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
얼마간 쓰러져 있었을까...
아련하게 누군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곳에는 나같은 대한민국의 군인이나 저들에게 반동으로 낙인찍힌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의식이 몽롱하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철창안...
아까 내가 묶여 있던 그 곳..
그 곳에 나체의 여자가 양 팔을 묶인채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가녀린 두 손목에 온 몸의 무게를 버틴채 위태스러워 보인다.
하얀 온몸이 시뻘건 피딱지로 얼룩이 되어 있다.
"설마..아니야... 이럴수 없어..."
몸을 일으켜 세우려니 움직여지지 않는다.
억지로 힘을 내어 기어간다..
철창을 잡고 힘겹게 일어났다.
한발 한발.. 그 여자에게 걸어간다.
지금 잘려진 발가락들에서 전해오는 통증은
지금의 내심정의 고통에 비하면 고통도 아니다.
눈에 익은 나체....
처참한 몸뚱아리...
가까워 진다.
"아니야... 설마...."
손을 뻗는다.
피범벅이 된 내 손이 심하게 떨린다.
그 여자의 늘어진.. 앞머리칼을 천천히 걷는다.
"으악!!!!!!!!!"
[리명숙]이다.
한쪽 눈은 떠져 있는 채로 기절해 있다.
눈동자가 시뻘겋다...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호흡이 없어 보인다.
"야이..빨갱이 개새끼들아!!!!!!!의사 불러!!!!!!"
"으아!!!!!!!!... 흑흑흑..."
"명숙씨.. 명숙씨.. 제발 정신차려요...명숙씨...흑흑..."
"야이... 개새끼들아!!!!!!!!의사좀 불러오라고!!!!!"
철창안으로 다급히 들어온 두놈의 빨갱이들이
다짜고짜 나를 [리명숙]으로 부터 떼어 놓더니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퍽...]
[퍼퍽...]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다.
나를 연신 밟아 대고 있는 워커발들이 보인다.
초인적인 힘으로 달려들어 한녀석의 하체를 붙잡아 체중을 실는다.
나자빠짐과 동시에 그 빨갱이의 면상에 주먹을 내리 꽂아 버렸다.
[퍽!!!] 그와동시에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또다시 정신을 잠깐 잃은것 같다.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언제 왔는지 [김성민]부부장이 한무리의 빨갱이들과 내 앞에 서있다.
[리명숙]은 꼼짝도 못한채 정신을 잃고 아까처럼.. 매달려 있다.
씁쓸한 미소를 띠우며 나를 내려다 보는 [김성민]에게
있는 힘껏...소리를 질렀다.
"야이...개새끼야!!!...죄없는 여자는 왜 끌어들여????"
"하하.. 김선생... 저년은 알고보니 반공화국 악질 반동이었을 뿐이오.."
"아닙니다... 그건 부부장님이 잘못 알고 있는것이에요......
저여자는 당신들의 공화국에 꼭 필요한 그.... 혁명정신이 투철한...
여군 장교일 뿐이에요.....부부장님...."
"그간.. 김선생의 눈에 그렇게 보였는지 몰라도.. 우리눈에는 악질 반동일 뿐이오..."
"저 여자는 나와 상관없는 여잡니다.. 제발 끌어들이지 마세요...네???"
"뭣들 하는가??? 당장 저반동년을 끌어내!!!"
[척]!!!
"알갔습네다."
"안돼... 안돼..!!!.이 개새끼들아...!!!.."
빨갱이 두놈이 [리명숙]의 양쪽 손목의 밧줄을 풀기 시작한다.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지는 [리명숙]을 마치.. 시체끌고 가듯..
철창문쪽으로 [질질] 끌고 간다.
[리명숙]의 무릅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쓸려진다.
내심장이 찢겨나가는 것 같다.
"안돼!!!! 이 개새끼들아!!!"
"이 반동 간나!!"
[퍽]!!!
[퍽]!!
