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연극배우 이강두
“ 이 친구야? 생긴 건 순하게 생겼는데… “
“ 그러게요. 군대에서는 완전 내 꼬봉 이였었는데… 이 좆 같은 새끼가 이렇게 독하게 굴 줄은 내 미쳐 몰랐네요 “
“ 어허! 말 하는 것 하고는… 아무리 그래도 나이 서른 넘은 성인인데… “
정건욱은 짐짓 예의를 갖추며 덕수에게 말을 걸었다.
“ 아이구… 고생이 많네… 친구... 그러게 진작 고분고분하게 말 들었으면 이런 고생 안하지. 자 여길 봐. 5만원권 헌지폐로 2억이야. 이제 물건만 넘겨주면 이 돈은 이제 당신꺼야 “
“ 무..물건은 지금 나한테 없어요. 나만이 아는 장소에 숨겨져 있어요 “
“ 그 장소가 어딘지 말해봐 “
“ 말해도 몰라요. 돈과 함께 나를 보내줘요. 그럼 물건을 넘겨주겠소 “
“ 이런 개새끼!!! “
그림자의 발길이 덕수의 배로 날라들었다.
“ 컥~! “
정건욱이 제지하고 나섰다.
“ 어허~! 그만.. 그만.. 아니 물건도 없이 어떻게 보내줄 수 있어? 돈 들고 튀면? 우린 어쩌라고?“
“ 당신들이 내 목줄을 쥐고 있잖소. 내가 뭐 어떻게 하겠소? 울 아버지.. 연변댁 누나.. 당신들 손안에 있잖아? 내가 도망가면 어디로 간단 말이오? “
“… “
잠시 고민하던 정건욱이 결정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 좋아.. 친구… 내 한번 믿어보지. 그런데 만약에 말이야 혹시라도 딴 맘 먹고 있다면… 아니 딴 맘을 먹어서도 안돼… 무슨 말인지 알지? 당신 아버지… 그 연변댁이라는 여자… 그 여자의 애들까지 무사하지 못할꺼야.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는 잘 알지? 잘못된 판단으로 주위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지 말자고… 오케이? “
정건욱이 5만원권 다발로 덕수의 뺨을 툭툭 쳤다
“ 형! 이 새끼 말 믿음 안돼! 물건 먼저 받고 돈을 줘야지! “
“ …. 괜찮아. 이 친구 왠지 믿음이 간다. 내 한번 믿어보지 뭐.. 허허~! 가서 물건이나 잘 받아와 “
정건욱은 허리를 펴며 일어났다.
해질녘 도착한 공사장엔 벌써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정건욱은 멀리 산자락에 희미하게 잔상을 드리며 져가는 노을의 끝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빼물었다. 라이타 불에 정건욱의 얼굴이 노을보다 붉게 물들었다.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건욱이 말했다.
“ 명국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우리 이 일만 잘 끝내고… 라스베가스로 가자 “
그림자… 이명국은 말없이 정건욱을 바라보았다.
명국은 덕수를 다시 트렁크에 태우고 호연리로 차를 몰았다.
명국이 덕수를 처음 만난 것은 군대에서였다. 명국이 UDT부사관으로 훈련교관을 맡고 있을 때 덕수가 해군에서 UDT로 지원하면서 알게 되었다. 덕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역시 조용하고 말이 없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던 덕수는 스스로 그러한 소심한 성격을 조금이라도 고쳐보고자 UDT에 지원하였던 것이다.
UDT는 수중침투와 폭파가 주임무인 해군 특수전부대로 훈련이 고되기로 소문난 곳이다. 일단 기초군사훈련후 26주간의 지옥 같은 특수전훈련을 마치고 나면 특수전부사관으로 임명되어 4년을 복무한다. 육군이나 공군에도 특수부대가 있지만, 특히 UDT는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한데, 일주간 잠을 재우지 않고 훈련을 하는 지옥주와 마지막 갯벌훈련은 미국의 네이비씰이나 프랑스의 그린베레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혹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강철 같은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청년들도 26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치는 병사는 고작 20%도 채 안될 정도로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정예 인간병기를 양성하는 곳이었다.
당시 명국은 악독하기로 소문난 교관이었다. 곱상한 얼굴과는 정반대로 그 뿜어내는 독기에 교육생들은 물론 동료 교관까지도 그의 악랄함에 진저리를 칠 정도였다. 자신은 본인의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고 항변하였으나, 본디 타고난 성격이 잔인하고 악랄한 놈이었던 것이다. 덕수는 하필 명국을 교관으로 만나고 말았다. 악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덕수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어도 고문관 취급을 받았다. 명국의 잔인한 성격을 풀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동향이고, 나이도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계급이 장땡이라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덕수를 괴롭혔다. 아니 그것은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다. 하지만 덕수는 묵묵히 견뎠으며, 지옥 같은 5주간의 1차 기초체력훈련을 무사히 수료하였다.
그러나 결국 덕수는 1차 기초훈련을 끝으로 UDT에서 탈락하게 되었고, 명국 또한 UDT교관을 그만두고 일반해군 하사로 제대하고 말았다. 사건은 1차 기초훈련 수료 기념 파티 때 벌어졌다. 기념파티란 바로 가족이나 친구들의 면회였다. 지옥 같은 1차 기초훈련을 훈련병들은 가족들과 면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면회올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없는 덕수는 홀로 내무반 구석에 쳐박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그만 명국에게 들키고 말았다. 명국은 가족들과 희희낙락하는 훈련병들의 모습에 괜한 부아가 치밀어 몰래 술을 마시고는 트집꺼리를 잡을려고 하던 중 마침 덕수가 걸려 들었던 것이었다. 가만있을 명국이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구타와 욕설이 이어졌고, 그런 장면이 면회온 다른 훈련병의 가족에게 고스란히 목격 되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혹독한 훈련에 몸이 상한 아들을 보며 속이 상할대로 상한 가족들은 단체로 항의하기 시작했고, 부대는 발칵 뒤집어졌다. 진상조사가 시작되었다. 가족들은 저런 잔인하고 악랄한 교관에게 아들을 맡길 수 없다며 당장 영창을 보낼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덕수는 적극 명국을 변호했다.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었으며 영창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만났으면, 같은 지역 출신에 같은 나이… 친구가 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것으로 영창을 간다는 것은 젊은 청년의 앞길에 너무 큰 장애물이라고 명국의 선처를 부탁했다. 가족들과 부대장은 덕수의 진심어린 호소에 설득되었다. 영창을 보내는 대신 UDT 자격을 박탈하고 일반 해군부사관으로 전출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전출가는 날 명국은 덕수를 찾아왔다. 영창가지 않게 변론해준 것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제대하면 친구로 만나자며 악수를 청했다. 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받았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명국의 눈빛은 싸늘했다. 눈은 결코 사과하지 않았으며, 마음은 ‘저 고문관 병신새끼만 아니었어도 나는 계속 UDT교관인데…’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악마는 쉽게 바뀌질 않았다.
