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관 관장 히라야마 이와히코, “一旬 電光 刺 狐(일순 자 노호)”의 휘호를 받은 노 검호이다. 순시간에 늙은 여우를 베다… 그 늙은 여우가 을미년 낭인들에게 치욕스레 겁살된 대한제국의 국모이다.
평산관의 “一旬 電光 刺 狐”의 노오렌이 을씨년스럽다. 망국스런 노오렌을 보고 그 많은 조선청년이 왜검을 배우러 출입하는 곳이기도 하지… 39년이 지나도록 20살 청년 낭인이 예순의 노인이 될때까지 어떤 조선의 검사도 베어버리지 못한 노오렌이기도 하다.
- 우지끈
노오렌에 의해 가려졌던 초봄 늦해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아니 노오렌 사이로 가려졌던 해가 내 검에 의해 두 도막이 난 것처럼 보인다.
“웬놈이냐”
“어느 놈이 감히…”
조선말, 히까마 차림의 두 녀석이다. 배알도 없는 자들… 국모를 시해한 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지 간을 빼놓은 녀석들이다.
“여기는 우우웁”
더 듣기 거북하다. 녀석들의 가운데로 뛰어들며 왼쪽 녀석의 왼쪽 겨드랑이부터 배꼽까지 주욱 긋고 여세를 빌어 남은 녀석의 폐에 검을 밀어 넣었다.
“커어어어어…”
“죄가 없다고? 여기가 어디이고 저 노오렌에 적힌 狐(노호)가 누구인지 아느냐 이놈!!!”
폐에 칼이 들어오면 한 마디라도 답해서는 안 된다 폐에 공기가 차면 끝이니까… 하지만 녀석을 살려두긴 싫다. 국모를 시해한 자를 단칼에 베지 못할 망정 개처럼 엎드려 알량한 무술 나부랭이를 배우는 자가 살아 무엇 하겠는가?
“그것은…”
녀석을 걷어차버리며 칼을 뽑아 들었다.
“커커커 꼬로로로고고골…”
끝났다. 더 살지 못한다. 열린 문을 타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본다. 저녁 수업이 끝났는지 도장을 지키는 자는 없다. 아까 그 두 놈이 사범인가보다. 넓은 마당을 지나니 “爲國獻身(위국헌신)”이라 적힌 도장이 보인다.
- 휘이익
미닫이 문은 비스듬히 후린 내 검날에 두 도막이 나버린다. 새빠알간 일장기 아래 진검을 옆에 둔 노친네 하나가 앉아 있다. 목표물… “一旬 電光 刺 狐”의 히라야마 이와히코이다.
“39년 전의 일을 따지기 위해 왔는가? 젊은이”
“…”
“다 지나간 일 이제와서 어쩌자는 거지?”
깔린 목소리가 제법 위압적이다. 그래도 40년 넘게 검을 익힌 노검호 아닌가…
“…”
“39년 동안 아무말도 없더니 이제와 무엇하러 왔는가?”
“더 할말이 있소?”
“다 지난 일 아닌가? 난 당시 스물 아무것도 몰랐네… 공사관이 시켰을 뿐이지”
“그래서 남의 나라 국모를 시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존체에 능욕을 했단말이오?”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국모인지 누구인지도 몰랐어 시체를 능욕한 것도 아니네 모두가 자신이 민비라 주장하니 가슴을 까 젖을 보고 44세쯤 되는 여자들을 죽였을 뿐이지”
“그 더러운 입으로 대한제국의 국모를 부르지 마라”
“죽인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지난 일 아닌가?”
비열한 자식… 죽일 가치조차 없는 놈이다.
“그래서 젖가슴을 보았으니 거기 있는 모든 여자들을 범하고 시체에 불을 질렀지?”
“40년이 다 되가는 일일세… 자네는 젊은 데 살인자의 오명을 쓰고 다녀야 하는가?”
“40년이 지나든 100년이 지나든 얽히고 鰕?것은 풀어야 한다.”