또다시 다른 빨갱이들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하하... 김선생..... 김선생몸은 공화국과 조선민족의 재산이요"
"흐흐....흐흐흐...."
"앞으로는 저 반동 계집의 손가락과 발가락...사지까지 절단 될 것이오..."
"흐흐....흐흐....안돼...나만 죽여줘..제발...흑흑...제발....."
[리명숙]이 철창문으로 끌려 나갈때 였다.
"그..그래... 이 개새끼들아....알았어!!!!!!!!!!!!!!!!"
나의 이 한마디에 내 주위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얼음]이 되어 버렸다.
죽었는지...기절했는지 알 수 없는 [리명숙]을 제외하고
다 내 얼굴을 쳐다본다.
세상이 다 조용하다.
[김성민]부부장이 뒤로 돌아 나에게로 온다.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회심의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오른 손을 불쑥 내민다.
그 손을 쳐다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단 조건이...있다..."
[김성민]부부장은 대답대신 일어나 뒤돌아 보며 소리를 지른다.
"지금 당장 의사를 부르고.. 리소위를 입원시키라...."
[척]!!!
"알갔습네다.."
몇시간이 지났다.
북측 보초병의 안내에 따라
건물 밖을 나와 어디론가 향한다.
따스한 가을햇살이 실로 오랜만이다.
눈이 부셨다.
넓은 황토색깔의 흙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그동안 있었던 수용소 건물의 옆건물이다.
1층의 긴 복도가 보인다....
오래된 목재문이 하나 보인다.
보초병이 그문을 열고 아무말 없이 서있는다.
들어갔다.
뒤에서 문이 닫힌다.
오래된 옷장이 있고
그위에는 작동될지 의심가는 고물 TV도 있다.
침대위에 링겔을 맞고 있는 [리명숙]이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다.
여군장교가 나가고 서둘러 [리명숙]에게 다가갔다.
아까의 시뻘건 눈동자는 감겨있다.
"흑흑... 명숙씨.....제발....살아있어주세요....."
떨리는 손으로 하얀 [리명숙]의 얼굴을 어루 만진다.
[리명숙]의 체온이 따뜻한지..차가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까????
나도 모르게 두 볼이 뜨거워진다.
눈물이 흘러나오나 보다.
[리명숙]의 오른쪽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흑흑..... 명숙씨....."
그때 였다..따뜻한 체온의 손길이 내 뒷통수에 느껴졌다.
언제 깨어났는지..[리명숙]이 깨어나 나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고 있는 것이다.
"명숙씨...하하.... 명숙씨 정신 드세요???"
"희준....씨....내래...보고 싶었시요.."
"고마워요...명숙씨..흑흑.... 살아줘서...정말 고마워요...흑흑..."
"울지...마시라..요...."
리명숙의 손을 잡아 내 얼굴에 가져다 댔다.
"명숙씨....흑흑..."
"무슨...사내가... 그리...눈물이... 많소...."
그렇게 감격의 재회를 했다.
비참한 수용소에서 잠깐이겠지만 너무나 꿈만 같은 행복이다.
어느새 [리명숙]이 다시 눈을 감고 있다.
[쌔근]거리는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잠든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위생실이라 적혀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도 했다.
서둘러 병실로 돌아온다.
또다시 잠들어 있는 [리명숙]의 옆을 지키고 있다.
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문을 두드린다.
보위부의 [김성민]부부장과 낯익은 사복차림의 남자가 들어온다.
[리철준]소좌다.
"하하.. 김동무...이거 오랜만이오..."
"이 개새끼.... 나만 죽여달라고 했어?? 안했어????"
다짜고짜 [리철준]의 멱살을 잡았다.
"하하... 김동무... 이거 놓으시고... 앉으시오..."
"자자... 김선생... 이러지 마시고 어서 앉으시오..."
침대옆 쇼파에 테이블을 사이로 내 앞에 [리철준],[김성민]이
나란히 앉아있다.
