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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도시 - 1부8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2:50 599회 0건
8. 모스크바의 피

20세기의 명실 상부한 세계경제의 엔진이던 미국이 911테러 사건과 카트리나의 직격탄 그리고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세계의 보완관이란 위상이 실추되며 자국의 불황을 이겨내려 발버둥치게 되고 한때 세상의 1/3을 지배하던 잠자던 용 중국이 깨어나며 세계 경제 3위의 자리에 올랐다.
한민족의 거대한 꿈이란 열망속에 이건영 회장과 그를 추종하는 정민준은 시베리아 임차지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 계획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도 합세하여 그들을 방해하는 음모를 꾸며 나가게 되는데..
안으로는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는 대한민국 정부와 밖으로는 세계 열강의 방해 공작에서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거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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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금발의 미녀들과 회포를 푼 민준과 광국은 아침을 맞아 페로프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페로프는 브로치카와 깔바사를 씹어가며 아침을 즐기는 중이다.
흰빵 종류인 브로치카와 러시아식 소세지인 깔바사는 민준과 광국에게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산선의 탐사팀은 내일 호텔에 도착하겠지요?"

"네.."

"그럼 오늘밤에 계획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준비를 해야겠군요..오늘은 일정이 있소?"

"시내에 이친구와 다녀올곳이 있습니다."

"그럼 저녁때 다시 부하들과 의논하기로 합시다."

아침 식사를 마친 민준과 광국은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계획을 점검한다.
국정원의 스파이와 이교수를 처리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생길 경우 산선에 치명적인 일이 될것이다.
민준도 그점때문에 긴장한 표정으로 광국과 머리를 맞대고 오늘 일정에 대해 의논한다.

"대장..그런데 페로프를 얼마나 믿어?"

"왜 그런 말을 하지?"

"마피아들이란 원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제의 친구도 오늘은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족속들이니까.."

"음..일단은 페로프의 도움을 받는것이 중요해..지금 러시아에서는 페로프의 입김이 가장 쎈편이고.. 또 이런 일은 마피아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단독으로 처리 하기 힘들지.."

민준은 잠자코 모스크바 시내 지도와 호텔주변의 거리를 더 점검한뒤 광국과 함께 페로프의 저택을 나선다.
탐사팀들이 돌아오면 귀국전에 묵게될 레닌그란드 호텔에서 헤밍턴 호텔까지의 도로가 민준의 계획선상에 들어있다.
민준은 차에서 내려 광국과 함께 도로를 걸어가며 세심하게 주위를 살핀다.
한겨울 모스크바의 찬 바람이 뼈속까지 추위를 느끼게 하지만 민준에게 추위따인 한낱 사치일뿐이다.
광국을 데리고 서너번 레닌그란드 호텔에서 헤밍턴 호텔까지 점검을 마친 민준은 광국에게 차에 타게 하고 공중전화박스로 간다.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전화기 너머러 신호음이 들리고 잠시후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희연의 청아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저..어머니..민준이예요..잘지내셨죠?"

"..민준아.."

희연은 오랜만에 듣는 아들의 목소리에 목이 메는지 한참을 말을 못한다.

"지금 모스크바로 돌아왔어요..저 건강하고 별일 없어요..계획대로 라면 다음주에는 뵐수 있을꺼예요.."

"그래그래..내 걱정은 말로 추운데 건강 조심해야해.."

"네...어머니 전 걱정마시고요..어머니 너무 보고싶어요.."

"...."

민준이 보고싶다는 의미에 많은 뜻이 함축되있는걸 아는 희연은 잠시 말이 없다.

"엄마도 아들 너무 보고싶어.."

간신히 입을 뗀 희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한다.

"어머니..며칠만 기다리시면 갈께요..어머니의 품이 너무 그리워요.."

"아들..아아..엄마도..."

"어머니 사랑해요.."

"...사랑한다..아들아..."

아쉽고 그리운 목소리를 잠시나마 들은 민준은 수화기를 놓고도 한동안 공중전화 박스를 떠나지 못한다.
민준의 입술끝에 희연의 입술이 닿던 그때 느낌이 들어 민준은 가슴이 터질것만 같다.
이제 모스크바의 일이 마무리되면 한국으로 돌아갈테고 그럼 한동안 어머니곁에서 지낼수있다.
민준은 그 생각으로 행복한 미소가 떠오르며 공중전화 박스를 나와 차로 걸어가는데 차안에 있어야 할 광국이 보이지 않는다.
민준은 순간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숙이며 페로프 저택에서 가져온 루가 권총을 허리춤에서 꺼내 손에 들고 차량으로 전진한다.

타고온 차 뒤 범퍼 옆에 도달해 차안을 확인 하던 민준의 눈에 건물 코너에 두손을 뒷 머리에 올려놓고 긴장된 표정의 광국이 눈에 띈다.
민준을 차 옆을 돌아 광국의 상황을 확인하는데 동양인 3명이 하나는 광국의 머리에 총을 대고 있고 두명은 민준쪽으로 총부리를 겨누고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한다.

민준은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면 전화 하는 도중에 총을 발사 했을꺼라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허리춤에 다시 루가 권충을 꽂고 광국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맨 앞에 있던 사내가 민준의 허리에서 권총을 뺏어들더니 건물 사이 골목으로 민준과 광국을 끌고 들어간다.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 일단 죽일 마음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긴장한 민준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볕도 들지 않는 높은 건물 사이 끝부분까지 끌려가자 건물 끝의 철문이 열리며 다른 동양인이 얼굴을 내밀고 등뒤에선 세명의 사내가 민준과 광국의 등을 떠밀어 그 문으로 들어가게 한다.

어두운 실내에는 백열등이 하나 걸려있고 음침한 공간에 의자가 두개 놓여있다.
안으로 떠밀려 들어간 민준과 광국은 의자에 앉혀지고 사내들은 원을 그리듯 민준과 광국을 에워 싼다.
광국은 민준에게 미안한지 고개를 들지 못한다.

“오호..이게 누구신가..정과장을 모셔 오라 했더니 죽은줄 알았던 김광국이가 살아왔네..”

어둠으로 사물이 분간되지 않는 공간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광국은 그 목소리를 듣자 긴장한 듯 몸이 굳어간다.
민준은 의자에 등을 대고 소리 나는쪽을 바라본다.

나무바닥에 구두소리를 내며 점점 희미한 여자의 모습이 들어난다.
짧은 커트 머리의 20대 중반쯤 되 보이는 갸름한 얼굴의 여자가 민준과 광국의 앞에 선다.
야간 마른 듯한 몸에 갈색 투피스 정장을 입은 여자의 얼굴엔 미소를 짓고 있지만 하얀 얼굴과 함께 섬뜻함을 준다.

