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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52 708회 0건
[ 17부 ]
사이프러스(Cyress)

죽음이란...
인간이라면 두려워 하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다. 영생(生)을 철저히 믿으며 절대자에에 매달리는 인간들도 막상 죽음..앞에선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정,정..말 눈뜨곤 못 보겠군!...."

김판돌 경위가 처참하게 찌그러진 지하철의 전동차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사지가 잘려나간 시체...머리가 터져 골이 질질 흘러나오는 어린애의 주검을 바라 봤을때 그는 인간의 죽음을 새삼스럽게 정의 해 보고 있었다.
지하철의 대기 홀엔 흰천으로 덮어진체 죽어 있음을 나타내는 시체가 수백구가 넘었다.

"김...선배! 도대체...그들이 바라는게..뭘..까요!"

윤서경 경감이 허탈하게 물어 왔지만 김판돌 경위는 줄담배를 피울 뿐 이었다.

"휴~으읍...이,이..건 아니야!..."

윤서경 경감의 어께가 축 쳐져있었다.
서둘러 출동한 현장은 이미 폭발되었고 뒤를 따르던 전동차가 폭발된 선행 전동차를 뒤에서 정면충돌 하는 바람에 사상자는 더 불어 났던 것이다.
공격을 한 정체불명의 사내들도 이미 분해가 되어 형체를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무차별적인 자폭(者爆)으로 전동차의 상황실은 물론 광화문 지하철역은 폭격을 받은듯 폭삭 내려 앉아 버렸던 것이다.

"치~이익! 엔~젤! 엔젤!"

그때, 민흥식 국장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울렸다.

"네...국장님!"
"흠...지원..요청이 왔다! 요원들을 용산의 국방부 벙~커로 이동시켜서 지원 하도록!"

힘없이 수신을 하던 윤서경 경감의 눈빛이 파리하게....빛났다.

"수신완료! 출동 하겠습니다!"

그녀가 응답을 하며 손짓으로 블랙 2팀장을 불렀다.

"엔젤!~"
"넵..국장님!"

"몸..조심하도록! 엔~젤의 능력이 점점...더! 필요...햇!"
"명...심...하겠습니다!"

윤서경 경감은 민흥식 국장의 정감에 어린 눈빛을 보는것 같아 목이 메여 왔지만 씹어 삼킨뒤 걸음을 빨리했다.
국장은 자신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미국 파견근무시 부터 그의 그림자로 따라다녔던 자신이었기에 국장으로선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삼십여분후..용산의 국방부!
KSP소속의 블랙팀 헬기 3대가 랜딩을 했고 요원들이 튕기듯 뛰어 내리고 있었다.

"윤...경감이요?"
"넵...그렇습니다!"

윤서경 경감앞으로 무장상태의 군인이 다가왔다. 중령계급장을 보고 윤서경 경감이 경례를 하고 예를 갖추었다.

"나..국방부 경비대 대대장 한상운 중령이요! 흠...이쪽으로 오시오!"

중령이 앞서서 뛰었고 그뒤를 윤서경 경감과 요원들이 민첩하게 따랐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벙커의 입구가 보이는 방호벽이었다.

"범인들과 대치중에 있소!"

1차공격을 받은 벙커의 입구가 화염에 싸였다가 소화탄으로 진화를 했다는 것과 벙커의 안쪽에서 비상시에 사용되는 철벽문이 내려져 범인들이 더 침입을 못하고 양 방향에서 대치 중임을 한 중령에게 "브리핑" 받았다.

"이미..저 들과 교전을 해..본적 있지요?"
"네..그렇습니다! 저들은 몸에 고성능 폭탄을 두르고 목표물을 향해 자폭을 서..슴..치않습니다"

윤서경 경감은 인천국제공항에서의 교전을 중령에게 간단히 설명 해 주었다. 한 중령의 표정이 착찹해져 가고 있었다.
그건 그랬다..
군인(軍)으로서 처리하지 못하고 민간인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을 동원해야 했던게 자존심이 끓어 오르는 그였지만 상부의 지시로 "KSP"의 블랙팀을 불렀던 것이다.
그의 지론은 군(軍)이 전쟁이나 그밖의 국가위기 상태 일때 최 선봉을 담당하여 승전(勝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대장..님! 작전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때, 얼굴에 위장을 한 군 특수요원의 지휘관이 그들 곁으로 왔다. 검은 베레모를 쓰고 대 테러복을 입은 계급이 대위였다. 그 또한 윤서경 경감의 "블랙팀"을 달가워 하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기다..렷!..작전권은 총장님에게서 KSP로 일차 넘겨 진..상태야!"
"뭐...라고요? 군의 작전권을 경찰에게?...말도 안돼...는.."

"박 대~위! 명령이야! 그~만 햇!"

