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를 지나 네시를 향해갈 때 청년-박인한-과 나는 산을 내려와 동리로 가고 있었다. 순사가 쫘악 깔려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동리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마치 우리 집안의 학살이 없었던 것과 같이 아무일 없던 동네처럼 개소리만 무심하게 났다. 청년과 내가 멈춘 곳은 우리 집 앞이였다.
“쉿!! 조용히 해라”
인한이형은 나를 안고 종국이네 담장에 붙였다. 집 앞엔 왜경 둘이 꾸벅꾸벅 졸면서 서 있었고 인한이 형은 나를 안고 싸리담 아래 숨었다. 그리고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이 양말에 흙을 가득 담아오너라”
“흙이요?”
“조용히 해라 저 놈 깨겠다.”
나는 군소리 없이 양말에 흙을 담아왔다. 인한이형은 양말에 흙을 좀더 담더니 끝을 묶고 가볍게 한번 휘둘러 봤다. 마치 쇠좆매와 비슷했다. 쇠좆매는 조선시대 순라꾼들이 쓰던 암기로 도둑을 잡는데 그만인 무기이다. 쇠좆매로 머리를 치면 끽소리 없이 쓰러진다. 소의 음경으로 만든 물건이라 소리도 안나고 머리를 울려 한방이면 기절시키는데 충분하다. 순라꾼이 돌다 도둑을 보면 쇠좆매를 꺼내들고 한방 내려치고 공범을 기다린다. 지 동무가 소리없이 쓰러진 것을 모르는 공범은 물건을 들고 나오다가 순라꾼이 휘두른 쇠좃매에 영락없이 걸리는 것이다.
“자 저기 온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교대병이 온다. 혼자다.
“왜 혼자야? 스미모토는 어디있어?”
“3년 고참이 동초 나오는 거 봤어? 새벽이라 간부도 디비자는데”
“하긴 그 꼬마놈이 이 시간에 여기 오겠어? 여기 지키는 것은 정말 헛수고야…”
“어여 들어가 춥네…”
“졸지마 가토놈 언제 순시 나올지 몰라 조센징인 녀석이 나대는 건 더 하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얼렁 가기나 해”
집 앞을 지키던 왜경 둘이 지서쪽으로 걸어간다. 혼자 나온 왜경도 불을 쬐다가 곧 잠들어 버린다. 앞의 왜경들은 그래도 서서 자는데 이놈은 아예 자리를 편다. 두발을 뻗고 돌담에 등을 기댄 꼴이 안방이다.
“조용히 따라와라”
인한이 형은 양말매(?)를 들고 앞장선다. 왜경놈은 인한이형이 가까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자빠져 자고 있다. 꾸벅꾸벅 세상 모르고 자는 녀석이 안쓰럽기만 하다.
“퍽”
인한이 형의 손이 번개처럼 흔들렸고 녀석은 졸고 있는 모양 그대로 앞으로 자빠진다. 피를 토한 것이 죽은 것 같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헙”
“조용히 해라”
인한이형은 죽어자빠진 왜경을 어깨에 들쳐메고 대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는 인한이형을 따라 들어갔다. 부모님과 누이들의 시신은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가토놈이 함정을 판 것 같다. 내가 수습하러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자 두터운 옷을 챙겨와라 시간이 없으니 너무 많이 꾸리지 말아라 녀석들의 교대병이 오기 전에 떠야한다.”
“아버지 유품이라도…”
“꼭 필요한 것만 챙겨라 나는 먹을 것을 좀 가져오겠다.”
나는 내방에 들어가 겨울 옷만 챙겼다. 아버지가 직접 필사해준 서책들이 눈에 걸리고 소학교에서 받아온 갱지 교과서와 팽이들이 눈에 걸리지만, 어물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에 넘어간 나는 아버지의 부채와 붓 한자루를 챙겨 나왔다. 누이들의 패물이라도 챙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안채로 넘어가 돈을 가져오려 하는데 인한이 형이 보따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돈은 여기 챙겨왔다. 나머지는 포기해라”
“네”
“그리고 이거 먹어라 찬이 없어도 참고”
인한이형은 급하게 만든 것 같은 주먹밥을 던져주었다. 행랑어멈이 지어놓은 밥도 자리에 있나보다. 얼어터진 밥이지만 내 배는 너무 고팠다.
