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들]
제2부 아리랑 치기
주요인물
김영호 : 나이 38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경위
이혜경 : 나이 32세, 김영호의 부인, 서울 경찰청 강력계 순경 출신
최동만 : 나이 48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총경
우지만 : 나이 35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경사
송기호 : 나이 30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경장
박민서 : 나이 28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순경
서선희 : 나이 25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순경
장혜인 : 나이 25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순경
"자. 주목 하세요."
최동만이 대원들을 불렀다.
모두들 최동만을 주목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동만 옆에 있는 신임에게 주목을 한 것이다.
"자...오늘부터 우리와 같이 일을 하게된 장혜인 순경입니다. 모두들 반갑게 맞이합시다. 자...장순경..."
"안녕하세요? 장혜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혜인이 꾸벅 인사를 했다.
대원들은 박수로써 혜인을 맞이했다.
"제가 이 자리에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이 곳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뛸테니 많은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
"자...그럼 한 사람씩 소개를 하지. 이쪽은 기동대를 이끌어가는 김영호 반장."
"김영호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많이 도와주세요."
"이 쪽은 우지만 경사."
"반갑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최동만은 한사람 한사람 일일이 소개시켜 주었다.
"자...이 쪽은 우리 기동대의 최고 미인 서선희 순경."
선희는 아무런 말없이 눈으로 웃으며 악수를 청했고 혜인도 역시 마찬가지로 악수만 했다.
"아니...서장님. 저는 뭐에요?전에는 저보고 최고 미인이라고 하시더니..."
민서가 농담조로 말했다.
"아...그런가? 여기 다 미인이지 뭐..."
"하하하..."
"하하하..."
모처럼 기동대에 웃음이 돌았다.
사실 지난 사건이후로 기동대에는 웃음이 사라졌었다.
동효의 죽음도 그렇고 모두가 당했던 사건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랫만이야. 잘 지냈지?"
"그럼...너 하나도 안변했구나. 그리고 전에 동생 소식 들었어. 정말 뭐라고..."
"어떡하니. 그게 삶인 것을...내가 난희 대신 열심히 살아갈거야."
"그래..."
"암튼 같이 일하게 되서 기쁘다. 우리 열심히 하자."
"많이 도와줘."
"도와주기는...잘 할거야. 근데 반장님 너무 멋있다."
"얘는...유부남이야..."
선희와 혜인이 사무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기였다.
연수원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둘 다 연수 과정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었다.
선희보다 키는 조금 컸으며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이었다.
몸매도 좋은 편이어서 항상 인기기 있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남자가 주변에 끊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려 선희로서는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동기였다.
아직까지 남자 경험을 못해본 선희와는 연애면에서는 서로 딴 판이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던 같은 기동대에 근무하게 된 것이 선희로서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시기심이라고나 할까?
연수원에서 실력이나 미모나 자신과 항상 비교되었던 동기였고 남자관계 등 자신의 가치관과는 웬지 모르게 다른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벌써 친해진거야?"
우지만이 복도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자...오늘 신입 환영회가 있답니다. 오늘 저녁 7시...모두 약속 있는 거 취소하세요."
"예..."
"예..."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으며 대답했다.
저녁 7시.
기동대 주변의 한 고기집.
기동대 대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혜인의 환영회.
하지만 정상적인 인사발령이 아닌 죽은 대원을 대신하여 온 것이기에 웃음이나 즐거움이 엿보이지는 않는다.
"자...어찌됐든 같이 일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어차피 환영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니까 즐겁게 마십시다."
지만이 침체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나섰다.
"서장님. 건배 제의하시죠?"
"그럴까? 자. 앞에 있는 잔에 술을 채우세요."
대원들은 모두 술을 따랐다.
"음...뭐 축하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장혜인 순경이 기동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기동대에 있는 동안 몸 건강히 근무하시길 바랍니다. 장혜인 순경의 전입을 축하하며 기동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대원들 모두가 소주를 단 한번에 들이켰다.