덕수 또한 마음이 좋질 않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국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2차훈련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진 퇴소하고 말았다.
악마 이명국과 레이크모텔 아들 송덕수의 악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호연리는 달라졌다. 사건이 터지기 전의 호연리의 밤은 그야말로 환락의 마을이었다. 수많은 모텔과 노래방, 술집, 카페, 음식점들이 휘황찬란하게 네온싸인을 밝히며 욕망에 허우적대는 불나방들을 끌어들이던 곳이었다.
하지만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터지고 나자 완전히 딴 세상이 되었다. 근 한달째 계속되는 수사로 불나방들은 다른 불빛을 찾아갔고, 찬란했던 네온싸인은 밤이 돼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의 중심 레이크모텔 뿐만 아니라 마을 거의 대부분의 가게가 개점휴업상태였다. 건물마다 가게마다 ‘점포세놓음’ ‘급매’ 표지가 붙었다.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건물주인들은 헐값에 건물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명국은 호연리 저수지를 약 700m 앞두고는 후미진 곳에 차를 멈췄다. 조금만 더 가면 경찰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인적을 확인한 후 명국은 트렁크를 열어 덕수를 나오게 했다.
“ 시간 30분 준다. 30분에서 1초라도 늦으면 돈은 말할 것도 없고, 세명 목숨은 끝장난다. 너! 너의 아버지! 너의 그 엉덩이 죽이는 쎅파 아줌마! 아… 그 년 내가 함 박아줘야 되는데… 새끼… 여자하나는 제대로 물었어… 보지도 엉덩이 만큼 좋디? 응? 아… 그 씨발년… 캭캭… 아무튼… 자! 송덕수 일병! 지금부터 30분이다. 실시! “
덕수는 도로로 가지 않고 산으로 뛰어갔다. 호연리 저수지로 통하는 산길이 있었다. 누구보다 이 일대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덕수였기에 캄캄한 밤인데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뛰어 곧장 저수지로 갈 수 있었다. 이윽고 저수지 둘레길 후미진 어느 한 곳에 도착한 덕수는 주변에 널려져 있는 돌들을 살펴보더니 그중 큼지막한 돌 하나를 들어 제겼다. 돌 밑에는 작은 비닐주머니가 있었다. 덕수는 비닐주머니에 들어있는 작은 물건을 하나 꺼내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것은 usb였다. 물건을 바지주머니에 찔러넣은 덕수는 역시 거침없이 왔던길을 뛰어서 갔다. 덕수가 usb를 숨겼던 그 곳은 연변댁과 차에서 몰래 사랑을 불태웠던 카섹스 장소였고, 저수지 남자사체를 발견했던 그곳이었다.
“ 오호… 구보실력은 그대로네. 캭캭! 좋았어.. 송일병! 자 이제 물건을 넘겨! “
“ 헉헉! 그 전에 돈 먼저… 헉헉! “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덕수는 돈을 요구했다.
“ 아.. 그 새끼… 사람말을 그렇게 못믿냐? 알았어… 자… 여기 있다 “
명국은 차에서 검은 가죽가방을 꺼내어 덕수에게 건네 주었다.
“ 자! 물건 내놔! “
“ 이제 이걸로 우린 두번 다시 만나는 일 없도록 하자. 난 내일 했고, 이제 돈 받았으니 여길 뜰꺼야. 죽은 듯이 살께 “
가방을 받아 든 덕수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명국에게 주었다. 명국은 차안에서 노트북을 통해 usb에 담겨있는 영상을 잠시동안 확인하였다. 편집된 22:40~50분, 그리고 23:30~40분까지의 원본 영상을 빠른 속도로 점검하였다. 얼핏 두어명의 사람이 화면에서 나타나는가 싶더니 곧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 후후… 새끼 진작에 줄 것이지… 그럼 그 고생도 안했지 “
차밖으로 다시 나오며 명국은 usb를 점퍼 속주머니에 넣으며 재차 말했다.
“ 그래 이제 서로 볼일 없도록 하자! 그동안 고생했다. 악수나 한번 하자. 그래도 같이 고생한 전우였는데…크크 “
명국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덕수는 주춤거리며, 마지못해 명국이 내민 손을 잡았다.
“ 그.. 그래… 두번 다시 보지말자 “
“ 흐흐… 새끼 “
갑자기 명국이 덕수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 무… 무슨… “
쉬익~!
점퍼 속에 들어가 있던 명국의 왼손이 덕수의 배를 향해 날아왔다.
손에는 날카로운 군용 나이프가 들려있었다.
“ 컥! 크윽~! “
덕수가 놀란 눈으로 명국을 바라보고는 자신의 배를 부여잡았다. 배를 부여잡은 손가락 사이로 피가 솟구쳤다.
“ 왜… 왜… 이 개새…. 으… “
명국이 왼손으로 재차 찔러왔다. 덕수가 본능적으로 그 손을 움켜잡았다.
“ 어쭈? 이 병신새끼가! “
명국은 덕수의 발목을 강하게 차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이어 넘어진 덕수의 배에 빠르게 두번 칼을 내리꽂았다.
“ 으윽! 컥! “
“ 이 병신… 그냥 곱게 죽을 것이지… 하늘 같은 교관에게 감히 반항을 해? “
눈 깜짝할 사이였다.
