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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야설 경성백만장자 - 에필로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2:48 493회 0건
에필로그

며칠이나 지났을까. 경수는 매일같이 극악한 고문을 견뎌 냈지만, 끝까지 이제우와의 관련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오늘도 경수는 물고문을 받고 있었다. 이미 그는 극심히 쇠약해졌고, 이대로 가면 열흘 안에 끝장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자백은 안할 것이다. 그러면 탁세청의 승리가 되니까.

그런데 갑자기 누가 들어온다.

“차경수를 국장님이 찾으셔.” “뭐?”

서장님도 아니고 무슨 국장?

잠시 후 차경수는 여기 들어온 지 처음으로 취조실을 나섰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를 몇명이 끌고 왔다.

그는 차에 태워졌고, 곧바로 어딘가로 옮겨졌다.

눈을 떠 보니 어느 방이다. 그가 왜 여기 왔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리고 비싼 양복 한 벌이 있었다.

경수는 황당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 있는 힘조차 없었다.

“들어가시지요.”

“여기가 어딥니까?”
“술집입니다.”

경수는 후들후들 떨면서 겨우 방으로 들어왔다. 머리를 빡빡 깎은 높은 자가 위에 앉아 있고, 낯익은 한 자가 그자 오른쪽에 앉아 있다. 그리고 몇 명의 군인들과,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들이 앉아 있다.

“아, 마침 오십니다.” 낯익은 자가 말한다.

경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러면 끝장이다. 어쨌든 모든 힘을 다해 머리 깎은 자 앞에 90도로 절을 한다.
“차경수입니다.”
“이 분이 내 영화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오.”
“아, 그런가?”

맞다… 내지에서 나왔던 국책영화인 시모무라! 그에게 1만원을 주었었지! 왜 그자 생각을 못했을까?

“시모무라 상에게는 내지에 있을 때부터 신세를 많이 졌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모무라는 정관계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미나미군이 경성에 왔다는 소리를 듣고 안 와볼 수 있어야지. 그리고 부탁할 것도 있고 해서 불렀네.”

“뭔가?”
“이번에 영화를 더 크게 만들려고 하는데,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이런 센징 협력자들도 많아야 하고.” 시모무라는 경수를 가리키며 말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경수는 최대한 힘을 모아 말했다.

“이 사람은 백만장자야. 십만 원 정도는 얼마든지 변통할 수 있지.”
미나미가 대답한다. “조선의 돈이 다 내 돈이나 마찬가지인데 십만 원이 돈인가?”
“이 사람아. 야마나시 한조 (4대 조선총독. 매관매직 사건으로 총독 자리에서 잘림) 처럼 되고 싶은가? 자네가 조선으로 쫓겨온 것도 파워게임에서 밀려서가 아닌가!”

“그러니까 자네 뜻대로 이런 자리도 갖는 거지.”

두 사람은 일본정계 이야기를 마음껏 했다. 하지만 경수에게는 더 이상 관계없는 일이다.

술자리는 밤이 될 때까지 이어졌고, 미나미는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떠난다. 시모무라는그들이 나가자 경수에게 말했다.

“자, 잘 마셨습니다.”
“네.”

경수는 소절수가 있을리 없다. 하는 수 없이 흥업은행 수형을 그자리에서 써준다.. 술값은 이천 원이나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 쓴 이천 원이 아닐 수 없었다.

“차상. 경성에 와서 당신을 보고 가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소. 총독부에 연락을 하더니 금방 찾아지더군.”
“그렇습니까?”
이 사람과 긴 이야기를 할 힘이 없었다.

“앞으로도 자주 봅시다.”

시모무라는 인사를 남기고 나간다. … 비록 거만하긴 하지만, 그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다.

그러자 경수를 데리고 갔던 사람들이 다시 와서 경수를 잡는다. 그는 도망갈 힘도 없이 그들에게 끌려 다시 어디론가 간다.

--
아침. 눈을 떠 보니 빛이 들어온다. 유치장 독방인 듯했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순사 둘이 그를 끌고 눈을 가린 채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눈가리개를 떼자마자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말한다.
“차경수. 네 빽이 그렇게 좋은 줄은 몰랐어.” “네?”
“네놈이 총독님을 움직일 수 있을 줄은 나는 꿈에도 생각 못했네.”

총독이라니? 하지만 이젠 경수는 다 귀찮았다.

“자네가 시모무라 상을 알 줄은 꿈에도 몰랐네. 하지만 자네를 그냥 내줄 수는 없지. 자네가 잘못을 참회하고 제대로 살겠다는 표시를 해 주게.”
“그게…”
“류야마(용산)에 있는 자네 집과, 신정리에 있는 자네 땅, 그리고 경성에 남은 예금과 재산을 모두 헌납하도록. 그럼 당장 놓아주지.”