“정민준 과장님..반가워요..이렇게 모셔오게 되서 유감입니다..”

민준은 여자의 말에 대꾸없이 고개만 까딱인다.
여자는 민준의 옆에서 긴장한 얼굴로 꼼짝 하지 않는 광국에게 다가 가더니 햐얀 이를 들어내고 웃는다.
그 미소에 광국의 얼굴은 저승사자를 본 듯 창백하게 변해간다.

“호호..살아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그렇다면 변절자가 되서 이자리에 잇는건가?”

광국은 아무말도 못한다.
그런 광국을 보며 민준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입을 연다.

“김광국이를 아는걸 보니 대충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감이 오는구만..김광국이는 내 부하가 됐으니까 그에 관한건 나와 얘기를 해야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민준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홱 돌리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째려본다.
하지만 민준은 얼굴에 히죽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아름다운 얼굴이 차갑게 보이는구만..원래 북에서 온 여자들은 그렇게 감정이 없나보지?”

민준의 능글능글한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여자는 아미를 찡그리더니 민준앞에 선다.
앉아 있는 민준을 내려다보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베레타 권총을 빼어 든다.
그리고 민준의 이마 정 중앙을 겨냥하며 여자는 차갑게 말을 한다.

“흥..지금 어떤 상황인지 감이 안오나 본데..난 지금이라도 당신을 쏘아 죽일 수 있어~~”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두운 실내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민준의 표정은 역시나 느긋하다.

“그래? 죽일 생각이었으면 여기까지 데리고 오지도 않았겠지..뭔가 할말이 있을 테고…. 자 누군지 밝히고 대화를 시작해볼까?”

민준을 한동안 쏘아보던 여자가 총을 거두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호호 역시 산선이란 곳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정과장의 배포는 알아줘야 겠군요…. 난 북조선 33호실 소좌 장경희라고 해요..오늘 정과장을 모신 건 몇 가지 확인할 일과 우리 상부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음..소좌라 우리의 소령쯤 되는 계급인데..아무리 봐도 나이가 어린것같은데….좋소 묻고 싶은게 뭐요?”

“산선이 시베리아에서 얻은 결과가 궁금한데..”

“그걸 말해주리라고 보는건가?”

“글쎄..쉬운길을 놔두고 힘들게 돌아가겟다면 할 수 없는일이죠..”

“음..내가 그 결과에 대해 말해준다면 나와 김광국의 생명을 보장할텐가?”

“호호 정과장이 우리에게 정보를 준다면 아마도 산선에서의 입장도 난처할텐데..앞으로 우리와 긴밀한 사이가 되야 하지 않을까요?”

산선에서의 탐사결과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하게 민준은 국정원 스파이들과 이교수를 처리 하려고 하는 마당에 자신의 입으로 그 결과를 북한쪽에 발설하게 된다면 입장이 난처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민준은 정보를 제공해주고 적당히 북쪽과 밀월관계를 갖는게 낫다는 판단을 한다.

“좋아..어차피 몇 달안에 언론에 노출될 일이니 당신들에게 먼저 얘기 해준다고 크게 달라질껀 없을테지..하지만 한가지 약속을 해줘야 겠다.”

“좋아요 말해봐요..”

“북쪽에서 내가 말한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건 상관 하지 않겠지만 러시아 쪽에는 당분간 비밀로 해달라는 말이다.”

“음..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닌것같은데..일단 정보를 들어보고 얘기 해볼까요?”

장경희의 말에 민준은 시베리아에서 발견한 석유에 관한 얘기를 꺼낸다.
매장량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양이 엄청날꺼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경의는 민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무엇인가 골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민준에게 말을 이어간다.

“일단 당신에게 들은 정보는 상부에 보고를 하겠어요..결정은 상부에서 할테지만..”

민준은 산선이 러시아와 임차 정식 계약을 하기 전에 이 일이 알려지면 계약 당시 러시아 쪽에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란건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어떻해서든 이 난국을 타개 해야 하는데..

“한가지 물어 보겠소”

장경희는 다시 민준의 얼굴을 바라본다.

“내가 판단하건데 당신의 상부에선 산선의 시베리아 임차를 반대하는것으로 알고있는데..그 이유가 정확히 뭔지 말해주겠소?”

“그거야 당연한거 아닌가요? 우리 북조선과 당신네 남쪽 정부는 적이잔아요..당연히 우리 머리위에 또 다른 남쪽 정부가 들어서는 일이 달갑지 않죠”

“그럼 우리 산선이 시베리아를 임차하고 나면 남한 정부와 마찬가지로 당신네 북쪽을 적대시 할것이란 판단이오?”

“그렇지 않을까요? 어디 있건 출신 성분은 잊혀지지가 않는것이니까..”

말을 하며 장경희는 김광국을 슬쩍 쳐다본다.

“음..당신네도 우리 산선이 어떤 기업인지 잘 알거요..세계 5위 그룹..하지만 내년이 지나면 명실상부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섭니다. 당신네도 정보가 있다면 알수있는일이고..자 생각을 해보죠.. 우리가 시베리아를 임차를 했다. 그런데 우리 남한에서 건설이나 각종 시베리아 임차에 필요한 인원을 원할하게 수급할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인력을 공급받을것같소..”

“그거야..가까운 러시아 혹은 중국이겠죠?”

“북한은 어떻소..내가 알기론 북에서도 인력을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이는것으로 아는데..”

그말이 떨어지자 장경희의 얼굴이 굳어지며 민준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외친다.

“이런 자본주의 쓰레기 같으니라고..우리 전사들은 순수한 마음에 나라와 김전일 국방장관을 위해 해외로 나가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자진해서 조국에 돌려주는것인데..당신은 우리가 전사들을 이용해 돈 벌이를 한다는 말인가요?”

“음…내말이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하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은 우리가 시베리아에서 필요한 인원을 북에서 수급한다면..당신네 상부에선 괜찬은 조건이지 않소?”

“우리 북조선 전사들을? 당신네와 우린 적대관계인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요?”

“생각해보쇼..러시아 중국 사람들은 우리하고 말이 달라요..그네들을 데리고 일을 하는것보다 말이 같은 북한 사람들을 채용하는게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경희는 민준의 말에 한동안 말이 없다.
지금 장경희의 생각엔 정민준이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나 중국인 들 보다야 북한에서 차출된 사람들이 의사소통이 편할꺼라는건 어린아이라도 알수있는 일이다.
한동안 말이 없던 장경희는 다시 민준을 보며 말을 한다.

