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지윤]이의 아파트..
[N...O....B...L...E.......P....A...L..A..C..E..]
"좃도.. 좋은 우리말 놔두고.. 왜들 이름이 다 영어인지...."
목동 근처에서 비슷한 단어의 아파트를 찾느라 무척 고생고생을 해가며 찾고 있다.
마침 출근길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내 옆을 지난다.
"어이.. 아가씨...."
"네??..."
"길좀 물을께요.. 여기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거죠??"
깡패새끼들에게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아.. 노블팰리스 이 백화점 건물 뒤에요.."
"아..네.. 감사합니다...."
아침 일곱시...
아직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왠지 서두르고 싶다.
빨리 보고싶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윤]이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런.. 아파트 입구에서 부터 양복을 입은 놈들에게 제지를 당한다.
"여기.. 2501호에 사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니까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녀석들이 인터폰으로 연결을 시켜 나를 바꿔준다.
"누구시죠??..."
"이런.... 지윤이 목소리다..."
"어.. 나야!! 희준이..."
"오...오빠!!..... 정말.. 오빠야???....."
갑자기 경비실의 모니터 액정의 화면이 켜진다.
흑백화면에 그토록 보고싶었던 지윤이 얼굴이 나타난다...
"지윤아!!!....."
"오빠.....흑흑.......... 아저씨들 바꿔줘봐..."
엘리베이터를 탔다.
엄청난 속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바깥의 정경이 투명유리로 내려다 보인다.
막상 만나게 되니.. 왠지 두려움이 앞선다.
이모양 이꼴로.....
25층.. 엘리베이터 문이열리고
드디어 [지윤]이와 만났다.
촉촉히 젖은 눈동자.
큰키에 여전히 매력적인 몸매.
새하얀 피부에 스타일이 바뀐 단아한 단발머리...
낯선느낌.. 하지만 분명히 내 눈앞에 서 있는 여자는 [지윤]이가 맞다.
[연희]와의 맺어짐..
하지만 남몰래 나를 사랑했던 여자..
나역시 감정을 속이고 있었지만 사랑했던 여자라는걸 인정하려 한다..
[연희]의 죽음으로 어쩌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인연의 기회를 나의 복수극과 교도소행으로..
이루지 못했던 그 사랑...
이제와서 이 여자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오빠.......흑!!......"
"하하....지윤아....... 오랜만이다..."
"오빠아.....흑흑...."
[와락]!!
[지윤]이가 내 목을 감았다.
정말 감격적이다.
[지윤]이의 따뜻함... 그게 지금 물밀듯.. 내 온몸에 느껴진다.
하지만 왠지 낯선느낌은 여전하다.
"보고 싶었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흑흑.........."
[지윤]이의 감은 팔이 더욱더 목을 죄어 온다.
"켁... 지윤아... 이것좀 놓자.. 응??..."
"치이.....바보..... 들어가자...."
넓직한 거실....
정신없이 두리번 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넓은 집은 처음이다.
가정부로 보이는 여자가 분주하다.
"여기 손님왔으니 식사준비 더하세요..."
"네에....."
[지윤]이와 넓직한 쇼파위에 나란히 앉았다.
"흐음.... 야아.. 이 집 되게 넓다... 너 여기 혼자사니??..."
"응...... 가끔 오시는 분 빼고......"
"흐음......."
"오빠도 알잖아...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낸다는거...."
"하하... 사실.....어제...."
"훗... 말안해도 다 알아... 오빠가 교도소에 있었을때부터...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고 왔는지....."
[지윤]이의 표정... 눈빛... 말투....
왠지 낯설기만 하다.
쉽게 그전처럼 다가서기가 힘들게 느껴진다.
"그럼.. 내가 어제 만난사람도 잘 알어??..."
"김태식이... 버러지같은 조직의 배신자..... 내가 잘 알아..."
