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망했음..
하긴.. 하루 종일 소설 생각하는데... 당연한 결과일까요...
오늘도 학교 단과대 컴퓨터실에서 올리는 대범한 짓을 하고 있는 나..
비도 오고.. 기분이 울적해요...
어제는 기분 좋다고~ 2장 분량 올려드렸는데...
많은 분이 안 보시길래...
그래서(!) 예정보다 빨리 이번 장에,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는 수아의 모습을 넣었습니다.
(우리 수아가 달라졌어요..)
그리고 다음 장부터는 비야설 tag을 떼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ㅋ
holtby님, ㅎㅎㅎ 재민이는 진짜 학창시절 제 짝사랑 상대였심..ㅋㅋ 개K끼 맞음ㅋㅋㅋ(그렇지만 이제는 연락도 안됨...)
xoxoxx님, 심리학과 다니는 언니 경험담이예용...ㅎㅎ 지금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번호 물어보러 온다는... 많을땐 하루에 서너번...ㄷㄷ
이어서 갈게요..
49.
/...재민이도 그 때 이렇게 물어봤었을까.../
어색한 미소를 얼굴 한 가득 담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간절한 표정...
[......]
[죄...죄송합니다...당연히 그러시겠죠...제가 실례를 범했나보네요...]
둘 사이에 아무 말이 없는 시간이 점점 흐르자, 이 남자는 점점더 어색한 표정이 강렬해졌고, 어색함을 참지 못했는지 서둘러 등을 돌려 부리나케 내게서 멀어져간다.
/난 잠깐 옛날 생각이 났던 건데... 미안하네 왠지... 근데 뭐가 당연하다는 거지...?/
난 한동안 멀어져 가는 그 남자 뒷모습을 쳐다봤지만, 그 남자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치... 뭐야... 그렇다고 한번도 다시 안 돌아보나? 가자 가!/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옆에 있는 피시방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고 빈 의자만 있었다.
/윽! 담배냄새.../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니 금연석, 흡연석 푯말이 보인다.
몸은 여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이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머리가 띵해지고 눈이 따가웠다. 하지만 나는 궁금함이 극에 달해 있었던 상황이라 몸의 경고 따위는 무시했다.
/신기하네... 금연석 보다 흡연석에 사람이 더 많네?! 으~ 뭐야 저게? 꽁초가 막 쌓여 있는 건가?/
이제 내 후각은 담배 냄새와 담배 찌든 냄새에 적응을 마쳤다는 듯이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나는 금연석 가장 깊숙한 자리에 자리 하나를 차지 하고 앉았다.
컴퓨터를 켜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는 나이 어린 중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과 말 사이에는 계속 욕이 한 마디씩 들어가 있었다.
[야! ㅆㅂ.. 니 메카닉 진짜 세네... 나 물약 다 엠창 났음... 어떡하지 ㅆㅂ?]
[ㅈ병신... 내가 넉넉하게 챙기라고 했잖아 크크크]
[아가ㄹ 닥쳐라...]
나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생각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는 나름의 발악이었다.
다행히 생각에 잡히기 전에 컴퓨터가 딱 켜지면서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이제는 중딩들도 욕 되게 많이 하네! 어휴.../
[자! 한번 찾아볼까?]
나는 손 깍지를 끼고 하늘로 쭈욱 한번 기지개를 펴고 마우스를 잡았다.
/네이버... 곽지민.../
[딸칵!]
나는 엔터키를 눌렀다.
두근두근두근.
/아! 나왔다! 나랑 동갑이다!/
난 프로필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차갑게 생긴 이미지를 제일 처음 느꼈다.
/아... 빠른 85년생이구나... 나보다 언니인가보다... 눈은 아몬드 모양처럼 또렷하게... 코는 좀 못생겼다... 입은 조그맣고, 동글한 얼굴.. 얼굴이 좀 동그랗고 눈이 커서 좀 어리게 보이나 보다... 흠.../
나는 한동안 사진만 계속 찾아서 눌러 봤다.