“음..당신의 말을 정보와 함께 상부에 보고해보죠..하지만 당신이 내게 원하는 비밀을 지킬수 있을지는 상부의 결정에 따라야 해요..”

“우리야 같은 값이면 당신네 사람들을 쓰게 될거요..그건 나 혼자의 생각이 아닌 우리 산선 이건영 회장님이 뜻도 같을거라 생각하오..그분의 생각은 시베리아가 우리 한민족의 새로운 희망의 땅이 될거라는 믿음을 갖고 계신분이니까..”

“좋아요..일단 당신이 한말 그대로 보고하겠어요..그럼 우리 오늘 만남은 여기서 마치는것으로 하죠.. 그러나..김광국은 우리가 데리고 가야겠는데요..”

“아까도 말했다 시피 이미 광국이는 내 부하요..내 눈앞에서 광국이를 끌고 가려면 나부터 죽이고 가시오.”

민준의 단호한 말에 장경희는 한동안 망설인다.
장경희나 북의 입장에선 김광국이 배신자나 다름없다.
배신자에겐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는건 북의 기본 방침이다.
하지만 빈손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부하를 지키려는 민준의 의연한 자세에 장경희는 마음이 흔들린다.

“좋아요..김광국에 대한 문제는 오늘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어요.. 대신 어느날 김광국의 뒤통수에 총알이 박힐지 그건 나도 장담못해요..”

그말을 끝으로 장경희는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민준과 광국을 끌고 왔던 사내들이 다시 둘을 데리고 거리로 나간다.
북측 사내들은 서둘러 골목을 빠져 나가려고 둘의 등을 밀며 서두르는데 민준이 골목끝에서 멈춰선다.

“근데 말이지..”

민준은 말을 마치자 건물 벽을 발로 차며 공중제비를 돌 듯 한바퀴 돌아 방금 자신의 등뒤에 있던 사내의 얼굴을 발로 내지른다.

[퍽~~]

둔탁한 소리에 사내가 앞으로 푹 고꾸라지자 나머지 두 사내는 무방비로 민준의 행동에 얼이 빠진듯하다.
민준은 공중에서 한놈을 발로 쓰러트리고 두발이 땅에 닿자 마자 자세를 낮춰 주먹으로 민준을 멍하나 바라보던 한놈의 명치 끝을 내지른다.

“억~~”

비명도 크게 못지르고 그 사내도 푹 고꾸라지자 남은 한놈이 뒤로 물러 나며 허리춤을 뒤진다.
민준은 사내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기전 앞으로 구르며 발로 사내의 발목을 걸어 넘어트린다.
사내는 중심을 잃고 기우뚱 바닥으로 넘어지자 민준은 양손을 바닥에 대고 두발을 휙 들어올려 뒤꿈치로 사내의 가슴을 찍어버린다.

[퍽~~윽~~]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앞서가던 광국도 그저 멍하니 민준의 행동만 바라본다.
민준은 바닥에서 일어나 손을 털며 쓰러져 뒹구르는 사내들에게 차가운 미소를 날린다.

“앞으로는 좀더 정중하게 초대하라고 전해라..”

쓰러진 사내들은 장경희와 얘기를 주고 받고 무사히 돌아가는 정민준을 자신들의 의지로 해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저 신음을 토해내며 바닥에 뒹굴뿐이다.
민준이 몸을 돌려 놀라 눈이 동그랗게 커진 광국의 어깨를 툭 치며 차량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광국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운전석으로 가 차문을 열고 운전대를 잡는다.

“휴우..대장..너 저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아?”

“글쎄..니 조국에서 온 놈들인건 알겠는데..”

“이이구 저놈들 북을 떠나 해외로 나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저승사자 같은 놈들이야..탈북자 추척에 사상이 불순한 자들 즉결 처형에…그런 무시무시한 놈들을 맨손으로 처리하다니..대단해…그런데 앞으론 조심하라고..저놈들 아까 그 장경희란 년의 명령을 받는 놈들이라 그렇지 아니었으면 그냥 순순히 당하고 있을 놈들이 아냐..”

“그만하고 페로프의 집으로 가자..근데..아까 장경희란 여자에 말해봐라..”

“휴우…난 그년을 보고 오늘 죽는구나 했어..그년 아버지가 정치국 서열 36위 장해동이거든..어릴때부터 특수 훈련을 받고 러시아에 유학을 다녀온 후 인민군에 장교로 입대 해서 지금 소좌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악랄한 년이었는지..저년 손에 처형된 자들이 아마 백명은 넘을꺼야..소름끼치는 년이지..”

민준은 자신과 광국을 살리기 위해 시베리아에서의 결과를 장경희에게 전달해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내일 유사장이 시베리아에서 돌아오면 다시 의논하기로 하고 일단 광국을 재촉해 페로프의 저택으로 향한다.
자신의 일도 일이지만 자신이 제시한 내용이 북에서 어떤 결정이 날지 아직 시간이있다고 생각한 민준은 장경희와의 일은 머리속에서 지우고 내일 계획을 생각한다.

민준이 광국과 페로프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는 그 시간…북한인민공화국 정치 보위국 국장 임형빈의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가 울리자 임형빈과 함께 있던 보위국 차장 김진호가 전화를 받아 임형빈에게 전해준다.

“국장님..러시아에 나가있는 장소좌입니다.”

“그래..”

임형빈이 전화를 받자 장경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국장님 지시하신대로 정민준이를 잡아 시베리아 탐사 결과에 대해서 정보를 받았습니다.”

“오..그래 수고했소..그래 어떤 내용이던가..”

“네..시베리아에서 이번에 탐사결과 석유를 발견했는데 그 양이 엄청나답니다.”

“음 남조선의 그 여우 같은 영감탱이가 돈냄새는 잘맡는구만..”

“근데 국장님..정민준이가 제안을 하던데요..”

“뭔가”

“시베리아에 인력이 필요할 경우 우리 북조선 인민들을 받아줄 의향이 있다고 합니다.”

“뭐야? 그게 가능한 일이야”

장경희는 임형빈이에게 민준에게서 들은 내용을 그래도 전달한다.
임형빈은 잠자코 듣고있더니 장경희에게 지시한다.

“오늘 밤 지도자 동지하고 면담이 있으니까 그때 이 안건에 대해 말씀드려보지..그놈 철저히 감시하고 산산놈들 움직임 파악해 놓도록..”

“네 국장님..그럼….”

임형빈이 전화를 끝자 옆에서 듣고있던 김진호가 임형빈에게 말을 꺼낸다.

“남조선 놈들이 석유를 발견했답니까?”

“음..그렇다는구만..”

