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특수수사대의 변화
주요인물
김영호 : 나이 39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제1팀장, 경위
이혜경 : 나이 33세, 김영호의 부인, 서울 경찰청 강력계 순경 출신
우지만 : 나이 36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경사
송기호 : 나이 31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경장
박민서 : 나이 29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순경
서선희 : 나이 26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순경
장혜인 : 나이 26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순경
황미란 : 나이 30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연구원
정복 입은 경찰관들이 하나 둘씩 경찰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신임 청장 취임식이 있는 날이다.
최동만 사건으로 인해 전국이 들썩였으며 결국 그 책임을 물어 경찰총장이 사임을 했고 그 후임으로 새로운 경찰청장이 취임을 하는 날이었다.
경찰의 주요 인사들이 모였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오늘도 일선에서 대한민국의 치안과 안보를 위해 힘써주시고 계신 경찰 여러분....”
신임 경찰청장의 취임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 영호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우리 경찰은 지난 날의 과오를 모두 잊고 새출발 하려고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리고 더 밝은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첫 째, 각 경찰 간부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우리 내부에 있는 사람이 범죄 행휘에 가담을 할 수 없도록 철저한 자체 조사와 감사를 통해 경찰의 조직력을 강화시키고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 째, 포상과 징계 제도를 더욱 활성화 하겠습니다. 능력 있고 성과 좋은 인재를 등용하고 경찰의 신분을 망각하고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람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겠습니다.
세 째, 경찰 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조사와 실사를 통해 인원이 많이 필요한 지역은 인원을 보충할 것이며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지역, 인구에 비해 많은 인원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정리를 통해 인원을 재조정할 것이며 지구대 외에 출장소를 두어 언제어디서든 국민이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조정하겠습니다. 또한 현재의 특수수사대를 팀제로 개편하고 하나로 운영되던 것을 두 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겠습니다. 특수수사대의 권한을 강화하여 강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습니다. 경찰청은 특수수사대 사건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신임 경찰청장은 취임사 통해 경찰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찰 간부 및 주요 인사들이 모인 신임 경찰청장 취임식이 끝났다.
영호는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문으로 향했다.
“김영호 경위....”
누군가가 뒤에서 영호를 불렀다.
영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경찰청 간부였다.
간부는 영호에게 다가왔다.
“청장님께서 찾으시네.”
“저를 찾으십니까?”
“그러네. 자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나를 따라 오게...”
그 시각 한강 고수부지...
사람들이 고수부지 주변에 몰려 있었고 경찰차와 앰블런스가 차 위의 경광등에 불빛을 내며 주변에 서 있었다.
경찰들은 주변의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 때 남녀가 인파 속을 파헤지고 나타났다.
“접근 금지입니다. 지금 조사중이니...”
남녀를 통제하던 의경이 말을 하다말고 거수경례를 붙였다.
“경찰청 특수수사대야.”
“옛. 충성∼”
의경은 재빠르게 길을 열어주었다.
“경찰청 특수수사대 우지만입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조사를 중인 감식반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
옆에 있던 관할 경찰서 소속으로 보이는 정복 경찰이 말했다.
“익사입니다. 여기서 운동하던 청년이 발견해서 신고를 했죠.”
“타살이겠네요.”
시신을 살펴보던 선희가 말했다.
“그렇겠지...자살을 한 것이라면 굳이 옷을 벗고 하지 않았겠지.”
지만이 선희에 말에 동의했다.
“피해자에게서 지문은 나오겠습니까?”
선희가 감식반에게 물었다.
“글쎄요. 아무래도 힘들거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문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사람 몸에 묻은 지문이 한 두 개도 아닐테지만 물에 빠지면 지문이 지워지기 쉽죠. 이미 몸이 물에 불어서 지문 채쥐 자체도 어려울 거 같네요.”
“음... 벌써 두 명째네요.”
“그러게 말야...저...이 피해자 성폭행 여부 좀 알아봐 주시구요, 또 다른 사망사인이 있는 지 조사해주세요.”