한 중령이 윤서경 경감을 의식하며 특수부대 대위의 항의를 일축했다.
듣고 있던 윤서경 경감도 그의 항변이 타당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은근히...자존심이 상했다.

"휴..우웁! 일단 저희들이 작전을 전개 하겠습니다. 교전시에 공조..사격..."
"이거 보~쇼!..그 정도는 알고 있으니 어~캐 할건지..부터 말 하쇼!"

특수부대 대위가 윤서경 경감의 말 허리를 자르며 빈정거렸다. 그런 그를 한상운 중령이 쏘아 봤지만 문책은 하지 않았다.
윤서경 경감은 대위의 빈정거림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고 상황판쪽으로 걸어갔다. 생각같아선 그의 위장한 세숫대야에 쌍코피를 터트려 주고 싶었지만 작전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대대장..님! 이렇게 하겠습니다..."

윤서경 경감이 상황판에 나타난 벙커주변의 지도를 가르키며 작전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여전히 특수부대 대위는 가소롭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시각.."꿈의 장미농원"
상황실의 세계지도엔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러의 결과가 속속히 도착하고 있었다.

[미국 텍사스 주 유전시설 완파....뉴욕공항 대파...화물기 2대 완파...여객기 3대 완파추락...하와이 미 해군 항공모함 키티호크 완파...]
[일본 동경 자위대 본부건물 파괴실패...해상 자위대 구축함 2대 완파...항공 자위대 통신본부 반파...지하철 상황실 공격 실패...]
[영국 BBA방송국 완파...항공 통신소완파...]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해군 본부 완파...모스크바 국방성 반파...]

"흠...우~꼰이...부족..하군!"

"강문수"는 일본측의 공격결과가 좋지않은 것에 조직의 책임자인 "우꼰"의 얼굴을 떠 올렸다. 아직 그는 13인의 원로서 핵심 5인방은 아니었다.듣기론 "챨스 2세"의 피살 후 핵심 5인방으로 임명되길 원했고 이번 3차 공격에 그의 능력을 인정 받고자 했던것 같았다.

[..새벽별의 3차 공격!...]

이번 공격으로 주요 강대국의 군사시설을 주 목표로 삼았었다.
그것은 "새벽별"의 최후 통첩을 위한 기간시설은 물론 군 작전 시설을 파괴하여 저항의 능력을 사전에 없애 버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랬다..
"새벽별"의 연이은 3차 공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하며 인간들에게 극도의 공포로 떨게 하기엔 충분했던 것이다.
...전 세계는 아비규환의 검은 폭풍이 뒤 덥혀 지고 있었다..

"흠.......!!"

현재의 모든 상황은 조직의 1인자인 "윌리엄"은 물론, 각국의 책임자들인 13인의 원로들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강문수"는 신음이 섞인 숨결을 토해 낸뒤 한국의 국방부 "벙커"가 아직 타격이 되고 있지 않은 것에 표정이 어두워 졌다.

"K..프로젝트 338! 쪽으로 위성...연결..해!"

"강문수"가 용산의 국방부 벙커를 비추게 했다.
건물들이 성냥곽의 크기로 "클로즙"되어 국방부의 건물과 주변이 보였고 목표물인 "벙커"를 중심으로 병력들이 촘촘히 움직이고 있는게 보였다.

"공격요원...9-447호..를 연결해!"

잠시동안 상황실이 침묵이 흘렀다.그를 호출했지만 응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령..회로 점검..해 f!"

이번엔 "로즈"의 다급한 목소리가 침묵의 공기를 깨었다.

"명령 입력번호...9-447! 이상 없습니다!"

요원의 보고에 일단 "강문수"와 "로즈"는 안심을 하는 표정이었다. 명령회로가 문제가 없다면 자폭(者爆)을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얼마..남았나!"
"네...어르신! 5분 20초 후 아웃입니다!"

"강문수"의 질문에 "로즈"가 메마른 목소리로 시간을 재었다.그것은 공격을 마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흠................"

"강문수"는 초조했다.
핵심 5인방의 서열 2위로 추대된 자신이었다. 그리고 조직의 자금운영을 총 책임지는 위치까지 올른 자신이었기에 목표물을 파괴하지 못한다면 자존심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공격이..시작 됩니다!"

상황실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강문수"와 "로즈"의 시선이 화면에 고정 되었다. 병력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는지 벙커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시각..용산 국방부의 벙커앞!
공격조로 편성된 블랙팀의 윤서경 경감과 요원들이 엄호를 받으며 약진을 하고 있었다.

"두두둑!~ 두두두두두!~"
"파파파팍!~"
"티~이잉!"

전진을 하고 있는 블랙팀의 주변에 범인들이 갈겨대는 총탄이 사방으로 튀었고 공격팀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윤서경 경감은 계획대로 약 10여미터 정도 전진을 한것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뒤 귀에 꽂힌 이어폰을 눌렀다.