명국은 역시 빨랐다. 악수하자고 내민 손을 덕수가 잡아오자 꽉 움켜쥐며 덕수를 당황하게 만듬과 동시에 점포속에 감춰둔 나이프를 왼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찔러왔던 것이었다. 계산된 행동이었고, 거침없는 실행이었다.
덕수가 배를 부여잡고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 크윽.. 끄억.. 컥.. 개..새끼… 후회.. 복사본… “
덕수는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 캬캬! 뭐라고? 복사본이 있다고? 괜~찮아요~ 킥! 그건 내 알바 아냐. 난 니돈 2억 챙기고 usb만 갇고 가면 돼… 복사본이 있던 없던 상관없어… 캬캭… 송덕수 일병… 이 고문관 병신 찌질이 새끼야. 어째 군대 있을때랑 똑같냐? 하나도 안 변했어… 낄낄… 찌질이 병신새끼 같으니라고… 키키킥 “
덕수는 명국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마지막 힘을 내어 호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이크모텔이 어렴풋이 보였다. 1키로 안되는 지척의 거리에 사랑하는 연변댁과 늙은 아비가 있었다. 헛된 욕망의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6개월전으로 시계를 돌릴 수 있다면…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올해 3월 아직 찬바람이 쌀쌀한 초봄 어느 밤이었다.
“ 방 있어요? “
수부실 구멍으로 젊은 남자 한명이 고개를 들이 밀었다. 보통은 잠시 쉬었다 갈꺼다. 잠자고 갈꺼다 말하며 돈만 내미는데 이 남자는 머리를 숙여 수부실안을 빼꼼히 들여다 보았다.
“ 네… 4만원입니다 “
덕수 역시 밖을 내다 보았다. 젊은 남자 한명이었다. 이 지역 모텔들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대부분불륜커플들이다. 남자 한명만 자는 경우는 드물었다. 덕수는 돈을 받으며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손님이 왠지 낯이 익었다.
“ 어? 이게 누구야… 송덕수 일병 아냐? “
“ 누구… ? “
“ 나야… 나… 이명국… UDT교관… 기억 안나? 야… 정말 오랜만이네.. 몇 년 만이야 응? 한 8년 넘었지? 야.. 반갑다. 친구… “
그제서야 생각났다. 이명국… 결코 잊지 못할 이름… 그 개새끼…
“ 오.. 오랜만이네요 “
“ 하하! 야~! 그동안 잘지냈어? 이렇게 또 만나네… 캬캬캭! 아…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술 한잔 하자! 내가 살께… “
명국은 호들갑을 떨었다. 착한 덕수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날 밤 억지로 끌려가 술을 마셨다.
그날 이후 유독 명국이 친하게 접근해왔다. 한달에 두어번 모텔을 드나들었다. 사촌형 밑에서 건설일을 도와준다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명국이 은밀한 제의를 했다. 기분 나쁜 예감이 강하게 들었으나, 2억이란 돈은 그 예감을 물리치고도 남을 만큼 강한 유혹이었다.
자꾸만 흐려지는 의식을 애써 잡으며 연변댁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모습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덕수는 그것이 슬퍼 눈물을 흘렸다. 입에서는 피가 튀어나왔다.
“ 누나… 보…보고.. 시… 쿨럭~! 크억! “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떨던 덕수의 몸이 잠시후 조용해졌다.
“ 에이… 씨발새끼… 그러게 진작 좀 내놓지… 사람 개고생 시키고 있어… 아놔~! 개새끼… 피 다 튀었잖아. 에이… 씨발… “
명국은 욕을 지껄이며 덕수의 죽어가는 몸을 발로 툭툭 찼다. 덕수의 반응이 없자 명국은 덕수의 시체를 좀 더 후미진 곳으로 옮기고는 나무며 풀로 대충 덥었다. 꼼꼼히 처리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불과 10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도로에는 간간히 차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얼마 못가서 발견될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명국은 생각했다. 덕수가 발견될 때는 이미 자신은 한국땅에 없을 거니깐…
명국은 차를 돌려 다시 시내로 향했다. 담배를 한대 피워 물고는 창문을 열었다. 얼굴에 부딪쳐 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담배를 몇모금 빨고는 차창 밖으로 던졌다. 얼굴에서 미소가 서서히 번지더니 급기야 괴기스런 웃음을 터트렸다.
“ 꺄아호~! 캬캬캭! 5억이다! 5억! 씨발~! 난 태국으로 간다 캬캬캭! 꺄아호~!! “
덕수에게 뺏은 2억과 이번 일 마무리 하는 대가로 건욱에게 3억을 받기로 하였다. USB만 넘겨주면 자기 할 일은 다했다. 손에 피를 묻혔지만 명국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이런 제의를 받는다면 역시 똑같이 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 하고 싶었다.
악마를 태운 차는 쏜살같이 칠흙 같은 밤길로 사라졌다.
호연리 일대에 밤안개가 내려앉고 있었다.
수사는 또다시 답보상태에 빠져들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퍼즐조각이 하나씩 맞추어져 가고 있는 것 같으나, 결정적인 고리가 빠져있었다. 그 결정적인 고리가 덕수였다. 최미정이 사체로 발견된 지 31일째였고, 덕수가 행방불명된지 7일째였다.
강두는 답답했다. 실타래마냥 엉켜있는 머리속을 정리하고 싶었다. 이럴때 강두는 무작정 차를 몰고 한바퀴 휘이 쏘다니는 버릇이 있었다. 영숙을 차에 태웠다.
“ 어딜 가요? 일 안하고… “
“ 머리 좀 식힙시다. 머리 좀 식히면… 뭔가 가닥을 잡을 수도 있어요 “
강두는 털털거리는 차를 야외로 몰았다. 소나기가 올려는지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차를 광역시 일대에서 제일 유명한 산으로 몰았다. 드라이버 하기에 좋은 장소였고, 지극정성으로 소원을 빌면 그중 한가지는 들어준다는 불상이 있는 산이었다.
