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으... 아...”
철구는 힘겹게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을 추슬러 일어날 수는 없었다. 비록 정신을 차린 철구였지만, 그 대가로 온 몸의 통증과 싸워야만 했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몸이 성한 데가 없는 철구였다.
“여... 여... 긴 어디지?”
철구는 자신이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정신을 차린 후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사방이 어두웠고, 찬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철구는 자신이 어느 장소에 갇혔으리라 생각되었다.
“씨... 발... 으... 윽... 아파 죽겠네... 어떤 새끼지.”
올해 35살의 철구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정의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을 뒷조사를 해주거나 혹은 폭력이 필요한 경우에 그것을 대신해주기도 했다. 음지의 일이고 나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철구는 10년이 넘는 아무 탈 없이 흥신소를 운영해 왔었다. 물론, 여기에는 철구의 능력과 경험이 뒤 바탕이 되었다.
“... 창고인가? 씨발... 어떤 새끼가 날 납치한 것이지?”
철구는 한 남자를 뒤쫓고 있었다. 그 남자의 뒤를 쫓은 이유는 딱 하나이다. 돈 때문이었다. 그 남자의 부정행위의 증거를 찾는다면 족히 수 천 만원의 돈을 받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며칠 간 그 남자의 뒤를 쫓았지만 별 달리 부정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철구가 보기에 그 남자의 일상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K 건설 과장이라고 들었던 그 남자는 분명 집에서 출근을 하긴 했지만, 회사로 가는 경우는 없었다. 회사에 들리더라도 많은 시간을 머물지는 않았다. 오히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등치 큰 또 다른 남자를 수행하고 있었다. 운전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K 건설 과장이라기보다는 마치 등치 큰 남자의 비서와 같았다.
“.... 으... 아아악.”
어둠속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던 철구는 깊은 신음을 내뱉어야 했다. 자신을 납치한 사람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왼쪽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다. 도망이라도 가야한다고 생각한 철구였지만, 일어서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젠장!!!!!!!!!!!”
암울한 현실에 악을 질러보는 철구였다. 그리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나갔다.
“... 집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맞아... 어떤 새끼가... 윽... 아.... 윽... 윽... 목도 마르고 죽겠구만....”
철구는 자신이 쫓는 남자를 미행했다. 물론, 자연스레 자신이 쫓는 K 건설 과장의 상사로 보이는 등치 큰 남자의 집까지 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마치 한 마리의 야수처럼 철구는 그들이 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에 큰 충격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누군가 강력한 손아귀 힘으로 자신의 목을 잡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소리는커녕 숨조차 쉬기 힘들었던 철구는 그대로 정체모를 사람에게 끌려갔고,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던 것이었다.
“씨발... 그렇게... 힘이 세다니... 젠장... 무슨 일인지... 엿 같은 상황에... 왜 내가 있는 건지... 아 씨발...”
흥신소를 운영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로는 폭력이 필요했고 철구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큰 사고 없이 흥신소를 운영해왔다. 이 말은 곧, 싸움에 대해서는 철구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는 말이고 철구 스스로도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기습을 당했다고 하나 정체모를 사람에게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폭행을 당한 후 납치까지 당하다니, 철구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자신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강한... 녀석이면... 난... 아... 씨발... 어떻게 되는 거지... 젠장.”
한 순간이었지만 철구는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폭행을 당한 후, 부상까지 입었기 때문에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철구였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철구야... 이 위기... 벗어날 수 있다... 벗어날 수 있어...”
자신이 왜 납치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철구였다. 하지만,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것만 자신이 내줄 수 있으면, 더 큰 문제없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철구였다. 아니, 나가야 했다. 인생이란 타협과 거래의 연속이 아니던가?
끼이익.
“으으... 윽.”
철구가 자신의 안전에 대해 생각을 할 무렵, 창고의 한 쪽에서 문이 열렸고, 동시에 밝은 빛이 들어오자 철구는 눈을 감아야 했다. 그리고 철구는 빛에 익숙해져 눈을 뜨기도 전에 복부에서 큰 통증을 느껴야 했다.
타다닥.
퍽.
“으.....”
