목줄을 손에 쥔 중년의 사내는 마치 현아 씨의 주인이라도 된듯이 그 투박한 줄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위로 홰까닥 꺾이는 현아 씨의 머리. 그러면서 사내는 현아 씨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불룩하게 솟은 사타구니를 들이민다. 개가 주인에게 복종하듯 서슴없이 두 손으로 사내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양물을 조심스럽게 감싸쥐는 그녀... 태도 또한 마치 주인님의 그것을 받드는 것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남성의 성욕을 자극한다.
어쩔 수 없이 현아 씨의 매끈한 나신의 굴곡에 눈길이 가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기 힘들었다. 육체의 능선이 완벽한 대문자 S를 그리고 있을 만큼, 나올 데는 단단히 나오면서도 들어갈 곳은 잘록하게 들어간 절정의 몸매였다. 사내를 미치게 하는 여체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녀의 나신은 환상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개줄에 묶여 노예처럼 중년의 사내에게 봉사를 시작한다.
"으음...."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중년의 사내가 기분 좋은 듯 눈을 지긋이 감고 신음을 흘린다. 내가 그 남자가 되어보지 않아서 도통 무슨 느낌일진 모르지만 이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현아 씨의 입과 혀를 보건대 그녀의 펠라치오가 절대 보통 수준이 아니란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씻지도 않아서 냄새가 많이 날텐데... 잘도 빠는군. 우리 귀여운 강아지...."
사내는 현아 씨를 "강아지"라고 불렀다. 내가 보기에도 그것은 결코 어색한 호칭이 아니었다. 지금 현아 씨의 모습은 정말로 영락없는 애완견 그 자체였기에.... 꼬리 대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는게 다를 뿐, 그 몸짓 하나하나가 복종의 의미를 표하고 있다.
마치 눈으로 보고 즐기라는 듯, 얌전히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자지를 빠는 것도 모자라 뒤로는 새하얀 엉덩이를 유혹적으로 살랑거리며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니 옷장 안에 숨어있는 나조차도 자지가 벌떡 일어설 지경이었다. 혹시 내가 보고 있다는걸 알고서 더욱 요염하게 저러는 걸까...? 하지만 중년의 사내 또한 그런 현아 씨의 태도에 익숙한 모양이다.
"좋아. 여기도 한번 해 봐."
충실한 애무를 즐기던 사내가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섰다. 어깨너비보다 훨씬 더 넓게 다리를 벌리고 사내가 서자, 다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양물을 포함한 사타구니 전체가 적나라하게 활짝 열렸다. 현아 씨는 전혀 주저없이 그 벌어진 남성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덜렁거리는 사내의 성기는 그렇게 커다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께가 굵직한 것이, 단단함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처럼 보였다. 비록 사내와 나의 물건을 비교할 마음은 없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자지에도 현아 씨가 애무를 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이미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애무는 계속된다. 넓게 벌리고 선 남자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묻은 현아 씨가, 부드럽게 혀를 내밀어 마치 아이스크림의 표면을 핥듯이 남자의 자지 뿌리와 불알 양쪽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 혀의 움직임 또한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역동적이다. 그녀가 자기 입으로 창녀가 아니라고 말했던게 믿어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저 정도면 업소의 여자들 만큼 능숙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허으...."
양쪽 불알을 할짝이며 혀로 핥아주던 현아 씨가 입에 고환 한 쪽을 낼름 머금자 사내가 등을 부르르 떨었다. 성기의 털은 물론이고 항문까지 적나라하게 보일 만큼 다리를 벌린 사내가 쾌감으로 몸을 떨고 있으니 그 모습이 상당히 추잡해 보이면서도 더없이 원색적으로 느껴져 보고 있는 나까지도 더더욱 흥분이 된다.
그러다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자지와 고환 애무에 치중하던 현아 씨가 혀의 움직임을 바꾸어 자지에서부터 더욱 깊숙한 곳으로 혀를 밀어넣은 것이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로 가랑이 사이에 더욱 깊숙히 고개를 전진시킨다. 나는 그녀의 혀 끝에 무엇이 닿는지를 짐작하고는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겨우 입을 막아 삼켰다.
그녀는 사내의 항문까지 애무하고 있었다.
"으헉... 허흐...."
신경세포가 더욱 세밀하게 밀집되어 있는 성감대는 성기가 아닌 항문이라고 했다. 하물며 그런 끈적한 혀놀림으로 항문을 자극하는데 남성 입장에서 버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사내는 거칠게 달아오른 숨을 내뱉으며 쾌감으로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현아 씨는 정말 노예라도 되는 듯이 사내의 항문에 대고 뱀처럼 혀를 낼름거린다.
씻지도 않았다는 남자의 항문을 저렇게 서슴없이 요염하게 애무할 수 있는 여자가 과연 많을까? 현아 씨가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자기 동생은 섹스의 "ㅅ"자도 못 꺼낼 만큼 섹스에 대한 기피증이 있는데 언니는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물며 그녀가 겪은 과거를 생각하면 이건 정말로 어불성설이다.
현아 씨에게 이게 뭐하는 거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심하게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한번 옷장에 처박힌 이상 저 둘의 행위를 끝까지 봐야만 한다는 생각을 나 스스로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숨을 죽인채 두 사람의 동물 같은 행위를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흐으으... 죽이는 구만..."
사내는 감탄 섞인 신음을 흘리며 더욱 엉덩이를 크게 벌렸다. 현아 씨의 혀가 더욱 깊숙히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중년의 사내의 항문을 정성스레 애무하는 20대의 절정 미인이라니... 게다가 이런 원색적이고 동물적인 애무를 야동에서가 아닌 현실로 관람하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을 일이었다. 그 모습은 역시나 지극히 추잡했지만, 또한 눈을 떼기 힘들만큼 자극적이었다.