“우 경사님...이 정도면 죽은 지 5시간 이상 되었겠네요.”
“글쎄...”
지만은 감식반을 바라보며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여자 형사님 눈이 정확하네요. 8시간 정도로 추정이 되는데 시신의 몸이 물에 불은 것을 보면...음...지금이 오전 11시이니까 새벽 3시 전후로 보이는데 이것이 사망시간이로 할 수는 없죠. 정확히 말하자면 물에 빠진 시간이고...”
“그 전에 죽었을 수도 있단 말이죠. 죽인 다음 물에 던졌을 수도???”
선희가 감식반을 보며 말했다.
“네...뭐 정확하게 조사를 해야 되겠지만 형사님 말씀이 맞네요.”
“베테량이신가봐요?”
“옆에 있던 또 다른 감식반이 선희를 보며 말했다.
“예?”
“아니... 물에 불은 상태로 사망시간을 맞추는 것은 보통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데...”
감식반원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아...네...”
선희는 어영부영 대답을 했다.
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두 남자가 들어왔다.
“청장님... 김영호 경위입니다.”
책상 위에서 서류를 보던 청장은 자리에 일어났다.
“이야기 많이 들었네.”
청장은 영호에게 악수를 청했다.
“네...축하드립니다.”
영호는 악수를 하며 말했다.
“축하받을 일인가? 난 잘 모르겠는데...우선 앉게.”
세 사람은 쇼파에 앉았다.
청장이 가운데 1인용 쇼파에 앉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양 쪽 옆에 앉았다.
잠시 후 차가 들어왔다.
“자...들지...”
영호는 잔을 들어 입에 댔다.
“내가 자네를 부른 거는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야.”
영호는 청장을 쳐다봤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이 클 거라 생각되네. 다친 두 명의 대원은 퇴원했나?”
“예...이번 주부터 퇴원해서 일 보고 있습니다.”
“몸은 어떻다고 하나?”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나 일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 암튼 다행이군. 자네나 다른 대원들 모두 그동안 고생한 거 나나 여기 있는 김부장이나 다 알고 있네.”
청장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네나 대원들이 받은 충격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클 거라는 거 모르는거 아니네. 또 그 간의 공로도 인정하고... 그렇지만 경찰의 의무가 무엇인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
영호는 찻잔만 어루만질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네와 자네 대원들이 제출한 사표 생각해봤네. 하지만...”
“저...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말씀해 보시게.”
청장은 다시 차를 한모금 마셨다.
“사실 이번 사건 저를 포함한 우리 대원들 모두 충격이 큽니다. 그리고 그 간에 여러 사건들 중에 대원들한테 일어난 일들 보고안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사건 해결하다가 몸쓸 짓도 당해봤고 대원 하나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모셨던 상관이 결국 부하직원들을 이용하다가 잡혔습니다. 사실대로 말씀 드리면 경찰 옷 벗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일을 천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차마 수갑과 권총을 반납하지는 못하고 그냥 평범하게 다른 경찰처럼 그렇게 일하고 싶습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지원 시스템도 적어도 그래도 국민을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자리가 저희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경찰생활 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고생에 따른 보상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저희의 뜻을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윗 사람 잘못 모신 책임에 따른 특수수사대 사표라고 생각하시고 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영호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알아...안다고...그래도 그렇지 그 모든 대원이 다 특수수사대를 떠나면 어떡하나?”
청장은 다시 차를 한모금 마셨다.
“김부장...계획을 이야기 해주세요.”
청장은 영호 맞은 편에 앉은 김부장에게 말했다.
김부장은 프린트 된 자료를 영호에게 주며 말했다.
“아까 청장님 취임식에서 들어서 알걸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걸세. 그 동안 특수수사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내준 것 여기 계신 청장님이나 그 전에 계셨던 청장님 그리고 윗분들 다 알고 계시네. 그래서 이번에 특수수사대를 확대 운영할 것이네. 우선 팀제로 변경할거네. 1팀과 2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인원도 보충할 계획이야. 특히 사건의 빠른 해결을 위해 기존의 국과수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연구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야. 또 원하면 대원 보충도 할 예정이고... 그래서 자네가 1팀을 맡아주고 다른 사람이 2팀을 맡을 거야.”
