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AGENT : 9. Mission 1.
“네? 임무요?”
“응.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상황이 그래서 할 수 없어.”
“그래도 말이 안돼요. 전 이제 열흘 밖에 안됐어요.”
“알아. 그래서 우리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야. 하지만 네가 정 못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일단 들어보기는 해.”
“네.”
강영호는 중천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붉은 쥐는 겉보기에는 분명 조직폭력들이야. 그런데 그 놈들 하는 게 단순하게 조직폭력이 아닌 것 같아. 아마도 북한과 연관이 있다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M5가 투입이 된 것이었고.”
“그런데요?”
“M5가 그곳 어떤 고등학교에 정보원이 있어서 정보를 캤고 잠입까지는 했는데 한 달 만에 발각이 된 거야.”
“제가 할 일은 뭔가요?”
“우선 너를 그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들여보낼 거야.”
“기간제 교사요?”
“응. 그리고 M5가 접촉했던 정보원이 누군지 알아봐. 그게 네 임무야.”
“정보원만 알아내면 되는 거예요?”
“응. 그 정보원에게서 M5가 누구한테 어떻게 당했는지를 알게 되면 우린 붉은 쥐를 칠거고.”
“그냥 치면 안돼요?”
“후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럴 수 있나? 생각해봐. 그 놈들이 유력한 인사 안 끼고 그러겠어? 모르긴 해도 정부에도 연줄이 있을 거야. 그 놈들도 전부 북한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우린 그 놈들까지 다 잡을 생각이거든.”
“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정보원이 꼭 필요해.”
“정보원은 교사인가요?”
“그걸 몰라. 교사인지 학생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라. 우리가 아는 건 정보원이 학교에 있다는 사실 하나야.”
“막막하네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난 네가 잘 할 것이라고 믿어. 그래서 국장님께도 말한 것이고.”
“네. 알았어요.”
결국엔 지윤이 그 일을 맡기로 하였다. 지윤의 대학전공이 체육과 관련이 있으므로 체육교사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기관은 비상이 걸렸다. 일주일 동안 기관이 총 동원되어서 지윤을 속성으로 교육시켰고 지윤 또한 임무를 맡기 위해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학교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충성. 요원 허지윤은 명을 부여 받고 출발합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어려운 일이지만 난 K5가 잘 해내리라 믿는다. 항상 근처에 우리 요원들이 대기할 것이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 학교 교장과는 며칠간 계속 상의를 했어. 네 존재를 아는 것은 교장뿐이야. 교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그럼. 부탁한다. K5.”
K5는 지윤이 받은 코드네임이었다.
기관에 들어와서 3주 만에 임무를 맡은 경우도 없었고 코드네임을 받은 경우도 없었다. 대부분 6개월 이상의 훈련을 받고 그 후에야 코드네임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윤은 그 모든 것을 뛰어 넘은 것이었다.
신고를 마친 지윤은 배를 타고 나와 준비된 자동차에 올랐다.
“이 주소를 잘 봐둬. 네가 머물 아파트야. 급하게 구하느라 좋은 아파트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혼자 지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옷이나 책은 아파트에 준비해 뒀으니 살펴보고 도착하면 연락해.”
”네.“
자동차는 서울 역으로 갔고 지윤은 거기서 강영호와 헤어졌다. 이제는 기차를 타고 중천으로 가서 학교에 들어가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지윤은 중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다시 한 번 작전에 대해 생각을 했다. 학교에 가서 교사로서 일을 하면서 정보원이 누구인지 파악을 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정보원만 파악하면 조직을 일망타진 할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그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 다짐을 했다.
중천에 도착한 지윤은 아파트를 찾아갔다. 20평짜리 작은 아파트지만 혼자 살기에는 충분했다. 옷장에는 원피스를 비롯한 여러 벌의 옷들이 들어 있었다.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지윤은 아파트를 둘러 본 뒤 밖으로 나갔다. 학교 위치를 파악해 두기 위해서였다. 학교는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이니 걸어 다니기에도 딱 좋은 거리였다.
출근은 월요일인 내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지윤은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갔고 저녁을 먹은 뒤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하였다.