"후우..."
뜨거운 숨을 한번 크게 뱉어낸 사내는 현아 씨의 얼굴을 두 손으로 콱 움켜쥐고는, 입에다가 억지로 좆을 쑤셔박아 버린다. 더이상 못 참겠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삽시간에 뭉툭한 좆을 입 안으로 받아내게 된 현아 씨였지만 조금의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곧바로 사내의 기둥을 다시 입 안에 머금고 애무해나간다. 볼록하게 솟은 양쪽의 뺨 위가 실룩이는 것으로 봐서 현아 씨의 혓바닥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좋아... 내 강아지... 아주 좋아..."
더없이 만족스러운 듯한 사내의 신음성이 연신 스위트룸 안에 울려퍼졌다. 현아 씨가 가해놓은 말초적인 자극이 너무 강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내가 오랫 동안 사정을 경험하지 못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차례의 절정을 맞이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척추를 부르르 떨어대며 사정기를 예고하던 사내는 곧 현아 씨의 도톰한 입술 사이로 누런 정액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크흡.... 으으으...."
음성은 오직 사내의 만족하는 쾌감의 신음성 뿐이었다. 현아 씨는 일절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심지어 사내의 누런 정액을 입 안으로 받으면서도 그녀는 한 마디도 없이 고분고분 사내의 움직임에 따랐다. 그녀의 복종성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지켜보고 있는데, 다음 순간 더욱 놀랄 광경이 이어졌다.
"미, 미친 거 아냐?"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사내의 다음 행위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정액이 고여있는 현아 씨의 입에, 사내는 쪼그라든 자신의 자지를 조준한다. 빨아서 세우라는 뜻인가 싶어 보고 있던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쪼글쪼글한 사내의 자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누런 물줄기.... 다른 것도 아닌 소변이었다.
현아 씨는 사내의 오줌을 입으로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커으으.... 역시 정액보단 오줌 싸지르는게 더 짜릿하단 말야.... 느낌도 좋고...."
현아 씨의 입에서 한 방울도 빗나가지 않도록 자신의 쪼그라든 양물을 두 손으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사내는 배설의 행위를 마치 성교라도 되는 듯이 만끽하며 즐기고 있었다. 현아 씨의 입 속에 냄새나는 자신의 배설물이 가득하게 고일 수록 남자도 흥분으로 달아오르는 듯, 얌전히 입을 벌리고 오줌을 받아내는 현아 씨를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주인이 된 느낌을 실감하는 모양이다.
나는 현아 씨가 입 속에 고인 오줌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럴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아 씨는 내 설마를 역시로 바꾸어 놓고 만다. 그녀는 입 밖으로 그것을 토해내지 않았다. 도저히 입 안에 머금고 버틸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에 나는 다시 한번 속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목젖이 위 아래로 넘실대는 것으로 봐서 그녀는 지금 그 소변을 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미... 친...."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멀쩡하고 평범한 성교여도 경악할 판에 그녀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자 나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져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 걸까...?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가.
"흐흐... 잘했어. 그래야 변기답지."
끝끝내 오줌을 받아삼킨 현아 씨에게 포상이라도 내리는 듯, 사내는 손도 아닌 발바닥으로 현아 씨의 맨 얼굴을 대견하다는 듯 쓰다듬는다. 더러운 발바닥으로 얼굴을 희롱당하며 현아 씨는 사내를 올려다본다.
도저히 냄새나는 중년 사내의 오줌을 받아마신 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그 입술은 여전히 요염하며,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사내를 올려다보는 그 눈빛에도 여전히 색기가 살아있다. 그녀는 도대체 뭘로 이루어진 인간인 걸까?
사내는 그녀를 "변기"라고 칭했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도 그것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이 변기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정액과 배설물을 동시에 받아삼킨 그녀는 그야말로 지금 하나의 변기였다.
"좋아. 이제 현아 씨 차례야."
그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차례를 넘긴다는게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궁금해 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행위는 내가 혼자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이루어지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냥 두 눈을 뜨고 있기만 하면 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얌전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던 현아 씨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개목줄이 채워진 노예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도 되나 싶을 만큼 그녀가 여태껏 보여주었던 행동들이 수동적이었기에 나는 순간 놀랐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그녀는 스스로 목줄을 풀어서 벗더니, 그것을 그대로 사내의 목에 채웠다. 방금 전까지의 자신의 노예 목에 걸려 있었던 투박한 개목걸이가 자신의 목에 채워지는데도 사내는 순순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번엔 주객이 역전되어 사내가 노예의 형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까 전의 케이스에서 꺼낸 물건들 중, 현아 씨는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 물체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것은 수갑이었다. 현아 씨는 사내의 손목을 등 뒤로 돌려, 손목에 가차없이 수갑을 채웠다.
목에는 목줄이 걸리고 양손이 결박당한 중년의 사내는 그 꼴 자체로 이미 하나의 노예였다. 그리고 현아 씨는 그런 노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퍼억!
"어억!"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양손이 결박된 채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등 뒤로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지만 고통에 호소하는 그가 본능적으로 손으로 배를 가리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기에 그는 그저 애벌레처럼 땅바닥에 엎어져 꿈틀거릴 뿐이었다.
대체 내가 뭘 본 걸까?
"일어나."
두 사람의 동물적인 행위가 시작 된 이후로 처음으로 현아 씨가 입을 연다.
그 목소리는 놀랄 만큼.... 잔인하고 냉정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내 표정을 그녀는 지금 속으로 예상하고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노예 내지는 개처럼 무릎을 꿇고 정액은 물론 배설물까지 고분고분 받아마시던 여자가 태도가 돌변하여 이제는 남자를 폭행하고 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녀는 방금 사내의 배를 있는 힘껏 걷어찬 것이다.
