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부-----------------------------------
손에 쥔 검에 힘을 주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위험감각에 심하게 요동을 주는 것이 심상치 않은 물건임에는 틀림없나보다.
끓어오르는 피의 거품 속에서 희뿌연 무엇인가가 하나로 모여들더니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이 형상을 이루자 지하광장은 굉장한 살기로 뒤덮혔다.
“뭐냐?”
“크르르...”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말을 할 수가 없는가?
그놈을 바라보며 주위의 상황을 보니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은 그게 무엇인지 알기에 그런 것인가?
“저게 뭐하는 물건인지 아는 놈 있나?”
“저... 저건...”
만들던 놈들이 놀라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물건인건 확실한가 보다.
“우리가... 정말... 정말 저것을 만들었단 말인가?”
체념한 듯한 목소리의 인물을 쳐다 보았다.
“저게 뭐냐니까.”
약간 신경질이 섞인 목소리로 묻자 그제야 대답을 했다.
“저것은 혈강시 중에서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혈강인입니다. 일반 강시는 죽은자의 몸에서 시작한다면 저것은 산자의 몸에서 시작을 하죠. 그리고 지닌바 능력은 일반 강시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저것을 통제하려면... 컥.”
“우하하하. 드디어 우리의 숙원이 풀리는 것인가?”
열심히 말을 하던 놈은 그자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죽여버리다니...
“네놈은 누구냐?”
“금천단의 순찰당주다. 그간 네놈이 꽤나 방해를 했다지만 이젠 그것도 끝이구나.”
“나를 알아?”
“지금 무림에 퍼져 있는 소문은 너를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더군.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수하들을 봤을 때 지금 당장 없어져야할 일순위가 제갈천 너더군. 이렇게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 놈은 당연히 주시를 해야 하고 죽여야 하지. 이제 그만 죽도록.”
뭔가 이상한 주문을 외우더니 혈강인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지만 그다지 생소한 언어는 아니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분명히... 이런 독일어를...’
저놈이 방금 떠든 소리는 분명 독어다.
그럼 한가지 유추가 가능하단 소리지.
혈강인이란 놈이 어쩌면 흡혈귀라는...
항간엔 외계인이라는 둥 고대 종족이라는 둥 말이 많았는데 이놈들은 흡혈귀를 아예 제작을 해버리네.
어디서 이런 법술이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금천단도 희안한 집단이군.
그저 무를 숭상하는 집단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런 잡술도 쓰다니.
물론 잡술도 단계가 있어서 이런 최상급이라면 익힐 법도 하겠지.
공격해 들어오는 혈강인을 보고 잠시 긴장을 했다.
뚝뚝 흐르던 피가 어느새 응고가 되기 시작해서 이젠 완전히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왠지 검으로 쳐도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을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번 휘두른 검이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내력을 담으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놈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결정이 되지 않아서 그냥 맞수만 하고 있다.
“클클클... 역시 네놈이라도 혈강인에겐 어쩔 수 없나 보구나. 그럼 이제 죽어라.”
내가 수세에 밀리는 것으로 착각을 했는지 이젠 그놈까지 합세해서 공격을 해왔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도 머리가 아프다.
이런 경우 시술자를 죽이면 피시술자는 미쳐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둘다 죽이지 못한다.
만약 혈강인을 제어할 방법만 알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독어를 잠시 보긴 했어도 해석할 능력은 딸리는데.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조금 전 그놈이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정말 짜증이 온몸을 휘감고 있을 때 한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우선 순찰당주란 놈을 가볍게 죽여버렸다.
그와 동시에 미쳐버리려고 하는 혈강인을 대기를 가르는 검으로 진공 상태에 빠뜨렸다.
그리곤 재빨리 진을 설치하여 혈강인을 진속에 가두었다.
데리고 노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런 물건은 위험해서 빨리 해결하는게 좋다.
전력이 되는 물건은 어떻게 해서라도 내 것으로 만든다.
이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혈강인이란 것도 잘하면 내겐 중요한 전력이 될 수 있다.
그 둘을 제압해 두고 주위를 둘러보니 대략 정리는 된 듯 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곳을 수습해야 하는데 역시 혈강인의 처리가 급선무다.
난 다가오는 수하들에게 일러 주위를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살아남은 금천단의 인원들을 빼돌리게 하였다.