미소를 짓는 표정은 한없이 어린 표정이 나타나 있었던 반면, 평소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고 차가운 이미지와 함께 강단이 있는 모습이었다.
/7년전에 사마리아 영화를 찍으셨구나... 그리고 2007년에 소녀엑스소녀? 무슨 영화지?/
난 곽지민씨가 찍은 영화로 관심이 옮겨갔다.
이번엔 또 다시 한동안 곽지민씨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영화를 직접 보고 싶은데...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면 될려나?/
또르각, 또르각.
[저기요? 저기요!]
[네? 뭘... 도와드릴까요?]
아저씨는 모니터에 열중하느라 쳐다보지도 않고 얘기한다.
[저.. 혹시 컴퓨터로 영화도 볼 수 있나요?]
[거.. 학생! 컴퓨터 자체에 영화 보는 프로그램도 있고, 곰발바닥티비도 있고.. 게다가 요즘 다 다운받아서 보잖아... 거 귀찮게시리...]
아저씨는 옆에 이미 다 먹었는지 젓가락이 꽂혀있고 컵라면 뚜껑이 구겨진 상태로 닫혀져 있는 "푸"라면 한 그릇과 재떨이 위에 담배꽁초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컴퓨터를 찾아봤다.
/곰발바닥티비? 컴퓨터에 영화?/
[휴..찾았다! 여기에 숨어 있었네...]
영화 보는 프로그램을 열어서 "곽지민"을 입력해 보았다.
/소녀엑스소녀... 소녀엑스소녀... 소녀엑스소녀... 죄다 소녀엑스소녀 밖에 없네?/
[이거라도 봐야지...]
50.
"남자애들은 세 개 밖에 안 봐! 얼굴, 가슴 두 쪽." - 소녀X소녀 중-
51.
[아훙...]
찌뿌둥한 허리를 펴느라 자연스레 이상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이 아직 뇌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 사람 되게 매력있다.../
비록 영화 속에서 맡은 캐릭터 때문이겠지만, 지금껏 나와 달리 어디서나 당당하게 때로는 뻔뻔하게 세상을 대하는 모습이 내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남자들은 진짜 얼굴이랑 가슴 밖에 안 보나? 생각해보면,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슴...참나...이건 말할 것도 없고... 키도 작아서 얼굴도 잘 안보였을테니까... 나랑은 상관 없었을려나.../
한숨을 내쉬면서 축 늘어진 몸을 하고는 의자에 기대서 천장을 보며 생각을 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나를 보고 비웃었던 학생 두 명을 내가 돌아봤을 때 도망 갔던 건... 이 사람처럼 차가운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나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모기조차도 나를 볼 수 있는데... 보고 피를 빨아먹었잖아? 투명인간이 된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단지 다르다면, 모든 사람에게는 보이지만 나에게만 투명인간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휴...../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야야! 옆에 년 봐봐!]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씨ㅂ년, 엉덩이 다 보여.. 키키키]
[그러게... 미친년...바지가 짧긴 짧나봐.. 얼마나 짧으면 앉았을 때 저렇게까지 보이냐?]
[정면에서 한번 보고 싶다... 키킥... 책상 밑으로 한번 들어가봐?]
[어디 학교년이지?]
난 얼굴을 감싸쥔 손을 내리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
날 보고 하는 얘기였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기는 커녕 오히려 교복을 입은 남학생 두 명은 흠칫 놀라는 듯 하더니 뚫어져라 나를 위아래로 쳐다봤다.
씨익.
[....!!]
난 쇼핑백을 들고 주섬주섬 일어났다.
채 두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난 처음 반바지 입었을 때와 다른 느낌이 느껴졌다.
뭔가 바지가 더 올라와 있는 느낌.
그 순간, 내 뒤로 아까 전보다는 좀 더 큰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크크크, 존ㄴ 깔쌈한데? 엉덩이 살 다 보임~]
[미친년... 완전 대놓고 다니는데?]
난 손목에 쇼핑백이 걸린 채로 얼른 바지를 잡아 내렸다.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카운터로 와서 계산을 했다.
