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37부
호식일행은 망가진 기도들을 짐짝처럼 한곳으로 던져 버렸다.
“지배인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도 아프면 치료해 주는데.........업장을 지키던 기도들이 다쳐는데 최소한 치료는 해 주세야 하겠죠.”
지배인은 정신이 없었다. 자신이 믿던 기도들을 단 두 명이 망가트리고, 잔인할 정도로 밟아버리더니 이젠 치료해 주란다. 화도 내지 않고 실실 웃으며 자신에게 장난치듯 이야기하는 이놈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다른 놈들이 이놈의 말에 따르는 걸로 봐서는 이놈이 보스 같은데 덩치도 가장 작고, 인상도 가장 선하게 생겨 먹었다. 방금 기도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평범한 학생쯤으로 생각할 놈인데.........정말 알 수가 없다.
그에 비해 다른 놈들은 덩치도 산만하고 인상도 험상궂은 것이 어찌 보면 이놈들이 더 위험한 놈들 같은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수혼은 일부러 호식에게 평범한 무술을 쓰도록 하고 자신도 평범한 무술을 사용했다.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이쪽 밑천을 모두 까발릴 필요는 없다. 싸움에 임하면 자신의 밑천에서 3할쯤은 숨기고 있어야 한다. 다른 녀석들을 나서지 못하게 한 것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쪽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함이 첫째요. 두 번째는 천랑파의 전력은 한정돼 있음으로 결정적인 순간까지 힘을 비축하기 위함이다.
지배인의 비릿한 몸에서는 쉼 없이 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배인은 수혼의 실실 웃는 얼굴이 지옥의 아차보다 더 무섭게 보이고 있었다. 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무대에서 태연하게 펴 질려 앉아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은 섬뜩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지배인은 정신없이 전화질을 하고 있었다. 극심한 공포감에 지배인은 자신이 전화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라이트클럽으로 몰려왔다. 청량리에 있는 다른 업소에서 기도를 보던 녀석들이 몰려온 것이다. 지배인이 정신이 없어 어둠의 천사가 관장하는 모든 업소에 지원요청을 한 모양이다. 녀석들은 조명이 환한 무대에 핏물이 가득하고 한쪽에 피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망가져 있는 동료들을 보더니 모두 겁을 먹은 눈치다. 더욱이 핏물 가득한 무대에 태연히 앉아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녀석들은 보자 오금이 절여왔다.
지배인은 도착한 기도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녀석들은 지배인의 설명을 듣고 서로 눈치만 볼뿐 먼저 나서는 놈이 없었다.
수혼이 바라보자 라이트에 모인 놈들이 대략 30~40명 쯤 되어보였다. 녀석들은 손에 각목이나 쇠파이프, 심지어 칼까지 들고 있는 놈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앞으로 나서는 놈은 없었다. 어둠의 천사에 속한 녀석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특출한 지휘관이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이다.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살기 바빠 쉽게 흩어져 버리고 전멸당하기 탁 좋다. 지금 녀석들을 친다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는 공포감에 떨고 있지 않는가? 싸우기도 전에 사기가 땅바닥을 기고 있으니 싸움은 해보나 마나다. 저런 녀석들을 상대로 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싸움은 저런 떨거지들을 아니라 어둠의 천사와 천랑파의 싸움이다.
수혼이 움직이지 않자 호식일행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호식 일행도 팽팽한 긴장감속에 있었지만 자신들의 천랑인 수혼이 너무나 여유롭게 앉아 있으니 불안감이나 공포감보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몸속에 용솟음 치고 있었다.
몰려온 기도들은 팽팽한 긴장감속에 덮치지도 못하고 바라만보고 있자니 목줄이 타고,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누가 쳐들어 왔다고”
적막을 깨고 3명의 남자가 라이트 입구에 나타났다. 모두 검은 양복을 입고, 날카로운 눈매로 라이트를 분위기를 살핀다.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어~~휴~~ 저.........저놈들입니다. 천랑파라고 하던데, 잔인하고 무서운 놈들입니다. 아 글쎄 기도들을 아작 내고..........저 잔인한 새끼들 핏물 가득한 무대에 앉아 있는 것 봐요. 하여튼 빨리 처리해 주세요. 무서워 주겠어요.”
지배인의 황설수설에 들어온 사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상대방은 너무나 태연하게 펴 질려 앉아 있는데 자기편들은 이미 공포에 절여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싸움은 쪽수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상태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수혼은 들어온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어둠의 천사라고 짐작했다. 기도들이 모두 사내들만 바라보는 것 하며, 지배인이 대하는 태도하며.......그들은 몸에서 풍기는 기도부터 틀렸다. 절도 있는 걸음걸이, 균형 잡힌 몸매, 날카로운 눈매가 한눈에 봐도 어느 정도 무술을 수련한 녀석들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대가리야. 하는 짓을 보니 양아치들 같지는 않는데, 대가리하고 이야기 좀 할까?”
“그쪽 대가리는 누군데.......이쪽 대가리를 나오라고 요구하려면 그쪽도 대가리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검은 양복 사내 중 한명이 물어보자, 수혼이 실실 웃으면 답했다. 사내는 지배인에게 대충 들어서 지금 말하고 있는 놈이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혼을 바라보았지만 수혼은 역시나 실실 웃으며 자기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무례하군. 처음 들어보는 천랑파가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감히 우리 보스가 너희 같은 하찮은 녀석들을 상대하리.......대화란 격이 맞는 상대끼리 하는 거야. 너희들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당신들이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우린 강철파에서 청량리를 넘겨받았어. 근데 청량리에 와서 보니 별 떨거지 같은 어둠의 천사라는 조직이 청량리를 점령하고 있더라고........우리 입장에서는 어둠의 천사인가 지랄인가하고 좋게 해결하려고 참고 있는 거야. 자격시비를 말한다면 우리가 해야지 그쪽에서 하나.”
“뭐!!!! 강철파에서 인계 받았다고.......그럼 너희들이 강철이 동생이 이끄는 조직이란 말이야.”
“어~ 그래도 귀는 밝은 모양이네. 우리 소문 들었어. 들었다면 이야기하기 쉽겠군.”
수혼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을 관장하는 강철파.........그것도 강철의 동생이 친히 이끄는 조직이라면, 저번 성철파와의 빗속 혈투에서 활약한 그 소문의 사내들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공포심에 떨던 기도들은 더욱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희게 질린 녀석들도 많았다. 수혼과 일행의 활약은 이미 밤의 세계에서는 소문이 짝 퍼진 상태였다.
