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8부
수혼은 체육관으로 향했다. 요즘 들어서 시험이다 입학식이다 이런저런 일로 제자들에게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의 통장으로 매달 보내오는 돈이 강철이 주는 돈이 아니라 제자들이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체육관에 도착하자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제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바로 체육관으로 오는 길이라 남들보다 몇 시간이나 먼저 도착한 것이다.
수혼은 검은 도복으로 갈아입고 음양도의 음양각과 음양수, 그리고 음양금나수 등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 공부한다고 음양도의 수행을 게을리 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체육관에서 한참을 수련하고 있는데 체육관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수혼은 제자 중 한명이거니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을 무시하고 수련만 열심히 했다. 수혼의 몸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연속적으로 터지는 음양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 마리 학처럼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허리가 꺾이며 공중을 향해 터지는 발차기는 공기를 가르며 날카롭게 날아가고 쳐내 발을 휘수하지도 않고 공중에서 계단을 밟듯이 날아오르는 동작은 사람의 상식을 벗어나 버린다. 농구에서 이단점프라는 것은 들어봤어도 수혼이 지금 하는 것은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꼭 사람의 몸에 날개를 단 것처럼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회전하며 연속적으로 발차기와 주먹을 터진다.
이것이 바로 음양각과 음양수 그리고 음양신법의 조화가 만들에 내는 한 폭의 작품 이였다. 특히나 수혼의 손동작은 주먹이다 싶음 수도가 되고 수도다 싶음 반쯤 말아 주먹도 아니고 수도도 아닌 특이한 주먹이 된다. 순간순간 변화가 막심하여 그의 손동작만 보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지만 자세히 보고 있음 어지러울 지경이다.
공중에서 춤추듯 한 동작이 멈추고 다리를 바닥에 붙이고 수혼이 손가락들을 독수리의 발톱마냥 오므리더니 팔의 동작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건 수혼이 잘 쓰지 않는 음양금나수로 사람을 제압하거나 혈도공격에 사용되는 무술 이였다. 수혼이 비록 사람의 혈도를 이용한 공격과 수비방법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에게 사용해 본적은 없었다.
혈도를 이용한 공격은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려올 수 있기 때문 이였다.
드디어 수혼의 동작이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온 사람을 돌아보니 처음 보는 사람 이였다. 청바지에 간편한 면 티. 등 뒤로 넘긴 희색도복이 보이고 껌을 짝짝 씹고 있는데 그 표정이 심히 불량스럽게 보인다. 더 황당한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으며, 짝짝 씹고 있는 껌만 아니면 상당한 미인이라는 것이다. 이곳 체육관은 강철이 비어있는 체육관을 인수해 사용하는 것으로 밖에서 보면 간판도 없어 이곳이 체육관이란 것을 아는 사람도 수혼과 제자들 뿐 이였다. 그런데 이곳에 도복을 가지고 온 이 여자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끝났어. 멋 지내. 그게 음양도라는 무술인가 보죠.”
들어온 여자는 씹고 있던 껌을 바닥에 찍하고 버린다. 수혼과 제작들이 운동하는 매트리스에 껌을 뱉고는 수혼에게 거들거들 걸어온다.
“아저씨가 이곳 관장이야.”
“누구죠. 이곳은 개인도장으로 일반인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알아. 나도 들었어. 무술 배우려 온 게 아니라 아저씨 보려고 왔어.”
“무슨 말이죠.”
“얼마 전에 깡패새끼 하나가 건들리기에 죽도로 패주었지. 근데 말이야 그녀석이 특이한 무술을 하더라고, 태권도도 아니고, 유도도 아니고 하여튼 내가 처음 보는 무술이더라고”
“그래서요”
“난 말이야 궁금한 건 못 참거든, 특히나 무술이라면 밥 먹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광적으로 좋아하지. 그런 특이한 무술을 보고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그 녀석을 죽도로 패서 이곳을 알아냈어. 그 녀석 말로 음양도라고 하던데 생전처음 들어본 무술이걸랑.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나.............바로 달려왔지.”
“그 녀석이라는 놈이 어떤 놈이죠.”
“몰라. 이름 같은 거 귀찮은데 뭐하려 물어봐.”
“후후후. 특이한 여자군. 그래 직접본 소감은 어때요.”
“화려하대. 동작도 멋지고 말이야. 근데 실전에서는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 궁금해. 화려한 것 치고 실전에서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거든. 그리고 말이야 아저씨가 관장이라면 실망인걸. 난 나이 좀 든 사범으로 예상했는데 말이야. 아저씨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수련했다고 해도 몇 년이나 했겠어. 그런 짧은 수련기간으로 이처럼 화려한 무술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겠어. 그냥 흉내만 내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요. 근데 그 말하려고 온건 아닌 것 같고, 도복까지 챙겨온 걸보면 나하고 한판 붙여보겠다는 건가요.”
“아~ 아저씨 눈치한번 빠르네. 맞아 아저씨하고 한판 붙어보고 싶어서 왔지.”
“싫어요. 난 여자하고 싸우고 싶은 생각 없어요.”
“허허 참내. 이 아저씨가 여자라고 깔 보내. 아~자~씨~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우리나라 태권도 까 대표야 까 대표. 까 대표 몰라, 국가 대표라고. 아~자~씨 같은 엉터리 무도 가는 나한테 거리면 뼈도 못 추려. 알아.”
“국가 대표라.”
“그래~ 국가 대표. 태권도 공인 4단에, 합기도 3단, 공수도 3단이라고.......... 여자라고 우습게보다가 큰 코 다진 남자들 부지기수야. 아저씨도 그 놈들과 똑같은 놈 이내.”
“정 나와 대련하고 싶다면 받아주지요. 그 대신 맞고 나서 치료비 물어달라는 소리 하지 마요.”
“아저씨 보기보다 확 근한데. 그리고 말이야 아저씨나 나 한터 맞고 치료비 물어달란 소리 하지 마.”
“저기 들어가서 도복으로 갈아입고 와요.”
“OK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급작스럽게 찾아온 여자가 탈의실로 들어가자 수혼은 여자가 버린 껌을 주여 휴지통에 넣는다. 여자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오늘 그녀와 한판 대련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운동을 했다는 여자의 태도가 불손한 건 둘째 치고, 운동하는 체육관에 껌을 씹고 들어와서는 바닥에 뱉는 다는 것은 명백한 도전행위다. 아예 싸우려고 맘 잡고 들어오지 않는 한 저려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들어가고 시간이 된 건지 제자들이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아 사부. 오늘은 저희들 보다 일찍 오셨네요.”
“예~ 운동 좀 하려고 일찍 왔어요. 아참 탈의실은 잠시 후에 들어가세요.”
“예. 누가 있습니까?”
“여자가 한명 들어갔어요. 이제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오~호. 사부. 여자친구 입니까?”
“아니요. 나에게 도전한 사람입니다.”
“참.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지. 이곳에서 우리가 무술 배운다는 건 비밀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하여튼 기다려 보죠.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라는데.”
잠시 후, 희색도복에 호리호리한 여자가 탈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검정색 양복일색인 덩치들을 보고도 전혀 기죽지 않고 수혼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녀가 수혼과 대치하자 제자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뒤쪽에 정렬해서 자리했다.
“시작하죠. 난 태권도가 주 종목이지만 이번 대결은 태권도 경기가 아니니 몸에 익은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겠어요.”
“맘대로 하세요. 자 공격해 봐요.”
“흥~ 자신 있다는 건가요. 좋아요. 사양하지 않고 공격하죠.”
그녀는 태권도를 기본으로 하는지 제자리에서 몇 번 뛰더니 순간적으로 수혼에게 덮쳐오며 수혼의 허리 아래를 걷어차 온다. 수혼이 한걸음 옆으로 살짝 피하자 걷어찬 발을 바닥에 살짝 착지함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빙글 돌며 수혼의 얼굴로 발이 날아온다. 수혼은 허리를 뒤로 쳐져 살짝 피하니 그녀는 올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혼으로부터 떨어진다.