“시간이 없다 뜨자.”
주먹밥을 입에 물고 인한이형을 따라 나왔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벌거벗은 누이들 그리고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는데…
“형 잠시만요 다녀올께요?”
“무엇을 하려 하느냐?”
“누이들이 너무 추울 것 같아요..”
인한이형은 나를 말릴려고 했지만 내 동작이 더 빨랐다. 나는 안채로 달려가 이불채를 안고 나왔다. 눈이 무척 컸던 둘째누이, 깍쟁이 같았던 셋째누이, 어렵지만 자상했던 넷째누이, 나랑 겨우 한살 터울이라 티격거렸던 막내누이… 누이들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고서야 나는 인한이형을 따라 나섰다.
“교대 병력이 들어오면 이 녀석을 발견할 것이고 경보를 발령할 것이다. 교대병력이 올때까지 1시간 30분 경보를 발령하는데 10분 병력이 소집되는데 30분 동리를 포위하는데 30분 외곽을 차단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 수색대가 출발하는데 20분 앞으로 3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 우리는 개성시내로 들어간다. 녀석들이 우리를 수색하기 시작할 때쯤이면 개성시내 목욕탕에서 몸을 풀 수 있을 것이야”
인한이형은 정말 용이주도한 사람이다. 집에 함정을 칠 것도 알았으며 보초가 잠들시간 교대병력이 나올 시간을 꾀고 들이쳐서 필요한 물품도 챙기고 추격도 차단해버린 것이다.
“형 뭐하는 사람이여요?”
“병서 몇줄 읽은 어설띠기 운동가다. 말할 힘을 아껴서 걸어라 시간은 귀한 것이다.”
두어 시간 산길을 타고 돌아가니 해뜰 무렵이 되었고 개성 시내가 눈앞에 있었다. 박인한이란 사람 정말 발이 빨랐다. 총에 상한 다리로 어떻게 이리도 빨리 다닐 수 있는가? 구월산 자락에 자란 나는 산을 타고 다니는 것에 이력이 나서 어찌 따라다닐만도 한데 정말 무섭다.
“자 당당하게 걸어라 여기서는 아무도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
“어디로 가죠?”
“유곽”
“이상한 누나들 있는 곳 아니여요?”
인한이형은 내 말을 듣자마자 정색을 했다. 한대라도 칠 기세로
“조선의 딸들이 사는 곳이다. 말 함부로 하지 말아라”
“엄마가…”
“따라오기나 해라”
20여분을 시내를 따라 걸어가니 푸줏간과 비슷한 거리가 나타났다. 초췌한 차림의 아낙들이 주섬주섬 앉아서 불을 쬐고 있었다. 어째 겁이 일었다.
“총각 놀다 갈라우?”
“내 마누라한테 애 데리고 가오 길이나 내시우”
“빌어먹을 기둥서방 자식이구나”
“뭐라했소?
인한이형이 발끈하자 여자는 팽 욕을하며 물러났다. 그때 인한이형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참 단아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던 인한이형은 골목에서 가장 큰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들겼다.
“연애하러 오셨소?”
“소월이 찾아왔수다.”
“누구요? 큰언니는 왜 찾아 큰언니는 보지 안 파는데”
“서방이외다. 아들내미 데리고 왔소”
To Be Continued…
덧글>>
이번 글에도 야설을 삽입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다음 글에는 반드시 야설을 삽입하겠습니다.
작자로서 무능을 느낍니다.
사죄를...
그리고,
DosaLee님, 318님, 들토끼님, 그누가님, 없는데요님,
아마의되지님, 에트랑쩨님, #푸른초원#님, 드리븐유님
그리고 읽어주신 다른 여러 소라님들
감사합니다.