“누가 조수혼이지. 듣기론 장발에 호리호리한 놈이라고 들었는데.........그런 놈은 안 보이는데”
“그게 중요해. 일단 좀 물어보자!!! 당신들 3명이 어둠의 천사 맞아”
“맞다. 우리가 어둠의 천사에서 서열 5위, 7위, 10위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말하는 있는 너의 서열은 어떻게 되지.”
“서열씩이나.......우린 서열 같은 거 없어. 그냥 천랑파의 일원으로 생각하고.......다음 질문, 당신들이 책임질 수 한도가 어디까지야.”
“버릇이 없군. 이쪽에서 예의로 정체를 밝혔으면 그쪽에서도 보답해야 대화가 되지 않겠어.”
“딱딱하네.........내가 수혼이야. 자 그쪽에서 답변해봐. 책임의 한도가 어디야.”
수혼의 대답에 3명의 사내는 수혼을 다시 보았다. 소문과는 다르게 짧은 머리에 호리호리한 체구, 앉아 있는 모습에서 고수의 기상은 고사하고 나약하게만 보이는 저 사내가 쩌렁쩌렁한 소문의 사나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수혼의 뒤에 앉아 있는 호식과 두철, 산만한 덩치의 사내들, 그리고 한 여인까지........그들은 긴장한 기색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도 그들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지휘관에 대한 절대적 신임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 어둠의 천사는 조직이라기보다는 각자 독자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어느 개인이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면서도 독립적인 존재들이란 말이다.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건, 우리가 맞고 있는 업소운영권에 대한 권리뿐이다. 우리 3사람이 맞고 있는 업소가 이곳을 포함에서 일대 10군대 업소들이니 그것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있다.”
“한번에 끝내지는 못한다는 말이군. 뭐~ 기대도 안했어. 자 그럼~........일단 우리는 당신들이 맞고 있는 업소라도 인수하고 싶은데.........어떻게 할까? 여기 있는 기도아저씨들 포함해서 크게 한판 벌릴까? 아니면 대가리들끼리 조촐하게 한판 벌릴까?..........순순히 내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그쪽에서 결정하지.”
수혼이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머지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전면전으로 갈 태세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주위를 살펴보니 한숨이 나온다. 수혼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도들은 모두 겁을 먹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한심하군.......어떻게 할까? 이놈들 믿고 싸워야 도움 될 것 같지도 않고, 일대일이 낮지 않겠어. 저쪽에서 수혼이란 녀석만 처리하면 승산이 있어.”
“하긴.......다른 형제를 부른다는 것도 쪽팔리고.......우리까리 해결하자”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자신들끼리 계산을 끝냈다.
“좋아. 일대일로 하지. 우린 아까도 말했지만 각자 맡은 구역이 있어서 한명씩 상대하겠어. 그쪽 의향은 어때.”
“먼저 확인부터 하고........우리가 이기만 당신들이 맡고 있는 업장은 깨끗하게 양도하는 건가?”
“당연하지. 그쪽에서 우리 3명을 어떻게 상대할 거지. 설마 혼자 3명을 상대한다는 말은 아니겠지.”
“혼자 상대하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겠지. 좋아 우리도 3명이 나서지. 이렇게 하자고 3전 2승재로........그럼 서로 불만 없지 않겠어.”
“우리도 원하는 봐야.”
“협상 끝..........그쪽은 당신들 3명이 출전하지..........우린 잠시 논의 좀 하자고”
수혼이 3전 2승재로 한 것은 호식과 두철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다. 호식과 자기는 승리할 자신이 있는데 두철이 의심스럽다.
“천랑하고 나하고 출전하고..........나머지 한명은 어떻게 하지.”
“당연히 내가 나서야 되지 않겠어.”
한쪽에 있던 수지가 나선다. 실력으로만 보면 당연히 수지가 나서야 하지만 수혼은 자신들 일에 수지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두철이가 적당할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무시하는 거야.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아냐. 단지..........”
“됐어. 실력만가지고 논하자고........나도 천랑파 일원이야. 더 이상 말하면 화낸다.”
“휴~~~ 널 누가 말리니. 좋아..........그럼 나, 호식, 수지 순서로 하자. 다들 불만 없지.”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누가 첫 출전이야.”
“저들도 처음에 기선제압을 위해 서열 5위라는 놈이 나설 거야. 호식이나 수지는 저들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봐”
수혼이 앞으로 나서고 호식일행은 무대 밖으로 내려갔다. 상대편에서도 한 사내가 상의를 벗고 무대로 올라오고 있었다. 드디어 일대일의 결전이 벌어지려는 순간 이였다.
“역시 자네가 처음이군.........조수혼이라고 했던가. 소문에 들으니 음양도라는 무술을 쓴다고 하던데........난 전통유술을 사용해. 난 공중을 날아다날 만한 능력은 없어. 소문대로 자네가 공중을 날아다닌다면 당연히 내가 지겠지. 하지만 소문은 허황되기 마련........직접 상대해 보면 알겠지.”
“전통유술이라.........날아다닌다는 소문은 과장이지. 내가 날개달린 것도 아니고........자 시작하지.”
사내는 넥타이를 풀어 버리더니 뒤돌아선다. 상대방에게 등을 보인다. 그것도 수혼 같은 고수를 앞에 그런 행동을 보인다니..........수혼도 상대방이 등을 보이면 달려들 법도 한데 수혼 또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두 사람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숨을 죽일 때 사내의 몸이 등진 상대에서 수혼에게 날아오며 몸을 회전하니 양다리가 일자로 벌어지며 수혼의 목과 가슴을 동시에 노리고 쳐왔다. 한국전통유술은 살상용 무술로 팔방(상하좌우, 앞, 뒤)에서 공격해 오는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입식타격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리가 날아오는 기세가 강맹하여 금나수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수혼의 몸이 흔들리고 다리는 아슬아슬하게 수혼의 몸을 쓰치고 지나간다. 수혼의 앞에 착지한 사내의 손이 수혼의 가슴을 노리고 파고들고 수혼도 피하지 않고 금나수로 사내의 팔을 잡으려했다. 사내의 팔목은 수혼의 금나수를 피하지 못하고 잡혔지만 사내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밀고 들어 와 수혼의 앞섬을 붙잡고 잡아당긴다. 수혼은 상대방의 힘에 저항하지 않고 앞으로 끌려가며 음양권으로 상대방의 명치를 노리고 쳐내니 상대방의 다른 손이 수혼의 주먹을 잡아 위로 쳐올리니 수혼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수혼을 던져버린 상대는 수혼이 떨어질 위치를 향해 뒤쪽으로 몸을 날린다. 만일 수혼이 그대로 떨어진다면 사내의 어깨에 가격당할 것이다.
