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부슬부슬한 비가 내리는 충주..
수만의 왜놈들의 진영에서 일제히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와아아아.......]
"온다.....씨..벌~"
"서..성님....."
뒤에 고요히 흐르는 남한강 앞 조선군의 진영..
마땅한 병력이나 특기가 없는 우리는 살수조에 속해 있었다.
"씨이..벌...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제... 맘 단단히 먹어.."
"아..아...알았어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언가를 휘두르며 돌격해오는 양이놈들의 기병수가 족히
1000은 되어 보인다.
악귀와 같은 시커먼 얼굴에 갑주를 주렁주렁 걸치며 조선군의 진영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 뒤로는 도대체 그 수가 가늠이 안돼는 어마어마한 왜놈들이
오와 열을 맞춰 진격해 오고 있었다.
우리 살수 五조의 [창식]이가 오금을 덜덜 떨며 내 옆에 바싹 붙어있다.
[창식]이는 이곳 충주에서 처음 만난 녀석이다.
전라도 여수에서 농사를 짓다 나처럼 느닷없이 [속오군]으로 징집되어
이곳까지 온 녀석이다.
"사수 발사하라..."
[쿵...쿵....쿵....쿵...]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빨간 깃발이 올라가자 앞쪽 사수들의 통아속 애기살들이
300보앞까지 달려오는 양이놈의 기마병들에게 일제히 쏟아져 날라간다.
[피싱..피싱..]
[피싱..피슝...피싱....]
계속해서 날라가는 애기살들과 화살에 시커먼 양이놈들의 기마병들이 흙먼지속에서
고꾸라지고 있다.
[피싱..피싱..피싱...]
"와아..!!!....."
"그래... 이씨벌... 악귀놈들아..."
눈부신 사수들의 활약에 단파창과 환도를 움켜준 우리 살수조의 병졸들이
잔뜩 고무되어 있다.
왜놈들과 양이놈들의 기마병들이 다시 후퇴하고 있다.
"와아!!!!!~"
아직 전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조선군 진영은 벌써부터 들뜬 함성소리가 우렁차다.
뿌연 흙먼지 속으로 나동그라져 있는 양이들의 마[馬]와 병[兵]의 수가 족히 수백구다.
"우리 조선군의 장수가 누구여??? 흉악한 오랑캐놈들이 이름만 듣고도 오줌을 지린다는
신립장군님 아니여????"
"그려요??? 그렇게 대단한 분이여????"
"아..그려... 이제 저 왜놈들도 여그가 저놈들 무덤이 되는거여...."
"어...성님... 저놈들 봐봐여..."
이윽고 보슬비에 금방 가라앉은 흙먼지 속으로
커다란 방패를 앞으로 내세운 왜놈들이 천천히 전진해 오고 있다.
"사수..발사하라!!"
또다시 사수들의 애기살이 쏟아져 나간다.
[피싱..피싱...피싱..]
[피슝..피슝...피싱...피싱...]
일부에서 명중되어 고꾸라지는 놈들은 보이나 대부분의 왜놈들은 커다란 방패를 앞세운 채
애기살을 막아서며 대열을 갖추고 계속해서 우리쪽으로 전진해 오고 있다.
[둥둥둥...둥둥둥...]
빨간색과 노란색의 깃발이 한꺼번에 오른다.
급히 사수들이 화통이 매달린 화살을 준비한다.
이윽고..사수들의 활시위에는 하얀 연기가 타오르는 화통이 달린 화살이 장착되었다.
"발사하라..!!!!"
[피싱..피싱..피싱...]
화통이 날라가 왜놈들의 진영으로 무수히 떨어진다.
그순간 엄청난 폭발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났다.
[콰앙!!!! 콰앙!!!!]
방패를 앞세워 천천히 전진하던 왜놈들의 선봉대 대열이 혼비백산하여 흩어 진다.
화통이 날가가 왜놈들의 대열앞과 대열속으로 떨어지면서 계속 폭발하고 있다.
[와아!!!!!~]
조선군진영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그래... 이놈들아.. 다..죽어버려라...."