"허어억...."
복부를 얻어맞은 사내가 헛숨을 들이켰지만, 현아 씨는 가차없이 사내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다. 고통으로 찡그려진 사내의 얼굴이 들어올려지자마자, 그녀는 사내의 얼굴에 세차게 따귀를 날린다.
짜악! 짜악! 짜악!
흉내만 내는 어설픈 따귀질이 아니었다. 여인의 가녀린 팔로 치는 거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칠게 사내의 얼굴이 좌우로 돌아가며 피가 튄다. 입술이 찢어지고 입안이 터진 모양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 넋을 놓고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호호. 우리 사장님 얼굴이 아주 볼만해졌네."
"허억... 허억...."
사내의 얼굴은 불과 1분도 안 되어 처참해졌다. 입술은 터지고 입가에는 안쪽에서 터진 핏망울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꼴을 마치 감상하듯 내려다 보던 현아 씨가 냉소적인 비웃음을 던진다. 그리고 뒷말을 잇는다.
"출장이시라 하니까 특별히 얼굴은 더 손 안 댈게. 고맙지?"
"가, 감사합니다..."
이 상황을 더욱 놀랍게 해줄 수 있는게 있다면 바로 사내의 반응이었다. 방금 전까지 노예를 부리듯 현아 씨를 짐승만도 못하게 변기 취급했던 그 남자가, 이번엔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존대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걸까? 그들이 무슨 관계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순식간에 입장이나 겉모습을 넘어, 성격까지 180도로 바꾸어 버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순간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내 눈에... 저것은 도저히 "놀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마치 비정상적인 광기를 참아왔다가 터트리는 듯, 그들의 갑작스런 변화는 너무나도 섬뜩했다.
"감사하긴. 대신 몸으로 더 많이 때워야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이번엔 손에 무언가 길쭉한 것을 쥐었다. 막대 끝에 돌돌 말려 있었던 무언가가 풀어헤쳐지면서, 나는 그것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힘든건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바로 채찍이었다....
설마, 하는 순간 어김없이 그녀의 행위가 시작되었다. 크게 한번 그녀의 가녀린 팔이 휘둘러졌고, 철썩 하는 끔찍한 타격음이 울린 것은 그 다음이었다.
"꺼으윽!"
등줄기에 채찍 줄기를 얻어맞은 사내는 고통으로 온몸을 뒤틀며 바닥에 고꾸라진다. 하지만 현아 씨는 조금의 동정하는 기색도 없이 연신 채찍질을 가한다. 철썩, 철썩 거리는 소리가 한 차례씩 더 이어질 때마다 내 몸의 떨림도 더더욱 심해져갔다. 손에서는 땀이 흥건하게 났고, 등줄기는 오들오들 떨려온다.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노예처럼 순종적이었던 그녀가 한 순간에 악마로 돌변해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만족과 비웃음이 반씩 섞인 듯한 냉소적인 웃음이 걸려있다. 그 표정 또한 너무도 오싹하다. 그녀는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사내의 모습을 즐기듯이 채찍질을 가한다.
"아흐억! 어어억! 으아악!"
몸에 채찍 줄기가 닿을 때마다 사내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줄기가 떠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시뻘건 자국들이 남았다. 마치 스케치북에 빨간 선을 긋듯이 너무도 간단하게 몸에 상처가 난다. 그 상처를 내고 있는 현아 씨는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고, 한 중년의 몸뚱아리는 그렇게 점점 더 처참해져 갔다.
"으으으... 으으...."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사내의 몸은 그야말로 넝마가 되었다. 온 몸 곳곳에 붉은 줄기들이 새겨져 있는 사내의 모습은 흡사 중세시대에 주인으로부터 가혹한 체벌을 받은 볼품없는 노예의 몸뚱아리 같았다. 온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에 신음하는 사내였지만 그 와중에도 살려달라거나, 그만하라거나 하는 등의 애원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신기했다.
"좋아... 오늘은 나도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이 정도만 하고 바꿔줄게요. 다시 사장님 차례."
채찍질을 해대던 현아 씨도 숨이 차오르는지, 헉헉거리면서도 다음 말을 잇는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들이 말하는 "차례"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제는 알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인 즉슨, 다시 주도권을 사내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 되기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방금 전까지 저렇게 개잡듯이 패던 남자에게 다시 주인의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면 사내가 과연 무슨 짓을 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사내가 현아 씨처럼 그녀의 몸뚱이에 채찍질이라도 가하게 된다면 과연 그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될까? 어쩌면 옷장에서 뛰쳐나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크윽...."
피투성이가 된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중년의 사내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현아 씨는 자신이 말한 대로 그에게서 수갑과 개목줄을 풀어주었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사내가 온 몸을 으득거리며 관절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더더욱 불안해졌다.
"바닥에 엎드려."
사내의 말투는 다시 아까처럼의 하대로 돌아왔다. 더불어 역시 그가 차고 있었던 개목걸이와 수갑은 이번에 현아 씨의 몸에 고스란히 채워졌다. 손과 목에 투박한 구속구를 달고 그녀는 여전히 알몸인 채로 바닥에 다시 개처럼 엎드린다. 주도권을 손에 쥔 사내의 눈빛은 뭐라 표현하기 힘든 격렬한 무언가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을 넘어 두려움과 긴장이 섞인 의미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사내가 그녀를 폭행하기라도 한다면 나는 두고 보기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이곳에 숨겨둔건 잠자코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란 뜻이 아닌가.
"크.. 크크... 어디보자... 우리 강아지..."
사내는 다시금 그녀를 강아지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흡사 정신병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인격의 변화가 너무도 빠르고 갑작스러웠다. 욕이라도 퍼부으며 현아 씨에게 주먹질을 가할 것 같았던 남자가 오히려 여유롭게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 마치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이 극도에 달했다.