영호는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렇게 세 사람이 차를 마신 시간은 앞으로 1시간이나 더 지속되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영호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재빠르게 민서가 일어나 모자와 상의를 건네 받았다.
“어찌나 날씨가 더운지...역시 정복은 불편해.”
영호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그 때 마침 지만과 선희가 들어왔다.
“마침 잘 오는군. 잠시 회의 좀 하지.”
대원들은 모두 회의실로 모였다.
“이렇게 마주앉아서 차를 마신게 얼마만이지?”
영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취임식이 끝나고 청장님이 나를 부르시더라구.”
영호가 잠깐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자 다들 영호를 바라봤다.
“역시 사표에 관해서 말씀하시더군.”
“그래서 어떻게 하신답니까?”
지만이 물었다.
“뭐....예상 했겠지만 안되겠대. 내가 우리의 입장, 우리의 생각을 말씀드렸는데 국민을 위해 한 번 더 봉사하라고 하시네. 그리고 팀제로 운영이 된대. 내가 1팀을 그리고 다른 사람이 2팀을 맡게 되고 팀에 대한 업무는 청장님이 직접 팀에게 하명을 하신대. 그러니까 사건이 나면 누가 맡을지 위에서 내려보내준다는거야.”
“그러니까 우리보고 계속 하라는거네요?”
선희가 다른 대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영호는 두 손을 깍지를 끼고 턱에 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팀마다 연구원을 지문이니 DNA 검사, 비디오판독 검사 등을 할 수 있게 하여 국과수를 거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래.”
“그건 반가운 소식이네. 일처리 빨라지겠는걸~”
기호가 반기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럼 우리가 1팀, 다른 사람이 2팀이 되나요?”
민서가 물었다.
“처음 계획은 경험이 많은 우리를 둘로 나눈다고 하더라고...그래서 내가 같이 가는 걸로 말했어. 아마 같이 안가면 특수수사대 사표가 아닌 경찰 사표를 낼지도 모른다고 했지. 또 자네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인원구성에 대해서는 나한테 권한을 달라고 했지.”
영호는 대원들을 한 번 쳐다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자...각자의 생각은 어때?”
“무슨 생각이요?”
“우리가 그냥 여기서 일하는거...”
영호의 말이 끝나자 다들 고개를 숙였다.
“어서 이야기 해봐...”
“뭐....반장님이 하자는 대로 해야죠. 단, 같은 팀이어야 됩니다.”
민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게라도 해야죠.”
“반장님과 함께라면 하겠습니다.”
기호를 제외한 모두가 특수수사대에 남기로 했다.
“송경장...이제 자네 혼자 남았어.”
“에이씨~~~ 저 정말 안할려고 했습니다. 정말 하기 싫습니다. 근데 에휴~ 다 한다는데 저만 안하면...”
기호가 말끝을 흐렸다.
“그럼 다 하는 걸로 알게. 우리가 1팀이 된다. 알았지?”
“네...”
모두들 대답을 했다.
“참...2팀으로는 누가 온대요?”
혜인이 물었다.
“그거는 말씀을 안해주시던데...하지만 인선작업은 다 끝났대. 자...그럼 그만하고 일 하자고...”
“참...반장님~”
지만이 영호를 불렀다.
“사람이 또 한강변에서 알몸으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3일전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주변에 목격자를 확보해야지. 연쇄살인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조사를 해봐. 그리고 범죄수법이 비슷한 사건을 조사해보고...어차피 사표 수리 안된거 열심히 하자고...”
영호와 대원들은 어느새 다시 특수수사대 대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영호의 지휘에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밤 12시 30분 신촌...
다른 지역은 어둠이 소리마저 감춰 고요한데 이곳은 밤이 싫은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어둠을 몰아내고 주변을 밝게 빛내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리저리 분주하게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마치 불나방이 불을 찾아 다니듯 사람들은 향락과 놀이를 위해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잘가...”