"성님... 우리까정 안오겄지라????"
"뭐시여??? 동상!! 벌써부터 쫄은거여??? 여그까지 왔으면 들고 있는 창으로 원수같은
왜놈들 수십놈 뱃때기는 찔러봐야제... 안그려???"
"앗따.. 성님은...나도 그라고 싶지라... 헌디.. 우리 사수덜이 왜놈들을 다 쓸어버리고
있잖여요.."
"자자..살수조들 맘 단단히 먹그라??? 인제부터 저 왜놈들 조총 나올끼다..."
동래성부터 전투경험이 많은 우리 살수五조의 오장 [태식]이 형님이 입을 연다.
"조총이라...."
[태식]이 형님의 말대로 왜놈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방패를 앞세우며 다시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려 방패의 행렬이 200보 이상의 길이이다.
강끝에서 언덕까지 방패의 뒤로는 2중 3중 4중..그 뒤로 끝도없이
겹겹히 왜놈들의 전열이 늘어서 있다.
다시금 우리앞쪽 사수대열의 부사수들의 손이 바빠진다.
새하얀 연기의 화통들이 다시금 발사된다.
[핏슝..핏슝...피싱.... ]
[콰앙!!!!...콰앙...!!!!]
왜놈들은 고꾸라져도.. 계속해서 전열을 가다듬으며 전진해 오고 있다.
그 수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 지 흐트러진 전열을 다시 메꿔가며 죽기살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저 왜놈들은 지금..조총의 사정거리까지 저렇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까부터 내리던 부슬비가 점점 심해진다.
이윽고 빗줄기로 바뀌어 간다.
"부장님!! 비때문에 화통심지가 다 젖었습니다..."
"뭐여?????"
사수조의 부장하나가 급히 본영을 향해 백색기를 휘두른다.
조선땅의 하늘은 도대체가 조선을 위한건지.. 왜놈을 위한건지 모르겠다.
조선군의 진영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머..머시여??? 갑자기...왠 빗줄기여????"
"서..성님..사수들의 화포공격이 이젠... 틀린거지라????...."
"씨이벌.... 이젠.. 우리 살수덜 차례여...."
이윽고 본영쪽에서 우렁찬 병조부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병.... 앞으로...!!!"
[둥둥...둥둥...둥둥...둥둥...]
이윽고 파란색 깃발이 힘차게 올라간다.
금위영에서 이곳까지 지원나왔다던 조선의 막강한 기병들과
북방에서 신립장군과 함께 오랑캐들을 무찔렀다던 늠름한 기병들이 조선군 진영의
양 옆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 수가 무려 1500은 되어보인다.
"그려!!... 드디어 조선의 막강한 기병이여!!!!"
"워매... 저그 저 왜놈덜.. 부랄이 쪼그라 들겠지라??? "
기병들이 갖춘 갑주는 철찰갑,경번갑,쇄자갑 등을 입었으며, 8척길이의 길다란 창과
무시무시한 편곤을 들고 있다.
늠름한 조선의 그 기마병들은 그 세가 막강해 보인다.
천천히 다가오던 왜놈들도 서둘러 대열을 정비하며 멈춰선거 같았다.
드디어 기병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적진으로 돌진해 나간다.
그때였다..
[둥둥둥둥둥둥둥.....]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검은색 깃발이 올라간다.
우리 살수들의 공격신호이다.
[와아!!!!!!!!!!!]
우리 살수들도 기병들을 뒤따른다.
드디어 전면전인 것이다.
기병들의 힘찬 말발굽소리와 흙먼지를 뒤따라 우리 살수조들도 돌격이다..
"씨이벌.... 주겨!!!!!!!!!!!!........"
"와아...!!!!!"
[탕탕!!타탕!!!탕탕탕!!!!]
왜놈들의 방패 사이로 왜놈들의 일렬로 들어선 조총들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선봉으로 달려가던 기마병들의 일부가 우리 앞에서 고꾸라진다.
[탕!!..탕탕!!...탕탕탕!!...탕!!]