밤 늦은 시간 서울의 한 도심...
가로등만이 한적한 도시의 거리를 지키고 있고 밤바람마저 불어 거리를 더욱 싸늘하게 느끼게 한다.
기동대원들은 고기집에서 1차를 끝내고 2차 호프집에서 맥주를 한 다음 일부 사람은 다시 노래방에서 3차를 가 땀을 빼며 노래를 부르고 나오는 길이었다.
송기호, 박민서, 서선희 3명...
최동만은 1차만 하고 자리를 떴고 영호는 2차 맥주값을 계산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지만 역시 2차 후 귀가했으며 3차 노래방에는 혜인을 포함해 4명이 갔으나 혜인은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몸을 감춰버렸다.
"뭐야...이거...신입이 말도 없이 사라지고...박 순경. 내일 교육 좀 시켜."
기호가 혀가 살짝 돌아가는 말투로 혜인이 중간에 사라진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걔...원래 그래요."
선희가 옆에서 말했다.
"아니...그걸 서순경이 어떻게 알아?"
"아...아니에요. 헤헤.."
"참...그러고 보니 너네 둘 나이가 같네."
민서도 선희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말했다.
"에이...좋다. 말하죠. 동기에요. 같이 교육받았어요."
"그래?"
"예. 근데 별로 친하지는 않았고 그냥 이름과 얼굴만 아는 정도..."
"그랬구나..."
"아...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말고 경장님 우리 저기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 딱 한 잔만 하고 가요."
민서가 두 사람을 이끌고 4차를 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약 5분 정도 걸었을까?
빨간 포장을 한 포장마차가 눈에 보였다.
"우리 저기 들어가요. 여기는 제가 쏠게요."
민서가 먼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포장마차 안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한 쪽 끝 구석에 어려보이는 청춘 남녀가 떼를 지어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여기 우선 따끈한 우동 3개좀 말아주시구요, 소주 좀 주세요. 안주는 음...뼈없는 닭발...선희야. 닭발 어때?"
"좋아..."
"달밝 주세요."
세 사람을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동국물을 후루룩 마시면서 술 한 잔 한 잔 마시던 세 사람은 어느 새 1병을 비워버렸다. 채 안주가 나오기 전에...
"야...어제 그 여자 어땠냐?"
"죽여줬지. 아주 넘어가던데..."
"이 새끼...뻥치기는..."
뒤 쪽의 젊은 무리에서 시끄럽게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웃음 소리와 욕, 큰 소리가 오고 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대학생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고등학생으로 보이기도 하는 아주 젊은 남녀들이었다.
"죽여주긴 뭘 죽여줘. 너 전에 나랑할 때 힘도 못 쓰던데..."
"푸하하하..."
"하하하..."
"저 썅 년 하는 소리 봐라. 아주 숨넘어갈 땐 언제고..."
"요즘 애들 왜 저래?"
"내버려둬요."
"요즘 다 저래요."
"에이그...어린 것 같은데...기껏 해 봐야 고등학생 정도?"
"신경쓰지 말자구요."
기호가 신경이 쓰이던지 자꾸 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사람들도 자리를 많이 떴다.
뒷 쪽 구석에서 시끄럽게 했기 때문인지 시간이 늦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포장마차 안에 손님들이 부지부식간에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푸하하하..."
"이 새끼...지랄하네..."
"어이...거기 젊은 친구들...좀 조용히 하지."
기호가 참다못해 쳐다보며 말했다.
"아휴...그만 해요. 괜히 이러다가 시비걸리면 우리 좋을 거 없어요."
선희가 기호를 말렸다.
"아...예...죄송합니다."
상대편에서도 부드럽게 나왔다.
"그리고 잔소리 같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하고 그러면 어떡하나? 좋은 말 놔두고..."
기호가 또 한마디 했다.
"아...예...저희 나갈거에요. 신경쓰지 말고 드세요. 야. 가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기호의 말에 불만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 아무런 말도 시비도 걸지 않았다.
