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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군의관의 1년 - 1부5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46 1,006회 0건
6월 20일 강원도 시내군 88사단 의무대 앞
“충성! 대위 유찬수 외 28명은 2009년 6월 20일부로 훈련 복귀를 신고합니다. 충성!”
“모두들 훈련하느라 수고했다. 다같이 먹고 장비 정리하자. 의무대의 성공적인 훈련과 대민 의료지원을 위하여!”
“위하여!”
의무대장의 구호 제창과 함께 훈련 참가자 비 참가자 모두들 막걸리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오, 외과반장 수고 많았어. 의료지원 가서 한 건 멋지게 했다며. 그리고 행군 대열에 복귀까지하고.”
“역시 외과반장입니다. 거기서 자기과 환자도 아닌데 잘알아서 멋지게 처리한게”
의무대장이 찬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고, 보좌관이 그 옆에서 거들었다.
“다른 군의관들이라도 그 증상을 보고 심각한걸 알아서 바로 조치했을겁니다.”
찬수는 멋적어하며 말했다. 하혈 비슷한 질 출혈의 비주기적 빈발과 유방 및 하복부의 통증과 멀미 증상 호소(complain: 어디가 불편한지 환자가 말하는 것), 창백한 얼굴, 난관염 몇 차례의 임신중절 경험, 자궁내 피임기구 착용등....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본과 수업과 실습때, 인턴 시절에 배운 자궁외 임신(ectopic pregnancy: 태아가 자궁 몸통이 아닌 나팔관, 자궁목 부위등 다른 부분에 착상하는 것. 원래 태아를 받기 위해 준비된 자궁 몸통이 아닌 곳에 태아가 착상하므로 유산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태아를 버티지 못한 착상부위에서 출혈이 일어나 산모의 생명 역시 위험해질 수 있다)의 증상과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아무 장비 없이 그정도를 알아내신게 대단하십니다.”
찬수의 옆에 앉아있던 치료반장인 안대위가 말했다.

“입원관 도움이 컸습니다.”
“김하사가?”
보좌관이 의아한 듯 물었다.

“예, 환자가 밝히지 않은 히스토리(history, 병력: 과거에 앓았던 질환이나 치료 받은 것들의 이력)들을 알아내줘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다른 일들도 많이 도와줬고요.”


2009년 6월 19일 강원도 시내군 화승 초등학교 고개리 분교
"아~ 아~ 고개리 주민 여러분. 이장입니다. 지금 초등학교 운동장에 육군 88사단 의무대에서 임시 진료소를 설치했습니다. 몸이 아프신데가 있는 주민께서는 초등학교에 있는 임시 진료소를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5시까지만 진료를 하니 의사 선생님을 뵐 분들은 아무쪼록 시간에 늦지 않게 진료소로 오십시오."

오전, 오후에 걸쳐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설치한 의무대의 임시 진료소에 마을 사람들이 찾아왔다. 고개리는 보건소가 없어 다른 마을 보건지소까지 찾아가기 불편해 어지간히 아픈 정도로는 마을 사람들도 참고 넘어가곤했다. 의무병들중 일부는 교육장교 인솔 아래 진료소에 찾아 올 수 없는 사람이 있는지와 연막 방역기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보미는 당직을 서고 근무 취침을 한다며 텐트에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의 진료는 거의 감기약 처방과 삔 것에 대한 처방이 줄을 이었고, 치과에 가야 마땅한 환자들도 보였다.
‘치과 반장님이 오셨으면 나았을텐데...’

의료지원 봉사를 마친 후 마을 사람들이 차려준 저녁 식사를 먹은 뒤 부대 복귀 행군 준비를 하던 의무대에 어떤 여자가 찾아왔다.
"저... 아직 진료소 하나요?"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저... 배가 아파서요."
"정확히는 어디인가요?"
"여... 여기요."
뭔가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었다. 아직 운동장 준변에 있는 마을 사람들을 의식하는듯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을로 돌아온 갓 20살이 되는 여자였다. 조금씩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몰랐지만, 얼굴은 창백했다. 계속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단순히 하복부의 복통만 호소하는 상황에서 뭔가 이야기하지 않은게 있다는 느낌이 들어었다.