갑자기 누군가 달려와서 철구의 복부를 강하게 발로 차버린 것이었다. 명치에 제대로 맞은 철구는 소리는커녕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고, 두 손으로 배를 잡은 채, 켁켁 거리다가 얼마 지나지않아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에에엑.”
정신이 없는 철구였지만, 구토를 마친 후,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때린 사람이 누군지 확인을 했다. 문이 열린 후, 햇빛이 들어와서 그런지 비교적 창고 안은 밝았고, 철구의 눈에도 자신을 폭행한 사람이 똑똑히 보였다.
“당... 당신은... 누구...”
“이름이 무언가?”
철구의 물음에 대답은커녕 되묻는 남자는 누가 보더라도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키는 185cm는 족히 넘어 보였고, 건장한 체격에 얼굴은 눈매가 날카로워서 그런지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퍽.
철구가 대답을 하지 않자, 남자는 곧바로 다시 한 번 발길질을 했고, 철구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큰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그... 그만....”
“이름이 무언가?”
“처... 철구... 이철구.”
남자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포커페이스라는 말일 생각 날정도로 아무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그만큼 행동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철구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남자의 대답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한다면 폭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미행을 했나?”
“... 의... 의뢰를 받았소.”
“누구에게?”
남자의 질문은 거침이 없었다. 오로지 정확한 대답만을 듣기를 원하는 듯, 짧고 핵심적인 질문만 철구에게 던졌다.
“... 민... 민지영이라는... 여자였소.”
“민지영?”
아주 잠시였지만 철구의 대답에 남자의 표정이 잠시 바뀌었다고 돌아왔다. 민지영이라는 이름에 ‘의외’라는 생각을 한 듯 했다.
“... 민지영이라는... 여자가... 선남... 이선남의 뒤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소.”
“그렇군. 네 타겟이 이선남이었군.”
“오해가... 있다면... 날 풀어주시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철구는 남자가 자신을 오해하고 폭행 후 납치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미행한 사람이 이선남인 것을 알지 못하는 듯 때문이었다.
“선남을 미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남자는 철구의 말은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이 궁금한 사실에 대해서만 질문을 했다. 철구는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약자인 만큼 남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의뢰... 의뢰를 받았다고... 했지 않소.”
대답을 마친 철구가 남자의 눈치를 봤고, 순간 그의 표정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뿔사라고 느낀 철구는 이어 다시 재빨리 입을 열었다.
“사실... 처음... 나에게 의뢰를... 한 사람은 이선남이었소.”
“그렇군.”
“이선남은 자신의 아내... 민지영이라는 여자를 의심하고 있었소... 뒷조사를 해달라고 했고... 난 한달 간의 추적 끝에... 민지영이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임을... 알 수 있었소.”
“계속.”
남자는 짧지만 강한 어조였다. 철구는 그 남자에게 위압감을 느껴야 했고, 자신이 솔직히 대답을 하는 것이 살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구는 잠시 남자의 눈치를 살핀 후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러면 안 되지만... 그 불륜 사실을 이선남에게 알리지 않았소.”
“돈 때문인가?”
“그렇소. 난 오히려... 민지영과 그녀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를 협박했소. 이선남의 의뢰를 끝나면 잔금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뿐이라고 생각했소. 오히려 부정한 짓을 하는 그 둘을 협박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그런데 왜 이선남을 미행했나?”
“다... 다시 말하지만... 민지영의 의뢰가 있었소. 어느 날... 민지영이 홀로 나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는 나에게 제안을 했소. 이렇게 협박을 받는 것이 괴롭다며... 차라리 큰돈을 줄 테니... 자신의 남편의 뒷조사를 부탁했었소. 그녀가 제안한 돈이 무려 오천만원... 차라리 일 처리를 해주고 그 돈을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에... 이선남을 미행했던 것이오.”
“그렇군.”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오.”
철구의 말은 거의 사실이었다. 선남을 추적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았기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철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다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을 미행했나?”
“... 나... 나흘이오.”
“이선남에 대해 알아낸 것은?”
“거...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하오.”
“거의?”
“민지영은... 이선남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이유는?”
집요하게 묻기만 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철구는 차분히 대답을 이어갔다.
