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은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금 냉철히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 무전으로 들리는 저격
팀의 상황보다는 지금 세인이 더 큰 문제였다. 몸을 일으킨 승민은 지체할 것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
는 검은 그림자들을 향해 총을 빼들었다.
"네놈들이 뭐하는 자식들인지는 모르지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탕 탕 탕-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도 승민의 명중률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나같이 급소를 노리는데야 괴한들
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순식간에 셋을 처리한 승민은 세인에게로 다가가 그를 안전한 곳으
로 데려가기 위해 그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서 컨테이너 박스 뒤로 몸을 숨기며 치열한 총격전을
펼쳤다.
"야, 세인. 정신차려 이 자식아."
"으....으..승민아...틀, 틀렸나보다. 총알이 두개나 박혔어.....윽.."
"그런걸로 포기하려 했으면 진작에 할 것이지...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테니까 여기 가만히 있어."
세인은 숨쉬기도 벅찬듯 힘겨운 표정으로 승민을 바라봤다. 마음같아서야 여기서라도 응급처치를
하고 싶은 승민이었지만, 자신들에게 쏟아져 오는 저 총알 세례를 피하는게 더 급선무였다.
"총알이 오는 각도로 봐서는 정면에 2~3명 정도다. 시간차도 있으니 오류...1명정도. 좋아, 할 수 있
어."
자신의 애기인 SOCOM에 새로 창탄을 갈아 넣은 후, 크게 심호흡 한 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표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불로 인해 치솟아 오르는 연기따위는 승민의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이미
이런 훈련쯤은 진작에 마스터했다.
"총은 거짓을 말하지 않아. 이놈은 항상 정면을 향해 나아간다. 연기따위는...꺼져버리라구!"
-탕 탕-
"윽....."
"크아아악!!"
단말마를 끝으로 쓰러지는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괴한들을 뒤로 하고 주변을 탐색하려던 승민의
뒤로 또 다시 누군가가 접근하였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했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더 빨랐다. 괴한
의 주먹이 자신의 목을 노려오고 있었다. 급소를 향해 정확히 들어오는 기세로 봐서는 자신을 기절
시키려는 것이 목적인 듯 싶었다.
-탕-
하지만 괴한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채, 총성을 뒤로하고 서서히 무너졌다. 세인이 마지막 힘을 다
해 괴한의 등을 노린 덕분이었다.
"세인....!"
"윽....상대에게 등을 당하는 것은 수치다...승민."
세인이 처리한 괴한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위협할 상대가 없음을 깨달은 승민은 밖에 있을 저격팀을
향해 무전을 시도했지만, 잡음만이 들릴 뿐, 허사였다.
"당한건가...치잇. 누가 한건지 몰라도 이런 작전이라니..."
"너무 쉽게 봤군...그를....하지만, 아직 우리는 무사하다. 이걸로 돌아가서..."
"누가...보내준다고 했나. 크크.."
"누, 누구냐!!"
승민은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과 반대편 창문을 열고 들어 온 듯, 열린 문 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 쳤다.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부신 금발에 차가운 인상
을 가진 남자였다.
"신장 180정도. 체중은 가벼운 편이군. 저것이...조커인가?"
아마도 이 남자가 이번 작전의 목표인 조커인 듯 했다.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로 봐도 확실히 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필 이런때에...승민은 세인의 부상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의 행동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조커와 승부를 벌일 것인가. 아니면 세인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먼저인가.
"한국 특수 공작원들치고는 형편 없는 솜씨군. 솔직히 실망이다. 크하하하."
명백한 도발이지만 승민은 조커와의 대결을 결심했다. 어쩌면 자포자기의 심산일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세인. 나, 아무래도 저 녀석 얼굴을 날리지 않고서는 분이 안 풀리겠어."
"흐흐...그래야 너 답지. 다녀와라."
승민은 조커를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가 그들 사이에 있던 테이블을 밟으며
공중으로 힘차게 뛰어 올랐다.
-퍼억 쿠당탕탕-
"크윽....."
그러나 쓰러진 것은 승민이었다. 분명 조커의 얼굴을 향해 잔신이 먼저 주먹을 내뻗었건만, 어느새
그의 미들킥이 자신의 하복부를 명중해 있었던 것이다. 명치를 맞은 탓인지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승민의 모습에 조커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날렸다.
"크하하하하. 집념 하나는 인정해주겠다. 너의 그 총으로 봐서는 한국 유일의 쏘콤 사용자, 이승민
이겠지. 안 그런가?"