“오후. 제법인데. 내 발치기를 이렇게 쉽게 피하는 사람은 간만에 보내.”
수혼이 빙긋 웃고만 있자. 여자는 기분 나쁜지 다시금 수혼을 향해 접근하며 왼발을 들어 수혼의 허리를 가격하고 수혼이 피하자 몸이 붕 날아올라 두 다리가 연속적으로 수혼의 급소를 놀리고 날아온다. 이번 공격에 수혼도 칠성밟기를 실천하며 몸이 흔들리니 그녀의 발은 허공만 가른다.
수혼의 옆에 떨어진 그녀는 흔들리는 수혼을 지켜보다 팔을 뺏어 수혼을 잡으려하니 수혼의 몸은 어느새 그녀의 뒤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혼이 자신의 뒤로 이동하고 있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차기를 날린다. 수혼의 이동속도와 자신이 쳐내 다리의 위치가 절묘하여 이번에는 피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다.
“아~악”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휘청하더니 바닥에 쓰려진다. 그녀가 쳐낸 다리는 수혼의 갈고리 같은 손에 들려 있었다. 수혼은 갑자기 날아온 다리를 피하지 못하고 금나수로 그녀의 발목을 잡아 버린 것이다. 여자가 바닥에 쓰려지자 그녀의 발목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다리가 풀리자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물려서며 자신의 다리를 만진다. 발목을 보니 손자국이 선명하다.
“방금 그게 아까본 금나수 인가요.”
수혼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여자는 아픈 다리를 몇 번 떨더니 몸을 수혼에게 날린다. 수혼을 향해 날아오던 몸이 중간에서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수혼의 곁에 이르려 손과 다리가 정신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수혼도 이번에는 적지 않게 당황하여 칠성밟기를 실천하며 피하는데 그녀의 모든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손을 뺏어 그녀의 공격을 쳐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칠성밟기로 피하지 못할 것이 없었는데 이번 그녀의 공격은 막지 않음 안 될 정도로 신랄했다. 수혼이 그녀의 공격을 막으며 일자보로 뒤로 쭉 밀려나니 그녀는 한번 바닥을 찍더니 다시 날아올라 수혼에게 덮치는데 이번 공격은 처음보다 더 신랄하여 그녀의 손과 발이 공기를 찢어버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상하좌우 손과 발이 일체가 되어 수혼에게 날아왔다.
수혼은 태만히 상대하지 않고 뒤로 두발자국 물려서더니 앞으로 솟아지며 공격 사정권으로 몸을 날려 들어간다. 수혼의 다리와 손이 그녀의 공격권으로 들어가더니 손과 발이 부디 치며 “타타탁”거리는 타격 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손과 발은 너무나 빨리 움직여 보는 사람이 어지러울 지경 이였다.
특히나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덩치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스승인 수혼의 실력이야 알고 있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여인의 무술 또한 대단한 경지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얍..........”
“아~~악.”
수혼의 기압소리가 들리고 수혼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체육관의 천장까지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더니 몸을 숙여 밑으로 떨어지며 전번에 딱 한번 김호식과의 대결에서 보여 주였던 음양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수혼의 손 그림자가 꽃비처럼 아름답게 휘날리고, 천천히 다가가던 손 그림자들이 그녀의 앞에 이르려 전광석화처럼 날아가 그녀의 몸을 강타한다. 그녀의 몸은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쭉 밀려나며 입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한다.
“음~~ 이게 뭐죠.”
“음양수. 당신이 아까 보았던 무술이지. 화려하기만 하다는 그 무술”
“치~ 빌어먹을”
그녀의 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쓰려진다. “퍽”하고 쓰려지는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은 무슨 의미일까? 쓰려진 그녀의 얼굴에는 분명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수혼은 쓰려진 여인을 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이 여인이 마지막에 보여준 무술은 분명 일반세간에 알려진 무술은 아니다. 정확하게 무슨 무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익히고 있는 음양도와 같이 신비에 쌓인 무술 같았다. 아무리 고민한들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일단 여인을 안아 한쪽에 눕게 했다.
“자 모두들 옷 갈아입고 정렬해요.”
덩치들이 탈의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정렬하자 수혼이 앞에 선다.
“저 사부. 저 여자 대단하던데. 무슨 무술입니까?”
“제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무술은 아닌 것 같아요. 태권도나 합기도처럼 세간에 알려진 무술은 아닙니다.”
“하여튼 사부는 대단합니다. 저 여자도 강한데 사부에게 상대도 안돼는 군요.”
“글쎄요. 초식만 가지고 말하면 저 여자나 나나 비슷해요. 단지 수련한 깊이가 다를 뿐이죠. 내가 음양도를 수련한 깊이만큼만 수련했다면 좋은 대결이 될 수 있었는데........아쉽군요.”
“그 정도로 대단한 무술입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여러분께 할말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누군가 제 통장으로 매달 꼬박꼬박 돈을 보내오고 있어요. 난 그 돈이 강철형님의 돈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철형님께 물어보니 자기가 보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혹시 여러분 중에 돈을 보내는 사람 있습니까?”
수혼이 물어보자 제자들은 수혼을 쳐다보지 못하고 딴 곳을 쳐다보거나 고개를 숙이고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왜 대답이 없죠. 여러분들 중 아무도 보낸 사람이 없어요.”
“저기 사부. 다 알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죠. 우리들이 모아서 보내고 있습니다. 사부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감사의 표시로 저희들이 마련한 것이니 사양하지 마세요.”
“말씀해 주시니 고맙네요. 내가 여러분께 무술을 지도하고 있는 것은 형님의 부탁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익히고 있는 음양도가 싸움판에서나 통용될 무술은 아니죠. 만일 형님의 부탁이 없었다면 여러분께 지도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도하기 시작한 이상 여러분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음양도의 기본무공을 익힐 때까지는 계속 지도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가 부담스럽게 돈을 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부. 우리들은 비록 남들이 말하는 깡패들이지만 의리하나는 누구 못지않습니다. 우리가 한번 사부로 모신이상, 사부는 영원한 우리들의 사부입니다. 많은 돈도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들이 가지고 있어봐야 술값이나 노름으로 탕진하고 말 돈입니다. 그냥 우리가 사부를 모시는 작은 정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다른 말씀은 듣지 않겠습니다. 우린 한번 한다면 하는 놈들 입니다. 사부도 알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사부보다 어린놈이 몇 놈이나 있습니까. 모두 사부보다 나이 많고 험하게 살아온 놈들 입니다. 그래도 한번 사부로 모시기로 마음먹은 이상 누구도 토 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린 그런 놈들입니다.”
“후후후. 좋아요. 그러지요. 나도 여러분을 진정한 제자들로 인정하죠.”
“감사합니다.”
수혼이 제자들에게 무술을 지도하고 각자 연습을 시킨 다음 쓰려져 있는 여자에게 가 보았다. 여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음양수에 적중 당했지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다. 음양수를 실전할 때 힘 조절해서 저번에 김호식처럼 뼈가 부리질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이봐 그만 정신차례”
수혼이 누워있는 여자의 뺨을 때리자 여자는 수혼의 팔을 쳐내며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예이. 쪽 팔려서 누워 있는데 뺨까지 때리네.”
“너 정채가 뭐야. 나에게 음양도를 배운 제자들은 여기 모두 있어. 근데 네가 손바주었다는 녀석은 어디 있는 거야. 내가 물어보니 다들 모른다는데”
“새끼가 쪽 팔려서 말 못하는 건지.”
“그럼 네가 찾아봐.”
“몰라. 지금은 얼굴도 기억 안나.”
“너 거짓말 한거 아니야..................그건 그렇고. 너 태권도 국가대표 맞아.”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아나. 뭐하려 그런 거짓말해. 사실이야.”