"그래?? 하하... 너 많이 변했다... 왠지... 낯설어....하하..."
"4년이 지났어.. 시간이 흘렀고 정권도 바뀌고.. 나이도 먹었고.. 호호.. 그러고 보니
내가 벌써 29살이야...호호..."
"하하.. 난 서른됐다...."
"모든게 그렇게 바뀌었는데.. 나라고..그전 같겠어???.."
"그래....."
"오빠..... 그자식들과 어울리지마.. 곧 사라질 놈들이야.."
"아냐.. 안어울려... 하하.. 근데.. 어째.. 좀......"
"뭐???...."
"하하.. 왠지.. 자꾸 보고 또 봐도 ... 낯설어...하하.."
"오빠.. 아직 밥 안먹었지??... 식당 가자..."
넓직한 식당... 고급스러운 샹데리에의 조명빛 아래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차려져 있다.
어제와 오늘.. 출감하자 마자 실컷 먹어본다.
밥을 한숟가락 뜨자.. [지윤]이가 길쭉한 손가락으로 쥔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를 살짝
올려놓는다.
"히히..오빠.. 먹어봐.. 어제 내가 한거다??...."
"그..그래??... 하하..."
이럴때는 잠깐동안이지만 옛날의 [지윤]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낯설기만 한 이 기분은 여전하다.
아침밥을 먹고 나란히 넓직한 발코니의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오빠는 하나도 안변했네..."
"나야..뭐... 교도소 안에서 변할일 있냐...."
"그래.. 나를 남겨두고.. 연희 복수하고... 훗....."
"미안해......."
"아냐... 그때는 정말 오빠 미웠어... 오빠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오빠 짝사랑했는지...
뭐 옛날 얘기지만...."
"..........."
사실 나도 처음부터 사랑하던 여자였다고.. 내 본심이 그랬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오빠 형량 줄이려고.. 직장도 때려치우고 변호사 사무실 여기저기..다 알아보고 다녔어.."
"......."
"결국.. 김태식이.. 그자식이 피해자 친형이랍시고.. 재판준비하는 과정에 접근해 오더라구..
지금 내가 모시는 회장님.. 그 때 만난거야..."
"....미안하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 오빠.."
"......."
"나 지금 충분히.. 행복해.. 돈도 많고.. 내명의로 호텔하나랑 골프장 두개 운영하고 있고..
참.. 연희 어딨는지 모르지??..."
".......응..."
"오빠.. 연희 사랑했잖아..내가 그렇게 애걸했는데도..나 버리고 복수할 정도로... 안그래??..."
"하하..."
[지윤]이가 나를 떠보는건지.. 가지고 노는건지.. 약을 올리는건지..
왠지 기분이 씁쓰름하기만 하다.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훗.. 그럼 내가 불청객이란 소리군..."
나를 비웃는듯 처다보는 도도한 표정과 뭔가 알수없는 미소를 머금은 저 입술..
하지만 왠지 슬픈 눈빛은 뭔가를 숨기는 듯 하다.
그래.. 어쩌면 본심이 아닐 지도 몰라...
"한가닥 희망이라도 잡아보자...지윤이의 저 눈빛에...
어쩌면 일부러 거짓말 하는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어진다.
모든 상황으로 봐서는 내가 불청객이 확실한거다.
[지윤]이 말대로.. 세상이 이리도 변했는데.. [지윤]이도 분명히 변했을 것이다.
나만 빵 안에서.. 변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도태되고 무식한 패배자가 되어
[지윤]이 앞에 부담스럽게 나타났을 뿐이다.
하지만 할말은 해야한다.
조심스럽게라도.........
"지윤아...너.. 있잖아........."
"얘기해..오빠.."
[지윤]이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땡긴다.
"지금.. 너가 하는일...."
"........."
"왠지.. 좀 위험해.. 보여서....."
"호호... 김태식이가 그래??? 나 가만히 안두겠대???...."
