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 여 대통령의 사랑
예전에 역대 대통령의 가족들이 살던 그 곳에 미선과 성수가 들어선다.
미선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비서말고 이곳에 들어서는 남자는 성수가 유일하리라.
미선이 한 비서에게 말을 한다.
“한 비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올 테니까, 박 수석님에게도 편한 옷을 갈아 입도록 해줘요.
그리고 나서 식당으로 모셔오도록 하고..”
미선이 내실로 들어가고, 성수는 한 비서를 따라 옷 방으로 가서 가운처럼 된 실내복으로 갈아 입고
세면장으로 가서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난 뒤 식당으로 가니 이미 미선이 먼저 와서
식탁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성수를 맞는다.
하얀 실크로 된 홈 드레스를 입은 미선의 자태가 우아하기 그지 없다.
성수는 잠시 넋을 놓고 미선을 바라본다.
흡사 예전에 육 영수여사의 자태를 보는 듯하다.
“뭐해요? 멍하니 서서 앉지도 않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성수가 자리에 앉는다.
“각하께서 너무 아름다우셔서.. 나도 모르게 그만 넋이 나갔나 봅니다.”
미선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한다.
“듣기 싫지는 않네요.”
“한 비서, 박 수석님과 조용하게 식사할 테니, 연락할 때까지는 주위에 아무도 없도록 해요.”
“잘 알았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한 비서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미선과 성수가 사적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란 걸 오랫동안 미선을 모셔온 한 비서가
모를 리 없고, 주위에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도록 알아서 조치할 것이다.
서로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성수가 술병을 들어 미선에게 권한다.
“각하, 한잔 받으시지요.”
미선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눈을 흘긴다.
“꼭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렇게 불러야 돼요? 그냥 예전처럼 이름을 불러주면 안돼요?”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신데,,”
“대통령이 뭐 별거 있나요? 그냥 국민의 심부름꾼에 불과한 것을..
자꾸 그러시면 저 화낼 거예요.”
“아.. 알았습니다.”
“그리고, 존대는 또? 예전처럼 편하게 이야기 해요.”
“그건 절대 안됩니다. 나중에 퇴임하신 후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안됩니다.”
미선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술병을 들어 성수의 잔에 술을 따른다.
“자, 같이 건배해요. 음.. 무엇을 위해 건배를 할까?”
“대통령.. 아니, 미선씨의 건강을 위하여!”
“성수씨의 건강을 위하여!”
성수는 술을 입에 흘러넣으며 지그시 미선을 바라본다.
공적인 자리에서 미선은 빈틈이 없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지지만,
오늘처럼 단 둘이 있는 사적인 자리에서 미선은 자신에게 의지하려는 듯한 여자다운 면을 보인다.
오십 초반이라고 해도 결혼을 하지 않아서인가? 아직은 몸매가 그런대로 균형이 잘 잡혀져 있고
피부도 사십대 중반정도로 보인다.
아무리 나라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버렸다지만, 여자로써 한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안기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그리고, 건강한 여자로써 육체적인 욕망은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국의 대통령으로써 어떻게 주위 의식을 하지 않고 어디 가서 그 욕망을 풀 수 있으랴?
물론 성수와는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 정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몸을 풀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외국 순방 등 공무에 바쁘다 보면 서너 달 건너뛰기가 대수다.
자신도 홀몸이고 아무리 미선이 하나만을 바라보고 산다고 해도, 한번씩 육체적인 욕구가 생길 땐 풀곤 한다.
생리적인 현상이야 어쩔 수 없으니..
한번씩 들리는 바의 마담과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몸을 푼다.
그 마담의 이름은 김 혜진이고 나이가 사십 초반인데 약 육년 전에 사업을 하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하고 그때 받았던 적지 않은 위자료로 술집을 하게 되었다.
타고난 미모와 서글서글한 성격 탓에 술장사가 꽤 잘되었고, 지금은 강남의 요지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양주 바를 하고 있다.
예전에 자신이 그녀가 하는 술집의 단골이 되고 난 뒤부터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손을 내밀면 가게를 당장 때려치우고 들어앉을 여자다.
하지만, 성수에게 그럴 마음은 조금도 없다.
미선을 향한 마음에 그녀가 들어올 공간이 없는 것이다.
이윽고 반주를 곁들인 식사가 끝이 나고 미선이 입을 연다.
“방을 옮겨 차 한잔 하실래요?”
“그러죠..”