여름의 녹음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 후두둑~! “
먹구름이 짙어진 하늘이 결국은 소나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 아따~! 분위기 조오타~! 시원하구만~! 좍좍 쏟아져라… 허허허~!! “
강두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뭔가 헛헛함이 묻어나는 웃음이었다.
“ 기분 좋은가 봐요~! 호호~ “ 영숙이 따라서 웃었다. 역시 2% 부족한 웃음이었다.
“ 뭐.. 기분이 좋아서 웃겠수? 좋아질려구 웃는거지… 깝깝~ 하지만… 웃어봅시다~ 허허~! “
“ … 그러지요. 후후~ “
강두는 산허리를 감아도는 길가 공터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핸들에 몸을 기대고는 비가 내리는 산아래 풍경을 감상하며 말했다. 어둑한 날씨에 소나기가 무섭게 내렸고, 차 지붕을 때리는 소나기 소리가 좋았다.
“ 돌이켜 보니 벌써 이 생활만 7년째입니다. 7년 동안 형사질 하면서 이번에 제일 열심히 뛰는 거 같아요. 이번 사건이 좀 특이해서 내가 이렇게 설치지… 다른 때는 안그랬어요. 말 그대로 복지부동… 킥킥킥! 그런데 이번 사건은 뭔 수를 쓰던지 꼭 잡고 싶네요. “
내리는 비를 보며 강두가 무심히 말했다.
“ 저도 마찬가지에요. 처음에는 사심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잡고 싶어요. 범인 내손으로 잡아서 왜 그랬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했는지 알고 싶어요. 그리고 법의 심판이란거 꼭 받게 하고 싶어요. “
“ 그렇다고 너무 오바하진 말아요. 위험할 수 도 있어요. 물론 경찰로서 당연히 그런 마음 가져야 하는 거지만, 의욕이 앞서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요. 내가 노력한다고 무조건 되는 거 아니거든요. 강력사건중 미해결 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담당 경찰중 노력 안하는 사람 없어요. 다들 밤잠 설쳐가며 뛰지만, 모두 다 해결 되는거 아니거든.. 운도 따라줘야 하고, 무엇보다 몸 안다치고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 우선이에요.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밥 벌어 먹고 살아야 되잖아요 “
“ ;;;;;; “
“ 뭐… 암튼… 김형사는 똑똑하고, 이뿌고, 그리고 옆에서 보니까… 꿈도 큰거 같은데… 몸 망가지면 다 허사에요. 알았지요? 몸 조심하기… “
“ 풋~! 호호… 고맙긴 하네요. 남 생각도 다해주시고… 참… 딸이 한명 있다고 했죠? “
“ 그러게요…그 놈 없었으면… 벌써 때려쳐도 백번은 넘게 때려쳤을 겁니다. 킥킥~! “
강두의 얼굴에 얼핏 미소가 비치는 것을 영숙은 보았다.
“ 다른 가족은요? “
“ 뭐.. 모친 계시고… 마누라는 도망갔소… 미소 태어난 지 3살도 채 안돼 도망갔소. 잘 도망갔지… 내 같은 놈 옆에 있어봐야 고생만 하지… 킥킥~! “
“ …… 재혼…. 안해요? “
“ … 내 한테 관심있소? 킥킥~! 뭘 그런거까지 물어~? “
“ 과.. 관심요? 어머~! 별 착각을 다하시네요. 그냥 물어본거지… 딸을 생각해서… “
“ 캬캬~! 아따~! 그냥 해본 소리 가지고 예민하게 반응하시긴… 재혼요? 저어언혀 관심 없어요 “
강두는 괜히 낄낄거렸다.
“ 뭔 또 엄한 여자 고생 시킬려구… 미소만 그저 잘 키워서 시집보내면 끝~! 무사히 퇴직해서 화물차나 몰아볼까 생각중이오… 안그래도 이번 사건만 안터졌어도 올 여름부터 짬짬이 학원 다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좆도… “
“ 또 욕이다. 어이구… 근데 이형사님 생각보다 착하네요? “
“ 아니.. 내가 그럼 안착한 놈이였단 말이요? “
“ 처음 봤을때는 이건 형사인지 깡패인지 구분이 잘 안갔어요. 쳐다보는 눈길도 기분 나빴고… 뭐 아주 틀린건 아니죠. 여자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욕 입에 달고 살고… 킥킥! “
“ 어허… 이 아줌마가… 욕이야? 칭찬이야? “
“ 어허! 아줌마라뇨? ‘김형사님’ 호칭 정확하게 하세요~! 그리고 제가 틀린 말 했나요? “
“ 크험!.. 뭐… 이제 정신 차려야죠! 아.. 이미 정신 차렸어요. 여자… 술… 이제는 끝~! “
“ 호호~! 잘하셨어요. 이왕이면 하나 더 고쳐주세요. 그 스멀거리는 눈길… “
“ 아.. 자꾸 눈길 눈길 하는데… 내 눈길이 뭐 어때서? “
“ 솔직히 안좋잖아요. 아무튼 그래요… 어… 싫어요 “
“ 내가 다른 여자한테는 안그래요. 이래뵈도 얼마나 눈이 높은데… 그러게 왜 그렇게 이뿌쇼? 김형사가 이뿌니깐 그런거 아뇨 “
“ 호호~! 정말요? 저만 그렇게 보나요? 칭찬으로 듣죠. 근데… 다른 사람 눈길은 안 그런데… 유독 이형사님 눈길만 그렇게 느껴져요. 최진수 형사나 팀장님 눈길은 전혀 안그래요. 그러니깐 내가 이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형사님이 음흉하게 봐서 그런거예요 “
“ 아… 정말… 난 그냥 보는건데…어험~! 뭐 물론 사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근데… 내 눈길이 그렇게 기분 나빠요? 아.. 이거 어쩌지… 난 그냥 쳐다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데… 큰일이네… 파트너로써 안쳐다볼 수도 없고.. 킥킥~! “
“ 기분 나쁘다기 보다는… 뭐… 다른 사람 눈길이랑.. 느낌이 다르니깐요. 암튼 좀 불편해요. 기분도 이상하고… “
“ 이상해요? 어떻게? “
강두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 그냥… 암튼 그래요.. “
산아래를 바라보던 영숙의 눈에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산아래 풍경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기분 나쁜 건지… 이상한 건지… 이상하면… 어떻게 이상한 건지 말해줘야 내가 고치던가 하죠 “
대화가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강두는 재미있었다. 가랑이 물건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영숙은 기가 막혔다. 대화가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제를 돌리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 이제 그만해요. 이런 얘기… 기분 나빠요. 동료로써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네요 ‘
이렇게 매몰차게 말해야 하는데…
“ 아이.. 왜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요~? “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영숙이 말했다.