"블랙.....에잇! 명령대로..닷! 우리가 유인을 할때 i!..치명상..만 입혀!"
"블랙원! 샷!~ 준비 완료!"

저격수의 차분한 응답을 듣고 난뒤 윤서경 경감은 주변의 요원들에게 나직히 명령을 했다.

"잘들어...작전을 변경 한다! 3시 방향에서 11시 방향으로 먼저 전진하며 때~렷!..난 12시 방향으로 정면 공격한다!"
"팀,팀...장님! 위험 합니다!"

그녀의 명령에 블랙 2팀장이 고개를 빼들고 만류했다.

"군..소리 말엇! 쨔~샤! 내 목숨이 귀하면..니 목숨도 귀~햇!"
"촤아~악!~"

윤서경 경감이 "매그덤55"의 탄창을 갈아 끼우며 일갈했다.
그녀가 작전을 변경한 것은 막상 범인들이 숨어 있는 벙커앞의 초소을 보니 오른쪽의 방비가 튼튼해 보였던 것이다.

"자! 공~겨억!"
"드륵! 드르르~륵!"
"드득! 드르륵!~드륵!"

그녀의 명령에 블랙 2팀 요원들이 기관단총을 난사하며 11시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탕탕! 두두두두두~~두둑!"

범인들이 AK소총을 자동으로 B어 오는것에 순간 윤서경 경감은 고개를 들고 타킷을 살폈고, 범인의 머리가 얼핏 보이고 있었다.
블랙 2팀을 향해 사격을 하기 위해 상체가 노출된 범인의 모습은 일초도 안되는 짧은 시각이었다.

"지금이야!~ i!"

그녀는 저격수에게 명령을 한뒤 바닥에서 튕기듯 일어나 앞으로 달리며 "매그덤55"를 연발로 쐈다.

"텅! 텅텅텅텅!~"

"매그덤55"의 굵은 탄피가 허공에서 튀어 올랐고, 윤서경 경감은 사격 후 몸을 날려 다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헉!..헉! 어때!~"
"넵...팀장님..한 놈 끝 냈습니다!"

저격수가 망원렌즈를 바라보며 보고를 해 오는 것에 그녀의 얼굴에 자신감이 배여 났다. 자신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블랙 2팀!"
"넵!"

"그쪽에서 2개조로 나눠! 날 엄호햇! 그리고 나머진 우회한다!"
"접수 완료!"

윤서경 경감이 튕기듯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했다.

"두둑!~ 두두두두두두!~"
"드득! 드르르륵! 드륵!..드르륵!~"

그녀를 향해 범인들이 쏴 갈기는 AK자동 소총탄이 주변에 튀었고, 그들을 향해 엄호사격을 하는 블랙 2팀의 기관단총들이 불을 뿜었다.

"파파파~파팍!"
"팅!~ 티~잉!"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윤서경 경감 주위로 총탄이 튀며 뿌연 연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우우~~으으읍!"

윤서경 경감은 숨이막혀오는 것을 씹어 삼키며 목적지로 정한 벙커의 바로 옆...초소를 향해 몸을 날렸다.

"허.............."
"어!..어!......."

한상운 중령과 특수부대 팀장인 대위가 동시에 입을 쩌억 벌렸다. 그들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광경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실은 그랬다..
범인들의 목적이 국방부 벙커내를 폭파하기 위해서 침입을 했었기에 숨어 있는 그들의 초소로 향해 RKT"로켓포" 한방이면 전멸 시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상부의 명령은 그게 아니었다. 그들이 자폭을 해 버리기 전 한놈이라도 생포하라는 엄명(嚴命)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정체를 전혀 파악치 못하고 있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흠...대단한..여자, 아니.블랙팀이...군!"

한 중령이 혼잣말 처럼 중얼거렸고, 옆의 특수부대 대위의 표정도 굳어져 있긴 마찬가지였다.

"치지~익! 여긴 블랙원! 블랙원! 독수리 원..준비 되었나?"

넋을 잃고 있던 특수부대 대위의 어께를 한 중령이 쳤다. 그제사 대위가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독,독..수리..원! 수신!"
"오우케~이! 최종 공격 시작한다! 엄호와 유인 바란다! 이상!"

"수신완..료!"

대위의 응답이 끝남과 동시에 우측 초소에서 윤서경 경감이 총알처럼 튀어 나왔다. 그녀의 행동개시에 대위가 사격을 명령했다.

"우두두둑! 드륵! 드르르륵!"
"우두두두두!~....카캉!"
"텅!텅텅..터~엉!"