성수가 미선을 따라 이층에 있는 다른 방으로 들어선다.
이 방에서 미선은 직접 차를 타서 성수에게 대접하곤 한다.
오늘도 미선은 직접 찻물을 달이고 성수에게 손수 차를 따른다.
“인삼차인데 한번 마셔봐요. 피로가 확 풀릴 거예요.”
그러는 모양새가 영판 지아비를 대하는 안주인의 모습이다.
그러면서 미선은 가정의 포근함을 느끼려고 하는지 모른다.
차를 다 마시고 난 뒤, 미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 뒤 창가로 가더니
커튼을 걷고 어둠이 깔린 밖을 내다본다.
어슴푸레한 조명아래 보이는 미선의 뒷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성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미선의 뒤로 다가가 미선의 허리를 가볍게 안는다.
“성수씨, 처음에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난 뒤 얼마동안은 하루 일과가 끝이 나서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외로울 틈이 없더니,
요즈음은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가끔 외로움을 느껴요.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그렇겠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당신이나 나의 운명인 것을..
어차피 이 나라를 위해.. 국민들을 위해 우리 개인의 사생활 같은 건 포기하기로 했잖아요.”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런 말을 하는 미선이 가엾게 느껴져 미선의 허리를 안은 성수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미선이 고개를 뒤로 돌려 성수를 향하자 미선의 입에 성수가 입을 갖다 댄다.
미선의 열려진 입안이 뜨겁다.
성수의 혀가 미선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미선의 혀가 성수의 혀를 반가이 맞이한다.
미선의 허리를 안았던 성수의 손이 위로 올라가 미선의 가슴을 감싸 쥔다.
손안 가득히 잡히는 가슴의 융기를 주물럭거리다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문지른다.
발딱 서있는 미선의 젖꼭지가 성수의 손바닥에 느껴진다.
미선이 키스를 하던 입을 떼더니 가쁜 호흡을 몰아 쉬며 말한다.
“서.. 성수씨, 우리.. 침실로 가요.”
미선이 성수의 품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그 방에서 나와 미선의 침실이 있는 옆방으로 간다.
단아한 미선의 성품답게 침실은 별다른 장식 없이 수수하게 꾸며져 있다.
한쪽 옆으로 킹사이즈의 더블침대가 있고 그 옆에는 옷장과 장식장이 놓여져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응접탁자와 소파가 있고, 침대의 반대쪽 편은 욕실로 통하는 미닫이 문이 있다.
미선이 성수의 품에 안긴 채 홍조를 띤 얼굴로 말한다.
“당신이 먼저 씻을래요?”
“아니, 당신이 먼저 씻어요.”
“그럼, 옷 갈아 입을 동안에 당신은 소파에 돌아 앉아 있어요.”
미선이 성수의 품안을 빠져 나오더니 옷장쪽으로 간다.
어느 새 미선이 성수를 부르는 호칭이 당신으로 바뀌어져 있다.
성수가 미선과 반대편으로 소파에 앉아 응접탁자의 서랍을 열어 재털이와 담배를 넣어 둔 곽을
꺼내 담배를 한대 피워 문다.
물론 미선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니다.
미선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다.
바스락거리며 미선이 옷을 벗는 소리가 나더니 욕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난다.
성수가 담배연기를 깊숙이 들여 마셨다가 내뱉는다.
미선이 한번씩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담배를 끊으라고 했지만, 담배만큼은 끊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바쁜 일과 중에 한숨을 돌리거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에도 담배를 한대 피워 무는 여유가 필요하고
오늘같이 정사 이전에 마음을 흥분될 때에도 그리고, 정사 이후에 여운을 즐길 때에도
담배 한대의 여유가 필요했다.
이윽고,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성수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미선을 향해 몸을 돌리자 알몸에 커다란 타올을 몸에 두른 미선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약간 숙이고 서 있다.
성수가 다가가 미선을 안아서 들어 올린다.
그 바람에 타올의 밑자락이 벌어지면서 미선의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있는 까만 숲이 모습을 드러내고
성수가 고개를 숙여 미선의 숲에 입을 맞춘다.
그 곳에서 약한 사과 향이 난다.
샤워를 하고 그 곳에 향수를 뿌렸는가 보다.
미선이 부끄러운지 성수에게 안긴 채 품안으로 파고 든다.
성수가 미선을 안고 침대로 가서 미선을 살며시 내려놓고 허리를 숙여 미선에게 입을 맞춘다.