“근데........마지막에 사용한 무술은 태권도도 아니고 합기도도 아니고 무슨 무술이야.”
“쪽 팔리게 물어보지 마. 그냥 어깨너머로 배운 거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어깨너머로 배우다니. 그럼 훔쳐 배운 거야.”
“그럼 샘이지. 어떤 여자하고 대련한 적이 있는데........그때 그 여자가 사용한 무술을 흉내 낸 거야.”
“그 여자가 누군 대”
“알게 뭐야. 딱 한번 본 여자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이 남자봐 좀 전까지 꼬박꼬박 존댓말이더니 이제 막 반말이내.”
“너도 반말하는데 나는 못하니.”
“참내. 너 알아서 해라. 그건 그렇고 나도 그 음양도가 뭐가 알려줘”
“뭐라고.”
“직접 상대해 보니까 장난 아닌데. 이런 무술이라면 배워볼 만하지. 알려주는 거지 그치”
“퓨~ 싫어.”
“아이 비싸게 굴지 말고 가르쳐주라. 나처럼 국가대표를 제자로 두기 쉬운 줄 알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허~허허허. 싫어. 그런 영광 사양하네. 자 볼일 끝났으면 가보시게나.”
“남자가 쩨쩨하게 구네. 정말 싫어.”
“볼 일 없다. 네가 아까 실전한 무술을 배운 사람을 알려주면 모를까? 다른 건 관심 없어.”
“십팔. 나 같은 미인의 청을 거절한단 말이지.”
“야~~야~~ 너하고 비슷한 가시나 한명을 알고 있는데 그 가시나 상대하는 것만도 머리가 지끈거려.........그러니 제발 가라 응.”
“흥~ 오늘은 일단 물려나지. 참 내 이름은 마수지야. 마수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으니 잘 기억해. 너 이름은 조수혼이지. 수리대학 법학과 신입생. 맞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호호호. 아는 수가 있어. 하여튼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다음에 보자고”
마수지라고 자신을 밝힌 여자는 옷을 갈아입고 유유히 살아졌다. 수혼의 그녀가 가고 난 후 그녀가 떠난 자리를 한참을 보고 있었다. 요즘 들어서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었다. 특히나 오늘 본 마수지라는 여자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영은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서로 바쁜 관계로 만나지 못해 영은은 수혼을 보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다. 예전 집 같으면 수혼의 집 열쇄를 가지고 있어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지만 수혼이 이사한 후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영은아.”
“오빠.”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치~~ 보고 싶어서 왔지. 오빠는 무슨 일 있어야만 만나는 거야.”
“미안. 반가워서. 자 들어가자.”
수혼이 문을 열어주자 영은이 집안에 들어서서는 인상을 구긴다.
“정말~~ 오빠 정리 좀 하고 살아. 이게 뭐야.”
“예고.......예고. 또 영은이 잔소리가 시작돼내.”
“잔소리가 아니라 이게 사람 사는 데야. 돼지우리도 이것보다는 깨끗하겠다.”
“미안 아침에 정리도 못하고 나가서 말이야.”
“일단 정리부터 하자. 앉을 자리도 없네. 정말”
“가만있어. 내가 정리할게”
“관두셔. 오빠가 정리하면 구석에 쳐 박기나 하지. 내가 할 거니까 오빠는 밖에 나가서 먹을 것 좀 사와. 나 저녁도 안 먹어서 배고파”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내가 금방 갔다 올게.”
“천천히 와도 돼. 정리하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으니 말이야.”
수혼이 밑으로 내려가자 영은은 신발을 벗고 들어선다. 원룸 오피스텔인데 침대위에는 이불이며 벗어놓은 옷가지가 그대로 있고, 역시나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가득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정리라는 것을 모른다.
영은은 고무장갑을 끼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모아 세탁기에 집어넣고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고, 싱크대에 있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오빠야. 싱크대 정리 중이니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들어온 사람은 한참 정리중인 영은을 보더니 식탁 의자에 앉는다.
“영은아.”
등 뒤에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영은은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보니 식탁에 지나가 앉아 있었다.
“어. 지.........지나야.”
“오랜만이네. 일년 만인가. 그 때 그일 이후 만나 적이 없으니 한 일년 반 정도 됐구나.”
“그.........그래. 오랜만이내. 그동안 잘 지냈어.”
“잘 지내고 있지. 너 교대 들어갔다며. 축하해.”
“고마워. 나도 들었어. 너도 삼화대학 들어갔다고.”
“호호호. 그래도 한때는 우리 잘 놀았는데..........오랜만에 만나니 서먹서먹하다.”
“그.........그런가. 근데 무슨 일이야.”
“허~ 무슨 일이라니. 여긴 우리삼촌 집이야. 몰라 수혼씨가 우리아빠 동생인거. 조카가 삼촌 집에 오는 게 당연한거지.............근데 너야말로 무슨 일이야. 우리 삼촌 집에 말이야.”
“그러니까. 오빠하고 난.............그러니까.”
“똑바로 말해. 버벅거리지 말고..........우리 삼촌하고 무슨 관계라도 돼. 삼촌한테 들으니 너하곤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하던데. 왜 네가 이집에 있는 거야.”
“오............오빠가 그래.”
“그럼 내가 없는 말하니. 네가 그런 거짓말해서 뭐해.”
“정말 오빠가 나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 했어. 아무사이 아니라고.”
“얘가~ 정말이야.”
“흑~~~ 흑”
영은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자기 가방을 들고 나가 버렸다. 뛰어가는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나는 살아지는 영은을 바라보다 한 숨을 쉬었다.
“영은아. 기다렸지.”
수혼이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와 보니 영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지나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네가 웬일이야. 그리고 영은이는 어디 갔어.”
“집에 갔어.”
“왜”
“몰라. 내가 들어오니까 그냥 말도 없이 가버렸어.”
“어~ 배고프다고 해서 먹을 걸 잔득 사왔는데. 이상하네. 말도 없이 갈 얘가 아닌데.”
“잘 됐네. 나도 배고픈데 내가 먹으면 되겠네.”
“그래. 참내. 전화라도 해 봐야겠네.”
“야 조수혼. 넌 네가 배고프다는데 집에 간 영은이만 걱정하니. 나 배고프다고.”
수혼은 비닐봉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여기 있으니 네가 알아서 먹어.”
“넌 뭐하려고.”
“난 영은이에게 전화라도 해 봐야겠어.”
“정말 그럴 거야.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반갑다는 인사는커녕 문전박대도 요 분수지 이게 뭐야.”
“누가 오래. 지가 와서 왜 큰소리야. 이런 대접받기 싫음 집에 가.”
“십팔 좋은 말로 하니까 정말. 빨리 밥죠.”
“이게 남에 집에 와서 행패부리네. 쌍. 내가 식당아줌마야, 여기가 식당이야. 배고프면 식당가서 밥 달라고 해. 여기서 찾지 말고. 그리고 말이야. 너 누가 들어오래. 왜 남에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고 지랄이야.”
“하여튼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어떻게 이러게 예쁜 숙녀에게 그런 말을 하니. 지랄이 뭐니 지랄이.
“웃기네. 네가 숙녀냐. 그리고 넌 말끝마다 십팔, 개새끼를 붙이고 사는 것이 누굴 욕해.”
“하여튼 밥죠. 배고파.”
“너 돈 없어. 나가서 사먹어. 왜 여기서 밥 달라고 생떼 부리지 말고.”
“한번쯤 차려주면 안돼. 처음으로 왔는데 밥도 안주고 보낼 거야.”
“미치겠네. 정말. 알았어.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내가 미쳐 정말”
수혼이 사온 것은 찌개거리하고 반찬거리였다. 수혼은 앞치마를 두르고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 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지나를 어쩔 수없어 대충 반찬을 만들어 식탁에 올려 주었다.
