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제109부]
차를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차돌 이는 무랑 이를 대동하고 거리를 걷는다.
한참을 기웃거리며 어디를 찾고 있는 듯, 하더니 차돌이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 걸음을 빨리하여 걷는 것이다.
차돌이가 들어간 곳은 골목안의 허름한 선술집이었다.
무랑 이는 차돌이가 왜 이런 곳을 찾아가는지 궁금했지만 묵묵히 그의 뒤만 따르고 있다.
차돌이가 들어가자 아주 젊은 학생이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번개같이 달려와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형, 어서와.....무지 보고 싶었어. 하하하........]
홍 식이었다.
차돌 이는 홍 식의 연락을 받았고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었다.
차돌이도 그를 보자 기쁜지 만면에 웃음을 가득 그리며 홍 식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래, 잘 지냈어. 공부는 잘되고........]
[그럼, 내가 한눈 팔 겨를이 있나,
내 돈 갖고 하는 공부도 아니고 날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분을 생각해서라도
뭔가를 이루어야하지 않겠어.
사실 오늘 처음으로 여기 온 것이야...........]
홍 식은 진정 열심히 공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래야 할 이유도, 그리고 자기가 이루어야할 뭔가도,
그렇게 말하는 그 눈이 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암......그래야지.]
차돌 이는 고마웠다.
은혜를 알고 그것에 보답할 줄 아는 젊은이가 아닌가....
차돌 이는 거듭 홍 식에게 그래야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아줌마를 불러 막걸리를 시킨다.
아줌마도 차돌 이를 알아보는지 연신 반가움을 표하고는 잽싸게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가져온다.
일행이 자리에 앉자 홍 식은 차돌이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무랑을 보며 궁금한 듯 묻는다.
[형, 저 아가씨는 누구냐...........]
홍 식이는 무뚝뚝 해보이지만 너무나 차분하고 차돌 이에게 다소곳한 예쁜 아가씨를 보자 얼굴에 가득 호감을 담고서 웃으면서 물어본다.
[아.....이 아가씨.....알고 싶은 모양이지.......네 형수라 보면 맞는 말 일거다.. 후후후......]
차돌 이는 무랑을 자기 마누라라고 소개시킨다.
그 소리에 무랑의 얼굴이 장미꽃처럼 붉어진다.
무랑인 차돌이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마누라라고 소개시키자 한편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부끄러운지 그만 얼굴을 붉히고 마는 것이다.
[어라. 그럼 형이 벌써 결혼했다는 말이야..........]
홍 식은 차돌이의 잔에 술을 붓다말고 어이가 없는지 멍청하게 쳐다본다.
어디를 보아도 차돌이가 결혼한 남자로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후후후....난 마누라가 많아,
지금 이 아가씨는 막내라고만 알고 있으면 돼...........]
차돌 이는 그런 홍 식이를 대하기가 민망했다.
괜히 무랑 이를 형수라 소개시켰다고 후회가 들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고 이왕 알려준 일 더욱 소상하게 자기가 무랑이 말고도 또 있음을 말해준다.
[아니. 그럼 또 있다는 말이야..........]
홍 식은 놀라고 있었다.
지금시대에 누가 있어 하나도 아닌 여러 명의 여자를 마누라로 삼고 데리고 있다하니 기절하도록 놀란 것이다.
[후후후. 난 그런 놈이야.........
왜 이런 망나니를 형으로 모신 것에 후회라도 하는 것이야.]
차돌 이는 홍 식이가 너무 놀라워하자 계면쩍어 부끄럽기까지 했다.
사실이 그러했고 그 일을 솔직하게 말해준 것이지만 어린 홍 식이 너무도 놀라워하자 민망하였고 요즘 세상에 돌 맞아 죽을 짓이라는 걸 잘 아는 차돌이라 씁쓸하게 웃으며 모난 말로 홍 식이를 추궁하듯 말하는 것이다.
[아니 형. 잠시 놀랐을 뿐이야.
난 그런 것에는 무관한 사람이야.
어지러운 세상에 한사람이라도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뭔가 꼭 틀에 맞아야
옳다고는 생각 안 해....
형이 여자가 많다는 것은 그 여자들이 형을 떠날 수가 없어 그럴 것인데 세상에
어느 여자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버리고 떠날 생각을 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닐 것이야.
사랑도 자기 판단이지만 난 형이 여자를 울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기에 마음에
두지 않아
다만 놀랐을 뿐이지.........]