“으음.. 당신도 씻고 와요.”
“그럴까?”
처음으로 미선에게 반말을 한다.
다른 때에는 꼭 존댓말을 쓰지만, 미선을 안을 때에는 저절로 반말이 나온다.
내 여자라는 생각에서인가?
세상에서 대통령에게 반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성수가 미선을 바라보면서 옷을 벗는다.
가운을 벗고 팬티를 벗는다.
오십 둘의 나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거의 매일 운동을 하면서 단련을 해서인지 아직도 가슴의 근육은
팽팽하고 배에는 군살 하나 없다.
가운데 그 놈은 화가 난 듯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한참 자란 표고버섯처럼 굵기나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미선이 황홀한 듯 넋 놓고 그것을 바라보다 잠시 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아 차렸는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성수가 욕실로 향한다.
성수가 샤워를 끝내고 나와 침대로 향하자 미선은 홑이불을 덮고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
성수가 홑이불을 속으로 들어가니 미선이 알몸으로 성수에게 감겨 온다.
그런 미선을 품속에 끌어넣고 팔을 뒤로 돌려 미선의 등을 어루만지다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매끄러운 엉덩이의 감촉이 좋다.
“아하~ 성수씨..”
미선이 성수의 입을 찾는다.
한참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다 성수의 입이 아래로 내려가 미선의 가슴을 점령한다.
한 입 유방을 베어 물어 빨아 들이다 혀로 젖꼭지를 돌리며 희롱하자
미선이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튼다.
다시 성수의 혀가 미선의 배를 타고 내려간다. 배가 파도를 만난 듯 요동을 친다.
어느 새, 숲으로 덮혀 있는 미선의 그 곳에 혀가 다다른다.
성수가 두 손으로 그곳을 벌리자 바알간 미선의 속살이 물기를 머금은 채 반짝이며 모습을 나타낸다.
성수가 혓바닥으로 그것을 쓸어 올리자 미선이 못 참겠다는 듯 몸을 퍼덕이며
두 손으로 성수의 머리를 움켜 잡는다.
성수가 본격적으로 그 곳을 공략한다.
클리토리스를 입을 빨아 들이자 완두콩처럼 부풀어 오른다.
잇발로 그 것을 가볍게 물자 미선이 몸서리를 치며 음수를 한 웅큼 내 쏟는다.
“서엉~수씨.. 어흥!”
“어서.. 넣어.. 줘요.. 못.. 참겠어..”
성수가 몸을 바로 하고 미선의 가랑이 사이에 몸을 싣는다.
빳빳한 성수의 그것이 미선의 가운데에 닿자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간다.
미선이 두 팔로 성수를 힘껏 끌어 안는다.
성수가 미선을 땅끝으로 밀어 붙인다.
“아~하~ 성수.. 씨.. 죽.. 겠어..”
“미.. 선아 사..랑해..”
“저..두요..”
“넌.. 너무.. 사랑.. 스런.. 여자야..”
“아~항! 난.. 몰.. 라..”
미선의 그 곳에서 봇물이 터진다.
때 맞춰 성수의 분신에서 정액이 몰려나와 미선의 질벽을 때린다.
잠시 두 사람이 꼭 끌어 안은 상태에서 움직임이 없다.
서로 가쁜 호흡만 몰아 쉰다.
한참 후 두 사람의 몸이 떨어진다.
미선이 성수의 품안으로 파고 들며 손으로 성수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여보~ 너무 좋았어요.”
“나도 너무 좋았어..”
“요즈음은 당신한테 여자로써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왜?”
“내 나이가 여자로써 작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나도 당신과 나이가 똑 같은데 뭘.. 그리고, 당신은 나이에 비해 아주 젊어..
피부도 그렇고.. 민감하게 느끼는 것도 그렇고.. 아직도 한참인걸..”
“그래요?”
미선의 얼굴이 밝아진다.
일국을 호령하는 대통령이지만, 이 순간만은 한 남자에게 사랑 받는 여자이고 싶은가 보다.
성수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쉬운 듯 미선이 말한다.
“왜, 가시게요?”
“여기서 잘 수는 없잖아? 이제 슬슬 가봐야지..”
미선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성수가 말린다.
“당신은 그대로 누워 있어요. 피곤할 텐데..”
성수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미선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잘 주무세요. 대통령 각하.”
미선이 싫지 않게 눈을 흘긴다.
“또, 각하란 소리..”