“40년 동안 누구도 따지지 않은 일을 이제와서…”
“조선에는 사내가 한명도 없었단 말인가? 네 놈들을 베고자 을미의병의 불꽃이 10년동안 일었다. 그때 너는 어디 있었지?”
“차체하고 우리 일본 제국은 미개한 조선인을 개화 시켰다. 철도, 항만 누가 지었느냐? 네가 입고 있는 히까마도 본토에서 우리가 건설한 항만을 타고 온 것 아니냐. 배은망덕한 놈.”
“그 항만과 철도로 네놈들이 하는 짓은 무엇이냐?”
“그것은…”
“죽어랏!!!”
상단세를 취하며 왼발을 딛고 오른발을 굴러 거리를 좁혀 들어간다. 히라야마 역시 칼을 뽑아들고 중단을 잡았다.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 챙
그 자의 허리를 치고 들어간 내 1도가 그 자의 중단에 걸려 아래로 빨려든다. 뛰어든 힘을 빌어 오른쪽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녀석을 향해 돌아섰다.
“1도는 받아치지 않았다. 2도 부터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젊은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일전의 하수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마주 친 칼이 마치 대웅을 앞에 세워둔 것과 다르지 않다. 다가가야 한다…
중단을 잡은 나는 한발 한발 그 자에게 다가간다. 그 자 역시 피하지 않고 나를 향해 걸어온다. 이제 3~4발 앞 그 자는 수십년 검을 다룬 자 답게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내 왼쪽 눈을 겨눈 그 자의 검과 나를 마주보는 그 자의 눈은 맑음 그 자체이다.
이제 남은 거리는 2보… 1족 1도의 거리이다. 숨을 맞춘다. 코로 들이마신 들숨은 가슴을 타고 배를 불리며 단전으로, 단전에서 치밀어 오르는 날숨은 다시 가슴을 타고 입을 치고 나간다. 그 자 역시 한 숨 한 숨 한치의 여유도 주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어린 아이 같은 그 자의 눈망울에 내가 비친다.
“흐으음 후…”
“흐으음 후…”
- 삐그덕 삐그덕
어느새 그 자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돌고 있다. 한발 한발 내 딛을 때마다 마루장이 들썩인다. 그 자의 칼이 가볍게 떨리면서 그 자의 눈에 비친 내가 반토막이다. 그 자가 눈을 살짝 깜빡인 것이다.
중단의 검을 머리위로 올린다. 그 자 역시 내 검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을 크게 내 딛으며 상단으로 올라왔다. 나 역시 오른 발을 15도 가량 틀어 내밀며 상대를 안쪽으로 받아들인다. 끝났다. 상단으로 올린 내 검은 왼손 결을 타고 가볍게 틀어지며 뛰어들어오는 그 자의 왼쪽 겨드랑이에 작렬했다.
- 퍼어억
반쯤 내려온 검이 그 자의 손에서 미끌어져 내려온다. 내 검은 왼쪽 겨드랑이에서 그자의 가슴을 지나 오른쪽 옆구리로 빠져나왔다. 나는 검을 친 기세를 몰아 그 자에게 부딪쳐 나가며 거리를 벌렸다.
- 파지직
그 자의 머리에 떨어진 내 검의 격자부를 타고 내 왼손 새끼 손가락으로부터 가슴으로 뼈를 가르는 강렬한 쾌감이 올라온다. 그 자의 머리가 갈라지면서 뇌수가 뿌려지며 가슴뼈를 정확히 양분하며 낭심까지 내려온 내 검은 다시 중단…
반쪽난 그 자의 몸이 자연스레 무릎을 꿇는다. 나는 그 자의 뒤로 돌아 다시 중단을 취하며 꺾여진 목을 쳤다.
굴러간 목… 반쪽 난 그 자의 얼굴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 동안 아무일 없이 잘 살아왔는데… 수련도 마치지 않은 듯한 어린 놈에게 왜 맞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네 말이 맞다. 이미 40년이 되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아직도 사죄하지않으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 너를 단죄하지 않으면 어찌 후손을 보겠으며 미래가 있겠느냐…”
반토막 난 머리를 챙긴 나는 도장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뛰어갔다. 뒷문에는 인한이형의 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성균관으로 갈 것이다.