홍 식은 차돌 이를 믿는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차돌 이는 그저 고마웠다.
장난삼아 자신의 실정을 농담 삼아 밝혔는데 의외로 순순히 인정해주니 진정 고마웠다.
[그래, 고마워...........
자. 그런 이야기는 여기서 맞지 않아.
모처럼 이고 별로 시간도 많지 않은데 술이나 한잔하자고.........]
차돌이가 분위기를 바꾼다.
그러자 홍 식이도 그런 딱딱한 이야기로 분위기를 흐릴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지 순순히 동의한다.
[그러자, 형......
사실 아까 말은 그렇게 해도 나도 요즘 이렇게 해서 꼭 공부를 해야하나하고 마음이
심란해..........
형은 날 이해못할거야.........]
홍 식이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울적해한다.
워낙 가난한 집안에 아무른 도움도 받을 곳이 없다가 독지가의 힘으로 공부는 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홍 식아........
사람이란 고뇌할 것이 없다면 영혼이 잠들어 있는 거나 같다했다.
만약 사람이 고뇌라는 무서운 놈과 싸워보지 않고 산다면 아마 그 사람은 한줄기
바람에도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봐, 너도 알지.
영롱한 진주가 아름답다는 것을.........
그런데 이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하는지
알잖아.
진주가 만들어지기까지에는 조개가 자기 속의 진주 패라는 조직 속에 모래를
품어야해...
이 작은 모래알갱이가 부드러운 살 속에 박혀있으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진주는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부지런히 분비물을 품어내고 그 분비물과 함께 섞인
모래알이 결국은 진주가 되지 않던가.
결국 진주란 고통을 견디고 난 뒤의 결정체란 말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살다보면 고뇌와 고통 속에 상처를 입기 마련이야.
그렇지만 이 상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절치부심 노력한다면 아주 소중한 결실이
맺어지지 않겠어.
그것이 사람에게 쌓인 고통의 상처만큼 영롱한 빛도 더한 결실을 주리라 봐.....
우리는 이것을 잊어버리면 안 돼..........
넌 똑똑하고 사려가 깊으니 형의 말을 알아들을 거야........
그리고 난 왜 이렇게 사는 거냐 하고 묻지는 마라.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고 고통을 감수하는 것도 기쁨을 느끼는 것도 틀리는
법이니까.
넌 네게 소중한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걸 얻어내도록 했으면 해.........]
차돌 이는 긴말로 홍 식을 다독거린다.
그는 홍 식이가 정말 친동생같이 사랑스러웠고 하는 행동이 어른스러워 자기말도 지금 자기가 느끼는 이상으로 이해하리라 믿었다.
그래서 서슴없이 자기가 품고 있던 견해를 말한 것이다.
[형.....................]
홍 식은 눈을 반짝이며 차돌 이를 본다.
그의 표정은 진실을 담고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가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보내는 지지와 격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자기를 보는 눈빛은 연민과 동정이 아닌 진실과 파이팅을 보내고 있었다.
홍 식이는 스승의 훈시를 듣는 제자처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지고 뭔가 마음가짐을 달리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식.........난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자....자........술이나 들어......]
차돌 이는 홍 식이 자기를 빤히 바라보며 진정 감사하는 마음을 눈빛에 담아 보내고 있자 쑥스럽기만 했다.
괜히 부처 앞에 요령 흔든 게 아닌가 싶었다.
[형. 진정, 고마워........
형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어.]
홍 식은 진정으로 고마웠다.
어느 누가 진정 자기를 위하여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던가,
진정으로 마음으로 가득한 진실을 담고서 자기를 보아 주었던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차 돌이는 그런 홍 식을 본다.
객지에 홀로 오직 책과 싸움만 하다보면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차돌 이는 그런 홍 식을 보며 앞으로도 가끔 만나 이렇게 술이나 한잔하면서 묵은 회포나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그렇게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교환하며 한동안 즐겁게 담소하며 시간을 보낸다.
막걸 리가 두 번이 더 들어오고 그리고 그것을 다 마신 둘은 배가 부른지 배를 손바닥으로 쳐가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홍 식과 헤어진다.
.
......................................
