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부-----------------------------
난 내면의 세계에서 아주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막힘이 없었다.
아마도 지금의 상태라면 내 몸의 어떤 부분이라도 내가 원하는대로 조절이 될듯했다.
심장의 박동이나 장의 움직임, 머리카락의 길이 등 내 몸에 붙어 있는 것들의 신진대사 모두가 내 의지로 이루어지는듯 했다.
과연 이것이 사람이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라고 믿을 수 있다.
임독이맥이 막히지 않고 태어나지만 세상의 탁기로 그것이 막힌다고 한다.
그저 탁기가 몸에 쌓여 막히는 줄만 알았지 그것이 왜 쌓이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몸 안의 모든 장기가 주인의 뜻으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율신경계에서 자동으로 제어를 하니 배가 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배설이 하고 싶으면 배설을 하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몸에 알아서 반응을 하다보니 자연 탁기가 쌓이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경지라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사라지게 된다.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경지에 오르기 때문이다.
부처가 이것을 해탈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이 해탈의 경지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심마다.
내게 찾아온 심마는 다름 아닌 구미호였다.
이미 내 뒤를 따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와 대적할 처지가 되지 못할테니 그저 두고 보고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녀가 눈치채고 나의 내면으로 들어온다면 내게도 약간의 타격이 생긴다.
아직 덜 성숙한 환경에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면 금새 색이 변해버린다.
아주 깨끗하게 정화를 해야하는 시점에 똥물이 튀긴 것이지.
“용케도 찾아왔군.”
“뭐 이런건 우리에게 쉬운 일이니까.”
“그래 그럼 시작해야 하나?”
“길게 끌 필요있겠어?”
지금 난 움직이기 벅찬 상태였다.
분명 의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지만 지금처럼 더욱 큰 세계를 가지게 되면 약간의 공황이 생기는데 그 틈을 구미호가 노리고 들어온 지금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내가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적기 때문이다.
“난 예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지. 역시 사람은 특히 남자는 여인의 유혹에 약하더군. 지금처럼 아주 조심해야 하는 경우에도 말이지.”
구미호는 내 앞에서 나체로 춤을 추었다.
마치 승무를 나체로 추는 듯한 기분.
뭔가 엄숙한 분위기인데도 하염없는 색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반응을 일으키려했다.
조금만 더 늦게 구미호가 왔으면 이따위 수작에 놀아나지 않을텐데...
이미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나의 물건은 구미호를 향해 껄떡대고 있었다.
구미호의 눈빛은 더욱 정염으로 타오르며 날 향해 다가왔다.
우선 내 영역을 확실히 해야 하므로 피할 수도 없다.
난 최대한 나의 의지를 일으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내면의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는데만 신경을 썼다.
구미호는 내게 바짝 다가와 나의 하체에 시선을 고정하고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실제 몸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텐데 지금 나의 하초는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구미호는 적절히 힘의 강약을 조절하여 나를 완전히 색의 세계로 끌고 가려고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걸...
구미호의 혀가 닿자 모든 의지가 바스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강한 쾌감을 원하게 되고 좀 더 자극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것이 심마의 진실인가?’
초탈했다고 생각한 육체적인 향락을 정신의 상태에서 더욱 강하게 느끼다니...
단지 내 의지로 누르고 있었을 뿐 진정으로 초탈한게 아니란 말인가?
구미호는 양반자세의 나를 뒤로 눕히고 나의 온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돈하나 꼼작 못할 정도의 쾌감.
그간 여러 여자와 동침을 했지만 단연코 이런 쾌감은 느끼지 못했다.
‘좋다. 내가 이대로 죽더라도 이 쾌락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나 죽자.’
난 오히려 구미호의 자극을 받아들이며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이미 준비가 끝난 서로의 성기를 결합에 이르게 했다.
나와 구미호의 궁합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서로의 성감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자극해주고 그 자극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애무를 준비했다.
내 머릿속은 이제 텅비어 버렸다.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도 잊어버리고 다만 지금의 행위에만 열중했다.
구미호가 무엇을 바라고 내 정신세계에서 이러는지 몰라도 다만 이렇게 섹스를 하는 것만이 내겐 중요했다.
난 그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쾌락을 탐하기 시작했고 운지가 힘들어할 정도로 막강한 나의 정력은 구미호까지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슬슬 그녀의 신음이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들리기 시작하고 내 몸에 매달려 헐떡대는 폼이 이미 내게 몸을 기대는 기분이었다.
