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부동(非利不動 : 얻을 것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이라 했다. 네가 가토를 죽이면 네 속은 편할지 몰라도 너는 쫓기는 몸이 되며, 조선 내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네 비록 어리지만 그 대신 네게는 가능성이 많다. 조선민중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가 그깟 왜놈의 개 하나 죽여서 인생을 망친다면 그것은 너무 억울한 것이 아닐까?”
“그래도 놈을 죽인다면 조선남아의 기개를 보여줄 수는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의열활동을 하는 것이다.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大本營)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 암살 파괴 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할지니라.
라고 단재(신채호) 선생은 우리의 행동강령까지 정해 주셨다. 하지만 이는 하책이니라.”
“네?”
“아까 소월이가 말했듯 왜놈의 개를 하나 죽이면 다른 조선인이 개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렇다고 왜놈을 죽이면 다른 왜놈이 그 자리로 온다. 이것은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을 끝내는 묘책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 조선인이 왜 박해를 받는거냐?”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글을 모르고 법을 몰라 왜놈에게 채이고 왜놈의 개에게 채이고 토호 역신에게 채이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이 없기 때문에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선민중이 글을 알고 법을 알면, 그리고 우리 조선민중이 기술에 달통하면 왜놈들은 우리를 겁박하지 못한다. 너는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네 가슴으로 네 머리로 싸워야 한다.”
“…”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너 하나로 무엇이 되겠냐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너 하나 조차 시작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너는 공부를 해서 조선 민중을 위해 싸우면 된다. 법을 공부하면 억울한 자를 위해 변호를 해줄 수 있고, 기술을 공부하면 더 나은 생활을 꾸며줄 수 있다. 왜인들이 총칼로 겁박하더라도 그러한 위협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싸우면 되는 것이니라.”
“왜 저는 싸우면 안되는 것이지요?”
“싸우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에 아직 우리는 왜놈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왜놈을 이 땅에서 몰아낼 것이다. 설령 우리가 죽어 없어지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하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우리가 찾아놓은 우리 나라에서 일을 할 사람이고 설령 우리가 싸움에 져서 네가 우리 나이가 되어도 싸워야 한다면 그때는 총칼로 싸워서는 안 된다. 총칼은 이미 우리 세대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힘들군요…”
그 때 소월이 누이가 나섰다.
“도련님. 우리는 언젠간 죽을 사람들입니다. 지금이야 도련님 앞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이 곳은 왜놈들의 돈을 빼어내는 곳이고 박 장사는 왜놈들을 쳐 죽이는 사람들입니다. 이 곳이 왜경에게 발각되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이고, 박 장사도 총칼을 쥔 사람이라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를 사람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누가 우리의 자리를 대신 해야할까요? 지금 박 장사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으실 수도 있고, 또 도련님이 우리 나이가 되면 총칼로 싸워야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때의 일이랍니다. 우리의 뒤를 지켜주셔요.”
“아직 어리다는 것입니까?”
“아니요 도련님, 도련님은 장성하신 분입니다. 웬만한 장정보다 낫지요. 다만, 우리의 예비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사께서는 도련님을 후방에 두는 것입니다.”
“그래도…”
“싸우는 것은 반드시 총칼을 써야 하는 것만은 아니랍니다. 총칼로도 싸우고 글로도 싸우고 말로도 싸웁니다. 총칼을 쓰는 법은 달포면 익힐 수 있지만, 왜놈 몇 죽이는 것으로 그칩니다. 하지만, 글로 싸우는 것은 비록 익히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만, 왜놈을 몰아낼 수도 있는 정말 무서운 싸움의 길입니다.”
그때, 인한이형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네 아버지께서는 청풍명월을 부채에 쓰고 때를 기다리셨다. 나는 네 아버지를 잘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분명 네게 때를 기다리라고 하실 것 같구나.”
“네”
그랬다. 우리 아버지는 늘 후발제인(後發制人)을 주창하셨다. 잡기에 있어서도 후발제인이였고, 중용을 설명하실 때도 지나침 보다는 모자람을 강조하셨다.
‘中庸이란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중심을 확고히 세우는 것으로 사람사는 이치이다. 하지만, 중용은 가운데에 서라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선을 네 스스로 세우고 그 선에 확고한 너의 주관을 세우라는데 그 뜻이 있다. 모자란 것이 지나친 것보다 낫고 느린 것이 빠른 것보다 나으며, 먼저보다 나중이 좋다. 기다리거라.’