경수는 생각했다. 모두 합쳐 거의 60만원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하지만 일단 이곳을 나가야만 했다.

“좋소.”

경수는 생각하고 말고 할 여지도 없었다.

“다만 일본까지 갈 여비 백원은 남겨 주십시오.”
“알겠네. “

--

덤프트럭에 탄 진 차는 말했다. “네놈의 할애비만 아니었어도 우리 집안은 1조원이 훨씬 넘는 재산을 갖고 있었을 거야. 다 네 할애비 잘못이지.”

“그래도 나는 할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다. 그건 나를 부정하는 일이니까.” 탁승찬은 전속력으로 도망치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보다 차가 빠를 수밖에 없다. 주변은 평지라 승찬이 숨을 곳은 없다.

“그러니 넌 죽어야 해.”

진 차는 엑셀을 세게 밟는다.

심장이 대단히 뛴다. 더 이상 뛰다가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성전환자, 특히 여자에서 남자로 전환한 자는 호르몬제를 많이 먹어서 심장이 많이 뛴다. 심하게흥분하면 갑자기 심장이 멎을 수 있다.

==

경수는 전재산을 헌납한 후, 차에 태워져 서를 떠난다. 그들은 산송장과 다름없는 경수를 어느 집에 던져놓고, 떠나버린다.

경수는 몸을 가눌 수도 없었지만, 겨우 몸을 추스려 일어난다. 이 때 안성화가 나타난다.
“차경수. 결혼식 전날 도망가더니, 결국 이렇게 내게 돌아왔구나!”

이 때 안성화의 아버지 안동식도 몽둥이를 들고 나온다.
“내 딸 인생을 망치더니, 꼴 좋다!”

경수는 더 이상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여기가 그의 마지막 주소지였기에 여기다 버리고 간 것 같았다.

--

그가 눈을 떠 보니 그의 손가락은 안성화의 손에 잡혀 있었다. 어스름한 걸 보니 새벽이었다.
”이제야 너는 내 남편이 되네?” 성화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말한다.

“차경수. 나는 너를 위해 뭐든지 다 해줄 수 있어. 단지 여기다 도장만 찍으면.”
“뭐?”
그녀의 손에는 혼인계가 들려 있었고, 경수의 손에는 성화가 동대문서에서 구해 온 경수의 인감도장이 들려 있다.

“자, 찍어.”
“싫어. 차라리 날 죽여.” 경수가 소리쳤다.
“찍어.”

경수는 더 이상 힘이 없다. 안성화는 혼인게에 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경수는 끝내 안성화의 남편이 된 것이었다.

“자. 이제 나는 네 아내야. 내일 가서 혼인계 접수시키면 다 끝나는 거지.”

이렇게 끝나는구나. 완전히. 경수는 고문 받을 때보다 더한 절망에 빠진다.

바로 그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술에 잔뜩 취한 탁세청이 뛰어들어왔다. “뭐? 혼인계?”
“맞아. 나 이제 차경수와 결혼했어.”
세청은 차경수란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그 새끼가 자기 活?동원해 나간 것도 부아가 터져 죽겠는데, 안성화가 그와 결혼했다고?”
이 때 세청은 성화를 넘어뜨린다. 경수는 남은 모든 힘을 모은다.

“이거 놔!”
“이년. 나랑 붙을 때는 온갖 신음소리를 내더니, 저 새끼랑 혼인계를 내?”

탁세청은 그녀의 옷을 찢고, 그녀가 품안에 숨긴 혼인계를 북북 찢어버린다.

이것이 탁세청의 일생에서 경수에게 했던 유일한 좋은 일이었다.

그 틈을 타서, 경수는 몸을 굴려 겨우 튀어나간다.

세청과 성화는 서로 싸우느라 경수 쪽을 잘 보지 못했다.

경수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맨발로 빠져 나간다. 세청과 성화는 그것을 보자 재빨리 쫓아 나간다. 세청은 경수를 죽일 작정이었고, 성화는 경수를 잡아 다시 혼인계를 작성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안동식도 같이 나간다.

경수는 얼마 가지 못해 힘이 떨어진다. 어젯밤에 요릿집에서 요리를 좀 먹어두길 그나마 다행이었다.

세청이 뛰어 나가서 경수를 거의 잡으려는 순간, 골목에서 신문배달 소년이 뛰어나오다가 세청과 부딪친다.

“야! 이자식아!”
“죄송해요.”

소년은 신문을 재빨리 추스린다. 신문 1면에는 ‘손기정선수 올림픽 마라손에서 우승’ 이라 적혀 있었다.

그 날은 1936년 8월 13일이었다. 베를린에서 대회 자체는 8월 10일에 있었지만, 조선에 그게 알려진 건 3일 후의 일이었던 것이다.

