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강재협은 야밤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엔
차에 경광등을 달지 않는 터라, 생각 없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강화에서 김포로 접어드는 굴다리였다. 다리 밑에
작은 봉고가 서 있었고, 거기에 성인용품이라는 빨간 간판이
붙어 있었다. 단속대상이었다. 하지만 귀찮아져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봉고가 빵빵 클랙션을 울렸다. 세상엔 가끔 그렇게
죽고 싶어 환장한 녀석도 있었다.
강재협이 차를 세우자, 봉고에 타고 있던 놈이 다가와 묻는다.
‘아저씨, 홀몸이슈?’
‘이런 호로새끼가 내가 홀몸이건 뭐건 뭔 상관이야, 빨리
차나 빼!’
‘하하, 아저씨,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아줌니 이거 하나
갖다 드리쇼?’
하면서 머리 짧은 뚱보가 내민 물건을 보니, 약 20센치
가까이나 되는 남자의 성기를 본뜬 자위기구였다. 이런 걸로
쑤셔놨다간, 한국에 남자들 씨가 마를 게다…
‘아저씨, 보아하니 무지 피곤해보이는데 말야, 그럼 아줌마
바람나죠, 이런 건 원래 남편들이 챙겨주는 거라구요’
신기하게도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피곤한 건 사실이고,
아내 상대를 못해준지도 어지간히 되었는데, 이런 걸로
아내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 것이다.
‘7만원만 주십쇼’
드럽게 비싸네. 됐다…강재협은 그걸 던져주고 다시 사이드를
풀었다.
‘아저씨, 그럼 우리만 있는 진짜 끝내주는 거 하나 보시려우?
이거 하나 있음 남자들 뻑인데 말야.’
강재협은 형사다. 이미 8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었다.
순간, 범죄 냄새가 났다. 신경을 곧추세우고 강재협은 차에서
내렸다. 물론 권총을 몰래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준 물건에 강재협은
경악하고 말았다.
네모난 박스였다. 그걸 감싸둔 신문지와 박스를 풀자,
그 안에 액체에 담겨진 뭔가가 나왔다. 그것은 여자의 아랫부분…
정확히 얘기하면, 여자의 보지를 중심으로 얼마간을 떼어낸
육체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순간, 아득해지는 느낌과 더불어 온 몸에서 소름이 바짝
돋았지만, 강재협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질문을
시작했다.
‘이거 진짜야?’
‘보면 모르슈?’
사내는 누우런 이빨을 드러내며 헤벌쭉 웃었다. 내가 종말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세상은 말세가 틀림없었다. 세상이 이런데 내가
그토록 강도니 살인자니를 잡아들인다고 과연 뭐 도움이나 될
것인가…갑자기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말이 필요없었다. 강재협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권총을 꺼내들어 사내의 머리통을 갈겼다.
모두 세 놈이었다. 푹 거꾸러지는 사내를 보고 일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했던 사내는, 바로 정신을
차렸는지 드립다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놈은 달려들었다.
강재협은 자신도 놀랄 정도의 힘으로 사내를 걷어찼다. 사내가
거의 2미터 가까이나 날아가 박혔다. 그리고 바로 강재협은
권총으로 도망치는 사내를 쏘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으면 쏘느니, 공포탄이 어쩌구 하는 총기 수칙 따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전혀 주저 없는 사격에 겁을 먹은
사내가 먼저 멈추곤 엎어졌다.
놈들은 죽은 여자의 몸에서 떼어낸 거라고 우겼다.
그야 그렇겠지. 산 채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나…
놈들의 아지트를 수색하자, 많은 약품과 또 다른 신체조각들이
몇 개 더 나왔다. 여자 가슴…손가락…그 모든 신체조각들의
임자가 단 한 명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조금 위안거리였다.
문혜주의 손가락에 닿고 강재협은 왜 갑자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막연히 그 사건을 접하고
마치 그 때까지 전전긍긍해왔던 자신의 모든 세계가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듯했던, 그 때의 절망감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문혜주의 손가락은 차가왔다. 마치 포르말린에 잔뜩
절여놓았던 그 때의 그 이름 모를 여인의 손가락처럼…
강재협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문혜주의 뺨을 어루만졌다.