"그놈들.. 엄청난 깡패 같더라구....."
"호호... 태권브이 희준 오빠.. 남자가 뭐 그러냐??.....훗...."
"그리고.. 나도 그놈들이 시켜서 너 만난거 절대 아니야... 니가 무슨 일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나.. 그냥 그게 처음에는 궁금해서 보고 싶었어..."
"그래서??.........."
"근데.. 니가 무슨일 하는지.. 알게 된 다음부터.. 걱정이 되더라구..."
"그래서..... 후우......."
"난... 그냥.. 니가 예전처럼...."
"예전처럼.. 뭐????... 비좁은 원룸에 살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출퇴근하고..
오빠나 만나고...그렇게 살라고?????"
"아니... 그게 아니고... 너 돈도 많다며...?? 그러니.. 그냥 은퇴해서..
안전하게.. 하하...... 그냥.. 그렇게 사는게 좋을꺼 같아서......."
"은퇴??.... 호호호... 설마... 오빠랑????...."
"하하.. 그래주면야.. 나야 고맙겠지...."
"오빠.. 설마 그런부탁 하려고 이제와서 나 찾아온건 아니지????..."
[지윤]이의 눈빛이 차갑다.
왠지 지금 [지윤]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보이는 내자신이 무척 초라해지고 있다.
"아냐... 내가.. 이제와서 니한테.. 그런 부탁을 하겠냐?? 니가 이정도로 힘써줘서..
감량되어 일찍 출소하게 된것도 미안하고 고마운데......"
"고마운거 알면 됐어......후우....."
"씨이발......."
"흐음... 나 담배줘봐..."
"오빠 담배배웠어?????... 자...."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켠다.
"쿨럭..쿨럭....켁!!...켁!!!!!......"
"호호...오빠.. 몸에 안좋아.. 배우지 마..."
"쿨럭...쿨럭......"
"................."
훗.. 만나면 어찌될까.. 기대도 하고.. 걱정도 됐는데... 결국 이거였군..
예전의 [지윤]이가 절대 아니다.
돈많은 여자.. 욕심도 많고 겁도 없는.. 그런 다른세계의 여자로 변해 있었다.
더이상 있을 수 없다.
자존심은 지키자.....
"나 갈께.. 연희 있는데나 가르쳐줘..."
"같이 가...오빠 차도 없잖아.. 내가 가줄께..."
"아냐.. 됐어.. 그냥 나 혼자 가고 싶어..."
"........................알았어..그럼..."
[지윤]이를 만나 처음으로 [지윤]이의 도도한 얼굴에 두 시선을 내리 깔았다.
밖으로 나왔다.
"오빠....출감한거 정말 축하해... 우리집 알았으니.. 가끔 놀러와.. 미리 전화하고..
....자.. 내 명함.."
"그래..갈께...."
뒤돌아섰다.
도도한 [지윤]이로 부터 그래도 지키고 싶었던 남자로서의 자존심..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기분이 무척 찹찹하다.
진짜 [연희]를 보러 가야 겠다.
버스를 몇번 갈아타고 도착한 경기도의 한적한 납골당...
사진속..[연희]의 얼굴...
실로 몇년만에 보는 얼굴인가...
사진뒤... 하얀색 작은 항아리..
저안에 아프고 힘들게만 살아왔던 [연희]가 한줌의 재가되어 들어있다.
언제나 힘든 삶을 살다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다가..
나를 만나서..잠깐이었지만 행복해 했는데.. 결국 나때문이었을까??
내가 사채업자를 내?는 바람에 이 모든 불행이 시작된 걸까??????
"연희야....흑흑........"
"미안해....너가 여기 있었는데.. 바보같이 그동안 찾아오지 못했어.."
바깥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 따스한 초여름의 화창한 날씨..
그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사진속 [연희]의 잔상이 감겨진 눈앞에 아른거린다.
늦은 오후...