“듣기로... 이선남은 가정에... 소홀하다고 했소.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민지영과 잠자리를 가진 적도 없다고 했소. 고자가 아닌 이상.... 남자가... 그냥 참고 살지는 않을 것이고... 민지영은 이선남이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유흥업소에 들락날락하는 모습이라도 찍어오길 원했소... 아무래도 이혼을... 하려는 듯...”
“그렇군.”
남자의 짧은 말투가 더욱 더 거슬리는 철구였다.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였고, 철구는 그만큼 신변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졌다.
“여기... 까지오... 더... 이상... 아무것도...”
“하나 더.”
“정... 정말... 모르오.”
“이선남을 나흘간 추적하며 무엇을 알아냈나?”
“아... 아무것도... 없었소. 정말 아무것도 없었소. 그는 술도 혼자... 먹는 사람이오. 비록 나흘 간이었지만... 민지영이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소... 단지... 이상한 점은...”
“이상한 점?”
“민지영에 듣기로 K 건설 과장이라는 이선남... 그는 정상적인 회사원 같지는 않았소... 오히려 50줄에 가까운 남자의 비서와 같았소... 내가 알아낸 것은 딱 그 것 뿐이오.”
“.........”
철구는 남자에게 더 이상 해주고 싶어도 해줄 말이 없었다. 전부 털어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반응은 통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침묵을 하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떠는 철구였다.
“그... 그만... 다... 말했으니.... 풀어주시오... 날 풀어주시오.”
철구는 남자에게 사정을 했다. 그러나 남자는 한동안 가만히 철구를 내려 보고 있을 뿐이었다.
“풀어... 주시오... 제발...”
철구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고 있었고, 이 순간 남자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가 얼굴에 드러났다.
푹.
“케... 케에에엑.... 컥.”
갑작스레 남자의 오른 손이 철구의 목줄을 강하게 움켜쥐었고, 철구는 숨을 쉬지 못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강한 남자의 손아귀 힘을 다하지 못했고, 점점 시야가 흐릿해짐 느끼는 철구였다.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철구의 몸부림도 약해져만 갔다. 오직 철구의 귀에 들리는 건 남자의 싸늘한 음성뿐이었다.
“잘 가게.”
***
“아아아... 아앙...”
미연의 신음에는 음란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미연의 신음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이 강 이사였다. 강 이사는 대낮부터 둘째 집을 찾아 미연과 뜨거운 낮거리를 하고 있었다. 지난밤에 마신 술을 해독하는 데에는 섹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강 이사였다.
“오... 빠... 오빠... 더 깊게요... 더 깊게요.”
강 이사 앞에서 미연은 흔한 창녀와 다르지 않을 만큼 음란했다. 하지만, 미연은 젊고 아름다웠고 창녀와는 다르게 음란함마저 특별해 보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Y 대학시절 퀸카로 이름을 날릴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한 때는 연예계 진출도 꿈꾸던 그녀였다.
“우리 미연이... 오늘따라 뜨거운데?”
“몰라용... 아앙... 아아...”
강 이사는 미연의 소중한 그곳에 펌프질을 하면서 다른 두 손으로는 그녀의 풍만함과 매끄러움을 동시에 가진 몸을 어루만졌다. 미연의 몸은 얼굴만큼 완벽했다. 얼굴이 예쁘면 몸매가 아쉽고, 몸매가 예쁘면 얼굴이 아쉬운 여자가 많았다. 또한 몸매가 좋은 것 같아도 벗겨놓으면 가슴이 작다거나, 허리가 통짜거나, 골반이 빈약한 여자가 있기도 했다. 그런데 미연은 모든 것을 갖추었고, 더구나 하얀 피부를 가져서 그런지 나체만으로도 여신의 풍미가 느껴지는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존나... 맛있어... 헉... 헉..”
“오... 빠... 나 먹어서... 맛있어용”
“그... 그래... 더 쪼여봐.”
“... 으... 응.”
미연의 가슴은 풍만했지만 처짐이 없이 탄력이 느껴졌고, 그녀의 허리는 개미의 그것만큼 잘록했다. 그리고 골반은 항아리처럼 두꺼웠지만, 그 밑으로 향하는 다리는 길고 매끈했다. 그런 여자가 강 이사의 몸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쉰 살의 강 이사가 홀딱 빠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일이었다.