“그럼..러시아 정부측에 정보를 흘려서 산선과 임차를 못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남조선의 선선놈들이 순순히 포기하갔어? 일단 오늘밤 지도자 동지를 뵙고 말씀 드려봐야지..”

시베리아 임차에 대해 북한의 방해 공작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할 무렵..마카오 중심의 구룡호텔 앞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 되며 검은 양복과 중국 전통복장을 입은 수십명의 사내들이 호텔을 에워싸고 경계를 서고있다.
구룡호텔 28층 로얄카페의 입구에도 건장한 체격의 검정 양복의 사내들이 기관총을 들고 개미 한마리 얼씬거리지 못하게 지켜 서있다.
200평 규모의 로얄카페는 한명의 손님도 없이 카페 중간 커다란 테이블에 검은 양복을 입은 50대의 사내와 중국전통복장의 60대의 사내가 마자 앉아있다.

“진대주....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천종주..강녕하셨습니까?”

검은 양복의 사내는 삼합회의 대주 진자방이다. 그는 홍콩과 마카오 중국의 암흑가를 일통한 삼합회의 보스였다.
또 다른 사내는 화교일맥의 종주 천피랍이다. 전 세계 상권을 유태인과 반분하며 중국 상권의 신으로 불리는 인문이다.
삼합회와 화교일맥은 밤과 낮은 지배하는 중국의 거대 조직이다.
샘과 우물은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늘 다툼이 있게 마련이고 그럴때는 화교일맥의 상인들이 삼합회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오늘 이렇게 진대주를 뵙자고 한건..다름이 아니고..혹시..한국에 선산이란 회사를 들어보셧죠?”

“네…제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눈과 귀는 열고 삽니다..”

“그럼 우리 화교 일맥이 산선과의 경쟁에서 번번히 졌던것도 아시겠네요..”

“네..안타까워 하고 있지만 들었습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산선이 시베리아를 러시아 정부에서 임차 하려는것도 아실 테니까..”

“그거야 저 뿐만이 아니라 세상 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아는내용이죠..”

“맞아요..우리 화교일맥이 중동건설이나 동남아 그리고 남미에서 진행하려던 일을 번번히 가로챘던 곳이 바로 산선이오..근데 그놈들이 이번에 시베리아를 임차해서 하나의 국가를 세우려고 하고있소..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일을 산선의 이회장이 이룬거요..”

“네..비록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그의 야망은 존중합니다.”

“그래요..근데 문제는 산선이 시베리아를 임차해서 그곳을 개발하고 나면 우리 화교일맥은 점점 설땅이 좁아진다는거요..”

평소에 속을 들어내지 않기로 유명한 천피랍이 진자방을 만나 마음을 열고있다.
그만틈 천피랍에게 시베리아 임차지는 손톱밑에 가시처럼 신경을 거슬리고 있는것이다.
천피랍은 차를 마시고 말을 이어간다.

“진대주의 삼합회와 우리 화교일맥은 형제라고 할수있소..”

“그렇습니다.”

“그럼 이번에 산선의 시베리아 임차에 대한 우리 화교일맥의 계획에 진대주가 힘들 실어 주실수 있소?”

진자방은 즉답를 회피하고 머리를 굴린다.
사실 삼합회는 산선의 시베리아 임차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시베리아가 개발되면 삼합회도 그곳에 진출할수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피랍의 지금 같은 행동을 보면 무엇인가 커다란 것을 삽합회에 내 줄수있는 조건이다.
말이 없는 진자방을 보던 천피랍이 말을 이어간다.

“진대주가 동참하게 된다면 삼합회는 지금의 다섯배 이상 세가 확장될것이요..그건 내가 책임지리다..”

이정도 까지 나오는데 진자방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좋습니다. 천종주의 말씀대로 계획에 동참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마카오의 밤은 삼합회와 화교일맥의 밀담이 뜨거워지며 점점 깊어간다.
한편 페로프의 저택에 도착한 민준과 광국은 저녁을 먹고 페로프의 부하인 그루진스키와 마주 앉았다.

“그루진스키..내 계획 모두 숙지 한거죠?”

“네..보스의 각별한 지시도 있으셔서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근데..”

뜸을 들인 그루진스키는 민준에게 바짝 다가와서 말을 이어간다.

“정과장의 계획은 정말 좋고 치밀한데 만약 그 세놈이 정과장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는건데..어찌하실 계획이요..”

“그건 나한테 맡겨요..분명히 그놈들은 그 시간에 그 길로 헤밍턴 호텔로 향하게 될꺼니까..”

확고한 민준의 말에 그루진스키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물러난다.
방안에 남은 광국이 민준을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대장….아무리 러시아의 밤이 춥다지만 길에는 사람들이 있을테고..그놈들이 대장말대로 움직인다 해도 처치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자세한 세부계획까지 모르는 광국이 불안한 말투로 묻는다.
하지만 민준은 그저 미소만 보인다.
광국은 민준이 웃는 것을 보며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내일 일도 중요 하지만 북측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더 문제야….너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음….북조선 내부에선 아마도 이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일꺼야…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경제문제가 심각한 북조선에서 시베리아 임차지에 인력을 보낼수있다면 달러를 벌어 들일 수 있을 테니까….내 생각엔 대장이 그쪽에 제안을 잘 한거 같다고 보는데..”

“어쨌거나 북이든 남이든 돈이 우선이지….자 내일 일정을 위해서 그만 자자..”

그날 저녁 페로프에게 민준이 내일 계획을 위해 여자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날 밤 방에는 여자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민준은 자리에 누워 장경희를 만난일부터 내일 준비해야 할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하며 잠이 든다.

드디어 산선 탐사팀이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날 아침이 밝아왔다.
민준은 광국과 일찍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레닌그란드 호텔로 출발한다.
예정대로 라면 오전 11시경이면 유사장이 탐사팀을 이끌고 호텔에 도착할 것이다.
민준이 호텔에 도착하니 10시가 되간다.
호텔에 도착해 이이사에게 연락을 하니 약 50분 후에 호텔에 도착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고 민준은 팀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각자의 숙소에 올라 갈 수 있게 호텔측에 준비를 시켜놓는다.
아마 팀원들이 도착하면 각국의 언론은 물론 정보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호텔 정문 앞에는 이미 민준의 지시를 받은 그루진스키의 부하들 수십명이 몰려들 사람들을 차단하기 위해 준비를 마치고 있다.

호텔 로비에서 지배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민준의 곁으로 그루진스키가 다가 온다.
민준은 그를 데리고 로비 구석으로 간다.

“어젯밤 말씀 하신대로 부하 두명을 시켜 헤밍턴 호텔에 가서 정보를 흘렸습니다. 예상 하신대로 정보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확인해 본 결과 누리 그룹 사람이었습니다.”