“자 먹어라. 이제 됐지.”
“어디 가려고.”
“전화 좀 하자. 밥 달라고 해서 차려 주었으면 됐지. 또 뭐”
“난 혼자서는 밥 못 먹는단 말이야. 너도 앉아서 같이 먹어.”
“환장하겠네. 좋아 먹자. 먹음 돼지.”
“응~ 빨리 앉아.”
수혼은 지나와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지나의 수저는 천천히 움직이고 음식을 먹지도 않는다. 다만 수혼이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뿐 이였다.
“배고프다며...........안 먹어”
“먹고 있어.”
“근데 정말 웬일이냐. 네가 우리 집에 다 찾아오고”
“왜 찾아오면 안돼.”
“그런 건 아니지만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소문 듣고 왔어. 요즘에 수리대학에서 유명하다며. 그 소문이 우리학교까지 들리더라. 그래서 정말 그 소문의 사나이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인가 확인하려 왔지.”
“난 또.”
“왜~ 내가 보고 싶어 찾아왔나 기대했어.”
“됐네. 그런 기대는 하지도 않네. 밥 먹었으면 이제 가라.”
“내가 식충이니 밥만 먹고 가게. 우리 술 한 잔 하자.”
“얘가 오늘 이상하네. 또 무슨 술이야.”
“나 술 먹고 싶어. 빨리 가서 사와.”
“오늘 집에 안가니.......지금 11시야.”
“여기서 자면 되지. 잔말 말고 빨랑가서 사와”
“술은 사다준다. 그 대신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은 마라.”
수혼이 일어나 밖으로 걸어가자 지나는 수혼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혼이 문을 닫고 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은이가 던져 버린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영은이가 정리하다 만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수혼이 술을 사서 들어오자 지나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졸 티 차림 이였다. 수혼이 나가기 전까지 외투를 걸치고 있어서 몰랐는데 외투 속에 그런 차림일 줄이야.
“뭐니 그 차림은”
“왜 이상해.”
“야하다~ 학교도 그렇게 입고 다녀.”
“그럼. 어때서. 이상해. 참내. 자긴 내 벗은 몸도 다 보았으면서.”
“내가 언제.”
“기억 안나. 처음 내방에 들어오던 날. 내가 옷 갈아입고 있는데 불쑥 들어온 거. 그때 다 보았잖아.”
“무슨 소리야. 속옷은 입고 있었어.”
“어~ 다 기억하네. 그러면서 못 본 척 하기는”
“야 그때는 경황중이라 자세히 보지도 못했어.”
“왜 보고 싶어. 벗어 볼까.”
“못하는 말이 없네.”
“흥~! 끽하면 벗긴다고 협박할 땐 언제고 벗는다니까 겁나.”
“그만하자. 자 술 사왔으니 먹어라.”
“넌 안 먹어.”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내가 술꾼이니 혼자 먹게. 너도 앉아.”
“참내 원. 오늘 정말 이상하다.”
“자 마셔.”
지나가 잔에 술을 따라주자 수혼은 마지못해 받아 마신다. 지나는 술이 고픈지 자기가 잔에 따라 먹기 시작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자 어느새 사은 맥주가 다 떨어졌다.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라.”
“에게~ 이거 먹고 일어나. 남자가 쩨쩨하게 맥주 5병이 뭐냐. 사오려면 많이 사오지 말이야. 이거 먹고 간에 기별이나 가.”
“얼마나 먹으려고 그래. 이거 먹음 됐지.”
“빨리 안 사와. 이번에는 한 10병사와. 또 가지 말고.”
“그래라. 얼마나 마시나 보자.”
다시 수혼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지나는 화장실로 가더니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수혼이 들어오자 지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나갈 때와 똑같은데 다만 얼굴에 달려져 보였다.
“뭐 한거야.”
“답답해서 화장 지웠어.”
“화장 하면 답답하니.”
“그럼 몰랐어. 얼마나 답답한데.”
“근데 왜해.”
“남자들이 여자들 화장하는 걸 좋아하니 그렇지. 또 여자들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렇군. 너도 여자구나.”
“그럼 내가 남자로 보여.”
“아니다. 자 술이나 먹자.”
다시 술을 먹기 시작하니 자나는 수혼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자기 잔에는 조금씩만 따른다. 수혼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주는 대로 받아먹으니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시계는 어느덧 1시가 넘어 2시를 가르치고 있었다. 수혼은 이제 술도 취하고 졸리기 시작했다. 지나도 많은 양의 술을 먹어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야~ 조 수혼~ 너 말이야. 나 어떻게 생각해.”
“천방지축, 날라리에 말썽꾸러기.”
“호호호. 말 다했어. 내가 그렇게 밖에 안보여.”
“당연하지.”
“네 눈에 내가 여자로 안보이냐고................나도 여자야. 잘 봐.”
“누가 여자 아니래.”
“근데.............왜. 나한테만 그렇게 쌀쌀 맞게 구는데. 다른 여자들한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정답게 대하면서 왜 나한테만 쌀쌀 맞게 구여. 왜...........왜.”
“취했냐. 취했으면 가서 자라. 저기 침대에서 자.”
“안 취했어. 나 안 취했다고. 너 말이야. 정말 내가 여자로 안보여.”
“너 여자 맞아. 이게 이제 취해서까지 행패야. 자자 일어나 가서 자자.”
수혼이 지나의 팔을 잡고 일어나게 하자 지나는 수혼의 손을 푸리치고 수혼을 빤히 쳐다본다. 수혼도 지나를 쳐다보니 지나의 눈망울이 이슬이 맺혀 있었다.
“넌 진짜 오늘 왜 그래. 평소답지 않다.”
“바보새끼.”
“뭐야.”
“여자가 이렇고 있음. 안아주기라도 해봐. 바보 새끼야.”
“이~~쌍~~, 가서 자.”
수혼이 지나를 들어올리자 지나는 수혼의 품에서 발버둥친다.
“뇌. 노우라고.”
수혼이 침대로 걸어가 지나를 거칠게 던져버린다. 지나는 침대에 쓰려져 움직일 줄 모른다.
“자. 난 침대 밑에서 잘 태니 말이야.”
수혼은 불을 커버리고 침대 밑에 누워버린다. 지나는 침대에 쓰려져 한동안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침대 밑에서 수혼이 완전히 잠들자 자리에서 일어나 수혼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한동안 수혼의 얼굴을 보고 있던 지나는 침대에서 내래와 살며시 수혼의 옆에 누워본다.
아침에 되어 수혼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옆을 보니 지나가 옆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잠든 지나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앙칼지고 막무가내 같은 성격을 빼고 외모만 본다면 지나는 상당한 미인이다. 화선보다 아름답고 영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인이지만 단지 그 못된 성격 때문에 문제가 많은 여자다.
수혼은 잠든 지나를 깨울까하다 그만두고 대충 씻고 식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준비가 끝나자 수혼은 지나를 흔들었다.
“음~ 뭐야.”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야.”
“벌써 아침이야. 아 머리아파.”
“어제 많이 먹더니만. 하여튼. 자 일어나서 씻고 와. 빨리.”
지나는 머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수혼을 바라보았다.
“멍청이 있지 말고 빨리 움직여. 나도 학교가야 한단 말이야.”
“알았어.”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니 수혼이 식탁에 앉으라고 한다. 식탁을 보니 북어 국이 끊어져 있었다.
“빨리 먹고 출발하자.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면돼. 빨리 먹어.”
“북어 국이야. 어~ 맛있네. 음식 잘 만드네.”
“빨리 먹기나 해라.”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넌 저쪽이지. 난 이쪽이니 여기서 헤어지자. 자 간다.”