"크윽...역시 우리에 대한 정보를 마친거였군."
자신을 정확히 간파한 것에 승민은 이미 저들이 만반의 준비로 자신들을 이 무대로 끌어들인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뒤늦은 후회였다. 조커는 득의만만하게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승리자인 것처럼...마치 그가 이 무대의 신인 것처럼.
"크크크...보라, 저 달을. 미치도록 아름답지 않은가!! 이제 저 달을 피빛으로 물들일 시간이다."
"미친새끼. 그게 너의 마지막 유언이다. 조커~~"
쏘콤을 꺼내든 승민은 망설임없이 조커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 곳에 없었
다.
"위이냐!"
"흥, 늦었다. 이 재미없는 세상과 그만 작별 인사나 하시지!"
어느새 점프로 도약한 조커는 승민의 위를 넘어서 그의 등 뒤로 돌아서며 총을 겨누었다.
-탕 탕-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몸을 날린 승민이었지만, 조커의 공격에서 완전히 달아날 수 없었다.
"으윽! 다리를 맞았군.... 다행히 박히지는 않았어."
"흐흐...이거 재미있지 않은가. 나를 상대로 피하다니. 그 이름이 그저 소문은 아니었군."
"이 자식....USP를 사용하는 건가."
USP는 저격용 라이플 PSG-1을 만든 독일의 헤클허&코흐사가 개발한 다목적 권총이다. 이름 자체
도 Universal Selbstlade Pistole. 즉, 다용도 자동장전식 권총이라는 뜻으로 군대와 경찰에서도 쓸 수
있는 용도로도 불린다.
영화 다이하드2에서 부르스 윌리스가 했던 대사 중,
"이 총인 글록은 금속탐지기나 엑스레이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 세라믹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총이
다. 경찰 서장인 당신 월급보다 훨씬 비싸지."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 글록은 절반 이상이 쇠로 되 있으며 세라믹은 전혀 없고, 가격도 우리 나라 돈
으로 70만원 상당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글록의 성공으로 인해, 헤클허&코흐사가 탄생시킨 것이
바로 USP. 글록이 누구나 쓸 수 있게 하기위해 해머와 안전장치 없이 방아쇠만 당기면 되도록 만들
어 훈련받지 않은 라이트를 노렸다면 USP는 전통적인 부분을 살리면서도 9mm 구경뿐 아니라, 40
구경(10mm), 45구경(11.4mm)의 변형과 소음기 장착등으로 클래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졌다. 미국의 경찰특공대인 SWAT와 독일과 그리스에서는 군용으로 쓰였고, 한국에서도 경찰 특공
대용으로 쓰이는 폭넓은 무기였다.
"이 녀석은 주인을 안가리고 언제나 불을 뿜지. 그럼...슬슬...할까?"
"언제든지."
조커가 다시 자신에게 총을 겨누려 하자, 이번에는 승민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재빨리 쏘콤을 오른
손에 쥐고서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탕-
"............."
"쳇. 빗나갔나.....끝이군...."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 총의 궤적으로 조커의 왼쪽 눈 밑으로 작지 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자신의 얼
굴을 타고 내려오는 혈흔을 느낀 조커는 분노로 인해 부들거렸다. 잠시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
도로 자신을 위협할 줄이야.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지 않았다면, 이 정도 부상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
이다.
"이...이.....이 자식이....죽어라~~!!"
놀라운 속도로 어느새 승민의 앞으로 다가온 조커는 어깨를 열어 주먹을 뒤로 빼낸 주먹을 힘껏 내
질렀다.
-퍽 퍼벅 퍽-
조커의 강렬한 맹공에 승민은 속절없이 당하였다. 반격따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렬한
타격으로 이미 승민은 서있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하나 같이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에 넘어
질라치면 어퍼컷으로 자신의 몸을 반동으로 일으키고 다시 주먹을 날리는 잔인한 공격으로 승민의
의식은 이미 끊겨 있었다.
"하아...하아....이 새끼."
-퍼억-
조커의 마지막 공격으로 뒤로 날아버린 승민은 볼품없이 무너저 내렸다. 그의 얼굴에 침을 뱉은 조
커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이를 갈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 버튼 한방으로 여기를 지워주지. 그리고 나의 기억에서도....크큭."
