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독립운동가의 후손
“피해자... 미쯔노리 야쓰이...일본인이며 현재 지방의 한 국립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얼마 전 일본 방송에서 친일 발언을 한 후 국민들에게 지탄과 원성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귀국하였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
민서가 어제 일어난 미쯔노리 살인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판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심하게 구타 당한 외상이 얼굴과 온몸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존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 잘라진 상태입니다. 이상입니다.”
“휴~~~한 방 먹었네.”
지만이 한숨을 쉬듯 말하자 모두들 지만을 쳐다보았다.
“미쯔노리...저와 같은 비행기로 귀국했거든요. 뭐...옆에 같이 앉아서 온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했다면 미쯔노리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그건 우경사 말이 맞아. 어제 뉴스에도 미쯔노리 귀국 현장이 나왔는데...”
“어차피 죽은 거는 죽은거고...지나간 일 후회해 봐야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닐테구요...문제는 국민들이라는 겁니다.”
선희가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미 언론에 사건이 보도가 되었습니다. 앞에 두 피해자는 그렇다 치지만 김원석과 미쯔노리의 죽음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일부 네티즌들은 애국지사니 독립운동가니라며 그들을 영웅화 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여 경찰은 애국지사를 체포하지 말고 친일파를 체포하라는 댓글도 달고 있습니다.”
민서가 선희에 이어서 말을 했다.
“참...살인이 정당화 되는네. 황연구원님. 모방범죄일 가능성은 없나요?”
영호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미란에게 물었다.
미란은 우선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그리고 설명을 했다.
“우선 동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려나간 손가락 단면을 보면 예리한 흉기로 단 한 번에 잘려나갔습니다. 잘려나간 단면 등을 살펴보면 그 수법과 힘, 잘린 위치가 동일합니다. 참고로 범인은 오른손잡이입니다. 그리고 핏자국 등이 묻어있는 엘리베이터 벽에 무엇인가 날카롭고 단단한 것에 벽을 친 자국이 있는데 흉기로 판단됩니다. 엘리베이터에 표시난 자국이나 크기로 볼 때 도끼나 생선회 뜨는 큰 칼 정도로 생각이 됩니다.”
“박경장...엘리베이터나 아파트에 CCTV는 없나?”
“아...그거 현재 분석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것이라 화질도 안좋고 그나마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CCTV는 고장 중이라 작동을 안했습니다. 입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미란이 민서 대신 대답을 했다.
“자...이제 범인의 범죄대상은 확실해. 하지만 목표를 어떻게 찾아내는냐가 중요해. 우선 이사항을 송경장과 장순경에게 알려줘. 모두들 최선을 다하자고...알았지?”
“예...”
영호의 이야기에 모두들 대답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서순경. 송경장에게 전화좀 해.”
“네...팀장님.”
기호와 혜인은 임종만의 집 주소가 있는 괴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호의 전화기가 울렸다. 운전을 하던 기호가 번호를 보더니 혜인에게 넘겼다.
“사무실인데...장순경이 받아.”
“여보세요?....응...운전중이셔. 왜?....응....그래....응....알았어. 지금 가는 길이야....그래....수고하고....알았어....안녕...”
통화를 끝낸 혜인은 좀전의 통화 내용을 기호에게 알려주었다.
“이제 서서히 윤곽이 나타나고 있군...제말 그 명함을 임종만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근데 임종만이 그렇게 힘이 셀까요?”
“무슨 이야기야?”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요. 미쯔노리가 무지 맞았다는데 그 정도라면 아주 힘이 세거나 무술 등으로 단련된 싸움을 한 가닥 하는 사람이라는 말인데 우리가 알아본 임종만은 우선 나이가 좀 있잖아요.”
“그러긴 한데...우선 가보자고...가면 뭔가 나오겠지.”
기호는 액셀레이터 페달을 더욱 밟았다.
차는 잠시 후 종이에 적혀있는 주소지에 도착을 했다.
“계세요?...계세요?”
기호와 선희가 대문을 들어서며 말했다.
잠시 후 집안에서 30대의 여성이 나왔다.
“누구세요?”
“예...우리는 경찰청 특수수사대 소속 경찰입니다.”
기호가 신분증으로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여기가 임종만씨 댁이죠?”
“예? 누구요?”
“임종만씨요.”
“아뇨...그런 사람 없는데...”
“전혀 모르세요?”
“예...”
“3~4년 전에 여기서 사셨다고 하던데...”
“아...저희는 이사온 지 채 6개월도 안됐어요.”