계속되는 왜놈들의 조총사격에 기마병들과 우리 살수들마져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조선군의 기병과 살수들은 건재하다.
순식간의 왜군의 전열이 흩트러지며 일부 왜놈들은 혼비백산하여 어쩔줄을 몰라한다.
철갑주를 앞세운 기병들의 돌격과 휘둘러대는 장검과 장창 그리고 편곤의
화력앞에 선봉으로 나선 왜놈들의 전열이 풍지박살이 나는 상황이다.
내려찍는 편곤에 박살이나는 왜놈들의 머리통의 수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 지
알수 없을 정도이다.
[와아아!!!]
드디어 방패가 걷히며 창칼을 든 왜놈들이 쏟아져 나온다.
순식간에 우리 살수조와 엉켜붙는다.
[챙!! 챙!!!!챙!!!챙!!!!!]
내앞에 왜놈 하나가 보인다.
"이..씨벌..놈아!!!!"
손에 쥔 환도를 힘차게 휘두른다.
[챙!!!!!]
왜놈이 긴 칼로 막아섰으나 잽싸게 두팔을 뻗었다.
[푸욱~]
"허억!!!!!"
뱃대기 깊숙히 쑤셔넣은 칼을 빼기 위해 힘껏 왜놈의 가슴에 발길질이다.
또다른 왜놈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리 그었다.
[쉬익!!]
왜놈이 목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뒹굴어 댄다.
내 옆에 조선병졸을 찌른채 칼을 못빼고 있는 또다른 왜놈의 손목을 힘껏 내리쳤다.
[쉬잉~]
"끄아아!!!!"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온다.
왜놈들의 선봉군들은 거의 전멸이다.
빗줄기가 점차 사그라 진다.
2선의 왜놈들이 방패를 걷고 도와 창을 들고 돌격해온다.
조선의 기병들이 뿌려놓은 석회가루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돌격해오던 왜놈들이 눈을 가린채 전열을 흩트리고 있다.
다시 우리 살수들의 돌격이다.
"와아!!!!!"
닥치는데로 환도를 휘두르며 왜놈들을 베어버린다.
"죽어!!!!!!!!! 이 개새끼들..."
"죽어!!!!! 이 씨벌놈들...."
왜놈들의 3선의 방패넘어로 왜놈들의 조총 총구가 일렬로 들어선다.
[따따탕!!...탕!!탕!!땅!!...]
"으억.. 억!!"
수많은 조선군의 살수들과 편곤을 휘둘러 대던 기병들이 그자리에서 고꾸라진다.
내옆의 우리옆조 오장인 [철식]이형님도 탄환에 맞은 듯 그자리에 풀썩 주저 앉는다.
우리군의 포수들이 가지고 있는 총통보다 확실히 왜놈들의 조총은 위력적이다.
한꺼번에 저렇듯 일제히 발사가 가능한 거 보면 우리군의 총통과는 발사원리가
틀린듯 보인다.
[돌격하라!!!!!!]
"와아!!!!"
미친듯이 왜놈들의 3선으로 살수들과 기병들이 달려갔다.
[따따탕!!...탕!!탕!!땅!!...]
"으억.. 억!!"
추풍낙옆지듯 수많은 기병들과 살수들이 또다시 나자빠진다.
하지만 아직 끄떡없는 용맹한 기병들 수십이 왜놈들의 머리통을 편곤으로
박살을 내며 3선의 진열을 흩트려 놓았다.
우리 살수들이 창과 도를 앞세워 일제히 왜놈들과 뒤엉켜 살육전을 벌인다.
왜놈들 역시 방패를 걷고 도와 창을 앞세워 조선군과 맞선다.
"야이.. 씨벌놈들아!!!!!"
[쉬잉~]
팔이 잘리면서 바닥에 나뒹구는 왜놈의 뒤에 다른 왜놈의 활시위와 화살촉이
그순간 눈에 들어온다.
[피슝!!]
"허억!!!"
나의 갑주를 뚫고 길다란 화살이 박혀있다.
"으흐......."
나도 모르게 그 화살을 손으로 쥐고 있다..
손이 심하게 떨린다.