“음..예정대로 되가는군요… 그 사람이 이곳으로 올것이니까 부하들을 시켜서 사람들을 통제 할 때 그 사람이 호텔 로비로 들어올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민준이 그루진스키를 만나 얘기를 하는 시간 호텔 정문앞 광장에 산선의 시베리아 탐사팀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몰려 들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든 기자를 비롯해 각국의 상사맨들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산선의 시베리아 임차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준이 곧 도착할 유사장 일행을 맞이 하기 위해 호텔 정문을 나서자 그루진스키 부하들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

웅집해 있는 사람들 틈에 서 있던 누리의 정인기 과장은 마피아로 보이는 사내들이 호텔 정문을 통제 하고 있는 것을 보며 그들을 뚫고 호텔 로비로 들어갈 궁리를 하고 있다.
어제 만났던 러시아인들에게 들은 내용으로 보면 탐사팀원중 불만을 가진 자가 있고 그 사람을 포섭하면 시베리아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젯밤 정보를 입수한 뒤 한국 누리 본사에 전문을 보냈더니 철저하게 산선측의 일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은 정인기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호텔로 로비로 들어가려고 마음 먹고 있다.

십여 분이 지났을 때 였다.
호텔 정문 광장을 연결하는 도로에 산선의 탐사 차량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차량들이 나타나자 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광장 한쪽을 에워싸며 들어오는 산선의 탐사팀을
보기 위해 북동쪽으로 쏠린다.
그때 정인기는 인파를 헤치고 나와 호텔 투숙객처럼 시침을 떼고 호텔 정문으로 향한다.
그루진스키의 부하는 정인기의 용모를 숙지 한 터라 그자 호텔로 다가오자 모른척 자리를 비켜준다.
정인기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며 호텔 로비로 걸어가며 호텔 정문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어느새 산선의 탐사 차량은 호텔 정문 광장에 도착했고 산선 팀원들은 그루진스키의 부하들이 스크램을 짜 놓은 인간 벽을 통해 호텔로 이동한다.

“우리가 연예인도 아니고…왠 사람들이 이리 북적대는지…”

유사장의 방에 이이사와 정민준이 앉아있다.
유상무는 시베리아를 떠날 때와는 사뭇 다는 이 곳의 분위기가 어색하지만 하다.

“이젠 전 세계의 레이더망이 우리 산선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하려 들겁니다..”

민준의 말에 유사장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서 잠자코 앉아있던 대걸이 입을 연다.

“그나저나 이젠 국정원 스파이들이나 이교수를 통제 할 수 없을텐데..준비는 된거냐?”

대걸의 말에 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근데..이교수와 고종환이를 한방에 묶게 한것같은데..문제 없겠나?”

국정원 스파이 고종환과 시베리아 탐사중 불만이 가득한 이교수를 같은 방에 묶게 한 것이 맘에 놓이지 않는듯 유사장이 말을 한다.

“사장님..그 두놈은 한방에 앉아 산선에 대한 불만을 서로 경쟁하듯이 떠들어 댈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정보를 흘린 누리그룹 사람이 두 놈에게 접근하게 통로를 열어놓고나면 자연스럽게 이 호텔을 떠나 헤밍턴 호텔로 옮기려고 할 것입니다. 제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좋아..그럼 남은 심대호는 어찌할 예정인가?”

“심대호와 고종환은 서로가 국정원 스파이란 것을 모릅니다. 심대호는 따로 처리 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민준의 단호한 말에 유사장도 안심이 되는지 소파에 몸을 깊이 묻는다.
대걸은 민준에게 철저하게 처리할 것을 당부하고 민준은 유사장 방을 떠난다.
그 시간 이교수와 고종환이 함께 투숙한 호텔방에서는 민준의 말대로 둘은 서로 경쟁하듯이 산선의 폐쇄적인 인원관리에 대해 성토를 하는 중이다.
둘은 한동안 불만을 털어놓다 다른 직원들이 유사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라는 말을 듣고 호텔방을 나선다.

정인기는 호텔로비에서 번들거리는 눈을 굴리며 산선 탐사 팀원들의 모습을 찾고 있다.
모두들 도착과 동시에 호텔방에 들어가 꼼짝을 하지 않는터라 인기는 애가 탄다.
그러던 차에 호텔 식당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에게 돈을 건내고 저녁 6시 정각에 산선 직원들 모두 식당에서 만찬을 할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다.

6시 10분경 객실을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정지하고 산선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인기는 특유의 직감을 발휘해 산선 직원들중에서 포섭해야할 대상이 누군지 눈알을 빠르게 굴리던 중 검은 뿔테 안경에 얼굴이 잔뜩 찌푸린 한 사내를 발견한다.
인기는 그 사내가 식당으로 들어가기 전 빠른 걸음으로 그 사내를 따라잡아 사내를 스치 듯 지나가며 손에 쪽지를 한장 쥐어 주고 로비로 돌아간다.

쪽지를 받아든건 이수영 교수였다.
짜증이 있는대로 나있던 그에게 한 사내가 스치며 손에 쪽지를 쥐어주자 이교수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쳐본다.

[누리 그룹….정인기….1층 남자 화장실에서 기다릴 예정…]

이교수는 쪽지를 조심스럽게 구겨 호주머니 속에 넣고 주위를 살핀다.
다행히 이교수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다.
이교수는 잠시 쪽지 내용을 상기하며 생각에 잠긴다.
누리 그룹이라면 산선에 이어 국내 2위 그룹이다.
머리 회전이 빠른 이교수는 누리 그룹에서 산선에 대한 정보를 위해 누군가를 포섭하길 바랬고 그 상황에 자신에게 쪽지가 전달 돼 었을꺼라는걸 짐작한다.

“자..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내일 오전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십시다. 여러분들의 노고는 산선에서 잊지 않을것입니다.”

유사장이 인사말과 함께 건배 제의를 한다.
산선의 모든 직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잔에 가득 빠른 술을 마신다.
모두의 테이블에는 호텔 직원들이 날라 오는 각종 산해 진미가 쌓여간다.

직원들 모두 음식과 술을 마시는 도중에 이교수는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 쪽으로 나간다.
엘리베이터 왼쪽편에 남자 화장실 표시를 보고 그곳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긴다.
이교수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며 서성이던 정인기가 눈에 들어온다.
인기는 이교수를 보자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다.

“저..누리그룹 모스크바 지사의 정인기 과장입니다.”

“아아..난..이수영이라고 합니다.”

“교수님 제 쪽지를 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잘 압니다. 교수님이 알고 계신 정보를 우리에게 주시면 보답을 하겠습니다.”

