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게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걱정해주셔서 넘넘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돌 좀 맞아도 끄덕없어요!^^
Holtby님! 두번째 코멘트 고마워요! 과찬이세요... 섬세하다는 소리는 아직... 제 스스로에게 만족이 되지 않는걸요?ㅎㅎㅎ
xoxoxx님! 헉! 심리학 전공자시면...제가 심리학에 관해서는 교양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게 들통났겠어요..ㅋㅋ 잘못된게 있어도 봐주세요^^
[미빨유]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계속 이어가볼게요!
30.
식물을 키우고 생쥐에게 먹이를 주는 일에 재미를 느낀지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안경 아저씨 방과 실험실 가득 들어찼다.
안경 아저씨와 다른 아저씨들이 향을 피워놓고 제사를 준비한다고 했다.
[아저씨! 무슨 제사인데요?]
난 정말 궁금해서 질문한 거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할줄 몰랐었나보다.
[응, 실험을 위해 죽어간 생쥐들이랑 물고기를 위해서 제사 지내는 거야~]
[네? 생쥐가 왜 죽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실험을 위해서 특별히 생쥐를 키우고 교배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타났는지 보려고 배를 갈라본단다.]
[...! 왜 수아가 그렇게 정성들여 키우는데 이렇게 예쁜 애들을 왜 아저씨 맘대로 죽여요?]
나는 충격에 한동안 말이 없었고, 내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구 따졌다.
[우리도 마음이 아파...그래서 이렇게 제사를 지내주는 거란다.]
[힝힝... 몰라요 엉엉...]
훌쩍이던 울음은 곧 큰 울음으로 바뀌었다.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하던 나는 너무 울어서 탈진하다시피 쓰러졌고 나는 늦게서야 일어났다.
눈을 뜨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도 힙겹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안경 아저씨 방이었다.
방에 들어온 안경 아저씨는 날 보더니 토닥이며 데리고 나갔다.
[아저씨! 왜 우리가 키운 생쥐들을 죽여요?]
[미안하다 수아야... 아저씨가 미처 말해주지 못했어...]
아저씨는 내 손을 잡고 차분하게 위로해주면서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이후 대화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생쥐가 불쌍하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았고 난 마음이 진정이 되자 평소에 궁금하던 것을 질문하게 되었다.
[아저씨~ 책에서 보니까요~ 나랑 똑같이 난쟁이 식물을 가지구요~ 실험하더라구요. 뭐라 그럴까 나랑 되게 닮은 걸 느꼈어요. 헤헤]
[동질감 같이? 하하하. 그런 식물을 만드는 방법은 아니?]
[알죠^^ 에이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siRNA 무작위로 넣어서 우연히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벌써 그런 내용도 알고 있니? 슬슬 아저씨는 네가 무서워지기 시작해~]
정말 무서운듯 벌벌 떠는 흉내를 내는 아저씨를 보며 나는 혓바닥을 샐쭉이 내밀며 웃었다.
[치~]
[그럼 수아야 아라비돕시스 연구해볼래? 식물은 도중에 죽이지도 않고~ 난쟁이 식물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보는 실험을 해보는 것 어때? 안그래도 아저씨 실험실에 키 작은 식물 셀라인이 두어개 있거든?]
[다..다시 돌린다구요?]
나는 순간 온몸에서 일어난 전율로 몸이 떨렸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키가 클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까...
31.
다시 깨어나서 링거를 맞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새벽에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오르자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창피해.../
새벽에 있었던 그 응급상황 이후, 나의 갑작스러운 구역질 때문에 또다른 소동이 있었다.
내가 이상행동을 하자 옆에 있던 남자는 온 응급실을 뒤집어놓았다.
사람이 죽은 것에 비하면 전혀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오버를 하더니 우리에게 관심이 없자 욕을 해대며 옆에 있던 간호사들의 혼을 빼놓았다.
그런데 어떤 의사 한 명이 그 남자에게 욕을 퍼붓더니 보디가드 같은 사람들을 불렀다.
[이런 씹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여기가 술취하면 막말하고 해도 되는 곳인 줄 알아? 너 당장 나가!]
그 사람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 의사에게 마구 대꾸를 했지만 결국엔 끌려 나갔다.
그래도 덕분인지 다시 내게 치료를 해주었고, 나는 곧 잠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났다.
무슨 약제를 처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났더니 어제와 다르게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있을 필요도 못 느낀 나는 이제 퇴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옆에 있는 의사에게 말을 했다.
[저... 선생님...]