“그래...다음에 또 보자...”
여러 명이 모여 있는 무리가 오늘의 만남을 마치고 각자의 길로 향하고 있었다.
양희수...
25살이 회사원인 그녀는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맥주 한 잔을 걸쳤다.
모처럼만의 만남이라 매우 재미있었던 만남이었다.
희수는 길에 서서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다.
택시는 방향지시등을 켜더니 희수 앞에 멈춰섰다.
희수는 뒷 문을 열고 탔다.
“아저씨...중림동이요. 우선 충정로 역까지 가세요. 그럼 다시 안내해 드릴게요.”
희수는 기사한테 갈 목적지를 일러주었다.
택시가 천천히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한 남자가 달려와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어디까지 가요?”
“충정로 역까지 우선 가는데요.”
“그럼 저좀 태워주세요?”
그러자 택시기사는 희수에게 쳐다보며 말했다.
“손님...어떻게 하죠? 합승해도 될까요?”
희수는 밖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흰 얼굴에 단정한 모습...
누가봐도 호감이 가는 그런 스타일의 남자였다.
“뭐...그렇게 하시죠. 하지만 제가 가자는 길로 가야되요. 저 손님보다 제가 우선이란 말이에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손님 타시죠.”
남자가 앞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어...이상하네. 아까까지 잘 열리던 문인데...또 고장인가? 며칠 전에 고쳤는데...”
택시기사는 투덜투덜되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저...죄송하지만 뒤에 손님이 타셔도 괜찮을까요?”
희수는 다시 한번 밖의 남자를 보더니 엉덩이를 들어 옆으로 옮겨 앉았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희수 옆에 앉았다.
남자의 몸에서 향수 냄새가 났다.
희수는 그 냄새가 싫지는 않았다.
주요인물
김영호 : 나이 39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제1팀장, 경위
이혜경 : 나이 33세, 김영호의 부인, 서울 경찰청 강력계 순경 출신
우지만 : 나이 36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경사
송기호 : 나이 31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경장
박민서 : 나이 29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순경
서선희 : 나이 26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순경
장혜인 : 나이 26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대원, 순경
황미란 : 나이 30세, 경찰청 특수수사대, 연구원
정복 입은 경찰관들이 하나 둘씩 경찰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신임 청장 취임식이 있는 날이다.
최동만 사건으로 인해 전국이 들썩였으며 결국 그 책임을 물어 경찰총장이 사임을 했고 그 후임으로 새로운 경찰청장이 취임을 하는 날이었다.
경찰의 주요 인사들이 모였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오늘도 일선에서 대한민국의 치안과 안보를 위해 힘써주시고 계신 경찰 여러분....”
신임 경찰청장의 취임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 영호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제 우리 경찰은 지난 날의 과오를 모두 잊고 새출발 하려고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리고 더 밝은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첫 째, 각 경찰 간부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우리 내부에 있는 사람이 범죄 행휘에 가담을 할 수 없도록 철저한 자체 조사와 감사를 통해 경찰의 조직력을 강화시키고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 째, 포상과 징계 제도를 더욱 활성화 하겠습니다. 능력 있고 성과 좋은 인재를 등용하고 경찰의 신분을 망각하고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람은 과감하게 퇴출시키겠습니다.
세 째, 경찰 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조사와 실사를 통해 인원이 많이 필요한 지역은 인원을 보충할 것이며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지역, 인구에 비해 많은 인원이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정리를 통해 인원을 재조정할 것이며 지구대 외에 출장소를 두어 언제어디서든 국민이 편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조정하겠습니다. 또한 현재의 특수수사대를 팀제로 개편하고 하나로 운영되던 것을 두 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겠습니다. 특수수사대의 권한을 강화하여 강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습니다. 경찰청은 특수수사대 사건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신임 경찰청장은 취임사 통해 경찰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찰 간부 및 주요 인사들이 모인 신임 경찰청장 취임식이 끝났다.