재주없는 글에 댓글과 관심...
더 열심히
더 노력해서 쓰겠습니다.
Ghost 배상
“쉿!! 조용히 해라”
인한이형은 나를 안고 종국이네 담장에 붙였다. 집 앞엔 왜경 둘이 꾸벅꾸벅 졸면서 서 있었고 인한이 형은 나를 안고 싸리담 아래 숨었다. 그리고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이 양말에 흙을 가득 담아오너라”
“흙이요?”
“조용히 해라 저 놈 깨겠다.”
나는 군소리 없이 양말에 흙을 담아왔다. 인한이형은 양말에 흙을 좀더 담더니 끝을 묶고 가볍게 한번 휘둘러 봤다. 마치 쇠좆매와 비슷했다. 쇠좆매는 조선시대 순라꾼들이 쓰던 암기로 도둑을 잡는데 그만인 무기이다. 쇠좆매로 머리를 치면 끽소리 없이 쓰러진다. 소의 음경으로 만든 물건이라 소리도 안나고 머리를 울려 한방이면 기절시키는데 충분하다. 순라꾼이 돌다 도둑을 보면 쇠좆매를 꺼내들고 한방 내려치고 공범을 기다린다. 지 동무가 소리없이 쓰러진 것을 모르는 공범은 물건을 들고 나오다가 순라꾼이 휘두른 쇠좃매에 영락없이 걸리는 것이다.
“자 저기 온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교대병이 온다. 혼자다.
“왜 혼자야? 스미모토는 어디있어?”
“3년 고참이 동초 나오는 거 봤어? 새벽이라 간부도 디비자는데”
“하긴 그 꼬마놈이 이 시간에 여기 오겠어? 여기 지키는 것은 정말 헛수고야…”
“어여 들어가 춥네…”
“졸지마 가토놈 언제 순시 나올지 몰라 조센징인 녀석이 나대는 건 더 하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얼렁 가기나 해”
집 앞을 지키던 왜경 둘이 지서쪽으로 걸어간다. 혼자 나온 왜경도 불을 쬐다가 곧 잠들어 버린다. 앞의 왜경들은 그래도 서서 자는데 이놈은 아예 자리를 편다. 두발을 뻗고 돌담에 등을 기댄 꼴이 안방이다.
“조용히 따라와라”
인한이 형은 양말매(?)를 들고 앞장선다. 왜경놈은 인한이형이 가까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자빠져 자고 있다. 꾸벅꾸벅 세상 모르고 자는 녀석이 안쓰럽기만 하다.
“퍽”
인한이 형의 손이 번개처럼 흔들렸고 녀석은 졸고 있는 모양 그대로 앞으로 자빠진다. 피를 토한 것이 죽은 것 같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헙”
“조용히 해라”
인한이형은 죽어자빠진 왜경을 어깨에 들쳐메고 대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는 인한이형을 따라 들어갔다. 부모님과 누이들의 시신은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가토놈이 함정을 판 것 같다. 내가 수습하러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자 두터운 옷을 챙겨와라 시간이 없으니 너무 많이 꾸리지 말아라 녀석들의 교대병이 오기 전에 떠야한다.”
“아버지 유품이라도…”
“꼭 필요한 것만 챙겨라 나는 먹을 것을 좀 가져오겠다.”
나는 내방에 들어가 겨울 옷만 챙겼다. 아버지가 직접 필사해준 서책들이 눈에 걸리고 소학교에서 받아온 갱지 교과서와 팽이들이 눈에 걸리지만, 어물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에 넘어간 나는 아버지의 부채와 붓 한자루를 챙겨 나왔다. 누이들의 패물이라도 챙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안채로 넘어가 돈을 가져오려 하는데 인한이 형이 보따리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돈은 여기 챙겨왔다. 나머지는 포기해라”
“네”
“그리고 이거 먹어라 찬이 없어도 참고”
인한이형은 급하게 만든 것 같은 주먹밥을 던져주었다. 행랑어멈이 지어놓은 밥도 자리에 있나보다. 얼어터진 밥이지만 내 배는 너무 고팠다.