수혼은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다리를 모으고 몸을 회전하며 떨어지고 있었다. 음약각의 회선형으로 바위도 부셔지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퍽~~ 빠각~”
수혼의 모아진 다리는 회전하며 날아오던 사내의 어깨를 밟아버렸다. 사내는 등을 돌리고 날아왔기 때문에 수혼을 보지 못했고 어깨가 부서져 나가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사내는 바로 어깨를 잡고 바닥에서 일어났고, 수혼은 사내 앞에 착지했다.
사내의 어깨에서는 피물이 새어나오고 처음에 수혼에게 잡힌 양쪽 발목은 옷이 찢어져 나가고 피부가 벗겨져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큭~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다니........소문이 과장이 아니군!”
“당신도 대단해........내 금나수를 벗어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그게 금나수..........금나수를 쓸 정도라. 좋아 다시 해보자.”
“그만해. 나머지 한쪽 어깨까지 망가지고 싶어.”
“웃기지마. 내가 방심해서 당한거야.”
사내는 몸은 비틀거리면서도 다시금 수혼에게 접근하여 품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수혼은 무슨 생각인지 피하지 않고 금나수로 상대하고 있었다. 사내의 손이 기묘하게 수혼의 팔을 잡으면 수혼은 금나수로 사내의 팔을 잡아 때어내고, 사내의 손의 수혼의 팔을 잡아 비틀면 수혼은 힘에 저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힘에 수응하며 팔을 떨어내 버린다.
사내의 성한 다리가 수혼의 턱을 향해 날아오면 고개를 적혀 피해버리고.......수혼은 사내가 스스로 지칠 때까지 피하기만 했다. 피도 많이 흘리고 지쳐가는 상대를 향해 수혼이 주먹을 날린다. 음양권 중 강맹한 정권 찌르기로 복부에 적중당한 사내의 몸이 무대 밖으로 날아가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린다.
10여분동안의 혈투는 이렇게 끝나고, 수혼은 무대를 내려오며 호식과 수지를 보았다.
“봤지. 유술이라고 무조건 잡고, 꺾고, 비트는 것만 있지 않아. 녀석이 방심해서 처음에 당해서 그렇지.........그렇지 않았다면 힘든 싸움이 되었을 거야. 너희들도 조심해.”
“천랑이 일부러 우리들 보라고 한거 알아. 믿어 보라고.”
호식이 무대에 오르자, 저쪽에서도 다른 녀석이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수혼이란 사내 소문보다 잔인하군. 상대방을 존중할 줄도 모르고.......저렇게 처참하게 만들다니.........자네도 음양도를 익히고 있나.”
“음양도를 익힌 사람은 천랑밖에 없어. 나도 음양도에 두 번이나 당한 놈인데.......아직까지도 음양도의 한계를 모르겠어. 당신도 유술을 익히고 있나.”
“비밀이랄 것도 없지. 우리 중 5명은 유술을 3명은 태껸을 익히고 있어. 나도 유술을 익히고 있지.”
“나머지 두 명도 알려주지 그래.”
“나도 몰라. 그건 직접 알아봐. 자네가 익힌 무술은 뭐야. 2번째 주자로 나온걸 보면 평범한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
“무형도........중국무술이야.”
“무형계열 무술을 쓴다니 자네가 미랑인가 보군. 소문은 들었어.”
“네가 그렇게 유명했나............시작해 보자고”
호식은 아직 다리가 완전치 않아 무형권의 기수식을 취하고 있었다. 상대방도 자세를 잡고 움직이지 않자 성질 급한 호식이 먼저 상대방에게 접근하며 무형권을 날린다. 소리도 없이 날아간 주먹을 십자 막기로 막은 상대는 호식의 팔목을 잡아 관절을 꺾으며 호식의 다리를 하단차기로 걷어 차온다.
호식은 수혼처럼 상대방의 힘에 저항하지 않고 끌려가며 밑으로 끌어내리는 힘에 머리가 땅을 향하고 뒤로 한바퀴 돌며 양 발바닥이 상대방의 어깨를 놀리고 날아오른다.
“퍽~~팍”
호식의 팔을 놓지 못한 상대방은 양쪽 어깨를 가격당하고 뒤로 물려나고, 호식도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무형각 인가. 몸이 가볍군.”
사내는 어깨를 톡톡 털더니 호식에게 달려오는데 허리를 숙이고 점프하듯 날아온다. 잡히기만 한다면 허리가 동강날 기세였다. 호식은 몸을 날리지 않고 자신도 상대방을 향해 돌진하며 무형권을 상대방의 얼굴과 가슴, 어깨를 향해 날린다.
“파파박~~~”
“쿵~~~~”
상대편 사내는 무형권을 무시하고 달려들어 얼굴과 가슴으로 날아오는 주먹은 피하면서 나머지는 어깨로 막고는 호식의 허리를 잡아 한바퀴 돌며 호식을 바닥에 내리 찍었다. 호식의 머리가 바닥에 부디 치려는 순간 호식의 다리가 다시금 상대방의 허리를 감고 팔로 버디며 팔을 지릿대 삼아 상대방을 무대에 내리 찍었다. 상대방의 머리가 무대에 박히고 상대방은 기절해 버렸다.
수혼의 대결을 유심히 지켜본 호식의 응기응변으로 싸움은 쉽게 끝나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사내는 무대에 올라 쓰려진 동료를 부축해 한쪽에 누이고 다시 무대로 올라왔다.
“나까지 쓰러트려..........3전 2승재라 결과는 났지만 이대로 물려날 수 없다.”
“꼭 해야 하나.”
“무도가의 자존심이다. 강철파 같은 세력에 밀린 것도 아니고 일대일 대결에서 깨지고 나서 어떻게 얼굴 들고 돌아갈 수 있겠나. 나까지 쓰러트린 다면 내 명예를 걸고 깨끗하게 물려나겠다.”
“당신들..........적이지만 왠지 정이 가는군. 좋아 우리도 끝까지 상대해 준다.”
“수지야.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내가 다시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됐어. 이미 결정된 사항이야.”
수지는 수혼을 뿌리치고 무대로 올라갔다.
수지는 요즘 들어서 심정이 복잡하고 짭짭했다. 가슴속에 울분이 가득하여 한번쯤 울분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여자~, 기분 나쁘군..........내가 어둠의 천사 서열 10위라고 무시하는 건가?”
“흥~ 당신이야 말로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고 있잖아. 상대의 실력보다 성별을 먼저 따지는 남자새끼들은 질색이야.”
수지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공중에서 몸이 한두 번 뒤집어 지더니 더 높게 치솟아 오르고 상대방의 머리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혼과 대련할 때 보다 더욱 높고 빠르게 회전하는 몸에서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듯 권, 장, 지, 각이 터져 나온다.