/아... 쪽팔려... 다음부터는 반바지 입고 앉았다가 일어나면 바지를 신경써야겠어.../
[계산해주세요 아저씨!]
[27번 자리였죠? 6200원.]
[여기요... 안녕히 계세요...]
난 만원짜리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피시방을 나왔다.
핸드폰 슬라이드를 밀어올려 몇 시인지 봤다.
/5시 20분.../
[뚜루루루...뚜루루루...]
생각이 많아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아니?]
조 선생님이 받았다.
52.
[와~ 수아야! 너 며칠 만에 왜 이렇게 바뀌었어?]
조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뭐... 보민이가 도와줘서 그렇죠..]
[그래그래~ 수아야 시원한 거 마실래? 선생님의 인기는 사그러들질 않는다... 매번 선물이 들어와! 호호호...]
[아무거나 주세요...]
나도 싱긋 미소를 짓게 만드는 조 선생님이다.
우리는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바닷가에 놀러가고 싶다는 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원한 커피와 주스를 마셨다.
[음~ 수아 얼굴 보니까..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 할래 아니면 선생님이 좀 기다려줄까?]
조 선생님이 내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지금 할래요...]
난 미소를 지으며 난 며칠 간 있었던 얘기를 했다.
응급실에 실려 간 일, 며칠 사이에 불특정 다수로부터 나에 대해서 상스럽게 얘기한 일, 쇼핑했던 일, 번호 물어보는 사람을 만났던 일, 다시 돌아보지 않아 섭섭했던 일, 곽지민이라는 연예인과 닮아서 찾아본 일...
조 선생님은 흥미롭다는 듯이 의자 끝에 앉아 상체를 나에게 기울이고 듣고 있었다.
[수아야! 사실말야... 선생님은 수아가 이런 걸 경험해 보길 원했었다...? 근데 내 생각보다 훨씬 진도가 빨라서 기분이 진짜 좋아!]
[네?]
[음...네가 2~3년전 변화를 한 선생님께로부터 들었었거든? 기본적인 심리상태와 신체적인 변화를 포함해서... 그런데 네가 외형적으로 정말 아름답게 변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얼굴을 제외하고... 나도 네 얼굴 때문에 지금의 신수아가 예전의 신수아구나라고 생각될 정도였으니... 같이 일하시는 의사 선생님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 까지도... 난 이게 네가 예전에 받았던 고통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생각해... 만약에 신이 있다면... 신이 준 선물이 아닐까...]
[갑자기 무슨...?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음...네가 말해주었듯이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하는 것들 말야...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지는 너도 눈치 챘을거라 생각해... 예를 들어 볼게... 사람들이 왜 성형을 한다고 생각하니?]
[더 예뻐지기 위해서요?]
[그렇지.. 그런데 그 내면에는 어떤 욕구가 있는 줄 아니?]
[......]
[사람들은 성형을 한 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어요"라는 둥,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있어요"라는 둥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결국엔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그 내면에 있어서야...
지금의 내 모습은 사랑 받기에 부족한 모습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끌지 못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성형을 하면 사랑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하지만 아니야...
"난 사랑 받기에 충분하다"라는 그 "마음의 소리"는 외형에서 오지 않거든...]
[...그럼 저는요?]
[이번엔 선생님이 수아에게 질문해볼게... 수아는 이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힘이 뭐라고 생각하니?]
난 한참 동안 고민을 했다.
예전의 끔찍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십 년이 되어가는 내 힘들었던 과거...
[...늘 제게 말씀하셨던... "전 충분히 사랑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그게 제가 암흑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마워...수아야... 정말 그거란다... 이제는 외형도 수아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만하다라는 것을 사람들과 부딪혀가면서 알게끔 해주고 싶었어...]
눈물이 고여있는 조 선생님의 얼굴.
[아... 그래서...]
나도 고개를 얼른 숙였다.
또르륵.