[리철준]의 면상을 마주보자 다시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저새끼 대가리에서 나온 발상일꺼야...[리명숙]을 끌어들인건...."
[리철준]이 담배를 꺼내서 권한다.
담배를 입에 물자 불을 땡겨준다.
"그래...냉정함을 찾자...."
둘사이의 어색함을 깨기위해 [김성민]이 입을 열었다.
"[리철준]소좌가 김선생의 안위가 걱정되어 한걸음에 여기까지
달려온거요...김선생..이제 화를 푸시오..."
"화낼일 더이상 없습니다.."
"김동무... 민족을 위하는 일입니다.. 김동무는 우리 조선민족의 대대손손
영웅으로 남을 것입네다..."
"......."
"그리고... 공화국과 수령님의 혁명과업에는 어떠한 조건이라는 건 있을 수
없슴이요.."
"........."
"우리입장에서는 그런 조건이란걸 당에 보고할 사항이 못됩니다.."
"그렇다면 협상도 없는겁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한걸음에 온거디요..."
"......."
"여기계신 보위부 부부장님과 나.. 그리고 이자리에 안계시지만
정보부의 박철민대좌님의 직권으로 그 조건을 들어주갔습니다."
"......"
"김동무...말씀해 보시기오..."
[리철준]과 [김성민]의 두눈이 잔뜩 긴장한채 내 입을 주시하고 있다.
"조건은...리소좌님께서 저번에 나한테 보여준 그..곳에 리명숙소위를
먼저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
"......그리고??"
"그 뿐입니다.."
[리철준]과 [김성민]은 아무 대답도 없이 서로 쳐다보며 의아해 한다.
"앗하하하하하하........하하하...김선생...그 뿐입네까????"
"네.."
"하하하하...하하하하... 김선생... 걱정마시오..... 공화국과 수령동지께서
직접 약속한 사안 아닙네까... 하하하...."
"...리소위님의 안전이 확인되는 즉시 그 혁명과업에 힘쓰겠습니다."
"하하하....김선생...이거... 너무 배포가 적으신거 아닙네까?? 하하하"
"......"
조용히 있던 [리철준]이 의심의 눈초리로 입을 연다.
"혁명과업이 끝나고 영웅스럽게 그곳에 가도 되는거 아닙네까..
혹시 우릴 믿지 못하는 거요???"
"솔직히..그렇습니다."
"김동무의 부탁은 그리 어려운게 아닙니다.. 리소위가 몸을 추스리는 대로
즉시 약속한 제3국으로 리소위를 먼저 보내겠습니다.."
"꼭.. 약속 지켜주십시오..."
"대신..."
"......"
"김선생에게 부탁한 우리 공화국의 혁명과업이 달성될 때까지는... 아무리 제3국
이라지만 리소위의 안위는 우리가 맡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알고 계셔야 합네다.."
"걱정마세요..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자자... 드디어 우리민족의 무궁한 영광이 시작되겠습네다.....
영웅이 된걸 축하하오...김선생...."
[김성민]이 아까와 같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손을 덥썩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김성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결의에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리철준]소좌와 보위부[김성민]부부장이 나가고
테이블위에 [리철준]이 두고간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창쪽으로 가서 창문을 연다.
은은한 달빛이 조용하다.
[리철준]과 [김성민]이 탄 차가 어디론가 출발한다.
[척]!!
보초병들의 힘찬 경례동작이 보인다.
"이 빨갱이 새끼들.... 니네가 그동안 나를 속였지??????"
"어디한번 이번에 제대로 당해봐라.....개새끼들......"
짓밟힌 대한민국...
우리 군의 무너진 명예와 자존심..
사상이나 이념따위는 관심없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의 여자 [리명숙]
그리고 대한민국의 군인의 이름으로서 이 시뻘건 빨갱이들을 처단할 것이다...
얼마간 쓰러져 있었을까...