“ 어.. 미.. 미안해요 험~! “ 겸연쩍은 듯 강두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 …. “
“ …. “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영숙은 이런 침묵이 싫었다.
지금까지 두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서로간에 알고 있었다. 애써 모른 척 할 뿐이지…
때로는 모른 척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속내를 털어 놓는다는 것이 편했던 관계를 오히려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이 그랬다.
다시 편한 관계로 돌릴려면, 방법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다시 모른척 하는 것이다. 얼굴에 철판 깔고 누구 하나가 너털웃음으로 넘기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왕 털어놓은 거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것이다.
영숙은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영숙은 쏟아지는 비를 보며 말했다.
“ 음... 이형사님이랑 있으면…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아요… “
“ …… “
“ 이형사님 만나기 전까지 나는 일에 파묻혀 지냈고, 멋진 경찰이 되고 싶었고, 크게 되고 싶었어요. 내 삶의 목표였죠. 가정도 평안하고, 남편은 착한 사람이고, 저도 별 다른 불만 없었고, 직장 가정 모두 바른 생활이었죠. 계획된 생활이고, 예측 가능한 삶이었어요 “
“ …. “
“ 그런데…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부터 이 모든게 헝클어지기 시작했어요. 생활도… 생각도… 모두다… 나하곤 정반대인 이형사님을 만났고… 얘기하고… 같이 수사하고… 올 여름은 남편보다 이형사님하고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네요. 이 형사님이랑 있으면…안정이 안돼요. 들뜨고… 암튼.. 안정이 안돼요. “
타이밍이었다.
여자를 숱하게 후려본 강두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여자가 이 정도까지 말했다면, 작업성공확률 99%다. 남은 1%는 남자의 액션이다. 말이 필요없다.
바로 키스…그리고 가슴… 그리고… 더 깊은 곳…
강두는 영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몸을 서서히 기울이며…
“ 안정이 안돼요? 안정이 안되면… 바깥정!! “
이건 뭔… 시츄에이션? 뜸금없이 왠 쌍팔년도 먹히지 않을 개그를…
달달하게 들뜬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영숙이 황당한 표정으로 강두를 바라보았다.
강두는 더 죽을 맛이었다.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칠 강두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영숙은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지난번 회식때는 하고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보면 볼수록,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영숙은 강두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영숙은 영숙대로 죽을 맛이었다. 일단 부끄러웠다. 처음 감정을 드러냈다. 남편에게도 이런 감정은 없었고, 감성적인 고백은 더더욱 없었다.
생전처음 마음을 보였는데… ‘바깥정?’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저 시커먼 색골 강두가 갑자기 미워지기 시작했다.
“ 빨리 가요! 근무시간에 이런 곳에 사람 끌고와서 이게 뭐예요? “
싸늘한 표정으로 영숙이 말했다.
게임은 끝났다.
“ 아… 알았어요.. 쩝.. “
입맛을 다시며 차를 공터에서 뺄려고 하는데 강두의 핸드폰이 울렸다.
꼴통진수의 전화였다. 얼마나 크게 말하는지 영숙에게도 또렸이 들려왔다.
“ 형! 어디에요? 빨리 호연리로 와요! 송덕수가 시체로 발견됐어요! “
“ 에이… 씨발 좆도… “
호연리를 약 700m 가량을 앞에 둔 한적한 산길도로... 그 도로에서 약 10여미터 떨어진 숲이 우거진 후미진 곳에 송덕수는 나뭇가지에 가려진 채 누워 있었다.. 강두와 영숙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수와 초동수사반은 송덕수 시체 주변을 먼저 살펴보고 있었다.
조금전까지 내린 소나기로 숲은 축축했다.
“ 산나물 뜯으러 온 동네 할머니가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엎드려 있었어요. 바로 눕혀 살펴보니까 날카로운 칼로 배를 세번 찔렸어요. 찔리고 곧 죽었는 거 같아요. 와~ 벌써 4번째에요 “
진수가 호들갑을 떨었다.
“ 조용히 해봐.. 임마.. 호들갑 떨지 말고… “
강두와 영숙은 덕수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에 시체는 빠르게 부패하고 있었다. 악취가 진동했다. 피는 빗물에 씻겨져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얇은 여름티의 복부 부분은 칼자국이 세군데 나 있었다. 상처부위를 보니 벌써 구더기가 쓸고 있었다. 왼손은 복부를 감싸쥐고 있었고, 오른손은 위로 올려 얼굴옆에 두고 있었다. 얼굴 표정은 사망 당시의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코를 막으며 강두가 말했다.
“ 음… 죽은 지 한 삼일정도 된거 같은데… “
“ 처음에 엎드려 있었다고 했죠? 사체를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바로 눕혔나요? “
영숙이 진수에게 물었다.
“ 그렇죠. 혹 살아있나 싶어서 그대로 바로 눕혔죠? 왜요? “
“ 이거봐요. 오른손…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었는데… 검지손가락만 펴져 있어요. 손 건드리진 않았죠? “
“ 엎드려 있는거 바로 눕힌 거 밖에 없다니깐요! “
“ 최형사님~! 그래도 처음에 엎드려 있던 상태로 다시 눕혀봐요 “
“ 예? 왜요? “
“ 잘 보세요. 오른손검지… 뭔가를 가리키는 것이지 몰라요 “
강두가 눈을 반짝였다.