사내는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그녀의 몸을 마구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번에 그가 집어든 물건은 겉보기로는 내가 용도조차 상상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기계부로 되어있는 하나의 막대 끝에 구슬이 방울방울 이어져 달려있는 줄기가 두 가닥으로 나 있는 물건이었다.
굳이 묘사하자면 마치 Y자를 그리듯이, 하나의 막대로부터 구슬 줄기들이 두 갈래로 뻗어져 나가는 형태의 물건.
저건 도대체 뭐에 쓰는 걸까?
"자아.. 엉덩이 좀 더 벌려봐. 우리 강아지. 그래그래... 착하지."
새하얀 현아 씨의 엉덩이를 짝짝 때리는 그의 손길이 있었지만, 그것은 구타라기보다는 애견의 몸을 어루만지는 손길과도 같았다. 부드럽게 그녀의 엉덩이를 즐기듯이 탁탁 때리며 사내는 현아 씨의 엉덩이를 좌우로 더욱 활짝 열어 젖힌다. 놀랍게도 그녀 역시 다시 노예의 자세로 돌아와 그의 요구에 순종적으로 더욱 자신의 치부를 넓게 열어보인다.
"흐흐... 오늘따라 더 탐스러운데... 세게 맞아서 그런지..."
사내가 눈빛을 빛내며 현아 씨의 벌어진 두 구멍을 감상한다. 나는 비록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사내의 시선이 그녀의 어디를 훑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사내는 용도불명의 물건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벌어진 현아 씨의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처박는다. 그리고는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마음껏 게걸스럽게 핥아대기 시작했다.
"읍!"
현아 씨는 뾰족한 소리를 냈지만, 겨우 그 정도로 느끼지는 않는다는 듯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마치 짐승이 살코기를 뜯듯이 한참을 게걸스럽게 현아 씨의 성기를 빨고 핥아대던 사내는 침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을 그녀의 음부에서 떼었다.
"자.. 그럼 어디.."
사내는 기대감에 들뜬 야릇한 목소리로 다시 도구를 집어들었다. 아까부터 그 물체의 용도가 궁금했던 나는 더욱 시선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사내는 양갈래로 벌어진 구슬들의 줄기를 각각 쥐고는, 한 가닥은 현아 씨의 보지에, 그리고 한 가닥은 현아 씨의 항문에다 밀어넣기 시작했다.
마치 팔찌처럼 구슬이 줄기줄기 매달려있는 각각의 가닥이 두 구멍 속으로 밀려들어가자, 현아 씨가 새하얀 알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보였다. 구슬 하나하나가 두 구멍 속으로 각각 빨려들어갈 때마다 현아 씨는 등을 움찔거렸다. 그 반응이 마치 아까의 폭행에 대한 복수라도 되는 듯이, 사내는 더 없이 만족스러운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더더욱 구슬들을 깊숙히 밀어넣는다.
그 구슬들이 몇개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인의 몸 속에 전부 넣을 수 없을 만큼 그 줄기들이 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구슬 하나라도 더 밀어 넣어 보겠다는 듯, 꾸준하게 그녀의 두 구멍 속으로 각각 힘주어 구슬을 쑤셔넣었다.
그 가느다란 몸에 그게 그렇게 많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구슬이 그녀의 두 구멍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몇 개를 빼고는 이미 구멍 속에 먹혀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하게 두 가닥이 그녀의 몸속에 틀어박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Y 자로 되어 있었던 물체의 양 갈래는 거의 대부분이 그녀의 음부와 엉덩이 사이로 빨려들어가, 이제는 손잡이 부분인 기계막대 하나만이 온전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제야 나는 그 물건의 용도를 알아채고는 침을 또 한번 꿀꺽 삼킬 뿐이었다.
"자... 크게 짖어보라구... 우리 강아지..."
사내는 여유로운 손짓으로 쥐고 있었던 기계막대의 스위치를 위로 한칸 딸깍 소리나게 올렸다. 정확히 무슨 구조인지는 몰라도 그게 전원을 올린 거라는 것 쯤은 당연히 알 수 있었다. 그 손동작이 있고나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처절한 현아 씨의 비명소리가 다시 스위트룸 안을 가득 메운다.
"아아아아아악!!!!!"
지잉지잉- 거리며 구슬들이 기계적인 진동을 받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각각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 구슬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슬 하나하나가 전류를 받으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며 꿈틀대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 많은 구슬들이 여인의 두 구멍 속에서 저마다 각각 다르게 돌아가며 꿈틀댄다면.... 나는 여성의 몸이 되어본 적이 없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자극을 간접적으로 떠올리는 것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지경이었다.
"하으으으! 하아아앙!!! 아아아아아앙!!!!!!!"
도구의 역동적이고 격렬한 움직임을 몸 안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는 현아 씨가 처절하게 비명과 신음을 질렀다. 그 소리가 마치 아까의 굴욕을 모두 보상해 주기라도 하는 듯, 사내는 너무도 감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반응을 감상한다.
두 마리의 뱀처럼 그녀의 보지와 항문에 박힌 구슬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저게 도대체 무슨 느낌일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현아 씨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붉게 달아오른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아까의 그 악마 같았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아흐으윽! 으으으으흐윽!!! 흐아아아아악!!!!!"
새하얀 궁둥이를 들썩거리며 구슬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현아 씨. 하지만 사내는 그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사내는 손에 쥔 막대의 스위치를 한칸, 한칸 점점 더 올려갔다. 스위치의 강도가 높아질 수록 현아 씨의 비명소리도 점점 높아져 갔고, 스위치가 MAX에 달했다고 내가 생각했을 때 쯤 그녀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허흐으으으윽!!!! 어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두 구슬가닥이 움직임이 도저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해졌다. 그녀의 두 구멍에 꽂히고 남은 구슬들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렇게 보일 정도인데, 그녀의 몸 속에서는 그것들이 도대체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미친 듯이 비명소리를 내던 현아 씨의 몸이 경련하듯 뒤틀린다.