“당신은 나에게나 국민들에게나 대통령 각하인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그것도 꽤 괜찮은 대통령 각하신데요, 뭘..”
“한 비서가 잘 배웅할 거예요.”
며칠 뒤, 성수가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비서에게서 인터폰이 온다.
“수석님, 하우스만 주한 미 참사관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
어제 방문하고 싶다고 약속이 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면서 몸이 비대하고 머리가 조금 벗겨진 오십 중반의 미국인이 들어온다.
성수가 먼저 손을 내민다.
“어서 오십시오, 참사관님.”
“오랜만입니다. 수석님.”
발음이 부정확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성수가 외국어에 능통하지만 외국의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날 땐 웬만하면 한국말을 쓴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필요해서 우리나라에 대사관 직원으로 온 것이니 그 사람들이 우리 말을
알아야 한다는 게 성수의 지론이다.
자신 역시 외국으로 나가서 공무를 볼 때에는 꼭 그 나라의 말을 쓴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하우스만씨.”
비서에게 인터폰을 해서 인삼차 두 잔을 시킨다.
“인삼차가 피로회복에는 으뜸입니다. 한번 마셔 보십시오.”
하우스만이 찻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연다.
“맛이 아주 좋군요. 그런데, 얼마 전에 평양에 다녀오셨다고요?”
“아.. 예, 통일축전에 참관차 다녀왔습니다.”
“원래 통일축전에는 통일부의 차관이 다녀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 김 위원장의 손녀 돌이 겹쳐져 있어 축하도 할 겸 제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후계자 정운의 딸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혹시 다른 일 때문에 다녀오신 건 아닙니까?”
역시 미국이다. 그런 감까지 잡아내다니..
하우스만이 대외적으로는 주한 미 대사관의 참사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내 CIA의 책임자이다.
성수가 손사래를 친다.
“다른 일 이라뇨? 무슨 일이 있다고..”
하우스만이 무엇을 알아내겠다는 듯 두 눈을 굴린다.
“요즈음 박 수석께서 예전보다 많이 바빠지신 것 같습니다.”
“원래 이 자리가 바쁜 자리가 아닙니까?”
“요즈음 북한에선 김 위원장이 곤경에 빠져 있는 젓 같읍니다만..”
“아무리 장막을 치고 북한 주민들을 호도해서 철권통치를 한다 해도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세계가 글로벌화 되어 가는데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실상을 잘 알고 있겠지요.
피폐한 경제 때문에 대다수의 북한 동포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단계까지 다다랐고..”
“북한에 있는 ‘민투련’ 이란 단체의 세력도 만만치 않는 모양이더군요?
남쪽에서 그들을 지원한다는 설도 있고..”
“어느 나라나 반체제단체가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리고, 설마 우리가 그들을 지원하겠습니까? 잘못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데..”
“지금 북한 입장에서는 전쟁을 일으킬만한 여건이 안될 텐데요.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어서 독재정치를 할 수 있다니..
다른 나라 같았으면 몇 번을 뒤집혀도 뒤집혔을 것인데..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나라가 아닙니까?”
무슨 말인가?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들이 우매하다고 비웃는 것인가?
“그런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통일을 방해하려는 주변 세력들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찰나 하우스만의 눈이 번뜩인다.
“그런가요? 그럼, 인삼차 잘 마셨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박 수석께서 바쁘신 것 같은데 이만 자리를 피해 드려야죠.”
“멀리 나가지 않습니다.”
“그럼요, 다음에 또 뵙죠.”
하우스만이 나가고 나자 성수는 담배를 꺼내 한대 피워 문다.
‘능구렁이 같은 놈, 무얼 알아내겠다고.. 세파트 처럼 냄새하나는 기막히게 맡는다니까..
프로젝트의 일단계를 성사시킬 때까지는 최대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할 터인데...’
검정색 크라이슬러 승용차 한 대가 청와대를 빠져 나간다.
뒷 좌석에는 조금 전 박 수석을 만난 하우스만 주한 미 참사관이 깊숙이 몸을 파묻고
생각에 잠겨 있다.
‘분명히 무언가가 있어.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하는 박 수석 그 친구가 그냥 북한에 다녀올 리도 없고..
김 위원장과 무슨 말이 오고 갔을까?
공작을 벌려야 겠군..’
예전에 역대 대통령의 가족들이 살던 그 곳에 미선과 성수가 들어선다.
미선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비서말고 이곳에 들어서는 남자는 성수가 유일하리라.