수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학교로 달려가 버린다. 지나는 멀어지는 수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혼은 체육관으로 향했다. 요즘 들어서 시험이다 입학식이다 이런저런 일로 제자들에게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의 통장으로 매달 보내오는 돈이 강철이 주는 돈이 아니라 제자들이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체육관에 도착하자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제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바로 체육관으로 오는 길이라 남들보다 몇 시간이나 먼저 도착한 것이다.
수혼은 검은 도복으로 갈아입고 음양도의 음양각과 음양수, 그리고 음양금나수 등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 공부한다고 음양도의 수행을 게을리 해서 그런지 몸이 무거웠다.
체육관에서 한참을 수련하고 있는데 체육관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수혼은 제자 중 한명이거니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을 무시하고 수련만 열심히 했다. 수혼의 몸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연속적으로 터지는 음양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 마리 학처럼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허리가 꺾이며 공중을 향해 터지는 발차기는 공기를 가르며 날카롭게 날아가고 쳐내 발을 휘수하지도 않고 공중에서 계단을 밟듯이 날아오르는 동작은 사람의 상식을 벗어나 버린다. 농구에서 이단점프라는 것은 들어봤어도 수혼이 지금 하는 것은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꼭 사람의 몸에 날개를 단 것처럼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회전하며 연속적으로 발차기와 주먹을 터진다.
이것이 바로 음양각과 음양수 그리고 음양신법의 조화가 만들에 내는 한 폭의 작품 이였다. 특히나 수혼의 손동작은 주먹이다 싶음 수도가 되고 수도다 싶음 반쯤 말아 주먹도 아니고 수도도 아닌 특이한 주먹이 된다. 순간순간 변화가 막심하여 그의 손동작만 보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지만 자세히 보고 있음 어지러울 지경이다.
공중에서 춤추듯 한 동작이 멈추고 다리를 바닥에 붙이고 수혼이 손가락들을 독수리의 발톱마냥 오므리더니 팔의 동작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건 수혼이 잘 쓰지 않는 음양금나수로 사람을 제압하거나 혈도공격에 사용되는 무술 이였다. 수혼이 비록 사람의 혈도를 이용한 공격과 수비방법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에게 사용해 본적은 없었다.
혈도를 이용한 공격은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려올 수 있기 때문 이였다.
드디어 수혼의 동작이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온 사람을 돌아보니 처음 보는 사람 이였다. 청바지에 간편한 면 티. 등 뒤로 넘긴 희색도복이 보이고 껌을 짝짝 씹고 있는데 그 표정이 심히 불량스럽게 보인다. 더 황당한 것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으며, 짝짝 씹고 있는 껌만 아니면 상당한 미인이라는 것이다. 이곳 체육관은 강철이 비어있는 체육관을 인수해 사용하는 것으로 밖에서 보면 간판도 없어 이곳이 체육관이란 것을 아는 사람도 수혼과 제자들 뿐 이였다. 그런데 이곳에 도복을 가지고 온 이 여자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끝났어. 멋 지내. 그게 음양도라는 무술인가 보죠.”
들어온 여자는 씹고 있던 껌을 바닥에 찍하고 버린다. 수혼과 제작들이 운동하는 매트리스에 껌을 뱉고는 수혼에게 거들거들 걸어온다.
“아저씨가 이곳 관장이야.”
“누구죠. 이곳은 개인도장으로 일반인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알아. 나도 들었어. 무술 배우려 온 게 아니라 아저씨 보려고 왔어.”
“무슨 말이죠.”
“얼마 전에 깡패새끼 하나가 건들리기에 죽도로 패주었지. 근데 말이야 그녀석이 특이한 무술을 하더라고, 태권도도 아니고, 유도도 아니고 하여튼 내가 처음 보는 무술이더라고”
“그래서요”
“난 말이야 궁금한 건 못 참거든, 특히나 무술이라면 밥 먹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광적으로 좋아하지. 그런 특이한 무술을 보고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그 녀석을 죽도로 패서 이곳을 알아냈어. 그 녀석 말로 음양도라고 하던데 생전처음 들어본 무술이걸랑.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나.............바로 달려왔지.”
“그 녀석이라는 놈이 어떤 놈이죠.”
“몰라. 이름 같은 거 귀찮은데 뭐하려 물어봐.”
“후후후. 특이한 여자군. 그래 직접본 소감은 어때요.”
“화려하대. 동작도 멋지고 말이야. 근데 실전에서는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 궁금해. 화려한 것 치고 실전에서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거든. 그리고 말이야 아저씨가 관장이라면 실망인걸. 난 나이 좀 든 사범으로 예상했는데 말이야. 아저씨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수련했다고 해도 몇 년이나 했겠어. 그런 짧은 수련기간으로 이처럼 화려한 무술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겠어. 그냥 흉내만 내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요. 근데 그 말하려고 온건 아닌 것 같고, 도복까지 챙겨온 걸보면 나하고 한판 붙여보겠다는 건가요.”
“아~ 아저씨 눈치한번 빠르네. 맞아 아저씨하고 한판 붙어보고 싶어서 왔지.”
“싫어요. 난 여자하고 싸우고 싶은 생각 없어요.”
“허허 참내. 이 아저씨가 여자라고 깔 보내. 아~자~씨~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우리나라 태권도 까 대표야 까 대표. 까 대표 몰라, 국가 대표라고. 아~자~씨 같은 엉터리 무도 가는 나한테 거리면 뼈도 못 추려. 알아.”
“국가 대표라.”
“그래~ 국가 대표. 태권도 공인 4단에, 합기도 3단, 공수도 3단이라고.......... 여자라고 우습게보다가 큰 코 다진 남자들 부지기수야. 아저씨도 그 놈들과 똑같은 놈 이내.”
“정 나와 대련하고 싶다면 받아주지요. 그 대신 맞고 나서 치료비 물어달라는 소리 하지 마요.”
“아저씨 보기보다 확 근한데. 그리고 말이야 아저씨나 나 한터 맞고 치료비 물어달란 소리 하지 마.”
“저기 들어가서 도복으로 갈아입고 와요.”
“OK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급작스럽게 찾아온 여자가 탈의실로 들어가자 수혼은 여자가 버린 껌을 주여 휴지통에 넣는다. 여자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오늘 그녀와 한판 대련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운동을 했다는 여자의 태도가 불손한 건 둘째 치고, 운동하는 체육관에 껌을 씹고 들어와서는 바닥에 뱉는 다는 것은 명백한 도전행위다. 아예 싸우려고 맘 잡고 들어오지 않는 한 저려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들어가고 시간이 된 건지 제자들이 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아 사부. 오늘은 저희들 보다 일찍 오셨네요.”
“예~ 운동 좀 하려고 일찍 왔어요. 아참 탈의실은 잠시 후에 들어가세요.”
“예. 누가 있습니까?”
“여자가 한명 들어갔어요. 이제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오~호. 사부. 여자친구 입니까?”
“아니요. 나에게 도전한 사람입니다.”
“참.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지. 이곳에서 우리가 무술 배운다는 건 비밀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하여튼 기다려 보죠.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라는데.”
잠시 후, 희색도복에 호리호리한 여자가 탈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검정색 양복일색인 덩치들을 보고도 전혀 기죽지 않고 수혼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녀가 수혼과 대치하자 제자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뒤쪽에 정렬해서 자리했다.
“시작하죠. 난 태권도가 주 종목이지만 이번 대결은 태권도 경기가 아니니 몸에 익은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겠어요.”
“맘대로 하세요. 자 공격해 봐요.”
“흥~ 자신 있다는 건가요. 좋아요. 사양하지 않고 공격하죠.”
그녀는 태권도를 기본으로 하는지 제자리에서 몇 번 뛰더니 순간적으로 수혼에게 덮쳐오며 수혼의 허리 아래를 걷어차 온다. 수혼이 한걸음 옆으로 살짝 피하자 걷어찬 발을 바닥에 살짝 착지함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빙글 돌며 수혼의 얼굴로 발이 날아온다. 수혼은 허리를 뒤로 쳐져 살짝 피하니 그녀는 올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혼으로부터 떨어진다.