자세히 보니 어제 그 선생님이었다.
[왜요. 바쁜데.]
돌아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내뱉는다.
안그래도 나는 말을 걸어놓고 괜히 말을 걸었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난 퉁명스러운 말을 들으면 언제부터인지 평소에도 기어가는 소리가 더 작게 나오는데 마치 번지점프대 앞에서 망설이는 것처럼 이번 역시 목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내 목소리는 퉁명스러운 의사 선생님 때문에 나 조차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퇴원..고 싶은..요...]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면서 눈은 무시무시하게 쏘아붙이려 하는 모습이었다.
[당신이 의사야? 지들 맘대로 퇴원하고 싶...]
그런데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갑자기 선하게 바뀌는 표정으로 인해 나는 오히려 더 놀라고 말았다.
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눈을 꽉 감아버렸다.
[흠흠...어디 더 아픈 곳 없습니까? 여보세요? 환자분?]
[네? 네...]
나는 부들거리는 양손으로 시트를 쥐고 조심스레 얼굴까지 내렸다.
[김 간! 여기 이 환자분 차트랑 바이탈 체크한 것 좀 갖고 와봐요!]
나를 흥미롭다는 표정에 약간은 짜증나는 얼굴을 한 간호사가 의사에게 무언가를 갖고 왔고 의사 분은 갖고온 자료를 보더니 퇴원해도 좋다고 말한다.
[퇴원하셔도 되겠네요 신수아씨... 혹시 갑자기 안 좋거나 아픈 곳 생기면 바로바로 와요~]
[......]
[걱정하지 말구요... 알겠죠?]
[......]
어색함을 뒤로 하고 주섬주섬 내 소지품을 챙겨 원무과에 가서 수납하려고 지갑을 열었다.
[얼...마죠?]
응급실에서 나온 나를 보았는지 비릿한 웃음을 날리며 퉁명스레 대답한다.
[신수아씨는 건강보험이 없네요? 보험급여가 없으셔서 전부 다 하시면... 삽십오만칠천사백육십원이요]
뜨아한 표정을 내심 지우며 안경 아저씨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계좌이며 필요할 때 쓰라고 만들어주신 체크카드가 생각나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을 찾아 카드를 꺼내주고 자연스레 돈이 들어있는 곳을 열어보았다.
근데 지갑에 들어있던 오만원이 보이질 않는다. 대신 웬 쪽지가 들어 있다.
[고갱님! 여기에다가 싸인 좀..]
나는 체크카드를 건네받고 한 손으로는 돼지꼬리를 사인인양 하고 한 손으로는 쪽지를 펴봤다.
/야! 너 어제 쓰러지고 난 뒤에 앰뷸런스 탔는데 내가 데려다주면서 내 돈 쓰기는 뭐 하잖아? 니 지갑 허락없이 열긴했다~ 나오면 연락해라~ 010.435x.xxx2/
쪽지를 왼손에 꽉쥐며 쓴 웃음을 지으며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여자 남자친구가 어제 소란을 피웠잖아? 진상중에 진상이었다? 진짜 별꼴이야...]
[진짜? 근데 쟤 나랑 동갑맞아? 이거봐... 어휴... 완전 동안이다 쟤.. 완전 짜증나. 어제 간호사 언니들도 다 놀랐다는 게 쟤였어?]
[뭐? 진짜 스물일곱이야? 동안말고도 몸매도 괜찮은 것 같은데?]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 살짝 돌아보니 어떤 남자가 대화에 끼어든 것 같았다.
[예리한 남자의 눈으로 스캔해봤을때 저정도 몸매는 쉽게 보기 힘들다고 할 수 있지!]
[어휴 못말려 정말 호호호]
[게다가 연예인 누구 닮은 것 같지 않...]
병원 문을 열고 나오면서 들리는 차도의 소음과 매미소리로 금새 수군거리는 소리는 묻혀버렸다.
/연예인...?/
나는 다시 들어가서 누구 닮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창피한 감정이 더 강해, 잡고 있던 병원 문을 놓았다.
32.
아기들은 모방의 천재이다.
자기와 닮은 엄마나 아빠의 행동, 말투를 따라하면서 자아라는 자기자신의 독특한 틀을 만들어간다.
모방이 되는 부모 역시 각자의 부모를 모방한 것이므로 그 아기는 곧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모방하는 것이기도 하다.
언어는 사회의 모든 것이 내포되어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해있는 문화와 사회를 언어를 통해 습득한다.
아기는 모방의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
그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면 모방은 일어나지 않고 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 결국 사회구성원으로서 도태되고 만다.