미선이 한 비서에게 말을 한다.
“한 비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올 테니까, 박 수석님에게도 편한 옷을 갈아 입도록 해줘요.
그리고 나서 식당으로 모셔오도록 하고..”
미선이 내실로 들어가고, 성수는 한 비서를 따라 옷 방으로 가서 가운처럼 된 실내복으로 갈아 입고
세면장으로 가서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난 뒤 식당으로 가니 이미 미선이 먼저 와서
식탁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성수를 맞는다.
하얀 실크로 된 홈 드레스를 입은 미선의 자태가 우아하기 그지 없다.
성수는 잠시 넋을 놓고 미선을 바라본다.
흡사 예전에 육 영수여사의 자태를 보는 듯하다.
“뭐해요? 멍하니 서서 앉지도 않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성수가 자리에 앉는다.
“각하께서 너무 아름다우셔서.. 나도 모르게 그만 넋이 나갔나 봅니다.”
미선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한다.
“듣기 싫지는 않네요.”
“한 비서, 박 수석님과 조용하게 식사할 테니, 연락할 때까지는 주위에 아무도 없도록 해요.”
“잘 알았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한 비서가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미선과 성수가 사적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란 걸 오랫동안 미선을 모셔온 한 비서가
모를 리 없고, 주위에 아무도 근접하지 못하도록 알아서 조치할 것이다.
서로 마주 앉아 식사를 한다.
성수가 술병을 들어 미선에게 권한다.
“각하, 한잔 받으시지요.”
미선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눈을 흘긴다.
“꼭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렇게 불러야 돼요? 그냥 예전처럼 이름을 불러주면 안돼요?”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신데,,”
“대통령이 뭐 별거 있나요? 그냥 국민의 심부름꾼에 불과한 것을..
자꾸 그러시면 저 화낼 거예요.”
“아.. 알았습니다.”
“그리고, 존대는 또? 예전처럼 편하게 이야기 해요.”
“그건 절대 안됩니다. 나중에 퇴임하신 후면 몰라도 지금은 절대 안됩니다.”
미선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술병을 들어 성수의 잔에 술을 따른다.
“자, 같이 건배해요. 음.. 무엇을 위해 건배를 할까?”
“대통령.. 아니, 미선씨의 건강을 위하여!”
“성수씨의 건강을 위하여!”
성수는 술을 입에 흘러넣으며 지그시 미선을 바라본다.
공적인 자리에서 미선은 빈틈이 없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지지만,
오늘처럼 단 둘이 있는 사적인 자리에서 미선은 자신에게 의지하려는 듯한 여자다운 면을 보인다.
오십 초반이라고 해도 결혼을 하지 않아서인가? 아직은 몸매가 그런대로 균형이 잘 잡혀져 있고
피부도 사십대 중반정도로 보인다.
아무리 나라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버렸다지만, 여자로써 한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안기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그리고, 건강한 여자로써 육체적인 욕망은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국의 대통령으로써 어떻게 주위 의식을 하지 않고 어디 가서 그 욕망을 풀 수 있으랴?
물론 성수와는 한 달이나 두 달에 한번 정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몸을 풀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외국 순방 등 공무에 바쁘다 보면 서너 달 건너뛰기가 대수다.
자신도 홀몸이고 아무리 미선이 하나만을 바라보고 산다고 해도, 한번씩 육체적인 욕구가 생길 땐 풀곤 한다.
생리적인 현상이야 어쩔 수 없으니..
한번씩 들리는 바의 마담과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몸을 푼다.
그 마담의 이름은 김 혜진이고 나이가 사십 초반인데 약 육년 전에 사업을 하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하고 그때 받았던 적지 않은 위자료로 술집을 하게 되었다.
타고난 미모와 서글서글한 성격 탓에 술장사가 꽤 잘되었고, 지금은 강남의 요지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양주 바를 하고 있다.
예전에 자신이 그녀가 하는 술집의 단골이 되고 난 뒤부터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손을 내밀면 가게를 당장 때려치우고 들어앉을 여자다.
하지만, 성수에게 그럴 마음은 조금도 없다.
미선을 향한 마음에 그녀가 들어올 공간이 없는 것이다.
이윽고 반주를 곁들인 식사가 끝이 나고 미선이 입을 연다.
“방을 옮겨 차 한잔 하실래요?”
“그러죠..”
성수가 미선을 따라 이층에 있는 다른 방으로 들어선다.