“오후. 제법인데. 내 발치기를 이렇게 쉽게 피하는 사람은 간만에 보내.”
수혼이 빙긋 웃고만 있자. 여자는 기분 나쁜지 다시금 수혼을 향해 접근하며 왼발을 들어 수혼의 허리를 가격하고 수혼이 피하자 몸이 붕 날아올라 두 다리가 연속적으로 수혼의 급소를 놀리고 날아온다. 이번 공격에 수혼도 칠성밟기를 실천하며 몸이 흔들리니 그녀의 발은 허공만 가른다.
수혼의 옆에 떨어진 그녀는 흔들리는 수혼을 지켜보다 팔을 뺏어 수혼을 잡으려하니 수혼의 몸은 어느새 그녀의 뒤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혼이 자신의 뒤로 이동하고 있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차기를 날린다. 수혼의 이동속도와 자신이 쳐내 다리의 위치가 절묘하여 이번에는 피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다.
“아~악”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휘청하더니 바닥에 쓰려진다. 그녀가 쳐낸 다리는 수혼의 갈고리 같은 손에 들려 있었다. 수혼은 갑자기 날아온 다리를 피하지 못하고 금나수로 그녀의 발목을 잡아 버린 것이다. 여자가 바닥에 쓰려지자 그녀의 발목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다리가 풀리자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뒤로 물려서며 자신의 다리를 만진다. 발목을 보니 손자국이 선명하다.
“방금 그게 아까본 금나수 인가요.”
수혼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여자는 아픈 다리를 몇 번 떨더니 몸을 수혼에게 날린다. 수혼을 향해 날아오던 몸이 중간에서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수혼의 곁에 이르려 손과 다리가 정신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수혼도 이번에는 적지 않게 당황하여 칠성밟기를 실천하며 피하는데 그녀의 모든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손을 뺏어 그녀의 공격을 쳐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칠성밟기로 피하지 못할 것이 없었는데 이번 그녀의 공격은 막지 않음 안 될 정도로 신랄했다. 수혼이 그녀의 공격을 막으며 일자보로 뒤로 쭉 밀려나니 그녀는 한번 바닥을 찍더니 다시 날아올라 수혼에게 덮치는데 이번 공격은 처음보다 더 신랄하여 그녀의 손과 발이 공기를 찢어버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상하좌우 손과 발이 일체가 되어 수혼에게 날아왔다.
수혼은 태만히 상대하지 않고 뒤로 두발자국 물려서더니 앞으로 솟아지며 공격 사정권으로 몸을 날려 들어간다. 수혼의 다리와 손이 그녀의 공격권으로 들어가더니 손과 발이 부디 치며 “타타탁”거리는 타격 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손과 발은 너무나 빨리 움직여 보는 사람이 어지러울 지경 이였다.
특히나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덩치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스승인 수혼의 실력이야 알고 있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여인의 무술 또한 대단한 경지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얍..........”
“아~~악.”
수혼의 기압소리가 들리고 수혼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체육관의 천장까지 아슬아슬하게 올라가더니 몸을 숙여 밑으로 떨어지며 전번에 딱 한번 김호식과의 대결에서 보여 주였던 음양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수혼의 손 그림자가 꽃비처럼 아름답게 휘날리고, 천천히 다가가던 손 그림자들이 그녀의 앞에 이르려 전광석화처럼 날아가 그녀의 몸을 강타한다. 그녀의 몸은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쭉 밀려나며 입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한다.
“음~~ 이게 뭐죠.”
“음양수. 당신이 아까 보았던 무술이지. 화려하기만 하다는 그 무술”
“치~ 빌어먹을”
그녀의 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쓰려진다. “퍽”하고 쓰려지는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은 무슨 의미일까? 쓰려진 그녀의 얼굴에는 분명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수혼은 쓰려진 여인을 보며 깊은 상념에 잠겼다. 이 여인이 마지막에 보여준 무술은 분명 일반세간에 알려진 무술은 아니다. 정확하게 무슨 무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익히고 있는 음양도와 같이 신비에 쌓인 무술 같았다. 아무리 고민한들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일단 여인을 안아 한쪽에 눕게 했다.
“자 모두들 옷 갈아입고 정렬해요.”
덩치들이 탈의실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정렬하자 수혼이 앞에 선다.
“저 사부. 저 여자 대단하던데. 무슨 무술입니까?”
“제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무술은 아닌 것 같아요. 태권도나 합기도처럼 세간에 알려진 무술은 아닙니다.”
“하여튼 사부는 대단합니다. 저 여자도 강한데 사부에게 상대도 안돼는 군요.”
“글쎄요. 초식만 가지고 말하면 저 여자나 나나 비슷해요. 단지 수련한 깊이가 다를 뿐이죠. 내가 음양도를 수련한 깊이만큼만 수련했다면 좋은 대결이 될 수 있었는데........아쉽군요.”
“그 정도로 대단한 무술입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여러분께 할말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누군가 제 통장으로 매달 꼬박꼬박 돈을 보내오고 있어요. 난 그 돈이 강철형님의 돈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철형님께 물어보니 자기가 보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혹시 여러분 중에 돈을 보내는 사람 있습니까?”
수혼이 물어보자 제자들은 수혼을 쳐다보지 못하고 딴 곳을 쳐다보거나 고개를 숙이고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왜 대답이 없죠. 여러분들 중 아무도 보낸 사람이 없어요.”
“저기 사부. 다 알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죠. 우리들이 모아서 보내고 있습니다. 사부에게 무술을 배우면서 감사의 표시로 저희들이 마련한 것이니 사양하지 마세요.”
“말씀해 주시니 고맙네요. 내가 여러분께 무술을 지도하고 있는 것은 형님의 부탁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익히고 있는 음양도가 싸움판에서나 통용될 무술은 아니죠. 만일 형님의 부탁이 없었다면 여러분께 지도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도하기 시작한 이상 여러분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음양도의 기본무공을 익힐 때까지는 계속 지도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가 부담스럽게 돈을 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부. 우리들은 비록 남들이 말하는 깡패들이지만 의리하나는 누구 못지않습니다. 우리가 한번 사부로 모신이상, 사부는 영원한 우리들의 사부입니다. 많은 돈도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들이 가지고 있어봐야 술값이나 노름으로 탕진하고 말 돈입니다. 그냥 우리가 사부를 모시는 작은 정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다른 말씀은 듣지 않겠습니다. 우린 한번 한다면 하는 놈들 입니다. 사부도 알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사부보다 어린놈이 몇 놈이나 있습니까. 모두 사부보다 나이 많고 험하게 살아온 놈들 입니다. 그래도 한번 사부로 모시기로 마음먹은 이상 누구도 토 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린 그런 놈들입니다.”
“후후후. 좋아요. 그러지요. 나도 여러분을 진정한 제자들로 인정하죠.”
“감사합니다.”
수혼이 제자들에게 무술을 지도하고 각자 연습을 시킨 다음 쓰려져 있는 여자에게 가 보았다. 여자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음양수에 적중 당했지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는 아니다. 음양수를 실전할 때 힘 조절해서 저번에 김호식처럼 뼈가 부리질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이봐 그만 정신차례”
수혼이 누워있는 여자의 뺨을 때리자 여자는 수혼의 팔을 쳐내며 일어나 자리에 앉는다.
“예이. 쪽 팔려서 누워 있는데 뺨까지 때리네.”
“너 정채가 뭐야. 나에게 음양도를 배운 제자들은 여기 모두 있어. 근데 네가 손바주었다는 녀석은 어디 있는 거야. 내가 물어보니 다들 모른다는데”
“새끼가 쪽 팔려서 말 못하는 건지.”
“그럼 네가 찾아봐.”
“몰라. 지금은 얼굴도 기억 안나.”