“아...그래요? 그럼 혹시 임종만씨라는 분을 알지도 못하시나요?”
“예...혹시 전에 이 집에 사셨을지도 모르죠. 요 앞 삼거리에 우리 부동산 사무소가 있어요. 거기 가서 물어보세요. 저희도 거기를 통해서 이 집으로 이사 왔거든요.”
“아...그래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기호와 혜인은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우리 부동산 사무소로 향했다.
“쉽게 풀릴리 없죠. 제가 이렇게 나와서 사람 찾는데 한 번에 찾아진 적이 없다니까요.”
“그래? 그럼 장순경이랑 출장다니면 안되겠네.”
“맘대로 하세요.”
“어쭈...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거지?”
기호와 혜인은 농담을 하며 부동산 사무소로 향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부동산 사무소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부동산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를 하자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 나이 지긋한 남자가 안경을 낀 채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저희는 경찰청 특수수사대 소속 경찰입니다.”
남자는 자리에 일어났다.
“무엇 때문에...”
“아...앉으세요. 다른 거는 아니고 임종만 씨를 찾으러 왔는데요.”
“누구요?”
“임종만씨라고 이 주소에 3~4년 전에 살았던 분 같은데...”
기호는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음...이 집이라 하면... 요 앞에 대추나무 있는 집인데...”
“예...맞습니다.”
혜인이 반가운 듯이 말했다.
그러나 남자는 기억이 안나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 여자가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쪽지를 내밀며 여자에게 물었다.
“여기 살던 임종만이가 누구여?”
“임종만...음...”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혁이 아버지네.”
“누군지 아세요?”
기호가 물었다.
“혁이 아버지 이름이 임종만이에요. 맞아요. 기억나네.”
“혁이 아버지? 그게 누구여?”
남자가 여자를 보며 물었다.
“그 왜 있잖아요. 골목 대장...큰 키에 목소리 크던 사람...”
“아...그 사람...그 사람이 임종만이었나? 그런가보네.”
남자도 생각난 듯이 말했다.
“왜 골목대장이에요?”
혜인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혁이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거든요. 여기 살 때 그 양반한테 안 혼난 사람 없어요. 담배 길거리에 버린다고 혼나...쓰레기 버린다고 혼나... 특히 젊은 학생들 교복 입고 몰래 숨어서 담배 피다가 혁이 아버지한테 걸려서 혼난 적이 많아서 골목대장으로 학생들이 부르고 다녔어요. 젊은 여자들 짧은 치마 입으며 막 뭐라고 하고 젊은 남자 머리에 뻘겋게 물들이고 귀걸이 하고 다녀도 혼났으니까... 그래도 그 사람 있을 때가 좋았어... 그 양반 덕에 거리를 깨끗하고 조용했으니까...”
“그랬군요. 혹시 어디 사시는지 아세요?”
“몰라요. 이사를 갔는데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죽어요?”
“아마...그랬다는거 같지...참...요 앞집 슈퍼 지나면 이층집 나오고 거기 지나면 검은색 철 대문이 나와요. 거기 가서 물어봐요. 거기 아들과 혁이가 친구고 같은 대학을 다녔을거에요.”
“아...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근데 지금 알려준 집 아들 이름이?”
“진오...강진오. 가서 물어봐요.”
여자가 친철하게 알려주었다.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여자가 알려준 집으로 찾아갔다.
기호와 혜인은 진오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혁이요...맞아요. 우리 아들과 같은 대학을 다녔죠. 학과는 틀린데...근데 왜?...”
“아...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 찾아줄게 있어서... 혹시 어디 사는지는 모르시죠?”
“예...그건 저도...”
“그럼 대학은 알 수 있나요?”
“예...서울에 있는 ○○산업대학교에요.”
“감사합니다...”
기호와 혜인은 인사를 하고 나왔다.
“참...”
혜인이 다시 대문으로 들어서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
“진오 어머님...한가지 더 여쭤볼게요. 혹시 혁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글쎄요. 그런 소문은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진오가 그런 이야기 안하던가요?”
“물어보지도 않았고 진오도 하지도 않고...여기서 살 때 친하게 지냈지 떨어져서는 그렇게 연락하거나 그러지 않았아요. 학교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만 했어요.”
“아...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어떡하죠?”
“어떡하긴...학교로 가봐야지.”
“전화로는 안알려줄까요?”
“전화해볼까?”
기호가 전화기를 꺼내 114에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그리고 바로 대학교와 연결을 했다.