찬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자판을 치기 시작했다.
[분홍 폴로티 야구모자 청바지 펌프스 20세 여자. 진료시 말못하고 있는 내용 조용히 알아봐주세요.]
[무슨 일인지 모르시고요?] 바로 코앞에 있으면서도 문자를 보내는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보미가 문자를 보냈다.
[네 말못할 사연 있을수 있으니 조용히 물어주세요]
[예~]
자신이 남자이기 때문에 말을 못했는지 주변에 마을 사람들도 있어 그랬는지 알 수 없었고, 마침 여군인 김보미 하사가 함께 있던 것은 다행이었다

1시간이 넘어서 보미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시내에서 중고등학교 다닐때 남자친구들이랑 원조교제 상대들이랑 섹스했대요.
섹스하면서 3p 갱뱅 오랄 애널 딜도 스카톨로지 소프트에스엠까지 경험했다고하고
남자들이 콘돔을 싫어한 적도 많았고 그래서 요도염 난관염에도 걸렸고 임신중절은 3번 했고
지금은 자궁삽입형 피임기구 사용중이래요]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눈 보미는 환자의 입을 열어 알아냈다. 문자를 보고는 잠시 당황했다. 겨우 20살에 이 모든게 존재한다는 것이 상상을 넘었다. 이 엄청난 내용들을 알아낸 보미의 능력도 대단하다고 여겼다. 아까 진료시 말한 환자의 증상 호소와 보미가 알아낸 내용을 머릿속에서 맞춰본 찬수는 한가지 의심되는 것이 있었다.
[환자에게 다시 진료소로 와달라고 해주세요. 혈압 재보겠다고]
[네~]

찬수는 옆에 있던 의무병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앰블런스 운전병한테 나갈 수 있는지 물어봐줘라. 혹시 바로 시내 보건소나 큰병원으로 가야될지 모르니까 지도 확인하라고 해주고”
“예 알겠습니다”

그때 보미의 부축을 받아 그 환자가 진료 테이블 앞에 왔다. 아까전에는 그냥 걸었는데 지금은 가볍게나마 부축을 받고 오는 것을 보자 찬수는 머릿속이 바빠졌다. 혈압계를 환자의 팔에 두르고 혈압을 확인했다.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도 빨라져 있었다. 내부 출혈이 시작된듯했다.
“우리 트라우마 팬츠 있니?”
“훈련 때문에 챙겨온거 한 벌 있습니다.” 의무병들중에 선임인 김진우 병장이 대답했다.
“지금 빨리 가져오고 수액세트 준비해라. 하트만 솔루션(체내 이온농도에 맞춘 용액. 혈액등 체액의 대체를 위해 이용된다.), 18게이지”
"지금 말입니까? 두돈반에 벌써 실었는데 말입니다."
"필요하니까 서둘러."
“예, 알겠습니다.”
“누구 이 근처 지도 좀 가져오고 운전병도 오라고 해라”
보건소에 가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기 조종사의 G슈트의 바지 부분처럼 생긴 트라우마 팬츠(trauma pants)는 다리와 골반등 하체를 조일 수 있게 생겼다. 찬수의 지시에 따라 트라우마 팬츠의 다리 부분을 환자에게 입히고 에어를 넣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한쪽은 환자의 팔에 정맥주사(흔히 ‘링겔 놓는다’고 하는 것)를 놓았다. 트라우마 팬츠를 입히고 조심스럽게 에어를 넣자 혈압이 다시 정상에 가깝게 올라갔다.

찬수는 지도를 보며 운전병에게 물었다.
“여기서 춘천시내까지 얼마나 걸리겠니?”
“이제 7시가 넘어서 해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산길이라 이렇게 저렇게 넉넉잡고 1시간쯤 걸릴겁니다.”
트라우마 팬츠를 입혔지만 추가 검사가 불가능한 지금 상황에서 찬수는 시간을 최소화 시켜야했다. 춘천까지 직선거리로는 30km도 안되는 아니, 20km를 조금 넘는 거리로 보였지만, 해질녘 구불구불한 산길은 그 계산을 곤란하게 했다.