사체는 이미 딱딱하게 경직되어 왠만한 돌덩이 보다 무거웠다. 강두와 진수가 힘을 합쳐 덕수를 다시 엎드려 눕혔다.
엎드린 덕수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사체옆의 손바닥만하게 둥글넙적한 돌에 놓여졌다.
“ 이 돌 원래 있던거 였어요? “
영숙이 또다시 진수에 물었다.
“ 아놔…김형사님~! 말씀 드렸잖아요! 엎드려 있는 거 바로 눕힌 거 밖에 없었다니깐요! 그 돌도 그대로에요 “
진수가 약간 짜증스런 어투로 대꾸했다.
“ 이형사님 이것 보세요. 덕수의 오른손 검지는 돌위에 정확하게 놓여져 있네요. 제가 추리해보건데… 덕수는 죽기전에 돌에 뭔가를 써지 않았나 싶어요 “
“ 음… “
강두와 영숙이 그 돌을 자세히 들어다 보기 시작했다. 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아무것도 없는데? “
“ 비에 씻겨 나갔지 않았을까요? 돌에 손가락으로 무엇을 썬다? 자기 피로 쓰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비에 씻겨 지워졌어도 어느정도 복원 가능하지 않을까요? “
“ 오케이~! 당장 한번 검사해봅시다. 꼴통! 이거 감식반으로 넘겨! “
“ 카악~! 퇘!! 이 씨발 좆 같은 세상… 누구는 좆뺑이 치면서 하루 하루 연명하는구만, 이런 개양아치 같은 놈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으니… 아.. 씨발 좆 같은 세상!! “
강두는 대왕건설 입구의 번쩍이는 대리석 계단에 가래침을 내뱉으며 쌍욕을 지껄였다.
덕수가 시체로 발견된 이상 CCTV와 몰래카메라 구입을 연결시켜준 대왕건설 정건욱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팀장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대왕건설로 향했다.
“ 제발 좀.. 성질 좀 죽이고.. 욕 좀 그만하세요 “
강두는 영숙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듣고는 거칠게 현관 회전문을 밀고 들어갔다. 들어서는 강두 일행이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제법 덩치가 있는 수위 둘이 굳은 표정으로 강두 앞을 막아섰다.
“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리고 누구신데 함부로 침을 뱉고 그러십니까? “
“ 어쭈… 존 말할 때 물러서쇼… 골로 가는 수가 있으니깐! “
“ 어허! 이 사람이… 안되겠네 “
둘 중 좀 더 젊은 수위가 인상을 구기며 앞으로 나섰다.
배알이 꼴려있던 강두가 사고를 칠꺼 같아 영숙이 황급히 둘 사이를 막아섰다.
“ 아.. 잠깐... 우린 북부서 강력계에서 나왔어요. 김영숙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이강두 형사구요. 대왕건설 ‘정건욱 이사’를 만나러 왔는데요 “
순간 수위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 잠깐만 기다리세요 “ 둘 중 조금 더 나이든 수위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지금 해외출장중이시라는데요 “
“ 좆까는 소리 하지 마쇼. 출국기록까지 다 조사하고 왔으니깐… “
난감한 표정을 짓던 수위가 다시 전화를 했다.
“ 올라오시라는 데요. 12층 가시면 됩니다. “
건물 가장 높은 12층 전체는 대왕건설 회장실과 비서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마자 온통 번쩍이는 대리석으로 마감한 것이 굴지의 대기업 회장실을 연상케 하였다.
강두 일행이 엘리베이트를 내리자마자 산뜻한 정장차림의 말끔하게 생긴 사내가 두 사람을 맞이하였다. 정건욱 이사였다. 금테 안경 너머로 눈매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제가 정건욱이라고 합니다. 어쩐 일이시죠? “
“ 야아… 끝내주네… 이건 뭐… 우아… 와… “
강두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여기저기를 휘휘 둘러보았다. 그럴만 했다. 고가의 수입대리석은 천정까지 도배되어 있었고, 은은한 조명이 대리석을 분위기 있게 빛내고 있었다. 엘리베이트 바로 맞은편 정면에는 금박으로 ‘E&C DEAWANG’ 이라고 품위 있게 양각되어 있었다.
“ 정건욱씨! 송덕수 살해사건 조사와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를 좀 하고 싶은데… 어디 들어가서 말씀 좀 나눌까요? “ 영숙이 말했다. 냉정하던 정건욱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강두는 놓치지 않았다.
“ 누구요? “
“ 송덕수… 어제 호연리 근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됐소. 아… 모른다고 설레치지 마쇼. 딱 보니 프로인거 같은데 우리 이런걸로 시간낭비 하지 맙시다. 아… 그건 그렇고 이렇게 복도에 세워 둘꺼요? 쓴 커피라도 한잔 줘야 돼는거 아뇨? “
강두가 복도를 무작정 걸어갔다.
“ 아… 거긴 회장실이요. 이쪽으로 갑시다 “ 앞장서는 건욱의 손이 주먹을 말아쥐고 있었다. 손등의 정맥이 불거졌다.
비서실에 딸려있는 손님접견실 또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고급스런 비서실에 어울리는 여직원이 차를 내왔다. 강두가 차를 내오는 여직원의 몸을 벗겨 낼듯이 바라보았다.
“ 와… 미인이십니다. 전 영화배우 박시연이 걸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흐흐 “
“ 감사합니다~ “
여직원은 살짝 미소지으며 차를 내려놓았다.
옆에 앉은 영숙의 눈이 치켜올라갔다.
‘ 하여튼… 인간… 구제불능이야 ‘
건욱은 침착했다. 접견실 쇼파에 다리를 꼬고는 천천히 차를 음미하며 말했다.
“ 정건욱씨 3개월전 쯤에 송덕수에게 골목시장에서 불법전자제품 판매하는 INTEL전자 최두식을 소개한 적 있죠? 송덕수는 최두식에게 보안해제된 CCTV랑 몰래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호연리 연쇄살인사건은 송덕수와 관련이 깊어요. 자~ 송덕수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왜 소개시켜 줬는지 말씀 좀 해주시죠 “
“ 흠… 송덕수가 죽었어요? 안타깝네요. 착한 친구였는데… 알게 된 것은 레이크모텔 몇번 잠자러 갔다가 알게 된거고… 착한 친구길래 술한잔 하면서 친해졌고… 최두식을 소개시켜 준 것은 덕수가 그런 물건들이 필요하다고 저한테 알아봐 달라고 해서 연결시켜 준거고… 그게 다에요 “
강두가 끼어들었다.