너무나 짧은 순간 느껴졌던 엄청난 고통과 죽음의 공포...
그렇게 정신을 잃어버렸다.
얼마나 흘렀을까..
주변이 조용하다.
문득 눈이 떠졌다.
"뭐여???"
나는 안죽고 살아있는 것이다.
내 위에 죽은 조선병졸의 얼굴이 보인다.
흠칫 놀랬으나 움직이지 않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왜놈들이 시체를 뒤지고 있다.
이럴수가!!!!
우리 조선군이 전멸을 당했거나 후퇴한것 같다.
화살이 박힌 가슴의 통증이 느껴졌다.
"흐..ㅎ...윽...."
살짝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핀다.
무장을 해제당한 조선군 병졸 십수명이 줄줄히 어디론가 끌려간다.
"確認しなさい!!"
"はい!!!"
왜놈들이 계속해서 시신들을 뒤적거린다.
"ここにあります!!"
"いかしておくな..."
"에잇!!!!!"
[푹!!!]
"흐억!!!!!"
지금 왜놈들이 살아있는 조선군을 확인사살 하는 모양이다.
죽은 시체들의 코를 베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조선군의 시체가 너무 많다 보니 적당히 대충 베는것 같다.
왜놈 두놈이 시퍼런 서슬에 피가 묻은 검을 들고 누워있는 내쪽으로 향한다.
"이런...."
두눈을 감았다.
이미 나는 다른 조선병졸의 시신과 엉켜있다.
가까이 온다.
내 앞이다.
내위의 시체를 들춘다.
".........."
"あっちの方へ行こう...."
"はい!!"
"히야아...씨벌...."
잠깐이었지만.. 엄청난 긴장이었다.
이윽고 왜놈들이 사라졌다.
몸을 일으키려니 가슴에 박혀있는 화살의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
다행히 입고 있던 갑주덕에 깊게 박히지는 않은 모양이다.
화살을 잡아빼려 했지만 뼈가 부러져나가는 고통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악물며 화살을 부러뜨렸다.
갑주를 벗었다.
고통을 씹으며 일어났다.
어둠이 서서히 깔리려 한다.
내 주변을 돌아다 보았다.
수많은 조선군의 시체들..
그 낭자한 검붉은 선혈들..
이미 남한강의 푸른물빛이 저녁노을에 조선병졸의 피까지 더해져
붉게 물들어 보이기까지 하다.
죽은 왜놈의 수보다 무려 수십배가 더 많아 보인다.
완전히 참변이다.
그 수가 족히 수천이다.
몰살을 당해도 이정도는 아닌것 같다.
그 많던 조선군들은 다 어딜 갔을까???
수천이 이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나머지는 다 도망가 버렸단 말인가????
"이럴수가.....우째..이런일이..."
망연자실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 때 였다.
강변 풀숲 어귀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님...여그요...여그..."
"뭐여??? 창식이 자네여????"
"서..성님...살아계셨어라??...흑흑...."
"그..그려...창식이................."
그렇게 창식이와 나는 운좋게 살아서 충주의 탄금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창식]이의 부축을 받으며 한발 한발.. 무거운 걸음으로 산기슭으로 향할 때였다.
"こいつら!!!!"
"어...???? 이..이런..."
"서..서...성님......."
순식간에 매복해 있던 왜놈들에게 둘러쌓였다.
다섯놈이다.
흉칙한 가면을 쓰고 긴 칼을 들고 있다.
"에잇!!!!!!"
[쉬잉]!!!
순신간이었다.
내옆에 있던 [창식]이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몸통에서 완전히 분리되지도 못한채 모가지가 대롱대롱 붙어
피가 솟구치며 그자리에서 쓰러진다.
"ハハハ......."
"今度はお前順番だ..."
칼을 휘두른 왜놈의 흉칙한 가면속 눈빛이 나와 마주쳤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왜놈이 [창식]이의 피로 붉게 물든 칼을 높이 지켜든다.
눈을 감는다.
왜놈이 나의 머릿통으로 힘차게 칼을 내리친다..!!