훈련을 받는 동안은 샤워를 자주 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다음 날 지윤은 정장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니 대부분 출근 전이었다. 경비의 도움을 받아 교장실로 가니 교장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처음 뵙겠습니다.”
“허허. 이렇게 젊은 분이 기관의 요원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더구나 이렇게 미인이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교장은 60이 넘은 중년의 신사로 보였다. 온화한 웃음이 정감이 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요. 내가 국장님으로부터 설명은 잘 들었어요. 아무쪼록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네.”
“우리 학교에 대해 설명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네. 남자 학교이고 학년 별로 전자과, 기계과, 화공과, 전산과, 정보산업과 이렇게 5개 반씩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요?”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떠실지 모르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시골의 실업고등학교다보니 중학교 때 놀았던 학생들이 많지요.”
‘네.“
“허지윤 선생님이라고 했나요?”
“네.”
“허선생님은 체육을 가르치기로 되어 있어요. 마침 체육을 담당하던 선생님이 간염으로 휴직을 해서 말이에요.”
“네. 그런데 학교에 체육 선생님이 한 분이셨어요?”
“네. 우리 학교는 체육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어서요. 물론 선생님께는 담임을 맡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신경을 써 주시고요, 특히 선생님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려면 조심도 해야 할 거예요.”
“네.”
“내가 팁을 하나 준다면 모르긴 해도 선생님이 찾는 사람이 교사일수도 있고 학생일수도 있어서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고3 학생들 중에 몇 명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네?”
지윤으로서는 귀가 번쩍 띄는 말이었다.
“국장과 대화를 하다 보니 왠지 고3 남학생 중에 몇 명이 집이는 게 있었어요.”
“어떤 점이요?”
“우선 돈을 많이 써요. 아마도 누군가에게서 지속적으로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일을 시키는데 그게 학생이 시킬만한 일이 아니에요.”
“어떤 일이에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를 들면 시멘트 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해킹을 한다든지 그런 거요.”
“어떻게 아셨어요?”
“지난번에 학생 한 명이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경수라고 시멘트 공장 사장 아들이었어요.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컴퓨터로 자료를 빼다가 걸렸는데 이유가 다른 학생이 시켜서 그런 것이라고 했어요. 시킨 학생이 누구인지 끝내 말하지 않았지만 내 짐작으로는 서홍준이라는 학생이 시킨 것 같더군요.”
“네.”
지윤은 이경수와 서홍준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학생이 시멘트 공장의 자료가 왜 필요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교장의 말대로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윤은 그 학생부터 단서를 잡아가기 시작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나갑시다. 우선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방송으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할 겁니다.”
“네.”
지윤은 교장을 따라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에는 20여명의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가 교장의 소개로 지윤을 인사시키자 모두들 박수로 환영을 해 주었다. 다들 지윤을 임시로 온 기간제 교사로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방송실로 가서 각 반에 연결된 TV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젊고 예쁜 교사가 와서인지 학교가 떠나갈 듯 환호성이 들렸고 온 학교가 들썩거렸다. 특히 체육을 담당한다는 교장의 말에 더욱 난리가 난 듯 좋아하고 있었다.
“허허허. 애들이 선생님을 보고 무척 좋아하네요.”
“.......................”
“여기 김선생이 교무주임 선생님이에요. 수업에 대해 말해줄 거예요.”
교무실부터 따라 온 김주임과 인사를 하였다. 나이는 40을 넘어 보였고 눈매가 날카롭게 보였다. 김주임은 지윤을 다시 교무실로 데리고 갔다.
“오늘 체육시간이 3시간이 있군요. 3학년 전자과가 3교시에 1학년 정보산업과가 5교시에 그리고 2학년 전산과가 6교시에 들었네요. 이번 주는 첫 주이니 운동장 보다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자리는 제 옆쪽이고요 체육관에 선생님 방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따라오세요.”
“네.”
지윤이 일을 편하게 하도록 교장이 배려를 해 준 것이었다. 체육관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농구장이 있었고 한 쪽에는 창고가 있었다.
창고 옆쪽에 문을 여니 사무실이 있었다.