경수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세게 토껴 버린다. 잡히면 끝이다. 그는 처음 (이 소설 시작) 에 그랬던 것처럼, 달리는 전차에 겨우 올라탄다.

경수는 전차가 정거장을 떠나는 순간 쫓아오는 탁세청, 안성화, 안동식을 보았다. … 그것이 그의 인생에서 그들을 본 마지막이었다.

--

일주일 후 관부연락선 안.

경수는 강성칠을 만나러 갔었지만, 문전박대 당하고, 성칠의 하인에게서 강신애가 이미 두 달 전 김동철과 혼인하여 신경의 만주 건국대학으로 갔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성칠은 차경수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을 것이니 다시 찾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경수는 은행에 가도, 기관에 가도, 모두 찬밥 신세였다. 이미 그의 이름은 리스트에 올라 있어, 뭘 해도 찍히고 뭘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럴 바에야 더 이상 경성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경성을 떠나, 일본으로 갈 생각을 했다.

다행히, 부산에 있던 장옥 3채와 서면에 있는 땅 등은 그들이 아직 파악을 못한 탓에 무사하였다. 서면에 땅을 사라고 그렇게 여관 주인이 우기던 말을 들은 게 지금 와서 매우 다행스러웠다.

이번에는 1등석이 아니라 2등석으로 간다. 신호에 가서 다시 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잡혀간 게 5월 14일이었고 나온 게 8월 13일이었으니 3개월간 고문을 당한 것이었다. 더 이상 좆도 서지 않았고, 일어서서 소변을 볼 수도 없었다.

탁세청. 네놈을 영영 잊지 않으리라. 안성화 너도.

그리고, 다시는 경성이라고 이름하는 도시에는 발을 닿지 않을 것이다.

--

현재, 차경수의 무덤 앞.

“할아버지. 손자 진이가 왔어요.” 진 차는 꽃을 들고 절을 한다.

“오늘에서야 할아버지의 복수를 했어요. 탁세청과 안성화의 대를 끊고 오는 길이예요.”

진 차가 탁승찬을 몇 번이나 트럭으로 쳤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소한 20번은 쳤을 것이고, 아마 시체의 신원파악도 힘들 것이다.

놈은 조용해질 때까지 끝까지 ‘우리 할아버지를 욕하지 마’ 라고 외쳤다. 독한 새끼 같으니. 어쨌든, 탁씨 일가에 대한 복수는 끝이 났고, 경찰이 그의 신원을 찾을 때는 더는 그는 한국에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 당신의 손자가 복수를 해냈는데, 잘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해 주세요. 한번도 당신은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았잖아요? 이제야 해냈어요. 제가.”

이 때 진 차의 귀에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다.
“너는 내 손자가 아니야!”

“할아버지. 그래요. 나는 손녀였어요. 하지만 마음이 남자니 손자 대접을 해 주세요.”

진 차는 다시금 절을 하고 그곳을 내려온다.

그 때 밑에서 경찰들과 혜원이 묘지로 올라온다. 어? 저 사람들이 왜 저기 있지?

“진 차. 도망가지 마라.” 경찰들은 총을 들고 있었다.

혜원이 말했다. “외삼촌. 당신이 승찬 씨를 죽였나요?”

이 때 진 차는 갑자기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 제가 한 일이 잘못된 일인가요?”
이것이 그가 한 마지막 말이었다.
==

3개월 후, 상해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

차혜원은 외삼촌의 일기에서 차경수와 탁씨 일가의 모든 은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 읽었다. 혹시라도 외삼촌이 급사한다면 그녀에게 복수를 맡기기 위해 외삼촌이 기록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외삼촌은 묘지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고, 사건은 그렇게 종결되었다.

미국에 있는 엄마나 멕시코에 있는 아빠는 외삼촌의 장례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혜원은 혼자서 탁승찬과 외삼촌의 장례를 치렀다.

그 후 그녀는 팔려고 내놓았던 경수의 자택으로 다시 들어가, 버리려고 했던 경수의 모든 옛 기록들을 다시금 읽기 시작했다.

경수의 수많은 은원들 문에 그녀는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아직 26세였고, 진 차의 죽음으로 인해 탁씨 일가 살해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그렇게 끝나 세상은 그녀가 살인자의 친척이란 걸 모르지만,

그녀가 누구와 결혼해서 산다는 게 가능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저택과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대학에 기증하고, 한국을 떠나 경수의 발자취를 돌아보기로 했다.

경수의 삶을 다 알게 되면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도 알 수 있으리라.

--
경성백만장자는 여기서 완결합니다.

지난 번에 티저 나갔던 백만장자의 세계일주가 이어지겠지만, 제 소설의 스타일상 순탄치 않은 전개가 이어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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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 : 10   Point : 9300

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서명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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