아련하게 누군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이곳에는 나같은 대한민국의 군인이나 저들에게 반동으로 낙인찍힌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의식이 몽롱하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철창안...
아까 내가 묶여 있던 그 곳..
그 곳에 나체의 여자가 양 팔을 묶인채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가녀린 두 손목에 온 몸의 무게를 버틴채 위태스러워 보인다.
하얀 온몸이 시뻘건 피딱지로 얼룩이 되어 있다.
"설마..아니야... 이럴수 없어..."
몸을 일으켜 세우려니 움직여지지 않는다.
억지로 힘을 내어 기어간다..
철창을 잡고 힘겹게 일어났다.
한발 한발.. 그 여자에게 걸어간다.
지금 잘려진 발가락들에서 전해오는 통증은
지금의 내심정의 고통에 비하면 고통도 아니다.
눈에 익은 나체....
처참한 몸뚱아리...
가까워 진다.
"아니야... 설마...."
손을 뻗는다.
피범벅이 된 내 손이 심하게 떨린다.
그 여자의 늘어진.. 앞머리칼을 천천히 걷는다.
"으악!!!!!!!!!"
[리명숙]이다.
한쪽 눈은 떠져 있는 채로 기절해 있다.
눈동자가 시뻘겋다...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호흡이 없어 보인다.
"야이..빨갱이 개새끼들아!!!!!!!의사 불러!!!!!!"
"으아!!!!!!!!... 흑흑흑..."
"명숙씨.. 명숙씨.. 제발 정신차려요...명숙씨...흑흑..."
"야이... 개새끼들아!!!!!!!!의사좀 불러오라고!!!!!"
철창안으로 다급히 들어온 두놈의 빨갱이들이
다짜고짜 나를 [리명숙]으로 부터 떼어 놓더니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퍽...]
[퍼퍽...]
콘크리트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있다.
나를 연신 밟아 대고 있는 워커발들이 보인다.
초인적인 힘으로 달려들어 한녀석의 하체를 붙잡아 체중을 실는다.
나자빠짐과 동시에 그 빨갱이의 면상에 주먹을 내리 꽂아 버렸다.
[퍽!!!] 그와동시에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또다시 정신을 잠깐 잃은것 같다.
서둘러 정신을 차렸다.
언제 왔는지 [김성민]부부장이 한무리의 빨갱이들과 내 앞에 서있다.
[리명숙]은 꼼짝도 못한채 정신을 잃고 아까처럼.. 매달려 있다.
씁쓸한 미소를 띠우며 나를 내려다 보는 [김성민]에게
있는 힘껏...소리를 질렀다.
"야이...개새끼야!!!...죄없는 여자는 왜 끌어들여????"
"하하.. 김선생... 저년은 알고보니 반공화국 악질 반동이었을 뿐이오.."
"아닙니다... 그건 부부장님이 잘못 알고 있는것이에요......
저여자는 당신들의 공화국에 꼭 필요한 그.... 혁명정신이 투철한...
여군 장교일 뿐이에요.....부부장님...."
"그간.. 김선생의 눈에 그렇게 보였는지 몰라도.. 우리눈에는 악질 반동일 뿐이오..."
"저 여자는 나와 상관없는 여잡니다.. 제발 끌어들이지 마세요...네???"
"뭣들 하는가??? 당장 저반동년을 끌어내!!!"
[척]!!!
"알갔습네다."
"안돼... 안돼..!!!.이 개새끼들아...!!!.."
빨갱이 두놈이 [리명숙]의 양쪽 손목의 밧줄을 풀기 시작한다.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지는 [리명숙]을 마치.. 시체끌고 가듯..
철창문쪽으로 [질질] 끌고 간다.
[리명숙]의 무릅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쓸려진다.
내심장이 찢겨나가는 것 같다.
"안돼!!!! 이 개새끼들아!!!"
"이 반동 간나!!"
[퍽]!!!
