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권이 연락도 끊긴 채 돌아오지 않자 선화는 사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남편의 행적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뿐이었다.
10월 16일, 남편이 집을 나간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선화는 팬시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박 잊고 있었는데 남편이 없으니 한번 들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오전 11시쯤 집을 나섰다.
가을 날씨는 선명한 태양빛으로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처럼 밖에 나온 선화는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날은 일광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온몸으로 햇빛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시점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알아본 것은 동수였다.
영권이 가게에 나오지 않자 집으로 전화를 한 것도 그였는데 벌써 일을 시작한지 8개월이 되었고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동수는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해왔고 곧 영권의 안부를 물었다.
"여행갔어요."
뭐라고 할지 몰라 나온 말이었다.
무성의한 답변에도 아, 그렇구나 라며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 동수는 이제 스물이 갓 넘은 휴학생이었고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 반팔 티를 입고 생기 넘치는 혈관들이 가지처럼 뻗어있는 건강한 팔에서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화는 동수의 싱그러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나이를 먹은 것 같아 서럽기도 했다.
그녀가 온다는 말에 동수는 벌써부터 기분이 들떠 있었다.
언제쯤 가게에 도착할지 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영권의 초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처음 본 그녀는 품위가 있는 원숙한 미녀였다.
동수는 첫눈에 반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지렁이에 불과했기에 영권의 옆에서 맴도는 선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식사를 하고 술한잔 하자는 영권의 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동수는 사랑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열병을 앓아야 했다.
그런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이젠 면역이 생겼어야 할텐데.
동수는 선화의 얼굴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중간에 잠시 문앞에 서있는데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는 동안에 선화는 벌써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동수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말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무런 느낌도 없는 것 같은.
게다가 사모님이라니, 그녀와의 거리가 더욱 멀어보이게 만드는 호칭을 붙였다.
다행이 그녀는 밝은 모습으로 대답을 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여기 저기 가게를 둘러보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동수.
동수는 벌써 가게를 닫아야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언제까지라도 그녀의 곁에 있고 싶은데 벌써 헤어져야 하다니.
"태워 드릴까요?"
가게 문을 닫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동수가 물었다. 선화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도 나오실거죠?"
동수는 이제 선화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어자 동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힘차게 출발했다.
선화는 힘이 넘치는 동수의 심장처럼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동수는 여느 때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할애헤 한껏 멋을 부렸다.
오늘도 그녀를 만날테니까 잘보여야만 한다.
아침부터 그녀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의 몸.
그의 작은 자취방 한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던 동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앞으로 돌진했다.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
의심은 곧 상처와 패배를 부를 것이다.
1초, 그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깨진 거울 조각들이 바닥에 뿌려지고 머리에는 선혈이 낭자해 얼굴을 붉게 물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수는 해냈고 곧 거울 속으로 자신을 집어 넣는데 성공했다.
거기는 영권의 팬시점이었고 선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갈색 치마에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우유빛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한점 흐트럼이 없는 모습에 동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동수의 뜻에 따라 움직이길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동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흔해빠진 유혹의 시선은 아니었고 담담히 바라보기만 하는 비어있는 눈동자였다.
문을 잠근 선화는 동수를 똑바로 마주한 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를 벗어 벽을 향해 던저버리자 9시를 가리키고 있던 시계가 흔들렸다.
매끈한 허리, 세월의 흔적과 탐욕스런 식욕의 후유증을 찾아볼 수 없는 허리였다.
풍만한 가슴, 적당한 무게감때문에 여덟 번째 갈비뼈까지 내려와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그녀의 가슴때문에 동수는 한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불룩 튀어나온 옅은 갈색의 유두를 손에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닿지 않는다. 동수의 안타까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치마를 내린다.
치마 밖으로 나온 선화는 하이힐 위에 서있는 여신과 같았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경멸하는 듯한 무표정으로 동수를 괴롭게 만들었다.
동수는 그녀를 겨냥했다. 선화는 한걸음씩 다가왔고 동수는 힘껏 방아쇠를 쥐었다.
거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녀를 죽여야만 했다.
죽여야만 한다. 마침내 그녀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동수를 삼켜버리기 직전이 되었고 동수는 총을 쏘았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발, 다섯...발,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발까지 쏘아버렸다.
동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쓰러지는 선화를 거기에 버려둔 채 동수는 거울 밖으로 나왔다.
거울은 선화의 하얀 피를 반사해내고 있었다.
진한 피는 거울의 면을 따라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수는 삐딱하게도 그것을 닦아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토바이에 오른 동수는 거울 밖으로 나온 게 확실하지가 않았다.
무언가를 두고 나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상쾌하지 못했던 것이다.