영호는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문으로 향했다.
“김영호 경위....”
누군가가 뒤에서 영호를 불렀다.
영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경찰청 간부였다.
간부는 영호에게 다가왔다.
“청장님께서 찾으시네.”
“저를 찾으십니까?”
“그러네. 자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시네.”
“어디로 가면 됩니까?”
“나를 따라 오게...”
그 시각 한강 고수부지...
사람들이 고수부지 주변에 몰려 있었고 경찰차와 앰블런스가 차 위의 경광등에 불빛을 내며 주변에 서 있었다.
경찰들은 주변의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 때 남녀가 인파 속을 파헤지고 나타났다.
“접근 금지입니다. 지금 조사중이니...”
남녀를 통제하던 의경이 말을 하다말고 거수경례를 붙였다.
“경찰청 특수수사대야.”
“옛. 충성∼”
의경은 재빠르게 길을 열어주었다.
“경찰청 특수수사대 우지만입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조사를 중인 감식반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
옆에 있던 관할 경찰서 소속으로 보이는 정복 경찰이 말했다.
“익사입니다. 여기서 운동하던 청년이 발견해서 신고를 했죠.”
“타살이겠네요.”
시신을 살펴보던 선희가 말했다.
“그렇겠지...자살을 한 것이라면 굳이 옷을 벗고 하지 않았겠지.”
지만이 선희에 말에 동의했다.
“피해자에게서 지문은 나오겠습니까?”
선희가 감식반에게 물었다.
“글쎄요. 아무래도 힘들거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문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사람 몸에 묻은 지문이 한 두 개도 아닐테지만 물에 빠지면 지문이 지워지기 쉽죠. 이미 몸이 물에 불어서 지문 채쥐 자체도 어려울 거 같네요.”
“음... 벌써 두 명째네요.”
“그러게 말야...저...이 피해자 성폭행 여부 좀 알아봐 주시구요, 또 다른 사망사인이 있는 지 조사해주세요.”
“우 경사님...이 정도면 죽은 지 5시간 이상 되었겠네요.”
“글쎄...”
지만은 감식반을 바라보며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여자 형사님 눈이 정확하네요. 8시간 정도로 추정이 되는데 시신의 몸이 물에 불은 것을 보면...음...지금이 오전 11시이니까 새벽 3시 전후로 보이는데 이것이 사망시간이로 할 수는 없죠. 정확히 말하자면 물에 빠진 시간이고...”
“그 전에 죽었을 수도 있단 말이죠. 죽인 다음 물에 던졌을 수도???”
선희가 감식반을 보며 말했다.
“네...뭐 정확하게 조사를 해야 되겠지만 형사님 말씀이 맞네요.”
“베테량이신가봐요?”
“옆에 있던 또 다른 감식반이 선희를 보며 말했다.
“예?”
“아니... 물에 불은 상태로 사망시간을 맞추는 것은 보통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데...”
감식반원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아...네...”
선희는 어영부영 대답을 했다.
똑...똑...
누군가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두 남자가 들어왔다.
“청장님... 김영호 경위입니다.”
책상 위에서 서류를 보던 청장은 자리에 일어났다.
“이야기 많이 들었네.”
청장은 영호에게 악수를 청했다.
“네...축하드립니다.”
영호는 악수를 하며 말했다.
“축하받을 일인가? 난 잘 모르겠는데...우선 앉게.”
세 사람은 쇼파에 앉았다.
청장이 가운데 1인용 쇼파에 앉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양 쪽 옆에 앉았다.
잠시 후 차가 들어왔다.
“자...들지...”
영호는 잔을 들어 입에 댔다.
“내가 자네를 부른 거는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야.”
영호는 청장을 쳐다봤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이 클 거라 생각되네. 다친 두 명의 대원은 퇴원했나?”
“예...이번 주부터 퇴원해서 일 보고 있습니다.”