“여기서 옷을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다른 분은 열쇠가 없으니 선생님이 관리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곳은 원래 락커룸이었는데 이번에 지윤의 사무실로 개조를 한 것이었다.
옷을 갈아입기에도 편했고 안쪽에 샤워 실이 있어서 운동 후에 씻는 것도 편리할 것 같았다. 지윤은 그곳에 체육복과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고 교무실로 가서 책상 정리를 하였다. 다른 선생님들의 책상에는 과별로 필요한 것이 있었으나 지윤은 체육담당에 담임도 맞지 않아서인지 별 물품은 없었다.
그리고 3교시가 되어 드디어 첫 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전자과는 3층에 있었고 3학년 교실은 맨 끝에 있었다. 지윤이 출석부를 들고 교실로 가는데 도중에 학생들이 지윤이 가는 것을 보며 서로서로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데 오히려 지윤이 쑥스러웠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여러 분과 체육을 같이 공부할 허지윤입니다.”
“와!”
학생들은 고등학생답지 않게 성숙해 보였다. 더구나 대학 준비를 하는 인문계 학생들보다는 많이들 놀았고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은 만큼 지윤에게 짓궂은 질문도 많이 했다. 제일 관심사는 애인이 있는지였고 지윤이 없다고 하자 모두들 좋아하는데 지윤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출석을 부를게요.”
“강호진”
“네.”
“김영식”
“네.”
몇 명을 부르다보니 다들 손을 들며 대답을 했다. 지윤은 한 명씩 살펴보며 계속 출석을 불렀다.
“이경수”
“.............”
“이경수”
대답이 없었다.
“이경수 학생 없어요?”
“왔었는데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어디 갔어요?”
“.....................”
다들 대답을 안 하는 눈치였다.
‘아!’
이경수라면 시멘트 공장의 사장 아들이라고 했었다. 학교에는 왔고 좀 전까지 있었는데 지금 없다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출석부를 확인했는데 서홍준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네. 나중에 확인할게요. 다들 그동안 체육은 어떻게 해 왔나요?”
“거의 안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이 겹쳤었습니다.”
“네.”
그 이야기는 교장에게 듣기는 했었다. 그동안 자격증을 취득하느라 전공 공부 외에는 자습 위주로 하였다고 들었다.
지난주에 자격증 시험이 거의 끝나서 이제부터 여름방학까지는 다른 과목도 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지금이 5월이니 7월까지는 체육 수업을 해야 했다. 그 날의 수업은 다른 반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관심사가 지윤이었고 지윤은 그 질문에 답하다보니 시간이 다 지나갔다.
다음 날도 체육시간은 비슷하게 수업을 했다. 1,2 학년이나 3학년의 다른 반은 별 문제없이 지나갔는데 3학년 전산과에 문제가 있었다.
서홍준이 전산과이고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었다.
김주임에게 말을 했더니 서홍준과 이경수 그리고 몇 명의 학생들에게는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 중 서홍준이 대장이고 다른 학생들은 그의 말을 듣고 지내는데 학교 뒤쪽에 있는 야산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며 놀기를 자주 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몇 번 주의를 주고 혼도 냈지만 학교나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는 불량한 학생들이라 선생님들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고3들은 2학기에 취업을 나가요. 그 학생들도 그렇게 처리를 할 거에요. 그러니 이제 여름방학까지만 지내면 되니 그때까지 그냥 두세요. 어쩔 수가 없어요.”
“네.”
하지만 지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만은 없었다. 누구인지 정보원을 알아내야만 했고 그러면 유일한 단서라고 할 수 있는 서홍준에게 접근을 해야만 했다.
지윤에게 주어진 기간이 여름방학 전까지였다. 그때까지는 정보원을 알아내서 국장에게 알려야 하고 기관에서 붉은 쥐를 일망타진함은 물론 그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정부의 인사나 북한과의 연계도 파악해서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지윤이 맡은 임무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알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오늘부터는 학생들에게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겠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교실보다는 체육관이 더 활동적이기 때문에 편하게 여겨졌다.
지윤이 학생들에게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스트레칭 등 기본적인 운동이었다. 다른 것은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지만 지윤이 자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수업은 3학년 정보산업과였다. 지윤은 추리닝 차림으로 학생들을 기다렸다.