10월 16일, 남편이 집을 나간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었다.
선화는 팬시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박 잊고 있었는데 남편이 없으니 한번 들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오전 11시쯤 집을 나섰다.
가을 날씨는 선명한 태양빛으로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처럼 밖에 나온 선화는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날은 일광욕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온몸으로 햇빛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시점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알아본 것은 동수였다.
영권이 가게에 나오지 않자 집으로 전화를 한 것도 그였는데 벌써 일을 시작한지 8개월이 되었고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동수는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해왔고 곧 영권의 안부를 물었다.
"여행갔어요."
뭐라고 할지 몰라 나온 말이었다.
무성의한 답변에도 아, 그렇구나 라며 하얀 이를 드러내 웃는 동수는 이제 스물이 갓 넘은 휴학생이었고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 반팔 티를 입고 생기 넘치는 혈관들이 가지처럼 뻗어있는 건강한 팔에서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화는 동수의 싱그러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나이를 먹은 것 같아 서럽기도 했다.
그녀가 온다는 말에 동수는 벌써부터 기분이 들떠 있었다.
언제쯤 가게에 도착할지 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영권의 초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처음 본 그녀는 품위가 있는 원숙한 미녀였다.
동수는 첫눈에 반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지렁이에 불과했기에 영권의 옆에서 맴도는 선화를 바라볼 뿐이었다.
식사를 하고 술한잔 하자는 영권의 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동수는 사랑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열병을 앓아야 했다.
그런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이젠 면역이 생겼어야 할텐데.
동수는 선화의 얼굴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중간에 잠시 문앞에 서있는데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을까 망설이고 있는 동안에 선화는 벌써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동수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말았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무런 느낌도 없는 것 같은.
게다가 사모님이라니, 그녀와의 거리가 더욱 멀어보이게 만드는 호칭을 붙였다.
다행이 그녀는 밝은 모습으로 대답을 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여기 저기 가게를 둘러보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동수.
동수는 벌써 가게를 닫아야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언제까지라도 그녀의 곁에 있고 싶은데 벌써 헤어져야 하다니.
"태워 드릴까요?"
가게 문을 닫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동수가 물었다. 선화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도 나오실거죠?"
동수는 이제 선화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어자 동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힘차게 출발했다.
선화는 힘이 넘치는 동수의 심장처럼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동수는 여느 때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할애헤 한껏 멋을 부렸다.
오늘도 그녀를 만날테니까 잘보여야만 한다.
아침부터 그녀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의 몸.
그의 작은 자취방 한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던 동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다가 앞으로 돌진했다.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
의심은 곧 상처와 패배를 부를 것이다.
1초, 그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깨진 거울 조각들이 바닥에 뿌려지고 머리에는 선혈이 낭자해 얼굴을 붉게 물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수는 해냈고 곧 거울 속으로 자신을 집어 넣는데 성공했다.
거기는 영권의 팬시점이었고 선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갈색 치마에 검은 블라우스를 입고 우유빛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한점 흐트럼이 없는 모습에 동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동수의 뜻에 따라 움직이길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동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흔해빠진 유혹의 시선은 아니었고 담담히 바라보기만 하는 비어있는 눈동자였다.
문을 잠근 선화는 동수를 똑바로 마주한 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를 벗어 벽을 향해 던저버리자 9시를 가리키고 있던 시계가 흔들렸다.
매끈한 허리, 세월의 흔적과 탐욕스런 식욕의 후유증을 찾아볼 수 없는 허리였다.
풍만한 가슴, 적당한 무게감때문에 여덟 번째 갈비뼈까지 내려와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그녀의 가슴때문에 동수는 한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불룩 튀어나온 옅은 갈색의 유두를 손에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닿지 않는다. 동수의 안타까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치마를 내린다.
치마 밖으로 나온 선화는 하이힐 위에 서있는 여신과 같았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경멸하는 듯한 무표정으로 동수를 괴롭게 만들었다.
동수는 그녀를 겨냥했다. 선화는 한걸음씩 다가왔고 동수는 힘껏 방아쇠를 쥐었다.
거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녀를 죽여야만 했다.
죽여야만 한다. 마침내 그녀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와 동수를 삼켜버리기 직전이 되었고 동수는 총을 쏘았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발, 다섯...발,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발까지 쏘아버렸다.
동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쓰러지는 선화를 거기에 버려둔 채 동수는 거울 밖으로 나왔다.
거울은 선화의 하얀 피를 반사해내고 있었다.
진한 피는 거울의 면을 따라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동수는 삐딱하게도 그것을 닦아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토바이에 오른 동수는 거울 밖으로 나온 게 확실하지가 않았다.
무언가를 두고 나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상쾌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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