33.
30분 정도 헤맸다.
주위에 지하철역도 보이지 않았고 버스정류장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고, 도저히 여기에서 집까지 가는 길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서성이며 어쩔 줄을 몰라하자 힐끔힐끔 쳐다보고 지나간 사람도 있었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학생? 길을 잃었어?]
/....../
[학생! 길을 잃었냐니까?]
/....../
[참나, 어른이 이야기를 하는데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거 아냐!]
/...나 보다 별로 나이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웬 어른이래.../
[청각 장애인인가? ... 고년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벌써 새끈한 티가 나는게 끝내주게 잘 빠졌네...]
내가 못 듣는 줄 알았는지 음흉한 눈빛과 함께 상스러운 말을 잠깐 하더니 무표정으로 서서 두리번 거리던 나를 한참 쳐다보고 지나갔다.
한참의 고민 끝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많은 얘기를 해야하는 것 보다 우리집 주소만 알려줘도 되는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고 다시 병원 앞 차도까지 돌아간 뒤 차도에 내려서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보려 했다.
/아이씨, 도대체 어느 병원에다가 날 데려다 놓은거야?/
막상 택시를 잡기로 결심했지만 손을 뻗어 타고 싶다는 표시를 하는 게 주저주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너 대의 택시가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속력을 줄였다가 나를 지나쳐 갔다.
[타실 거예요?]
몇 대의 차가 지나간 후 새로 한 대의 택시가 역시나 아리송한 표정으로 내 앞에 차를 대 놓고 창문을 내려 말한다.
에어콘을 켜놓은 차 안으로 열기가 훅하고 들어갔던지 연신 덥다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나는 타겠다는 의사를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내 앞에 있는 택시 조수석 앞자리 좌석 손잡이를 눈을 질끔 감고 당겨서 문을 열었다.
[학생! 어디로 갈까?]
내가 타자마자 택시기사는 노련함마저 느낄 수 있는 친절한 표정으로 내가 가는 방향을 물어본다.
[....동이요...]
[응?]
[효촌..동이요...]
[허허, 기본 요금 거리를 택시타고 가네. 하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걷기 싫지...]
[......]
[근데 학생, 시간이 한 신데 학교 안 가? 요즘은 방학 때 보충수업 안하나봐?]
/....../
34.
정말 택시 아저씨 말대로 코너를 딱 2개 돌더니 눈에 익숙한 장소가 나타났다.
[자 학생! 효촌동 어디 세워줄까?]
아저씨는 두리번거리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물어본다.
[아저씨! 여...여기에 세워주세요!]
쑥스러워서 그랬는지 이대로 내 집까지 가게 될까 무서워 그랬는지 다급하게 길가에 세워달라고 했다.
[학생, 오천원만 내~]
아저씨는 내가 세워달라고 하자 비록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1차선에서 인도쪽으로 차선을 손쉽게 바꿔 택시를 옆에 세워놓고 내 허벅지를 툭툭 치며 인심쓰듯이 말한다.
/기본 요금이 이천이백원 아니었...??/
지금 보니 아저씨는 출발할 때 택시미터기를 안 키고 왔다.
/....../
[응, 학생! 이 동네 들어오면 돌려서 나가기 힘들어~ 손님도 잘 없잖아~]
아저씨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듯이 넉살좋게 내 눈치를 빠르게 알아채고 서둘러 수습한다.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기본요금 받고 여기 왔다가 나가면 가스 값도 안나와.. 원래는 가까운 거리 잘 안 가는데 학생이 예뻐서 특별히 태워준거야~허허허]
아저씨는 "예뻐서 특별히"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순간 내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슬며시 허벅지 안쪽까지 침범했다.
나는 깜짝 놀라 택시 기사 아저씨 손을 떼어 내곤 얼른 지갑에서 오천원을 꺼내 손에 쥐어 주고 기사를 한번 노려본 뒤 내렸다.
[허허 참... 그년.. 허벅지가 굵지도 않으면서 탱탱한게... 좋은걸?]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이번 말소리도 썩 유쾌하지는 않게 내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하나의 상황에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자 적응하기에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집에 오는 길에 또 다른 일이 생길까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달려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찰칵. 삐리릿.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에 안심하며 심호흡을 깊숙하게 하며 심장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심호흡도 오래 할 수 없었다.
집안에서 술 냄새가 풍기고 드르렁드르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민아?]