무의 공간에서 끝없는 섹스를 하는 도중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 모습.
항상 변하기만 하던 나의 모습이 언젠가 고정되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의식이 만들어낸 내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내 뇌리로 투영되었다.
순간 나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내면의 세계 곳곳이 나의 의지로 제어가 되기 시작했다.
내 품에서 헐떡이는 구미호는 이제 더 이상 외부 기운이 아니라 내 기운의 일부가 되고 있었고 그녀의 몸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 사랑해요....”
구미호의 의식이 완전히 내게서 멀어질 때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아마 이대로 그녀는 환계로 복귀했을 것이다.
명계의 사자가 올 필요도 없이 스스로 돌아간 것이다.
자신의 힘의 한계를 깨달았고 내 의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알아서 돌아간 것이다.
난 내 몸의 모든 것은 다시 점검하고 내면의 세계에서 돌아왔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처의 형상이 내 모습에서 비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몸을 조금 움직이자 내 몸을 덮고 있던 옷과 피부가 갈라지더니 깨끗한 피부가 돋아 나왔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절을 올렸다.
완전 부처의 환생으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난 내 몸을 가릴 것을 생각했다.
그러자 내 몸을 깜싸는 부드러운 천의 느낌이 느껴지며 어느새 옷이 입혀져 있었다.
난 천천히 중원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지금의 상태라면 누구와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중원에선 나와 악세호의 대결로 관심이 쏠려있었다.
폐관 수련을 핑계로 내가 잠적한 것이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악세호가 두려워 도망간 것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물론 악세호가 퍼뜨린 소문이겠지만 은근히 괘심한 생각을 하고 있는 마도에선 악세호의 정체를 전면적으로 알려버렸다.
대결의 주 취지를 밝히면서 악세호가 금천단의 단주라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세상은 또 한번 뒤집히려 하고 있었다.
그나마 무림맹으로 연합하던 자들도 서둘러 신정맹으로 입지를 바꾸었다.
이런 신경전으로 서로의 세만 갉아먹던 그들은 대륙의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잠시 주춤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부처가 다시 돌아왔다.’
‘그가 인세를 다시금 정화할 것이다.’
별별 소리가 다 있었지만 그게 나를 지칭한 소리라니...
마도의 정점에 있는 내게 부처의 환생이라...
아무튼 말하기도 귀찮아 그냥 두고 왔더니 중원까지 따라왔다.
이미 악세호와의 결전의 날도 머지않아 먼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이곳에서 대결을 한다면 내가 인세에 있을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다.
뭐 그 뒤의 일은 그때 생각해야지.
악세호 역시 나와의 대결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하루 일찍 도착했다.
서로의 실력을 알고 있는 이상 더 기다리고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악단주 일찍 오셨구려.”
“그대도 마찬가지오.”
“그럼 바로 시작하는건 어떻겠소.”
“그럽시다.”
확실히 악세호의 경지는 현경에 이르렀다.
조금 더 수련을 한다면 현경의 최후 경지에 이르겠지만 그건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하겠지?
지금으로선 내게서 뭔가 느낀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악세호의 검이 천천히 나의 정수리로 내려왔다.
사실 너무 빨라 천천히 내려오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내려치는 검을 계속 피하자 그도 연속으로 내리친 것이 남들의 눈에는 한번 내려친 것으로 보인 것이다.
난 악세호가 준비하는 기술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의 모든 기를 검에 주입하여 검에 의지를 불어넣는 경지.
신검합일의 경지를 보이려 하고 있었다.
그가 검을 들어 나를 향할 때 이미 나의 몸은 공간에 흩어져 버렸다.
생사경에 접어들면서 생긴 하나의 능력이다.
내 의지가 점령한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
내 모습을 숨길 수도 있고 상대의 공격을 무마 시킬 수도 있다.
물론 내 의지가 상대보다 강해야만 통용되는 기술이다.
악세호는 당황하면서도 기를 흩트리지는 않았다.
그정도만 해도 얼마의 수련이 있었는지는 알만했다.
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그와 같은 수법을 펼쳤다.
간만에 뽑은 청공검에 기를 주입하여 검강을 일으키고 손을 앞으로 뻗어 검을 내 질렀다.