ARS 안내 멘트가 들렸고 안내에 따라 기호가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아이씨...이런게 짜증나...”
기호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잠시 후 연결이 됐다. 그리고 통화를 끝내고 기호가 말했다.
“가자...개인 정보 유출은 전화를 통해 알려줄 수 없대.”
“그래요?”
“신분증 가지고 오면 알려줄 수 있대.”
“선희나 민서 언니에게 전화해서 부탁할까요?”
“거기도 바쁠텐데...그리고 사무실에서 멀잖아...그냥 가자...”
“그러죠...제가 운전할까요?”
“아냐...옆에서 자....”
기호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서울을 향해 핸들을 움직였다.
2시간을 넘게 달린 차는 진오 어머니가 알려준 대학교에 도착했다.
정문에 들어서자 대학생들의 열기와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나도 다시 대학을 다니고 싶다.”
“장순경이 대학 다녀서 뭐하게?”
“글쎄요. 그냥 못했던 거 해보게요. 대학 때 왜 그렇게 놀았는지...”
“우리나라 대학생 노는거 하루 이틀이야? 오죽하면 놀고 먹는게 대학생이라는 말이 나오잖아.”
“그래도 지금은 안그래요. 학점 관리에다가 취업도 걱정해야 하고...취업 때문에 졸업을 한학기 늦추는 학생들도 있대잖아요.”
“하긴...내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학교 그만뒀을거야.”
“그러게요. 그래도 젊음이라는게 있잖아요. 뭐 굳이 대학에 안가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왜 그래...아직 우리 젊잖아...”
두 사람은 대화를 하며 학적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경찰청 소속 송기호 경사입니다.”
기호는 신분증을 내보이며 말했다.
여기에 임혁이라는 학생이 이 대학에 다닌다고 해서요. 혹시 주소 같은 거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잠시만요...”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컴퓨터를 두들겼다.
“임혁이라는 학생이 있긴 한데요...현재 재학생은 없는데요. 3명이 있는데 두 학생은 이미 졸업을 했고 한 학생은 현재 휴학 중입니다. 내년에 복학예정이네요.”
“아...그 학생...휴학 중인 학생의 부모님 이름도 알 수 있나요?”
“잠시만요. 입력이 되어 있으면 알 수 있구요...아...임종만씨로 되어 있네요.”
“맞아요. 주소를 알 수 있나요?”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음...사건에 조금 연관이 되어 있는데 나쁜 일은 아니에요.”
“잠시만요...”
여자는 메모지를 꺼내 주소를 적기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예...감사합니다.”
기호와 혜인은 주소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인상을 썼다.
“음성...휴~”
“충청도로 또 가요?”
“그래도 괴산보다는 가깝잖아...경기도 바로 아래인데... 가야지...가자.”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서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팀장님께 보고해...”
“네...”
혜인은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팀장님...저 혜인이요. 지금 대학교에 와서 임혁 학생 집 주소 확인했습니다. 아버지가 임종만이 맞구요...네...지금 다시 임종만 집으로 가는데 장소가 음성입니다...네...어쩔 수 없죠... 네 알겠습니다....그럼 내려가서 결과를 연락드리겠습니다. 네...수고하세요.”
혜인이 전화를 끊었다.
차가 많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이씨...여기 왜 이렇게 밀리는거야?”
“이 시간이 밀릴 시간이잖아요.”
“아...정말...음성에 가면 저녁이겠네.”
“오늘 완전히 고생하시는데요. 운전도 계속하시고...”
“그렇다고 장순경이 할 수 없잖아. 얼른 길이나 뚤리면 좋겠다.”
두 사람은 꽉꽉 막히는 서울길에서 한참을 갇혀있다시피 했다.
한참만에 정체구간을 빠져나온 차는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음성을 향해 달려갔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끼니를 채우고 가다보니 음성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기호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대로 핸들을 움직였다.
괴산에서 바로 왔으면 한 두 시간이면 되었을 거리를 서울을 거쳐 오니 하루 종일 걸린 것이었다.
드디어 네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멘트를 하자 차가 멈춰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음성의 한 가정...
시골스러운 풍경에다가 집 또한 잘 사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대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갔다.
좁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마당에 집과 조그만 창고가 있었다.
창고 앞에는 쓰다만 농기구가 보였고 창고 옆에는 빈 개집만 있었다.
“계세요?”
기호가 주인을 불렀다.
“계세요?”
안에서 대답이 없자 더 크게 불렀다.
잠시 후 미닫이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여자가 나왔다.