이 방에서 미선은 직접 차를 타서 성수에게 대접하곤 한다.
오늘도 미선은 직접 찻물을 달이고 성수에게 손수 차를 따른다.
“인삼차인데 한번 마셔봐요. 피로가 확 풀릴 거예요.”
그러는 모양새가 영판 지아비를 대하는 안주인의 모습이다.
그러면서 미선은 가정의 포근함을 느끼려고 하는지 모른다.
차를 다 마시고 난 뒤, 미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 뒤 창가로 가더니
커튼을 걷고 어둠이 깔린 밖을 내다본다.
어슴푸레한 조명아래 보이는 미선의 뒷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성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미선의 뒤로 다가가 미선의 허리를 가볍게 안는다.
“성수씨, 처음에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 난 뒤 얼마동안은 하루 일과가 끝이 나서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에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외로울 틈이 없더니,
요즈음은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지 가끔 외로움을 느껴요.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간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그렇겠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당신이나 나의 운명인 것을..
어차피 이 나라를 위해.. 국민들을 위해 우리 개인의 사생활 같은 건 포기하기로 했잖아요.”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런 말을 하는 미선이 가엾게 느껴져 미선의 허리를 안은 성수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미선이 고개를 뒤로 돌려 성수를 향하자 미선의 입에 성수가 입을 갖다 댄다.
미선의 열려진 입안이 뜨겁다.
성수의 혀가 미선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미선의 혀가 성수의 혀를 반가이 맞이한다.
미선의 허리를 안았던 성수의 손이 위로 올라가 미선의 가슴을 감싸 쥔다.
손안 가득히 잡히는 가슴의 융기를 주물럭거리다가 둥글게 원을 그리며 문지른다.
발딱 서있는 미선의 젖꼭지가 성수의 손바닥에 느껴진다.
미선이 키스를 하던 입을 떼더니 가쁜 호흡을 몰아 쉬며 말한다.
“서.. 성수씨, 우리.. 침실로 가요.”
미선이 성수의 품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그 방에서 나와 미선의 침실이 있는 옆방으로 간다.
단아한 미선의 성품답게 침실은 별다른 장식 없이 수수하게 꾸며져 있다.
한쪽 옆으로 킹사이즈의 더블침대가 있고 그 옆에는 옷장과 장식장이 놓여져 있다.
방 한가운데에는 응접탁자와 소파가 있고, 침대의 반대쪽 편은 욕실로 통하는 미닫이 문이 있다.
미선이 성수의 품에 안긴 채 홍조를 띤 얼굴로 말한다.
“당신이 먼저 씻을래요?”
“아니, 당신이 먼저 씻어요.”
“그럼, 옷 갈아 입을 동안에 당신은 소파에 돌아 앉아 있어요.”
미선이 성수의 품안을 빠져 나오더니 옷장쪽으로 간다.
어느 새 미선이 성수를 부르는 호칭이 당신으로 바뀌어져 있다.
성수가 미선과 반대편으로 소파에 앉아 응접탁자의 서랍을 열어 재털이와 담배를 넣어 둔 곽을
꺼내 담배를 한대 피워 문다.
물론 미선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니다.
미선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다.
바스락거리며 미선이 옷을 벗는 소리가 나더니 욕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난다.
성수가 담배연기를 깊숙이 들여 마셨다가 내뱉는다.
미선이 한번씩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담배를 끊으라고 했지만, 담배만큼은 끊고 싶은 생각이 없다.
바쁜 일과 중에 한숨을 돌리거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에도 담배를 한대 피워 무는 여유가 필요하고
오늘같이 정사 이전에 마음을 흥분될 때에도 그리고, 정사 이후에 여운을 즐길 때에도
담배 한대의 여유가 필요했다.
이윽고,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성수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미선을 향해 몸을 돌리자 알몸에 커다란 타올을 몸에 두른 미선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약간 숙이고 서 있다.
성수가 다가가 미선을 안아서 들어 올린다.
그 바람에 타올의 밑자락이 벌어지면서 미선의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에 있는 까만 숲이 모습을 드러내고
성수가 고개를 숙여 미선의 숲에 입을 맞춘다.
그 곳에서 약한 사과 향이 난다.
샤워를 하고 그 곳에 향수를 뿌렸는가 보다.
미선이 부끄러운지 성수에게 안긴 채 품안으로 파고 든다.
성수가 미선을 안고 침대로 가서 미선을 살며시 내려놓고 허리를 숙여 미선에게 입을 맞춘다.