포장마차를 나가면서 죄송하다고 말한 남자가 선희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선희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고개를 얼른 돌렸다.
잠시 후 남자가 다시 선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희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자가 윙크를 했다.
선희는 당황했다.
어린 것이 그것도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것이...
선희는 남자가 귀엽게 보여 고개를 떨구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야...너 왜 웃어? 뭐 좋은 거라도 있니?"
"어...아...아냐. 언니...자 한 잔씩 해요."
선희가 술을 권했다.
세 사람을 소주잔을 부딪히고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부릉...부릉...부르릉....엥∼∼∼
잠시 후 밖에서 오토바이 시동거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대가 굉음을 내며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들 음주운전하네. 저러다가 하늘로 가지."
"폭주족 같은데요."
"종로쪽은 엄청 심한가봐요."
"폭주족 때문에 관할 경찰서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데..."
"자...우리도 얼른 마시고 일어나자고..."
세 사람은 또 다시 술을 마셨다.
"끄윽...아이 씨발...오늘 무슨 일이 이렇게 안돼."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한남자가 술에 취했는지 갈 지(之)자 모양으로 비틀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내 나이 낼모래면 50을 바라보는데 30대 햇병아리한테 굽신굽신 거리니 참...끄윽...아...개같은 인생이여..."
남자는 회사에서 일이 안풀렸는지 사업이 잘 안되는지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혼자 중얼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남자가 가다가 주위를 살피더니 건물 벽에 가서 가만히 서있는다.
그러더니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촤∼
"끄윽...시원하다..."
이 때 남자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변으로 보고 있었다.
퍽...
"윽..."
남자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뒤에 있던 그림자가 남자의 뒷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야...빨리 뒤져..."
그림자가 쓰러진 남자를 몸을 돌렸다.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지갑을 꺼냈다.
"우와∼ 많다. 이 아저씨 부자인가보네."
그림자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중학생으로 보이는 3명의 남학생이었다.
일명 아리랑치기를 한 것이다.
술 취한 사람을 쓰러트리고 지갑이나 귀중품을 빼앗아가는 범죄를 일컫는 용어이다.
"야...빨리 가자..."
"그래..."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뒤에서 오토바이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더니 아이들을 향해 달려왔다.
이내 오토바이가 아이들을 앞지르고 그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오토바이에서 한 남자가 내리며 말했다.
"어이...꼬마들... 보아하니 학생들 같은데 이런 짓 하면 되나?"
아이들은 뒤로 돌았다.
거기에도 오토바이와 남자, 여자들이 서 있었다.
남자 6명에 여자 3명. 그리고 오토바이 5대.
"뭐...뭐에요?"
"야...꼬마야...우리가 너희들 한 거 다 봤어."
"뭘...뭘요?"
"저기 뒤에 아저씨 때리고 주머니 뒤지는거..."
"야...무슨 말이 이리도 기냐? 꼬마야, 얼른 내놔."
뒤에서 키 큰 남자가 말했다.
그러니더 남자들과 여자들이 아이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야...어떡해?"
"얼른...줘...주고 가자."
"야...임마...지갑만 주면 보내줄거 같아."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초초해했다.
"빨리 내 놔."
한 남자가 뒤에서 다가오더니 지갑을 가진 소년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안돼..."
소년이 소리쳤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뭐야. 이 조그만 새끼가... 에잇..."
퍽...
사내가 소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악..."
"야...이씨..."
다른 소년들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소년들을 붙잡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퍽...퍽...
"아...윽..."
잠시 후 남자들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아이들은 땅에 쓰러져 있었다.
오토바이가 시동을 걸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때 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기호와 민서와 선희였다.
"헉...저게 뭐야..."
한 중년의 남자가 신음을 하며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무슨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 멀리에 누가 또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민서와 기호가 뛰어갔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 세 명이 얼굴에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며 쓰러져 울고 있었다.