-콰쾅 펑 펑-
그것이 X의 마지막 미션이었고, 그 후로 모습을 감쳤다. 하지만 전멸은 아니었다. 재민의 도움으로
승민은 그 폭발에서 기적처럼 살아 남았다. 저격팀의 영운의 희생으로 인해 운좋게 살아남은 재민은
무전으로 안의 상황을 대충 짐작했고, 승민을 업고 근처 하천으로 몸을 숨긴탓에 살아 남을 수 있었
던 것이다. 세인은 이미 재민이 도착했을때, 머리에 총상을 당하여 즉사하여 그를 데려 나올수는
없었다. 이후, 정신을 차린 승민은 조커의 뒤를 추적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였지만 정부는 그에게 기
회를 주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혼자서라도 대원들의 복수를 위해 이런 조그마한 사무실을 차린 것
이다. 그런 와중에 그의 사무실에 첫 손님이 바로 유진이었다.
"의뢰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당신이 승민이 아저씨죠?"
그때까지만 해도 덜익은 사과처럼 풋풋한 매력을 내던 그녀는 당돌하게도 승민을 찾아왔다.
"아저씨라...그래도 아직은 20대인데. 너무하군."
"부탁할게요. 그 녀석을...아버지를 죽인 그를 찾아 주세요."
알고보니 유진은 리더를 밭았던 이필성의 딸이었다. 어떻게 알고왔는지 승민이 조커의 복수를 하려
는 것을 알고, 그 계획에 자신도 동참시켜 달라는 것이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던 승민이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그녀의 마음을 못본척 할 수 없어서 별수없이 비서로나마 쓰는 것으로
승인했다. 그리고 3년.... 생각해보니 이 시간동안 용케도 자신을 따라와준 아이다.
창밖으로는 다시 빗줄기가 힘을 얻어 세차게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민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2 차전은 이제부터다. 조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와 나의 대결은. 그날 이후부터......
너도...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던 중에 등 뒤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승민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유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미안. 내가 좀 늦었다. 그냥 먼저 들어가지 그랬냐."
"상관없어요. 어차피 집에가도 아무도 없기는 똑같은걸요. 근데 뭐하느라고 이렇게 늦었어요?"
"아....에프터 서비스랄까. 키킥."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며 실없는 농담을 지껄이는 승민의 모습에도 유진은 표정변화없이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 여자하고 자다 온건가요? 또 의뢰비 어쩌고 했겠죠."
이 3년간 이미 승민에 대한것을 파악한 소연이었다. 승민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이 애 앞에서는
방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계토의 일을 자신이 직접 가르치기는 했지만, 요즘 들어 자꾸 자신에게
그 능력을 발휘하는 소연에게 진땀을 흘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내 마누라도 아니고....잔소리는 거기까지. 전에 말하던 재민이란 녀석 있지? 그 녀석에게 정보를 부탁
했으니, 뭔가가 나올거야."
"재민? 그 아저씨라면 전에 아빠와 함께 한 사람이군요. 정보 담당이라고..."
"응. 그 녀석이라면 이번 일은 금방이지. 웬 여자 찾는 싱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CIA의 스티브 모일드가
움직였다는 것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냐. 아무래도 뭔가가 있어."
승민이 오랜만에 눈을 빛내는 것에 유진 역시 지금까지의 일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승민은 단순히 그것에 만족하는 위인이 아니었다.
"그와....연관이 있다는 건가요?"
"글쎄. 단순히 내 직관적인 예감일 뿐이지만...모일드는 전에 조커를 붙잡기 위해 수색을 펼치던 중, 마약
사건을 알아내고 그와 연동작전을 펼친 적이 있어. 사실 그도 조커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거든. 삼합
회와 연결을 시도하던 중에 우리에게 발목이 잡혀서 그건 실패했지만, 그러던 그가 여기까지 오게 할 정도
의 배경이 이번 의뢰의 여자가 있다면....어쩌면 조커와도 연관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유진은 승민의 말에 차마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정말로 자신들이 찾고 있던 그 남자와
이어져 있는걸까. 3년동안 꼬리조차 보이지 않던 조커가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다니...
하지만 유진은 믿고 싶었다. 승민의 말처럼 되기를....그래야 자신의 영원한 악몽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
~~~~~~~~~~~~~~~~~~~~~~~~~~~~~~~~~~~~~~~~~~~~~~~~~~~~~~~~~~~~~~~~~~~~
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편히 쉬던 터라 글 올리기도 귀차니즘에 한동안 허우적 거렸습니다.
더위에 지친 고양이를 위해 잠시 여행도 다녀오고...못보던 애니도 실컷보고.
다시 한 번 힘내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그나마 비가 내려 시원한데 여러분들은 다들 어떠신지..