“오!”
“와우!”
지윤을 본 학생들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윤이 나름 섹시하게 추리닝을 입고 있어서였다. 위에는 민소매 티를 입었고 아래는 운동용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섹시한 복장이었다. 학생들의 시선은 지윤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고 지윤은 지윤 나름대로 그런 시선을 즐기며 수업을 시작했다.
“모든 운동의 시작은 스트레칭 이예요. 그래서 오늘은 스트레칭을 할 거예요. 다들 체조 대형으로 서서 나를 따라 해요.”
지윤이 몸 풀기 스트레칭을 시작하자 학생들은 따라 하면서도 지윤의 몸매를 보기에 바빴다.
“죽인다. 몸매 봐.”
“우와~ 벗기면 더 죽이겠다. 히히”
“선생만 아니면 확 그냥.... 히히”
그만큼 지윤의 복장은 섹시했고 학생들은 작은 소리로 지윤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다. 지윤은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설명을 했고 학생들은 그런 지윤을 보며 따라하는데 사실은 대충 자세만 잡으며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 수업인 기계과도 비슷한 반응이었고 화공과 학생들도 지윤의 몸매만 보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그날의 수업이 끝나자 지윤은 체육관의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교무실로 갔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 반응이 좋던데요. 잘 가르치신다고 다들 좋아해요.”
“네. 감사합니다.”
지윤은 그것이 학생들의 허풍인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들 자신의 몸매에 대한 칭찬이지 결코 수업에 관한 칭찬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그런데 퇴근을 하여 집으로 가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샘 오늘 너무 예뻤어요. ㅋㅋ 다음 시간에는 좀 더 멋진 모습 기대할게요.’
“풋!”
문자를 보낸 학생이 누군지는 모르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호는 나중에 알아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답장을 보냈다.
‘고마워.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게. ㅎㅎ’
‘ㅋㅋㅋㅋ 감사.’
지윤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갔고 다음 날의 수업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 날 수업을 듣기 위해 체육관으로 오는 학생들은 어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말에 기대에 찬 모습으로 체육관에 들어왔고 지윤의 복장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와!”
“우와. 죽인다.”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윤은 오늘도 스트레칭을 수업한다면서 그에 맞는 복장을 한 것이었다. 어제는 검정색 계통의 옷이었다면 오늘은 상의는 흰색이고 하의는 보라색인데 특히 하의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그냥 보면 민망할 수준이었다.
지윤은 자신의 몸매를 그것으로 과시를 했고 확실하게 학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것은 지윤의 작전이었다. 이렇게 해서 학생들의 시선을 끌고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서홍준을 비롯한 몇 명의 학생들도 소문을 들을 것이고 자신에게 접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들이 현재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고 있으나 분명 며칠 이내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이 체육시간에 지윤이 이런 복장으로 수업을 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작전은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금요일 수업이 끝난 후 학생 중에 서홍준의 심부름을 하는 2명의 학생이 수업 시간에 본 지윤의 모습을 서홍준에게 말한 것이었다.
“야, 새로 온 체육선생 죽인다.”
“어느 정도인데 그래?”
“몸매가 와! 말도 안 돼. 얼굴도 정말 예뻐.”
“킬킬킬 자식. 완전 뿅 갔나보네.”
“응. 홍준이 너도 한 번 봐야하는데.”
서홍준과 함께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2명의 학생이 물었다. 한 명은 이경수이고 다른 한 명은 김종문이라는 학생이었다.
“정말 그렇게 대단해?”
“야, 그런 년은 천지에 깔려 있어. 지난번에 술집에서 본 애만 하겠냐?”
“술집? 아! 희경이 말하는구나?”
“히히 희경이도 예쁘지만 체육선생은 달라. 선생 같지 않게 너무 예뻐.”
2명의 학생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지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홍준을 비롯한 2명의 학생은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네? 임무요?”
“응. 이게 말도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상황이 그래서 할 수 없어.”
“그래도 말이 안돼요. 전 이제 열흘 밖에 안됐어요.”
“알아. 그래서 우리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야. 하지만 네가 정 못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일단 들어보기는 해.”