피아간의 난사가 시작되었고 블랙 2팀 요원 두명이 바닥에 나 뒹굴었다. 그리고 엄호를 하던 특수부대 팀중 성급히 공격을 하며 뛰쳐 나갔던 작전요원 수명이 총을 맞고 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이이!~야아~아~앗!"
"텅!텅텅텅!..."

"돌격!~"
"으아아~아앗!"

윤서경 경감의 입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녀의 몸이 허공에 부웅 떠 올라 범인들의 초소안으로 돌진 하고 있는 것에 블랙 2팀장도 명령과 함께 뛰어 들었고 그 뒤를 따르던 요원들도 동시에 덮쳤다. 그것은 어느 누가 봐도 목숨을 내 놓는 위험한 공격이었고,무모 해 보였다..

"전원 돌~겨~억! 공격!"

블랙팀의 목숨을 버리는 공격에 한 중령이 뛰어 나오며 전 부대의 공격을 명령했다.

"꿈의 장미농원"...상황실.

"왜..자폭을..안..하지?"

"로즈"가 상황실장에게 문책했다. 그녀의 말은 "강문수"가 똑 같이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그...게! 이상 합니다...명령회선은 이상 없습니다..만!"
"그럴..리가 없어!..아...여기서 눌러! 명령계통을 수정 해f! 빨리~잇!"

"로즈"가 소리를 쳤다.

"명령..계통 수정..시간이 30여분 소요 됩니다...."
"뭐?...이,이...런! 비~켜!"

"로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황실장의 몸을 옆으로 밀쳐 내며 자신이 직접 기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 아!...하나...터..졌습니다!"

밀려났던 상황실장이 화면을 보며 소리를 쳤다. 그의 말대로 화면에 나타난 국방부 벙커의 앞쪽이 화염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국방부...
윤서경 경감은 귀에 아무소리도 들을 수 없어 고개를 흔들어 보았다.

"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것 처럼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전...범인중의 한명이 가슴에 둘렀던 C4폭탄의 뇌관을 잡아 당길때 블랙 2팀장이 몸을 날려 덮쳤던 기억은 어렴풋이 났다..

"아...안,안...돼!..."

윤서경 경감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녀의 몸 곳곳에도 파편으로 옷이 찢어졌고 피가 배여 나오고 있었다.

"강..팀장! 강...팀장!"

윤서경 경감이 블랙 2팀장을 부르며 찾았다. 여전히 귀는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웅! 웅!..."거리기만 했다.
벙커의 주변은 처참했다. 사지가 잘려나간 시체들이 불이 붙어 타고 있었고 목숨이 붙어 있는 요원들과 군인들이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천천히 바라보는 윤서경 경감의 눈 초리는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멍...하기만 했다.

"윤~경감! 윤..경감! 괜찮아..욧!"

그때..윤서경 경감의 어께를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윤서경 경감이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한 중령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초점이 맞지 않는 그녀의 시선이었다.

"정신..차리..시오! 윤 경감!"
"아!~........."

그제사...윤서경 경감이 정신을 차리며 눈의 초점이 돌아왔다.

"아~아악! 살,살려...줘!"
"으아악..불,불..이 붙었...어!"

주변의 비명소리가 이젠 귀에 또렷히 들려 오는 것에 윤서경 경감은 고개를 다시 흔들었다. 순간적인 폭발음으로 귀가 마비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휴...그 팀장이 피해를 최소..화 시켰오!"

한 중령이 윤서경 경감에게 블랙 2팀장의 조각난 사체를 가리켰다. 그의 몸은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불에 타 있었다.

"초소 바로 옆...지하수로 입구로 범인을 안고 덮쳤...."

윤서경 경감은 한 중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비틀거리며 걸었다.그녀의 질끈 감은 눈에서 눈물이 투투툭! 흘려 내려 검게 그을려 얼룩진 뺨에 줄기를 만들어 나갔다.

"꿈의 장미농원"...상황실.

"저...자를 비춰...봐!"

"강문수"가 혼자서 광장을 가로 질러 걸어가는 한 사람을 가르켰다.

"흠...소속이..어디..지?"

"강문수"가 윤서경 경감의 모습을 살피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KS..P! 소속 같습니다....만!"
"훌륭..하군! 빼어난 솜씨야...KSP에 대해서 정보를 분석..하지..로~즈!"

"로즈"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졌다.
자신과 동성인 여자라는 것에 호기심과 함께 질투!...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의 뛰어난 대 테러 작전수행능력으로 국방부 벙커의 파괴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에 분노가 끓어 오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른신! "

"로즈"가 눈짓으로 상황실장에게 지시를 했다..

"쓰...읏! 어렵군! 이쪽 작전의 성과가 않..좋아!"
"죄송합니다..어른신!"

"강문수"의 문책에 "로즈"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로서도 3차공격의 주 타킷이었던 국방부 벙커파괴의 실패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던 것이다.