“ 최두식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요? 왠만한 사이가 아니고선 그런 물건들 소개 안시켜 줄텐데… “
“ 예… 뭐… 옛날 시절에 잠깐 알던 사이였죠 “
“ 어허~! 왜 이러실까? 최두식은 모르는 사이라고 하던데… 종팔이… 아~! 이젠 김종팔 회장님이시지~ 아무튼… 김종팔씨 소개로 물건 팔았다고 하던데… “
건욱의 눈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곧 잔잔해졌다.
“ 어허~! 왜 그랬을까요? 그 친구가… 벌써 치매가 왔나?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
“ 어허~! 왜 자꾸 이러실까? 내가 먼저 만나 확인까지 했는데… 계속 딴 소리를 하시네… “
“ 어허~! 왜 자꾸 그러세요? 서로 아는 사인지 모르는 사인지 서로 얼굴 한번 맞대고 얘기 좀 해봐야 겠네요. 그 친구 어디 있나요? 내가 좀 따져봐야겠네요 “
“ 어허~! 정말 왜 자꾸 이러실까? 젊은 친구가 말귀를 못알아듣네… 종팔이… 아~! 미안 내가 자꾸 종팔이 종팔이 하네.. 하하… 김.종.팔~ 회장님 안에 있소? 내 한번 인사나 하고 가야겠네. 유능한 정건욱 이사님께서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밑에 애들 교육 좀 잘 시키라고.. “
건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 말조심해~!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니오! “
“ 함부로 불러긴 누가 함부로 불렀다고 그래? 종파리를 종파리라고 하지 좆파리라고 할순 없잖아?
쾅~!
참다못한 건욱이 원목 탁자를 내리쳤다.
“ 당신 죽고싶어? 어디 감히 짜바리 새끼가 회장님을 모욕해? “
건욱이 무너지고 있었다. 항상 냉정한 머리와 판단을 했던 건욱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당장이라도 강두를 향해 주먹을 날릴 태세였다.
“ 난 종파리 모욕~! 당신은 경찰관 모욕~! 키킥~! “
강두가 느물거렸다. 작전이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 사실 최두식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정건욱과 김종팔이 이번 사건에 엮어있다는 것은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해야했다. 강두는 그 점을 노리고 정건욱의 약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먹혀들어가고 있었다.
그랬다. 평소의 건욱이라면 이렇게까지 반응할 리 없었다. 형사 나부랭이 한두번 상대해보는 것도 아니고, 산전수전공중전 안해본 것 없는 건욱이 흔들릴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방금전에 송덕수가 시체로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명국에게 USB를 받아오라고만 얘기했지 죽이라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물론 확실한 입막음을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으나, 덕수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건욱은 덕수가 죽으면 오히려 자신이 수면으로 드러날 것 같다는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었던 것이다. 간단하게 돈주고, USB 받고 끝내야 했다. 그런데 명국이 덕수를 죽였다. 아마 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USB를 자신에게 넘겨주며 일한 대가로 3억을 또 받아갔다.
“ 형~! 깨끗하게 처리됐어요. 입막음 확!실!하게 했어요~! “
그리고는 명국과는 연락이 되질 않았다.
‘ 개새끼~! 이 개새끼~! 같이 라스베가스로 가자고 했는데…‘
건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이 꼬여가고 있었다.
건욱은 부들거리는 주먹을 꼭 말아 쥐며 한숨을 몰아쉬고는 평정을 유지할려고 애썼다.
“ 흠… 좋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어떻게 씨불거리든 상관없소. 난 사실대로 말했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이게 전부요. 이제 볼일 끝났으면 나가 주시요 “
“ 어허~! 회장님 좀 만나보자니깐? “
“ 회장님은 당신 같은 짜… 후… 쫄다구 경찰 상대할 만큼 여유로운 분이 아니요. 그만 일어서서 나가시오. 험한 꼴 나기전에… “
“ …. “
느물거리던 강두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 이 개 쌩양아치 새끼가 장단 좀 맞춰줬더니 눈에 뵈는게 없냐?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가 졸로 보이냐? 존말할때 안내해라~ 김종팔… 칠성파 부두목 출신… 불법 용역업체 대왕산업 전대표, 불법주류도매 대왕유통 전대표, 공갈, 사기, 협박, 금품갈취, 살인교사 혐의 기타 등등 옛날꺼 까지 다 한번 들춰봐? 영장청구해서 정식으로 난장판 만들어 줄까? 더 속시끄럽게 해줘? 응? “
강두가 낮게 으르렁 거리며 건욱 코앞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건욱 또한 대등한 기세로 강두의 살벌한 눈빛을 받아냈다.
“ 훗! 어디 마음대로 해보쇼. 정식으로 뒤집던… 안정식으로 뒤집던… “
“ 하! 이 좆만한 양아치 새끼가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나 북부서 이강두야… “
“ 아.. 그려서요? 안나가면 끌어내는 수 밖에… 어이 미스김! 이과장 불러! “
“ 어이~! 양아치… 아까는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쫄다구 불렀어? 좋아…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
두사람의 살벌한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영숙은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당황스러웠다.
“ 이형사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
아무리 경찰이라도 어떤 법적인 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무작정 들이닥쳐 소란을 피우는 것은 동네건달 깽판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징계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막무가내 강두였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을 모를 리 없을텐데…
산이 비서실로 걸어 들어왔다. 산은 산인데 바위로 만든 돌산이었다. 영숙은 그 덩치가 주는 위압감에 입이 벌어졌다. 강두도 당황스럽기는 매 한가지였다.
