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지훈은 온 몸이 욱씬거리고 거동이 불편할만큼 아파왔다.
그래봤자 어딘가 뼈에 금이 갔거나 단지 타박상뿐이겠지...
병원의 1층은 불이 완전히 점등되어 있었지만 응급실은 열려있었다.
응급실에 들어서니 당직 간호사 한 명만이 대기중이었다.
간호사는 지훈을 보자마자 기겁하며 놀랐다.
" 어멋... 무슨일이에요? 이...이게... "
" 그냥 지혈만 받으러 왔습니다. "
" 저.. 의사 선생님을 부를께요 "
" 사정이 급합니다... 이왕이면 조용히 치료받고 싶군요 "
" 여기는 지금 저밖에 없는데... "
" 다른건 다 괜찮습니다 그냥 지혈만 해주세요 "
" 폭행 추정 병과는 경찰도 부르는게 제 의무에요..... "
" 아니요... 안됩니다.... 아무도 부르지 말아줘요... 그냥...
그냥 아가씨가 지혈해주세요... 그것만 해주시면 됩니다.. "
" 그런데 규정상 저는..... "
지훈은 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 몇장을 꺼내 들었다.
" 치료비와 사례비는 두둑히 드리겠습니다. 제가 사정이 난처하니 조용히
치료만 받다 가게 해주십쇼. "
" 지금 무언가... ?기고 계신건가요? "
" 그런것 같군요... 좀전까지 협박받고 있었습니다. 좀 피신하고 싶네요... "
간호사는 조용히 지훈을 6층의 독실로 안내했다. 6층엔 아무도 없었다.
이 병원은 5층까지 밖에 없었고, 6층은 병원 관계자들의 지인들을 위한 특실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응급도구를 들고와 지훈의 상처를 닦아내고 지혈을 해주었다.
" 이미 피는 멈춘것 같아요.. 벌서 응고가 되어있어서.... "
" 그럼 됐습니다. 상처만 닦아내고 좀 쉬다가 새벽에 가겠습니다. "
" 뼈가 부러졌거나 금이 갔을지도 모르는데... 엑스레이라도... "
" 몸이 움직여지는걸 보니 금까지 가진 않았을겁니다. 그냥 조용히 쉬다 사라질께요.. "
" 네.. 그럼 시트와 담요, 그리고 갈아입을 환자복이라도 가져다 드릴께요. "
" 시트에 피 묻잖아요... 그냥 환자복만 주세요.. 제 옷이 죄다 찢어졌네요 "
" 괜찮아요 소독하면 되니까.... "
간호사는 재빠르게 침대에 묻은 핏자욱을 닦아내고, 가져온 시트를 씌워주었다.
찢어진 옷을 버리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상체가 허리 아래로 굽혀지질 않았다..
" 제가 도와드릴께요.... "
간호사가 찢어진 지훈의 양복바지와 상의를 벗겨내고, 하얀 환자복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볼록 튀어 나온 지훈의 남근에 눈길을 줄 새도 없었다.
찢어진 옷안의 살들도 여기저기 찢겨져 핏자국이 나있었다.
" 이거 다 봉합해야 하는데... 이대론 안되겠어요.. "
" 난 더 이상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걸 원치 않는데도요..제발... "
" 경험이 많진 않지만, 제가 봉합을 조금 할 줄은 압니다. "
" 됐습니다. 응급실 비워두고 왔잖아요. 그냥 응급실에 계세요... "
" 그럼 제가 몇시간후에 퇴근하는데... 저희 집에서 해드릴께요. "
" 그럼 그렇게 하죠.... 제발 아무도 날 보지 못하게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
" 4시간후에 퇴근입니다. 그때 응급실로 내려오세요.. "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간호사는 순순히 지훈의 뜻에 따라 조용히 응급실로
사라져주었다.
" 부탁이에요. 아무데도 신고하지 말아요. 믿습니다... "
겁에 질리긴 했어도, 침착하게 지훈을 보살펴 주던 간호사의 눈빛으로
보건데, 그녀는 지훈의 바램대로 움직여주리라 확신했다.