“음..좋소..지금은 산선 놈들 때문에 긴 얘기를 못할꺼고…내가 어디로 당신을 찾아가면 되겠소?”

“헤밍턴 호텔입니다. 여기서 걸어서 10분거리니까..이따가 10시까지 헤밍턴 호텔 로비로 오십시오..”

“알겠소..그럼 10시까지 헤밍턴 호텔에 도착하겠소.”

이교수는 인기와 헤어져 먼저 화장실을 나온다.
주위를 둘어보니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이교수는 다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교수가 나간지 잠시 후 정인기도 화장실에서 나와 주위를 둘어보고 로비 정문을 통해 빠른 걸음으로 호텔을 빠져나간다.
인기가 호텔을 빠져 나와 광장을 지나쳐 헤밍턴 호텔쪽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그루진스키의 부하는 손에 든 무전기로 상황을 보고 한다.

산선 직원들이 서로의 무용담을 얘기하며 웃음 꽃을 피고 있는 식당안에서 이교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현재 시간 7시 30분..누리의 정인기와 약속한 시간은 앞으로 2시간 30분이 남았다.
이교수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산선 직원들에게 몸이 너무 피곤해 호텔방으로 올라간다는 말을 남기고 식당을 빠져나온다.
이교수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있던 고종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민준에게 다가간다.

“대장…몸살기운이 있어서 방에 가서 쉬고 싶은데..”

“그래..호텔만 벗어나지 않으면 자유롭게 행동하라 하셨으니까 방에 가서 쉬도록 해..”

민준에게 허락을 받은 고종환은 식당을 나와 호텔방으로 올라간다.
종환이 호텔방문을 열자 이교수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 있다가 종환을 보고 멈칫한다.

“교수님 아직 시간도 넉넉한데 벌써 짐을 챙기시네요..”

종환의 말에 이교수의 얼굴이 굳어진다.

“교수님의 의중이 대충 어떤건지 아니까 우리 허심탄회하게 얘길 하죠..교수님 먼저 제 신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대한민국 국정원 해외 특수 사업단 소속 고종환입니다.”

이교수는 종환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멍하니 종환을 바라본다.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산선측에 입사해서 시베리아 탐사에 차출된것입니다. 교수님..지금 누군가와 만나러 가실려고 하는거 아닙니까?”

종환의 말에 이교수는 머뭇거리다 이내 체념한듯 정인기를 만난 일을 사실대로 말한다.
종환은 이교수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이곳에선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 이교수와 행동을 같이 하기로 마음먹는다.

호텔 방문을 열고 나온 종환은 엘리베이터 옆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비상 계단이 있고 이곳을 내려가면 호텔 로비로 통하지 않고 호텔 뒤 골목으로 나가는 길이란 걸 확인한 후 호텔방으로 돌아와 9시 40분에 행동을 개시 하자고 이교수에게 말을 한다.

호텔방에서 이교수와 고종환의 계획이 무르익어 갈 즈음..심대호는 산선의 직원들 틈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며 오늘밤 한국의 국정원에 보고 할 일에 대해 생각을 한다.
내일 출국 전 까지 호텔을 벗어나지 말라는 유사장의 말이 있던 터라 심대호는 호텔 안에서 한국과 교신을 해야 한다.
내일 모레면 한국에 귀국할 예정이지만 상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베리아 탐사 결과를 듣고 싶어 한다는걸 아는 심대호는 마음이 조급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고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 자신이 안보인다고 해도 누구하나 알아챌 염려가 없다고 생각 한 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비로 향한다.

호텔 로비에서 외부 사람과 산선 직원들의 동태를 감시하던 그루진스키의 부하들이 이교수와 고종환이 호텔방으로 들어간걸 확인하고 그쪽으로 인원을 보강시키느라 로비의 감시가 소홀한 틈에 식당을 빠져 나온 심대호는 주변을 살피다 호텔 로비 구석에 있는 비즈니스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레린그란드 호텔 비즈니스 센터에는 세대의 컴퓨터가 있고 모두 인터넷이 가능하다.
대호는 이 메일을 보내 상부에 결과를 보고 하려 하는데 인터넷 전용선의 사정이 안 좋은지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대호는 여러 번 이 메일을 보내려고 시도 해봤지만 접속이 번번히 끊기자 이메일을 보내는걸 포기하고 비즈니스 센터에서 나온다.
호텔 로비를 둘러보자 검정 양복을 입은 사내 둘이 호텔 정문을 지키고 있다.
대호는 엘리베이터 옆으로 비상 문이 있는걸 확인하고 그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다행히 비즈니스 센터에서 비상문으로 가는 동안 대호의 행동을 눈 여겨 보는 사람이 없다.
대호는 재빨리 비상문을 통해 호텔 뒤편 골목으로 나간다.

산선의 탐사팀이 도착한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호텔정문 광장 주변에 모여있던 인파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찮은 정보라도 얻어 갈려고 자리를 뜨지 않고 있다.
그 사람들 중에 섞여 있던 마동전과 국방추는 예리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 본다.
이틀 전 자신들이 속한 삼합회 소속 홍방의 모스크바 지부장 추계량이 마동전과 국방추를 불러 레넨그란드 호텔에서 산선의 동태를 파악하고 기회가 된다면 산선쪽 사람을 납치 해 오란 명령을 받았었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한 둘은 마피아들의 삼엄한 경계속에 호텔로 접근도 못하고 주변만 살피고 있다.
그때 였다. 마동전의 부하 하나가 빠른걸음으로 다가와 호텔 뒷 골목쪽으로 산선의 직원인듯한 사내가 빠져 나갔고 동료 한명이 그를 뒤 ?고 있다는 말을 한다.

“서둘러라..그자를 놓치면 여기서 소득없이 물러 나야 하니까..”

마동전과 국방추를 부하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호텔 뒤 쪽으로 돌아간다.
심대호는 호텔을 빠져 나와 공중전화 박스를 찾는다.
마침 골목끝에 길가에 공중전화 박스를 발견하고 주위를 살피며 골목을 마악 빠져 나오는데…

[퍼억~~]

둔탁한 소리가 심대호의 뒷통수에 작렬했고 심대호는 그 자리에 푹 고꾸라지자 검은 옷을 입은 사내 두명이 심대로의 양쪽에서 팔을 잡고 도로에 서 있던 흰색 밴에 끌어 넣는다.
그들이 차에 올라타자 밴은 빠른 타이어 소리를 남기며 그 자리를 떠난다.