정보를 알아내려면 살아있는게 더욱 편하니까.
죽어버린 순찰당주를 보며 머릿속으로 대법을 떠올렸다.
죽은자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술법.
참으로 쓰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나의 귀찮니즘이 빗어낸 결과이니 이정도 수고는 해야지.
‘$%$)%*)%^*)%)##$(@#$)#%&^) 이제 내게 말하라.’
이상한 주문은 말하기도 힘들다.
순찰당주란 놈의 기억을 고스란히 내게로 옮겼음에도 그들의 본거지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수뇌부가 아니면 자신들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소린데.
광명정대하다면 오히려 상대하기가 편하련만 이들은 결사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상대하려면 꽤나 고생을 해야할 것 같다.
난 그의 머리에서 나온 지식을 기반으로 지금 진에 갇혀서 발광하다 지친 혈강인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한번 시술을 하면 시술자가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는 주문.
흡혈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간간히 피를 먹어야 하지만 짐승의 피도 상관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사냥을 하더라도 이놈이 피를 먹고 나면 그대로 구워서 먹으면 되니까 오히려 깔끔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위안을 삼아야겠지?
아무래도 내겐 이런 물건들과의 인연이 많을 것 같은데...
일단 혈강인을 제압하고 나니 쉽게 정리가 되었다.
소림의 방장을 비롯한 모든 중들이 우리를 다시 보게 되었고 나의 입지도 굳건해 졌다.
정도의 인물들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녹림의 지존이 자신들을 구했으니 다르게 볼 수 밖에.
아마도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 나 때문에 더욱 새겨질지도.
어쩌면 수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말야.
“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미타불. 시주께서 이렇게 도움을 주셨는데 저희는 해드릴 것이 없군요.”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시 재건을 하시려면 많이 힘드실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사해가 동포니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의 입바른 소리에 다들 눈이 동그래졌지만 난 무시하고 인사를 했다.
그중에 독군은 특히 눈이 튀어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많이 버는 만큼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그의 놀램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모두 철수. 그럼 이만.”
소림을 돕기 위해 파견 나온 놈들은 모조리 산문을 넘어 원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대략 1만이 넘는 것을 보니 나의 소집에 꽤나 신경을 썼나 보다.
나의 자랑이겠지만 수하 1만이면 당장이라도 한 개 문파는 그날로 지워진다.
그 정도의 병력을 돕는데 파견했으니 소림에서도 놀랄 것이다.
정신이 없다가 한숨을 돌렸으니 이젠 우리가 떠나는 것에서 은근한 두려움을 가질 것이고.
역시 현재 무림은 삼개문파의 싸움으로 대체되겠군.
천사교, 무림맹, 금천단.
그중에서 금천단은 무림맹주가 움직이는 집단이니 하나로 묶을 수 있나?
천마교와 녹림은 널리 공표한 바가 있기 때문에 쉽게 건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가 구미호 때문인데 지금 엉뚱한 사건에 재미를 느끼다니.
소재지도 어느 정도 파악되었고 어찌보면 나의 선조들이 사는 곳인데 해결 할 것은 해 주는것이 인지상정이지.
금천단에선 이번 혈강인 사건으로 바짝 긴장해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계획을 알아챈 것도 문제겠지만 순찰당주란 인물이 죽은 것은 물론이고 혈강인마저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말야.
내가 그랬다고 소문이 나긴 하겠지만 혈강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나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것만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생각으로 내가 혈강인을 상대할 정도로 극강한 고수가 아니라 생각할 테니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지.
소림에서 나의 의로운 행동은 정, 사, 마를 거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보통 생각하는 정의 정점인 소림을 녹림의 지존이 구했다란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무림맹에는 타격으로 다가갔다.
구파일방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곳을 소홀히 했다는게 여론이었다.
그리고 금천단이란 조직의 존재에 대해서도 많은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있었던 의문의 사건을 모두 금천단과 연계지어 생각하기 시작했고 무림은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다만 천마교와 신도문만이 조용히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뭐 천마교야 나의 사돈이니 내가 지켜주면 될테고 신도문은 좀 걱정이다.
뭔가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 그럴 일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금천단이 잃어버린 혈강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력으로 제압할 문파가 신도문이다.