이제 난 평소 성격답지 않게 왜 그렇게까지 조 선생님이 강력하게 주장을 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내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궁금해 찾아왔지만, 그 대답을 모두 듣지는 못했어도 마음 속 한 켠에 큰 돌이 하나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난 예전의 내가 아니야...!
[물론...! 아니야... 이건 말 안할래... 이건 수아가 고민해봐야 하는거야...]
조 선생님이 내게 말을 걸자 나는 고개를 올려다 보았다.
눈물을 닦았는지 눈 주위만 붉어진 조 선생님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끊고는 나보고 고민하라고 말을 아낀다.
[......]
/치... 뭐예요.../
여전히 미소만 짓는 나였다.
53.
내 눈은 짝짝이..
내 왼쪽 눈은 항상 느려...
웃을 때도, 눈물이 날 때도...
54.
조 선생님과 얘기를 끝내고 나오니 어느새 여름의 긴 낮도 끝나고 어둑어둑해졌다.
난 며칠 전 해프닝이 있었던 편의점에 가서 인사도 할 겸 날씨도 덥고 해서 음료수도 살 겸 해서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조 선생님을 만류하고 집 근처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
/알바하는 그 사람은 없네 오늘../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잠깐 들린 편의점에는 그 알바생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면서 문자를 썼다.
[고마워요... 오늘 직접 만나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안 나오셨더라구요... 고마웠어요...]
/이렇게 쓰면 되나?/
고민하는 나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왜 고민해?]
난 내 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내용을 다 지웠다.
/그냥 인사만 하면 되지... 그리고 내가 나이 더 많잖아?/
[고마웠어...]
전송.
/훗.../
오늘 봤던 영화를 생각하며 터덜터덜 집까지 올라왔다.
/보민이에게도 오늘 본 영화 얘기 해줘야겠다.../
[에휴 다리야... 응?]
[으음...흐윽...흡...흐읍...]
집 근처에 오자 누군가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고 집 앞에 올수록 소리가 커졌다.
집 현관문 앞에 서자, 난 흐느끼는 소리가 우리 집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긴.. 하루 종일 소설 생각하는데... 당연한 결과일까요...
오늘도 학교 단과대 컴퓨터실에서 올리는 대범한 짓을 하고 있는 나..
비도 오고.. 기분이 울적해요...
어제는 기분 좋다고~ 2장 분량 올려드렸는데...
많은 분이 안 보시길래...
그래서(!) 예정보다 빨리 이번 장에, 조금씩 알을 깨고 나오는 수아의 모습을 넣었습니다.
(우리 수아가 달라졌어요..)
그리고 다음 장부터는 비야설 tag을 떼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ㅋ
holtby님, ㅎㅎㅎ 재민이는 진짜 학창시절 제 짝사랑 상대였심..ㅋㅋ 개K끼 맞음ㅋㅋㅋ(그렇지만 이제는 연락도 안됨...)
xoxoxx님, 심리학과 다니는 언니 경험담이예용...ㅎㅎ 지금도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번호 물어보러 온다는... 많을땐 하루에 서너번...ㄷㄷ
이어서 갈게요..
49.
/...재민이도 그 때 이렇게 물어봤었을까.../
어색한 미소를 얼굴 한 가득 담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간절한 표정...
[......]
[죄...죄송합니다...당연히 그러시겠죠...제가 실례를 범했나보네요...]
둘 사이에 아무 말이 없는 시간이 점점 흐르자, 이 남자는 점점더 어색한 표정이 강렬해졌고, 어색함을 참지 못했는지 서둘러 등을 돌려 부리나케 내게서 멀어져간다.
/난 잠깐 옛날 생각이 났던 건데... 미안하네 왠지... 근데 뭐가 당연하다는 거지...?/
난 한동안 멀어져 가는 그 남자 뒷모습을 쳐다봤지만, 그 남자는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치... 뭐야... 그렇다고 한번도 다시 안 돌아보나? 가자 가!/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옆에 있는 피시방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고 빈 의자만 있었다.
/윽! 담배냄새.../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니 금연석, 흡연석 푯말이 보인다.