이제 아무도 없는 적막한 병실안에서 지훈은 또 다시 신음에 빠져들었다.
지훈은 티비를 켰다. CNN 24시간 뉴스에서는 온종일 뉴욕 테러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보도 하고 있었다.
테러의 배후는 빈 라덴이라는 아랍권의 테러조직이었고, 부시 미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아프카니스탄이나 이라크에 보복 전쟁이 있을거라고 했다.
" 끄응... 다른 내 고객들도 전부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겠군.... "
전세계가 경기회복중인 싸이클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테러와 전쟁의 예측은
지훈을 당혹스럽게 했다. 아니 이미 당혹스러운 사태는 벌써 벌어졌다...
안정적으로 분산 투자했어야 하는데, 너무 일확천금을 노리려던 무리한
욕심이 지훈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일어나선 안될 확률적은 재앙이 순식간에
지훈을 절벽밑으로 추락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난데없는 조폭들의 협박.... 이건 또 뭐란 말인가.......
경찰에 연락하면 죽는다는 이현태의 협박은 공갈이 아닐것 같았다.
그 정도의 조직 규모면, 잘 모르긴 해도 한국에서 손꼽히는 마피아 조직일 듯
싶었다.... 먼가 잘못 걸려버린듯한... 시쳇말로 좃된거 같은....
그냥 미국으로 귀국해버릴까.......
혈혈단신인 지훈은 웬지 한국에 더 있다가는 생활이 순탄지 않음을 비로소
온 몸으로 예감하고 있었다.
" 딸깍 "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들어왔다. 이번엔 사복 차림이었다.
" 저..... 업무 종료했는데... 지금 상태 괜찮으신가요? "
" 예... 덕분에... "
" 여기 사람들 믿을만한데.... 웬만하면 저는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경찰들에게
보호받기를 권하고 싶어요... "
" 저는 괜찮다면 아까 말한데로 당신네 집에서 쉬다가 조용히 사라지고 싶군요.. "
순간 간호사는 고민하는듯 했다. 자신이 얼떨결에 제안한것이긴 하지만,
막상 처음 보는 낮선 남자를 함께 집에 데리고 간다는 것은....
" 신세진만큼 사례는 두둑히 하겠습니다.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에 조금은 안도되었을까...
다시금 간호사가 지훈의 편을 들어주었다.
" 그럼 오늘 하루만이에요..... 그리고... "
" 그리고? "
" 저는 돈받을려고 이러는거 아니에요.. 좀 무서워서 그렇지.... 돈은 됐습니다... "
간호사의 집은 공덕동 마포경찰서 부근이었다.
처음엔 택시가 경찰서 부근을 배회하길래 순간 긴장했었지만...
암튼 그녀의 집은 경찰서가 바라보이는 스산한 한 주택가였다.
혼자 사는 집치곤 쪼금 큰 집이었다. 그녀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지훈을 눕히고,
환자복을 벗겨냈다. 피에 젖은 팬티만 남겨둔채 맨 몸인 지훈의 살들을 소독하고,
살이 찢어진 부분들을 봉합해주었다.
치료하는 그녀의 보드라운 손길이 지훈의 성욕을 자극했다.
온몸이 욱씬거리게 아픈 이 상황에서도 멀쩡한 지훈의 남근은 주책없이
부풀어올라 팬티의 앞섬에 크게 우뚝 서 있었다.
먼가 상황이 좀..... 난처난감하게 되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는듯 모르는듯 치료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 당분간 샤워 못할거에요. 그리고, 제가 경험이 적어서... 나중에 흉터가 좀 남을수도.... "
" 이런 호의 베풀어준게 어디요....
" 옷은 어떡하죠? 속옷까지 다 피로 물들어버려서.... 아침에 제가 남자옷들을 사다드릴께요. "
" 돈은 제 지갑에 있습니다.... "
" 돈이 많으신가 보네요? "
" 제...제가 몸값이 좀 비싸서요... "
" 피식.... "
경직되어 있던 그녀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165쯤 되는 적당한 몸매, 마르지도 않고 딱 좋게 통통하게 살이 오른 그녀의
하얀 미소가 눈이 부셨다.