“으... 아앙... 아... 오빠... 나 미쳐... 미쳐요.”
“조... 조금만.... 조금만...”
강 이사가 마지막 힘을 다해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고, 이내 곧 사정의 임박을 느껴야 했다. 질 내 사정을 하더라도 미연에게 사후 피임약을 먹이면 될 문제였지만, 강 이사는 질 내 사정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정을 하려는 그 순간에 미연의 부드럽고 습한 그곳에서 성난 물건을 꺼내어 그녀의 입으로 우겨 넣었다.
“아앙... 압... 쪼옵.”
그리고 미연은 아주 정성스럽게 강 이사의 물건을 빨았고, 강 이사는 눈을 감고 마지막 황홀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 이사는 여자의 입 안에 사정을 하는 것을 즐겨했고, 미연이 자신의 성난 물건에서 나온 단백질을 모두 다 빨아 마시는 것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미연이 너무 예뻐.”
“오빠도 참...”
미연이 아양을 떨며 강 이사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강 이사는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25살의 나이 차이, 더구나 자신의 딸의 친구였지만, 어떠랴, 결국에는 한 침대에서 뒹굴 수 있는 남녀사인 것을... 강 이사는 이런 삶이야말로 남자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강 이사와 미연이 침대에서 섹스 후의 여운을 즐기고 있을 때, 이때 강 이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빠... 받지 마용.”
“자... 잠시만.”
미연이 한껏 애교를 섞은 목소리로 강 이사가 휴대폰을 받는 것을 제지했지만, 강 이사는 이 전화만큼은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강 이사의 휴대폰에는 ‘영어’라는 발신자의 이름이 떠 있었다. 차라리 강 회장이 전화를 했다면 받지 않았을 강 이사였지만, ‘영어’가 건 전화는 반드시 받아야만 했다.
“치...”
“잠시만. 우리 미연이 조금만 기다려.”
강 이사가 나체로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연을 뒤로하고 베란다로 향했다. 여전히 휴대폰은 울리고 있었고, 베란다에 도착한 강 이사는 문을 닫고 ‘영어’가 건 휴대폰을 받기 시작했다.
“영어냐?”
- 네. 이사님. 저 제트입니다.
‘제트’라 불리는 사내. 강 이사는 제트의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서 평소에 영어라 부르고 있었다. 제트는 강 이사의 또 다른 수족이었다.
“그래 제트 씨발놈아. 너 진짜 본명 안 쓸래?”
- 전 본명이 없습니다.
강 이사와 제트의 인연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강 이사 밑에는 분명이 선남이라는 수족이 있긴 했지만, 그로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때마침 강 이사가 믿을만한 정계의 거물 정치인으로부터 제트를 소개 받을 수 있었다. 군부대에서 특수 훈련을 받았다는 제트는 이때부터 강 이사의 수족이 되어서 선남과는 달리 음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제트의 일처리는 잔인하지만 무엇보다 깔끔했다. 강 이사는 이런 제트의 일처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그쯤해서 강 이사는 자신의 세 번째 정부에게 배신을 당하고, 또 부인의 계속되는 남자 바꿈에 질릴 대로 질려 있는 상태였다. 나름의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강 이사는 제트를 소개 받은 이후로는 자신의 신경을 건드는 사람들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조용히 제트를 시켜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제트고 영어고 나발이고... 일은?”
- 처리했고, 이사님이 우려할 일은 아닙니다.
“미행한 놈이 있었다면서?”
- 이사님을 미행한 것이 아니라, 이 과장을 미행한 것이었습니다.
“이 과장? 무슨 일인데?”
지난 밤, 강 이사는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제트의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강 이사는 제트에게 지시해서 자신을 미행한 사람을 잡아다가 족쳐보라고 했고, 지금의 통화는 그 결과 보고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었군.”
제트를 통해 간략하게 보고를 받은 강 이사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혹여나 누군가 자신의 행적을 미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되었고, 강 이사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 놈이 말한 이 과장의 상황이 사실인가?”
- 사실입니다.
“이 과장과 그의 아내가 서로 뒷조사를 시켰다라... 이 과장은 지금 온통 가정 걱정 밖에 없겠어.”
- 그렇습니다.
“그 밖에는?”