나는 코를 싸쥐고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다 쇼파위에서 야시시해보이는 검정색 시스루 블라우스에 안에는 검정색 브라탑을 입고 짧은 바지를 입은 보민이는 술에 취해 대낮에도 벌러덩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35.
신은 왜 사람의 등(만)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을까.
36.
보민이 옆에 웅크리고 앉아서 보민이가 깰 때까지 기다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지 웩웩하는 소리에 놀라 깼다.
[수아야 나 등 좀... 웩웩]
[어어.. 보민아 괜찮아?]
허겁지겁 화장실로 뛰어간다.
[웩웩! 아~ 살 것 같다! 수아야 나 물 좀..]
난 코를 감싸쥐고 등을 두드려 주다가 보민이의 부탁을 받고 일어섰다.
[아..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컵에 가득 따라서 보민이에게 갖다 준다.
보민이는 화장실에 철푸덕 앉아서 토한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머리카락이 얼굴에 착 달라 붙어 있는 상태로 내가 가져온 물을 벌컥벌컥 먹는다.
[캬! 시원하다]
[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이 언니가 이번에 실장으로 진급했잖냐! 당연히 한 잔 해야지 흐흐흐. 해장하러 안 갈래?]
[나 배 안고픈데?]
[그럼 집에 라면있냐?]
[너굴이 있을걸?]
[너굴이 말고 없어?]
[안성맞춤탕면 있어..]
[그럼 그거 두 개만 끓여와봐라! 흐흐흐]
[두..두개나? 아..알겠어!]
잠시 후에 보글보글 끓는 안성맞춤탕면을 보민이 앞에 내려놓는다.
[후루룩.. 윽! 짜! ...수아야 최근에 원장수녀님 뵈러 갔었냐?]
보민이는 옆에 놓여 있던 생수를 냄비에 벌컥벌컥 부으면서 말을 걸었다.
[....아...아니..]
[요즘 수녀님 오늘내일 하신다더라... 파킨슨병인가? 그거 때문에 몸 가누기도 힘드신 것 같애... 한 번 찾아가봐~]
[응응... 알겠어...]
[널 그래도 젤 끔찍히 챙겨주셨잖아~ 나야뭐 맨날 혼났지만서도...흐흐흐]
[......]
[그나저나 너 옷 좀 어떻게 해봐봐... 그게 여자가 입는 옷이냐? 에휴... 그리고 울 샵에 좀 와! 내가 머리 해줄게...]
[괜...괜찮아...]
[야!! 너 2차 성징이 이제 나타났으니까 이제부터 청소년기 잖아...흐흐흐... 이제 외모에 신경 쓸 나이지! 암암...히히히히.. 쪼끄맸던게 이제 나보다 더 크고 말야~]
[치... 아니거든...]
[너 생리 언제부터 시작했냐?]
[작년 구월부터...]
[진짜 신기해... 넌 연구 대상감이다 진짜...]
[너 보지있는데 털도 안 났지?]
[......]
[잘 봐봐... 니 손으로 한번 쓸어봐...]
[야! 너 뭐하는 짓이야...]
[뭐 어때!]
보민이는 갑자기 바지를 쑥 내리더니 팬티마저 허벅지까지 내렸다. 보민이의 속에는 검은 털이 보였다.
무성한 털이지만 뭔가 정렬이 되어 있는 느낌. 난 보민이가 시키는 대로 털을 쓸어보면서 웃음이 났다.
[큭큭...너 엄청 많아!]
[너 바지 밑으로 손 넣어봐. 느낄 수는 있지 않어?]
[아니... 샤워 할 때 만져봐서 알아... 나는 그 밑에 털 같은 거 만져본 적 없어~ 그래서 되게 신기해!]
[어디보자!]
나는 꺅꺅거리며 도망다녔고 보민이는 바지를 벗기려고 나를 막 ?아 왔다.
결국에는 숙취가 남아있는 보민이가 졌다.
[아 머리울려... 흐흐..]
바닥에 널부러지는 보민이었다.
[아 참! 오늘 이상한 일이 되게 많았었어!]
[진짜? 근데... 나 힘들어서~ 수아야 내일 얘기해죠~ 응? 사랑해~~히히]
나는 보민이에게 좀 더 말하고 싶어서 얘기를 꺼냈는데 보민이는 내 마음이 상하지 않게 거절했다.
/피.../
이것저것 기억해 둘게 많았던, 그렇게 탈이 많았던 하루가 지나갔다.