" 이름이 뭐에요? "
" 이지영.... "
" 난 민지훈이라고 해요.. "
" 뭐하시는 분이죠? "
" 금융 컨설턴트... "
" 누구한테 이렇게 협박받고 맞았어요? "
" 빈 라덴..... ㅎㅎㅎ "
" 저한테 다 털어놓으면 안되는 사연이 있나봐요? "
" 아니 머 그런게 아니라.... 정말로 나도 좀...빈 라덴의 영향이... ㅎㅎㅎㅎ "
" ......... "
" 눈 좀 붙이세요.... 밤근무 했는데 저때메 잠도 못자고... "
" 네.... "
괜찮다는데도 불구하고 지영은 나를 침대위에 눕혔다. 대신 상처때문에
이불은 덮어주지 않았고, 지영은 침대밑 바닥에 누워 이불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두툼한 이불속에서 조용히 새근새근 잠을 청하는 지영의 얼굴이 이뻐보였다.
나이팅게일의 수수한 헌신적인 고혹의 자태랄까.... 아무튼..... -_-;;;
자신의 피로 물든 팬티속에는 아직도 남근이 튼튼하게 발기되어 있었다....
아휴... 저 자식... 주책맞네......
지훈도 피곤이 몰려왔다. 테러 여파에 휩쓸린 정신적인 충격에 조폭들의 협박과
구타에 이은 육체적인 아픔, 그리고 밤을 새버린 수면부족의 피곤함까지.....
지훈은 지영보다 더 깊이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쯤 잠이 들었을까..... 방안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침대밑의 지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제보다 더 몸이 욱씬거리며
아파옴을 느꼈다. 특히나 허리 계통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얼굴 대신 몸통을
죽도록 흠씬 맞았었으니....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를 향하고 있었다. 꼬박 15시간쯤은 잠들었던것 같다.
지영은 어디 갔지... 또 야간근무인가.....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가 났다. 지영이 차려놓고 나간듯......
꼼짝할 수도 없었던 지훈은 몸을 굴리며 간신히 일어났다.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상체를 일으키거나 숙이는데 무척 아픈듯....
화장실에서도 간신히 남근을 꺼내어 볼 일을 보고 지영이 차린 밥상을 먹었다.
음식 솜씨가 꽤 훌륭한 처자였다. 간호 잘 하고 요리 잘 하는 친절한 아가씨...
그만 하면 신부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티비를 켜고, CNN을 틀었다. 하지만 채널이 나오질 않아 하는 수 없이 YTN으로 고정...
뉴스는 여전히 한국도 전쟁에 파병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뉴욕의 처참한 현장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룻만에 현장은 신속한 복구작업과 잔해 처리작업이 동시에
진행중이었다.
료코는.... 료코는 무사할까......
안부전화라도 해야 하는데.... 지훈의 수중엔 지금 핸드폰도 없었다.
룸사롱 어딘가의 바닥에 깨져 있었겠지.....
다시금 지훈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잘 나가는 금융 컨설턴트 그룹에서
조폭의 집단으로 회사를 옮기는 것.... 연봉은 그대로 주겠다 하지만,
지훈이 한국에 온 목적은 연봉외 특별 수당을 바라고 온 것이 아니던가....
미국으로 피신할 수 없다면, 조직에 들어가야 할텐데....
하루라도 빨리 특별 수당을 챙길 수 있는 조건으로 조직에 몸담겠다고 하면 받아 줄까?
하며 고민에 잠겼다.
" 일어나셨네요? "
갑자기 방안의 불이 환히 밝혀지며, 지영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쇼핑백들이 서너개 걸려있었다.
" 옷부터 갈아입으셔야 겠어요. "
지영은 쇼핑백에서 속옷이며, 바지, 상의들을 꺼내었다.