“네.”
강영호는 중천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붉은 쥐는 겉보기에는 분명 조직폭력들이야. 그런데 그 놈들 하는 게 단순하게 조직폭력이 아닌 것 같아. 아마도 북한과 연관이 있다는 판단을 했어. 그래서 M5가 투입이 된 것이었고.”
“그런데요?”
“M5가 그곳 어떤 고등학교에 정보원이 있어서 정보를 캤고 잠입까지는 했는데 한 달 만에 발각이 된 거야.”
“제가 할 일은 뭔가요?”
“우선 너를 그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들여보낼 거야.”
“기간제 교사요?”
“응. 그리고 M5가 접촉했던 정보원이 누군지 알아봐. 그게 네 임무야.”
“정보원만 알아내면 되는 거예요?”
“응. 그 정보원에게서 M5가 누구한테 어떻게 당했는지를 알게 되면 우린 붉은 쥐를 칠거고.”
“그냥 치면 안돼요?”
“후후.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럴 수 있나? 생각해봐. 그 놈들이 유력한 인사 안 끼고 그러겠어? 모르긴 해도 정부에도 연줄이 있을 거야. 그 놈들도 전부 북한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우린 그 놈들까지 다 잡을 생각이거든.”
“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정보원이 꼭 필요해.”
“정보원은 교사인가요?”
“그걸 몰라. 교사인지 학생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몰라. 우리가 아는 건 정보원이 학교에 있다는 사실 하나야.”
“막막하네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난 네가 잘 할 것이라고 믿어. 그래서 국장님께도 말한 것이고.”
“네. 알았어요.”
결국엔 지윤이 그 일을 맡기로 하였다. 지윤의 대학전공이 체육과 관련이 있으므로 체육교사로 들어간다고 하였다.
기관은 비상이 걸렸다. 일주일 동안 기관이 총 동원되어서 지윤을 속성으로 교육시켰고 지윤 또한 임무를 맡기 위해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학교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충성. 요원 허지윤은 명을 부여 받고 출발합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어려운 일이지만 난 K5가 잘 해내리라 믿는다. 항상 근처에 우리 요원들이 대기할 것이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 학교 교장과는 며칠간 계속 상의를 했어. 네 존재를 아는 것은 교장뿐이야. 교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으니 그렇게 알고. 그럼. 부탁한다. K5.”
K5는 지윤이 받은 코드네임이었다.
기관에 들어와서 3주 만에 임무를 맡은 경우도 없었고 코드네임을 받은 경우도 없었다. 대부분 6개월 이상의 훈련을 받고 그 후에야 코드네임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윤은 그 모든 것을 뛰어 넘은 것이었다.
신고를 마친 지윤은 배를 타고 나와 준비된 자동차에 올랐다.
“이 주소를 잘 봐둬. 네가 머물 아파트야. 급하게 구하느라 좋은 아파트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혼자 지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옷이나 책은 아파트에 준비해 뒀으니 살펴보고 도착하면 연락해.”
”네.“
자동차는 서울 역으로 갔고 지윤은 거기서 강영호와 헤어졌다. 이제는 기차를 타고 중천으로 가서 학교에 들어가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지윤은 중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다시 한 번 작전에 대해 생각을 했다. 학교에 가서 교사로서 일을 하면서 정보원이 누구인지 파악을 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정보원만 파악하면 조직을 일망타진 할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그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 다짐을 했다.
중천에 도착한 지윤은 아파트를 찾아갔다. 20평짜리 작은 아파트지만 혼자 살기에는 충분했다. 옷장에는 원피스를 비롯한 여러 벌의 옷들이 들어 있었다.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지윤은 아파트를 둘러 본 뒤 밖으로 나갔다. 학교 위치를 파악해 두기 위해서였다. 학교는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이니 걸어 다니기에도 딱 좋은 거리였다.
출근은 월요일인 내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지윤은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갔고 저녁을 먹은 뒤 따뜻한 물을 받아 목욕을 하였다.
훈련을 받는 동안은 샤워를 자주 했지만 이렇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다음 날 지윤은 정장을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하니 대부분 출근 전이었다. 경비의 도움을 받아 교장실로 가니 교장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처음 뵙겠습니다.”