“으음.. 당신도 씻고 와요.”
“그럴까?”
처음으로 미선에게 반말을 한다.
다른 때에는 꼭 존댓말을 쓰지만, 미선을 안을 때에는 저절로 반말이 나온다.
내 여자라는 생각에서인가?
세상에서 대통령에게 반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성수가 미선을 바라보면서 옷을 벗는다.
가운을 벗고 팬티를 벗는다.
오십 둘의 나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거의 매일 운동을 하면서 단련을 해서인지 아직도 가슴의 근육은
팽팽하고 배에는 군살 하나 없다.
가운데 그 놈은 화가 난 듯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한참 자란 표고버섯처럼 굵기나 길이가 장난이 아니다.
미선이 황홀한 듯 넋 놓고 그것을 바라보다 잠시 후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아 차렸는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성수가 욕실로 향한다.
성수가 샤워를 끝내고 나와 침대로 향하자 미선은 홑이불을 덮고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
성수가 홑이불을 속으로 들어가니 미선이 알몸으로 성수에게 감겨 온다.
그런 미선을 품속에 끌어넣고 팔을 뒤로 돌려 미선의 등을 어루만지다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매끄러운 엉덩이의 감촉이 좋다.
“아하~ 성수씨..”
미선이 성수의 입을 찾는다.
한참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다 성수의 입이 아래로 내려가 미선의 가슴을 점령한다.
한 입 유방을 베어 물어 빨아 들이다 혀로 젖꼭지를 돌리며 희롱하자
미선이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튼다.
다시 성수의 혀가 미선의 배를 타고 내려간다. 배가 파도를 만난 듯 요동을 친다.
어느 새, 숲으로 덮혀 있는 미선의 그 곳에 혀가 다다른다.
성수가 두 손으로 그곳을 벌리자 바알간 미선의 속살이 물기를 머금은 채 반짝이며 모습을 나타낸다.
성수가 혓바닥으로 그것을 쓸어 올리자 미선이 못 참겠다는 듯 몸을 퍼덕이며
두 손으로 성수의 머리를 움켜 잡는다.
성수가 본격적으로 그 곳을 공략한다.
클리토리스를 입을 빨아 들이자 완두콩처럼 부풀어 오른다.
잇발로 그 것을 가볍게 물자 미선이 몸서리를 치며 음수를 한 웅큼 내 쏟는다.
“서엉~수씨.. 어흥!”
“어서.. 넣어.. 줘요.. 못.. 참겠어..”
성수가 몸을 바로 하고 미선의 가랑이 사이에 몸을 싣는다.
빳빳한 성수의 그것이 미선의 가운데에 닿자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간다.
미선이 두 팔로 성수를 힘껏 끌어 안는다.
성수가 미선을 땅끝으로 밀어 붙인다.
“아~하~ 성수.. 씨.. 죽.. 겠어..”
“미.. 선아 사..랑해..”
“저..두요..”
“넌.. 너무.. 사랑.. 스런.. 여자야..”
“아~항! 난.. 몰.. 라..”
미선의 그 곳에서 봇물이 터진다.
때 맞춰 성수의 분신에서 정액이 몰려나와 미선의 질벽을 때린다.
잠시 두 사람이 꼭 끌어 안은 상태에서 움직임이 없다.
서로 가쁜 호흡만 몰아 쉰다.
한참 후 두 사람의 몸이 떨어진다.
미선이 성수의 품안으로 파고 들며 손으로 성수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여보~ 너무 좋았어요.”
“나도 너무 좋았어..”
“요즈음은 당신한테 여자로써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왜?”
“내 나이가 여자로써 작은 나이가 아니잖아요?”
“나도 당신과 나이가 똑 같은데 뭘.. 그리고, 당신은 나이에 비해 아주 젊어..
피부도 그렇고.. 민감하게 느끼는 것도 그렇고.. 아직도 한참인걸..”
“그래요?”
미선의 얼굴이 밝아진다.
일국을 호령하는 대통령이지만, 이 순간만은 한 남자에게 사랑 받는 여자이고 싶은가 보다.
성수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아쉬운 듯 미선이 말한다.
“왜, 가시게요?”
“여기서 잘 수는 없잖아? 이제 슬슬 가봐야지..”
미선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성수가 말린다.
“당신은 그대로 누워 있어요. 피곤할 텐데..”
성수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미선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잘 주무세요. 대통령 각하.”