문혜주는 흠칫 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강재협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차가운 뺨이었다. 온기의 흔적을 찾는 듯,
강재협의 손은 뺨에서 목으로, 어깨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녀의 가슴에서 크게 출렁이는 생명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강재협의 마음 속에 폭포 같은 안도감이 쏟아내렸다.
살아있구나…
순간, 뭔가 부드러운 것이 강재협의 입술에 와 닿았다.
섬뜩하리만치 차가왔지만, 마치 비누거품처럼 힘없이 흐르곤
퍼뜩 멀어져갔다.
“……”
강재협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혜주의 먹처럼 빛이 없는
까만 눈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일말의 경계심,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주저, 죄책감…
죄책감?
“당신의 눈빛은 형사가 아니네요…”
“허튼 소리 하지 마”
“뭔가 갈구하는 게 있어요…”
“입 닥쳐!”
“한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뭐야?”
“도형씨를 체포하러 왔을 때…”
하얀 허벅지…그 사이로 흐르는 하얀 정액…
“…왜 기다려주지 않았죠?”
이유는 모른다. 다만 울컥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어떤 감정이 있어, 놈이 한없이 미웠다.
“이구희랑은 어떤 사이지?”
“…”
눈꼬리 하나 흔들리지 않았지만, 문혜주의 표정이 달라졌다.
“놈의 거실에서 당신의 그림이 걸려있는 걸 봤어. 화랑에서
그림을 고를 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 테지…”
“…질문은 내가 먼저 했어요. 대답해 주면 나도 대답하겠어요.”
“대답해줄 이유가 없어”
“…그게 우리의 마지막 정사였어요…”
뭐라고? 그럼 놈이 탈출한지 벌써 삼년짼데 그 동안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단 말인가?
“사랑하는 연인들의 마지막 정사를 방해한 거에요…
이유쯤 들을 권리 있지 않나요?”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나…?”
“문득 알고 싶어졌어요…지금 당신의 눈빛이 그 때와 똑같거든요…”
“……”
“질투였나요?”
강재협은 순간, 폭발하듯 끓어오르는 힘으로 문혜주의
허리를 낚아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신비한 열정이 그녀를 안고,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문혜주는 반항하지 않았다. 다만 미동도 않은 채,
파도에 흔들리는 널빤지처럼 그저 맡기고 있었을 뿐.
문혜주의 입술을 빨며, 입술 주변을 핥으며, 강재협의 손은
문혜주의 등을 내내 휘젓고 있었다. 이윽고 손이 엉덩이에
닿자, 문득 강재협의 몸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강재협은 힘이 가득 들어간 손으로 문혜주의
엉덩이를 잡아 당겨, 자신의 아랫도리에 밀착시켰다.
밀착시키면 시킬수록 갈증은 더욱 끓어, 마치 그녀의
세포 하나까지도 모두 몸에 바를 것처럼 끌어당겼다.
그의 자지는 한껏 서 있었다. 사춘기 때, 자기보다 두 살
많던 동네 누나랑 첫 경험을 했을 때 이래로 이만큼이나
발기한 적이 있었을까. 아마 아내와 첫날 밤을 치르던
날도 이렇진 않았을 것이다.
신비한 여자였다. 창백한 하얀 얼굴…하지만 몸매는 결코
글래머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깡말랐고, 가슴도 작았다.
무엇보다도 그 하얀 피부…이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밤새 새로 내린 설원을 처음 밟는 아이의 두근거림처럼,
그녀의 하얀 피부는 세상의 모든 순결이었고, 그리하여
그녀를 안는 사내들은 모두 금지된 성역에 들어가는
모험가처럼 경외심과 불타는 정복욕, 그리고 잔인한 파괴의
충동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반항보다 가냘픈 흔들림이 더욱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재협은 그 때 처음 알았다.