"암튼...좋아! 추가 공격의 시점이 얼마 안 남았군....그럼 난..자리를 좀..비울까?"

"강문수"가 자신만의 비밀공간으로 옮기기 위해 일어났다. 13인의 원로들만의 작전평가와 대책회의를 위해서 였다...

+ + + + +

강남의 D..오피스텔.
임지현은 떨리는 손으로 "제임스 장"의 상처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가 아무 표정없이 돌아 와서는 웃옷을 벗어 던진 후 상처를 스스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에 자석에 이끌린것 처럼 다가섰던 지현이었다.

[..."오늘 아침에 자행된..새벽별 단체의 3차공격으로 서울시내는 대 혼란에 빠졌습니다...광화문 지하철역이 폭파 되어..많은 사상자를 내었습니다..유족들은 출근과 등교를 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죽어 가는 현실에 정부가 무능력적인 방비대세 때문이라며 오열을 터트렸습니다...한편, 용산의 국방부를 공격하던 범인들은 우리 경찰과 군의 작전으로 일망타진을 했다는 현장 취재기자의 보도입니다..."...]

긴급 뉴스를 발표하는 방송국의 아나운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화면에 용산의 국방부가 비춰졌고, 취재기자가 긴장된 표정으로 현장의 상황을 전 하고 있었다.
뉴스를 바라보던 "제임스 장"의 시선이 한 사람을 쫓아가고 있었다.

". . . . . . . . . .!!"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윤서경 경감이 보이고 있었다.
순간.."제임스 장"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졌다.
바로 그 여자였다!...인천국제공항의 테러현장에서 그 여자를 본 후 자신의 눈에 각인(刻認)되어 머리속 깊이 새겨졌었던 것이다.
항공기를 당당하게 세운뒤 기내로 뛰어 들어와 수색을 할때 얼핏 시선이 마주쳐...미소로서 인사를 살포시 보내줬었던 여자였다. 날카로웠지만 서글한 눈매였고 오똑한 콧날은 고집스럽게 보였던 미인이었던 것으로 기억됐다.

"괜...찮으..세요?"

임지현은 상처로 인한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긴 커녕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는 "제임스 장"을 겁먹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괜찮아...요! 이젠 붕대를 감아..주십시..오"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의 표정이 금새 굳어지며 지현에게 붕대를 건냈다. 지현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그의 왼쪽어께에 붕대를 감아 나갔다.

..."저...사건과 무관..하진 않을..꺼..같얘!"...

임지현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긴급뉴스를 계속 내보내고 있는 방송국의 보도를 바라보며 "제임스 장"이 현재 발생되고 있는 테러에 관여되어 있다고 짐작을 했다.

..."K! S! P!......"...

"제임스장"은 속으로 여자의 소속기관인 "KSP"를 되 내어 보았다.
운명적으로...맞 부딪쳐야 할 순간이 분명히 있을것 같았다. 그것은..자신이 해 내려는 목표와 그들이 쫓고 있는 목표가 일치 하기 때문이었다.

"잘..되었는지..모르겠어요..워낙에...서툴러서..요.."

임지현이 얼굴을 붉히며 "제임스 장"에게서 물러났다.
그의 벗은 상체를 바라보는 순간부터 뛰어온 심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던 것이다.

"고마..워요!...친구..는 요?"
"아직...혼수..상태에요!"

"제임스 장"이 성큼 일어나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민경의 이마와 목덜미의 맥박을 짚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맥박이...일정해요..많이 좋아 졌어요...아!..참 지현씨...식사..는 요?"

민경의 얼굴에서 지현으로 시선을 옮기며 "제임스 장"이 잊고 있었다는 듯이 물어왔다.

"아,아....직요....근데..괜찮아..요!"
"미안해요....같이 나갈 수도 없고...어쩌죠?"

"제임스 장"이 민경을 바라보며 난처해 했다.

"시켜 먹죠! 24시간 동안 문을 여는 해장국..집이 있어요. 괜찮아요?.."
"네..에! 전...아무거나..."

지현은 대답을 하면서 속으론...자신이 참 바보 쑥맥이라고 자책했다.
부엌의 냉장고에 음식을 할 수 있는 재료 정도는 있었기에 요리를 직접 해서 먹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입이 붙어 버렸는지,용기가 없는지..아뭏튼 지현은 자신이 미워지고 있었다.

"후훗! 우리 맛있는 거..먹읍시다...소주도 한잔..하구요! 하핫!"

"제임스 장"이 전화기 옆에 붙은 식당의 스티커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쾌활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지현은 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온몸에 화약냄새를 풍기며 돌아온 그가..상처의 고통을 참으며 자신을 즐겁게 해 주려고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에 야릇한 감정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그 야릇하게 가슴을 뛰어 오게 했던 비슷한 감정이야.."제임스 장"의 오피스텔로 온 첫날부터 느꼈었지만,지금은 달랐다.
그에 관한 보호본능 의식!...바로 여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모성애(母姓愛)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것 같았다.