내가 살던 동네로 찾아왔다.
그리운 이곳...
편의점..전봇대.. 체육관.. 모든게 그대로다..
이곳은 변한게 별로 없다.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오른다.
쩌렁쩌렁한 울림이 이곳까지 전해온다.
"옆차기 준비!!..."
[어이!!!!!!!]
"하나!!!...."
[어이!!!!!!!]
"둘...!!..."
[어이!!!!!!!]
"셋...!!!..."
[어이!!!....]
"목소리 봐라...!!..어이!!!!!..."
[어이!!!!!!!!]
"발바꿔!!..."
[어이!!!!!!!!]
도장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긴다.
"짜식....."
"하하..종수형.. 관장은 애들 가르치는거 아니라며??.."
"이새끼...이거... 하하....야!!..마누라!!.. 누가 왔는지 한번 나와봐라..."
"어머...!!...김사범님!!..."
"하하.. 오랜만이에요..형수님.."
그날 저녁..삼겹살집...
[취이이~.....]
"자... 축하한다.. 고생했고... 건배하자.."
"고마워.. 짠..."
[쭈우욱.....크아...]
정말 쓰다...
어제밤에도 약간 술을 마셨지만.. 많이 마시지 못했다.
"앞으로 어쩔꺼냐??..."
"글쎄.. 일단 사는데나 알아보고.. 다시 일자리 구해야지.."
"나이먹고.. 전과자라는 색안경쓰고.. 그게 쉽겠냐??..."
"그러게..."
"요즘.. 원생도 줄고.. 나라 경기가 이모양이니.. 젠장.."
"걱정마.. 먹여살려 달라는 얘기 하러 온거 아니니까...."
"짜식이.. 임마.. 취직시켜 달라고 빌어도 안받아준다..."
"하하.... 자.. 건배..."
술이 곤하게 취했다.
"야.. 딸꾹!!... 오늘은 형네 도장에서 자..."
"아냐.. 싫어... 갈데 있어..."
"그래??.... 그래.. 잘 들어가고.. 연락하고.. 지내..
형수하고 상의해서.. 니 자리 만들어 놓을테니까........"
"아냐.. 됐어..형... 걱정하지마...."
[종수]형과 헤어졌다.
막상 갈곳이 없다.
터덜터덜 걷는다..
[띠리리리..........]
"어라???....."
[띠리리리..........]
[띠리리리..........]
"뭐야?? 이거.. 핸드폰 벨소리??..."
가만히 들어보니.. 내 옷가방에서 나는 소리다.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런!!!! 핸드폰이 있다.
어제 [김태식]이 동생놈들이 핸드폰까지 장만을 해 두었나 보다.
[띠리리리..........]
누군가가 전화를 하고 있다.
액정에 전화번호 표시가 보인다.
"여보세요..."
"야.. 존만이??..."
"누구......."
"나야 새꺄.. 임태순이......"
"임태순이???... 누구쇼??? 누군데.. 욕짓꺼리야??"
"망치라고..새꺄..."
"이런.. 이 씨발놈....."
"너 오늘 만났냐???...."
"만났다...."
"어떻게 됐냐???..."
"야..이 병신아.. 내가 그걸 니한테 가르쳐 줘야 하냐??.."
"너.. 나 좀 보자..."
"그래... 좋다.. 보자 이새끼야.."
"나.. 여기 역삼동인데.. 전철타고 와라.."
"이새끼가... 니가 와 이새끼야... 이게 어서 오라가라 지랄이야???..."
"너 어디냐???.."
"여기 사당동..사당역근처다..새끼야..."
"지금 출발이다..사당역 출구옆 공원에 있어라...."
망치녀석이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걸까??
씨발... 좃도 겁날것도 없고.. 니미.. 갈데도 없고..
[지윤]이의 아파트..
[N...O....B...L...E.......P....A...L..A..C..E..]