모자른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팀의 상황보다는 지금 세인이 더 큰 문제였다. 몸을 일으킨 승민은 지체할 것 없이 자신에게 다가오
는 검은 그림자들을 향해 총을 빼들었다.
"네놈들이 뭐하는 자식들인지는 모르지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탕 탕 탕-
옆으로 몸을 날리면서도 승민의 명중률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나같이 급소를 노리는데야 괴한들
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순식간에 셋을 처리한 승민은 세인에게로 다가가 그를 안전한 곳으
로 데려가기 위해 그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서 컨테이너 박스 뒤로 몸을 숨기며 치열한 총격전을
펼쳤다.
"야, 세인. 정신차려 이 자식아."
"으....으..승민아...틀, 틀렸나보다. 총알이 두개나 박혔어.....윽.."
"그런걸로 포기하려 했으면 진작에 할 것이지...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테니까 여기 가만히 있어."
세인은 숨쉬기도 벅찬듯 힘겨운 표정으로 승민을 바라봤다. 마음같아서야 여기서라도 응급처치를
하고 싶은 승민이었지만, 자신들에게 쏟아져 오는 저 총알 세례를 피하는게 더 급선무였다.
"총알이 오는 각도로 봐서는 정면에 2~3명 정도다. 시간차도 있으니 오류...1명정도. 좋아, 할 수 있
어."
자신의 애기인 SOCOM에 새로 창탄을 갈아 넣은 후, 크게 심호흡 한 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표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불로 인해 치솟아 오르는 연기따위는 승민의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이미
이런 훈련쯤은 진작에 마스터했다.
"총은 거짓을 말하지 않아. 이놈은 항상 정면을 향해 나아간다. 연기따위는...꺼져버리라구!"
-탕 탕-
"윽....."
"크아아악!!"
단말마를 끝으로 쓰러지는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괴한들을 뒤로 하고 주변을 탐색하려던 승민의
뒤로 또 다시 누군가가 접근하였다.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했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더 빨랐다. 괴한
의 주먹이 자신의 목을 노려오고 있었다. 급소를 향해 정확히 들어오는 기세로 봐서는 자신을 기절
시키려는 것이 목적인 듯 싶었다.
-탕-
하지만 괴한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채, 총성을 뒤로하고 서서히 무너졌다. 세인이 마지막 힘을 다
해 괴한의 등을 노린 덕분이었다.
"세인....!"
"윽....상대에게 등을 당하는 것은 수치다...승민."
세인이 처리한 괴한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위협할 상대가 없음을 깨달은 승민은 밖에 있을 저격팀을
향해 무전을 시도했지만, 잡음만이 들릴 뿐, 허사였다.
"당한건가...치잇. 누가 한건지 몰라도 이런 작전이라니..."
"너무 쉽게 봤군...그를....하지만, 아직 우리는 무사하다. 이걸로 돌아가서..."
"누가...보내준다고 했나. 크크.."
"누, 누구냐!!"
승민은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과 반대편 창문을 열고 들어 온 듯, 열린 문 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 쳤다.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부신 금발에 차가운 인상
을 가진 남자였다.
"신장 180정도. 체중은 가벼운 편이군. 저것이...조커인가?"
아마도 이 남자가 이번 작전의 목표인 조커인 듯 했다.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로 봐도 확실히 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필 이런때에...승민은 세인의 부상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의 행동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조커와 승부를 벌일 것인가. 아니면 세인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먼저인가.
"한국 특수 공작원들치고는 형편 없는 솜씨군. 솔직히 실망이다. 크하하하."
명백한 도발이지만 승민은 조커와의 대결을 결심했다. 어쩌면 자포자기의 심산일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세인. 나, 아무래도 저 녀석 얼굴을 날리지 않고서는 분이 안 풀리겠어."
"흐흐...그래야 너 답지. 다녀와라."
승민은 조커를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가 그들 사이에 있던 테이블을 밟으며
공중으로 힘차게 뛰어 올랐다.
-퍼억 쿠당탕탕-
"크윽....."
그러나 쓰러진 것은 승민이었다. 분명 조커의 얼굴을 향해 잔신이 먼저 주먹을 내뻗었건만, 어느새
그의 미들킥이 자신의 하복부를 명중해 있었던 것이다. 명치를 맞은 탓인지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승민의 모습에 조커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날렸다.
"크하하하하. 집념 하나는 인정해주겠다. 너의 그 총으로 봐서는 한국 유일의 쏘콤 사용자, 이승민
이겠지. 안 그런가?"