“허허. 이렇게 젊은 분이 기관의 요원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더구나 이렇게 미인이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교장은 60이 넘은 중년의 신사로 보였다. 온화한 웃음이 정감이 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요. 내가 국장님으로부터 설명은 잘 들었어요. 아무쪼록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네.”
“우리 학교에 대해 설명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네. 남자 학교이고 학년 별로 전자과, 기계과, 화공과, 전산과, 정보산업과 이렇게 5개 반씩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요?”
“이런 말씀 드리면 어떠실지 모르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시골의 실업고등학교다보니 중학교 때 놀았던 학생들이 많지요.”
‘네.“
“허지윤 선생님이라고 했나요?”
“네.”
“허선생님은 체육을 가르치기로 되어 있어요. 마침 체육을 담당하던 선생님이 간염으로 휴직을 해서 말이에요.”
“네. 그런데 학교에 체육 선생님이 한 분이셨어요?”
“네. 우리 학교는 체육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어서요. 물론 선생님께는 담임을 맡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신경을 써 주시고요, 특히 선생님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려면 조심도 해야 할 거예요.”
“네.”
“내가 팁을 하나 준다면 모르긴 해도 선생님이 찾는 사람이 교사일수도 있고 학생일수도 있어서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고3 학생들 중에 몇 명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네?”
지윤으로서는 귀가 번쩍 띄는 말이었다.
“국장과 대화를 하다 보니 왠지 고3 남학생 중에 몇 명이 집이는 게 있었어요.”
“어떤 점이요?”
“우선 돈을 많이 써요. 아마도 누군가에게서 지속적으로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일을 시키는데 그게 학생이 시킬만한 일이 아니에요.”
“어떤 일이에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를 들면 시멘트 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해킹을 한다든지 그런 거요.”
“어떻게 아셨어요?”
“지난번에 학생 한 명이 문제가 생겼었는데 이경수라고 시멘트 공장 사장 아들이었어요.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컴퓨터로 자료를 빼다가 걸렸는데 이유가 다른 학생이 시켜서 그런 것이라고 했어요. 시킨 학생이 누구인지 끝내 말하지 않았지만 내 짐작으로는 서홍준이라는 학생이 시킨 것 같더군요.”
“네.”
지윤은 이경수와 서홍준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입력시켰다.
학생이 시멘트 공장의 자료가 왜 필요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교장의 말대로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윤은 그 학생부터 단서를 잡아가기 시작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나갑시다. 우선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방송으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할 겁니다.”
“네.”
지윤은 교장을 따라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에는 20여명의 선생님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가 교장의 소개로 지윤을 인사시키자 모두들 박수로 환영을 해 주었다. 다들 지윤을 임시로 온 기간제 교사로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과의 인사가 끝나자 방송실로 가서 각 반에 연결된 TV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젊고 예쁜 교사가 와서인지 학교가 떠나갈 듯 환호성이 들렸고 온 학교가 들썩거렸다. 특히 체육을 담당한다는 교장의 말에 더욱 난리가 난 듯 좋아하고 있었다.
“허허허. 애들이 선생님을 보고 무척 좋아하네요.”
“.......................”
“여기 김선생이 교무주임 선생님이에요. 수업에 대해 말해줄 거예요.”
교무실부터 따라 온 김주임과 인사를 하였다. 나이는 40을 넘어 보였고 눈매가 날카롭게 보였다. 김주임은 지윤을 다시 교무실로 데리고 갔다.
“오늘 체육시간이 3시간이 있군요. 3학년 전자과가 3교시에 1학년 정보산업과가 5교시에 그리고 2학년 전산과가 6교시에 들었네요. 이번 주는 첫 주이니 운동장 보다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자리는 제 옆쪽이고요 체육관에 선생님 방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따라오세요.”
“네.”
지윤이 일을 편하게 하도록 교장이 배려를 해 준 것이었다. 체육관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농구장이 있었고 한 쪽에는 창고가 있었다.
창고 옆쪽에 문을 여니 사무실이 있었다.