악세호도 마찬가지로 검강이 감싸는 검으로 내 검을 막았다.
“헉.. 이기어검술.”
그가 이룬 신검합일의 경지를 뛰어넘는 전설상의 경지.
뜻으로 검을 움직인다는 이기어검술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악세호는 자신의 어깨를 노리는 검을 쳐내지 못하고 일검을 맞아야 했다.
단순한 일검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이 깨지는 일검이었다.
“그대는 알고 있을 것이오. 내가 검을 거둔 이유를.”
“허허. 내가 조용히 물러가지.”
“그보다 그대는 이 길로 관으로 들어가시오.”
“무슨 소린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자는 것이오. 그대의 자리는 관부가 아니었소? 앞으로 무림의 일보다는 관의 일에만 전념했으면 하오.”
악세호는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단 소린가?
과거의 모든 은원은 여기서 모두 잊고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그가 떠나고 아침 해가 밝아오자 무림인들이 몰려들었다.
나와 악세호의 대결을 관전하려는 목적이겠지?
“악세호는 떠났다. 이제 새로운 무림의 역사는 그대들의 손으로 이루어야 할 것이다.”
난 한마디만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대결도 끝이 났고 구미호의 문제도 처리되었다.
이젠 나도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간 무림에서 맺은 연도 적지 않지만 이젠 잊어야겠지?
염왕이 나에게 자유를 준다면 이곳에 머무르겠지만 어짜피 난 이곳의 사람이 아니니 사라진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난 나의 여인들과 가벼운 인사만 했다.
영원히 떠난다는 소리를 차마 할 수가 없기에.
그저 평소와 같이 그녀들을 안아주길 매일 같이 반복했다.
내 새끼라도 하나 생기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았지만 왠일인지 생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들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내가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운지가 내게 시간이 되었다는 소리를 하기까진 그런 생활만 반복했다.
현사에게만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녹림의 정문을 벗어났다.
운지는 오랜만에 자신의 본 모습으로 변해 날 태우고 명계로 향했다.
염왕은 나의 노고를 치하했다.
구미호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세상을 좀 더 바른쪽으로 유도했으니.
더욱이 내가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처음 이곳에서 의지로 신체를 다시 이룬 것이 바로 생사경의 초입에 이르게 하는 수련이었다.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이르게 하는 것이지 이루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 이제 어디로 갈텐가?”
“당연히 내가 살던 곳이죠.”
“안됐지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네.”
“왜 안된다는 겁니까?”
“사실 자네는 육체가 없네. 그래서 그곳으로 가더라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말일세.”
그럼 지금까지 사람들이 날 만지고 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무림에선 자네에게 맞는 육체를 만들어 준 것일세. 지금은 또 영혼의 상태가 아닌가? 처음 자네가 의지로 신체를 만들 때 이미 신체는 사라진 것이네.”
이런 지랄 같은 황당한 일을 봤나.
결국은 귀신이니까 인간 세상에 갈 수 없다니...
“대신 자네의 현재 상태를 고스란히 보존해서 보내 줄 수는 있네.”
“그게 결국은 내가 살던 곳은 안되니 다른 곳으로 가란 말 아닙니까?”
“잘 아는군. 인간계도 꽤나 종류가 많거든.”
“그냥 여기서 살면 안됩니까?”
“안돼. 자넨 아직 수명이 남았거든.”
“얼마나 남았는데요.”
“한 3만년되나?”
“농담하십니까?”
“그렇군. 그럼 자네를 그리로 보내면 되겠군. 자네처럼 오래 살아가는 생물이 있는곳.”
사람이 어떻게 3만년을 산단 말인가?
이 빌어먹을 염왕이 무슨 수작인지 날 어디론가 보내고 있었다.
ps 좀 이상하게 2부가 끝났네요
원래는 좀 더 구체적이면서 서술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게다가 쓰다가 안써서 제대로 연결도 안되구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쓰면 모를까 이정도에서 맺음을 하는게 좋을 것 같더라구요
3부에서는 환타지를 쓸거예요
뻔한 내용이겠지하고 안읽는건 아니시겠죠? ^^;
환타지는 무협보다 자유스러워서 정말 제맘대로 쓸거예요
응원 부탁드려도 되죠?
난 내면의 세계에서 아주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막힘이 없었다.