감사합니다^^
Holtby님! 두번째 코멘트 고마워요! 과찬이세요... 섬세하다는 소리는 아직... 제 스스로에게 만족이 되지 않는걸요?ㅎㅎㅎ
xoxoxx님! 헉! 심리학 전공자시면...제가 심리학에 관해서는 교양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게 들통났겠어요..ㅋㅋ 잘못된게 있어도 봐주세요^^
[미빨유]미니를 입으면 빨리 걷게 되는 이유,
계속 이어가볼게요!
30.
식물을 키우고 생쥐에게 먹이를 주는 일에 재미를 느낀지 얼마 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안경 아저씨 방과 실험실 가득 들어찼다.
안경 아저씨와 다른 아저씨들이 향을 피워놓고 제사를 준비한다고 했다.
[아저씨! 무슨 제사인데요?]
난 정말 궁금해서 질문한 거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이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할줄 몰랐었나보다.
[응, 실험을 위해 죽어간 생쥐들이랑 물고기를 위해서 제사 지내는 거야~]
[네? 생쥐가 왜 죽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실험을 위해서 특별히 생쥐를 키우고 교배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타났는지 보려고 배를 갈라본단다.]
[...! 왜 수아가 그렇게 정성들여 키우는데 이렇게 예쁜 애들을 왜 아저씨 맘대로 죽여요?]
나는 충격에 한동안 말이 없었고, 내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구 따졌다.
[우리도 마음이 아파...그래서 이렇게 제사를 지내주는 거란다.]
[힝힝... 몰라요 엉엉...]
훌쩍이던 울음은 곧 큰 울음으로 바뀌었다.
한동안 울음을 그치지 못하던 나는 너무 울어서 탈진하다시피 쓰러졌고 나는 늦게서야 일어났다.
눈을 뜨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도 힙겹게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안경 아저씨 방이었다.
방에 들어온 안경 아저씨는 날 보더니 토닥이며 데리고 나갔다.
[아저씨! 왜 우리가 키운 생쥐들을 죽여요?]
[미안하다 수아야... 아저씨가 미처 말해주지 못했어...]
아저씨는 내 손을 잡고 차분하게 위로해주면서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이후 대화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생쥐가 불쌍하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았고 난 마음이 진정이 되자 평소에 궁금하던 것을 질문하게 되었다.
[아저씨~ 책에서 보니까요~ 나랑 똑같이 난쟁이 식물을 가지구요~ 실험하더라구요. 뭐라 그럴까 나랑 되게 닮은 걸 느꼈어요. 헤헤]
[동질감 같이? 하하하. 그런 식물을 만드는 방법은 아니?]
[알죠^^ 에이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 siRNA 무작위로 넣어서 우연히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벌써 그런 내용도 알고 있니? 슬슬 아저씨는 네가 무서워지기 시작해~]
정말 무서운듯 벌벌 떠는 흉내를 내는 아저씨를 보며 나는 혓바닥을 샐쭉이 내밀며 웃었다.
[치~]
[그럼 수아야 아라비돕시스 연구해볼래? 식물은 도중에 죽이지도 않고~ 난쟁이 식물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보는 실험을 해보는 것 어때? 안그래도 아저씨 실험실에 키 작은 식물 셀라인이 두어개 있거든?]
[다..다시 돌린다구요?]
나는 순간 온몸에서 일어난 전율로 몸이 떨렸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키가 클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까...
31.
다시 깨어나서 링거를 맞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새벽에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오르자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 창피해.../
새벽에 있었던 그 응급상황 이후, 나의 갑작스러운 구역질 때문에 또다른 소동이 있었다.
내가 이상행동을 하자 옆에 있던 남자는 온 응급실을 뒤집어놓았다.
사람이 죽은 것에 비하면 전혀 위급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오버를 하더니 우리에게 관심이 없자 욕을 해대며 옆에 있던 간호사들의 혼을 빼놓았다.
그런데 어떤 의사 한 명이 그 남자에게 욕을 퍼붓더니 보디가드 같은 사람들을 불렀다.
[이런 씹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여기가 술취하면 막말하고 해도 되는 곳인 줄 알아? 너 당장 나가!]
그 사람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 의사에게 마구 대꾸를 했지만 결국엔 끌려 나갔다.
그래도 덕분인지 다시 내게 치료를 해주었고, 나는 곧 잠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났다.
무슨 약제를 처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어났더니 어제와 다르게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있을 필요도 못 느낀 나는 이제 퇴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옆에 있는 의사에게 말을 했다.
[저... 선생님...]
자세히 보니 어제 그 선생님이었다.
[왜요. 바쁜데.]