“여기서 옷을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다른 분은 열쇠가 없으니 선생님이 관리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곳은 원래 락커룸이었는데 이번에 지윤의 사무실로 개조를 한 것이었다.
옷을 갈아입기에도 편했고 안쪽에 샤워 실이 있어서 운동 후에 씻는 것도 편리할 것 같았다. 지윤은 그곳에 체육복과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고 교무실로 가서 책상 정리를 하였다. 다른 선생님들의 책상에는 과별로 필요한 것이 있었으나 지윤은 체육담당에 담임도 맞지 않아서인지 별 물품은 없었다.
그리고 3교시가 되어 드디어 첫 수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전자과는 3층에 있었고 3학년 교실은 맨 끝에 있었다. 지윤이 출석부를 들고 교실로 가는데 도중에 학생들이 지윤이 가는 것을 보며 서로서로 웃기도 하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데 오히려 지윤이 쑥스러웠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여러 분과 체육을 같이 공부할 허지윤입니다.”
“와!”
학생들은 고등학생답지 않게 성숙해 보였다. 더구나 대학 준비를 하는 인문계 학생들보다는 많이들 놀았고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은 만큼 지윤에게 짓궂은 질문도 많이 했다. 제일 관심사는 애인이 있는지였고 지윤이 없다고 하자 모두들 좋아하는데 지윤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출석을 부를게요.”
“강호진”
“네.”
“김영식”
“네.”
몇 명을 부르다보니 다들 손을 들며 대답을 했다. 지윤은 한 명씩 살펴보며 계속 출석을 불렀다.
“이경수”
“.............”
“이경수”
대답이 없었다.
“이경수 학생 없어요?”
“왔었는데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어디 갔어요?”
“.....................”
다들 대답을 안 하는 눈치였다.
‘아!’
이경수라면 시멘트 공장의 사장 아들이라고 했었다. 학교에는 왔고 좀 전까지 있었는데 지금 없다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출석부를 확인했는데 서홍준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네. 나중에 확인할게요. 다들 그동안 체육은 어떻게 해 왔나요?”
“거의 안했습니다. 자격증 시험이 겹쳤었습니다.”
“네.”
그 이야기는 교장에게 듣기는 했었다. 그동안 자격증을 취득하느라 전공 공부 외에는 자습 위주로 하였다고 들었다.
지난주에 자격증 시험이 거의 끝나서 이제부터 여름방학까지는 다른 과목도 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지금이 5월이니 7월까지는 체육 수업을 해야 했다. 그 날의 수업은 다른 반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수업보다는 학생들의 관심사가 지윤이었고 지윤은 그 질문에 답하다보니 시간이 다 지나갔다.
다음 날도 체육시간은 비슷하게 수업을 했다. 1,2 학년이나 3학년의 다른 반은 별 문제없이 지나갔는데 3학년 전산과에 문제가 있었다.
서홍준이 전산과이고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었다.
김주임에게 말을 했더니 서홍준과 이경수 그리고 몇 명의 학생들에게는 너무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 중 서홍준이 대장이고 다른 학생들은 그의 말을 듣고 지내는데 학교 뒤쪽에 있는 야산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며 놀기를 자주 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몇 번 주의를 주고 혼도 냈지만 학교나 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는 불량한 학생들이라 선생님들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고3들은 2학기에 취업을 나가요. 그 학생들도 그렇게 처리를 할 거에요. 그러니 이제 여름방학까지만 지내면 되니 그때까지 그냥 두세요. 어쩔 수가 없어요.”
“네.”
하지만 지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만은 없었다. 누구인지 정보원을 알아내야만 했고 그러면 유일한 단서라고 할 수 있는 서홍준에게 접근을 해야만 했다.
지윤에게 주어진 기간이 여름방학 전까지였다. 그때까지는 정보원을 알아내서 국장에게 알려야 하고 기관에서 붉은 쥐를 일망타진함은 물론 그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정부의 인사나 북한과의 연계도 파악해서 해결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지윤이 맡은 임무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알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오늘부터는 학생들에게 체육관에서 수업을 하겠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교실보다는 체육관이 더 활동적이기 때문에 편하게 여겨졌다.