그렇게 또 몇 분이 지났다. 현아 씨는 쉴 새 없이 신음과 비명이 섞인 소리를 질렀고, 사내는 그것을 한 음절마다 감미롭게 감상하는 듯 했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듯이 몇 분이 지나가고 나서야 사내는 스위치를 다시 오프로 내렸다. 그러자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힘없이 무너지는 현아 씨.
"자... 흐흐. 뽑힐 때도 한번 느껴보라구."
사내는 손에 쥔 막대를 단단히 고쳐 쥐고는, 있는 힘껏 뒤로 홱 잡아당겼다. 그러자 쿠두둑, 하며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녀의 구멍 속에 꽂혀있었던 구슬들이 한움큼씩 한꺼번에 뽑혀져나왔다. 그러자 입을 쩍 벌리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두 눈을 부릅 뜨고는 경련하는 현아 씨.
"어.. 어으으.. 아으으으..."
그녀의 섹시하고 당당했던 이미지가 무색하리만치 극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입을 벙긋거리며 몸 속에서 구슬이 쑤욱 뽑혀나가는 그 상상도 안 갈 고통을 몸으로 받아내는 그녀.
그녀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알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여전히 막대를 가차없이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그가 한번 힘을 줄 때마다 구슬이 적어도 대여섯개씩은 그녀의 보지와 항문에서 뽑혀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현아 씨는 눈물과 침을 질질 흘려가며 고통으로 몸을 떨었다.
그 끔찍한 시간이 지나가고, 마침내 그녀의 두 구멍에서 찐득한 액체로 범벅이 된 구슬들이 모두 뽑혀나오자, 그녀는 너덜너덜해진 음부의 구멍에서 샛노란 물줄기를 분수처럼 뿜어냈다. 소변이었다....
"흐흐."
사내는 그걸 보고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고 오히려 현아 씨의 보지에 고개를 박는다. 마치 샘물이라도 받아 마시듯 이번엔 그녀의 소변을 거리낌 없이 입으로 받아내는 사내.... 나는 도저히 아무 반응도 할 수가 없었다.
"자아... 다시 현아 씨 차례야."
맛 좋은 음료라도 받아 마신 듯이 입을 스윽 닦으며, 사내는 다시 얌전한 태도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금방이라도 죽어갈 듯이 몸에 힘이 없었던 현아 씨가 거짓말처럼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구슬 고문에 의한 여운이 남아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믿기 힘들 만큼 반짝이고 있었다.
씨익 웃음을 짓는 그녀....
멀리서 그 웃음을 알아본 나는 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옷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
그 날 얼마만큼의 시간을 옷장 속에서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현아 씨와 사내는 몇 번이고 서로의 "차례"를 바꾸었다. 그들은 비록 어떤 규칙에 의해 차례를 넘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언제 그것을 넘겨주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자신이 만족할 만큼 무언가 가학적인 행위를 가하고, 그 후에 마치 복수의 기회를 주듯이 다시 주종관계의 주도권을 넘겨준다. 그들의 행위는 그 굴레의 끊임없는 반복이었다. 그것은 절대 일반적인 성교의 장면이 아니었다. 가학적인 행위의 반복, 그리고 그 후에 되돌려지는 또다른 변태적인 행위. 단지 그 뿐이었다.
현실에서는 물론이고 야동에서도 나는 이런 식의 성교를 접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포르노가 그 어떤 부수적인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본질은 어디까지나 성교를 보여줌으로써 성적 흥분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 역할일테니.
아니, 사실 눈 앞의 "이것"은 성교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성기의 결합 같은 것을 배제하고 그저 변태적인 행위를 서로에게 돌려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도 못한 방법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침을 꿀떡꿀떡 삼키며 그것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두 사람의 차례 교환을 반복적으로 지켜보던 나는 하나의 법칙을 깨달았다. 중년의 사내가 현아 씨에게 가하는 행위는 주로 "성적 자극"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지는 반면, 현아 씨가 사내에게 가하는 행위는 그러한 자극이 아닌 단순한 육체적 "폭력"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끄으윽...!"
현아 씨는 단순한 폭행의 형태를 넘어서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내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보았던 그 날의 마지막 "차례"였다. 차례를 넘겨받은 현아 씨는 갑자기 온 몸에 기름 비슷한 찐득한 어떤 액체들을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마치 오일 마사지라도 받은 듯이 그녀의 알몸이 매끈한 기름기를 띄게 되자, 완벽에 가까운 그녀의 몸이 더욱 윤기나고 탐스럽게 빛을 발했다. 하지만 그 육체는 이미 수차례나 사내에게 희롱 당해 그녀의 꼴도 결코 정상은 아니었다. 눈빛을 빛내며 그녀는 알 수 없는 액체로 범벅이 된 그녀의 몸뚱이로 사내의 알몸에 갖다 부비기 시작했다.
마치 몸으로 몸을 마사지하듯이 그녀의 알몸이 사내의 전신에 부벼지자, 사내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몸에 바른 액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채찍질에 의해 군데군데 새겨진 사내의 상처들에 스며들어가면서 그로 하여금 엄청난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핏물이 고여있는 몸뚱이 곳곳의 상처에 액체들이 가서 닿자 사내는 연신 고개를 꺾으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속으로 진절머리를 치며 빨리 그 순간이 끝나기를 속으로 빌었다. 이미 호기심을 넘어서 나는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악....! 끄아아악....!"