돌아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내뱉는다.
안그래도 나는 말을 걸어놓고 괜히 말을 걸었다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난 퉁명스러운 말을 들으면 언제부터인지 평소에도 기어가는 소리가 더 작게 나오는데 마치 번지점프대 앞에서 망설이는 것처럼 이번 역시 목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내 목소리는 퉁명스러운 의사 선생님 때문에 나 조차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저..퇴원..고 싶은..요...]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면서 눈은 무시무시하게 쏘아붙이려 하는 모습이었다.
[당신이 의사야? 지들 맘대로 퇴원하고 싶...]
그런데 나랑 눈이 마주치더니 갑자기 선하게 바뀌는 표정으로 인해 나는 오히려 더 놀라고 말았다.
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눈을 꽉 감아버렸다.
[흠흠...어디 더 아픈 곳 없습니까? 여보세요? 환자분?]
[네? 네...]
나는 부들거리는 양손으로 시트를 쥐고 조심스레 얼굴까지 내렸다.
[김 간! 여기 이 환자분 차트랑 바이탈 체크한 것 좀 갖고 와봐요!]
나를 흥미롭다는 표정에 약간은 짜증나는 얼굴을 한 간호사가 의사에게 무언가를 갖고 왔고 의사 분은 갖고온 자료를 보더니 퇴원해도 좋다고 말한다.
[퇴원하셔도 되겠네요 신수아씨... 혹시 갑자기 안 좋거나 아픈 곳 생기면 바로바로 와요~]
[......]
[걱정하지 말구요... 알겠죠?]
[......]
어색함을 뒤로 하고 주섬주섬 내 소지품을 챙겨 원무과에 가서 수납하려고 지갑을 열었다.
[얼...마죠?]
응급실에서 나온 나를 보았는지 비릿한 웃음을 날리며 퉁명스레 대답한다.
[신수아씨는 건강보험이 없네요? 보험급여가 없으셔서 전부 다 하시면... 삽십오만칠천사백육십원이요]
뜨아한 표정을 내심 지우며 안경 아저씨가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계좌이며 필요할 때 쓰라고 만들어주신 체크카드가 생각나 꺼내려고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갑을 찾아 카드를 꺼내주고 자연스레 돈이 들어있는 곳을 열어보았다.
근데 지갑에 들어있던 오만원이 보이질 않는다. 대신 웬 쪽지가 들어 있다.
[고갱님! 여기에다가 싸인 좀..]
나는 체크카드를 건네받고 한 손으로는 돼지꼬리를 사인인양 하고 한 손으로는 쪽지를 펴봤다.
/야! 너 어제 쓰러지고 난 뒤에 앰뷸런스 탔는데 내가 데려다주면서 내 돈 쓰기는 뭐 하잖아? 니 지갑 허락없이 열긴했다~ 나오면 연락해라~ 010.435x.xxx2/
쪽지를 왼손에 꽉쥐며 쓴 웃음을 지으며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여자 남자친구가 어제 소란을 피웠잖아? 진상중에 진상이었다? 진짜 별꼴이야...]
[진짜? 근데 쟤 나랑 동갑맞아? 이거봐... 어휴... 완전 동안이다 쟤.. 완전 짜증나. 어제 간호사 언니들도 다 놀랐다는 게 쟤였어?]
[뭐? 진짜 스물일곱이야? 동안말고도 몸매도 괜찮은 것 같은데?]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 살짝 돌아보니 어떤 남자가 대화에 끼어든 것 같았다.
[예리한 남자의 눈으로 스캔해봤을때 저정도 몸매는 쉽게 보기 힘들다고 할 수 있지!]
[어휴 못말려 정말 호호호]
[게다가 연예인 누구 닮은 것 같지 않...]
병원 문을 열고 나오면서 들리는 차도의 소음과 매미소리로 금새 수군거리는 소리는 묻혀버렸다.
/연예인...?/
나는 다시 들어가서 누구 닮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창피한 감정이 더 강해, 잡고 있던 병원 문을 놓았다.
32.
아기들은 모방의 천재이다.
자기와 닮은 엄마나 아빠의 행동, 말투를 따라하면서 자아라는 자기자신의 독특한 틀을 만들어간다.
모방이 되는 부모 역시 각자의 부모를 모방한 것이므로 그 아기는 곧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모방하는 것이기도 하다.
언어는 사회의 모든 것이 내포되어있다.
인간은 자신이 속해있는 문화와 사회를 언어를 통해 습득한다.