To Be Continued…
평산관의 “一旬 電光 刺 狐”의 노오렌이 을씨년스럽다. 망국스런 노오렌을 보고 그 많은 조선청년이 왜검을 배우러 출입하는 곳이기도 하지… 39년이 지나도록 20살 청년 낭인이 예순의 노인이 될때까지 어떤 조선의 검사도 베어버리지 못한 노오렌이기도 하다.
- 우지끈
노오렌에 의해 가려졌던 초봄 늦해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아니 노오렌 사이로 가려졌던 해가 내 검에 의해 두 도막이 난 것처럼 보인다.
“웬놈이냐”
“어느 놈이 감히…”
조선말, 히까마 차림의 두 녀석이다. 배알도 없는 자들… 국모를 시해한 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지 간을 빼놓은 녀석들이다.
“여기는 우우웁”
더 듣기 거북하다. 녀석들의 가운데로 뛰어들며 왼쪽 녀석의 왼쪽 겨드랑이부터 배꼽까지 주욱 긋고 여세를 빌어 남은 녀석의 폐에 검을 밀어 넣었다.
“커어어어어…”
“죄가 없다고? 여기가 어디이고 저 노오렌에 적힌 狐(노호)가 누구인지 아느냐 이놈!!!”
폐에 칼이 들어오면 한 마디라도 답해서는 안 된다 폐에 공기가 차면 끝이니까… 하지만 녀석을 살려두긴 싫다. 국모를 시해한 자를 단칼에 베지 못할 망정 개처럼 엎드려 알량한 무술 나부랭이를 배우는 자가 살아 무엇 하겠는가?
“그것은…”
녀석을 걷어차버리며 칼을 뽑아 들었다.
“커커커 꼬로로로고고골…”
끝났다. 더 살지 못한다. 열린 문을 타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본다. 저녁 수업이 끝났는지 도장을 지키는 자는 없다. 아까 그 두 놈이 사범인가보다. 넓은 마당을 지나니 “爲國獻身(위국헌신)”이라 적힌 도장이 보인다.
- 휘이익
미닫이 문은 비스듬히 후린 내 검날에 두 도막이 나버린다. 새빠알간 일장기 아래 진검을 옆에 둔 노친네 하나가 앉아 있다. 목표물… “一旬 電光 刺 狐”의 히라야마 이와히코이다.
“39년 전의 일을 따지기 위해 왔는가? 젊은이”
“…”
“다 지나간 일 이제와서 어쩌자는 거지?”
깔린 목소리가 제법 위압적이다. 그래도 40년 넘게 검을 익힌 노검호 아닌가…
“…”
“39년 동안 아무말도 없더니 이제와 무엇하러 왔는가?”
“더 할말이 있소?”
“다 지난 일 아닌가? 난 당시 스물 아무것도 몰랐네… 공사관이 시켰을 뿐이지”
“그래서 남의 나라 국모를 시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존체에 능욕을 했단말이오?”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국모인지 누구인지도 몰랐어 시체를 능욕한 것도 아니네 모두가 자신이 민비라 주장하니 가슴을 까 젖을 보고 44세쯤 되는 여자들을 죽였을 뿐이지”
“그 더러운 입으로 대한제국의 국모를 부르지 마라”
“죽인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지난 일 아닌가?”
비열한 자식… 죽일 가치조차 없는 놈이다.
“그래서 젖가슴을 보았으니 거기 있는 모든 여자들을 범하고 시체에 불을 질렀지?”
“40년이 다 되가는 일일세… 자네는 젊은 데 살인자의 오명을 쓰고 다녀야 하는가?”
“40년이 지나든 100년이 지나든 얽히고 鰕?것은 풀어야 한다.”
“40년 동안 누구도 따지지 않은 일을 이제와서…”
“조선에는 사내가 한명도 없었단 말인가? 네 놈들을 베고자 을미의병의 불꽃이 10년동안 일었다. 그때 너는 어디 있었지?”