부슬부슬한 비가 내리는 충주..
수만의 왜놈들의 진영에서 일제히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와아아아.......]
"온다.....씨..벌~"
"서..성님....."
뒤에 고요히 흐르는 남한강 앞 조선군의 진영..
마땅한 병력이나 특기가 없는 우리는 살수조에 속해 있었다.
"씨이..벌...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제... 맘 단단히 먹어.."
"아..아...알았어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무언가를 휘두르며 돌격해오는 양이놈들의 기병수가 족히
1000은 되어 보인다.
악귀와 같은 시커먼 얼굴에 갑주를 주렁주렁 걸치며 조선군의 진영으로
달려오고 있다.
그 뒤로는 도대체 그 수가 가늠이 안돼는 어마어마한 왜놈들이
오와 열을 맞춰 진격해 오고 있었다.
우리 살수 五조의 [창식]이가 오금을 덜덜 떨며 내 옆에 바싹 붙어있다.
[창식]이는 이곳 충주에서 처음 만난 녀석이다.
전라도 여수에서 농사를 짓다 나처럼 느닷없이 [속오군]으로 징집되어
이곳까지 온 녀석이다.
"사수 발사하라..."
[쿵...쿵....쿵....쿵...]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빨간 깃발이 올라가자 앞쪽 사수들의 통아속 애기살들이
300보앞까지 달려오는 양이놈의 기마병들에게 일제히 쏟아져 날라간다.
[피싱..피싱..]
[피싱..피슝...피싱....]
계속해서 날라가는 애기살들과 화살에 시커먼 양이놈들의 기마병들이 흙먼지속에서
고꾸라지고 있다.
[피싱..피싱..피싱...]
"와아..!!!....."
"그래... 이씨벌... 악귀놈들아..."
눈부신 사수들의 활약에 단파창과 환도를 움켜준 우리 살수조의 병졸들이
잔뜩 고무되어 있다.
왜놈들과 양이놈들의 기마병들이 다시 후퇴하고 있다.
"와아!!!!!~"
아직 전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조선군 진영은 벌써부터 들뜬 함성소리가 우렁차다.
뿌연 흙먼지 속으로 나동그라져 있는 양이들의 마[馬]와 병[兵]의 수가 족히 수백구다.
"우리 조선군의 장수가 누구여??? 흉악한 오랑캐놈들이 이름만 듣고도 오줌을 지린다는
신립장군님 아니여????"
"그려요??? 그렇게 대단한 분이여????"
"아..그려... 이제 저 왜놈들도 여그가 저놈들 무덤이 되는거여...."
"어...성님... 저놈들 봐봐여..."
이윽고 보슬비에 금방 가라앉은 흙먼지 속으로
커다란 방패를 앞으로 내세운 왜놈들이 천천히 전진해 오고 있다.
"사수..발사하라!!"
또다시 사수들의 애기살이 쏟아져 나간다.
[피싱..피싱...피싱..]
[피슝..피슝...피싱...피싱...]
일부에서 명중되어 고꾸라지는 놈들은 보이나 대부분의 왜놈들은 커다란 방패를 앞세운 채
애기살을 막아서며 대열을 갖추고 계속해서 우리쪽으로 전진해 오고 있다.
[둥둥둥...둥둥둥...]
빨간색과 노란색의 깃발이 한꺼번에 오른다.
급히 사수들이 화통이 매달린 화살을 준비한다.
이윽고..사수들의 활시위에는 하얀 연기가 타오르는 화통이 달린 화살이 장착되었다.
"발사하라..!!!!"
[피싱..피싱..피싱...]
화통이 날라가 왜놈들의 진영으로 무수히 떨어진다.
그순간 엄청난 폭발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났다.
[콰앙!!!! 콰앙!!!!]
방패를 앞세워 천천히 전진하던 왜놈들의 선봉대 대열이 혼비백산하여 흩어 진다.
화통이 날가가 왜놈들의 대열앞과 대열속으로 떨어지면서 계속 폭발하고 있다.
[와아!!!!!~]
조선군진영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그래... 이놈들아.. 다..죽어버려라...."