아마도 지금의 상태라면 내 몸의 어떤 부분이라도 내가 원하는대로 조절이 될듯했다.
심장의 박동이나 장의 움직임, 머리카락의 길이 등 내 몸에 붙어 있는 것들의 신진대사 모두가 내 의지로 이루어지는듯 했다.
과연 이것이 사람이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라고 믿을 수 있다.
임독이맥이 막히지 않고 태어나지만 세상의 탁기로 그것이 막힌다고 한다.
그저 탁기가 몸에 쌓여 막히는 줄만 알았지 그것이 왜 쌓이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몸 안의 모든 장기가 주인의 뜻으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율신경계에서 자동으로 제어를 하니 배가 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배설이 하고 싶으면 배설을 하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몸에 알아서 반응을 하다보니 자연 탁기가 쌓이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경지라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사라지게 된다.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경지에 오르기 때문이다.
부처가 이것을 해탈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이 해탈의 경지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심마다.
내게 찾아온 심마는 다름 아닌 구미호였다.
이미 내 뒤를 따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와 대적할 처지가 되지 못할테니 그저 두고 보고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그녀가 눈치채고 나의 내면으로 들어온다면 내게도 약간의 타격이 생긴다.
아직 덜 성숙한 환경에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면 금새 색이 변해버린다.
아주 깨끗하게 정화를 해야하는 시점에 똥물이 튀긴 것이지.
“용케도 찾아왔군.”
“뭐 이런건 우리에게 쉬운 일이니까.”
“그래 그럼 시작해야 하나?”
“길게 끌 필요있겠어?”
지금 난 움직이기 벅찬 상태였다.
분명 의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지만 지금처럼 더욱 큰 세계를 가지게 되면 약간의 공황이 생기는데 그 틈을 구미호가 노리고 들어온 지금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내가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적기 때문이다.
“난 예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지. 역시 사람은 특히 남자는 여인의 유혹에 약하더군. 지금처럼 아주 조심해야 하는 경우에도 말이지.”
구미호는 내 앞에서 나체로 춤을 추었다.
마치 승무를 나체로 추는 듯한 기분.
뭔가 엄숙한 분위기인데도 하염없는 색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반응을 일으키려했다.
조금만 더 늦게 구미호가 왔으면 이따위 수작에 놀아나지 않을텐데...
이미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나의 물건은 구미호를 향해 껄떡대고 있었다.
구미호의 눈빛은 더욱 정염으로 타오르며 날 향해 다가왔다.
우선 내 영역을 확실히 해야 하므로 피할 수도 없다.
난 최대한 나의 의지를 일으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내면의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는데만 신경을 썼다.
구미호는 내게 바짝 다가와 나의 하체에 시선을 고정하고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실제 몸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텐데 지금 나의 하초는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구미호는 적절히 힘의 강약을 조절하여 나를 완전히 색의 세계로 끌고 가려고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걸...
구미호의 혀가 닿자 모든 의지가 바스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좀 더 강한 쾌감을 원하게 되고 좀 더 자극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것이 심마의 진실인가?’
초탈했다고 생각한 육체적인 향락을 정신의 상태에서 더욱 강하게 느끼다니...
단지 내 의지로 누르고 있었을 뿐 진정으로 초탈한게 아니란 말인가?
구미호는 양반자세의 나를 뒤로 눕히고 나의 온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돈하나 꼼작 못할 정도의 쾌감.
그간 여러 여자와 동침을 했지만 단연코 이런 쾌감은 느끼지 못했다.
‘좋다. 내가 이대로 죽더라도 이 쾌락의 끝이 어디인지 알고나 죽자.’
난 오히려 구미호의 자극을 받아들이며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이미 준비가 끝난 서로의 성기를 결합에 이르게 했다.
나와 구미호의 궁합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서로의 성감을 정확하게 찾아내어 자극해주고 그 자극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애무를 준비했다.
내 머릿속은 이제 텅비어 버렸다.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도 잊어버리고 다만 지금의 행위에만 열중했다.
구미호가 무엇을 바라고 내 정신세계에서 이러는지 몰라도 다만 이렇게 섹스를 하는 것만이 내겐 중요했다.
난 그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쾌락을 탐하기 시작했고 운지가 힘들어할 정도로 막강한 나의 정력은 구미호까지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슬슬 그녀의 신음이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들리기 시작하고 내 몸에 매달려 헐떡대는 폼이 이미 내게 몸을 기대는 기분이었다.