“누구슈?”
여자는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청 특수수사대 소속 경찰입니다.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혜인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경찰 양반이 무슨 일이슈?”
“다른게 아니구요...그냥 몇 가지 물어볼려구요.”
“그럼 어여 들어와요.”
두 사람은 여자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누추하지만 여기에 앉아유.”
여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써가며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근데 경찰 양반들이 무슨 일로...”
“혹시 여기가 임종만씨 댁 맞죠?”
“맞죠. 근데 그 양반 없어요.”
“어디...가셨나요?”
혜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갔지...멀리 떠나 갔죠. 아주 멀리...”
여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멀리...어디로...가...셨나요?”
혜인이 다시 한 번 확인 차원에서 물어봤다.
“죽었슈. 2년 전에...”
“아...그랬군요.”
“교통사고로...그 왜놈이 모는 차에 그냥 받쳐서 죽었슈. 뭐 그 운전하던 왜놈도 우리 양반 죽이고 경찰서에 잡혀갔었느니까 그 놈도 고생했지.”
기호와 혜인이 묻지도 않았는데 여자는 넋두리를 하듯이 말했다.
“그 양반 참... 사람이 말이유. 그렇게 허무하게 가는 줄 그 때서야 알았네유. 경찰 양반들도 도적놈 잡을 때 조심해서 잡아유. 죽으면 경찰 양반들만 손해지. 죽으면 남겨진 사람들만 힘들어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아...예...”
혜인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대답만 했다.
“아저씨가 대단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성격이나 그런게...”
기호가 남자에 대해서 물었다.
“그 양반...성격이 지랄 맞은거지 대단하기는... 대쪽 같은 성격에 나쁜 거 못보고 할 이야기는 해야 되는 성격이라...그래서 내가 맘 고생이 심했슈. 나가면 맨날 싸우고 들어오니까...”
“싸움을 잘 하셨나봐요.”
“그 양반 이길 사람 없었지.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그래서 울 아들도 지애비 닮아서 덩치가 커유. 경찰 양반보다 한없이 크지. 그양반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그렇게 어깨에 힘주고 다니고... 독립운동가 후손은 무슨 후손...아무도 안알아주는데...”
여자가 기호를 바라보고 말했다.
“저기 사진이 아드님인가 보네요.”
혜인이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말했다.
“암유...우리 혁이여유.”
“잘 생겼네. 지금은 뭐해요?”
“군대 당겨와서 내년에 대학 다시 당긴다고 돈 벌고 있죠. 무슨 일은 하는지 집에도 드문드문 들어오고...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동네 똥개 우리집에 마실 오는거보다 드무니...”
“저... 혹시 이거 보신 적 있나요?”
기호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이게 뭐유?”
“그냥...몇 년전에 아저씨가 이거를 만들었다고 해서 확인차원에서 온 거에요.”
여자는 명함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이런게 뭔지 난 모르지...”
"그럼 혹시 아드님이라도...“
“글씨...난 잘 모르겠네유.”
“아드님이 어디서 일하는지 모르시나요?”
“뭐...지 말로는 도축장에서 일한다는데...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 일찍 들어올거에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지아버지 산소에 꼬박꼬박 갔었는데...한동안 안갔으니...”
“그렇군요. 장순경 가자...”
“예...어머님 감사했습니다.”
“그러유. 조심히 가고...참...경찰 양반이 참하네... 이렇게 이쁜데 그리 험한 일을 하고...”
여자가 혜인을 보고 말하자 혜인은 얼굴이 빨개졌다.
두 사람은 집에서 나왔다.
“어때?”
“혁이 어머니는 거짓말 하는 거 같지는 않고...혁이를 만나봐야겠어요. 혹시 명함이나 이런 거를 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웬지 분위기가...”
“분위기가 왜?”
“혁이 아버지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것도 그렇고...일본인이 운전하는 차에 사고로 죽은것도 그렇고...임혁을 만나봐야 할 필요가 있는거 같아요.”
“그렇지...그럼 내일 새벽에 다시 오자. 팀장님께는 내가 보고할게.”
기호가 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사이에 혜인은 다시 한번 집안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기호가 왔다.
“팀장님과 통화 했는데 그렇게 하래. 오늘은 올라가고 내일 새벽에 다시 내려오자.”
“저녁이나 먹으러 가죠. 배고파요.”
“그러자...자 타자...”
기호는 차에 시동을 걸고 식당을 찾아 움직였다.