호텔 식당에서 떠들석했던 만찬이 끝나고 직원들이 모두 숙소로 올라 갔다.
민준은 손목시계를 본다.
현재 시간 8시 10분… 앞으로 약 2시간 이면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끝난다.
민준은 유사장과 이이사에게 인사를 하고 광국은 로비에 남아 로진스키의 부하들을 점검하라 지시하고 자신의 호텔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민준이 돌아보니 혜란이 호텔 복도에 서있다.
혜란은 민준을 막상 불러 세웠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민준은 그런 혜란에게 눈짓으로 방으로 들어오게 한다.

두꺼운 호텔 원목 문이 닫히자 어두운 방안에 혜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민준은 혜란이 왜 자신을 찾아 왔는지 혜란이 말을 안해도 잘안다.
문이 닫히자 어둠속에서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머뭇거리는 혜란의 허리를 잡아 끈다.

“허억..”

혜란은 어둠속에서 민준의 억센 팔이 자신의 허리를 감아오자….가슴이 두근거린다.
허리 뒤 쪽을 감아 민준의 몸쪽으로 혜란을 끌어당기자 혜란은 연체동물처럼 흐느적 거리며 민준의 품에 안긴다.
민준은 얼굴을 숙여 어둠속에서도 익숙하게 혜란의 입술을 찾아 간다.

[쭈웁~~쭙쭙쭙~~]

“하아…”


혜란의 입에선 뜨거운 숨결에 단내와 약한 술냄새가 섞여 난다.
민준은 혜란의 살짝 벌어진 입술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는다.
부드럽고 달콤한 민준의 혀라 혜란의 입속으로 파고 들자 혜란은 정신없이 빨아간다.

“쭈웁…아….쭙쭙쭙…하아….”

민준의 손이 혜란의 치마속을 파고 든다.
따뜻한 호텔 실내라 혜란은 오랜만에 내복과 두꺼운 방한복을 벗고 짧은 치마와 얇은 팬티 한조각만 걸친 상태였다.
혜란이 혀를 정신없이 빠는 사이 자신의 치마속을 파고 들어오는 민준의 손길을 느끼자 두 다리가 살며시 벌어진다.
민준의 손바닥이 두툼한 혜란의 비너스 언덕에 머물며 위아래로 쓰다듬자 혜란의 팬티에 뜨거운 애액이 흘러 젖어가기 시작한다.

“쭈웁…하아….쭉쭉쭉쭙쭙….아음….”

점점 달아 오르는 혜란의 신음을 들으며 민준은 치마속에 들여 보낸 손으로 혜란의 팬티를 젖혀간다.
습하고 뜨거운 기운이 손가락에 느껴지자 민준은 팬티속으로 더 파고들어 살며시 벌어진 조갯살에 손가락을 문지른다.

“흐음….아아아….뜨거워….”

혜란이 민준의 손길을 느끼며 점점 고개가 뒤로 젖혀지자 민준은 입술을 혜란의 목덜미에 대고 혀를 내밀어 매끄러운 목과 턱선을 핥아간다.
혜란은 끈적한 젤리가 자신의 몸에 닿는 듯한 느낌에 온몸이 전기가 통하듯 짜릿해짐을 느끼며 민준의 목뒤로 두 팔을 감고 자신의 뜨거운 몸뚱아리를 마음껏 표현한다.
민준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버린 혜란의 조갯살을 마음껏 손가락으로 유린하며 깊숙히 찔러넣다 뺀다. 혜란의 음부에선 손가락과 애액의 마찰소리가 음란하게 들린다.

[찌걱찌걱~~쑤걱쑤걱~~]

“하아아…몰라…어떻해…아아아아…”

민준의 손가락에 보지속살을 유린당하자 혜란의 허리가 튕겨 올라오며 보지속살을 조여 민준의 손가락을 물어간다.

“..보지가 내 속살을 잘근잘근 씹는구나…”

민준은 말을 마치며 혜란의 허리를 번쩍 들어 올려 달빛이 새어 들어오는 소파로 간다.
혜란을 소파에 눕힌 민준은 옷을 하나하나 벗어간다.
혜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옷을 벗고있는 민준을 바라본다.
달빛에 비친 단단한 근육이 혜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민준은 알몸이 되자 소파 옆으로 주저앉아 혜란의 다리를 벌린다.
치마가 말려 올라 가자 옅은 주황색 팬티가 들어나며 민준의 얼굴이 혜란의 팬티 중심으로 향한다.
혀를 내밀어 혜란의 팬티위를 할아가자 얇은 팬티 위로 느껴지는 혀의 감촉이 혜란을 미치게 만든다.

“하윽…거긴…아아아아….몰라…어떻해…나좀…아아아아…”

민준은 혜란의 신음을 들으며 팬티를 찢듯이 벗겨버린다.
혜란의 음모는 보지물에 범벅 되어 이리저리 뭉개져있다.
민준은 혀를 내밀어 혜란의 보지속으로 집어 넣는다.
시큼하며 지릿한 보지물이 혀끝에 감돌며 민준은 혀를 더 깊숙히 혜란의 보지속으로 밀어넣는다.

“하악…제발….아아아아…나좀….아아아…어서…미칠것같애요….아아아아…”

민준의 혀 놀림에 혜란은 자지러진다.
양손을 내려 민준의 머리를 내리 누르며 보지에 전해지는 느낌을 더욱 더 강하게 받고 싶다.
민준도 혜란의 보지속살과 클리토리스를 마음껏 핥고 빨아 댄다.

“몰라…어떻해…아아아…나좀…제발….넣어줘요….어서….하악….”

민준은 타오르는 몸뚱아리를 식히고 싶어 안달을 하는 혜란을 보며 서서히 바닥에서 일어난다.
달빛에 실루엣이 들어나며 민준의 거대한 귀두와 단단한 불기둥이 혜란의 시선을 잡아 끈다.
민준의 자지를 보며 혜란이 마른침을 삼키자 민준은 혜란의 다리를 잡아 벌리며 서서히 귀두를 혜란의 보지속으로 진입시킨다.
뜨겁고 단단한 민준의 불기둥이 혜란의 여린 보지살을 찢듯이 밀고 들어오자 혜란은 숨이 턱턱 막힌다.

“하악….아아아아아…뜨거워요…아아아…나…몰라…어떻해…아아아아…”

혜란은 알고 있다.
민준의 야망이 얼마나 큰 지…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고 혜란이 산선의 연구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 오늘처럼 이런 뜨거운 육체관계를 하지 못하리란것도 잘안다.
그래서 오늘 더욱더 뜨거운 몸뚱아리를 민준에게 달라 붙어 흐느끼며 미친듯이 올라 가는 중이다.

“아아아아아…당신….앞길에…방해…하악…되지…않게…그림자처럼…아아아…살아갈께요…..하아아아..”