상대방은 태껸의 고수였다. 수도 없이 쳐오는 공격에 팔을 저의며 막아보려 하지만 워낙 많은 공격에 모두 막지 못하고 머리, 가슴, 복부 등을 가격당하더니 뒤쪽으로 쭉 밀려난다.
수지의 화려한 공격은 수혼도 처음 보는 것 이였다. 마치 선녀가 날아오르듯 화려한 몸동작과 더불어 날카롭게 허점을 파고드는 공격은 수혼 자신이라도 막기 힘들 것 같았다.
수지는 바닥에 착지하더니 바로 다시 날아올라 다시금 공중에서 장을 날리는데 손바닥이 공중에 날아오름에 공기가 갈라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더불어 수많은 손 그림자가 상대방을 향해 날아갔다.
상대방이 막으려 해도 손바닥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상대방의 손발을 피해 상대방의 급소만을 가격한다. 상대방의 옷은 걸레쪽처럼 변해버리고 날카로운 칼에 배인 것처럼 피부가 갈라져 피를 흘리며 서서히 무너져 갔다.
수혼은 수지의 공격이 장이 아닌 일종의 검법을 장으로 펼친 것이고, 펼친 무술이 평범한 무술을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저번 자신과의 대결에서 수지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는데...........지금에 와서 숨겨둔 무술을 선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수지는 가슴속에 복받치는 울분 때문에 숨겨야 하는 무술을 선보이고야 말았다. 정신이 산만하고 상대방의 무시하는 태도에 화도 나고, 수혼에게 치미는 울분을 상대방을 향해 토해 버린 것이다.
바닥에 착지한 수지는 서서히 무너지는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무대를 내려와 버렸다.
“쿵”
수지가 무대를 내려오고서야 상대방 남성은 꼿꼿하게 쓰려져 버렸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화려하고 날카로운 공격........순식간에 상대방을 날려버리는 솜씨에 호식조차도 놀라고 있었다. 무대를 내려오는 수지에게 달려가려는 호식을 수혼이 잡아 저지했다.
“아무것도 묻지 마. 그냥 축하만 해죠.”
“왜~”
“스스로 밝힐 때까지 기다려.”
“알았어.”
호식이 수지에게 달려가자 수혼은 무대로 올라갔다.
“여러분도 봐서 알겠지만, 싸움은 끝났습니다. 먼저 어둠의 천사들........어떻게 하겠습니까?”
비록 부상은 당했지만 모두 정신을 차린 3명의 사내들은 억지로 일어났다.
“물려나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진 마라. 앞으로 어둠의 천사 나머지 형제들이 당신들을 찾아 갈 것이다.”
“강철파에 했던 것처럼 암살 작전인가?”
“우릴 우습게 보지마라. 강철파야 세력으로 밀어붙이는 놈들이니 그렇게 했지만 일대일에서 깨지고, 그런 유치한 짓은 안한다. 이번에는 우리가 도전하는 입장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
“그런 대결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삼일 후..........우리가 연락하겠다.”
사내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라이트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비록 승부에 졌지만 깨끗하게 승복하고 다시 정면승부 하겠다는 녀석들이 당당하게 보인다.
녀석들이 빠져나가자 기도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바닥에 내던지고 모두 바닥에 꿇어 앉았다. 지배인은 다시금 땀을 닦으며 수혼에게 달려왔다.
“저기.........우린 어떻게........어둠의 천사도 물려가고 기도들도 항복했는데.........”
“그들이 관장하던 업소주인들 모이라고 해요. 얼굴사장들 말고 실제적인 주인들 말이죠.”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주인들 만나보고 결정하죠. 기도아저씨들 해산시키고..........우린 룸에 들어가 있을 터니 주인들 오는 대로 들여보내요.”
“예~ 알겠습니다.”
수혼은 지배인에게 지시하고 호식일행을 둘려보았다. 수지는 찌푸린 얼굴로 멍하니 한곳만 주시하고 있고 그녀의 곁에 호식이 뭐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수혼이 돌아보자 함성을 지른다.
“자 진정하고.......싸움은 끝났어. 난 주인들하고 협상 좀 해야 될 것 같고.........호식아......호식아~”
한참 수지를 보고 떠들고 있던 호식이 수혼이 큰소리로 부르자 그제 서야 수혼을 바라본다.
“어떻게 할래. 싸움은 끝났고 모두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는데”
“천랑도..........오랜만의 외출인데 신나게 놀다 가야지. 그냥 가면 섭하지.”
“좋아. 그럼 다른 사람들은 술 시키고 무대에서 놀아. 난 룸으로 들어간다.”
“그래, 그래 우리 신나게 놀아보자. 야~ 조명 돌리고, 음악 살려”
수혼은 무대에서 내려와 라이트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 귀가에 쩌렁쩌렁한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고, 조명이 돌기 시작했다. 수혼은 시끄러운 무대를 피해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수혼이 룸에 들어와 잠시 앉아 있으니 수지와 호식이 들어왔다.
“저기 천랑~~ 수지씨가 그냥 간다고 하는데 좀 말려 봐”
“그만 갈래. 싸움도 끝나고 내가 할일은 다한 것 같아.”
수혼이 수지를 보니 불만이 가득하지, 아니면 고민이 있는지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그녀의 곁에는 호식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바쁜 일 일어. 애들하고 놀다가지 그래.”
“기분도 꿀꿀하고.........시간도 늦었어. 인천까지 가려면 지금 가야해.”
“할 수없지. 오늘 고마웠어. 배웅은 안한다.”
수지는 수혼이 붙잡아 주길 바랐다. 최소한 한번정도는 더 부탁할 줄 알았는데 바로 잘 가란다. 수지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가 버린다.
“천랑 아이 정말~ 수지씨~~”
호식은 수호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수지를 ?아 급히 밖으로 나간다.
수혼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에게 누굴 사랑할 만한 감정이 남아있던가? 수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수지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안다. 자신도 사랑 때문에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지금도 영은이 때문에 가슴아파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수지가 아무리 아파해도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는 건 겁난다. 또한 수지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 동료이상 이성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가 조금씩 의심되기 시작했다. 처음 자신에게 접근할 때부터 수지에게 순수함 보다는 뭐가를 의도적인 접근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사용하는 무술도 의심을 더하기 충분했다. 오늘 보인 무술은 분명 원예도의 발전된 형태였다. 거기에 비록 장으로 펼쳤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선보인 무술은 분명 검술 이였다.
호식일행은 망가진 기도들을 짐짝처럼 한곳으로 던져 버렸다.
“지배인님~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도 아프면 치료해 주는데.........업장을 지키던 기도들이 다쳐는데 최소한 치료는 해 주세야 하겠죠.”