제2부 아리랑 치기
주요인물
김영호 : 나이 38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경위
이혜경 : 나이 32세, 김영호의 부인, 서울 경찰청 강력계 순경 출신
최동만 : 나이 48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총경
우지만 : 나이 35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경사
송기호 : 나이 30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경장
박민서 : 나이 28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순경
서선희 : 나이 25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순경
장혜인 : 나이 25세, 서울 경찰청 특수 기동대 순경
"자. 주목 하세요."
최동만이 대원들을 불렀다.
모두들 최동만을 주목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동만 옆에 있는 신임에게 주목을 한 것이다.
"자...오늘부터 우리와 같이 일을 하게된 장혜인 순경입니다. 모두들 반갑게 맞이합시다. 자...장순경..."
"안녕하세요? 장혜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혜인이 꾸벅 인사를 했다.
대원들은 박수로써 혜인을 맞이했다.
"제가 이 자리에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이 곳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뛸테니 많은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
"자...그럼 한 사람씩 소개를 하지. 이쪽은 기동대를 이끌어가는 김영호 반장."
"김영호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많이 도와주세요."
"이 쪽은 우지만 경사."
"반갑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최동만은 한사람 한사람 일일이 소개시켜 주었다.
"자...이 쪽은 우리 기동대의 최고 미인 서선희 순경."
선희는 아무런 말없이 눈으로 웃으며 악수를 청했고 혜인도 역시 마찬가지로 악수만 했다.
"아니...서장님. 저는 뭐에요?전에는 저보고 최고 미인이라고 하시더니..."
민서가 농담조로 말했다.
"아...그런가? 여기 다 미인이지 뭐..."
"하하하..."
"하하하..."
모처럼 기동대에 웃음이 돌았다.
사실 지난 사건이후로 기동대에는 웃음이 사라졌었다.
동효의 죽음도 그렇고 모두가 당했던 사건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랫만이야. 잘 지냈지?"
"그럼...너 하나도 안변했구나. 그리고 전에 동생 소식 들었어. 정말 뭐라고..."
"어떡하니. 그게 삶인 것을...내가 난희 대신 열심히 살아갈거야."
"그래..."
"암튼 같이 일하게 되서 기쁘다. 우리 열심히 하자."
"많이 도와줘."
"도와주기는...잘 할거야. 근데 반장님 너무 멋있다."
"얘는...유부남이야..."
선희와 혜인이 사무실 밖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기였다.
연수원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둘 다 연수 과정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었다.
선희보다 키는 조금 컸으며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형이었다.
몸매도 좋은 편이어서 항상 인기기 있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남자가 주변에 끊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려 선희로서는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동기였다.
아직까지 남자 경험을 못해본 선희와는 연애면에서는 서로 딴 판이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던 같은 기동대에 근무하게 된 것이 선희로서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시기심이라고나 할까?
연수원에서 실력이나 미모나 자신과 항상 비교되었던 동기였고 남자관계 등 자신의 가치관과는 웬지 모르게 다른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벌써 친해진거야?"
우지만이 복도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자...오늘 신입 환영회가 있답니다. 오늘 저녁 7시...모두 약속 있는 거 취소하세요."
"예..."
"예..."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으며 대답했다.
저녁 7시.
기동대 주변의 한 고기집.
기동대 대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혜인의 환영회.
하지만 정상적인 인사발령이 아닌 죽은 대원을 대신하여 온 것이기에 웃음이나 즐거움이 엿보이지는 않는다.
"자...어찌됐든 같이 일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어차피 환영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니까 즐겁게 마십시다."
지만이 침체된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나섰다.
"서장님. 건배 제의하시죠?"
"그럴까? 자. 앞에 있는 잔에 술을 채우세요."
대원들은 모두 술을 따랐다.
"음...뭐 축하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장혜인 순경이 기동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무쪼록 기동대에 있는 동안 몸 건강히 근무하시길 바랍니다. 장혜인 순경의 전입을 축하하며 기동대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대원들 모두가 소주를 단 한번에 들이켰다.