“너 거짓말 한거 아니야..................그건 그렇고. 너 태권도 국가대표 맞아.”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아나. 뭐하려 그런 거짓말해. 사실이야.”
“근데........마지막에 사용한 무술은 태권도도 아니고 합기도도 아니고 무슨 무술이야.”
“쪽 팔리게 물어보지 마. 그냥 어깨너머로 배운 거야.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어깨너머로 배우다니. 그럼 훔쳐 배운 거야.”
“그럼 샘이지. 어떤 여자하고 대련한 적이 있는데........그때 그 여자가 사용한 무술을 흉내 낸 거야.”
“그 여자가 누군 대”
“알게 뭐야. 딱 한번 본 여자를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이 남자봐 좀 전까지 꼬박꼬박 존댓말이더니 이제 막 반말이내.”
“너도 반말하는데 나는 못하니.”
“참내. 너 알아서 해라. 그건 그렇고 나도 그 음양도가 뭐가 알려줘”
“뭐라고.”
“직접 상대해 보니까 장난 아닌데. 이런 무술이라면 배워볼 만하지. 알려주는 거지 그치”
“퓨~ 싫어.”
“아이 비싸게 굴지 말고 가르쳐주라. 나처럼 국가대표를 제자로 두기 쉬운 줄 알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허~허허허. 싫어. 그런 영광 사양하네. 자 볼일 끝났으면 가보시게나.”
“남자가 쩨쩨하게 구네. 정말 싫어.”
“볼 일 없다. 네가 아까 실전한 무술을 배운 사람을 알려주면 모를까? 다른 건 관심 없어.”
“십팔. 나 같은 미인의 청을 거절한단 말이지.”
“야~~야~~ 너하고 비슷한 가시나 한명을 알고 있는데 그 가시나 상대하는 것만도 머리가 지끈거려.........그러니 제발 가라 응.”
“흥~ 오늘은 일단 물려나지. 참 내 이름은 마수지야. 마수지.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으니 잘 기억해. 너 이름은 조수혼이지. 수리대학 법학과 신입생. 맞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호호호. 아는 수가 있어. 하여튼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다음에 보자고”
마수지라고 자신을 밝힌 여자는 옷을 갈아입고 유유히 살아졌다. 수혼의 그녀가 가고 난 후 그녀가 떠난 자리를 한참을 보고 있었다. 요즘 들어서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었다. 특히나 오늘 본 마수지라는 여자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영은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서로 바쁜 관계로 만나지 못해 영은은 수혼을 보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다. 예전 집 같으면 수혼의 집 열쇄를 가지고 있어서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지만 수혼이 이사한 후 그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영은아.”
“오빠.”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치~~ 보고 싶어서 왔지. 오빠는 무슨 일 있어야만 만나는 거야.”
“미안. 반가워서. 자 들어가자.”
수혼이 문을 열어주자 영은이 집안에 들어서서는 인상을 구긴다.
“정말~~ 오빠 정리 좀 하고 살아. 이게 뭐야.”
“예고.......예고. 또 영은이 잔소리가 시작돼내.”
“잔소리가 아니라 이게 사람 사는 데야. 돼지우리도 이것보다는 깨끗하겠다.”
“미안 아침에 정리도 못하고 나가서 말이야.”
“일단 정리부터 하자. 앉을 자리도 없네. 정말”
“가만있어. 내가 정리할게”
“관두셔. 오빠가 정리하면 구석에 쳐 박기나 하지. 내가 할 거니까 오빠는 밖에 나가서 먹을 것 좀 사와. 나 저녁도 안 먹어서 배고파”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내가 금방 갔다 올게.”
“천천히 와도 돼. 정리하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으니 말이야.”
수혼이 밑으로 내려가자 영은은 신발을 벗고 들어선다. 원룸 오피스텔인데 침대위에는 이불이며 벗어놓은 옷가지가 그대로 있고, 역시나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가득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정리라는 것을 모른다.
영은은 고무장갑을 끼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모아 세탁기에 집어넣고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고, 싱크대에 있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오빠야. 싱크대 정리 중이니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들어온 사람은 한참 정리중인 영은을 보더니 식탁 의자에 앉는다.
“영은아.”
등 뒤에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영은은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보니 식탁에 지나가 앉아 있었다.
“어. 지.........지나야.”
“오랜만이네. 일년 만인가. 그 때 그일 이후 만나 적이 없으니 한 일년 반 정도 됐구나.”
“그.........그래. 오랜만이내. 그동안 잘 지냈어.”
“잘 지내고 있지. 너 교대 들어갔다며. 축하해.”
“고마워. 나도 들었어. 너도 삼화대학 들어갔다고.”
“호호호. 그래도 한때는 우리 잘 놀았는데..........오랜만에 만나니 서먹서먹하다.”
“그.........그런가. 근데 무슨 일이야.”
“허~ 무슨 일이라니. 여긴 우리삼촌 집이야. 몰라 수혼씨가 우리아빠 동생인거. 조카가 삼촌 집에 오는 게 당연한거지.............근데 너야말로 무슨 일이야. 우리 삼촌 집에 말이야.”
“그러니까. 오빠하고 난.............그러니까.”
“똑바로 말해. 버벅거리지 말고..........우리 삼촌하고 무슨 관계라도 돼. 삼촌한테 들으니 너하곤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하던데. 왜 네가 이집에 있는 거야.”
“오............오빠가 그래.”
“그럼 내가 없는 말하니. 네가 그런 거짓말해서 뭐해.”
“정말 오빠가 나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 했어. 아무사이 아니라고.”
“얘가~ 정말이야.”
“흑~~~ 흑”
영은은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자기 가방을 들고 나가 버렸다. 뛰어가는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나는 살아지는 영은을 바라보다 한 숨을 쉬었다.
“영은아. 기다렸지.”
수혼이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와 보니 영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지나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네가 웬일이야. 그리고 영은이는 어디 갔어.”
“집에 갔어.”
“왜”
“몰라. 내가 들어오니까 그냥 말도 없이 가버렸어.”
“어~ 배고프다고 해서 먹을 걸 잔득 사왔는데. 이상하네. 말도 없이 갈 얘가 아닌데.”
“잘 됐네. 나도 배고픈데 내가 먹으면 되겠네.”
“그래. 참내. 전화라도 해 봐야겠네.”
“야 조수혼. 넌 네가 배고프다는데 집에 간 영은이만 걱정하니. 나 배고프다고.”
수혼은 비닐봉지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여기 있으니 네가 알아서 먹어.”
“넌 뭐하려고.”
“난 영은이에게 전화라도 해 봐야겠어.”
“정말 그럴 거야.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반갑다는 인사는커녕 문전박대도 요 분수지 이게 뭐야.”
“누가 오래. 지가 와서 왜 큰소리야. 이런 대접받기 싫음 집에 가.”
“십팔 좋은 말로 하니까 정말. 빨리 밥죠.”
“이게 남에 집에 와서 행패부리네. 쌍. 내가 식당아줌마야, 여기가 식당이야. 배고프면 식당가서 밥 달라고 해. 여기서 찾지 말고. 그리고 말이야. 너 누가 들어오래. 왜 남에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고 지랄이야.”
“하여튼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어떻게 이러게 예쁜 숙녀에게 그런 말을 하니. 지랄이 뭐니 지랄이.
“웃기네. 네가 숙녀냐. 그리고 넌 말끝마다 십팔, 개새끼를 붙이고 사는 것이 누굴 욕해.”
“하여튼 밥죠. 배고파.”
“너 돈 없어. 나가서 사먹어. 왜 여기서 밥 달라고 생떼 부리지 말고.”
“한번쯤 차려주면 안돼. 처음으로 왔는데 밥도 안주고 보낼 거야.”
“미치겠네. 정말. 알았어.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내가 미쳐 정말”
수혼이 사온 것은 찌개거리하고 반찬거리였다. 수혼은 앞치마를 두르고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밥 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지나를 어쩔 수없어 대충 반찬을 만들어 식탁에 올려 주었다.