그곳에 있는 순음지기의 여인들이면 일반 여자들을 납치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대법을 이룰 수 있을 테니 말야.
어짜피 어수선한 무림에 몇몇 가지의 사건이 일어난다고 달라지는게 없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금천단은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괴수의 집단이다.
무림맹의 맹주인 서세호의 비호 아래 설치기 시작하면 누가 막을 것인가?
천사교가 지금은 잠잠하지만 그들 역시 세상을 집어 삼키겠노라 공표를 했으니 언젠가는 휩쓸고 다닐 테고 그때가 되면 정말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미 한발을 깊숙이 담궜으니 적당히 수습을 시작해야지.
천마교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신도문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현사에게 일단 신도문으로 병력을 조금 보내라하고 천사교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천사교가 자칫 거사를 치르려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니까.
나와 일행은 발걸음을 신도문으로 옮겼다.
정천의 삐죽나오는 입을 쥐어박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혈강인이 일행으로 끼니까 이상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이름을 주고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꾸준히 교육을 했다.
그저 살육의 도구로만 육성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인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라 얼마든지 교육으로 사람처럼 만들 수도 있다.
뭐 갓난 애기 키우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가르치다 보니 정도 들고 재미도 있었다.
그 바람에 운지는 자신도 자식을 가지면 안될까란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환수도 알을 낳아서 기른다.
방법이 일반적인 생식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지만.
날 애절하게 바라보며 그런 말을 해보아도 난 사람이다.
절대 환수와의 합궁에서 새끼를 볼 생각은 없다.
투닥투닥 대다가 내린 결론이 혈강인을 자식으로 입양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천은 처음 이 말을 끄집어내면서 머뭇거렸지만 이내 밝아지는 운지의 얼굴을 보고 큰소리로 부추기고 있었다.
나의 이상한 가정사가 꼬일 뻔한 것이 정천의 말 덕분에 겨우 모면했다.
생김새는 어떻든 바꿀 수 있으니까 운지도 거부하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는 신도문으로 향했다.
신도문의 정문에는 서 있어야 할 경비무사가 보이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벌써 이곳까지 왔을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으면 분명 이곳이 문주가 기거하는 전각인데 이곳에도 사람이 보이질 않다니.
그러고 보니 신도문 전역에서 사람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이 있어서 모두 대피한 것인가?
금천단이 아무리 저력이 있다고 하지만 아무런 소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신도문을 제압했을리는 없을 텐데.
게다가 현사에게 병력을 조금 보내라고 했으니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들이라도 이곳에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생각이 끊이질 않았지만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신도문 전체와 녹림의 무사가 동시에 사라졌다니.
무슨 진이 설치된 것인가 하고 봤지만 그것도 아니고 다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난 각 전각을 모두 돌아다녔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어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뒤지다 보니 소현의 방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마치 방금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을 보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떠올려도 불가능이다.
일단 해도 기울고 있어서 요기 거리를 찾으며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운지는 지금 이런 현상을 본적이 있어? 혹시 환계라면 있지 않을까 해서 말야.’
‘글쎄요... 아 있기는 한데요...’
‘그게 뭐야?’
‘환계의 환술이면 사람을 일시에 현혹 시킬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정도의 환술을 쓰려면 상당한 능력이 요구되는데...’
‘그렇담 구미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야?’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젠장 지금까지 잘 있다가 왜 갑자기 움직이는 거야.’
‘아마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나 보죠.’
‘너 구미호 만나면 자신있지?’
‘왜요? 그녀를 처리하는 것은 주인님의 몫이잖아요.’
‘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여자를 때리냐. 니가 알아서 해.’
이제야 조금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다.
구미호 정도의 능력이면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자신의 환술로 취하게 만들어 모조리 한 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모두가 무공을 익힌 인물들이라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추적술을 이용해서 따라가다 보면 모두를 한번에 만날 수 있겠지.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돌아가는거 한번에 해결하자.
구미호도 잡고 무림재패도 하고 말야...
ps 한동안 올리지도 못했네요
쓸 시간이 되질 않아서
게다가 쓰다보니 자꾸 내용의 질이 떨어지네요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손에 쥔 검에 힘을 주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위험감각에 심하게 요동을 주는 것이 심상치 않은 물건임에는 틀림없나보다.