“차체하고 우리 일본 제국은 미개한 조선인을 개화 시켰다. 철도, 항만 누가 지었느냐? 네가 입고 있는 히까마도 본토에서 우리가 건설한 항만을 타고 온 것 아니냐. 배은망덕한 놈.”
“그 항만과 철도로 네놈들이 하는 짓은 무엇이냐?”
“그것은…”
“죽어랏!!!”
상단세를 취하며 왼발을 딛고 오른발을 굴러 거리를 좁혀 들어간다. 히라야마 역시 칼을 뽑아들고 중단을 잡았다. 나를 기다리는 것이다.
- 챙
그 자의 허리를 치고 들어간 내 1도가 그 자의 중단에 걸려 아래로 빨려든다. 뛰어든 힘을 빌어 오른쪽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녀석을 향해 돌아섰다.
“1도는 받아치지 않았다. 2도 부터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젊은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일전의 하수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마주 친 칼이 마치 대웅을 앞에 세워둔 것과 다르지 않다. 다가가야 한다…
중단을 잡은 나는 한발 한발 그 자에게 다가간다. 그 자 역시 피하지 않고 나를 향해 걸어온다. 이제 3~4발 앞 그 자는 수십년 검을 다룬 자 답게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내 왼쪽 눈을 겨눈 그 자의 검과 나를 마주보는 그 자의 눈은 맑음 그 자체이다.
이제 남은 거리는 2보… 1족 1도의 거리이다. 숨을 맞춘다. 코로 들이마신 들숨은 가슴을 타고 배를 불리며 단전으로, 단전에서 치밀어 오르는 날숨은 다시 가슴을 타고 입을 치고 나간다. 그 자 역시 한 숨 한 숨 한치의 여유도 주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어린 아이 같은 그 자의 눈망울에 내가 비친다.
“흐으음 후…”
“흐으음 후…”
- 삐그덕 삐그덕
어느새 그 자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돌고 있다. 한발 한발 내 딛을 때마다 마루장이 들썩인다. 그 자의 칼이 가볍게 떨리면서 그 자의 눈에 비친 내가 반토막이다. 그 자가 눈을 살짝 깜빡인 것이다.
중단의 검을 머리위로 올린다. 그 자 역시 내 검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을 크게 내 딛으며 상단으로 올라왔다. 나 역시 오른 발을 15도 가량 틀어 내밀며 상대를 안쪽으로 받아들인다. 끝났다. 상단으로 올린 내 검은 왼손 결을 타고 가볍게 틀어지며 뛰어들어오는 그 자의 왼쪽 겨드랑이에 작렬했다.
- 퍼어억
반쯤 내려온 검이 그 자의 손에서 미끌어져 내려온다. 내 검은 왼쪽 겨드랑이에서 그자의 가슴을 지나 오른쪽 옆구리로 빠져나왔다. 나는 검을 친 기세를 몰아 그 자에게 부딪쳐 나가며 거리를 벌렸다.
- 파지직
그 자의 머리에 떨어진 내 검의 격자부를 타고 내 왼손 새끼 손가락으로부터 가슴으로 뼈를 가르는 강렬한 쾌감이 올라온다. 그 자의 머리가 갈라지면서 뇌수가 뿌려지며 가슴뼈를 정확히 양분하며 낭심까지 내려온 내 검은 다시 중단…
반쪽난 그 자의 몸이 자연스레 무릎을 꿇는다. 나는 그 자의 뒤로 돌아 다시 중단을 취하며 꺾여진 목을 쳤다.
굴러간 목… 반쪽 난 그 자의 얼굴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 동안 아무일 없이 잘 살아왔는데… 수련도 마치지 않은 듯한 어린 놈에게 왜 맞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다.
“네 말이 맞다. 이미 40년이 되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아직도 사죄하지않으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 너를 단죄하지 않으면 어찌 후손을 보겠으며 미래가 있겠느냐…”
반토막 난 머리를 챙긴 나는 도장을 가로질러 뒷문으로 뛰어갔다. 뒷문에는 인한이형의 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성균관으로 갈 것이다.
To Be Continued…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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