“피해자... 미쯔노리 야쓰이...일본인이며 현재 지방의 한 국립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얼마 전 일본 방송에서 친일 발언을 한 후 국민들에게 지탄과 원성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귀국하였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
민서가 어제 일어난 미쯔노리 살인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사망 원인은 질식사로 판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심하게 구타 당한 외상이 얼굴과 온몸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존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 잘라진 상태입니다. 이상입니다.”
“휴~~~한 방 먹었네.”
지만이 한숨을 쉬듯 말하자 모두들 지만을 쳐다보았다.
“미쯔노리...저와 같은 비행기로 귀국했거든요. 뭐...옆에 같이 앉아서 온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했다면 미쯔노리가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그건 우경사 말이 맞아. 어제 뉴스에도 미쯔노리 귀국 현장이 나왔는데...”
“어차피 죽은 거는 죽은거고...지나간 일 후회해 봐야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닐테구요...문제는 국민들이라는 겁니다.”
선희가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미 언론에 사건이 보도가 되었습니다. 앞에 두 피해자는 그렇다 치지만 김원석과 미쯔노리의 죽음에 대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일부 네티즌들은 애국지사니 독립운동가니라며 그들을 영웅화 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여 경찰은 애국지사를 체포하지 말고 친일파를 체포하라는 댓글도 달고 있습니다.”
민서가 선희에 이어서 말을 했다.
“참...살인이 정당화 되는네. 황연구원님. 모방범죄일 가능성은 없나요?”
영호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미란에게 물었다.
미란은 우선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그리고 설명을 했다.
“우선 동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려나간 손가락 단면을 보면 예리한 흉기로 단 한 번에 잘려나갔습니다. 잘려나간 단면 등을 살펴보면 그 수법과 힘, 잘린 위치가 동일합니다. 참고로 범인은 오른손잡이입니다. 그리고 핏자국 등이 묻어있는 엘리베이터 벽에 무엇인가 날카롭고 단단한 것에 벽을 친 자국이 있는데 흉기로 판단됩니다. 엘리베이터에 표시난 자국이나 크기로 볼 때 도끼나 생선회 뜨는 큰 칼 정도로 생각이 됩니다.”
“박경장...엘리베이터나 아파트에 CCTV는 없나?”
“아...그거 현재 분석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것이라 화질도 안좋고 그나마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CCTV는 고장 중이라 작동을 안했습니다. 입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미란이 민서 대신 대답을 했다.
“자...이제 범인의 범죄대상은 확실해. 하지만 목표를 어떻게 찾아내는냐가 중요해. 우선 이사항을 송경장과 장순경에게 알려줘. 모두들 최선을 다하자고...알았지?”
“예...”
영호의 이야기에 모두들 대답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서순경. 송경장에게 전화좀 해.”
“네...팀장님.”
기호와 혜인은 임종만의 집 주소가 있는 괴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호의 전화기가 울렸다. 운전을 하던 기호가 번호를 보더니 혜인에게 넘겼다.
“사무실인데...장순경이 받아.”
“여보세요?....응...운전중이셔. 왜?....응....그래....응....알았어. 지금 가는 길이야....그래....수고하고....알았어....안녕...”
통화를 끝낸 혜인은 좀전의 통화 내용을 기호에게 알려주었다.
“이제 서서히 윤곽이 나타나고 있군...제말 그 명함을 임종만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근데 임종만이 그렇게 힘이 셀까요?”
“무슨 이야기야?”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요. 미쯔노리가 무지 맞았다는데 그 정도라면 아주 힘이 세거나 무술 등으로 단련된 싸움을 한 가닥 하는 사람이라는 말인데 우리가 알아본 임종만은 우선 나이가 좀 있잖아요.”
“그러긴 한데...우선 가보자고...가면 뭔가 나오겠지.”
기호는 액셀레이터 페달을 더욱 밟았다.
차는 잠시 후 종이에 적혀있는 주소지에 도착을 했다.
“계세요?...계세요?”
기호와 선희가 대문을 들어서며 말했다.
잠시 후 집안에서 30대의 여성이 나왔다.
“누구세요?”
“예...우리는 경찰청 특수수사대 소속 경찰입니다.”
기호가 신분증으로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여기가 임종만씨 댁이죠?”
“예? 누구요?”
“임종만씨요.”
“아뇨...그런 사람 없는데...”
“전혀 모르세요?”
“예...”
“3~4년 전에 여기서 사셨다고 하던데...”
“아...저희는 이사온 지 채 6개월도 안됐어요.”