"성님... 우리까정 안오겄지라????"
"뭐시여??? 동상!! 벌써부터 쫄은거여??? 여그까지 왔으면 들고 있는 창으로 원수같은
왜놈들 수십놈 뱃때기는 찔러봐야제... 안그려???"
"앗따.. 성님은...나도 그라고 싶지라... 헌디.. 우리 사수덜이 왜놈들을 다 쓸어버리고
있잖여요.."
"자자..살수조들 맘 단단히 먹그라??? 인제부터 저 왜놈들 조총 나올끼다..."
동래성부터 전투경험이 많은 우리 살수五조의 오장 [태식]이 형님이 입을 연다.
"조총이라...."
[태식]이 형님의 말대로 왜놈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방패를 앞세우며 다시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려 방패의 행렬이 200보 이상의 길이이다.
강끝에서 언덕까지 방패의 뒤로는 2중 3중 4중..그 뒤로 끝도없이
겹겹히 왜놈들의 전열이 늘어서 있다.
다시금 우리앞쪽 사수대열의 부사수들의 손이 바빠진다.
새하얀 연기의 화통들이 다시금 발사된다.
[핏슝..핏슝...피싱.... ]
[콰앙!!!!...콰앙...!!!!]
왜놈들은 고꾸라져도.. 계속해서 전열을 가다듬으며 전진해 오고 있다.
그 수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 지 흐트러진 전열을 다시 메꿔가며 죽기살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저 왜놈들은 지금..조총의 사정거리까지 저렇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까부터 내리던 부슬비가 점점 심해진다.
이윽고 빗줄기로 바뀌어 간다.
"부장님!! 비때문에 화통심지가 다 젖었습니다..."
"뭐여?????"
사수조의 부장하나가 급히 본영을 향해 백색기를 휘두른다.
조선땅의 하늘은 도대체가 조선을 위한건지.. 왜놈을 위한건지 모르겠다.
조선군의 진영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머..머시여??? 갑자기...왠 빗줄기여????"
"서..성님..사수들의 화포공격이 이젠... 틀린거지라????...."
"씨이벌.... 이젠.. 우리 살수덜 차례여...."
이윽고 본영쪽에서 우렁찬 병조부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병.... 앞으로...!!!"
[둥둥...둥둥...둥둥...둥둥...]
이윽고 파란색 깃발이 힘차게 올라간다.
금위영에서 이곳까지 지원나왔다던 조선의 막강한 기병들과
북방에서 신립장군과 함께 오랑캐들을 무찔렀다던 늠름한 기병들이 조선군 진영의
양 옆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 수가 무려 1500은 되어보인다.
"그려!!... 드디어 조선의 막강한 기병이여!!!!"
"워매... 저그 저 왜놈덜.. 부랄이 쪼그라 들겠지라??? "
기병들이 갖춘 갑주는 철찰갑,경번갑,쇄자갑 등을 입었으며, 8척길이의 길다란 창과
무시무시한 편곤을 들고 있다.
늠름한 조선의 그 기마병들은 그 세가 막강해 보인다.
천천히 다가오던 왜놈들도 서둘러 대열을 정비하며 멈춰선거 같았다.
드디어 기병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적진으로 돌진해 나간다.
그때였다..
[둥둥둥둥둥둥둥.....]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검은색 깃발이 올라간다.
우리 살수들의 공격신호이다.
[와아!!!!!!!!!!!]
우리 살수들도 기병들을 뒤따른다.
드디어 전면전인 것이다.
기병들의 힘찬 말발굽소리와 흙먼지를 뒤따라 우리 살수조들도 돌격이다..
"씨이벌.... 주겨!!!!!!!!!!!!........"
"와아...!!!!!"
[탕탕!!타탕!!!탕탕탕!!!!]
왜놈들의 방패 사이로 왜놈들의 일렬로 들어선 조총들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선봉으로 달려가던 기마병들의 일부가 우리 앞에서 고꾸라진다.
[탕!!..탕탕!!...탕탕탕!!...탕!!]