<계속>
차에 경광등을 달지 않는 터라, 생각 없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강화에서 김포로 접어드는 굴다리였다. 다리 밑에
작은 봉고가 서 있었고, 거기에 성인용품이라는 빨간 간판이
붙어 있었다. 단속대상이었다. 하지만 귀찮아져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봉고가 빵빵 클랙션을 울렸다. 세상엔 가끔 그렇게
죽고 싶어 환장한 녀석도 있었다.
강재협이 차를 세우자, 봉고에 타고 있던 놈이 다가와 묻는다.
‘아저씨, 홀몸이슈?’
‘이런 호로새끼가 내가 홀몸이건 뭐건 뭔 상관이야, 빨리
차나 빼!’
‘하하, 아저씨,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아줌니 이거 하나
갖다 드리쇼?’
하면서 머리 짧은 뚱보가 내민 물건을 보니, 약 20센치
가까이나 되는 남자의 성기를 본뜬 자위기구였다. 이런 걸로
쑤셔놨다간, 한국에 남자들 씨가 마를 게다…
‘아저씨, 보아하니 무지 피곤해보이는데 말야, 그럼 아줌마
바람나죠, 이런 건 원래 남편들이 챙겨주는 거라구요’
신기하게도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피곤한 건 사실이고,
아내 상대를 못해준지도 어지간히 되었는데, 이런 걸로
아내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 것이다.
‘7만원만 주십쇼’
드럽게 비싸네. 됐다…강재협은 그걸 던져주고 다시 사이드를
풀었다.
‘아저씨, 그럼 우리만 있는 진짜 끝내주는 거 하나 보시려우?
이거 하나 있음 남자들 뻑인데 말야.’
강재협은 형사다. 이미 8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었다.
순간, 범죄 냄새가 났다. 신경을 곧추세우고 강재협은 차에서
내렸다. 물론 권총을 몰래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이 보여준 물건에 강재협은
경악하고 말았다.
네모난 박스였다. 그걸 감싸둔 신문지와 박스를 풀자,
그 안에 액체에 담겨진 뭔가가 나왔다. 그것은 여자의 아랫부분…
정확히 얘기하면, 여자의 보지를 중심으로 얼마간을 떼어낸
육체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순간, 아득해지는 느낌과 더불어 온 몸에서 소름이 바짝
돋았지만, 강재협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질문을
시작했다.
‘이거 진짜야?’
‘보면 모르슈?’
사내는 누우런 이빨을 드러내며 헤벌쭉 웃었다. 내가 종말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세상은 말세가 틀림없었다. 세상이 이런데 내가
그토록 강도니 살인자니를 잡아들인다고 과연 뭐 도움이나 될
것인가…갑자기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말이 필요없었다. 강재협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권총을 꺼내들어 사내의 머리통을 갈겼다.
모두 세 놈이었다. 푹 거꾸러지는 사내를 보고 일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했던 사내는, 바로 정신을
차렸는지 드립다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놈은 달려들었다.
강재협은 자신도 놀랄 정도의 힘으로 사내를 걷어찼다. 사내가
거의 2미터 가까이나 날아가 박혔다. 그리고 바로 강재협은
권총으로 도망치는 사내를 쏘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으면 쏘느니, 공포탄이 어쩌구 하는 총기 수칙 따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전혀 주저 없는 사격에 겁을 먹은
사내가 먼저 멈추곤 엎어졌다.
놈들은 죽은 여자의 몸에서 떼어낸 거라고 우겼다.
그야 그렇겠지. 산 채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나…
놈들의 아지트를 수색하자, 많은 약품과 또 다른 신체조각들이
몇 개 더 나왔다. 여자 가슴…손가락…그 모든 신체조각들의
임자가 단 한 명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조금 위안거리였다.
문혜주의 손가락에 닿고 강재협은 왜 갑자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막연히 그 사건을 접하고
마치 그 때까지 전전긍긍해왔던 자신의 모든 세계가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듯했던, 그 때의 절망감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문혜주의 손가락은 차가왔다. 마치 포르말린에 잔뜩
절여놓았던 그 때의 그 이름 모를 여인의 손가락처럼…
강재협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문혜주의 뺨을 어루만졌다.