“몸은 어떻다고 하나?”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나 일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 암튼 다행이군. 자네나 다른 대원들 모두 그동안 고생한 거 나나 여기 있는 김부장이나 다 알고 있네.”
청장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네나 대원들이 받은 충격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클 거라는 거 모르는거 아니네. 또 그 간의 공로도 인정하고... 그렇지만 경찰의 의무가 무엇인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
영호는 찻잔만 어루만질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네와 자네 대원들이 제출한 사표 생각해봤네. 하지만...”
“저...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래...말씀해 보시게.”
청장은 다시 차를 한모금 마셨다.
“사실 이번 사건 저를 포함한 우리 대원들 모두 충격이 큽니다. 그리고 그 간에 여러 사건들 중에 대원들한테 일어난 일들 보고안한 것도 많이 있습니다. 사건 해결하다가 몸쓸 짓도 당해봤고 대원 하나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모셨던 상관이 결국 부하직원들을 이용하다가 잡혔습니다. 사실대로 말씀 드리면 경찰 옷 벗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일을 천직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차마 수갑과 권총을 반납하지는 못하고 그냥 평범하게 다른 경찰처럼 그렇게 일하고 싶습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지원 시스템도 적어도 그래도 국민을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자리가 저희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경찰생활 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고생에 따른 보상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저희의 뜻을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윗 사람 잘못 모신 책임에 따른 특수수사대 사표라고 생각하시고 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영호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알아...안다고...그래도 그렇지 그 모든 대원이 다 특수수사대를 떠나면 어떡하나?”
청장은 다시 차를 한모금 마셨다.
“김부장...계획을 이야기 해주세요.”
청장은 영호 맞은 편에 앉은 김부장에게 말했다.
김부장은 프린트 된 자료를 영호에게 주며 말했다.
“아까 청장님 취임식에서 들어서 알걸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걸세. 그 동안 특수수사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좋은 결과를 내준 것 여기 계신 청장님이나 그 전에 계셨던 청장님 그리고 윗분들 다 알고 계시네. 그래서 이번에 특수수사대를 확대 운영할 것이네. 우선 팀제로 변경할거네. 1팀과 2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인원도 보충할 계획이야. 특히 사건의 빠른 해결을 위해 기존의 국과수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연구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야. 또 원하면 대원 보충도 할 예정이고... 그래서 자네가 1팀을 맡아주고 다른 사람이 2팀을 맡을 거야.”
영호는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렇게 세 사람이 차를 마신 시간은 앞으로 1시간이나 더 지속되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영호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재빠르게 민서가 일어나 모자와 상의를 건네 받았다.
“어찌나 날씨가 더운지...역시 정복은 불편해.”
영호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그 때 마침 지만과 선희가 들어왔다.
“마침 잘 오는군. 잠시 회의 좀 하지.”
대원들은 모두 회의실로 모였다.
“이렇게 마주앉아서 차를 마신게 얼마만이지?”
영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다들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취임식이 끝나고 청장님이 나를 부르시더라구.”
영호가 잠깐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자 다들 영호를 바라봤다.
“역시 사표에 관해서 말씀하시더군.”
“그래서 어떻게 하신답니까?”
지만이 물었다.
“뭐....예상 했겠지만 안되겠대. 내가 우리의 입장, 우리의 생각을 말씀드렸는데 국민을 위해 한 번 더 봉사하라고 하시네. 그리고 팀제로 운영이 된대. 내가 1팀을 그리고 다른 사람이 2팀을 맡게 되고 팀에 대한 업무는 청장님이 직접 팀에게 하명을 하신대. 그러니까 사건이 나면 누가 맡을지 위에서 내려보내준다는거야.”
“그러니까 우리보고 계속 하라는거네요?”
선희가 다른 대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영호는 두 손을 깍지를 끼고 턱에 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팀마다 연구원을 지문이니 DNA 검사, 비디오판독 검사 등을 할 수 있게 하여 국과수를 거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래.”
“그건 반가운 소식이네. 일처리 빨라지겠는걸~”
기호가 반기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럼 우리가 1팀, 다른 사람이 2팀이 되나요?”