- 이 과장 역시 최근에 술만 마시고 있습니다. 강 회장으로부터는 별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럴 법도 하지. 아참... 그놈은 어떻게 했나?”
- 제가 알아본 바, 그 자의 말은 다 사실이었으나, 혹시나 몰라서 만일을 대비해...
“됐네. 수고했고... 쉬게.”
- 네.
제트와의 통화를 마친 강 이사가 베란다의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직도 자신의 차 주위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선남이 보였다.
“불쌍한지고...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라... 아니, 불쌍한 게 아니지. 그딴 년이랑 이혼을 하고 여러 여자 만나면서 즐기면 되는 것을... 쯧쯧... 저 녀석은 너무 착한 것이 문제라니까. 아마... 머리통이 깨질 만큼 고민이 많을 테지... 병신 같은 놈.”
강 이사는 선남을 향해 연민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비웃음을 날리기도 했다. 그저 여자 하나에 묶여 사는 선남이 바보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강 이사는 제트의 일처리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날이 선 사시미처럼 제트의 일처리는 빈틈이 없고 깔끔했다.
“하지만... 아직은 믿지 못할 놈이야. 그 믿음에 관해서는 이 과장을 따라올 수가 없지.”
강 이사는 사람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제트가 일처리가 깔끔하긴 했지만, 선남만큼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선남은 자신의 밑에서 무려 10년 간 이나 일을 한 사람이었다. 그 세월의 무게감은 그 누구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과장을 끝까지 믿을 수도 없겠지... 흐흐.”
제트는 선남보다 10살이 어렸다. 그리고 선남보다 더 확실하게 일처리를 해주고 있었다. 강 이사는 아직 두 개의 칼을 쥐고 있긴 했지만, 선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제트에 신뢰가 간다면 과감히 선남을 버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장과 제트라... 재밌는... 싸움이 되겠구만... 풋.”
... 계속
철구는 힘겹게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을 추슬러 일어날 수는 없었다. 비록 정신을 차린 철구였지만, 그 대가로 온 몸의 통증과 싸워야만 했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몸이 성한 데가 없는 철구였다.
“여... 여... 긴 어디지?”
철구는 자신이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정신을 차린 후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사방이 어두웠고, 찬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철구는 자신이 어느 장소에 갇혔으리라 생각되었다.
“씨... 발... 으... 윽... 아파 죽겠네... 어떤 새끼지.”
올해 35살의 철구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일정의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을 뒷조사를 해주거나 혹은 폭력이 필요한 경우에 그것을 대신해주기도 했다. 음지의 일이고 나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철구는 10년이 넘는 아무 탈 없이 흥신소를 운영해 왔었다. 물론, 여기에는 철구의 능력과 경험이 뒤 바탕이 되었다.
“... 창고인가? 씨발... 어떤 새끼가 날 납치한 것이지?”
철구는 한 남자를 뒤쫓고 있었다. 그 남자의 뒤를 쫓은 이유는 딱 하나이다. 돈 때문이었다. 그 남자의 부정행위의 증거를 찾는다면 족히 수 천 만원의 돈을 받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며칠 간 그 남자의 뒤를 쫓았지만 별 달리 부정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철구가 보기에 그 남자의 일상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K 건설 과장이라고 들었던 그 남자는 분명 집에서 출근을 하긴 했지만, 회사로 가는 경우는 없었다. 회사에 들리더라도 많은 시간을 머물지는 않았다. 오히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등치 큰 또 다른 남자를 수행하고 있었다. 운전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K 건설 과장이라기보다는 마치 등치 큰 남자의 비서와 같았다.
“.... 으... 아아악.”
어둠속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던 철구는 깊은 신음을 내뱉어야 했다. 자신을 납치한 사람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왼쪽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다. 도망이라도 가야한다고 생각한 철구였지만, 일어서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젠장!!!!!!!!!!!”
암울한 현실에 악을 질러보는 철구였다. 그리고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나갔다.
“... 집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맞아... 어떤 새끼가... 윽... 아.... 윽... 윽... 목도 마르고 죽겠구만....”