몸은 여기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이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머리가 띵해지고 눈이 따가웠다. 하지만 나는 궁금함이 극에 달해 있었던 상황이라 몸의 경고 따위는 무시했다.
/신기하네... 금연석 보다 흡연석에 사람이 더 많네?! 으~ 뭐야 저게? 꽁초가 막 쌓여 있는 건가?/
이제 내 후각은 담배 냄새와 담배 찌든 냄새에 적응을 마쳤다는 듯이 냄새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나는 금연석 가장 깊숙한 자리에 자리 하나를 차지 하고 앉았다.
컴퓨터를 켜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는 나이 어린 중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과 말 사이에는 계속 욕이 한 마디씩 들어가 있었다.
[야! ㅆㅂ.. 니 메카닉 진짜 세네... 나 물약 다 엠창 났음... 어떡하지 ㅆㅂ?]
[ㅈ병신... 내가 넉넉하게 챙기라고 했잖아 크크크]
[아가ㄹ 닥쳐라...]
나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생각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는 나름의 발악이었다.
다행히 생각에 잡히기 전에 컴퓨터가 딱 켜지면서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이제는 중딩들도 욕 되게 많이 하네! 어휴.../
[자! 한번 찾아볼까?]
나는 손 깍지를 끼고 하늘로 쭈욱 한번 기지개를 펴고 마우스를 잡았다.
/네이버... 곽지민.../
[딸칵!]
나는 엔터키를 눌렀다.
두근두근두근.
/아! 나왔다! 나랑 동갑이다!/
난 프로필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차갑게 생긴 이미지를 제일 처음 느꼈다.
/아... 빠른 85년생이구나... 나보다 언니인가보다... 눈은 아몬드 모양처럼 또렷하게... 코는 좀 못생겼다... 입은 조그맣고, 동글한 얼굴.. 얼굴이 좀 동그랗고 눈이 커서 좀 어리게 보이나 보다... 흠.../
나는 한동안 사진만 계속 찾아서 눌러 봤다.
미소를 짓는 표정은 한없이 어린 표정이 나타나 있었던 반면, 평소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고 차가운 이미지와 함께 강단이 있는 모습이었다.
/7년전에 사마리아 영화를 찍으셨구나... 그리고 2007년에 소녀엑스소녀? 무슨 영화지?/
난 곽지민씨가 찍은 영화로 관심이 옮겨갔다.
이번엔 또 다시 한동안 곽지민씨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서 꼼꼼히 읽어내려갔다.
/영화를 직접 보고 싶은데...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면 될려나?/
또르각, 또르각.
[저기요? 저기요!]
[네? 뭘... 도와드릴까요?]
아저씨는 모니터에 열중하느라 쳐다보지도 않고 얘기한다.
[저.. 혹시 컴퓨터로 영화도 볼 수 있나요?]
[거.. 학생! 컴퓨터 자체에 영화 보는 프로그램도 있고, 곰발바닥티비도 있고.. 게다가 요즘 다 다운받아서 보잖아... 거 귀찮게시리...]
아저씨는 옆에 이미 다 먹었는지 젓가락이 꽂혀있고 컵라면 뚜껑이 구겨진 상태로 닫혀져 있는 "푸"라면 한 그릇과 재떨이 위에 담배꽁초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컴퓨터를 찾아봤다.
/곰발바닥티비? 컴퓨터에 영화?/
[휴..찾았다! 여기에 숨어 있었네...]
영화 보는 프로그램을 열어서 "곽지민"을 입력해 보았다.
/소녀엑스소녀... 소녀엑스소녀... 소녀엑스소녀... 죄다 소녀엑스소녀 밖에 없네?/
[이거라도 봐야지...]
50.
"남자애들은 세 개 밖에 안 봐! 얼굴, 가슴 두 쪽." - 소녀X소녀 중-
51.
[아훙...]