,
저녁
선영이의 집에 차 돌이와 누나 그리고 도 희가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도 희는 모두와 헤어지기까지 한마디 말도 못하고 얼굴이 화색이 된 채 쑥스러워 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돌이가 벌거벗고 있으라는 요구에 반발하려고 옷을 입었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두가 올 시간 즈음에 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
먼저 선영이가 와서 그 모습을 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어주며 자기의 나긋나긋한 잠옷을 내어주었고 도 희는 마치 물속에 빠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은 양 너무나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그 옷을 걸치게 되었다.
물론 망사로 된 잠옷이라 입으나마나 했지만 그래도 몸에 천이라는 조각이 걸쳐있다는 것에 도 희는 그나마 안도하는 것이다.
차돌이가 들어와서 그 차림을 보고 대충 짐작하였고 음흉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러나 한사람은 예외였다.
무랑 이였다.
무랑 이는 까 무라 치듯 또 한 번 놀랐다.
언니 집에 웬 예쁘고 멋진 중년여자가 차돌 이를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맞이하고 있었으니..... 들어오고 나운 굴곡을 유감없이 드러나는 그런 입으나 마나한 옷을 걸친 너무나 아름답고 품위 있어 보이는 여자가 창녀가 입기에도 쑥스러울 그런 옷을 남자가 들어옴에도 태연히 있을 수 있다니 처음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내 무랑인 짐작했다.
자기도 지금 바지 안에는 팬티라는 조각이 없는 맨살이 아닌가........
그건 자기의 바람이 아닌 차돌이의 취향에 맞추기 위함인데...
그렇다면 저 여자도 필시 그럼이리라....
마음속에서 약간의 질투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리고 낮에 자기를 두고 혼자 간 것이 어쩌면 이 여자를 품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귀품이 절절 흐르는 세련된 여자가 차돌이 앞에 벌거숭이나 다름없이 하고 있으니 차돌이의 능력에 새삼 감탄할 뿐이었다.
도 희는 민망하고 부끄러워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아가씨가 차돌 이와 같이 들어와 자기의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추한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 싶었다.
그것뿐이랴....
그것도 모자라 차돌 이는 자기를 그의 곁으로 앉게 하더니 모두가 보는 것을 알면서도 망사 같은 잠옷을 펼치고 젖가슴이랑 사타구니를 떡 주무르듯 하지 않는가.
너무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손을 쳐가며 뿌리쳤지만 차돌이의 부릅뜬 눈을 보고서는 그런 반항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미 몸은 차돌 이에게 길들여 있었고 이미 추한 꼴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줬는데 이제 숨길 것도 없지 않는가...
그의 손길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런 차돌이의 짓궂은 손놀림에 도 희는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얼굴에 홍조를 띄워간다.
어서 그의 품안에서 아롱거리고 싶어진다.
한편으론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이상하게 순종하게 되는 육신이 저주스럽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영이나 처자가 자기와 그의 행동을 전부 보고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양 미소만 보내고 있어 한결 마음이 수월하였지만 언제 그러한 창녀 같은 행위로 남자 옆에서 아양을 떨어본 적이 있었던가,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그가 만지며 장난치는 와중에 자기 몸이 들뜨고 뭔가 흥분되어 몸이 꼬이고 자꾸 더 심하게 자극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건 아닌데 하고 생각하지만 마치 장난치듯 가지고노는 차돌이의 손이 무슨 마력이라도 있는지 지나가는 곳마다 작은 불꽃이 터지니 자기도 모르게 얄궂은 비음을 지르고만 것이다.
그러자 모두는 깔깔거리며 식탁에 밥상을 치워줄까요 하고 놀리는 바람에 얼마나 당황하고 민망했는지. 도 희는 그렇게 차돌이의 마수에 옭아들고 말았다.
차돌 이는 도 희를 희롱하며 맛있게 저녁식사를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만나자는 이야기도 없이 선영 이와 뭔가 잠시 속닥거리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당연하듯 무랑이도 그의 곁을 급히 따라간다.
그런 그를 야속히 쳐다보는 도희의 표정은 우스울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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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상록수 회장이라는 사람을 알아.
그 사람이 나를 초대했어.]
차돌 이는 지금 거실에서 곰과 외팔이 그리고 종민 이를 불러놓고 아까 젊은 신사들이 주고 간 쪽지를 모두에게 보여주며 상황을 의논하고 있었다.
[흐음....이건 내 생각이지만 대장을 제거하려는 것이 분명해.
그 사람이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누굴 부르는 사람이 아니고........
또한 그곳은 가끔 각 지역의 우두머리들이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모이는 곳으로 알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일전을 준비하는 게 옳다고 봐..........]