밤 늦은 시간 서울의 한 도심...
가로등만이 한적한 도시의 거리를 지키고 있고 밤바람마저 불어 거리를 더욱 싸늘하게 느끼게 한다.
기동대원들은 고기집에서 1차를 끝내고 2차 호프집에서 맥주를 한 다음 일부 사람은 다시 노래방에서 3차를 가 땀을 빼며 노래를 부르고 나오는 길이었다.
송기호, 박민서, 서선희 3명...
최동만은 1차만 하고 자리를 떴고 영호는 2차 맥주값을 계산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지만 역시 2차 후 귀가했으며 3차 노래방에는 혜인을 포함해 4명이 갔으나 혜인은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몸을 감춰버렸다.
"뭐야...이거...신입이 말도 없이 사라지고...박 순경. 내일 교육 좀 시켜."
기호가 혀가 살짝 돌아가는 말투로 혜인이 중간에 사라진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걔...원래 그래요."
선희가 옆에서 말했다.
"아니...그걸 서순경이 어떻게 알아?"
"아...아니에요. 헤헤.."
"참...그러고 보니 너네 둘 나이가 같네."
민서도 선희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말했다.
"에이...좋다. 말하죠. 동기에요. 같이 교육받았어요."
"그래?"
"예. 근데 별로 친하지는 않았고 그냥 이름과 얼굴만 아는 정도..."
"그랬구나..."
"아...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말고 경장님 우리 저기 앞 포장마차에서 소주 딱 한 잔만 하고 가요."
민서가 두 사람을 이끌고 4차를 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약 5분 정도 걸었을까?
빨간 포장을 한 포장마차가 눈에 보였다.
"우리 저기 들어가요. 여기는 제가 쏠게요."
민서가 먼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포장마차 안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한 쪽 끝 구석에 어려보이는 청춘 남녀가 떼를 지어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여기 우선 따끈한 우동 3개좀 말아주시구요, 소주 좀 주세요. 안주는 음...뼈없는 닭발...선희야. 닭발 어때?"
"좋아..."
"달밝 주세요."
세 사람을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동국물을 후루룩 마시면서 술 한 잔 한 잔 마시던 세 사람은 어느 새 1병을 비워버렸다. 채 안주가 나오기 전에...
"야...어제 그 여자 어땠냐?"
"죽여줬지. 아주 넘어가던데..."
"이 새끼...뻥치기는..."
뒤 쪽의 젊은 무리에서 시끄럽게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웃음 소리와 욕, 큰 소리가 오고 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대학생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고등학생으로 보이기도 하는 아주 젊은 남녀들이었다.
"죽여주긴 뭘 죽여줘. 너 전에 나랑할 때 힘도 못 쓰던데..."
"푸하하하..."
"하하하..."
"저 썅 년 하는 소리 봐라. 아주 숨넘어갈 땐 언제고..."
"요즘 애들 왜 저래?"
"내버려둬요."
"요즘 다 저래요."
"에이그...어린 것 같은데...기껏 해 봐야 고등학생 정도?"
"신경쓰지 말자구요."
기호가 신경이 쓰이던지 자꾸 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사람들도 자리를 많이 떴다.
뒷 쪽 구석에서 시끄럽게 했기 때문인지 시간이 늦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포장마차 안에 손님들이 부지부식간에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푸하하하..."
"이 새끼...지랄하네..."
"어이...거기 젊은 친구들...좀 조용히 하지."
기호가 참다못해 쳐다보며 말했다.
"아휴...그만 해요. 괜히 이러다가 시비걸리면 우리 좋을 거 없어요."
선희가 기호를 말렸다.
"아...예...죄송합니다."
상대편에서도 부드럽게 나왔다.
"그리고 잔소리 같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하고 그러면 어떡하나? 좋은 말 놔두고..."
기호가 또 한마디 했다.
"아...예...저희 나갈거에요. 신경쓰지 말고 드세요. 야. 가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기호의 말에 불만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 아무런 말도 시비도 걸지 않았다.