“아...그래요? 그럼 혹시 임종만씨라는 분을 알지도 못하시나요?”
“예...혹시 전에 이 집에 사셨을지도 모르죠. 요 앞 삼거리에 우리 부동산 사무소가 있어요. 거기 가서 물어보세요. 저희도 거기를 통해서 이 집으로 이사 왔거든요.”
“아...그래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기호와 혜인은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우리 부동산 사무소로 향했다.
“쉽게 풀릴리 없죠. 제가 이렇게 나와서 사람 찾는데 한 번에 찾아진 적이 없다니까요.”
“그래? 그럼 장순경이랑 출장다니면 안되겠네.”
“맘대로 하세요.”
“어쭈...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거지?”
기호와 혜인은 농담을 하며 부동산 사무소로 향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부동산 사무소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부동산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를 하자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보던 나이 지긋한 남자가 안경을 낀 채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저희는 경찰청 특수수사대 소속 경찰입니다.”
남자는 자리에 일어났다.
“무엇 때문에...”
“아...앉으세요. 다른 거는 아니고 임종만 씨를 찾으러 왔는데요.”
“누구요?”
“임종만씨라고 이 주소에 3~4년 전에 살았던 분 같은데...”
기호는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었다.
“음...이 집이라 하면... 요 앞에 대추나무 있는 집인데...”
“예...맞습니다.”
혜인이 반가운 듯이 말했다.
그러나 남자는 기억이 안나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 여자가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쪽지를 내밀며 여자에게 물었다.
“여기 살던 임종만이가 누구여?”
“임종만...음...”
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혁이 아버지네.”
“누군지 아세요?”
기호가 물었다.
“혁이 아버지 이름이 임종만이에요. 맞아요. 기억나네.”
“혁이 아버지? 그게 누구여?”
남자가 여자를 보며 물었다.
“그 왜 있잖아요. 골목 대장...큰 키에 목소리 크던 사람...”
“아...그 사람...그 사람이 임종만이었나? 그런가보네.”
남자도 생각난 듯이 말했다.
“왜 골목대장이에요?”
혜인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혁이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거든요. 여기 살 때 그 양반한테 안 혼난 사람 없어요. 담배 길거리에 버린다고 혼나...쓰레기 버린다고 혼나... 특히 젊은 학생들 교복 입고 몰래 숨어서 담배 피다가 혁이 아버지한테 걸려서 혼난 적이 많아서 골목대장으로 학생들이 부르고 다녔어요. 젊은 여자들 짧은 치마 입으며 막 뭐라고 하고 젊은 남자 머리에 뻘겋게 물들이고 귀걸이 하고 다녀도 혼났으니까... 그래도 그 사람 있을 때가 좋았어... 그 양반 덕에 거리를 깨끗하고 조용했으니까...”
“그랬군요. 혹시 어디 사시는지 아세요?”
“몰라요. 이사를 갔는데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죽어요?”
“아마...그랬다는거 같지...참...요 앞집 슈퍼 지나면 이층집 나오고 거기 지나면 검은색 철 대문이 나와요. 거기 가서 물어봐요. 거기 아들과 혁이가 친구고 같은 대학을 다녔을거에요.”
“아...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근데 지금 알려준 집 아들 이름이?”
“진오...강진오. 가서 물어봐요.”
여자가 친철하게 알려주었다.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여자가 알려준 집으로 찾아갔다.
기호와 혜인은 진오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혁이요...맞아요. 우리 아들과 같은 대학을 다녔죠. 학과는 틀린데...근데 왜?...”
“아...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 찾아줄게 있어서... 혹시 어디 사는지는 모르시죠?”
“예...그건 저도...”
“그럼 대학은 알 수 있나요?”
“예...서울에 있는 ○○산업대학교에요.”
“감사합니다...”
기호와 혜인은 인사를 하고 나왔다.
“참...”
혜인이 다시 대문으로 들어서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
“진오 어머님...한가지 더 여쭤볼게요. 혹시 혁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글쎄요. 그런 소문은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진오가 그런 이야기 안하던가요?”
“물어보지도 않았고 진오도 하지도 않고...여기서 살 때 친하게 지냈지 떨어져서는 그렇게 연락하거나 그러지 않았아요. 학교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만 했어요.”
“아...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어떡하죠?”
“어떡하긴...학교로 가봐야지.”
“전화로는 안알려줄까요?”
“전화해볼까?”
기호가 전화기를 꺼내 114에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그리고 바로 대학교와 연결을 했다.