무의 공간에서 끝없는 섹스를 하는 도중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내 모습.
항상 변하기만 하던 나의 모습이 언젠가 고정되더니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의식이 만들어낸 내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내 뇌리로 투영되었다.
순간 나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내면의 세계 곳곳이 나의 의지로 제어가 되기 시작했다.
내 품에서 헐떡이는 구미호는 이제 더 이상 외부 기운이 아니라 내 기운의 일부가 되고 있었고 그녀의 몸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 사랑해요....”
구미호의 의식이 완전히 내게서 멀어질 때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아마 이대로 그녀는 환계로 복귀했을 것이다.
명계의 사자가 올 필요도 없이 스스로 돌아간 것이다.
자신의 힘의 한계를 깨달았고 내 의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알아서 돌아간 것이다.
난 내 몸의 모든 것은 다시 점검하고 내면의 세계에서 돌아왔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처의 형상이 내 모습에서 비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몸을 조금 움직이자 내 몸을 덮고 있던 옷과 피부가 갈라지더니 깨끗한 피부가 돋아 나왔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절을 올렸다.
완전 부처의 환생으로 나를 대하고 있었다.
난 내 몸을 가릴 것을 생각했다.
그러자 내 몸을 깜싸는 부드러운 천의 느낌이 느껴지며 어느새 옷이 입혀져 있었다.
난 천천히 중원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지금의 상태라면 누구와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중원에선 나와 악세호의 대결로 관심이 쏠려있었다.
폐관 수련을 핑계로 내가 잠적한 것이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악세호가 두려워 도망간 것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물론 악세호가 퍼뜨린 소문이겠지만 은근히 괘심한 생각을 하고 있는 마도에선 악세호의 정체를 전면적으로 알려버렸다.
대결의 주 취지를 밝히면서 악세호가 금천단의 단주라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세상은 또 한번 뒤집히려 하고 있었다.
그나마 무림맹으로 연합하던 자들도 서둘러 신정맹으로 입지를 바꾸었다.
이런 신경전으로 서로의 세만 갉아먹던 그들은 대륙의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잠시 주춤거리고 있었다.
‘세상에 부처가 다시 돌아왔다.’
‘그가 인세를 다시금 정화할 것이다.’
별별 소리가 다 있었지만 그게 나를 지칭한 소리라니...
마도의 정점에 있는 내게 부처의 환생이라...
아무튼 말하기도 귀찮아 그냥 두고 왔더니 중원까지 따라왔다.
이미 악세호와의 결전의 날도 머지않아 먼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 이곳에서 대결을 한다면 내가 인세에 있을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다.
뭐 그 뒤의 일은 그때 생각해야지.
악세호 역시 나와의 대결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하루 일찍 도착했다.
서로의 실력을 알고 있는 이상 더 기다리고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악단주 일찍 오셨구려.”
“그대도 마찬가지오.”
“그럼 바로 시작하는건 어떻겠소.”
“그럽시다.”
확실히 악세호의 경지는 현경에 이르렀다.
조금 더 수련을 한다면 현경의 최후 경지에 이르겠지만 그건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하겠지?
지금으로선 내게서 뭔가 느낀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악세호의 검이 천천히 나의 정수리로 내려왔다.
사실 너무 빨라 천천히 내려오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내려치는 검을 계속 피하자 그도 연속으로 내리친 것이 남들의 눈에는 한번 내려친 것으로 보인 것이다.
난 악세호가 준비하는 기술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의 모든 기를 검에 주입하여 검에 의지를 불어넣는 경지.
신검합일의 경지를 보이려 하고 있었다.
그가 검을 들어 나를 향할 때 이미 나의 몸은 공간에 흩어져 버렸다.
생사경에 접어들면서 생긴 하나의 능력이다.
내 의지가 점령한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
내 모습을 숨길 수도 있고 상대의 공격을 무마 시킬 수도 있다.
물론 내 의지가 상대보다 강해야만 통용되는 기술이다.
악세호는 당황하면서도 기를 흩트리지는 않았다.
그정도만 해도 얼마의 수련이 있었는지는 알만했다.
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그와 같은 수법을 펼쳤다.
간만에 뽑은 청공검에 기를 주입하여 검강을 일으키고 손을 앞으로 뻗어 검을 내 질렀다.