"좃도.. 좋은 우리말 놔두고.. 왜들 이름이 다 영어인지...."
목동 근처에서 비슷한 단어의 아파트를 찾느라 무척 고생고생을 해가며 찾고 있다.
마침 출근길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내 옆을 지난다.
"어이.. 아가씨...."
"네??..."
"길좀 물을께요.. 여기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거죠??"
깡패새끼들에게 적힌 종이를 보여줬다.
"아.. 노블팰리스 이 백화점 건물 뒤에요.."
"아..네.. 감사합니다...."
아침 일곱시...
아직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왠지 서두르고 싶다.
빨리 보고싶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윤]이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런.. 아파트 입구에서 부터 양복을 입은 놈들에게 제지를 당한다.
"여기.. 2501호에 사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니까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녀석들이 인터폰으로 연결을 시켜 나를 바꿔준다.
"누구시죠??..."
"이런.... 지윤이 목소리다..."
"어.. 나야!! 희준이..."
"오...오빠!!..... 정말.. 오빠야???....."
갑자기 경비실의 모니터 액정의 화면이 켜진다.
흑백화면에 그토록 보고싶었던 지윤이 얼굴이 나타난다...
"지윤아!!!....."
"오빠.....흑흑.......... 아저씨들 바꿔줘봐..."
엘리베이터를 탔다.
엄청난 속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바깥의 정경이 투명유리로 내려다 보인다.
막상 만나게 되니.. 왠지 두려움이 앞선다.
이모양 이꼴로.....
25층.. 엘리베이터 문이열리고
드디어 [지윤]이와 만났다.
촉촉히 젖은 눈동자.
큰키에 여전히 매력적인 몸매.
새하얀 피부에 스타일이 바뀐 단아한 단발머리...
낯선느낌.. 하지만 분명히 내 눈앞에 서 있는 여자는 [지윤]이가 맞다.
[연희]와의 맺어짐..
하지만 남몰래 나를 사랑했던 여자..
나역시 감정을 속이고 있었지만 사랑했던 여자라는걸 인정하려 한다..
[연희]의 죽음으로 어쩌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인연의 기회를 나의 복수극과 교도소행으로..
이루지 못했던 그 사랑...
이제와서 이 여자와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오빠.......흑!!......"
"하하....지윤아....... 오랜만이다..."
"오빠아.....흑흑...."
[와락]!!
[지윤]이가 내 목을 감았다.
정말 감격적이다.
[지윤]이의 따뜻함... 그게 지금 물밀듯.. 내 온몸에 느껴진다.
하지만 왠지 낯선느낌은 여전하다.
"보고 싶었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흑흑.........."
[지윤]이의 감은 팔이 더욱더 목을 죄어 온다.
"켁... 지윤아... 이것좀 놓자.. 응??..."
"치이.....바보..... 들어가자...."
넓직한 거실....
정신없이 두리번 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넓은 집은 처음이다.
가정부로 보이는 여자가 분주하다.
"여기 손님왔으니 식사준비 더하세요..."
"네에....."
[지윤]이와 넓직한 쇼파위에 나란히 앉았다.
"흐음.... 야아.. 이 집 되게 넓다... 너 여기 혼자사니??..."
"응...... 가끔 오시는 분 빼고......"
"흐음......."
"오빠도 알잖아...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낸다는거...."
"하하... 사실.....어제...."
"훗... 말안해도 다 알아... 오빠가 교도소에 있었을때부터... 지금까지..
어디서 뭐하고 왔는지....."
[지윤]이의 표정... 눈빛... 말투....
왠지 낯설기만 하다.
쉽게 그전처럼 다가서기가 힘들게 느껴진다.
"그럼.. 내가 어제 만난사람도 잘 알어??..."
"김태식이... 버러지같은 조직의 배신자..... 내가 잘 알아..."
"그래?? 하하... 너 많이 변했다... 왠지... 낯설어....하하..."