상처에서 나는 통증으로 연신 괴로워하던 사내의 비명소리가 잦아들자, 현아 씨가 만족했다는 듯 빙긋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지켜보던 나로서는 본능적으로 오늘의 행사가 여기서 끝이라는걸 깨달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사장님도 바쁘니까."
그 목소리의 변화는 뭐랄까.... 정말이지 들어본 입장이 아니라면 말로 설명해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만큼 오싹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문에 집중하던 그녀의 냉혹한 목소리가 다시 일상의 목소리로 한순간에 되돌아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섬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 후후..."
고통에서 해방 된 중년의 사내는 그저 웃기만 했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 그는 힘없이 비틀거리며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옷장의 각도에서는 샤워실이 보이지 않았지만 의외로 사내는 금방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몸의 핏자국들을 모조리 지우고는 그는 그 상처투성이 몸 위에 양복을 하나씩 걸치지 시작했다.
분명 그 몸에 섬유가 그대로 닿으면 통증이 대단할 것이었다. 사내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쏟아지는걸 봐서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꼴을 보면서도 현아 씨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마치 방금 전의 일을 아예 없었던 일로 여기기라도 하는 듯, 사내가 몸을 씻고 나오는 동안 그녀 역시 어느새 가운을 갖춰 입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세나. 이번엔 꽤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요. 하지만 약속했던 계약은 제때 차질 없이 진행해주셔야 해요."
그런 끔찍한 꼴을 당하고도 사내는 현아 씨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두 사람 사이에 "즐거웠다"느니 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사내는 들어왔을 때 만큼이나 서둘러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문 앞까지 그가 다다랐을 때, 사내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동안 혹시라도 내 아내에게...."
"걱정 말아요. 사장님이 지금처럼 충실하게만 해준다면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이 때는 처음으로 중년 사내의 얼굴에 침통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미련 없이 문을 열고 나갔고, 현아 씨는 그를 배웅하지 않고 문이 닫히는 모습을 끝까지 보고만 서 있었다. 문이 닫히고, 사내의 흔적이 방 안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그녀는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옷장 앞까지 다가오는 그 발걸음이 왜 그렇게 두려웠을까.
심장이 쿵쾅대는 순간에도 그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너무도 아찔했다.
하지만 그녀는 가차없이, 옷장의 문을 열어젖힌다.
오랜 시간 동안 몸을 구기고 있느라 뻣뻣해진 나의 어색한 모습을 그녀가 내려다본다.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하마터면 눈을 피할 뻔 했지만,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참고 애써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 지었다.
"잘 봤어요?"
그 목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너무 나긋나긋했다.
*
다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쪽 의자에 앉은 나와 그녀.... 방 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조용했다. 마치 내가 옷장 안에 있었던 동안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이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그녀가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알몸에 가운 한 장만 걸치고 있다는 것이 아까와 유일하게 다른 점이었다. 그녀는 그 외의 흔적을 마치 청소하듯 순식간에 치워버렸다. 심지어 욕실에 들어갔다 나온 것만으로, 그녀는 그녀 몸에 남아 있었던 그 사내의 체취마저 모조리 지워버렸다.
사내의 소변까지 받아 마셨던 그녀의 입에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지금은 말끔하고 향기로운 향이 난다.
그런 것까지 평소에 준비해 다니는 걸까?
"성진 씨."
"네."
나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걸 인정하지 않기 위해 더욱 힘주어 대답을 했다. 그녀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내 삶의 낙이 무엇인 줄 아나요?"
"........"
커피를 홀짝이며 그녀가 나긋하게 묻는다. 차마 무슨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나는 그저 그녀를 또렷하게 보고만 있었고, 그녀도 굳이 나에게서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스스로 대답을 해주었다.
"복수에요. 후후."
"복수... 라구요?"
도저히 상식적으로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엇에 의한 복수인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그 말이 그렇게 이질적으로 들릴 수가 없었다.
"복수라면.... 과거에 대한 복수 말인가요?"
"그래요. 정확하게 말하면 짐승들을 향한 복수겠지요."
"나, 나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아요. 현아 씨의 과거를 대충 듣긴 했지만... 이게 그 복수랑 무슨 연관이 있단 거죠?"
알몸에 가운 한 장만을 걸친 그녀가 내 앞에서 교태롭게 다리를 꼬고 커피잔을 홀짝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성욕이 치밀어 오르지는 않았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기분이 무엇인지 나조차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성진 씨. 몸영업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몸... 영업?"
"호호. 생각보다 순진하네요. 모든 설계사들이 그렇다는건 아니지만 보험이든, 제약이든, 자동차든... 영업이라면 종류를 막론하고 그러한 형태로 고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느 회사에든간에 꼭 몇 명씩은 있죠. 몸을 팔아서 고객을 만든다고 할까요? 방금 봤듯이 난 그렇게 깨끗한 방식으로 영업을 해온 사람은 아니었어요."
"뭐, 뭐라구요....?"
"방금 보았던 강 사장이란 남자는 내 고객들 중에서도 VIP에 속하는 사람이죠. 1년동안 무려 수십건의 보험 계약을 내게 가져온 사람이니까요. 저 사람은 저래 보여도 OO그룹의 지사장 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아랫사람들에게 나를 연결시켜 나로 하여금 수많은 계약을 하게끔 만들었죠."
OO그룹이라면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굴지의 영향력을 자랑하는 기업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 한데, 이어지는 그 뒷얘기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깨끗하게 영업하는 다른 설계사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편했죠. 몸이 조금 더러워지는걸 뺀다면 가만 있어도 높은 사람들이 내게 계약할 사람들을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들이 알아서 연결시켜주는 고객들과 계약을 하고 큰 돈을 벌기만 하면 되었죠. 그러다 가끔~ 방금 전에 봤던 강 사장처럼 힘 있는 사람과 연결되면 그 대가로.... 무슨 말인지 알겠죠? 호호."