"크윽...역시 우리에 대한 정보를 마친거였군."
자신을 정확히 간파한 것에 승민은 이미 저들이 만반의 준비로 자신들을 이 무대로 끌어들인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뒤늦은 후회였다. 조커는 득의만만하게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승리자인 것처럼...마치 그가 이 무대의 신인 것처럼.
"크크크...보라, 저 달을. 미치도록 아름답지 않은가!! 이제 저 달을 피빛으로 물들일 시간이다."
"미친새끼. 그게 너의 마지막 유언이다. 조커~~"
쏘콤을 꺼내든 승민은 망설임없이 조커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 곳에 없었
다.
"위이냐!"
"흥, 늦었다. 이 재미없는 세상과 그만 작별 인사나 하시지!"
어느새 점프로 도약한 조커는 승민의 위를 넘어서 그의 등 뒤로 돌아서며 총을 겨누었다.
-탕 탕-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몸을 날린 승민이었지만, 조커의 공격에서 완전히 달아날 수 없었다.
"으윽! 다리를 맞았군.... 다행히 박히지는 않았어."
"흐흐...이거 재미있지 않은가. 나를 상대로 피하다니. 그 이름이 그저 소문은 아니었군."
"이 자식....USP를 사용하는 건가."
USP는 저격용 라이플 PSG-1을 만든 독일의 헤클허&코흐사가 개발한 다목적 권총이다. 이름 자체
도 Universal Selbstlade Pistole. 즉, 다용도 자동장전식 권총이라는 뜻으로 군대와 경찰에서도 쓸 수
있는 용도로도 불린다.
영화 다이하드2에서 부르스 윌리스가 했던 대사 중,
"이 총인 글록은 금속탐지기나 엑스레이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 세라믹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총이
다. 경찰 서장인 당신 월급보다 훨씬 비싸지."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 글록은 절반 이상이 쇠로 되 있으며 세라믹은 전혀 없고, 가격도 우리 나라 돈
으로 70만원 상당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글록의 성공으로 인해, 헤클허&코흐사가 탄생시킨 것이
바로 USP. 글록이 누구나 쓸 수 있게 하기위해 해머와 안전장치 없이 방아쇠만 당기면 되도록 만들
어 훈련받지 않은 라이트를 노렸다면 USP는 전통적인 부분을 살리면서도 9mm 구경뿐 아니라, 40
구경(10mm), 45구경(11.4mm)의 변형과 소음기 장착등으로 클래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졌다. 미국의 경찰특공대인 SWAT와 독일과 그리스에서는 군용으로 쓰였고, 한국에서도 경찰 특공
대용으로 쓰이는 폭넓은 무기였다.
"이 녀석은 주인을 안가리고 언제나 불을 뿜지. 그럼...슬슬...할까?"
"언제든지."
조커가 다시 자신에게 총을 겨누려 하자, 이번에는 승민도 당하지만은 않았다. 재빨리 쏘콤을 오른
손에 쥐고서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탕-
"............."
"쳇. 빗나갔나.....끝이군...."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 총의 궤적으로 조커의 왼쪽 눈 밑으로 작지 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자신의 얼
굴을 타고 내려오는 혈흔을 느낀 조커는 분노로 인해 부들거렸다. 잠시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
도로 자신을 위협할 줄이야.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지 않았다면, 이 정도 부상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
이다.
"이...이.....이 자식이....죽어라~~!!"
놀라운 속도로 어느새 승민의 앞으로 다가온 조커는 어깨를 열어 주먹을 뒤로 빼낸 주먹을 힘껏 내
질렀다.
-퍽 퍼벅 퍽-
조커의 강렬한 맹공에 승민은 속절없이 당하였다. 반격따위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렬한
타격으로 이미 승민은 서있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하나 같이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에 넘어
질라치면 어퍼컷으로 자신의 몸을 반동으로 일으키고 다시 주먹을 날리는 잔인한 공격으로 승민의
의식은 이미 끊겨 있었다.
"하아...하아....이 새끼."
-퍼억-
조커의 마지막 공격으로 뒤로 날아버린 승민은 볼품없이 무너저 내렸다. 그의 얼굴에 침을 뱉은 조
커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이를 갈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 버튼 한방으로 여기를 지워주지. 그리고 나의 기억에서도....크큭."