"4년이 지났어.. 시간이 흘렀고 정권도 바뀌고.. 나이도 먹었고.. 호호.. 그러고 보니
내가 벌써 29살이야...호호..."
"하하.. 난 서른됐다...."
"모든게 그렇게 바뀌었는데.. 나라고..그전 같겠어???.."
"그래....."
"오빠..... 그자식들과 어울리지마.. 곧 사라질 놈들이야.."
"아냐.. 안어울려... 하하.. 근데.. 어째.. 좀......"
"뭐???...."
"하하.. 왠지.. 자꾸 보고 또 봐도 ... 낯설어...하하.."
"오빠.. 아직 밥 안먹었지??... 식당 가자..."
넓직한 식당... 고급스러운 샹데리에의 조명빛 아래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차려져 있다.
어제와 오늘.. 출감하자 마자 실컷 먹어본다.
밥을 한숟가락 뜨자.. [지윤]이가 길쭉한 손가락으로 쥔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를 살짝
올려놓는다.
"히히..오빠.. 먹어봐.. 어제 내가 한거다??...."
"그..그래??... 하하..."
이럴때는 잠깐동안이지만 옛날의 [지윤]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낯설기만 한 이 기분은 여전하다.
아침밥을 먹고 나란히 넓직한 발코니의 나무의자에 앉아 있다.
"오빠는 하나도 안변했네..."
"나야..뭐... 교도소 안에서 변할일 있냐...."
"그래.. 나를 남겨두고.. 연희 복수하고... 훗....."
"미안해......."
"아냐... 그때는 정말 오빠 미웠어... 오빠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오빠 짝사랑했는지...
뭐 옛날 얘기지만...."
"..........."
사실 나도 처음부터 사랑하던 여자였다고.. 내 본심이 그랬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오빠 형량 줄이려고.. 직장도 때려치우고 변호사 사무실 여기저기..다 알아보고 다녔어.."
"......."
"결국.. 김태식이.. 그자식이 피해자 친형이랍시고.. 재판준비하는 과정에 접근해 오더라구..
지금 내가 모시는 회장님.. 그 때 만난거야..."
"....미안하다....."
"미안해할 필요 없어... 오빠.."
"......."
"나 지금 충분히.. 행복해.. 돈도 많고.. 내명의로 호텔하나랑 골프장 두개 운영하고 있고..
참.. 연희 어딨는지 모르지??..."
".......응..."
"오빠.. 연희 사랑했잖아..내가 그렇게 애걸했는데도..나 버리고 복수할 정도로... 안그래??..."
"하하..."
[지윤]이가 나를 떠보는건지.. 가지고 노는건지.. 약을 올리는건지..
왠지 기분이 씁쓰름하기만 하다.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훗.. 그럼 내가 불청객이란 소리군..."
나를 비웃는듯 처다보는 도도한 표정과 뭔가 알수없는 미소를 머금은 저 입술..
하지만 왠지 슬픈 눈빛은 뭔가를 숨기는 듯 하다.
그래.. 어쩌면 본심이 아닐 지도 몰라...
"한가닥 희망이라도 잡아보자...지윤이의 저 눈빛에...
어쩌면 일부러 거짓말 하는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어진다.
모든 상황으로 봐서는 내가 불청객이 확실한거다.
[지윤]이 말대로.. 세상이 이리도 변했는데.. [지윤]이도 분명히 변했을 것이다.
나만 빵 안에서.. 변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도태되고 무식한 패배자가 되어
[지윤]이 앞에 부담스럽게 나타났을 뿐이다.
하지만 할말은 해야한다.
조심스럽게라도.........
"지윤아...너.. 있잖아........."
"얘기해..오빠.."
[지윤]이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땡긴다.
"지금.. 너가 하는일...."
"........."
"왠지.. 좀 위험해.. 보여서....."
"호호... 김태식이가 그래??? 나 가만히 안두겠대???...."