계속되는 왜놈들의 조총사격에 기마병들과 우리 살수들마져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조선군의 기병과 살수들은 건재하다.
순식간의 왜군의 전열이 흩트러지며 일부 왜놈들은 혼비백산하여 어쩔줄을 몰라한다.
철갑주를 앞세운 기병들의 돌격과 휘둘러대는 장검과 장창 그리고 편곤의
화력앞에 선봉으로 나선 왜놈들의 전열이 풍지박살이 나는 상황이다.
내려찍는 편곤에 박살이나는 왜놈들의 머리통의 수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 지
알수 없을 정도이다.
[와아아!!!]
드디어 방패가 걷히며 창칼을 든 왜놈들이 쏟아져 나온다.
순식간에 우리 살수조와 엉켜붙는다.
[챙!! 챙!!!!챙!!!챙!!!!!]
내앞에 왜놈 하나가 보인다.
"이..씨벌..놈아!!!!"
손에 쥔 환도를 힘차게 휘두른다.
[챙!!!!!]
왜놈이 긴 칼로 막아섰으나 잽싸게 두팔을 뻗었다.
[푸욱~]
"허억!!!!!"
뱃대기 깊숙히 쑤셔넣은 칼을 빼기 위해 힘껏 왜놈의 가슴에 발길질이다.
또다른 왜놈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리 그었다.
[쉬익!!]
왜놈이 목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뒹굴어 댄다.
내 옆에 조선병졸을 찌른채 칼을 못빼고 있는 또다른 왜놈의 손목을 힘껏 내리쳤다.
[쉬잉~]
"끄아아!!!!"
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온다.
왜놈들의 선봉군들은 거의 전멸이다.
빗줄기가 점차 사그라 진다.
2선의 왜놈들이 방패를 걷고 도와 창을 들고 돌격해온다.
조선의 기병들이 뿌려놓은 석회가루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돌격해오던 왜놈들이 눈을 가린채 전열을 흩트리고 있다.
다시 우리 살수들의 돌격이다.
"와아!!!!!"
닥치는데로 환도를 휘두르며 왜놈들을 베어버린다.
"죽어!!!!!!!!! 이 개새끼들..."
"죽어!!!!! 이 씨벌놈들...."
왜놈들의 3선의 방패넘어로 왜놈들의 조총 총구가 일렬로 들어선다.
[따따탕!!...탕!!탕!!땅!!...]
"으억.. 억!!"
수많은 조선군의 살수들과 편곤을 휘둘러 대던 기병들이 그자리에서 고꾸라진다.
내옆의 우리옆조 오장인 [철식]이형님도 탄환에 맞은 듯 그자리에 풀썩 주저 앉는다.
우리군의 포수들이 가지고 있는 총통보다 확실히 왜놈들의 조총은 위력적이다.
한꺼번에 저렇듯 일제히 발사가 가능한 거 보면 우리군의 총통과는 발사원리가
틀린듯 보인다.
[돌격하라!!!!!!]
"와아!!!!"
미친듯이 왜놈들의 3선으로 살수들과 기병들이 달려갔다.
[따따탕!!...탕!!탕!!땅!!...]
"으억.. 억!!"
추풍낙옆지듯 수많은 기병들과 살수들이 또다시 나자빠진다.
하지만 아직 끄떡없는 용맹한 기병들 수십이 왜놈들의 머리통을 편곤으로
박살을 내며 3선의 진열을 흩트려 놓았다.
우리 살수들이 창과 도를 앞세워 일제히 왜놈들과 뒤엉켜 살육전을 벌인다.
왜놈들 역시 방패를 걷고 도와 창을 앞세워 조선군과 맞선다.
"야이.. 씨벌놈들아!!!!!"
[쉬잉~]
팔이 잘리면서 바닥에 나뒹구는 왜놈의 뒤에 다른 왜놈의 활시위와 화살촉이
그순간 눈에 들어온다.
[피슝!!]
"허억!!!"
나의 갑주를 뚫고 길다란 화살이 박혀있다.
"으흐......."
나도 모르게 그 화살을 손으로 쥐고 있다..