[퍽]!!
또다시 다른 빨갱이들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하하... 김선생..... 김선생몸은 공화국과 조선민족의 재산이요"
"흐흐....흐흐흐...."
"앞으로는 저 반동 계집의 손가락과 발가락...사지까지 절단 될 것이오..."
"흐흐....흐흐....안돼...나만 죽여줘..제발...흑흑...제발....."
[리명숙]이 철창문으로 끌려 나갈때 였다.
"그..그래... 이 개새끼들아....알았어!!!!!!!!!!!!!!!!"
나의 이 한마디에 내 주위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얼음]이 되어 버렸다.
죽었는지...기절했는지 알 수 없는 [리명숙]을 제외하고
다 내 얼굴을 쳐다본다.
세상이 다 조용하다.
[김성민]부부장이 뒤로 돌아 나에게로 온다.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회심의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오른 손을 불쑥 내민다.
그 손을 쳐다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단 조건이...있다..."
[김성민]부부장은 대답대신 일어나 뒤돌아 보며 소리를 지른다.
"지금 당장 의사를 부르고.. 리소위를 입원시키라...."
[척]!!!
"알갔습네다.."
몇시간이 지났다.
북측 보초병의 안내에 따라
건물 밖을 나와 어디론가 향한다.
따스한 가을햇살이 실로 오랜만이다.
눈이 부셨다.
넓은 황토색깔의 흙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그동안 있었던 수용소 건물의 옆건물이다.
1층의 긴 복도가 보인다....
오래된 목재문이 하나 보인다.
보초병이 그문을 열고 아무말 없이 서있는다.
들어갔다.
뒤에서 문이 닫힌다.
오래된 옷장이 있고
그위에는 작동될지 의심가는 고물 TV도 있다.
침대위에 링겔을 맞고 있는 [리명숙]이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다.
여군장교가 나가고 서둘러 [리명숙]에게 다가갔다.
아까의 시뻘건 눈동자는 감겨있다.
"흑흑... 명숙씨.....제발....살아있어주세요....."
떨리는 손으로 하얀 [리명숙]의 얼굴을 어루 만진다.
[리명숙]의 체온이 따뜻한지..차가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까????
나도 모르게 두 볼이 뜨거워진다.
눈물이 흘러나오나 보다.
[리명숙]의 오른쪽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흑흑..... 명숙씨....."
그때 였다..따뜻한 체온의 손길이 내 뒷통수에 느껴졌다.
언제 깨어났는지..[리명숙]이 깨어나 나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고 있는 것이다.
"명숙씨...하하.... 명숙씨 정신 드세요???"
"희준....씨....내래...보고 싶었시요.."
"고마워요...명숙씨..흑흑.... 살아줘서...정말 고마워요...흑흑..."
"울지...마시라..요...."
리명숙의 손을 잡아 내 얼굴에 가져다 댔다.
"명숙씨....흑흑..."
"무슨...사내가... 그리...눈물이... 많소...."
그렇게 감격의 재회를 했다.
비참한 수용소에서 잠깐이겠지만 너무나 꿈만 같은 행복이다.
어느새 [리명숙]이 다시 눈을 감고 있다.
[쌔근]거리는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잠든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위생실이라 적혀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도 했다.
서둘러 병실로 돌아온다.
또다시 잠들어 있는 [리명숙]의 옆을 지키고 있다.
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문을 두드린다.
보위부의 [김성민]부부장과 낯익은 사복차림의 남자가 들어온다.
[리철준]소좌다.
"하하.. 김동무...이거 오랜만이오..."
"이 개새끼.... 나만 죽여달라고 했어?? 안했어????"
다짜고짜 [리철준]의 멱살을 잡았다.
"하하... 김동무... 이거 놓으시고... 앉으시오..."
"자자... 김선생... 이러지 마시고 어서 앉으시오..."
침대옆 쇼파에 테이블을 사이로 내 앞에 [리철준],[김성민]이
나란히 앉아있다.