민서가 물었다.
“처음 계획은 경험이 많은 우리를 둘로 나눈다고 하더라고...그래서 내가 같이 가는 걸로 말했어. 아마 같이 안가면 특수수사대 사표가 아닌 경찰 사표를 낼지도 모른다고 했지. 또 자네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인원구성에 대해서는 나한테 권한을 달라고 했지.”
영호는 대원들을 한 번 쳐다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자...각자의 생각은 어때?”
“무슨 생각이요?”
“우리가 그냥 여기서 일하는거...”
영호의 말이 끝나자 다들 고개를 숙였다.
“어서 이야기 해봐...”
“뭐....반장님이 하자는 대로 해야죠. 단, 같은 팀이어야 됩니다.”
민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게라도 해야죠.”
“반장님과 함께라면 하겠습니다.”
기호를 제외한 모두가 특수수사대에 남기로 했다.
“송경장...이제 자네 혼자 남았어.”
“에이씨~~~ 저 정말 안할려고 했습니다. 정말 하기 싫습니다. 근데 에휴~ 다 한다는데 저만 안하면...”
기호가 말끝을 흐렸다.
“그럼 다 하는 걸로 알게. 우리가 1팀이 된다. 알았지?”
“네...”
모두들 대답을 했다.
“참...2팀으로는 누가 온대요?”
혜인이 물었다.
“그거는 말씀을 안해주시던데...하지만 인선작업은 다 끝났대. 자...그럼 그만하고 일 하자고...”
“참...반장님~”
지만이 영호를 불렀다.
“사람이 또 한강변에서 알몸으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3일전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주변에 목격자를 확보해야지. 연쇄살인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조사를 해봐. 그리고 범죄수법이 비슷한 사건을 조사해보고...어차피 사표 수리 안된거 열심히 하자고...”
영호와 대원들은 어느새 다시 특수수사대 대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영호의 지휘에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밤 12시 30분 신촌...
다른 지역은 어둠이 소리마저 감춰 고요한데 이곳은 밤이 싫은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어둠을 몰아내고 주변을 밝게 빛내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리저리 분주하게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마치 불나방이 불을 찾아 다니듯 사람들은 향락과 놀이를 위해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잘가...”
“그래...다음에 또 보자...”
여러 명이 모여 있는 무리가 오늘의 만남을 마치고 각자의 길로 향하고 있었다.
양희수...
25살이 회사원인 그녀는 모처럼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고 맥주 한 잔을 걸쳤다.
모처럼만의 만남이라 매우 재미있었던 만남이었다.
희수는 길에 서서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다.
택시는 방향지시등을 켜더니 희수 앞에 멈춰섰다.
희수는 뒷 문을 열고 탔다.
“아저씨...중림동이요. 우선 충정로 역까지 가세요. 그럼 다시 안내해 드릴게요.”
희수는 기사한테 갈 목적지를 일러주었다.
택시가 천천히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한 남자가 달려와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어디까지 가요?”
“충정로 역까지 우선 가는데요.”
“그럼 저좀 태워주세요?”
그러자 택시기사는 희수에게 쳐다보며 말했다.
“손님...어떻게 하죠? 합승해도 될까요?”
희수는 밖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흰 얼굴에 단정한 모습...
누가봐도 호감이 가는 그런 스타일의 남자였다.
“뭐...그렇게 하시죠. 하지만 제가 가자는 길로 가야되요. 저 손님보다 제가 우선이란 말이에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손님 타시죠.”
남자가 앞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열리지 않았다.
“어...이상하네. 아까까지 잘 열리던 문인데...또 고장인가? 며칠 전에 고쳤는데...”
택시기사는 투덜투덜되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저...죄송하지만 뒤에 손님이 타셔도 괜찮을까요?”
희수는 다시 한번 밖의 남자를 보더니 엉덩이를 들어 옆으로 옮겨 앉았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희수 옆에 앉았다.
남자의 몸에서 향수 냄새가 났다.
희수는 그 냄새가 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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