철구는 자신이 쫓는 남자를 미행했다. 물론, 자연스레 자신이 쫓는 K 건설 과장의 상사로 보이는 등치 큰 남자의 집까지 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마치 한 마리의 야수처럼 철구는 그들이 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통수에 큰 충격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누군가 강력한 손아귀 힘으로 자신의 목을 잡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소리는커녕 숨조차 쉬기 힘들었던 철구는 그대로 정체모를 사람에게 끌려갔고,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던 것이었다.
“씨발... 그렇게... 힘이 세다니... 젠장... 무슨 일인지... 엿 같은 상황에... 왜 내가 있는 건지... 아 씨발...”
흥신소를 운영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로는 폭력이 필요했고 철구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큰 사고 없이 흥신소를 운영해왔다. 이 말은 곧, 싸움에 대해서는 철구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는 말이고 철구 스스로도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기습을 당했다고 하나 정체모를 사람에게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폭행을 당한 후 납치까지 당하다니, 철구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자신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강한... 녀석이면... 난... 아... 씨발... 어떻게 되는 거지... 젠장.”
한 순간이었지만 철구는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지금은 폭행을 당한 후, 부상까지 입었기 때문에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철구였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철구야... 이 위기... 벗어날 수 있다... 벗어날 수 있어...”
자신이 왜 납치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철구였다. 하지만,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것만 자신이 내줄 수 있으면, 더 큰 문제없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철구였다. 아니, 나가야 했다. 인생이란 타협과 거래의 연속이 아니던가?
끼이익.
“으으... 윽.”
철구가 자신의 안전에 대해 생각을 할 무렵, 창고의 한 쪽에서 문이 열렸고, 동시에 밝은 빛이 들어오자 철구는 눈을 감아야 했다. 그리고 철구는 빛에 익숙해져 눈을 뜨기도 전에 복부에서 큰 통증을 느껴야 했다.
타다닥.
퍽.
“으.....”
갑자기 누군가 달려와서 철구의 복부를 강하게 발로 차버린 것이었다. 명치에 제대로 맞은 철구는 소리는커녕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고, 두 손으로 배를 잡은 채, 켁켁 거리다가 얼마 지나지않아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에에엑.”
정신이 없는 철구였지만, 구토를 마친 후,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을 때린 사람이 누군지 확인을 했다. 문이 열린 후, 햇빛이 들어와서 그런지 비교적 창고 안은 밝았고, 철구의 눈에도 자신을 폭행한 사람이 똑똑히 보였다.
“당... 당신은... 누구...”
“이름이 무언가?”
철구의 물음에 대답은커녕 되묻는 남자는 누가 보더라도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키는 185cm는 족히 넘어 보였고, 건장한 체격에 얼굴은 눈매가 날카로워서 그런지 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퍽.
철구가 대답을 하지 않자, 남자는 곧바로 다시 한 번 발길질을 했고, 철구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큰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그... 그만....”
“이름이 무언가?”
“처... 철구... 이철구.”
남자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포커페이스라는 말일 생각 날정도로 아무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그만큼 행동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철구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남자의 대답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한다면 폭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미행을 했나?”
“... 의... 의뢰를 받았소.”
“누구에게?”
남자의 질문은 거침이 없었다. 오로지 정확한 대답만을 듣기를 원하는 듯, 짧고 핵심적인 질문만 철구에게 던졌다.
“... 민... 민지영이라는... 여자였소.”
“민지영?”
아주 잠시였지만 철구의 대답에 남자의 표정이 잠시 바뀌었다고 돌아왔다. 민지영이라는 이름에 ‘의외’라는 생각을 한 듯 했다.
“... 민지영이라는... 여자가... 선남... 이선남의 뒤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소.”
“그렇군. 네 타겟이 이선남이었군.”
“오해가... 있다면... 날 풀어주시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철구는 남자가 자신을 오해하고 폭행 후 납치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미행한 사람이 이선남인 것을 알지 못하는 듯 때문이었다.
“선남을 미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남자는 철구의 말은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이 궁금한 사실에 대해서만 질문을 했다. 철구는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약자인 만큼 남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의뢰... 의뢰를 받았다고... 했지 않소.”
대답을 마친 철구가 남자의 눈치를 봤고, 순간 그의 표정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뿔사라고 느낀 철구는 이어 다시 재빨리 입을 열었다.