악세호도 마찬가지로 검강이 감싸는 검으로 내 검을 막았다.
“헉.. 이기어검술.”
그가 이룬 신검합일의 경지를 뛰어넘는 전설상의 경지.
뜻으로 검을 움직인다는 이기어검술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악세호는 자신의 어깨를 노리는 검을 쳐내지 못하고 일검을 맞아야 했다.
단순한 일검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이 깨지는 일검이었다.
“그대는 알고 있을 것이오. 내가 검을 거둔 이유를.”
“허허. 내가 조용히 물러가지.”
“그보다 그대는 이 길로 관으로 들어가시오.”
“무슨 소린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자는 것이오. 그대의 자리는 관부가 아니었소? 앞으로 무림의 일보다는 관의 일에만 전념했으면 하오.”
악세호는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단 소린가?
과거의 모든 은원은 여기서 모두 잊고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그가 떠나고 아침 해가 밝아오자 무림인들이 몰려들었다.
나와 악세호의 대결을 관전하려는 목적이겠지?
“악세호는 떠났다. 이제 새로운 무림의 역사는 그대들의 손으로 이루어야 할 것이다.”
난 한마디만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대결도 끝이 났고 구미호의 문제도 처리되었다.
이젠 나도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간 무림에서 맺은 연도 적지 않지만 이젠 잊어야겠지?
염왕이 나에게 자유를 준다면 이곳에 머무르겠지만 어짜피 난 이곳의 사람이 아니니 사라진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난 나의 여인들과 가벼운 인사만 했다.
영원히 떠난다는 소리를 차마 할 수가 없기에.
그저 평소와 같이 그녀들을 안아주길 매일 같이 반복했다.
내 새끼라도 하나 생기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았지만 왠일인지 생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들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내가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운지가 내게 시간이 되었다는 소리를 하기까진 그런 생활만 반복했다.
현사에게만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조용히 녹림의 정문을 벗어났다.
운지는 오랜만에 자신의 본 모습으로 변해 날 태우고 명계로 향했다.
염왕은 나의 노고를 치하했다.
구미호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세상을 좀 더 바른쪽으로 유도했으니.
더욱이 내가 생사경의 경지에 오른 것에 놀라는 눈치였다.
처음 이곳에서 의지로 신체를 다시 이룬 것이 바로 생사경의 초입에 이르게 하는 수련이었다.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이르게 하는 것이지 이루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 이제 어디로 갈텐가?”
“당연히 내가 살던 곳이죠.”
“안됐지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네.”
“왜 안된다는 겁니까?”
“사실 자네는 육체가 없네. 그래서 그곳으로 가더라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말일세.”
그럼 지금까지 사람들이 날 만지고 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무림에선 자네에게 맞는 육체를 만들어 준 것일세. 지금은 또 영혼의 상태가 아닌가? 처음 자네가 의지로 신체를 만들 때 이미 신체는 사라진 것이네.”
이런 지랄 같은 황당한 일을 봤나.
결국은 귀신이니까 인간 세상에 갈 수 없다니...
“대신 자네의 현재 상태를 고스란히 보존해서 보내 줄 수는 있네.”
“그게 결국은 내가 살던 곳은 안되니 다른 곳으로 가란 말 아닙니까?”
“잘 아는군. 인간계도 꽤나 종류가 많거든.”
“그냥 여기서 살면 안됩니까?”
“안돼. 자넨 아직 수명이 남았거든.”
“얼마나 남았는데요.”
“한 3만년되나?”
“농담하십니까?”
“그렇군. 그럼 자네를 그리로 보내면 되겠군. 자네처럼 오래 살아가는 생물이 있는곳.”
사람이 어떻게 3만년을 산단 말인가?
이 빌어먹을 염왕이 무슨 수작인지 날 어디론가 보내고 있었다.
ps 좀 이상하게 2부가 끝났네요
원래는 좀 더 구체적이면서 서술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게다가 쓰다가 안써서 제대로 연결도 안되구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쓰면 모를까 이정도에서 맺음을 하는게 좋을 것 같더라구요
3부에서는 환타지를 쓸거예요
뻔한 내용이겠지하고 안읽는건 아니시겠죠? ^^;
환타지는 무협보다 자유스러워서 정말 제맘대로 쓸거예요
응원 부탁드려도 되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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