찌뿌둥한 허리를 펴느라 자연스레 이상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모습이 아직 뇌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 사람 되게 매력있다.../
비록 영화 속에서 맡은 캐릭터 때문이겠지만, 지금껏 나와 달리 어디서나 당당하게 때로는 뻔뻔하게 세상을 대하는 모습이 내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남자들은 진짜 얼굴이랑 가슴 밖에 안 보나? 생각해보면,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슴...참나...이건 말할 것도 없고... 키도 작아서 얼굴도 잘 안보였을테니까... 나랑은 상관 없었을려나.../
한숨을 내쉬면서 축 늘어진 몸을 하고는 의자에 기대서 천장을 보며 생각을 했다.
/백화점 화장실에서 나를 보고 비웃었던 학생 두 명을 내가 돌아봤을 때 도망 갔던 건... 이 사람처럼 차가운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나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모기조차도 나를 볼 수 있는데... 보고 피를 빨아먹었잖아? 투명인간이 된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단지 다르다면, 모든 사람에게는 보이지만 나에게만 투명인간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휴...../
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야야! 옆에 년 봐봐!]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씨ㅂ년, 엉덩이 다 보여.. 키키키]
[그러게... 미친년...바지가 짧긴 짧나봐.. 얼마나 짧으면 앉았을 때 저렇게까지 보이냐?]
[정면에서 한번 보고 싶다... 키킥... 책상 밑으로 한번 들어가봐?]
[어디 학교년이지?]
난 얼굴을 감싸쥔 손을 내리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
날 보고 하는 얘기였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기는 커녕 오히려 교복을 입은 남학생 두 명은 흠칫 놀라는 듯 하더니 뚫어져라 나를 위아래로 쳐다봤다.
씨익.
[....!!]
난 쇼핑백을 들고 주섬주섬 일어났다.
채 두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난 처음 반바지 입었을 때와 다른 느낌이 느껴졌다.
뭔가 바지가 더 올라와 있는 느낌.
그 순간, 내 뒤로 아까 전보다는 좀 더 큰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크크크, 존ㄴ 깔쌈한데? 엉덩이 살 다 보임~]
[미친년... 완전 대놓고 다니는데?]
난 손목에 쇼핑백이 걸린 채로 얼른 바지를 잡아 내렸다.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카운터로 와서 계산을 했다.
/아... 쪽팔려... 다음부터는 반바지 입고 앉았다가 일어나면 바지를 신경써야겠어.../
[계산해주세요 아저씨!]
[27번 자리였죠? 6200원.]
[여기요... 안녕히 계세요...]
난 만원짜리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피시방을 나왔다.
핸드폰 슬라이드를 밀어올려 몇 시인지 봤다.
/5시 20분.../
[뚜루루루...뚜루루루...]
생각이 많아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수아니?]
조 선생님이 받았다.
52.
[와~ 수아야! 너 며칠 만에 왜 이렇게 바뀌었어?]
조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뭐... 보민이가 도와줘서 그렇죠..]
[그래그래~ 수아야 시원한 거 마실래? 선생님의 인기는 사그러들질 않는다... 매번 선물이 들어와! 호호호...]
[아무거나 주세요...]
나도 싱긋 미소를 짓게 만드는 조 선생님이다.
우리는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바닷가에 놀러가고 싶다는 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원한 커피와 주스를 마셨다.
[음~ 수아 얼굴 보니까..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 할래 아니면 선생님이 좀 기다려줄까?]
조 선생님이 내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지금 할래요...]
난 미소를 지으며 난 며칠 간 있었던 얘기를 했다.
응급실에 실려 간 일, 며칠 사이에 불특정 다수로부터 나에 대해서 상스럽게 얘기한 일, 쇼핑했던 일, 번호 물어보는 사람을 만났던 일, 다시 돌아보지 않아 섭섭했던 일, 곽지민이라는 연예인과 닮아서 찾아본 일...
조 선생님은 흥미롭다는 듯이 의자 끝에 앉아 상체를 나에게 기울이고 듣고 있었다.
[수아야! 사실말야... 선생님은 수아가 이런 걸 경험해 보길 원했었다...? 근데 내 생각보다 훨씬 진도가 빨라서 기분이 진짜 좋아!]
[네?]