"그놈들.. 엄청난 깡패 같더라구....."
"호호... 태권브이 희준 오빠.. 남자가 뭐 그러냐??.....훗...."
"그리고.. 나도 그놈들이 시켜서 너 만난거 절대 아니야... 니가 무슨 일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나.. 그냥 그게 처음에는 궁금해서 보고 싶었어..."
"그래서??.........."
"근데.. 니가 무슨일 하는지.. 알게 된 다음부터.. 걱정이 되더라구..."
"그래서..... 후우......."
"난... 그냥.. 니가 예전처럼...."
"예전처럼.. 뭐????... 비좁은 원룸에 살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출퇴근하고..
오빠나 만나고...그렇게 살라고?????"
"아니... 그게 아니고... 너 돈도 많다며...?? 그러니.. 그냥 은퇴해서..
안전하게.. 하하...... 그냥.. 그렇게 사는게 좋을꺼 같아서......."
"은퇴??.... 호호호... 설마... 오빠랑????...."
"하하.. 그래주면야.. 나야 고맙겠지...."
"오빠.. 설마 그런부탁 하려고 이제와서 나 찾아온건 아니지????..."
[지윤]이의 눈빛이 차갑다.
왠지 지금 [지윤]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보이는 내자신이 무척 초라해지고 있다.
"아냐... 내가.. 이제와서 니한테.. 그런 부탁을 하겠냐?? 니가 이정도로 힘써줘서..
감량되어 일찍 출소하게 된것도 미안하고 고마운데......"
"고마운거 알면 됐어......후우....."
"씨이발......."
"흐음... 나 담배줘봐..."
"오빠 담배배웠어?????... 자...."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켠다.
"쿨럭..쿨럭....켁!!...켁!!!!!......"
"호호...오빠.. 몸에 안좋아.. 배우지 마..."
"쿨럭...쿨럭......"
"................."
훗.. 만나면 어찌될까.. 기대도 하고.. 걱정도 됐는데... 결국 이거였군..
예전의 [지윤]이가 절대 아니다.
돈많은 여자.. 욕심도 많고 겁도 없는.. 그런 다른세계의 여자로 변해 있었다.
더이상 있을 수 없다.
자존심은 지키자.....
"나 갈께.. 연희 있는데나 가르쳐줘..."
"같이 가...오빠 차도 없잖아.. 내가 가줄께..."
"아냐.. 됐어.. 그냥 나 혼자 가고 싶어..."
"........................알았어..그럼..."
[지윤]이를 만나 처음으로 [지윤]이의 도도한 얼굴에 두 시선을 내리 깔았다.
밖으로 나왔다.
"오빠....출감한거 정말 축하해... 우리집 알았으니.. 가끔 놀러와.. 미리 전화하고..
....자.. 내 명함.."
"그래..갈께...."
뒤돌아섰다.
도도한 [지윤]이로 부터 그래도 지키고 싶었던 남자로서의 자존심..
다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기분이 무척 찹찹하다.
진짜 [연희]를 보러 가야 겠다.
버스를 몇번 갈아타고 도착한 경기도의 한적한 납골당...
사진속..[연희]의 얼굴...
실로 몇년만에 보는 얼굴인가...
사진뒤... 하얀색 작은 항아리..
저안에 아프고 힘들게만 살아왔던 [연희]가 한줌의 재가되어 들어있다.
언제나 힘든 삶을 살다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다가..
나를 만나서..잠깐이었지만 행복해 했는데.. 결국 나때문이었을까??
내가 사채업자를 내?는 바람에 이 모든 불행이 시작된 걸까??????
"연희야....흑흑........"
"미안해....너가 여기 있었는데.. 바보같이 그동안 찾아오지 못했어.."
바깥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 따스한 초여름의 화창한 날씨..
그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사진속 [연희]의 잔상이 감겨진 눈앞에 아른거린다.
늦은 오후...