포장마차를 나가면서 죄송하다고 말한 남자가 선희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선희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고개를 얼른 돌렸다.
잠시 후 남자가 다시 선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선희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남자가 윙크를 했다.
선희는 당황했다.
어린 것이 그것도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것이...
선희는 남자가 귀엽게 보여 고개를 떨구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야...너 왜 웃어? 뭐 좋은 거라도 있니?"
"어...아...아냐. 언니...자 한 잔씩 해요."
선희가 술을 권했다.
세 사람을 소주잔을 부딪히고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부릉...부릉...부르릉....엥∼∼∼
잠시 후 밖에서 오토바이 시동거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대가 굉음을 내며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것들 음주운전하네. 저러다가 하늘로 가지."
"폭주족 같은데요."
"종로쪽은 엄청 심한가봐요."
"폭주족 때문에 관할 경찰서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데..."
"자...우리도 얼른 마시고 일어나자고..."
세 사람은 또 다시 술을 마셨다.
"끄윽...아이 씨발...오늘 무슨 일이 이렇게 안돼."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한남자가 술에 취했는지 갈 지(之)자 모양으로 비틀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내 나이 낼모래면 50을 바라보는데 30대 햇병아리한테 굽신굽신 거리니 참...끄윽...아...개같은 인생이여..."
남자는 회사에서 일이 안풀렸는지 사업이 잘 안되는지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혼자 중얼대며 걸어가고 있었다.
남자가 가다가 주위를 살피더니 건물 벽에 가서 가만히 서있는다.
그러더니 지퍼를 내리고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촤∼
"끄윽...시원하다..."
이 때 남자 뒤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변으로 보고 있었다.
퍽...
"윽..."
남자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뒤에 있던 그림자가 남자의 뒷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야...빨리 뒤져..."
그림자가 쓰러진 남자를 몸을 돌렸다.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지갑을 꺼냈다.
"우와∼ 많다. 이 아저씨 부자인가보네."
그림자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중학생으로 보이는 3명의 남학생이었다.
일명 아리랑치기를 한 것이다.
술 취한 사람을 쓰러트리고 지갑이나 귀중품을 빼앗아가는 범죄를 일컫는 용어이다.
"야...빨리 가자..."
"그래..."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뒤에서 오토바이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더니 아이들을 향해 달려왔다.
이내 오토바이가 아이들을 앞지르고 그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오토바이에서 한 남자가 내리며 말했다.
"어이...꼬마들... 보아하니 학생들 같은데 이런 짓 하면 되나?"
아이들은 뒤로 돌았다.
거기에도 오토바이와 남자, 여자들이 서 있었다.
남자 6명에 여자 3명. 그리고 오토바이 5대.
"뭐...뭐에요?"
"야...꼬마야...우리가 너희들 한 거 다 봤어."
"뭘...뭘요?"
"저기 뒤에 아저씨 때리고 주머니 뒤지는거..."
"야...무슨 말이 이리도 기냐? 꼬마야, 얼른 내놔."
뒤에서 키 큰 남자가 말했다.
그러니더 남자들과 여자들이 아이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야...어떡해?"
"얼른...줘...주고 가자."
"야...임마...지갑만 주면 보내줄거 같아."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초초해했다.
"빨리 내 놔."
한 남자가 뒤에서 다가오더니 지갑을 가진 소년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안돼..."
소년이 소리쳤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뭐야. 이 조그만 새끼가... 에잇..."
퍽...
사내가 소년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악..."
"야...이씨..."
다른 소년들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소년들을 붙잡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퍽...퍽...
"아...윽..."
잠시 후 남자들이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아이들은 땅에 쓰러져 있었다.
오토바이가 시동을 걸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때 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기호와 민서와 선희였다.
"헉...저게 뭐야..."
한 중년의 남자가 신음을 하며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무슨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 멀리에 누가 또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민서와 기호가 뛰어갔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 세 명이 얼굴에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며 쓰러져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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