“시간이 없다 뜨자.”
주먹밥을 입에 물고 인한이형을 따라 나왔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벌거벗은 누이들 그리고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는데…
“형 잠시만요 다녀올께요?”
“무엇을 하려 하느냐?”
“누이들이 너무 추울 것 같아요..”
인한이형은 나를 말릴려고 했지만 내 동작이 더 빨랐다. 나는 안채로 달려가 이불채를 안고 나왔다. 눈이 무척 컸던 둘째누이, 깍쟁이 같았던 셋째누이, 어렵지만 자상했던 넷째누이, 나랑 겨우 한살 터울이라 티격거렸던 막내누이… 누이들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고서야 나는 인한이형을 따라 나섰다.
“교대 병력이 들어오면 이 녀석을 발견할 것이고 경보를 발령할 것이다. 교대병력이 올때까지 1시간 30분 경보를 발령하는데 10분 병력이 소집되는데 30분 동리를 포위하는데 30분 외곽을 차단하는데 1시간이 걸린다. 수색대가 출발하는데 20분 앞으로 3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 우리는 개성시내로 들어간다. 녀석들이 우리를 수색하기 시작할 때쯤이면 개성시내 목욕탕에서 몸을 풀 수 있을 것이야”
인한이형은 정말 용이주도한 사람이다. 집에 함정을 칠 것도 알았으며 보초가 잠들시간 교대병력이 나올 시간을 꾀고 들이쳐서 필요한 물품도 챙기고 추격도 차단해버린 것이다.
“형 뭐하는 사람이여요?”
“병서 몇줄 읽은 어설띠기 운동가다. 말할 힘을 아껴서 걸어라 시간은 귀한 것이다.”
두어 시간 산길을 타고 돌아가니 해뜰 무렵이 되었고 개성 시내가 눈앞에 있었다. 박인한이란 사람 정말 발이 빨랐다. 총에 상한 다리로 어떻게 이리도 빨리 다닐 수 있는가? 구월산 자락에 자란 나는 산을 타고 다니는 것에 이력이 나서 어찌 따라다닐만도 한데 정말 무섭다.
“자 당당하게 걸어라 여기서는 아무도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없다.”
“어디로 가죠?”
“유곽”
“이상한 누나들 있는 곳 아니여요?”
인한이형은 내 말을 듣자마자 정색을 했다. 한대라도 칠 기세로
“조선의 딸들이 사는 곳이다. 말 함부로 하지 말아라”
“엄마가…”
“따라오기나 해라”
20여분을 시내를 따라 걸어가니 푸줏간과 비슷한 거리가 나타났다. 초췌한 차림의 아낙들이 주섬주섬 앉아서 불을 쬐고 있었다. 어째 겁이 일었다.
“총각 놀다 갈라우?”
“내 마누라한테 애 데리고 가오 길이나 내시우”
“빌어먹을 기둥서방 자식이구나”
“뭐라했소?
인한이형이 발끈하자 여자는 팽 욕을하며 물러났다. 그때 인한이형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참 단아하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던 인한이형은 골목에서 가장 큰 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들겼다.
“연애하러 오셨소?”
“소월이 찾아왔수다.”
“누구요? 큰언니는 왜 찾아 큰언니는 보지 안 파는데”
“서방이외다. 아들내미 데리고 왔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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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도 야설을 삽입하는데 실패했습니다.
다음 글에는 반드시 야설을 삽입하겠습니다.
작자로서 무능을 느낍니다.
사죄를...
그리고,
DosaLee님, 318님, 들토끼님, 그누가님, 없는데요님,
아마의되지님, 에트랑쩨님, #푸른초원#님, 드리븐유님
그리고 읽어주신 다른 여러 소라님들
감사합니다.
재주없는 글에 댓글과 관심...
더 열심히
더 노력해서 쓰겠습니다.
Ghost 배상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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