내가 살던 동네로 찾아왔다.
그리운 이곳...
편의점..전봇대.. 체육관.. 모든게 그대로다..
이곳은 변한게 별로 없다.
계단을 따라 조심스레 오른다.
쩌렁쩌렁한 울림이 이곳까지 전해온다.
"옆차기 준비!!..."
[어이!!!!!!!]
"하나!!!...."
[어이!!!!!!!]
"둘...!!..."
[어이!!!!!!!]
"셋...!!!..."
[어이!!!....]
"목소리 봐라...!!..어이!!!!!..."
[어이!!!!!!!!]
"발바꿔!!..."
[어이!!!!!!!!]
도장문을 열자.. 반가운 얼굴이 나를 반긴다.
"짜식....."
"하하..종수형.. 관장은 애들 가르치는거 아니라며??.."
"이새끼...이거... 하하....야!!..마누라!!.. 누가 왔는지 한번 나와봐라..."
"어머...!!...김사범님!!..."
"하하.. 오랜만이에요..형수님.."
그날 저녁..삼겹살집...
[취이이~.....]
"자... 축하한다.. 고생했고... 건배하자.."
"고마워.. 짠..."
[쭈우욱.....크아...]
정말 쓰다...
어제밤에도 약간 술을 마셨지만.. 많이 마시지 못했다.
"앞으로 어쩔꺼냐??..."
"글쎄.. 일단 사는데나 알아보고.. 다시 일자리 구해야지.."
"나이먹고.. 전과자라는 색안경쓰고.. 그게 쉽겠냐??..."
"그러게..."
"요즘.. 원생도 줄고.. 나라 경기가 이모양이니.. 젠장.."
"걱정마.. 먹여살려 달라는 얘기 하러 온거 아니니까...."
"짜식이.. 임마.. 취직시켜 달라고 빌어도 안받아준다..."
"하하.... 자.. 건배..."
술이 곤하게 취했다.
"야.. 딸꾹!!... 오늘은 형네 도장에서 자..."
"아냐.. 싫어... 갈데 있어..."
"그래??.... 그래.. 잘 들어가고.. 연락하고.. 지내..
형수하고 상의해서.. 니 자리 만들어 놓을테니까........"
"아냐.. 됐어..형... 걱정하지마...."
[종수]형과 헤어졌다.
막상 갈곳이 없다.
터덜터덜 걷는다..
[띠리리리..........]
"어라???....."
[띠리리리..........]
[띠리리리..........]
"뭐야?? 이거.. 핸드폰 벨소리??..."
가만히 들어보니.. 내 옷가방에서 나는 소리다.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런!!!! 핸드폰이 있다.
어제 [김태식]이 동생놈들이 핸드폰까지 장만을 해 두었나 보다.
[띠리리리..........]
누군가가 전화를 하고 있다.
액정에 전화번호 표시가 보인다.
"여보세요..."
"야.. 존만이??..."
"누구......."
"나야 새꺄.. 임태순이......"
"임태순이???... 누구쇼??? 누군데.. 욕짓꺼리야??"
"망치라고..새꺄..."
"이런.. 이 씨발놈....."
"너 오늘 만났냐???...."
"만났다...."
"어떻게 됐냐???..."
"야..이 병신아.. 내가 그걸 니한테 가르쳐 줘야 하냐??.."
"너.. 나 좀 보자..."
"그래... 좋다.. 보자 이새끼야.."
"나.. 여기 역삼동인데.. 전철타고 와라.."
"이새끼가... 니가 와 이새끼야... 이게 어서 오라가라 지랄이야???..."
"너 어디냐???.."
"여기 사당동..사당역근처다..새끼야..."
"지금 출발이다..사당역 출구옆 공원에 있어라...."
망치녀석이 왜 나를 보자고 하는 걸까??
씨발... 좃도 겁날것도 없고.. 니미.. 갈데도 없고..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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