“사실... 처음... 나에게 의뢰를... 한 사람은 이선남이었소.”
“그렇군.”
“이선남은 자신의 아내... 민지영이라는 여자를 의심하고 있었소... 뒷조사를 해달라고 했고... 난 한달 간의 추적 끝에... 민지영이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임을... 알 수 있었소.”
“계속.”
남자는 짧지만 강한 어조였다. 철구는 그 남자에게 위압감을 느껴야 했고, 자신이 솔직히 대답을 하는 것이 살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구는 잠시 남자의 눈치를 살핀 후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러면 안 되지만... 그 불륜 사실을 이선남에게 알리지 않았소.”
“돈 때문인가?”
“그렇소. 난 오히려... 민지영과 그녀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를 협박했소. 이선남의 의뢰를 끝나면 잔금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뿐이라고 생각했소. 오히려 부정한 짓을 하는 그 둘을 협박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그런데 왜 이선남을 미행했나?”
“다... 다시 말하지만... 민지영의 의뢰가 있었소. 어느 날... 민지영이 홀로 나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는 나에게 제안을 했소. 이렇게 협박을 받는 것이 괴롭다며... 차라리 큰돈을 줄 테니... 자신의 남편의 뒷조사를 부탁했었소. 그녀가 제안한 돈이 무려 오천만원... 차라리 일 처리를 해주고 그 돈을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에... 이선남을 미행했던 것이오.”
“그렇군.”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오.”
철구의 말은 거의 사실이었다. 선남을 추적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았기에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철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다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며칠을 미행했나?”
“... 나... 나흘이오.”
“이선남에 대해 알아낸 것은?”
“거...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하오.”
“거의?”
“민지영은... 이선남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소.”
“이유는?”
집요하게 묻기만 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철구는 차분히 대답을 이어갔다.
“듣기로... 이선남은 가정에... 소홀하다고 했소.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민지영과 잠자리를 가진 적도 없다고 했소. 고자가 아닌 이상.... 남자가... 그냥 참고 살지는 않을 것이고... 민지영은 이선남이 불륜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유흥업소에 들락날락하는 모습이라도 찍어오길 원했소... 아무래도 이혼을... 하려는 듯...”
“그렇군.”
남자의 짧은 말투가 더욱 더 거슬리는 철구였다.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였고, 철구는 그만큼 신변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졌다.
“여기... 까지오... 더... 이상... 아무것도...”
“하나 더.”
“정... 정말... 모르오.”
“이선남을 나흘간 추적하며 무엇을 알아냈나?”
“아... 아무것도... 없었소. 정말 아무것도 없었소. 그는 술도 혼자... 먹는 사람이오. 비록 나흘 간이었지만... 민지영이 원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소... 단지... 이상한 점은...”
“이상한 점?”
“민지영에 듣기로 K 건설 과장이라는 이선남... 그는 정상적인 회사원 같지는 않았소... 오히려 50줄에 가까운 남자의 비서와 같았소... 내가 알아낸 것은 딱 그 것 뿐이오.”
“.........”
철구는 남자에게 더 이상 해주고 싶어도 해줄 말이 없었다. 전부 털어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반응은 통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침묵을 하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떠는 철구였다.
“그... 그만... 다... 말했으니.... 풀어주시오... 날 풀어주시오.”
철구는 남자에게 사정을 했다. 그러나 남자는 한동안 가만히 철구를 내려 보고 있을 뿐이었다.
“풀어... 주시오... 제발...”
철구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고 있었고, 이 순간 남자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희미한 미소가 얼굴에 드러났다.
푹.
“케... 케에에엑.... 컥.”
갑작스레 남자의 오른 손이 철구의 목줄을 강하게 움켜쥐었고, 철구는 숨을 쉬지 못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강한 남자의 손아귀 힘을 다하지 못했고, 점점 시야가 흐릿해짐 느끼는 철구였다.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철구의 몸부림도 약해져만 갔다. 오직 철구의 귀에 들리는 건 남자의 싸늘한 음성뿐이었다.
“잘 가게.”
***
“아아아... 아앙...”
미연의 신음에는 음란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미연의 신음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이 강 이사였다. 강 이사는 대낮부터 둘째 집을 찾아 미연과 뜨거운 낮거리를 하고 있었다. 지난밤에 마신 술을 해독하는 데에는 섹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강 이사였다.