지배인은 정신이 없었다. 자신이 믿던 기도들을 단 두 명이 망가트리고, 잔인할 정도로 밟아버리더니 이젠 치료해 주란다. 화도 내지 않고 실실 웃으며 자신에게 장난치듯 이야기하는 이놈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다른 놈들이 이놈의 말에 따르는 걸로 봐서는 이놈이 보스 같은데 덩치도 가장 작고, 인상도 가장 선하게 생겨 먹었다. 방금 기도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평범한 학생쯤으로 생각할 놈인데.........정말 알 수가 없다.
그에 비해 다른 놈들은 덩치도 산만하고 인상도 험상궂은 것이 어찌 보면 이놈들이 더 위험한 놈들 같은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수혼은 일부러 호식에게 평범한 무술을 쓰도록 하고 자신도 평범한 무술을 사용했다.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이쪽 밑천을 모두 까발릴 필요는 없다. 싸움에 임하면 자신의 밑천에서 3할쯤은 숨기고 있어야 한다. 다른 녀석들을 나서지 못하게 한 것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쪽 진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함이 첫째요. 두 번째는 천랑파의 전력은 한정돼 있음으로 결정적인 순간까지 힘을 비축하기 위함이다.
지배인의 비릿한 몸에서는 쉼 없이 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배인은 수혼의 실실 웃는 얼굴이 지옥의 아차보다 더 무섭게 보이고 있었다. 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무대에서 태연하게 펴 질려 앉아 실실 웃고 있는 모습은 섬뜩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지배인은 정신없이 전화질을 하고 있었다. 극심한 공포감에 지배인은 자신이 전화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라이트클럽으로 몰려왔다. 청량리에 있는 다른 업소에서 기도를 보던 녀석들이 몰려온 것이다. 지배인이 정신이 없어 어둠의 천사가 관장하는 모든 업소에 지원요청을 한 모양이다. 녀석들은 조명이 환한 무대에 핏물이 가득하고 한쪽에 피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망가져 있는 동료들을 보더니 모두 겁을 먹은 눈치다. 더욱이 핏물 가득한 무대에 태연히 앉아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녀석들은 보자 오금이 절여왔다.
지배인은 도착한 기도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녀석들은 지배인의 설명을 듣고 서로 눈치만 볼뿐 먼저 나서는 놈이 없었다.
수혼이 바라보자 라이트에 모인 놈들이 대략 30~40명 쯤 되어보였다. 녀석들은 손에 각목이나 쇠파이프, 심지어 칼까지 들고 있는 놈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앞으로 나서는 놈은 없었다. 어둠의 천사에 속한 녀석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특출한 지휘관이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이다. 싸움이 벌어지면 서로 살기 바빠 쉽게 흩어져 버리고 전멸당하기 탁 좋다. 지금 녀석들을 친다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는 공포감에 떨고 있지 않는가? 싸우기도 전에 사기가 땅바닥을 기고 있으니 싸움은 해보나 마나다. 저런 녀석들을 상대로 정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싸움은 저런 떨거지들을 아니라 어둠의 천사와 천랑파의 싸움이다.
수혼이 움직이지 않자 호식일행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호식 일행도 팽팽한 긴장감속에 있었지만 자신들의 천랑인 수혼이 너무나 여유롭게 앉아 있으니 불안감이나 공포감보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몸속에 용솟음 치고 있었다.
몰려온 기도들은 팽팽한 긴장감속에 덮치지도 못하고 바라만보고 있자니 목줄이 타고,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누가 쳐들어 왔다고”
적막을 깨고 3명의 남자가 라이트 입구에 나타났다. 모두 검은 양복을 입고, 날카로운 눈매로 라이트를 분위기를 살핀다.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어~~휴~~ 저.........저놈들입니다. 천랑파라고 하던데, 잔인하고 무서운 놈들입니다. 아 글쎄 기도들을 아작 내고..........저 잔인한 새끼들 핏물 가득한 무대에 앉아 있는 것 봐요. 하여튼 빨리 처리해 주세요. 무서워 주겠어요.”
지배인의 황설수설에 들어온 사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상대방은 너무나 태연하게 펴 질려 앉아 있는데 자기편들은 이미 공포에 절여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싸움은 쪽수로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상태로 전면전을 벌인다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수혼은 들어온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어둠의 천사라고 짐작했다. 기도들이 모두 사내들만 바라보는 것 하며, 지배인이 대하는 태도하며.......그들은 몸에서 풍기는 기도부터 틀렸다. 절도 있는 걸음걸이, 균형 잡힌 몸매, 날카로운 눈매가 한눈에 봐도 어느 정도 무술을 수련한 녀석들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대가리야. 하는 짓을 보니 양아치들 같지는 않는데, 대가리하고 이야기 좀 할까?”
“그쪽 대가리는 누군데.......이쪽 대가리를 나오라고 요구하려면 그쪽도 대가리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검은 양복 사내 중 한명이 물어보자, 수혼이 실실 웃으면 답했다. 사내는 지배인에게 대충 들어서 지금 말하고 있는 놈이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혼을 바라보았지만 수혼은 역시나 실실 웃으며 자기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무례하군. 처음 들어보는 천랑파가 어떤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감히 우리 보스가 너희 같은 하찮은 녀석들을 상대하리.......대화란 격이 맞는 상대끼리 하는 거야. 너희들이 그런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당신들이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우린 강철파에서 청량리를 넘겨받았어. 근데 청량리에 와서 보니 별 떨거지 같은 어둠의 천사라는 조직이 청량리를 점령하고 있더라고........우리 입장에서는 어둠의 천사인가 지랄인가하고 좋게 해결하려고 참고 있는 거야. 자격시비를 말한다면 우리가 해야지 그쪽에서 하나.”
“뭐!!!! 강철파에서 인계 받았다고.......그럼 너희들이 강철이 동생이 이끄는 조직이란 말이야.”
“어~ 그래도 귀는 밝은 모양이네. 우리 소문 들었어. 들었다면 이야기하기 쉽겠군.”
수혼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을 관장하는 강철파.........그것도 강철의 동생이 친히 이끄는 조직이라면, 저번 성철파와의 빗속 혈투에서 활약한 그 소문의 사내들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공포심에 떨던 기도들은 더욱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희게 질린 녀석들도 많았다. 수혼과 일행의 활약은 이미 밤의 세계에서는 소문이 짝 퍼진 상태였다.
“누가 조수혼이지. 듣기론 장발에 호리호리한 놈이라고 들었는데.........그런 놈은 안 보이는데”
“그게 중요해. 일단 좀 물어보자!!! 당신들 3명이 어둠의 천사 맞아”
“맞다. 우리가 어둠의 천사에서 서열 5위, 7위, 10위에 해당되는 사람들이다. 말하는 있는 너의 서열은 어떻게 되지.”