아기는 모방의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
그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한다면 모방은 일어나지 않고 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단절이 일어나 결국 사회구성원으로서 도태되고 만다.
33.
30분 정도 헤맸다.
주위에 지하철역도 보이지 않았고 버스정류장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고, 도저히 여기에서 집까지 가는 길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서성이며 어쩔 줄을 몰라하자 힐끔힐끔 쳐다보고 지나간 사람도 있었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학생? 길을 잃었어?]
/....../
[학생! 길을 잃었냐니까?]
/....../
[참나, 어른이 이야기를 하는데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거 아냐!]
/...나 보다 별로 나이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웬 어른이래.../
[청각 장애인인가? ... 고년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벌써 새끈한 티가 나는게 끝내주게 잘 빠졌네...]
내가 못 듣는 줄 알았는지 음흉한 눈빛과 함께 상스러운 말을 잠깐 하더니 무표정으로 서서 두리번 거리던 나를 한참 쳐다보고 지나갔다.
한참의 고민 끝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많은 얘기를 해야하는 것 보다 우리집 주소만 알려줘도 되는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고 다시 병원 앞 차도까지 돌아간 뒤 차도에 내려서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보려 했다.
/아이씨, 도대체 어느 병원에다가 날 데려다 놓은거야?/
막상 택시를 잡기로 결심했지만 손을 뻗어 타고 싶다는 표시를 하는 게 주저주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서너 대의 택시가 아리송하다는 표정으로 속력을 줄였다가 나를 지나쳐 갔다.
[타실 거예요?]
몇 대의 차가 지나간 후 새로 한 대의 택시가 역시나 아리송한 표정으로 내 앞에 차를 대 놓고 창문을 내려 말한다.
에어콘을 켜놓은 차 안으로 열기가 훅하고 들어갔던지 연신 덥다는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나는 타겠다는 의사를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내 앞에 있는 택시 조수석 앞자리 좌석 손잡이를 눈을 질끔 감고 당겨서 문을 열었다.
[학생! 어디로 갈까?]
내가 타자마자 택시기사는 노련함마저 느낄 수 있는 친절한 표정으로 내가 가는 방향을 물어본다.
[....동이요...]
[응?]
[효촌..동이요...]
[허허, 기본 요금 거리를 택시타고 가네. 하긴 이렇게 더운 날씨에 걷기 싫지...]
[......]
[근데 학생, 시간이 한 신데 학교 안 가? 요즘은 방학 때 보충수업 안하나봐?]
/....../
34.
정말 택시 아저씨 말대로 코너를 딱 2개 돌더니 눈에 익숙한 장소가 나타났다.
[자 학생! 효촌동 어디 세워줄까?]
아저씨는 두리번거리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물어본다.
[아저씨! 여...여기에 세워주세요!]
쑥스러워서 그랬는지 이대로 내 집까지 가게 될까 무서워 그랬는지 다급하게 길가에 세워달라고 했다.
[학생, 오천원만 내~]
아저씨는 내가 세워달라고 하자 비록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1차선에서 인도쪽으로 차선을 손쉽게 바꿔 택시를 옆에 세워놓고 내 허벅지를 툭툭 치며 인심쓰듯이 말한다.
/기본 요금이 이천이백원 아니었...??/
지금 보니 아저씨는 출발할 때 택시미터기를 안 키고 왔다.
/....../
[응, 학생! 이 동네 들어오면 돌려서 나가기 힘들어~ 손님도 잘 없잖아~]
아저씨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듯이 넉살좋게 내 눈치를 빠르게 알아채고 서둘러 수습한다.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기본요금 받고 여기 왔다가 나가면 가스 값도 안나와.. 원래는 가까운 거리 잘 안 가는데 학생이 예뻐서 특별히 태워준거야~허허허]
아저씨는 "예뻐서 특별히"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순간 내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슬며시 허벅지 안쪽까지 침범했다.
나는 깜짝 놀라 택시 기사 아저씨 손을 떼어 내곤 얼른 지갑에서 오천원을 꺼내 손에 쥐어 주고 기사를 한번 노려본 뒤 내렸다.
[허허 참... 그년.. 허벅지가 굵지도 않으면서 탱탱한게... 좋은걸?]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이번 말소리도 썩 유쾌하지는 않게 내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하나의 상황에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자 적응하기에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집에 오는 길에 또 다른 일이 생길까봐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달려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찰칵. 삐리릿.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에 안심하며 심호흡을 깊숙하게 하며 심장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심호흡도 오래 할 수 없었다.
집안에서 술 냄새가 풍기고 드르렁드르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민아?]
