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난 영권은 나갈 준비를 하다가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며 아내의 방이 된 침실을 확인하고 싶어 문을 열었지만 굳게 잠긴 방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대로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가게에 도착한 영권은 숙경에게 선물할 악세사리를 골라보다가 싸구려밖에 없는 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좋은 것을 사주기로 했다.
손님은 없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았다. 오토바이 한 대가 가게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지 영권은 망설였다.
이젠 집같지 않게 변해버려서 매일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이게 만들다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숙경의 가게로 갈까 하고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장사를 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중에 다시 전화한다고 하고 차에 올라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집 앞에 도착해서 올려다보니 그날따라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영권은 묘한 의심으로 차올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이 초라하고 웃겼지만 지금은 평온한 상태가 아니었다.
들쭉날쭉한 마음에 역겹고 창피한 것을 잊은 냉정함만 남은 영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심한 것보다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실에는 병희가 태연하게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선화가 찻잔을 든 선화가 있었다.
"뭐하는 거야."
크게 말하지도 못했다. 워낙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영권은 그냥 그렇게 질문하듯 말했다.
병희가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어디에서 그런 여유를 찾은 것인지 친구는 담담한 표정으로 영권을 타이르듯이 말했다.
"나도 여기서 지내기로 했다. 거처가 마련되는 대로 함께 나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그것은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통보나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영권은 화가 났다.
"뭐하자는 수작이야, 지금."
하지만 병희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서서 연민어린 시선으로 영권을 바라보았고 그 눈빛의 의미와 배경을 짐작하지 못한 영권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기다렸다.
"내가 말했잖아. 선화씨는 잘못이 없다고, 그런데 넌 아직은 아내인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냐? 그러니까 내가 이러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마. 다 너때문이니까."
영권은 기가 찼다.
"그래? 알았어. 맘대로 해라, 이 씨발놈아. 잘났다. 둘이 아주 떡을 치던지 장구를 치던지 마음대로 다 해먹어봐."
영권은 작은 방의 문을 쿵 닫고 들어가버렸다.
긴장하고 있던 선화는 안도하며 침실로 들어갔고 병희는 잠시 거실에 앉아 있다가 그녀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영권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거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이젠 그의 뒷모습이 아니라 현관문을 쿵 닫는 소리가 영권의 외출을 대신 알려주는 신호였다.
밖으로 나온 영권은 숙경의 가게로 차를 몰았다.
"비참하군. 어떻게 이런 비참한 일을 당할 수 있지."
영권은 세상에서 외면당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정말 혼자가 된 것 같았다.
그 순간 자신을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숙경, 그녀에게 가야만 했다.
"왔어요? 저쪽으로 앉아요."
숙경은 영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늘은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왔네."
숙경은 말을 시켰지만 영권은 표정만 지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사실은...... 병희가 우리 집에 들어왔어. 당분간 아내와 같이 지내겠데."
영권은 마지못해 입을 열고 자신이 당한 일을 이야기했다.
"뭐? 정말? 웃긴다, 진짜. 그 사람들 왜 그러지. 그래서 그냥 나뒀어?"
"그냥 멋대로 하게 뒀어. 너무 황망하니까 반대도 못 하겠더라. 하긴 나도 잘 한 건 없으니까."
"영권씨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잠깐만 손님이 오네."
숙경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영권은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서 연거푸 맥주를 들이켰다.
"이제야 철저히 배신당했다는 게 믿겨지는군. 난 너무 늦게 깨닫는 타입인가봐."
숙경이 돌아오자 영권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되돌릴 수 없다면."
"그래야겠지. 그런데 그것도 역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머리로는 그렇게 했는데 마음이 엉망인 건 아직 어쩔 수가 없어."
"그렇겠죠.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닐거야."
함께 또는 혼자서 술을 마시던 영권은 어느새 테이블에 엎드린 채 졸고 있었다.
숙경은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영권을 흔들어 깨웠다.
"아, 내가 잠들었었나. 별일이군. 술 자리에서 잠을 다 자고."
영권이 몸에 묻은 잠을 털어내며 말했다. 숙경은 정리를 마치고 영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조금 있으면 또 한 해가 지나가네. 그나저나 어디로 갈 거야?"
숙경이 영권의 옆에 서서 물었다.
겨울 바람에 실려서 콧속으로 들어온 그녀의 향기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냄새였다.
"당신 집으로 가도 될까."
영권은 조금은 망설이는 듯한 느낌으로 제안을 했고 숙경은 쉽게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고마워. 날 받아주는 사람이 당신밖에 없군."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는 거 아닌가. 영권씨에겐 지금이 그런 순간이고. 집에 가서 한잔 해. 술이 먹고 싶은 밤이네."
영권은 술이 다 깼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차를 몰고 숙경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가게보다 영권의 집에 가까운 위치였다.
세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되는 정도만큼만 말이다.