“자 먹어라. 이제 됐지.”
“어디 가려고.”
“전화 좀 하자. 밥 달라고 해서 차려 주었으면 됐지. 또 뭐”
“난 혼자서는 밥 못 먹는단 말이야. 너도 앉아서 같이 먹어.”
“환장하겠네. 좋아 먹자. 먹음 돼지.”
“응~ 빨리 앉아.”
수혼은 지나와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지나의 수저는 천천히 움직이고 음식을 먹지도 않는다. 다만 수혼이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뿐 이였다.
“배고프다며...........안 먹어”
“먹고 있어.”
“근데 정말 웬일이냐. 네가 우리 집에 다 찾아오고”
“왜 찾아오면 안돼.”
“그런 건 아니지만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소문 듣고 왔어. 요즘에 수리대학에서 유명하다며. 그 소문이 우리학교까지 들리더라. 그래서 정말 그 소문의 사나이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인가 확인하려 왔지.”
“난 또.”
“왜~ 내가 보고 싶어 찾아왔나 기대했어.”
“됐네. 그런 기대는 하지도 않네. 밥 먹었으면 이제 가라.”
“내가 식충이니 밥만 먹고 가게. 우리 술 한 잔 하자.”
“얘가 오늘 이상하네. 또 무슨 술이야.”
“나 술 먹고 싶어. 빨리 가서 사와.”
“오늘 집에 안가니.......지금 11시야.”
“여기서 자면 되지. 잔말 말고 빨랑가서 사와”
“술은 사다준다. 그 대신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은 마라.”
수혼이 일어나 밖으로 걸어가자 지나는 수혼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혼이 문을 닫고 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은이가 던져 버린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영은이가 정리하다 만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수혼이 술을 사서 들어오자 지나는 짧은 미니스커트에 졸 티 차림 이였다. 수혼이 나가기 전까지 외투를 걸치고 있어서 몰랐는데 외투 속에 그런 차림일 줄이야.
“뭐니 그 차림은”
“왜 이상해.”
“야하다~ 학교도 그렇게 입고 다녀.”
“그럼. 어때서. 이상해. 참내. 자긴 내 벗은 몸도 다 보았으면서.”
“내가 언제.”
“기억 안나. 처음 내방에 들어오던 날. 내가 옷 갈아입고 있는데 불쑥 들어온 거. 그때 다 보았잖아.”
“무슨 소리야. 속옷은 입고 있었어.”
“어~ 다 기억하네. 그러면서 못 본 척 하기는”
“야 그때는 경황중이라 자세히 보지도 못했어.”
“왜 보고 싶어. 벗어 볼까.”
“못하는 말이 없네.”
“흥~! 끽하면 벗긴다고 협박할 땐 언제고 벗는다니까 겁나.”
“그만하자. 자 술 사왔으니 먹어라.”
“넌 안 먹어.”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내가 술꾼이니 혼자 먹게. 너도 앉아.”
“참내 원. 오늘 정말 이상하다.”
“자 마셔.”
지나가 잔에 술을 따라주자 수혼은 마지못해 받아 마신다. 지나는 술이 고픈지 자기가 잔에 따라 먹기 시작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자 어느새 사은 맥주가 다 떨어졌다.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라.”
“에게~ 이거 먹고 일어나. 남자가 쩨쩨하게 맥주 5병이 뭐냐. 사오려면 많이 사오지 말이야. 이거 먹고 간에 기별이나 가.”
“얼마나 먹으려고 그래. 이거 먹음 됐지.”
“빨리 안 사와. 이번에는 한 10병사와. 또 가지 말고.”
“그래라. 얼마나 마시나 보자.”
다시 수혼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지나는 화장실로 가더니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수혼이 들어오자 지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나갈 때와 똑같은데 다만 얼굴에 달려져 보였다.
“뭐 한거야.”
“답답해서 화장 지웠어.”
“화장 하면 답답하니.”
“그럼 몰랐어. 얼마나 답답한데.”
“근데 왜해.”
“남자들이 여자들 화장하는 걸 좋아하니 그렇지. 또 여자들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렇군. 너도 여자구나.”
“그럼 내가 남자로 보여.”
“아니다. 자 술이나 먹자.”
다시 술을 먹기 시작하니 자나는 수혼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자기 잔에는 조금씩만 따른다. 수혼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주는 대로 받아먹으니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시계는 어느덧 1시가 넘어 2시를 가르치고 있었다. 수혼은 이제 술도 취하고 졸리기 시작했다. 지나도 많은 양의 술을 먹어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야~ 조 수혼~ 너 말이야. 나 어떻게 생각해.”
“천방지축, 날라리에 말썽꾸러기.”
“호호호. 말 다했어. 내가 그렇게 밖에 안보여.”
“당연하지.”
“네 눈에 내가 여자로 안보이냐고................나도 여자야. 잘 봐.”
“누가 여자 아니래.”
“근데.............왜. 나한테만 그렇게 쌀쌀 맞게 구는데. 다른 여자들한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정답게 대하면서 왜 나한테만 쌀쌀 맞게 구여. 왜...........왜.”
“취했냐. 취했으면 가서 자라. 저기 침대에서 자.”
“안 취했어. 나 안 취했다고. 너 말이야. 정말 내가 여자로 안보여.”
“너 여자 맞아. 이게 이제 취해서까지 행패야. 자자 일어나 가서 자자.”
수혼이 지나의 팔을 잡고 일어나게 하자 지나는 수혼의 손을 푸리치고 수혼을 빤히 쳐다본다. 수혼도 지나를 쳐다보니 지나의 눈망울이 이슬이 맺혀 있었다.
“넌 진짜 오늘 왜 그래. 평소답지 않다.”
“바보새끼.”
“뭐야.”
“여자가 이렇고 있음. 안아주기라도 해봐. 바보 새끼야.”
“이~~쌍~~, 가서 자.”
수혼이 지나를 들어올리자 지나는 수혼의 품에서 발버둥친다.
“뇌. 노우라고.”
수혼이 침대로 걸어가 지나를 거칠게 던져버린다. 지나는 침대에 쓰려져 움직일 줄 모른다.
“자. 난 침대 밑에서 잘 태니 말이야.”
수혼은 불을 커버리고 침대 밑에 누워버린다. 지나는 침대에 쓰려져 한동안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침대 밑에서 수혼이 완전히 잠들자 자리에서 일어나 수혼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한동안 수혼의 얼굴을 보고 있던 지나는 침대에서 내래와 살며시 수혼의 옆에 누워본다.
아침에 되어 수혼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어 옆을 보니 지나가 옆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잠든 지나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앙칼지고 막무가내 같은 성격을 빼고 외모만 본다면 지나는 상당한 미인이다. 화선보다 아름답고 영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미인이지만 단지 그 못된 성격 때문에 문제가 많은 여자다.
수혼은 잠든 지나를 깨울까하다 그만두고 대충 씻고 식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준비가 끝나자 수혼은 지나를 흔들었다.
“음~ 뭐야.”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야.”
“벌써 아침이야. 아 머리아파.”
“어제 많이 먹더니만. 하여튼. 자 일어나서 씻고 와. 빨리.”
지나는 머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수혼을 바라보았다.
“멍청이 있지 말고 빨리 움직여. 나도 학교가야 한단 말이야.”
“알았어.”
지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니 수혼이 식탁에 앉으라고 한다. 식탁을 보니 북어 국이 끊어져 있었다.
“빨리 먹고 출발하자.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면돼. 빨리 먹어.”
“북어 국이야. 어~ 맛있네. 음식 잘 만드네.”
“빨리 먹기나 해라.”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넌 저쪽이지. 난 이쪽이니 여기서 헤어지자. 자 간다.”
수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학교로 달려가 버린다. 지나는 멀어지는 수혼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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