"저...좀 씻을...께요!"

"제임스 장"이 배달주문을 마치고 욕실로 향하며 지현을 바라보았다.

..."아!....나....몰라!.."...

지현은 몇초동안의 그 시선에서...가슴이 뭉클한 사랑을 확인하며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 "짜르르한" 감흥은 심장의 쿵쾅 거림이 귀를 울려 올 정도로 지현의 몸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 + + + +

그날 저녁...마포대교 부근.
대포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의 깊숙히 자리잡은 허름한 구이집에 윤서경 경감과 김판돌 경위가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연탄불위에서 구어지는 돼지껍데기가 피워내는 연기로 술집내는 온통 뿌옇게 보였다.

"크~흐읏!...잔 한잔 받어!"
"호옷? 선배님 어쩐 일이..세요?"

김판돌 경위가 내미는 소주잔을 받으며 윤서경 경감이 서글하게 웃었다.

"참...나! 마셔도...흉! 안 마셔도 흉..볼 꺼~야?"
"어우~야아! 좋아서..그러지..요!..크..흡"

윤서경 경감이 어께를 앙증맞게 흔들어 보이며 단숨에 술을 비워냈다.

"어이구!~ 징그럽다...다..큰 처녀가! 자자..한잔 더!.."

김판돌 경위가 자신에게 마악 다시 건내려고 하는 잔에다가 얼른 술을 채웠다.

"얼래~래? 반칙이...에요!"
"반칙도...어떨땐 원칙이 되기도...해! 하핫!"

그때 안면이 있는 주인 할머니가 접시를 들고 다가 왔다.

"고기..다~아 태우네! 안주나 먹으면서 마셔!"
"후훗! 울...할머니 이뽀 졌~또!"

윤서경 경감이 주인 할머니의 허리를 껴안으며 어릿광을 피웠다.

"요~론! 발칙..한 것!...이뻐지면...뭐햇! 영감탱이 하나도 안 쳐다 보는데...호홋!"

탁자위에 비빔국수를 내려 놓으며 눈을 홀긴 후 김판돌 경위를 바라보며 물었다.

"애..인...치곤 연식이 오래 되어 보이..네?"
"푸훗? 애,애..인? 킥킥킥!~"

윤서경 경감이 목젖을 보이며 웃어 제꼈고, 김판돌 경위는 머쓱해 졌다.

"아니~야? 맞는..거야?"
"하하하핫!....."

주인 할머니의 호기심 어린 표정에 윤서경 경감이 손사레를 쳐 보인뒤 술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자...울 그~랜드 마마! 한잔 하실..라~우?"
"에~긍! 요것아..안 마셔!"

주인 할머니가 꿀밤을 멕이는 흉내를 내어 보인뒤 돌아갔다.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달고 있는 윤서경 경감이 잔을 건냈다.

"휴..읍! 그만 마시자..응?"

김판돌 경위가 탁자위의 소주병을 헤아려 보며 잔을 받았다. 벌써 4병째 비우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님! 오늘만큼..나 좀 내버려 둬요...네?"
"내일..회의도 있잖어! 아니...또 언제 터질지도 모르고..."

김판돌 경위가 뿌연 연기속에 보이는 T.V뉴스를 힐끗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산수..갑산을 가더라도..오늘은 망가 질테니..말기지 마슈!"
"허...참나!"

윤서경 경감이 겉옷을 확 벗어 제꼈다. 몸에 착 달라붙은 검정색 티셔츠가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나게 했고, 옆구리에 찬 "매그덤55"의 손잡이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번뜩였다.

"원!~..씨볼! 세상이..지랄 같으니 지집년..들도 가스총..차고 다니..누~마안!"

그때..옆 좌석의 사내가 그녀를 바라보며 빈정거렸다.
순간 윤서경 경감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에 김판돌 경위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녀의 지금행동!...김판돌 경위는 헤아리고도 남았다.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아끼는 부하 한명이 생포하라는 명령을 끝까지 완수하려고 몸을 날려 범인을 덮치며 산산 조각나 죽었어야 했을때...의 심정을 애써 다스리고 있는 그녀였던 것이다.

"좆..같은 세~상! 마시자~구...앉아서 죽어나 지하철타고 죽어나...벵~기..타고 죽어나다 마찬가지...아~녀?"
"글게..말이야...군~바리들은 뭐..하구! 글~고..짜바리~들은 또 뭐~해엣!..국민들이 조~오~빠지게 벌어서 낸 세금으로 지..네들 월급 줬으면 잘 해야 될꺼 아냐? 내가 이래 뵈두..말이야..해군 특전단 출신이~야!"