그때 머리위로 지나가는 헬기가 보였다.
“교육장교님, 지금 바로 가장 가까운 헬기를 보내달라고 해주세요.“
“예?”
“춘천까지 최대한 빨리 가야합니다.”
“헬기까지 필요할 정도인가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쪽이 낫습니다.”
“예...”
떨떠름해하며 교육장교는 사령부에 연락을 했다.

“마침 야간 훈련중인 Bo-105가 이 부근에 있다고합니다. MEDVAC(의무후송: 의료 목적으로 후방 이송) 헬기는 지금 인제에 가 있다고 합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무전기를 잡은 교육장교가 Bo-105가 훈련하는 지역이라며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까 머리 위로 지나간 헬기가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항공후송용 헬기라지만, 들 것 놓아둘 자리 밖에 없는 수준의 MEDVAC은 멀기도 멀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 2명 탈 자리가 있는 헬기입니까?"
"예. 아마."
“그럼 Bo-105를 바로 보내달라고 해주십시오.”
“장소는 여기 운동장으로 할까요?"
"예."
마침 이 어두워지는 시간 산속 가까이 훈련중인 군용헬기가 있다는 것이 이 환자에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이내에 한 대를 이쪽으로 바로 보낸다고 합니다."
무전을 마친 교육장교가 소식을 전했다.
"알겠습니다. 교육장교님, 저는 환자를 데리고 헬기로 춘천으로 가겠습니다."
"반장님이 직접 가셔야 되나요?"
"이송중 상황 변화와 비행중 트라우마 팬츠 조절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예, 그럼 복귀 행군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리고, 입원관님에게도 일을 맡겨야 될 것 같습니다."
"예. 어떤 것 말씀이세요?" 옆에서 듣고있던 보미가 답했다.
"환자 가족중에 보호자를 한 분 모시고 춘천으로 와주세요. 한 분만입니다."
"한 분만이요?"
"예. 아마 도착하자마자 수술을 받아야 하기때문에 보호자가 필요합니다. 환자가 가장 믿는 한 분을 춘천으로 모셔오세요."
"뭐라고 말씀드릴까요?"
"일단은 내출혈이라고 해주세요.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마시고..."
"예..."
"여기서 가장 가까운 일송 대학병원으로 갈 겁니다. 변동 사항이 있으면 연락하죠."
"예."

"헬기가 이 근처에 왔답니다! 유도해달랍니다!"
무전병이 외쳤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기때문에 헬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도록 운동장에 불을 밝혀야 했다. 헬기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운전병아! 두돈반(군용 트럭) 운동장 저쪽에 대고! 헤드라이트를 이쪽으로 비춰! 교육장교님! 행군용 유도봉이요!"
학교 건물로 뛰어가면서 보미가 소리쳤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 불을 켜자 운동장쪽으로 어느정도 빛이 비춰졌다. 그제서야 두돈반 운전병들도 상황을 파악하고 헤드라이트를 운동장쪽으로 맞췄다. 그리고, 그 빛을 봤는지 헬기가 운동장으로 접근했다. 산속에 어두워지는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날렵하게 옆구리에 기관총 포드와 로켓탄 포드를 단 계란빵처럼 생긴 헬기가 운동장에 착륙하는게 보였다.
-=-=-=-=-=-=-=-=-=-=-=
* 등장 인물, 단체명, 지명은 실제가 아닙니다.

* 소라넷에만 연재중입니다. 허가되지 않은 복사, 변형, 도용을 금지합니다.

* 5장은 스킨쉽도 아예 없는 장면이라 비야설로 분류했습니다. 쓰다가 날려버리거나 확 줄여버릴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내용전개때문에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냥 넣었습니다.

* 극중 등장한 Bo-105는 지면에 붙어서 아쌀하게 숲사이로 비행할 수 있는 민첩한 헬기라는군요. 다른나라에서는 의무후송용으도 쓴다는데 한국군에서도 몇 대만 들여오고 수입을 중단했다고합니다. 의무후송용으로는 당연히 안쓰고요. 찬수가 응급사태라고 재촉해서 가장 가까운데있는 헬기라 불러들였다는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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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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