곰은 심각해 있었다.
곰의 생각엔 이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 여겼고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니 차라리 모두 각오를 하고 일전을 준비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맞아, 형님.......어차피 언젠가 한번은 치러야 할 싸움입니다.
전 차라리 잘 되었다고 봅니다.
이렇게 숨어사느니 차라리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사나이답게 싸워보고 싶습니다.]
외팔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전의를 보인다.
차돌 이는 그런 형들을 보며 얼굴을 굳힌 체 다시 조용하게 말한다.
[내가 괜히 조용히 사는 형들을 다시 번거롭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해 죽겠어.
하지만 또 형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나 혼자서 이일을 처리하면 형들이 서운할 것
같아 말은 꺼냈지만 난 형들은 이일에 상관 않았으면 해....
이일은 내 일이고 내가 치러야할 전쟁이니..........]
차돌 이는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이일에 형제 같은 형들을 내세우기가 미안했다.
지난 사연들을 안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모든 고리를 끊고 조용하게 사려는 형들을 자기가 만든 일로 해서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으로 모는 것 같아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무슨 소리야........대장.......
대장이 그러지 않았어. 우린 가족이라고...........
가족이 어려울 때 지켜보기만 한다면 그건 가족이 아냐.......
그러니 그런 소리는 절대 하지 마시게.....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 짐작했어.
차라리 잘 된 것 같아.......나도 이렇게 살긴 싫었으니까..........
우리가 절대적인 약세이지만 꼭 진다는 보장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 않는가...]
곰은 차돌 이에게 덤벼들듯이 말한다.
자기들을 빼놓고 일을 처리하겠다는 차돌이의 말이 모두를 섭섭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상황이 자기들에게 불리하지만 힘을 합쳐 대항하자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지난 빚을 이렇게라도 해야 사나이로서 체면이 설 것도 같았고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속의 진정한 동생의 일인데 자기는 불구경하듯 있는 다면 그건 형제의 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 형 말이 맞아.........
그리고 형의 말을 들어보면 그곳엔 아마 각 계파의 우두머리들만 온다는 이야긴데...
우리도 많은 사람이 갈 필요는 없고...형들만 준비해서 가는 게 좋겠어.
밑에 동생들에게는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차돌 이는 형들이 고마웠다.
혹시 커다란 변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인데도 몸을 사리지 않고 자기를 도우겠다는 의지를 보자 전신에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으며 언젠가 형들도 부딪쳐야할 일이라면 지금 맞부딪쳐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차돌 이는 형들을 모두 보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제 이십 중반인데........나는 과연 세상을 바로 살았는가하고...........
그리고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정당하고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회의가 인다.
누구나 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과연 내가 가는 이 길이 진정 나와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에 욕 들어먹지 않는 길인지.....
어쩌면 잘못 불어오는 바람에 방향을 잃고 마냥 떠다니듯 헤 메고 사는 것이 아닌지.......
아무것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차돌 이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그냥 모든 것을 잊고 바보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살아볼까도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미 발은 깊은 진흙 속에 빠져있었다.
지금까지 자기가 행한 모든 일들에 대해 한 점 후회도 없이 살아오지 않았는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주관에 따라 모든 일을 해 왔으며 그것이 옳든 그르던 별 탈 없이 지내오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접는다면 이제까지 행해온 모든 일이 아무른 보람도 없을 것이고 스스로 무너지는 초라한 결과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산을 쳐다보기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산 정상에 오를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있는 다면 보람찬 미래는 보장될 수도 없다,
그리고 산을 오른다 해도 단숨에 산 정상에 오를 수가 없듯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무수히 땀을 흘려가며 노력해야 오를 수 있지 않는가..
먼 훗날 미래에 이루고 싶은 이상이 있는데 여기서 좌절하여 그 이상을 가슴에 품고만 살수는 없다.
불굴의 도전과 노력으로 그 이상을 향해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젠 부딪쳐야 한다.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은 오직 내 발걸음뿐이거늘..........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난 내 길만 충실히 가면 된다.
누가 무엇이라 해도 난 후회 없는 길을 걸어오지 않았는가...........]
차돌 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별채로 향한다.
양양과 무랑 그리고 윤지가 심각하게 무얼 생각하고 있는 차돌 이를 보며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있다가 차돌이가 별채로 향하자 모두는 조용히 그를 따라간다.
110부에 계속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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