사내둘이 술잔을 주고 받으며 핀잔을 해댔다.
윤서경 경감의 표정이 더 굳어지며 어께가 떨리고 있는 것에 김판돌 경위가 먼저 일어났다.
그리곤 옆 좌석의 사내중 머리를 빠글,빠글 뽁은 파머 머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술...곱게 쳐..먹어! 대갈통에 구멍 나기전에...."
"어!~이...씨방~세..봐라!"

파머 머리사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을 김판돌 경위가 그의 울대를 내리쳤다.

"뻐억!"
"컥!~"
"우당~타앙!"

사내가 뒤로 벌렁 자빠지고 또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김판돌 경위가 그 사내의 이마에 권총을 들이 밀었다.

"철커~덕!"
"경고 한닷!...가만히 앉어 구멍..내기..전에!"

권총의 노리쇠까지 풀며 앞으로 밀자 사내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며 엉거주춤 도로 앉았다.

"왜들...이~래? 응? 안 그래도 세상이 뒤~집 혀서 흉..한데!"

주인 할머니가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며 말렸다.

"젊은..사람들이 왜 그으~래? 응?...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어? 바~로.."
"아~이...그랜드 마마!.."

그때 고개를 숙인체 흥분을 애써 가라 앉히고 있던 윤서경 경감이 주인 할머니의 허리를 껴안으며 말을 잘랐다.

"나가지....응?"
"그래요..선배! 자리를 옳겨..요!"

윤서경 경감이 벗었던 검정색 바바리를 들며 먼저 일어나 술집을 나갔다.
그때까지도 두 사내를 쏘아보든 김판돌 경위도 권총을 도로 집어넣으며 몸을 돌렸다.
그러던 김판돌 경위가 걸음을 멈추고 획 돌아섰다.

"어~이! 그기...나 해군 특전단 35기야...몇~기지?"
"아,아..그게...특전단..이..아니고...그, 그...냥...."

"너....군 면제..자! 실미도 출신이지?"
"아...네! 그게...맞,맞습니다...면제..받, 받..았습니다!"

"우하하~하핫!..."
"푸후후후후!~"

김판돌 경위가 흔한 말로 "실역미필"...즉 줄여서 "실미도"라고 다그치자 사내가 고개를푹 숙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제각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쨔~샤!..너 말대로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으로 받은 박..봉! 쥐꼬리만한 돈이지만 그 값어치를 목숨과 바꾸며 싸우는 사람들도 많아!...불만은 말이야...구~라 치며 살아가는 금 뺏지들에게 해!..알았~어?"

김판돌 경위가 다시한번 사내 둘을 쏘아본뒤 천천히 술집을 나갔다.

"후~투투~둑!..."

밖에는 겨울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었고 전봇대 옆에서 쭈그려 앉아 먹은 것을 게워내는 윤서경 경감이 보였다.
그가 알고 있기론 이틀째 밥을 먹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연민의 정이 끓어 올라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하루 세끼 밥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을 만큼 긴장의연속이었던 것이다.

"괜찮..은 거야?"
"우!~....괜,괜...찮아..요!"

김판돌 경위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자 고개를 흔들며 그의 손을 밀쳐냈다.

"몸이...예전..같지..않으..네요! 후훗!"
"허...참! 아직 삼십도 안..됐어!"

"그~런..가~아? 호홋?"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내던 윤서경 경감이 김판돌 경위의 팔을 잡아채며 착 달라붙어 소근거렸다.

"선배...나 오늘 선배..집에 좀 가~요! 가서 한잔..만 따~악 더 해요! 네?"

윤서경 경감이 서글한 눈을 찡긋하며 매달렸다.

"허!....남자 혼자 사는...냄새 나는..곳을? 안돼!"
"피이잇! 좋아요! 요~기 권총...가~지고 가요...나 혼자 어디서 실~컨 더 퍼 마시고 죽든지 할..테니...흥!"

그녀가 "매그덤55"를 빼들어 김판돌 경위에게 쑤욱 내 밀었다.

"이..러지 마! 응? 내,내..가 말이야 어~흥! 하고 늑대로 변할지도 몰~라!"
"아이..고고! 제발 늑대로 좀 변해..봐요! 네?"

김판돌 경위는 사실 진담이었다.
듣기에 따라선 농담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녀만 바라보면 애틋한 연정(情)이 품어지는 것에 마음속으론 경종을 울리며 스스로 자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정...말...갈~꺼야?"
"안 델~꾸..가면 나 오늘 사고...쳐~요! 증~마~알!"

윤서경 경감이 권총을 다시 내밀어 오는것에 김판돌 경위가 잠시 망설였다. 그러던 그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 까지는 몇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 + + + +

내리는 겨울비는 어둠이 부린 마술로 도시의 치부를 가려주듯 겨울밤을 더 고즈넉 하게 만들며 깊어갔다..