가게에 도착한 영권은 숙경에게 선물할 악세사리를 골라보다가 싸구려밖에 없는 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좋은 것을 사주기로 했다.
손님은 없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았다. 오토바이 한 대가 가게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지 영권은 망설였다.
이젠 집같지 않게 변해버려서 매일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이게 만들다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숙경의 가게로 갈까 하고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장사를 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나중에 다시 전화한다고 하고 차에 올라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집 앞에 도착해서 올려다보니 그날따라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영권은 묘한 의심으로 차올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이 초라하고 웃겼지만 지금은 평온한 상태가 아니었다.
들쭉날쭉한 마음에 역겹고 창피한 것을 잊은 냉정함만 남은 영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심한 것보다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거실에는 병희가 태연하게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선화가 찻잔을 든 선화가 있었다.
"뭐하는 거야."
크게 말하지도 못했다. 워낙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영권은 그냥 그렇게 질문하듯 말했다.
병희가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어디에서 그런 여유를 찾은 것인지 친구는 담담한 표정으로 영권을 타이르듯이 말했다.
"나도 여기서 지내기로 했다. 거처가 마련되는 대로 함께 나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그것은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통보나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에 영권은 화가 났다.
"뭐하자는 수작이야, 지금."
하지만 병희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서서 연민어린 시선으로 영권을 바라보았고 그 눈빛의 의미와 배경을 짐작하지 못한 영권은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기다렸다.
"내가 말했잖아. 선화씨는 잘못이 없다고, 그런데 넌 아직은 아내인 사람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냐? 그러니까 내가 이러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마. 다 너때문이니까."
영권은 기가 찼다.
"그래? 알았어. 맘대로 해라, 이 씨발놈아. 잘났다. 둘이 아주 떡을 치던지 장구를 치던지 마음대로 다 해먹어봐."
영권은 작은 방의 문을 쿵 닫고 들어가버렸다.
긴장하고 있던 선화는 안도하며 침실로 들어갔고 병희는 잠시 거실에 앉아 있다가 그녀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영권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거세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이젠 그의 뒷모습이 아니라 현관문을 쿵 닫는 소리가 영권의 외출을 대신 알려주는 신호였다.
밖으로 나온 영권은 숙경의 가게로 차를 몰았다.
"비참하군. 어떻게 이런 비참한 일을 당할 수 있지."
영권은 세상에서 외면당한 기분이었다. 이제는 정말 혼자가 된 것 같았다.
그 순간 자신을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숙경, 그녀에게 가야만 했다.
"왔어요? 저쪽으로 앉아요."
숙경은 영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늘은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왔네."
숙경은 말을 시켰지만 영권은 표정만 지을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사실은...... 병희가 우리 집에 들어왔어. 당분간 아내와 같이 지내겠데."
영권은 마지못해 입을 열고 자신이 당한 일을 이야기했다.
"뭐? 정말? 웃긴다, 진짜. 그 사람들 왜 그러지. 그래서 그냥 나뒀어?"
"그냥 멋대로 하게 뒀어. 너무 황망하니까 반대도 못 하겠더라. 하긴 나도 잘 한 건 없으니까."
"영권씨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잠깐만 손님이 오네."
숙경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영권은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서 연거푸 맥주를 들이켰다.
"이제야 철저히 배신당했다는 게 믿겨지는군. 난 너무 늦게 깨닫는 타입인가봐."
숙경이 돌아오자 영권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되돌릴 수 없다면."
"그래야겠지. 그런데 그것도 역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머리로는 그렇게 했는데 마음이 엉망인 건 아직 어쩔 수가 없어."
"그렇겠죠.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닐거야."
함께 또는 혼자서 술을 마시던 영권은 어느새 테이블에 엎드린 채 졸고 있었다.
숙경은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영권을 흔들어 깨웠다.
"아, 내가 잠들었었나. 별일이군. 술 자리에서 잠을 다 자고."
영권이 몸에 묻은 잠을 털어내며 말했다. 숙경은 정리를 마치고 영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조금 있으면 또 한 해가 지나가네. 그나저나 어디로 갈 거야?"
숙경이 영권의 옆에 서서 물었다.
겨울 바람에 실려서 콧속으로 들어온 그녀의 향기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냄새였다.
"당신 집으로 가도 될까."
영권은 조금은 망설이는 듯한 느낌으로 제안을 했고 숙경은 쉽게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고마워. 날 받아주는 사람이 당신밖에 없군."
"누구나 외로울 때가 있는 거 아닌가. 영권씨에겐 지금이 그런 순간이고. 집에 가서 한잔 해. 술이 먹고 싶은 밤이네."
영권은 술이 다 깼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차를 몰고 숙경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가게보다 영권의 집에 가까운 위치였다.
세 지점을 이으면 삼각형이 되는 정도만큼만 말이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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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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