"그, 그러니까.... 돈 많은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서 영업을 해왔다는 거에요? 대체 당신이 창녀랑 다를게 뭐에요?"
"창녀라구요? 호호. 그래요. 난 창녀일 수도 있겠죠. 아니, 어쩌면 창녀보다 더한 년일지도 몰라요. 창녀들은 몸을 파는걸 적어도 드러내고 일을 하지만, 난 멀쩡한 직업으로 나를 위장하고 몸을 파니까요."
그녀는 나의 모욕을 되려 인정해 버린다. 영업에 발을 담궈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그녀가 하고 있는 방식이 정상 궤도를 크게 이탈해 있다는 것 정도는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도덕이나 윤리의 잣대 이전에 그녀가 하고 있는 행동이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그녀가 과거에 겪은 일을 생각한다면....
"하지만 성진 씨, 그게 그렇게 단순히 얘기할 일이 아니랍니다."
"현아 씨가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몸을 팔고 있다는건 사실이잖아요."
"변명이라구요? 난 변명 같은거 조금도 할 생각 없어요. 다만 동기를 설명해 주려는 것 뿐이죠. 누구에게도 이야기 해 준 적 없는...."
"........"
속에서는 분노 비슷한 것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내가 가만히 그녀의 시선을 받아내며 침묵을 지키자, 그녀는 여전히 교태롭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보험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 엄마는 크게 반대했죠. 보험 설계사는 원래 엄마의 직업이었으니까요. 방금 전에 성진 씨가 말했던 소위 "창녀"식의 영업. 그건 우리 엄마로부터 배운 거였어요. 현주에게서 들었을진 모르지만 우리 엄마는 젊었을 적에 몸을 팔며 살았던 적이 있었죠. 접대부 일에서 손을 씻고 우리 엄마가 그 다음으로 했던 일이 보험 설계였어요. 하지만 엄마는 끝끝내 접대부로 살았던 시절에 자기가 했었던 영업 방식을 버리지 못했죠. 보험 영업에서도 똑같은 방식을 쓰기 시작했어요. 몸을 팔아서 고객을 만들고... 그걸 빌미로 또 다른 남자 고객을 만들고."
"........"
"엄마가 업소 생활을 했던 시절에 이태호 그 개새끼의 애비를 만났던게 엄마에겐 최고의 불행이었죠. 아니, 사실 엄마보다는 딸인 나에게 더욱 불행이었겠네요. 우리 엄마가 자기 애비의 성접대를 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놈은 항상 저를 창녀로 취급하고 싶어했죠."
현주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했던 그 놈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자, 나는 또 한번 크게 분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워낙 여러가지 강렬한 감정들이 얽히고 섞이자 속이 메슥거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현아 씨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엄마는 보험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이태호의 아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대요. 하긴 엄마도 그 남자를 고객으로써 이용했으니 서로 이용한 셈이지만. 아무튼 결혼 후에도 아빠 모르게 그 인간을 만난 적도 있다고 하니 엄마의 영업 방식이 얼마나 추잡했는지 짐작할 수 있죠."
"......."
나는 현주의 졸업식에서 보았던 현주의 어머님을 떠올렸다. 그 정숙하게 생긴 중년 여인에게 그런 면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엄마가 그런 식의 영업을 그만두게 된 건 나와 현주에게 "그 일" 이 있고 나서 부터였어요. 엄마가 했던 추잡스런 영업의 댓가로, 그 굴레가 똑같이 이어져 나와 현주가 그 아들 새끼의 노리개로 굴러야 했다는 사실이 엄마에겐 그제서야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던 거겠지요. 아무튼 그 때의 충격으로 엄마는 보험 영업을 그만뒀지만, 재수가 없어서 바로 그 시기에 이태호 애비와 엄마간의 추잡한 관계를 우리 아버지가 알게 되고 말았죠. 우리 부모님은 그 때 거의 이혼까지 하실 뻔 했어요."
당연한 일이었다. 나라도 내 마누라가 아무리 영업이라고 한들, 밖에서 그런 만남을 갖고 돌아다녔다면 이혼을 생각했을 것 같았다.
"현주가 그런 피폐한 상태만 아니었더라도 정말로 이혼하셨을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현주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부터는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기 시작해서 우리 집은 극도로 어려워졌어요. 그 때 우리 집이 그나마 다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건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영업으로 벌어놓았던 돈 덕분이었죠. 물론 아버지가 그 사실에 감사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
"쓸 데 없는 옛날 얘기가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그렇게 무너졌던 가정 형편을 다시 끌어올린건 바로 나였어요. 나는 남들보다 빨리 직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내가 불과 3년동안 일을 해서 벌어들인 돈은 우리 아버지가 10년간 벌었던 돈보다 더 많았지요."
그 3년 동안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한 거냐고 묻고 싶진 않았다. 그녀의 입에서 진실이 나올 수록 왠지 더욱 끔찍한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나는 그제야 그녀를 졸업식에서 처음 봤을 때 그녀가 했던 몇몇 말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여러 남자를 보았다는 말도 그렇고, 현주가 그녀에게 남자가 많이 붙어있다고 했던 것도....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말들이 의미를 깨닫고 되새겨보니 그렇게 소름이 돋을 수가 없었다.
"그 쯤 되니 우리 부모님도 내가 보험 영업을 하는걸 뭐라고 할 수가 없었죠. 누가 뭐래도 우리 집의 가정 형편을 책임지고 있는건 나였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내심 나를 계속 걱정했죠. 엄마로부터 배웠던 그 안좋은 습관을 내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걸 엄마는 우려했어요. 하지만 그건 엄마를 따라하기 위한게 결코 아니었죠."
"아니었다구요?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래요, 성진 씨. 그건 내 복수의 첫걸음이었어요."