“서열씩이나.......우린 서열 같은 거 없어. 그냥 천랑파의 일원으로 생각하고.......다음 질문, 당신들이 책임질 수 한도가 어디까지야.”
“버릇이 없군. 이쪽에서 예의로 정체를 밝혔으면 그쪽에서도 보답해야 대화가 되지 않겠어.”
“딱딱하네.........내가 수혼이야. 자 그쪽에서 답변해봐. 책임의 한도가 어디야.”
수혼의 대답에 3명의 사내는 수혼을 다시 보았다. 소문과는 다르게 짧은 머리에 호리호리한 체구, 앉아 있는 모습에서 고수의 기상은 고사하고 나약하게만 보이는 저 사내가 쩌렁쩌렁한 소문의 사나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수혼의 뒤에 앉아 있는 호식과 두철, 산만한 덩치의 사내들, 그리고 한 여인까지........그들은 긴장한 기색도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팽팽한 대치 상황에서도 그들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지휘관에 대한 절대적 신임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 어둠의 천사는 조직이라기보다는 각자 독자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어느 개인이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면서도 독립적인 존재들이란 말이다.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건, 우리가 맞고 있는 업소운영권에 대한 권리뿐이다. 우리 3사람이 맞고 있는 업소가 이곳을 포함에서 일대 10군대 업소들이니 그것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있다.”
“한번에 끝내지는 못한다는 말이군. 뭐~ 기대도 안했어. 자 그럼~........일단 우리는 당신들이 맞고 있는 업소라도 인수하고 싶은데.........어떻게 할까? 여기 있는 기도아저씨들 포함해서 크게 한판 벌릴까? 아니면 대가리들끼리 조촐하게 한판 벌릴까?..........순순히 내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그쪽에서 결정하지.”
수혼이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머지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전면전으로 갈 태세다.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주위를 살펴보니 한숨이 나온다. 수혼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도들은 모두 겁을 먹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한심하군.......어떻게 할까? 이놈들 믿고 싸워야 도움 될 것 같지도 않고, 일대일이 낮지 않겠어. 저쪽에서 수혼이란 녀석만 처리하면 승산이 있어.”
“하긴.......다른 형제를 부른다는 것도 쪽팔리고.......우리까리 해결하자”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자신들끼리 계산을 끝냈다.
“좋아. 일대일로 하지. 우린 아까도 말했지만 각자 맡은 구역이 있어서 한명씩 상대하겠어. 그쪽 의향은 어때.”
“먼저 확인부터 하고........우리가 이기만 당신들이 맡고 있는 업장은 깨끗하게 양도하는 건가?”
“당연하지. 그쪽에서 우리 3명을 어떻게 상대할 거지. 설마 혼자 3명을 상대한다는 말은 아니겠지.”
“혼자 상대하겠다고 하면 자존심 상하겠지. 좋아 우리도 3명이 나서지. 이렇게 하자고 3전 2승재로........그럼 서로 불만 없지 않겠어.”
“우리도 원하는 봐야.”
“협상 끝..........그쪽은 당신들 3명이 출전하지..........우린 잠시 논의 좀 하자고”
수혼이 3전 2승재로 한 것은 호식과 두철을 염두에 두고 한말이다. 호식과 자기는 승리할 자신이 있는데 두철이 의심스럽다.
“천랑하고 나하고 출전하고..........나머지 한명은 어떻게 하지.”
“당연히 내가 나서야 되지 않겠어.”
한쪽에 있던 수지가 나선다. 실력으로만 보면 당연히 수지가 나서야 하지만 수혼은 자신들 일에 수지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두철이가 적당할 것 같아.”
“무슨 소리야. 무시하는 거야.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아냐. 단지..........”
“됐어. 실력만가지고 논하자고........나도 천랑파 일원이야. 더 이상 말하면 화낸다.”
“휴~~~ 널 누가 말리니. 좋아..........그럼 나, 호식, 수지 순서로 하자. 다들 불만 없지.”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누가 첫 출전이야.”
“저들도 처음에 기선제압을 위해 서열 5위라는 놈이 나설 거야. 호식이나 수지는 저들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봐”
수혼이 앞으로 나서고 호식일행은 무대 밖으로 내려갔다. 상대편에서도 한 사내가 상의를 벗고 무대로 올라오고 있었다. 드디어 일대일의 결전이 벌어지려는 순간 이였다.
“역시 자네가 처음이군.........조수혼이라고 했던가. 소문에 들으니 음양도라는 무술을 쓴다고 하던데........난 전통유술을 사용해. 난 공중을 날아다날 만한 능력은 없어. 소문대로 자네가 공중을 날아다닌다면 당연히 내가 지겠지. 하지만 소문은 허황되기 마련........직접 상대해 보면 알겠지.”
“전통유술이라.........날아다닌다는 소문은 과장이지. 내가 날개달린 것도 아니고........자 시작하지.”
사내는 넥타이를 풀어 버리더니 뒤돌아선다. 상대방에게 등을 보인다. 그것도 수혼 같은 고수를 앞에 그런 행동을 보인다니..........수혼도 상대방이 등을 보이면 달려들 법도 한데 수혼 또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두 사람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숨을 죽일 때 사내의 몸이 등진 상대에서 수혼에게 날아오며 몸을 회전하니 양다리가 일자로 벌어지며 수혼의 목과 가슴을 동시에 노리고 쳐왔다. 한국전통유술은 살상용 무술로 팔방(상하좌우, 앞, 뒤)에서 공격해 오는 적을 상대할 수 있는 입식타격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리가 날아오는 기세가 강맹하여 금나수로 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수혼의 몸이 흔들리고 다리는 아슬아슬하게 수혼의 몸을 쓰치고 지나간다. 수혼의 앞에 착지한 사내의 손이 수혼의 가슴을 노리고 파고들고 수혼도 피하지 않고 금나수로 사내의 팔을 잡으려했다. 사내의 팔목은 수혼의 금나수를 피하지 못하고 잡혔지만 사내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밀고 들어 와 수혼의 앞섬을 붙잡고 잡아당긴다. 수혼은 상대방의 힘에 저항하지 않고 앞으로 끌려가며 음양권으로 상대방의 명치를 노리고 쳐내니 상대방의 다른 손이 수혼의 주먹을 잡아 위로 쳐올리니 수혼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수혼을 던져버린 상대는 수혼이 떨어질 위치를 향해 뒤쪽으로 몸을 날린다. 만일 수혼이 그대로 떨어진다면 사내의 어깨에 가격당할 것이다.