문혜주는 흠칫 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강재협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차가운 뺨이었다. 온기의 흔적을 찾는 듯,
강재협의 손은 뺨에서 목으로, 어깨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녀의 가슴에서 크게 출렁이는 생명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강재협의 마음 속에 폭포 같은 안도감이 쏟아내렸다.
살아있구나…
순간, 뭔가 부드러운 것이 강재협의 입술에 와 닿았다.
섬뜩하리만치 차가왔지만, 마치 비누거품처럼 힘없이 흐르곤
퍼뜩 멀어져갔다.
“……”
강재협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혜주의 먹처럼 빛이 없는
까만 눈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일말의 경계심,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주저, 죄책감…
죄책감?
“당신의 눈빛은 형사가 아니네요…”
“허튼 소리 하지 마”
“뭔가 갈구하는 게 있어요…”
“입 닥쳐!”
“한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뭐야?”
“도형씨를 체포하러 왔을 때…”
하얀 허벅지…그 사이로 흐르는 하얀 정액…
“…왜 기다려주지 않았죠?”
이유는 모른다. 다만 울컥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어떤 감정이 있어, 놈이 한없이 미웠다.
“이구희랑은 어떤 사이지?”
“…”
눈꼬리 하나 흔들리지 않았지만, 문혜주의 표정이 달라졌다.
“놈의 거실에서 당신의 그림이 걸려있는 걸 봤어. 화랑에서
그림을 고를 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 테지…”
“…질문은 내가 먼저 했어요. 대답해 주면 나도 대답하겠어요.”
“대답해줄 이유가 없어”
“…그게 우리의 마지막 정사였어요…”
뭐라고? 그럼 놈이 탈출한지 벌써 삼년짼데 그 동안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단 말인가?
“사랑하는 연인들의 마지막 정사를 방해한 거에요…
이유쯤 들을 권리 있지 않나요?”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나…?”
“문득 알고 싶어졌어요…지금 당신의 눈빛이 그 때와 똑같거든요…”
“……”
“질투였나요?”
강재협은 순간, 폭발하듯 끓어오르는 힘으로 문혜주의
허리를 낚아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신비한 열정이 그녀를 안고, 그녀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문혜주는 반항하지 않았다. 다만 미동도 않은 채,
파도에 흔들리는 널빤지처럼 그저 맡기고 있었을 뿐.
문혜주의 입술을 빨며, 입술 주변을 핥으며, 강재협의 손은
문혜주의 등을 내내 휘젓고 있었다. 이윽고 손이 엉덩이에
닿자, 문득 강재협의 몸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강재협은 힘이 가득 들어간 손으로 문혜주의
엉덩이를 잡아 당겨, 자신의 아랫도리에 밀착시켰다.
밀착시키면 시킬수록 갈증은 더욱 끓어, 마치 그녀의
세포 하나까지도 모두 몸에 바를 것처럼 끌어당겼다.
그의 자지는 한껏 서 있었다. 사춘기 때, 자기보다 두 살
많던 동네 누나랑 첫 경험을 했을 때 이래로 이만큼이나
발기한 적이 있었을까. 아마 아내와 첫날 밤을 치르던
날도 이렇진 않았을 것이다.
신비한 여자였다. 창백한 하얀 얼굴…하지만 몸매는 결코
글래머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깡말랐고, 가슴도 작았다.
무엇보다도 그 하얀 피부…이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밤새 새로 내린 설원을 처음 밟는 아이의 두근거림처럼,
그녀의 하얀 피부는 세상의 모든 순결이었고, 그리하여
그녀를 안는 사내들은 모두 금지된 성역에 들어가는
모험가처럼 경외심과 불타는 정복욕, 그리고 잔인한 파괴의
충동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반항보다 가냘픈 흔들림이 더욱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재협은 그 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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