그녀는 빨갛게 물든 손톱으로 식은 커피의 잔 끝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 태도에는 수치심도 없고, 후회도 없고, 당당함도 없었다. 그저 담담한.... 정말로 담담한 말투였다.
"나는 그 때 현주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던 그 짐승 같은 놈들을 모조리 소년원으로 보내버렸죠. 하지만 복수라는건 정말 허무한 거에요. 누군가가 복수의 맛은 달고도 쓰다고 했지만 난 그런 것조차 느끼지 못 했어요. 그저 허무하더군요. 그 놈들은 죄값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가벼운 댓가를 치르고는, 다시 그들의 가족 품으로 돌아가더군요. 난 그걸 견딜 수 없었어요."
"......."
"그 이상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죠. 내 동생은 평생을 지고 살아갈 상처를 얻었는데, 그에 비하면 놈들이 치르는 댓가는 너무 보잘 것 없더군요. 그걸 실감하는 순간 나는 뭔가 비틀어지기 시작했죠. 줄곧 생각했어요. 복수를 하고 싶다고.... 그 누구에게라도."
그녀의 복수심이 비뚤어졌다고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함부로 말하기에는 나는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이해하지 못 하니까. 하지만 그 복수심의 결과가 내가 방금 보았던 그런 꼴이라면.... 도대체 그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내가 처음에 보험 영업을 시작했던건... 엄마처럼 몸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어요.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왔던 것일 뿐. 오히려 나는 그 반대였죠. 나는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해오는 남자들이 필요했어요. 왜인 줄 알아요?"
"......."
"나는 다행히도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와 몸을 가지고 있었죠. 젊고 아름다운 여성 설계사... 이런 타이틀을 달고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자 고객들이 많이 꼬이더군요. 사창가를 찾는 남자들은 목적이 분명하지만, 그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항상 욕망에 불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숨기고 싶어했어요. 그 중에서는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들도 더러 있더군요. 그래요, 방금 보았던 강 사장처럼."
나는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그런 작자들이 성욕을 해소하겠답시고 함부로 사창가 같은 곳을 기웃거릴 수는 없을 것이다. 지위가 높을 수록 그러한 스캔들이 떠오르는 순간 그들이 겪게 될 영향은 어마어마할 테니.
하지만 업무 상의 이유로 만나는 젊고 아름다운 설계사라면? 그들에게 있어서 그만큼 금단의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대상도 없었을 것이다. 마치 일탈과도 같은 즐겁고 황홀한 외도. 그들이 꿈꾸는 그러한 환상을 현아 씨는 너무도 손쉽게 이용한 것이다.
"후후... 돌이켜보면 내가 생각해도 내 복수심은 너무 비뚤어져 있었죠. 하지만 그런 복수가 나는 즐겁더군요. 내 몸을 탐하며 접근해오는 남자들을 오히려 내 손으로 희롱하고 나락에 빠뜨리는 그 기분... 성진 씨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 남자들을 망쳐놓을 때마다 과거에 현주를 상처 입혔던 그 짐승 같은 놈들의 얼굴이 나도 모르게 투영되어서 짜릿하더군요. 내 손으로 그들의 가정을 파괴하고, 그들의 지위를 무너뜨리고, 노예처럼 내 발 밑을 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그 기분이란...."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에 내가 보았던 그 음란한 행위의 향연은 그저 변태적인 행위의 교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것이 어떻게 복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건지.
"그들을.... 어떻게 망쳐놓았다는 거에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목소리로도 느껴질 만큼 내 목소리는 긴장하고 있었다. 현아 씨는 숨 죽여 작게 웃음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현아 씨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자, 그녀는 방 안 곳곳을 갑자기 더듬기 시작했다.
에어콘, 벽장, 테이블, 벽면, TV, 욕실, 심지어 천장까지 더듬기 시작하는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나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그녀가 손을 더듬을 때마다 그녀의 손에 작은 기계 장치들이 하나씩 그 장소로부터 떨어져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눈치채지 못할, 너무도 미세하게 작은 기계 장치들이었다. 그녀가 모아서 가져온 그 똑같은 물건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던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것은 하나 같이 렌즈의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요. 카메라에요."
넋을 놓고 있는 내게 그녀는 한 가지를 더 보여주었다. 그녀의 백에서 꺼낸 휴대용 PC였다. 케이스를 열자 PC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고, 그 화면을 들여다보던 나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노트북 화면에는 카메라의 렌즈들이 비추고 있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 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던 렌즈로부터 촬영되고 있는 장면들이 노트북 화면을 통해 미세하게 여러 조각으로 등분되어 영상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이제 알겠나요?"
생각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는 PC화면을 통해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 안을 비추고 있던 렌즈들의 화면은 사라지고, 대신 어떤 폴더에 담긴 영상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세 번째 경악이 나를 덮쳤다.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한 남녀의 성행위를 담고 있는 영상이었다. 남자의 얼굴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고, 신음성을 내지르며 남자의 몸 밑에 깔려 헐떡이는 여자는... 바로 현아 씨였다.
영상에서 등장한 현아 씨는 아까 전에 변태적인 행위를 할 때처럼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극히 수동적으로 남자가 온갖 행위를 가하는 대로 이리저리 희롱 당하고, 또 유린 당했다. 영상 속의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이 강간을 당하고 있는 불쌍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폴더 안에는 그와 비슷한 제목으로 이름 붙여진 파일들이 족히 수십개는 되었다.
설마 저게 전부 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걸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이 방은... 그런 남자들이 다녀갔던 곳이죠. 나를 범하고 싶어했던 남자들이."
그녀는 나에게 불과 서너개 정도의 영상만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 내용이 한결같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탐했던 수도 없이 많은 남자들의 모습을 전부 영상으로 찍어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외도 행위를 이 방 곳곳에서 내가 촬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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