수혼은 공중에서 한바퀴 돌아 다리를 모으고 몸을 회전하며 떨어지고 있었다. 음약각의 회선형으로 바위도 부셔지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퍽~~ 빠각~”
수혼의 모아진 다리는 회전하며 날아오던 사내의 어깨를 밟아버렸다. 사내는 등을 돌리고 날아왔기 때문에 수혼을 보지 못했고 어깨가 부서져 나가며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사내는 바로 어깨를 잡고 바닥에서 일어났고, 수혼은 사내 앞에 착지했다.
사내의 어깨에서는 피물이 새어나오고 처음에 수혼에게 잡힌 양쪽 발목은 옷이 찢어져 나가고 피부가 벗겨져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큭~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다니........소문이 과장이 아니군!”
“당신도 대단해........내 금나수를 벗어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그게 금나수..........금나수를 쓸 정도라. 좋아 다시 해보자.”
“그만해. 나머지 한쪽 어깨까지 망가지고 싶어.”
“웃기지마. 내가 방심해서 당한거야.”
사내는 몸은 비틀거리면서도 다시금 수혼에게 접근하여 품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수혼은 무슨 생각인지 피하지 않고 금나수로 상대하고 있었다. 사내의 손이 기묘하게 수혼의 팔을 잡으면 수혼은 금나수로 사내의 팔을 잡아 때어내고, 사내의 손의 수혼의 팔을 잡아 비틀면 수혼은 힘에 저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힘에 수응하며 팔을 떨어내 버린다.
사내의 성한 다리가 수혼의 턱을 향해 날아오면 고개를 적혀 피해버리고.......수혼은 사내가 스스로 지칠 때까지 피하기만 했다. 피도 많이 흘리고 지쳐가는 상대를 향해 수혼이 주먹을 날린다. 음양권 중 강맹한 정권 찌르기로 복부에 적중당한 사내의 몸이 무대 밖으로 날아가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린다.
10여분동안의 혈투는 이렇게 끝나고, 수혼은 무대를 내려오며 호식과 수지를 보았다.
“봤지. 유술이라고 무조건 잡고, 꺾고, 비트는 것만 있지 않아. 녀석이 방심해서 처음에 당해서 그렇지.........그렇지 않았다면 힘든 싸움이 되었을 거야. 너희들도 조심해.”
“천랑이 일부러 우리들 보라고 한거 알아. 믿어 보라고.”
호식이 무대에 오르자, 저쪽에서도 다른 녀석이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수혼이란 사내 소문보다 잔인하군. 상대방을 존중할 줄도 모르고.......저렇게 처참하게 만들다니.........자네도 음양도를 익히고 있나.”
“음양도를 익힌 사람은 천랑밖에 없어. 나도 음양도에 두 번이나 당한 놈인데.......아직까지도 음양도의 한계를 모르겠어. 당신도 유술을 익히고 있나.”
“비밀이랄 것도 없지. 우리 중 5명은 유술을 3명은 태껸을 익히고 있어. 나도 유술을 익히고 있지.”
“나머지 두 명도 알려주지 그래.”
“나도 몰라. 그건 직접 알아봐. 자네가 익힌 무술은 뭐야. 2번째 주자로 나온걸 보면 평범한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
“무형도........중국무술이야.”
“무형계열 무술을 쓴다니 자네가 미랑인가 보군. 소문은 들었어.”
“네가 그렇게 유명했나............시작해 보자고”
호식은 아직 다리가 완전치 않아 무형권의 기수식을 취하고 있었다. 상대방도 자세를 잡고 움직이지 않자 성질 급한 호식이 먼저 상대방에게 접근하며 무형권을 날린다. 소리도 없이 날아간 주먹을 십자 막기로 막은 상대는 호식의 팔목을 잡아 관절을 꺾으며 호식의 다리를 하단차기로 걷어 차온다.
호식은 수혼처럼 상대방의 힘에 저항하지 않고 끌려가며 밑으로 끌어내리는 힘에 머리가 땅을 향하고 뒤로 한바퀴 돌며 양 발바닥이 상대방의 어깨를 놀리고 날아오른다.
“퍽~~팍”
호식의 팔을 놓지 못한 상대방은 양쪽 어깨를 가격당하고 뒤로 물려나고, 호식도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무형각 인가. 몸이 가볍군.”
사내는 어깨를 톡톡 털더니 호식에게 달려오는데 허리를 숙이고 점프하듯 날아온다. 잡히기만 한다면 허리가 동강날 기세였다. 호식은 몸을 날리지 않고 자신도 상대방을 향해 돌진하며 무형권을 상대방의 얼굴과 가슴, 어깨를 향해 날린다.
“파파박~~~”
“쿵~~~~”
상대편 사내는 무형권을 무시하고 달려들어 얼굴과 가슴으로 날아오는 주먹은 피하면서 나머지는 어깨로 막고는 호식의 허리를 잡아 한바퀴 돌며 호식을 바닥에 내리 찍었다. 호식의 머리가 바닥에 부디 치려는 순간 호식의 다리가 다시금 상대방의 허리를 감고 팔로 버디며 팔을 지릿대 삼아 상대방을 무대에 내리 찍었다. 상대방의 머리가 무대에 박히고 상대방은 기절해 버렸다.
수혼의 대결을 유심히 지켜본 호식의 응기응변으로 싸움은 쉽게 끝나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사내는 무대에 올라 쓰려진 동료를 부축해 한쪽에 누이고 다시 무대로 올라왔다.
“나까지 쓰러트려..........3전 2승재라 결과는 났지만 이대로 물려날 수 없다.”
“꼭 해야 하나.”
“무도가의 자존심이다. 강철파 같은 세력에 밀린 것도 아니고 일대일 대결에서 깨지고 나서 어떻게 얼굴 들고 돌아갈 수 있겠나. 나까지 쓰러트린 다면 내 명예를 걸고 깨끗하게 물려나겠다.”
“당신들..........적이지만 왠지 정이 가는군. 좋아 우리도 끝까지 상대해 준다.”
“수지야.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내가 다시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됐어. 이미 결정된 사항이야.”
수지는 수혼을 뿌리치고 무대로 올라갔다.
수지는 요즘 들어서 심정이 복잡하고 짭짭했다. 가슴속에 울분이 가득하여 한번쯤 울분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여자~, 기분 나쁘군..........내가 어둠의 천사 서열 10위라고 무시하는 건가?”
“흥~ 당신이야 말로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고 있잖아. 상대의 실력보다 성별을 먼저 따지는 남자새끼들은 질색이야.”
수지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공중에서 몸이 한두 번 뒤집어 지더니 더 높게 치솟아 오르고 상대방의 머리위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혼과 대련할 때 보다 더욱 높고 빠르게 회전하는 몸에서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듯 권, 장, 지, 각이 터져 나온다.