손이 심하게 떨린다.
너무나 짧은 순간 느껴졌던 엄청난 고통과 죽음의 공포...
그렇게 정신을 잃어버렸다.
얼마나 흘렀을까..
주변이 조용하다.
문득 눈이 떠졌다.
"뭐여???"
나는 안죽고 살아있는 것이다.
내 위에 죽은 조선병졸의 얼굴이 보인다.
흠칫 놀랬으나 움직이지 않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왜놈들이 시체를 뒤지고 있다.
이럴수가!!!!
우리 조선군이 전멸을 당했거나 후퇴한것 같다.
화살이 박힌 가슴의 통증이 느껴졌다.
"흐..ㅎ...윽...."
살짝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핀다.
무장을 해제당한 조선군 병졸 십수명이 줄줄히 어디론가 끌려간다.
"確認しなさい!!"
"はい!!!"
왜놈들이 계속해서 시신들을 뒤적거린다.
"ここにあります!!"
"いかしておくな..."
"에잇!!!!!"
[푹!!!]
"흐억!!!!!"
지금 왜놈들이 살아있는 조선군을 확인사살 하는 모양이다.
죽은 시체들의 코를 베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조선군의 시체가 너무 많다 보니 적당히 대충 베는것 같다.
왜놈 두놈이 시퍼런 서슬에 피가 묻은 검을 들고 누워있는 내쪽으로 향한다.
"이런...."
두눈을 감았다.
이미 나는 다른 조선병졸의 시신과 엉켜있다.
가까이 온다.
내 앞이다.
내위의 시체를 들춘다.
".........."
"あっちの方へ行こう...."
"はい!!"
"히야아...씨벌...."
잠깐이었지만.. 엄청난 긴장이었다.
이윽고 왜놈들이 사라졌다.
몸을 일으키려니 가슴에 박혀있는 화살의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
다행히 입고 있던 갑주덕에 깊게 박히지는 않은 모양이다.
화살을 잡아빼려 했지만 뼈가 부러져나가는 고통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악물며 화살을 부러뜨렸다.
갑주를 벗었다.
고통을 씹으며 일어났다.
어둠이 서서히 깔리려 한다.
내 주변을 돌아다 보았다.
수많은 조선군의 시체들..
그 낭자한 검붉은 선혈들..
이미 남한강의 푸른물빛이 저녁노을에 조선병졸의 피까지 더해져
붉게 물들어 보이기까지 하다.
죽은 왜놈의 수보다 무려 수십배가 더 많아 보인다.
완전히 참변이다.
그 수가 족히 수천이다.
몰살을 당해도 이정도는 아닌것 같다.
그 많던 조선군들은 다 어딜 갔을까???
수천이 이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나머지는 다 도망가 버렸단 말인가????
"이럴수가.....우째..이런일이..."
망연자실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 때 였다.
강변 풀숲 어귀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님...여그요...여그..."
"뭐여??? 창식이 자네여????"
"서..성님...살아계셨어라??...흑흑...."
"그..그려...창식이................."
그렇게 창식이와 나는 운좋게 살아서 충주의 탄금대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창식]이의 부축을 받으며 한발 한발.. 무거운 걸음으로 산기슭으로 향할 때였다.
"こいつら!!!!"
"어...???? 이..이런..."
"서..서...성님......."
순식간에 매복해 있던 왜놈들에게 둘러쌓였다.
다섯놈이다.
흉칙한 가면을 쓰고 긴 칼을 들고 있다.
"에잇!!!!!!"
[쉬잉]!!!
순신간이었다.
내옆에 있던 [창식]이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몸통에서 완전히 분리되지도 못한채 모가지가 대롱대롱 붙어
피가 솟구치며 그자리에서 쓰러진다.
"ハハハ......."
"今度はお前順番だ..."
칼을 휘두른 왜놈의 흉칙한 가면속 눈빛이 나와 마주쳤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왜놈이 [창식]이의 피로 붉게 물든 칼을 높이 지켜든다.
눈을 감는다.
왜놈이 나의 머릿통으로 힘차게 칼을 내리친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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