끓어오르는 피의 거품 속에서 희뿌연 무엇인가가 하나로 모여들더니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것이 형상을 이루자 지하광장은 굉장한 살기로 뒤덮혔다.
“뭐냐?”
“크르르...”
분명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말을 할 수가 없는가?
그놈을 바라보며 주위의 상황을 보니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은 그게 무엇인지 알기에 그런 것인가?
“저게 뭐하는 물건인지 아는 놈 있나?”
“저... 저건...”
만들던 놈들이 놀라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물건인건 확실한가 보다.
“우리가... 정말... 정말 저것을 만들었단 말인가?”
체념한 듯한 목소리의 인물을 쳐다 보았다.
“저게 뭐냐니까.”
약간 신경질이 섞인 목소리로 묻자 그제야 대답을 했다.
“저것은 혈강시 중에서도 최고라 일컬어지는 혈강인입니다. 일반 강시는 죽은자의 몸에서 시작한다면 저것은 산자의 몸에서 시작을 하죠. 그리고 지닌바 능력은 일반 강시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합니다. 저것을 통제하려면... 컥.”
“우하하하. 드디어 우리의 숙원이 풀리는 것인가?”
열심히 말을 하던 놈은 그자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죽여버리다니...
“네놈은 누구냐?”
“금천단의 순찰당주다. 그간 네놈이 꽤나 방해를 했다지만 이젠 그것도 끝이구나.”
“나를 알아?”
“지금 무림에 퍼져 있는 소문은 너를 과소평가한 경향이 있더군.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수하들을 봤을 때 지금 당장 없어져야할 일순위가 제갈천 너더군. 이렇게 우리의 일을 방해하는 놈은 당연히 주시를 해야 하고 죽여야 하지. 이제 그만 죽도록.”
뭔가 이상한 주문을 외우더니 혈강인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지만 그다지 생소한 언어는 아니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분명히... 이런 독일어를...’
저놈이 방금 떠든 소리는 분명 독어다.
그럼 한가지 유추가 가능하단 소리지.
혈강인이란 놈이 어쩌면 흡혈귀라는...
항간엔 외계인이라는 둥 고대 종족이라는 둥 말이 많았는데 이놈들은 흡혈귀를 아예 제작을 해버리네.
어디서 이런 법술이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금천단도 희안한 집단이군.
그저 무를 숭상하는 집단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런 잡술도 쓰다니.
물론 잡술도 단계가 있어서 이런 최상급이라면 익힐 법도 하겠지.
공격해 들어오는 혈강인을 보고 잠시 긴장을 했다.
뚝뚝 흐르던 피가 어느새 응고가 되기 시작해서 이젠 완전히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왠지 검으로 쳐도 아무런 상처가 나지 않을 듯한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번 휘두른 검이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내력을 담으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놈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결정이 되지 않아서 그냥 맞수만 하고 있다.
“클클클... 역시 네놈이라도 혈강인에겐 어쩔 수 없나 보구나. 그럼 이제 죽어라.”
내가 수세에 밀리는 것으로 착각을 했는지 이젠 그놈까지 합세해서 공격을 해왔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도 머리가 아프다.
이런 경우 시술자를 죽이면 피시술자는 미쳐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둘다 죽이지 못한다.
만약 혈강인을 제어할 방법만 알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독어를 잠시 보긴 했어도 해석할 능력은 딸리는데.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도 조금 전 그놈이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정말 짜증이 온몸을 휘감고 있을 때 한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우선 순찰당주란 놈을 가볍게 죽여버렸다.
그와 동시에 미쳐버리려고 하는 혈강인을 대기를 가르는 검으로 진공 상태에 빠뜨렸다.
그리곤 재빨리 진을 설치하여 혈강인을 진속에 가두었다.
데리고 노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런 물건은 위험해서 빨리 해결하는게 좋다.
전력이 되는 물건은 어떻게 해서라도 내 것으로 만든다.
이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혈강인이란 것도 잘하면 내겐 중요한 전력이 될 수 있다.
그 둘을 제압해 두고 주위를 둘러보니 대략 정리는 된 듯 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곳을 수습해야 하는데 역시 혈강인의 처리가 급선무다.
난 다가오는 수하들에게 일러 주위를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살아남은 금천단의 인원들을 빼돌리게 하였다.
정보를 알아내려면 살아있는게 더욱 편하니까.