민준은 혜란의 말을 들으며 강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커다닿고 굵은 민준의 자지가 혜란의 보지속을 쑤셨다 빠져 나올때면 혜란의 보지속살이 딸려 나온다.

“하악..나…갈꺼같애요…아아아아….날….기억해줄꺼죠….제발…..아아아아아…당신…사랑해요…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민준은 혜란이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고환부터 밀려 올라오는 뜨거운 정액을 혜란의 보지속에 마음껏 발사한다.
자궁벽을 때리는 듯한 뜨거운 민준의 정액이 터져 나오자 혜란은 눈동자가 뒤집어 지며 숨을 쉴수 없을 만큼 커다란 쾌감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짧지만 만족스러운 섹스를 마치고 민준이 얼굴을 혜란의 가슴에 묻은 상태로 잠시 숨을 고르자 혜란은 손을 뻗어 민준의 머리를 만져간다.
이제 이 남자의 야망을 위해 그림자로 살아가야 할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지지만 이 남자의 야망앞에 희생 제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다급한 소리가 방문을 때린다.

“대장 대장…”

광국의 목소리다.
민준은 서둘러 혜란의 몸뚱아리 위에서 일어나 옷을 찾아 입는다.
혜란도 아직 민준의 정액이 흘러 내리는 사타구니위에 팬티를 걸치며 조용히 문옆에 선다.
뜨거운 민준의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리지만 혜란은 개의치 않고 민준에게 사랑스런 눈빛을 보내며 어서 나가보라고 한다.

민준이 방문을 열자 광국이 얼굴이 상기되 문앞에 서 있다.
무슨일이냐는 민준의 눈빛에 광국은 서둘러 대답한다.

“심대호가 없어졌어..”

“뭐야?”

광국의 말에 민준은 서둘러 심대호의 방으로 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모든 짐이 그대로였고 심대호만 사라진 것이다.
민준은 무전기를 들어 그루진스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부하들에게 호텔 주변을 샅샅이 뒤지게 한다.
심대호가 이미 국정원쪽으로 돌아갔다면 오늘 밤 실행하려던 계획이 차질이 생길수밖에 없다.
어느것 시계는 9시 15분을 가리키고 있다.

민준은 심대호가 사라진 것을 유사장에게 보고하고 그루진스키와 함께 부하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9시 35분을 넘긴다.
그때 였다.
그루진스키의 무전기에 신호음이 들여오고 부하의 긴급한 보고가 들어온다.
심대호의 인상착의를 말해주면 호텔 주변을 탐문하던 부하에게 심대호가 호텔 뒤쪽 골목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내들에게 이끌려 흰색 밴에 태워진 것을 목격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밴은 모스크바 외곽 동쪽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 가더란것도 보고가 됐다.
그루진스키는 모스크바의 페로프 패밀리에게 연락해 그 흰색밴을 추적해 달라고 전달한다.

그 시간..이교수와 고종환이 묶고 있던 호텔방의 문이 살며시 열린다.
먼저 고종환의 얼굴이 나타나며 호텔 복도를 살피더니 이교수에게 손짓을 하며 둘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으로 사라진다.
가쁜 숨을 내쉬며 계단을 내려온 종환과 이교수는 호텔 뒷문을 열고 나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앞만 보고 골목을 밖으로 뛰어 나간다.

누리의 정인기는 헤밍턴 호텔 정문에서 이교수를 기다리다가 9시 45분 경 마음이 급해 레닌그란드 호텔 쪽으로 걸어간다.
레닌그란드 호텔에서 헤밍턴 호텔까지는 빠른걸음으로 10분이 채 안걸린다.
정인기가 건물 코너를 돌아 래닌그란드 호텔 뒷문 골목까지는 약 300미터가량 남았다.
인기가 코너를 도는 순간 레닌그란드 호텔 골목에서 두명의 남자가 뛰쳐 나온다.
하나는 이교수고 다른 한 사내는 모르는 사람이다.
인기가 반가운 마음에 이교수쪽으로 달려 가려는데 인기와 이교수 일행의 중간쯤 골목에서 시커먼 물체 둘이 튀어 나온다.

‘손들어..”

인기는 달려 가던 걸음을 멈춘다.
이교수와 고종환은 헤밍턴 호텔 쪽에서 사람이 마중오는 것을 보며 서둘러 가려는데 골목에서 튀어 나온 사내 둘이 손에 각각 피스톨을 들고 자신들을 겨냥하자 몸이 굳어 버린다.

“지갑꺼내..천천히…”

인기는 가로등이 비추지 않는 건물 코너에 붙어 시커먼 두 사내가 하는 말을 듣는다.
두 사내는 무장강도였다.
이교수와 고종환은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진다.
뒤에는 언제 산선과 마피아들이 ?아 올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앞에 강도를 만나고 보니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이교수와 고종환이 머뭇거리자 강도들은 다시 권총을 흔들며 낮게 말을 한다.

“지갑꺼래라고..안들려?”

강도들이 다그치자 급해진 이교수는 지갑이 외투 안쪽 주머니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무의식중에 손을 외투 안쪽으로 집어 넣는다.
인기는 코너 벽에 납짝 붙어서 강도들과 이교수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교수가 외투 안쪽으로 손을 넣는 것을 보며 혀를 찬다.

[탕~~탕~~]

두발의 총성이 건물벽을 울린다.
강도들의 총알에 이마 정가운데를 뚫린 이교수와 고종환의 몸뚱아리가 서시히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쓰러진다.
둘다 믿기지 않는듯 두눈을 부릅뜨고 이마 정중앙에 총알이 박힌 자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 내린다.
이교수와 고종환에게 총을 발사한 강도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난다.

“씨발…돈도 못뺏고…이게 뭐야….”

투덜대는 강도들의 말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인기는 벽에서 몸을 때어내며 천천히 이교수와 고종환에게 다가간다.
바닥에 널부러진 두 사람은 이마 한가운데가 총알에 뚫려 그 자리에서 즉사 했다.
정인기는 더 볼것도 없다는 듯이 몸을 돌려 헤밍턴 호텔쪽으로 재빨리 걸어간다.

“아니 애들도 아니고 강도가 총을 들이대고 있는데 외투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어쩌자는거야…바보 같으니라고…… 내가 강도라도 쏴죽였겠다…”

정인기는 헤밍턴 호텔로 빠르게 이동하며 혼자 중얼거린다.
모스크바의 차가운 밤바람이 바닥에 쓰러진 이교수와 고종환의 식어 가는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PS. 이번주는 출장이 있어서 많이 못올렸네요…주말에 한두편 더 올리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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