강남의 D..오피스텔.
사내의 정성스런 애무는 여자의 몸을 파르르 떨게 했고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 나갔다.

"하...흐으으.....흡!"

여자가 목을 뒤로 꺽어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사내의 혀가 배꼽에서부터...가슴으로 미끄러지듯 올라와 유두를 머금었던 것이다. 이미 딱딱하게 힘이 한껏 들어가 있었던 젖꼭지는 사내의 뜨거운 입속에서 녹을듯 허물어지고 있었다.

"촙!........"
"하~악!..."

사내는 입속에 여자의 오디같은 유두를 혀를 말아 흡입을 했다. 그리고 뺨에서 느껴지는 여자의 떨림을 고스란히 전해 받으며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황홀했다!...
뒤로 꺽여진 목선은 암사슴의 목처럼 빛나며 유연해 보였고...할딱 거릴때 마다 맡아지는 숨결은 향(魔香)을 뿜어내는것 처럼 달콤했다.
여체의 아름다움....세상의 어느것 보다 숨을 죽이게 할 만큼 여자의 나신이 아닌가!..
그 여체중에서도 자신이 혀로 ?으며 흔적을 남겨 나가고 있는 이...여자! 첫 만남부터 숨이막혀 올 정도로 아름다웠었던 여자였던 것이다.
입속에 부드럽게 물려진 젖꼭지의 팔딱거림으로 사내는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 . . . . . . . . .!!"
"어맛?.....아...흐으읏!"

입속에서 팔딱거리는 젖꼭지를 지그시 깨물자 여자가 몸을 떨며 입술을 열었다. 백옥색의 가지런한 치아가 어둠속에서도 빛이났다.
사내의 손이 여자의 등에서 허리로...미끄러져 내려가 또 다른 두개의 반구를 더듬었다.

"아...흐...으읏!"

여자가 가뿐 숨을 고르며 탐스런 힙을 살짝 들어 올려 주었다. 그녀의 부끄러워 하면서도 앙증맞은 몸짓은 승낙이었고...준비가 되었다는 무언이었다.

"촙....촙!......"
"아...하~아악!"

사내가 여자의 힙에서 팬티를 끌어 내리며 입술을 옮겼다. 그 뜨거운 입술이 거쳐 올라 왔던 배꼽밑으로 미끄러져 답습하는 것에 여자가 상체를 들어 올렸다. 이미 온 몸의 말초신경들은 반란을 일으켰고...불꽃이 튀기는 농익은 여체였다.
이젠...그 불꽃이 튼실한 장작에 옮겨 붙어서 활활 타 오르기를! 그래서 하나가 되어 불 살라..지기만을 기다렸다.

"아!~............"

여자가 순간...고개를 들고 사내를 바라보았다.
애무를 정성스럽게 해 나가던 사내가 행위를 멈추었고...바로 몇초전까지 살을 부벼 올때 느꼈었던 그의 피부가 뜨거움이 식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 . . . . . .!!"

여자가 자신의 아랫배 위에서 조심스럽게 사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들어 올려 보았다.

"어...멋!.........."

여자는 놀랐다.
사내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왜....그러...세요!"

여자의 물음에도 사내는 눈물을 단체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여자가 사내의 얼굴을 당겨 입을 맞추었다.
뜨거워 용광로 같았던 사내의 입속도 식어져 있긴 마찬가지였다..

"제,제..가 뭘..잘..못 했..나..요?"

입술을 떼고 여자가 사내의 눈을 바라보며 나직히 물었다.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그 바람에 눈에 달고 있던 굵고 맑은 눈물이 여자의 탐스런 젖가슴위로 후두둑! 뿌려졌다.
여자가 사내의 얼굴을 끌어 당겨 가슴속으로 안았다....젖가슴이 뭉게지며 사내는 소리를 죽이고 더 흐느끼고 있었다..

"미,미안.....해요!..할..수 가 없어요!..난,난...그게..안..돼요.."
"괜..찮아요.....괜~찮아요!...."

몸을 떨며 흐느끼는 사내!...."제임스 장"..이었고, 그를 더 꽉 끌어 안으며 다독거려주는 여자....는 임지현 이었다.
흡사...
젖먹이에게 수유를 하는 엄마와, 따뜻한 자궁속을 기억하며 두 유방에 더 깊이 코를 박아 넣어가는 애기의 모습이었다..

그랬다...
이들의 모습에선 죽음의 나무(木)! 사이프러스(Cypress)를 잊게 하고 있었다...

"후투투~둑!......"

겨울비의 빗방울이 굵어지며 오피스텔의 창을 그으며 때렸다...

[ 18부에서 계속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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