모두 지훈의 사이즈보다 한 치수 더 큰 넉넉한 사이즈들이었다.
" 꼬멘 상처들때메 일부러 넉넉한 걸로 사두었어요. 얼른 갈아입으세요... "
하지만 지훈은 피에 젖은 팬티를 스스로 내릴 수도, 입을 수도 없었다.
" 좀 도와주시죠... 아직도 허리가 안 굽혀져서... -_- "
지훈의 온 몸을 새로 소독하고 젖은 수건으로 닦아준 지영은
지훈의 팬티를 내려주었다. 작게 오므라들어 숨어 있던 지훈의 남근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지영의 긴장된 얼굴이 남근과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아.. 이놈이 또 주책이네..... -_-;;;;
얼굴이 빨개진 지영은 잽싸게 팬티를 들어 올려 입혔다.
불쑥 튀어나온 남근을 향해 팬티의 고무줄을 늘려 푹 감싸 앉히고.....
바지를 입히고 단추를 채워 자크를 올리려는 순간에도, 팬티를 뚫어낼 듯
불쑥 나온 남근을 지영은 손가락으로 지긋히 눌러 바지안에 끼어 넣어 줬다.
많은 여자들이 지훈의 남근을 핥아 먹고 쓰다듬어 ?건만....
지영이 건드린 손가락 하나의 감촉 또한 그 못지 않은 스릴과 쾌락이 있었다.
순간의 짧은 쾌감이었지만......
" 죄송해여.. 저 넘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
" 그러게요... 어제부터 시도 때도 없네여.... "
" ㅋㅋㅋ "
" ㅎㅎㅎ "
농담으로 서로 받아 넘기니 그제서야 쑥쓰럼 타던 지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시 보는 그녀의 미소는 천사의 미소였다.
나이팅게일이 다시 한국인으로 부활했다면 그것은 바로 지영의 미소였으리라....
" 약속대로 오늘 가겠습니다. 너무 감사히 신세 많이 졌어요.... "
" 옷도 혼자 못갈아입으시면서.... 좀 더 지내셔도 되요... 저 이제 안 무서워요... "
" ㅎㅎ 그동안 무섭게 해드려서 죄송했습니다. "
약속대로 지훈은 지영이 사준 옷을 입고서 집을 나섰다.
치료비 및 옷값들, 사례비조로 백만원을 주었지만 지영은 한사코 만류했다.
" 나중에 크게 한 턱 쏘세요... 건강하시구요. "
지훈의 허리가 멀쩡했다면, 지금쯤 지영은 벌써 지훈과 한 몸이 되어있었으리라.....
지훈은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전날 회사에 무단결근 한 것이 맘에 걸렸다.
지훈의 집은 마치 빈 라덴이 몸소 다녀간 듯 아수라장이었다.
집안의 기물들이 모두 파손되어 있었다.
지훈의 뒤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김민호가 지훈에게 말을 건넸다.
" 이제 몸은 좀 괜찮은가? "
" 덕분에.... "
" 그렇게 맞고도 이쁜 간호사 아가씨를 꼬셔가다니.. 그 와중에 재주도 좋아.. 핫핫핫... "
" 그 아가씨는 저랑 아무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신경끄세요. "
" 자네가 말만 잘들으면야 뭐... 그까짓게 댓순가? "
" 원하는 용건이 뭐죠...? "
" 난 자네가 우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했길 바라네 "
깊은 탄식과 함께 다시 크게 심호흡 하며 지훈이 입을 열었다.
" 그렇게 하려면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
" 먼가...? "
" 큰형님 이란 사람과 단독으로 얘기하고 싶은데... "
" 허튼 생각은 안하는게 좋아.... "
" 저는 서로 상부상조하는걸 좋아합니다. "
" 핫핫하.... "
지훈에게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들은 그렇게 순식간에 마무리 지어졌다.
조직의 규모로 보나, 그 동안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끈질김으로 보나...
애당초 지훈에게는 조직의 도망자와 조직의 도우미 두 가지 선택밖에 없던것이었다.
3부로 계속...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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