미선이 싫지 않게 눈을 흘긴다.
“또, 각하란 소리..”
“당신은 나에게나 국민들에게나 대통령 각하인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그것도 꽤 괜찮은 대통령 각하신데요, 뭘..”
“한 비서가 잘 배웅할 거예요.”
며칠 뒤, 성수가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비서에게서 인터폰이 온다.
“수석님, 하우스만 주한 미 참사관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
어제 방문하고 싶다고 약속이 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면서 몸이 비대하고 머리가 조금 벗겨진 오십 중반의 미국인이 들어온다.
성수가 먼저 손을 내민다.
“어서 오십시오, 참사관님.”
“오랜만입니다. 수석님.”
발음이 부정확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성수가 외국어에 능통하지만 외국의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날 땐 웬만하면 한국말을 쓴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필요해서 우리나라에 대사관 직원으로 온 것이니 그 사람들이 우리 말을
알아야 한다는 게 성수의 지론이다.
자신 역시 외국으로 나가서 공무를 볼 때에는 꼭 그 나라의 말을 쓴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하우스만씨.”
비서에게 인터폰을 해서 인삼차 두 잔을 시킨다.
“인삼차가 피로회복에는 으뜸입니다. 한번 마셔 보십시오.”
하우스만이 찻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연다.
“맛이 아주 좋군요. 그런데, 얼마 전에 평양에 다녀오셨다고요?”
“아.. 예, 통일축전에 참관차 다녀왔습니다.”
“원래 통일축전에는 통일부의 차관이 다녀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 김 위원장의 손녀 돌이 겹쳐져 있어 축하도 할 겸 제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후계자 정운의 딸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혹시 다른 일 때문에 다녀오신 건 아닙니까?”
역시 미국이다. 그런 감까지 잡아내다니..
하우스만이 대외적으로는 주한 미 대사관의 참사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내 CIA의 책임자이다.
성수가 손사래를 친다.
“다른 일 이라뇨? 무슨 일이 있다고..”
하우스만이 무엇을 알아내겠다는 듯 두 눈을 굴린다.
“요즈음 박 수석께서 예전보다 많이 바빠지신 것 같습니다.”
“원래 이 자리가 바쁜 자리가 아닙니까?”
“요즈음 북한에선 김 위원장이 곤경에 빠져 있는 젓 같읍니다만..”
“아무리 장막을 치고 북한 주민들을 호도해서 철권통치를 한다 해도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세계가 글로벌화 되어 가는데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실상을 잘 알고 있겠지요.
피폐한 경제 때문에 대다수의 북한 동포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단계까지 다다랐고..”
“북한에 있는 ‘민투련’ 이란 단체의 세력도 만만치 않는 모양이더군요?
남쪽에서 그들을 지원한다는 설도 있고..”
“어느 나라나 반체제단체가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리고, 설마 우리가 그들을 지원하겠습니까? 잘못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인데..”
“지금 북한 입장에서는 전쟁을 일으킬만한 여건이 안될 텐데요.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대를 이어서 독재정치를 할 수 있다니..
다른 나라 같았으면 몇 번을 뒤집혀도 뒤집혔을 것인데..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나라가 아닙니까?”
무슨 말인가?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들이 우매하다고 비웃는 것인가?
“그런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통일을 방해하려는 주변 세력들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찰나 하우스만의 눈이 번뜩인다.
“그런가요? 그럼, 인삼차 잘 마셨습니다.”
“벌써 가시게요?”
“박 수석께서 바쁘신 것 같은데 이만 자리를 피해 드려야죠.”
“멀리 나가지 않습니다.”
“그럼요, 다음에 또 뵙죠.”
하우스만이 나가고 나자 성수는 담배를 꺼내 한대 피워 문다.
‘능구렁이 같은 놈, 무얼 알아내겠다고.. 세파트 처럼 냄새하나는 기막히게 맡는다니까..
프로젝트의 일단계를 성사시킬 때까지는 최대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할 터인데...’
검정색 크라이슬러 승용차 한 대가 청와대를 빠져 나간다.
뒷 좌석에는 조금 전 박 수석을 만난 하우스만 주한 미 참사관이 깊숙이 몸을 파묻고
생각에 잠겨 있다.
‘분명히 무언가가 있어.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하는 박 수석 그 친구가 그냥 북한에 다녀올 리도 없고..
김 위원장과 무슨 말이 오고 갔을까?
공작을 벌려야 겠군..’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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