지윤이 학생들에게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스트레칭 등 기본적인 운동이었다. 다른 것은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지만 지윤이 자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수업은 3학년 정보산업과였다. 지윤은 추리닝 차림으로 학생들을 기다렸다.
“오!”
“와우!”
지윤을 본 학생들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윤이 나름 섹시하게 추리닝을 입고 있어서였다. 위에는 민소매 티를 입었고 아래는 운동용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섹시한 복장이었다. 학생들의 시선은 지윤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고 지윤은 지윤 나름대로 그런 시선을 즐기며 수업을 시작했다.
“모든 운동의 시작은 스트레칭 이예요. 그래서 오늘은 스트레칭을 할 거예요. 다들 체조 대형으로 서서 나를 따라 해요.”
지윤이 몸 풀기 스트레칭을 시작하자 학생들은 따라 하면서도 지윤의 몸매를 보기에 바빴다.
“죽인다. 몸매 봐.”
“우와~ 벗기면 더 죽이겠다. 히히”
“선생만 아니면 확 그냥.... 히히”
그만큼 지윤의 복장은 섹시했고 학생들은 작은 소리로 지윤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다. 지윤은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설명을 했고 학생들은 그런 지윤을 보며 따라하는데 사실은 대충 자세만 잡으며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 수업인 기계과도 비슷한 반응이었고 화공과 학생들도 지윤의 몸매만 보느라 다들 정신이 없었다. 그날의 수업이 끝나자 지윤은 체육관의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교무실로 갔다.
“수고하셨습니다. 학생들 반응이 좋던데요. 잘 가르치신다고 다들 좋아해요.”
“네. 감사합니다.”
지윤은 그것이 학생들의 허풍인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들 자신의 몸매에 대한 칭찬이지 결코 수업에 관한 칭찬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그런데 퇴근을 하여 집으로 가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샘 오늘 너무 예뻤어요. ㅋㅋ 다음 시간에는 좀 더 멋진 모습 기대할게요.’
“풋!”
문자를 보낸 학생이 누군지는 모르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호는 나중에 알아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답장을 보냈다.
‘고마워.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게. ㅎㅎ’
‘ㅋㅋㅋㅋ 감사.’
지윤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갔고 다음 날의 수업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 날 수업을 듣기 위해 체육관으로 오는 학생들은 어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말에 기대에 찬 모습으로 체육관에 들어왔고 지윤의 복장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와!”
“우와. 죽인다.”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윤은 오늘도 스트레칭을 수업한다면서 그에 맞는 복장을 한 것이었다. 어제는 검정색 계통의 옷이었다면 오늘은 상의는 흰색이고 하의는 보라색인데 특히 하의가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그냥 보면 민망할 수준이었다.
지윤은 자신의 몸매를 그것으로 과시를 했고 확실하게 학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것은 지윤의 작전이었다. 이렇게 해서 학생들의 시선을 끌고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서홍준을 비롯한 몇 명의 학생들도 소문을 들을 것이고 자신에게 접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들이 현재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고 있으나 분명 며칠 이내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이 체육시간에 지윤이 이런 복장으로 수업을 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작전은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금요일 수업이 끝난 후 학생 중에 서홍준의 심부름을 하는 2명의 학생이 수업 시간에 본 지윤의 모습을 서홍준에게 말한 것이었다.
“야, 새로 온 체육선생 죽인다.”
“어느 정도인데 그래?”
“몸매가 와! 말도 안 돼. 얼굴도 정말 예뻐.”
“킬킬킬 자식. 완전 뿅 갔나보네.”
“응. 홍준이 너도 한 번 봐야하는데.”
서홍준과 함께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2명의 학생이 물었다. 한 명은 이경수이고 다른 한 명은 김종문이라는 학생이었다.
“정말 그렇게 대단해?”
“야, 그런 년은 천지에 깔려 있어. 지난번에 술집에서 본 애만 하겠냐?”
“술집? 아! 희경이 말하는구나?”
“히히 희경이도 예쁘지만 체육선생은 달라. 선생 같지 않게 너무 예뻐.”
2명의 학생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지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홍준을 비롯한 2명의 학생은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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