나는 코를 싸쥐고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다 쇼파위에서 야시시해보이는 검정색 시스루 블라우스에 안에는 검정색 브라탑을 입고 짧은 바지를 입은 보민이는 술에 취해 대낮에도 벌러덩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35.
신은 왜 사람의 등(만)을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았을까.
36.
보민이 옆에 웅크리고 앉아서 보민이가 깰 때까지 기다리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는지 웩웩하는 소리에 놀라 깼다.
[수아야 나 등 좀... 웩웩]
[어어.. 보민아 괜찮아?]
허겁지겁 화장실로 뛰어간다.
[웩웩! 아~ 살 것 같다! 수아야 나 물 좀..]
난 코를 감싸쥐고 등을 두드려 주다가 보민이의 부탁을 받고 일어섰다.
[아..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컵에 가득 따라서 보민이에게 갖다 준다.
보민이는 화장실에 철푸덕 앉아서 토한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머리카락이 얼굴에 착 달라 붙어 있는 상태로 내가 가져온 물을 벌컥벌컥 먹는다.
[캬! 시원하다]
[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이 언니가 이번에 실장으로 진급했잖냐! 당연히 한 잔 해야지 흐흐흐. 해장하러 안 갈래?]
[나 배 안고픈데?]
[그럼 집에 라면있냐?]
[너굴이 있을걸?]
[너굴이 말고 없어?]
[안성맞춤탕면 있어..]
[그럼 그거 두 개만 끓여와봐라! 흐흐흐]
[두..두개나? 아..알겠어!]
잠시 후에 보글보글 끓는 안성맞춤탕면을 보민이 앞에 내려놓는다.
[후루룩.. 윽! 짜! ...수아야 최근에 원장수녀님 뵈러 갔었냐?]
보민이는 옆에 놓여 있던 생수를 냄비에 벌컥벌컥 부으면서 말을 걸었다.
[....아...아니..]
[요즘 수녀님 오늘내일 하신다더라... 파킨슨병인가? 그거 때문에 몸 가누기도 힘드신 것 같애... 한 번 찾아가봐~]
[응응... 알겠어...]
[널 그래도 젤 끔찍히 챙겨주셨잖아~ 나야뭐 맨날 혼났지만서도...흐흐흐]
[......]
[그나저나 너 옷 좀 어떻게 해봐봐... 그게 여자가 입는 옷이냐? 에휴... 그리고 울 샵에 좀 와! 내가 머리 해줄게...]
[괜...괜찮아...]
[야!! 너 2차 성징이 이제 나타났으니까 이제부터 청소년기 잖아...흐흐흐... 이제 외모에 신경 쓸 나이지! 암암...히히히히.. 쪼끄맸던게 이제 나보다 더 크고 말야~]
[치... 아니거든...]
[너 생리 언제부터 시작했냐?]
[작년 구월부터...]
[진짜 신기해... 넌 연구 대상감이다 진짜...]
[너 보지있는데 털도 안 났지?]
[......]
[잘 봐봐... 니 손으로 한번 쓸어봐...]
[야! 너 뭐하는 짓이야...]
[뭐 어때!]
보민이는 갑자기 바지를 쑥 내리더니 팬티마저 허벅지까지 내렸다. 보민이의 속에는 검은 털이 보였다.
무성한 털이지만 뭔가 정렬이 되어 있는 느낌. 난 보민이가 시키는 대로 털을 쓸어보면서 웃음이 났다.
[큭큭...너 엄청 많아!]
[너 바지 밑으로 손 넣어봐. 느낄 수는 있지 않어?]
[아니... 샤워 할 때 만져봐서 알아... 나는 그 밑에 털 같은 거 만져본 적 없어~ 그래서 되게 신기해!]
[어디보자!]
나는 꺅꺅거리며 도망다녔고 보민이는 바지를 벗기려고 나를 막 ?아 왔다.
결국에는 숙취가 남아있는 보민이가 졌다.
[아 머리울려... 흐흐..]
바닥에 널부러지는 보민이었다.
[아 참! 오늘 이상한 일이 되게 많았었어!]
[진짜? 근데... 나 힘들어서~ 수아야 내일 얘기해죠~ 응? 사랑해~~히히]
나는 보민이에게 좀 더 말하고 싶어서 얘기를 꺼냈는데 보민이는 내 마음이 상하지 않게 거절했다.
/피.../
이것저것 기억해 둘게 많았던, 그렇게 탈이 많았던 하루가 지나갔다.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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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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