상대방은 태껸의 고수였다. 수도 없이 쳐오는 공격에 팔을 저의며 막아보려 하지만 워낙 많은 공격에 모두 막지 못하고 머리, 가슴, 복부 등을 가격당하더니 뒤쪽으로 쭉 밀려난다.
수지의 화려한 공격은 수혼도 처음 보는 것 이였다. 마치 선녀가 날아오르듯 화려한 몸동작과 더불어 날카롭게 허점을 파고드는 공격은 수혼 자신이라도 막기 힘들 것 같았다.
수지는 바닥에 착지하더니 바로 다시 날아올라 다시금 공중에서 장을 날리는데 손바닥이 공중에 날아오름에 공기가 갈라지는 날카로운 소리와 더불어 수많은 손 그림자가 상대방을 향해 날아갔다.
상대방이 막으려 해도 손바닥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상대방의 손발을 피해 상대방의 급소만을 가격한다. 상대방의 옷은 걸레쪽처럼 변해버리고 날카로운 칼에 배인 것처럼 피부가 갈라져 피를 흘리며 서서히 무너져 갔다.
수혼은 수지의 공격이 장이 아닌 일종의 검법을 장으로 펼친 것이고, 펼친 무술이 평범한 무술을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것으로 보아 저번 자신과의 대결에서 수지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는데...........지금에 와서 숨겨둔 무술을 선보이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수지는 가슴속에 복받치는 울분 때문에 숨겨야 하는 무술을 선보이고야 말았다. 정신이 산만하고 상대방의 무시하는 태도에 화도 나고, 수혼에게 치미는 울분을 상대방을 향해 토해 버린 것이다.
바닥에 착지한 수지는 서서히 무너지는 상대방을 보지도 않고 무대를 내려와 버렸다.
“쿵”
수지가 무대를 내려오고서야 상대방 남성은 꼿꼿하게 쓰려져 버렸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화려하고 날카로운 공격........순식간에 상대방을 날려버리는 솜씨에 호식조차도 놀라고 있었다. 무대를 내려오는 수지에게 달려가려는 호식을 수혼이 잡아 저지했다.
“아무것도 묻지 마. 그냥 축하만 해죠.”
“왜~”
“스스로 밝힐 때까지 기다려.”
“알았어.”
호식이 수지에게 달려가자 수혼은 무대로 올라갔다.
“여러분도 봐서 알겠지만, 싸움은 끝났습니다. 먼저 어둠의 천사들........어떻게 하겠습니까?”
비록 부상은 당했지만 모두 정신을 차린 3명의 사내들은 억지로 일어났다.
“물려나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진 마라. 앞으로 어둠의 천사 나머지 형제들이 당신들을 찾아 갈 것이다.”
“강철파에 했던 것처럼 암살 작전인가?”
“우릴 우습게 보지마라. 강철파야 세력으로 밀어붙이는 놈들이니 그렇게 했지만 일대일에서 깨지고, 그런 유치한 짓은 안한다. 이번에는 우리가 도전하는 입장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
“그런 대결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삼일 후..........우리가 연락하겠다.”
사내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라이트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비록 승부에 졌지만 깨끗하게 승복하고 다시 정면승부 하겠다는 녀석들이 당당하게 보인다.
녀석들이 빠져나가자 기도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바닥에 내던지고 모두 바닥에 꿇어 앉았다. 지배인은 다시금 땀을 닦으며 수혼에게 달려왔다.
“저기.........우린 어떻게........어둠의 천사도 물려가고 기도들도 항복했는데.........”
“그들이 관장하던 업소주인들 모이라고 해요. 얼굴사장들 말고 실제적인 주인들 말이죠.”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주인들 만나보고 결정하죠. 기도아저씨들 해산시키고..........우린 룸에 들어가 있을 터니 주인들 오는 대로 들여보내요.”
“예~ 알겠습니다.”
수혼은 지배인에게 지시하고 호식일행을 둘려보았다. 수지는 찌푸린 얼굴로 멍하니 한곳만 주시하고 있고 그녀의 곁에 호식이 뭐라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수혼이 돌아보자 함성을 지른다.
“자 진정하고.......싸움은 끝났어. 난 주인들하고 협상 좀 해야 될 것 같고.........호식아......호식아~”
한참 수지를 보고 떠들고 있던 호식이 수혼이 큰소리로 부르자 그제 서야 수혼을 바라본다.
“어떻게 할래. 싸움은 끝났고 모두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는데”
“천랑도..........오랜만의 외출인데 신나게 놀다 가야지. 그냥 가면 섭하지.”
“좋아. 그럼 다른 사람들은 술 시키고 무대에서 놀아. 난 룸으로 들어간다.”
“그래, 그래 우리 신나게 놀아보자. 야~ 조명 돌리고, 음악 살려”
수혼은 무대에서 내려와 라이트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 귀가에 쩌렁쩌렁한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고, 조명이 돌기 시작했다. 수혼은 시끄러운 무대를 피해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수혼이 룸에 들어와 잠시 앉아 있으니 수지와 호식이 들어왔다.
“저기 천랑~~ 수지씨가 그냥 간다고 하는데 좀 말려 봐”
“그만 갈래. 싸움도 끝나고 내가 할일은 다한 것 같아.”
수혼이 수지를 보니 불만이 가득하지, 아니면 고민이 있는지 잔뜩 찌푸린 얼굴이다. 그녀의 곁에는 호식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바쁜 일 일어. 애들하고 놀다가지 그래.”
“기분도 꿀꿀하고.........시간도 늦었어. 인천까지 가려면 지금 가야해.”
“할 수없지. 오늘 고마웠어. 배웅은 안한다.”
수지는 수혼이 붙잡아 주길 바랐다. 최소한 한번정도는 더 부탁할 줄 알았는데 바로 잘 가란다. 수지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가 버린다.
“천랑 아이 정말~ 수지씨~~”
호식은 수호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수지를 ?아 급히 밖으로 나간다.
수혼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에게 누굴 사랑할 만한 감정이 남아있던가? 수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수지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도 안다. 자신도 사랑 때문에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지금도 영은이 때문에 가슴아파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수지가 아무리 아파해도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는 건 겁난다. 또한 수지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 동료이상 이성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가 조금씩 의심되기 시작했다. 처음 자신에게 접근할 때부터 수지에게 순수함 보다는 뭐가를 의도적인 접근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사용하는 무술도 의심을 더하기 충분했다. 오늘 보인 무술은 분명 원예도의 발전된 형태였다. 거기에 비록 장으로 펼쳤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선보인 무술은 분명 검술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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