ARS 안내 멘트가 들렸고 안내에 따라 기호가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아이씨...이런게 짜증나...”
기호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잠시 후 연결이 됐다. 그리고 통화를 끝내고 기호가 말했다.
“가자...개인 정보 유출은 전화를 통해 알려줄 수 없대.”
“그래요?”
“신분증 가지고 오면 알려줄 수 있대.”
“선희나 민서 언니에게 전화해서 부탁할까요?”
“거기도 바쁠텐데...그리고 사무실에서 멀잖아...그냥 가자...”
“그러죠...제가 운전할까요?”
“아냐...옆에서 자....”
기호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서울을 향해 핸들을 움직였다.
2시간을 넘게 달린 차는 진오 어머니가 알려준 대학교에 도착했다.
정문에 들어서자 대학생들의 열기와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나도 다시 대학을 다니고 싶다.”
“장순경이 대학 다녀서 뭐하게?”
“글쎄요. 그냥 못했던 거 해보게요. 대학 때 왜 그렇게 놀았는지...”
“우리나라 대학생 노는거 하루 이틀이야? 오죽하면 놀고 먹는게 대학생이라는 말이 나오잖아.”
“그래도 지금은 안그래요. 학점 관리에다가 취업도 걱정해야 하고...취업 때문에 졸업을 한학기 늦추는 학생들도 있대잖아요.”
“하긴...내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학교 그만뒀을거야.”
“그러게요. 그래도 젊음이라는게 있잖아요. 뭐 굳이 대학에 안가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왜 그래...아직 우리 젊잖아...”
두 사람은 대화를 하며 학적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경찰청 소속 송기호 경사입니다.”
기호는 신분증을 내보이며 말했다.
여기에 임혁이라는 학생이 이 대학에 다닌다고 해서요. 혹시 주소 같은 거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잠시만요...”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컴퓨터를 두들겼다.
“임혁이라는 학생이 있긴 한데요...현재 재학생은 없는데요. 3명이 있는데 두 학생은 이미 졸업을 했고 한 학생은 현재 휴학 중입니다. 내년에 복학예정이네요.”
“아...그 학생...휴학 중인 학생의 부모님 이름도 알 수 있나요?”
“잠시만요. 입력이 되어 있으면 알 수 있구요...아...임종만씨로 되어 있네요.”
“맞아요. 주소를 알 수 있나요?”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음...사건에 조금 연관이 되어 있는데 나쁜 일은 아니에요.”
“잠시만요...”
여자는 메모지를 꺼내 주소를 적기 시작했다.
“여기 있습니다.”
“예...감사합니다.”
기호와 혜인은 주소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인상을 썼다.
“음성...휴~”
“충청도로 또 가요?”
“그래도 괴산보다는 가깝잖아...경기도 바로 아래인데... 가야지...가자.”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서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팀장님께 보고해...”
“네...”
혜인은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팀장님...저 혜인이요. 지금 대학교에 와서 임혁 학생 집 주소 확인했습니다. 아버지가 임종만이 맞구요...네...지금 다시 임종만 집으로 가는데 장소가 음성입니다...네...어쩔 수 없죠... 네 알겠습니다....그럼 내려가서 결과를 연락드리겠습니다. 네...수고하세요.”
혜인이 전화를 끊었다.
차가 많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이씨...여기 왜 이렇게 밀리는거야?”
“이 시간이 밀릴 시간이잖아요.”
“아...정말...음성에 가면 저녁이겠네.”
“오늘 완전히 고생하시는데요. 운전도 계속하시고...”
“그렇다고 장순경이 할 수 없잖아. 얼른 길이나 뚤리면 좋겠다.”
두 사람은 꽉꽉 막히는 서울길에서 한참을 갇혀있다시피 했다.
한참만에 정체구간을 빠져나온 차는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음성을 향해 달려갔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끼니를 채우고 가다보니 음성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었다.
기호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대로 핸들을 움직였다.
괴산에서 바로 왔으면 한 두 시간이면 되었을 거리를 서울을 거쳐 오니 하루 종일 걸린 것이었다.
드디어 네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멘트를 하자 차가 멈춰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음성의 한 가정...
시골스러운 풍경에다가 집 또한 잘 사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대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갔다.
좁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마당에 집과 조그만 창고가 있었다.
창고 앞에는 쓰다만 농기구가 보였고 창고 옆에는 빈 개집만 있었다.
“계세요?”
기호가 주인을 불렀다.
“계세요?”
안에서 대답이 없자 더 크게 불렀다.