[음...네가 2~3년전 변화를 한 선생님께로부터 들었었거든? 기본적인 심리상태와 신체적인 변화를 포함해서... 그런데 네가 외형적으로 정말 아름답게 변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얼굴을 제외하고... 나도 네 얼굴 때문에 지금의 신수아가 예전의 신수아구나라고 생각될 정도였으니... 같이 일하시는 의사 선생님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 까지도... 난 이게 네가 예전에 받았던 고통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생각해... 만약에 신이 있다면... 신이 준 선물이 아닐까...]
[갑자기 무슨...?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음...네가 말해주었듯이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하는 것들 말야...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지는 너도 눈치 챘을거라 생각해... 예를 들어 볼게... 사람들이 왜 성형을 한다고 생각하니?]
[더 예뻐지기 위해서요?]
[그렇지.. 그런데 그 내면에는 어떤 욕구가 있는 줄 아니?]
[......]
[사람들은 성형을 한 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어요"라는 둥,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있어요"라는 둥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만 결국엔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그 내면에 있어서야...
지금의 내 모습은 사랑 받기에 부족한 모습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끌지 못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성형을 하면 사랑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하지만 아니야...
"난 사랑 받기에 충분하다"라는 그 "마음의 소리"는 외형에서 오지 않거든...]
[...그럼 저는요?]
[이번엔 선생님이 수아에게 질문해볼게... 수아는 이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힘이 뭐라고 생각하니?]
난 한참 동안 고민을 했다.
예전의 끔찍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십 년이 되어가는 내 힘들었던 과거...
[...늘 제게 말씀하셨던... "전 충분히 사랑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그게 제가 암흑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마워...수아야... 정말 그거란다... 이제는 외형도 수아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만하다라는 것을 사람들과 부딪혀가면서 알게끔 해주고 싶었어...]
눈물이 고여있는 조 선생님의 얼굴.
[아... 그래서...]
나도 고개를 얼른 숙였다.
또르륵.
이제 난 평소 성격답지 않게 왜 그렇게까지 조 선생님이 강력하게 주장을 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내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궁금해 찾아왔지만, 그 대답을 모두 듣지는 못했어도 마음 속 한 켠에 큰 돌이 하나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난 예전의 내가 아니야...!
[물론...! 아니야... 이건 말 안할래... 이건 수아가 고민해봐야 하는거야...]
조 선생님이 내게 말을 걸자 나는 고개를 올려다 보았다.
눈물을 닦았는지 눈 주위만 붉어진 조 선생님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끊고는 나보고 고민하라고 말을 아낀다.
[......]
/치... 뭐예요.../
여전히 미소만 짓는 나였다.
53.
내 눈은 짝짝이..
내 왼쪽 눈은 항상 느려...
웃을 때도, 눈물이 날 때도...
54.
조 선생님과 얘기를 끝내고 나오니 어느새 여름의 긴 낮도 끝나고 어둑어둑해졌다.
난 며칠 전 해프닝이 있었던 편의점에 가서 인사도 할 겸 날씨도 덥고 해서 음료수도 살 겸 해서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조 선생님을 만류하고 집 근처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
/알바하는 그 사람은 없네 오늘../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잠깐 들린 편의점에는 그 알바생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올라가면서 문자를 썼다.
[고마워요... 오늘 직접 만나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안 나오셨더라구요... 고마웠어요...]
/이렇게 쓰면 되나?/
고민하는 나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왜 고민해?]
난 내 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내용을 다 지웠다.
/그냥 인사만 하면 되지... 그리고 내가 나이 더 많잖아?/
[고마웠어...]
전송.
/훗.../
오늘 봤던 영화를 생각하며 터덜터덜 집까지 올라왔다.
/보민이에게도 오늘 본 영화 얘기 해줘야겠다.../
[에휴 다리야... 응?]
[으음...흐윽...흡...흐읍...]
집 근처에 오자 누군가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고 집 앞에 올수록 소리가 커졌다.
집 현관문 앞에 서자, 난 흐느끼는 소리가 우리 집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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