아버지는 늘 지셨다. 아니 지는 것처럼 보였다. 바둑을 두시더라도 집을 내주다가 마지막에는 비기셨고, 시문을 짓더라도 어눌한 시구로 시작하지만 범상치 않은 시구로 마무리를 지셨다. 술자리에서 역시 늘 끝을 지키신 분이 아버지였다. 비록 대취로 어머니께 싫은 소리를 들으셨지만 내가 알기로 아버지의 사랑채에서 손님이 나가실 때까지 가장 정정한 것은 아버지셨다. 청풍명월을 부채에 써두신 양반이라면, 그리고 의병으로 나가 죽은 서생의 동생이라면 어찌 저항운동을 하지 않으셨을까? 나름대로 저항운동을 하셨을 것이고 왜경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을 하셨을 것이다.
“가토와 같은 자들은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게야. 그런 자들을 모조리 죽인다 해도 그런 자들은 계속 생긴다. 예전의 사대주의 쓰레기들이 그랬고, 나라팔은 친일파들이 그랬고, 지금의 토호, 밀정이 그러하다. 어쩌면 우리가 나라를 되찾더라도 친일파들이 득세할 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에는 배운자가 너무 적다. 그러니 친일파가 그 자리를 지킬 수 밖에… 내가 두려운 것은 내가 죽는 것도 있지만, 새 세상이 오더라도 그런 자들이 호의호식하고 세상을 호령할까봐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나으리”
“모를 일이요…”
“아직 전 모르겠어요…”
나는 내방-어느 동기의 방이라고 한다. 열살이 되기 전에 팔려온 불쌍한 아이다.-으로 달려들어갔다. 어떻게 가토를 용서한단 말인가? 그리고 책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책을 읽은 것으로 치면 소학교의 선생이나 우리 아버지도 그 양이 태산과 같다. 그래서 어찌하란 말인가? 우리 아버지는 비참하게 사지가 잘려서 죽어버렸고, 소학교의 선생도 순사의 말에 절절 맨다. 그런 자들은 비참하게 죽여야 한다. 피를 보았으면 똑같이 피를 보아야 한단 말이다. 우리 아버지처럼 사지를 처참하게 잘라서 죽여야 하고 그 놈의 누이도 윤간한 채 똑같이 목을 잘라 죽여야 한다.
“누나…”
그 때 방 임자가 나타났다.
“오빠구나 여기서 뭐해?”
To Be Continued…
덧말>>
많은 조회수를 가지고 많은 추천을 받은 소설들은 그런 이유가 분명하더군요.
역시 글재주는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털석 OTL
“그래도 놈을 죽인다면 조선남아의 기개를 보여줄 수는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의열활동을 하는 것이다.
민중은 우리 혁명의 대본영(大本營)이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 암살 파괴 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 생활에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할지니라.
라고 단재(신채호) 선생은 우리의 행동강령까지 정해 주셨다. 하지만 이는 하책이니라.”
“네?”
“아까 소월이가 말했듯 왜놈의 개를 하나 죽이면 다른 조선인이 개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렇다고 왜놈을 죽이면 다른 왜놈이 그 자리로 온다. 이것은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을 끝내는 묘책은 아주 간단하다. 우리 조선인이 왜 박해를 받는거냐?”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글을 모르고 법을 몰라 왜놈에게 채이고 왜놈의 개에게 채이고 토호 역신에게 채이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이 없기 때문에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선민중이 글을 알고 법을 알면, 그리고 우리 조선민중이 기술에 달통하면 왜놈들은 우리를 겁박하지 못한다. 너는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네 가슴으로 네 머리로 싸워야 한다.”
“…”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너 하나로 무엇이 되겠냐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너 하나 조차 시작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너는 공부를 해서 조선 민중을 위해 싸우면 된다. 법을 공부하면 억울한 자를 위해 변호를 해줄 수 있고, 기술을 공부하면 더 나은 생활을 꾸며줄 수 있다. 왜인들이 총칼로 겁박하더라도 그러한 위협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싸우면 되는 것이니라.”
“왜 저는 싸우면 안되는 것이지요?”
“싸우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에 아직 우리는 왜놈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왜놈을 이 땅에서 몰아낼 것이다. 설령 우리가 죽어 없어지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하지만 너는 다르다. 너는 우리가 찾아놓은 우리 나라에서 일을 할 사람이고 설령 우리가 싸움에 져서 네가 우리 나이가 되어도 싸워야 한다면 그때는 총칼로 싸워서는 안 된다. 총칼은 이미 우리 세대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힘들군요…”
그 때 소월이 누이가 나섰다.