“ 이과장! 이분들 가실때가 됐는데 아직 이러고 계시네. 내가 좀 바빠서 그러니까 이분들 밖으로 안내 좀 해드려 “
“ 캬캬! 양아치 너 좀 웃긴다! 뭐야? 저 돼지는? 킥킥! 아우씨~ 오늘 간만에 운동 좀 하겠네… “
강두는 일어나서 윗도리를 벗더니 권투폼을 잡고는 손으로 쉭쉭 소리를 내며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 쉭!쉭! 이것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녀! 쉭!쉭! 내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여! 쉭!쉭! “
“ 쿡쿡~ “
강두의 어이없는 행동에 영숙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건욱과 이과장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아좌~! “
강두의 호들갑스런 기합과 함께 오른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이과장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 쿠당탕! “
이어지는 장면은 뻔한 것이었다. 밋밋하게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 못할 바보는 없었다. 이과장은 강두의 주먹을 몸을 틀어 살짝 피하고는 두손으로 강두를 밀었다. 중심을 잃은 강두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원목탁자에 떨어지더니 이어 건욱이 앉아있는 소파쪽 바닥으로 떨어졌다.
“ 아야~! 아우 야~! “
강두가 허리를 움켜지며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 어머~! 이형사님! 괜찮아요? “
놀란 영숙이 강두에게 달려 들었다.
“ 아야야~! 허리! 허리! 크윽~! “
강두가 호들갑을 떨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아야야~! 돼지 너! 너 이제 나한테 죽었어. 각오해! “
그러자 이과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강두에게 다가왔다.
강두가 움찔 뒷걸음치며
“ 아.. 지…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니 기습공격에 잠시 부상을 입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김형사님 집에 가요. 아.. 아니 서로 가요! 아야야~! “
영숙은 기가 찼다. 대왕건설을 쩔룩거리며 나서는 강두의 뒷모습을 보며
‘ 찌질이의 완결판’ 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산에서부터 방금전의 모습까지…
평소 느껴왔던 강두의 매력, 거친 남자의 섹시한 매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대왕건설 으리번쩍한 정문 회전문을 힘겹게 여는 강두의 모습을 보며 예의 그 수위 두사람이 낄낄거렸다.
영숙은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왕건설을 조금 벗어나자 쩔룩거리던 강두가 걸음을 멈추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곤 대왕건설 맨 꼭대기 층을 흘낏 쳐다보고는 걸음을 다시 재촉하였다. 모통이를 돌아 대왕건설을 완전히 벗어나자 강두는 담배에 불을 땡기더니, 허공에 대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강두의 구부정했던 허리가 꽂꽂이 펴지기 시작했다. 쩔룩거리던 다리 역시 쭉 펴지며 점점 빠르고 힘찬 걸음으로 급히 차를 향해 걸어갔다.
“ 자… 잠깐만요! 이형사님 잠깐만요~ “
급히 차에 오른 강두는 앞좌석 대시보드에서 작은 무선송신기 같은 것을 찾아서는 달려있는 이어폰을 귀에 꽃았다. 그리고 녹음버튼을 눌렀다.
“ 괜찮아요? 이형사님? “
빠른 걸음의 강두를 쫓아오기가 꽤나 힘들었던지 영숙은 숨을 조금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쉿잇! “ 강두가 손가락을 입에 대더니 조수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철썩! 철썩!
대왕건설 회장실에서 손바닥 파열음이 약하게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육중한 문을 뚫고 나올 소리라면 아마도 안쪽에서의 그 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의 열배는 더 클것이었다.
건욱이 뒷짐을 지고는 대왕건설 김종팔 회장의 빰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여러 차례 맞았는지 건욱의 입술에서는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철썩! 철썩! 김종팔은 건욱의 뺨을 계속 때리며 말했다.
“ 정건욱 이사! 죽고싶냐? 왜 정신을 못차리노? 옛날에는 너 이러지 않았잖아. 똑똑하고, 깔끔하고, 완벽하게 일처리 했잖아! 말해봐라! 맞지? 칠성파 시절 큰형님도 니가 설계해서 보냈잖아. 그런데 요즘 와이카노? 응? “
철썩! 철썩! 스무대 넘게 맞았는가 싶다. 건욱의 몸이 흔들렸다.
“ 어쭈? 진짜 와이카노? 이거 맞고 비틀거리나? 진짜로 이상해졌네… 똑바로 서라! “
“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께 해가 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치우겠습니다! “
“ 빙신아~! 이미 늦었다! 벌써 냄새 맡았는거 모르나? 이제는 감도 떨어졌는기가? “
“ 수… 수습하겠습니다. 제 목을 걸고 수습하겠니다 “
“ 후… “
김종팔이 올라가던 손을 그제서야 내리며 말했다.
“ 그래! 고마하자! 나도 손아푸다! 북부서 이강두라고 했나? 옛날 맹키로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번에도 실수하면 니가 처리된다. 쥐도 새도 모르게! 알았나? “
“ 옙! 알겠습니다. “
비서실로 돌아온 건욱이 싸늘한 눈빛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응.. 나야! 애들 풀어서 이명국 빨리 찾아! 개새끼야! 말이 많다! 니가 알아서 애들 모아! 찾으면 목숨만 붙혀서 나한테 데리고 와! 지금 당장 움직여! “
이어폰을 끼고있던 강두가 중얼거렸다.
“ 이명국…. 이명국이…. “
사실 강두는 조금전 이과장의 작은 움직임에 쓰러지고는 엄살을 부리며 일어서는 도중에 몰래 고성능도청기를 건욱이 앉는 쇼파의 밑 구석진 곳에 숨겨 놓았다. 무거운 원목쇼파를 뒤집지 않고는 찾지 못할 것이었다. 건욱을 자극한 것, 이과장을 상대로 오버액션 한 것, 절뚝거리며 회전문을 나서기까지 모두 철저한 연기였다.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감이라고 칭찬받아 마땅했다.
자초지정을 다 들은 영숙은 다시 한번 강두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강두의 반전이 두번 있었다. 마지막 반전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 명국아~! 어디갔니? 어디가야 찾을 수 있는 거냐? 응? “
한놈 나타나니, 또 한놈이 사라졌다. 놈을 잡아야만 한다! 놈! 이.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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