[리철준]의 면상을 마주보자 다시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저새끼 대가리에서 나온 발상일꺼야...[리명숙]을 끌어들인건...."
[리철준]이 담배를 꺼내서 권한다.
담배를 입에 물자 불을 땡겨준다.
"그래...냉정함을 찾자...."
둘사이의 어색함을 깨기위해 [김성민]이 입을 열었다.
"[리철준]소좌가 김선생의 안위가 걱정되어 한걸음에 여기까지
달려온거요...김선생..이제 화를 푸시오..."
"화낼일 더이상 없습니다.."
"김동무... 민족을 위하는 일입니다.. 김동무는 우리 조선민족의 대대손손
영웅으로 남을 것입네다..."
"......."
"그리고... 공화국과 수령님의 혁명과업에는 어떠한 조건이라는 건 있을 수
없슴이요.."
"........."
"우리입장에서는 그런 조건이란걸 당에 보고할 사항이 못됩니다.."
"그렇다면 협상도 없는겁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한걸음에 온거디요..."
"......."
"여기계신 보위부 부부장님과 나.. 그리고 이자리에 안계시지만
정보부의 박철민대좌님의 직권으로 그 조건을 들어주갔습니다."
"......"
"김동무...말씀해 보시기오..."
[리철준]과 [김성민]의 두눈이 잔뜩 긴장한채 내 입을 주시하고 있다.
"조건은...리소좌님께서 저번에 나한테 보여준 그..곳에 리명숙소위를
먼저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
"......그리고??"
"그 뿐입니다.."
[리철준]과 [김성민]은 아무 대답도 없이 서로 쳐다보며 의아해 한다.
"앗하하하하하하........하하하...김선생...그 뿐입네까????"
"네.."
"하하하하...하하하하... 김선생... 걱정마시오..... 공화국과 수령동지께서
직접 약속한 사안 아닙네까... 하하하...."
"...리소위님의 안전이 확인되는 즉시 그 혁명과업에 힘쓰겠습니다."
"하하하....김선생...이거... 너무 배포가 적으신거 아닙네까?? 하하하"
"......"
조용히 있던 [리철준]이 의심의 눈초리로 입을 연다.
"혁명과업이 끝나고 영웅스럽게 그곳에 가도 되는거 아닙네까..
혹시 우릴 믿지 못하는 거요???"
"솔직히..그렇습니다."
"김동무의 부탁은 그리 어려운게 아닙니다.. 리소위가 몸을 추스리는 대로
즉시 약속한 제3국으로 리소위를 먼저 보내겠습니다.."
"꼭.. 약속 지켜주십시오..."
"대신..."
"......"
"김선생에게 부탁한 우리 공화국의 혁명과업이 달성될 때까지는... 아무리 제3국
이라지만 리소위의 안위는 우리가 맡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알고 계셔야 합네다.."
"걱정마세요..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자자... 드디어 우리민족의 무궁한 영광이 시작되겠습네다.....
영웅이 된걸 축하하오...김선생...."
[김성민]이 아까와 같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손을 덥썩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김성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결의에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리철준]소좌와 보위부[김성민]부부장이 나가고
테이블위에 [리철준]이 두고간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창쪽으로 가서 창문을 연다.
은은한 달빛이 조용하다.
[리철준]과 [김성민]이 탄 차가 어디론가 출발한다.
[척]!!
보초병들의 힘찬 경례동작이 보인다.
"이 빨갱이 새끼들.... 니네가 그동안 나를 속였지??????"
"어디한번 이번에 제대로 당해봐라.....개새끼들......"
짓밟힌 대한민국...
우리 군의 무너진 명예와 자존심..
사상이나 이념따위는 관심없다.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나의 가족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의 여자 [리명숙]
그리고 대한민국의 군인의 이름으로서 이 시뻘건 빨갱이들을 처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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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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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0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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