“도련님. 우리는 언젠간 죽을 사람들입니다. 지금이야 도련님 앞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이 곳은 왜놈들의 돈을 빼어내는 곳이고 박 장사는 왜놈들을 쳐 죽이는 사람들입니다. 이 곳이 왜경에게 발각되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이고, 박 장사도 총칼을 쥔 사람이라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를 사람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누가 우리의 자리를 대신 해야할까요? 지금 박 장사님의 말씀이 이해되지 않으실 수도 있고, 또 도련님이 우리 나이가 되면 총칼로 싸워야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때의 일이랍니다. 우리의 뒤를 지켜주셔요.”
“아직 어리다는 것입니까?”
“아니요 도련님, 도련님은 장성하신 분입니다. 웬만한 장정보다 낫지요. 다만, 우리의 예비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사께서는 도련님을 후방에 두는 것입니다.”
“그래도…”
“싸우는 것은 반드시 총칼을 써야 하는 것만은 아니랍니다. 총칼로도 싸우고 글로도 싸우고 말로도 싸웁니다. 총칼을 쓰는 법은 달포면 익힐 수 있지만, 왜놈 몇 죽이는 것으로 그칩니다. 하지만, 글로 싸우는 것은 비록 익히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만, 왜놈을 몰아낼 수도 있는 정말 무서운 싸움의 길입니다.”
그때, 인한이형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냈다.
“네 아버지께서는 청풍명월을 부채에 쓰고 때를 기다리셨다. 나는 네 아버지를 잘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분명 네게 때를 기다리라고 하실 것 같구나.”
“네”
그랬다. 우리 아버지는 늘 후발제인(後發制人)을 주창하셨다. 잡기에 있어서도 후발제인이였고, 중용을 설명하실 때도 지나침 보다는 모자람을 강조하셨다.
‘中庸이란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게 중심을 확고히 세우는 것으로 사람사는 이치이다. 하지만, 중용은 가운데에 서라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선을 네 스스로 세우고 그 선에 확고한 너의 주관을 세우라는데 그 뜻이 있다. 모자란 것이 지나친 것보다 낫고 느린 것이 빠른 것보다 나으며, 먼저보다 나중이 좋다. 기다리거라.’
아버지는 늘 지셨다. 아니 지는 것처럼 보였다. 바둑을 두시더라도 집을 내주다가 마지막에는 비기셨고, 시문을 짓더라도 어눌한 시구로 시작하지만 범상치 않은 시구로 마무리를 지셨다. 술자리에서 역시 늘 끝을 지키신 분이 아버지였다. 비록 대취로 어머니께 싫은 소리를 들으셨지만 내가 알기로 아버지의 사랑채에서 손님이 나가실 때까지 가장 정정한 것은 아버지셨다. 청풍명월을 부채에 써두신 양반이라면, 그리고 의병으로 나가 죽은 서생의 동생이라면 어찌 저항운동을 하지 않으셨을까? 나름대로 저항운동을 하셨을 것이고 왜경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을 하셨을 것이다.
“가토와 같은 자들은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게야. 그런 자들을 모조리 죽인다 해도 그런 자들은 계속 생긴다. 예전의 사대주의 쓰레기들이 그랬고, 나라팔은 친일파들이 그랬고, 지금의 토호, 밀정이 그러하다. 어쩌면 우리가 나라를 되찾더라도 친일파들이 득세할 지도 모르겠다. 이 나라에는 배운자가 너무 적다. 그러니 친일파가 그 자리를 지킬 수 밖에… 내가 두려운 것은 내가 죽는 것도 있지만, 새 세상이 오더라도 그런 자들이 호의호식하고 세상을 호령할까봐이다.”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나으리”
“모를 일이요…”
“아직 전 모르겠어요…”
나는 내방-어느 동기의 방이라고 한다. 열살이 되기 전에 팔려온 불쌍한 아이다.-으로 달려들어갔다. 어떻게 가토를 용서한단 말인가? 그리고 책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책을 읽은 것으로 치면 소학교의 선생이나 우리 아버지도 그 양이 태산과 같다. 그래서 어찌하란 말인가? 우리 아버지는 비참하게 사지가 잘려서 죽어버렸고, 소학교의 선생도 순사의 말에 절절 맨다. 그런 자들은 비참하게 죽여야 한다. 피를 보았으면 똑같이 피를 보아야 한단 말이다. 우리 아버지처럼 사지를 처참하게 잘라서 죽여야 하고 그 놈의 누이도 윤간한 채 똑같이 목을 잘라 죽여야 한다.
“누나…”
그 때 방 임자가 나타났다.
“오빠구나 여기서 뭐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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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조회수를 가지고 많은 추천을 받은 소설들은 그런 이유가 분명하더군요.
역시 글재주는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털석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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