죽어버린 순찰당주를 보며 머릿속으로 대법을 떠올렸다.
죽은자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술법.
참으로 쓰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나의 귀찮니즘이 빗어낸 결과이니 이정도 수고는 해야지.
‘$%$)%*)%^*)%)##$(@#$)#%&^) 이제 내게 말하라.’
이상한 주문은 말하기도 힘들다.
순찰당주란 놈의 기억을 고스란히 내게로 옮겼음에도 그들의 본거지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수뇌부가 아니면 자신들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소린데.
광명정대하다면 오히려 상대하기가 편하련만 이들은 결사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상대하려면 꽤나 고생을 해야할 것 같다.
난 그의 머리에서 나온 지식을 기반으로 지금 진에 갇혀서 발광하다 지친 혈강인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한번 시술을 하면 시술자가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는 주문.
흡혈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간간히 피를 먹어야 하지만 짐승의 피도 상관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사냥을 하더라도 이놈이 피를 먹고 나면 그대로 구워서 먹으면 되니까 오히려 깔끔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위안을 삼아야겠지?
아무래도 내겐 이런 물건들과의 인연이 많을 것 같은데...
일단 혈강인을 제압하고 나니 쉽게 정리가 되었다.
소림의 방장을 비롯한 모든 중들이 우리를 다시 보게 되었고 나의 입지도 굳건해 졌다.
정도의 인물들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녹림의 지존이 자신들을 구했으니 다르게 볼 수 밖에.
아마도 잊혀지지 않는 악몽이 나 때문에 더욱 새겨질지도.
어쩌면 수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말야.
“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아미타불. 시주께서 이렇게 도움을 주셨는데 저희는 해드릴 것이 없군요.”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시 재건을 하시려면 많이 힘드실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사해가 동포니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의 입바른 소리에 다들 눈이 동그래졌지만 난 무시하고 인사를 했다.
그중에 독군은 특히 눈이 튀어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내가 많이 버는 만큼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그의 놀램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
“모두 철수. 그럼 이만.”
소림을 돕기 위해 파견 나온 놈들은 모조리 산문을 넘어 원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대략 1만이 넘는 것을 보니 나의 소집에 꽤나 신경을 썼나 보다.
나의 자랑이겠지만 수하 1만이면 당장이라도 한 개 문파는 그날로 지워진다.
그 정도의 병력을 돕는데 파견했으니 소림에서도 놀랄 것이다.
정신이 없다가 한숨을 돌렸으니 이젠 우리가 떠나는 것에서 은근한 두려움을 가질 것이고.
역시 현재 무림은 삼개문파의 싸움으로 대체되겠군.
천사교, 무림맹, 금천단.
그중에서 금천단은 무림맹주가 움직이는 집단이니 하나로 묶을 수 있나?
천마교와 녹림은 널리 공표한 바가 있기 때문에 쉽게 건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가 구미호 때문인데 지금 엉뚱한 사건에 재미를 느끼다니.
소재지도 어느 정도 파악되었고 어찌보면 나의 선조들이 사는 곳인데 해결 할 것은 해 주는것이 인지상정이지.
금천단에선 이번 혈강인 사건으로 바짝 긴장해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계획을 알아챈 것도 문제겠지만 순찰당주란 인물이 죽은 것은 물론이고 혈강인마저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말야.
내가 그랬다고 소문이 나긴 하겠지만 혈강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나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것만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생각으로 내가 혈강인을 상대할 정도로 극강한 고수가 아니라 생각할 테니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지.
소림에서 나의 의로운 행동은 정, 사, 마를 거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보통 생각하는 정의 정점인 소림을 녹림의 지존이 구했다란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무림맹에는 타격으로 다가갔다.
구파일방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곳을 소홀히 했다는게 여론이었다.
그리고 금천단이란 조직의 존재에 대해서도 많은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있었던 의문의 사건을 모두 금천단과 연계지어 생각하기 시작했고 무림은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다만 천마교와 신도문만이 조용히 현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뭐 천마교야 나의 사돈이니 내가 지켜주면 될테고 신도문은 좀 걱정이다.
뭔가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 그럴 일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금천단이 잃어버린 혈강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력으로 제압할 문파가 신도문이다.
그곳에 있는 순음지기의 여인들이면 일반 여자들을 납치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대법을 이룰 수 있을 테니 말야.