-콰쾅 펑 펑-
그것이 X의 마지막 미션이었고, 그 후로 모습을 감쳤다. 하지만 전멸은 아니었다. 재민의 도움으로
승민은 그 폭발에서 기적처럼 살아 남았다. 저격팀의 영운의 희생으로 인해 운좋게 살아남은 재민은
무전으로 안의 상황을 대충 짐작했고, 승민을 업고 근처 하천으로 몸을 숨긴탓에 살아 남을 수 있었
던 것이다. 세인은 이미 재민이 도착했을때, 머리에 총상을 당하여 즉사하여 그를 데려 나올수는
없었다. 이후, 정신을 차린 승민은 조커의 뒤를 추적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였지만 정부는 그에게 기
회를 주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혼자서라도 대원들의 복수를 위해 이런 조그마한 사무실을 차린 것
이다. 그런 와중에 그의 사무실에 첫 손님이 바로 유진이었다.
"의뢰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당신이 승민이 아저씨죠?"
그때까지만 해도 덜익은 사과처럼 풋풋한 매력을 내던 그녀는 당돌하게도 승민을 찾아왔다.
"아저씨라...그래도 아직은 20대인데. 너무하군."
"부탁할게요. 그 녀석을...아버지를 죽인 그를 찾아 주세요."
알고보니 유진은 리더를 밭았던 이필성의 딸이었다. 어떻게 알고왔는지 승민이 조커의 복수를 하려
는 것을 알고, 그 계획에 자신도 동참시켜 달라는 것이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던 승민이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그녀의 마음을 못본척 할 수 없어서 별수없이 비서로나마 쓰는 것으로
승인했다. 그리고 3년.... 생각해보니 이 시간동안 용케도 자신을 따라와준 아이다.
창밖으로는 다시 빗줄기가 힘을 얻어 세차게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민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2 차전은 이제부터다. 조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와 나의 대결은. 그날 이후부터......
너도...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던 중에 등 뒤로 부스럭 거리는 소리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승민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는
유진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미안. 내가 좀 늦었다. 그냥 먼저 들어가지 그랬냐."
"상관없어요. 어차피 집에가도 아무도 없기는 똑같은걸요. 근데 뭐하느라고 이렇게 늦었어요?"
"아....에프터 서비스랄까. 키킥."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며 실없는 농담을 지껄이는 승민의 모습에도 유진은 표정변화없이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 여자하고 자다 온건가요? 또 의뢰비 어쩌고 했겠죠."
이 3년간 이미 승민에 대한것을 파악한 소연이었다. 승민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이 애 앞에서는
방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계토의 일을 자신이 직접 가르치기는 했지만, 요즘 들어 자꾸 자신에게
그 능력을 발휘하는 소연에게 진땀을 흘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내 마누라도 아니고....잔소리는 거기까지. 전에 말하던 재민이란 녀석 있지? 그 녀석에게 정보를 부탁
했으니, 뭔가가 나올거야."
"재민? 그 아저씨라면 전에 아빠와 함께 한 사람이군요. 정보 담당이라고..."
"응. 그 녀석이라면 이번 일은 금방이지. 웬 여자 찾는 싱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CIA의 스티브 모일드가
움직였다는 것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냐. 아무래도 뭔가가 있어."
승민이 오랜만에 눈을 빛내는 것에 유진 역시 지금까지의 일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승민은 단순히 그것에 만족하는 위인이 아니었다.
"그와....연관이 있다는 건가요?"
"글쎄. 단순히 내 직관적인 예감일 뿐이지만...모일드는 전에 조커를 붙잡기 위해 수색을 펼치던 중, 마약
사건을 알아내고 그와 연동작전을 펼친 적이 있어. 사실 그도 조커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거든. 삼합
회와 연결을 시도하던 중에 우리에게 발목이 잡혀서 그건 실패했지만, 그러던 그가 여기까지 오게 할 정도
의 배경이 이번 의뢰의 여자가 있다면....어쩌면 조커와도 연관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유진은 승민의 말에 차마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정말로 자신들이 찾고 있던 그 남자와
이어져 있는걸까. 3년동안 꼬리조차 보이지 않던 조커가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다니...
하지만 유진은 믿고 싶었다. 승민의 말처럼 되기를....그래야 자신의 영원한 악몽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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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편히 쉬던 터라 글 올리기도 귀차니즘에 한동안 허우적 거렸습니다.
더위에 지친 고양이를 위해 잠시 여행도 다녀오고...못보던 애니도 실컷보고.
다시 한 번 힘내서 글을 올리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그나마 비가 내려 시원한데 여러분들은 다들 어떠신지..
모자른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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