잠시 후 미닫이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여자가 나왔다.
“누구슈?”
여자는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청 특수수사대 소속 경찰입니다.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혜인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경찰 양반이 무슨 일이슈?”
“다른게 아니구요...그냥 몇 가지 물어볼려구요.”
“그럼 어여 들어와요.”
두 사람은 여자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누추하지만 여기에 앉아유.”
여자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써가며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근데 경찰 양반들이 무슨 일로...”
“혹시 여기가 임종만씨 댁 맞죠?”
“맞죠. 근데 그 양반 없어요.”
“어디...가셨나요?”
혜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갔지...멀리 떠나 갔죠. 아주 멀리...”
여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멀리...어디로...가...셨나요?”
혜인이 다시 한 번 확인 차원에서 물어봤다.
“죽었슈. 2년 전에...”
“아...그랬군요.”
“교통사고로...그 왜놈이 모는 차에 그냥 받쳐서 죽었슈. 뭐 그 운전하던 왜놈도 우리 양반 죽이고 경찰서에 잡혀갔었느니까 그 놈도 고생했지.”
기호와 혜인이 묻지도 않았는데 여자는 넋두리를 하듯이 말했다.
“그 양반 참... 사람이 말이유. 그렇게 허무하게 가는 줄 그 때서야 알았네유. 경찰 양반들도 도적놈 잡을 때 조심해서 잡아유. 죽으면 경찰 양반들만 손해지. 죽으면 남겨진 사람들만 힘들어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아...예...”
혜인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대답만 했다.
“아저씨가 대단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성격이나 그런게...”
기호가 남자에 대해서 물었다.
“그 양반...성격이 지랄 맞은거지 대단하기는... 대쪽 같은 성격에 나쁜 거 못보고 할 이야기는 해야 되는 성격이라...그래서 내가 맘 고생이 심했슈. 나가면 맨날 싸우고 들어오니까...”
“싸움을 잘 하셨나봐요.”
“그 양반 이길 사람 없었지.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그래서 울 아들도 지애비 닮아서 덩치가 커유. 경찰 양반보다 한없이 크지. 그양반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그렇게 어깨에 힘주고 다니고... 독립운동가 후손은 무슨 후손...아무도 안알아주는데...”
여자가 기호를 바라보고 말했다.
“저기 사진이 아드님인가 보네요.”
혜인이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말했다.
“암유...우리 혁이여유.”
“잘 생겼네. 지금은 뭐해요?”
“군대 당겨와서 내년에 대학 다시 당긴다고 돈 벌고 있죠. 무슨 일은 하는지 집에도 드문드문 들어오고...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동네 똥개 우리집에 마실 오는거보다 드무니...”
“저... 혹시 이거 보신 적 있나요?”
기호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이게 뭐유?”
“그냥...몇 년전에 아저씨가 이거를 만들었다고 해서 확인차원에서 온 거에요.”
여자는 명함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이런게 뭔지 난 모르지...”
"그럼 혹시 아드님이라도...“
“글씨...난 잘 모르겠네유.”
“아드님이 어디서 일하는지 모르시나요?”
“뭐...지 말로는 도축장에서 일한다는데...아마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 일찍 들어올거에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지아버지 산소에 꼬박꼬박 갔었는데...한동안 안갔으니...”
“그렇군요. 장순경 가자...”
“예...어머님 감사했습니다.”
“그러유. 조심히 가고...참...경찰 양반이 참하네... 이렇게 이쁜데 그리 험한 일을 하고...”
여자가 혜인을 보고 말하자 혜인은 얼굴이 빨개졌다.
두 사람은 집에서 나왔다.
“어때?”
“혁이 어머니는 거짓말 하는 거 같지는 않고...혁이를 만나봐야겠어요. 혹시 명함이나 이런 거를 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웬지 분위기가...”
“분위기가 왜?”
“혁이 아버지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것도 그렇고...일본인이 운전하는 차에 사고로 죽은것도 그렇고...임혁을 만나봐야 할 필요가 있는거 같아요.”
“그렇지...그럼 내일 새벽에 다시 오자. 팀장님께는 내가 보고할게.”
기호가 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사이에 혜인은 다시 한번 집안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기호가 왔다.
“팀장님과 통화 했는데 그렇게 하래. 오늘은 올라가고 내일 새벽에 다시 내려오자.”
“저녁이나 먹으러 가죠. 배고파요.”
“그러자...자 타자...”
기호는 차에 시동을 걸고 식당을 찾아 움직였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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