어짜피 어수선한 무림에 몇몇 가지의 사건이 일어난다고 달라지는게 없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금천단은 어떤 짓을 할지 모르는 괴수의 집단이다.
무림맹의 맹주인 서세호의 비호 아래 설치기 시작하면 누가 막을 것인가?
천사교가 지금은 잠잠하지만 그들 역시 세상을 집어 삼키겠노라 공표를 했으니 언젠가는 휩쓸고 다닐 테고 그때가 되면 정말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미 한발을 깊숙이 담궜으니 적당히 수습을 시작해야지.
천마교는 이미 준비를 끝냈으니 신도문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현사에게 일단 신도문으로 병력을 조금 보내라하고 천사교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천사교가 자칫 거사를 치르려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니까.
나와 일행은 발걸음을 신도문으로 옮겼다.
정천의 삐죽나오는 입을 쥐어박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혈강인이 일행으로 끼니까 이상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이름을 주고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꾸준히 교육을 했다.
그저 살육의 도구로만 육성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인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라 얼마든지 교육으로 사람처럼 만들 수도 있다.
뭐 갓난 애기 키우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가르치다 보니 정도 들고 재미도 있었다.
그 바람에 운지는 자신도 자식을 가지면 안될까란 말을 자주 하곤 했다.
환수도 알을 낳아서 기른다.
방법이 일반적인 생식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지만.
날 애절하게 바라보며 그런 말을 해보아도 난 사람이다.
절대 환수와의 합궁에서 새끼를 볼 생각은 없다.
투닥투닥 대다가 내린 결론이 혈강인을 자식으로 입양하라는 의견이 나왔다.
정천은 처음 이 말을 끄집어내면서 머뭇거렸지만 이내 밝아지는 운지의 얼굴을 보고 큰소리로 부추기고 있었다.
나의 이상한 가정사가 꼬일 뻔한 것이 정천의 말 덕분에 겨우 모면했다.
생김새는 어떻든 바꿀 수 있으니까 운지도 거부하지 않았다.
아무튼 우리는 신도문으로 향했다.
신도문의 정문에는 서 있어야 할 경비무사가 보이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벌써 이곳까지 왔을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으면 분명 이곳이 문주가 기거하는 전각인데 이곳에도 사람이 보이질 않다니.
그러고 보니 신도문 전역에서 사람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이 있어서 모두 대피한 것인가?
금천단이 아무리 저력이 있다고 하지만 아무런 소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신도문을 제압했을리는 없을 텐데.
게다가 현사에게 병력을 조금 보내라고 했으니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들이라도 이곳에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생각이 끊이질 않았지만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
신도문 전체와 녹림의 무사가 동시에 사라졌다니.
무슨 진이 설치된 것인가 하고 봤지만 그것도 아니고 다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난 각 전각을 모두 돌아다녔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어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뒤지다 보니 소현의 방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마치 방금까지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을 보니 더욱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떠올려도 불가능이다.
일단 해도 기울고 있어서 요기 거리를 찾으며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운지는 지금 이런 현상을 본적이 있어? 혹시 환계라면 있지 않을까 해서 말야.’
‘글쎄요... 아 있기는 한데요...’
‘그게 뭐야?’
‘환계의 환술이면 사람을 일시에 현혹 시킬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정도의 환술을 쓰려면 상당한 능력이 요구되는데...’
‘그렇담 구미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야?’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젠장 지금까지 잘 있다가 왜 갑자기 움직이는 거야.’
‘아마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나 보죠.’
‘너 구미호 만나면 자신있지?’
‘왜요? 그녀를 처리하는 것은 주인님의 몫이잖아요.’
‘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여자를 때리냐. 니가 알아서 해.’
이제야 조금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다.
구미호 정도의 능력이면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자신의 환술로 취하게 만들어 모조리 한 곳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모두가 무공을 익힌 인물들이라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추적술을 이용해서 따라가다 보면 모두를 한번에 만날 수 있겠지.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지만 이왕 이렇게 돌아가는거 한번에 해결하자.
구미호도 잡고 무림재패도 하고 말야...
ps 한동안 올리지도 못했네요
쓸 시간이 되질 않아서
게다가 쓰다보니 자꾸 내용의 질이 떨어지네요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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