“오... 빠... 오빠... 더 깊게요... 더 깊게요.”
강 이사 앞에서 미연은 흔한 창녀와 다르지 않을 만큼 음란했다. 하지만, 미연은 젊고 아름다웠고 창녀와는 다르게 음란함마저 특별해 보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Y 대학시절 퀸카로 이름을 날릴 만큼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한 때는 연예계 진출도 꿈꾸던 그녀였다.
“우리 미연이... 오늘따라 뜨거운데?”
“몰라용... 아앙... 아아...”
강 이사는 미연의 소중한 그곳에 펌프질을 하면서 다른 두 손으로는 그녀의 풍만함과 매끄러움을 동시에 가진 몸을 어루만졌다. 미연의 몸은 얼굴만큼 완벽했다. 얼굴이 예쁘면 몸매가 아쉽고, 몸매가 예쁘면 얼굴이 아쉬운 여자가 많았다. 또한 몸매가 좋은 것 같아도 벗겨놓으면 가슴이 작다거나, 허리가 통짜거나, 골반이 빈약한 여자가 있기도 했다. 그런데 미연은 모든 것을 갖추었고, 더구나 하얀 피부를 가져서 그런지 나체만으로도 여신의 풍미가 느껴지는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존나... 맛있어... 헉... 헉..”
“오... 빠... 나 먹어서... 맛있어용”
“그... 그래... 더 쪼여봐.”
“... 으... 응.”
미연의 가슴은 풍만했지만 처짐이 없이 탄력이 느껴졌고, 그녀의 허리는 개미의 그것만큼 잘록했다. 그리고 골반은 항아리처럼 두꺼웠지만, 그 밑으로 향하는 다리는 길고 매끈했다. 그런 여자가 강 이사의 몸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쉰 살의 강 이사가 홀딱 빠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일이었다.
“으... 아앙... 아... 오빠... 나 미쳐... 미쳐요.”
“조... 조금만.... 조금만...”
강 이사가 마지막 힘을 다해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고, 이내 곧 사정의 임박을 느껴야 했다. 질 내 사정을 하더라도 미연에게 사후 피임약을 먹이면 될 문제였지만, 강 이사는 질 내 사정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정을 하려는 그 순간에 미연의 부드럽고 습한 그곳에서 성난 물건을 꺼내어 그녀의 입으로 우겨 넣었다.
“아앙... 압... 쪼옵.”
그리고 미연은 아주 정성스럽게 강 이사의 물건을 빨았고, 강 이사는 눈을 감고 마지막 황홀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강 이사는 여자의 입 안에 사정을 하는 것을 즐겨했고, 미연이 자신의 성난 물건에서 나온 단백질을 모두 다 빨아 마시는 것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미연이 너무 예뻐.”
“오빠도 참...”
미연이 아양을 떨며 강 이사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강 이사는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25살의 나이 차이, 더구나 자신의 딸의 친구였지만, 어떠랴, 결국에는 한 침대에서 뒹굴 수 있는 남녀사인 것을... 강 이사는 이런 삶이야말로 남자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강 이사와 미연이 침대에서 섹스 후의 여운을 즐기고 있을 때, 이때 강 이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오빠... 받지 마용.”
“자... 잠시만.”
미연이 한껏 애교를 섞은 목소리로 강 이사가 휴대폰을 받는 것을 제지했지만, 강 이사는 이 전화만큼은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강 이사의 휴대폰에는 ‘영어’라는 발신자의 이름이 떠 있었다. 차라리 강 회장이 전화를 했다면 받지 않았을 강 이사였지만, ‘영어’가 건 전화는 반드시 받아야만 했다.
“치...”
“잠시만. 우리 미연이 조금만 기다려.”
강 이사가 나체로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연을 뒤로하고 베란다로 향했다. 여전히 휴대폰은 울리고 있었고, 베란다에 도착한 강 이사는 문을 닫고 ‘영어’가 건 휴대폰을 받기 시작했다.
“영어냐?”
- 네. 이사님. 저 제트입니다.
‘제트’라 불리는 사내. 강 이사는 제트의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서 평소에 영어라 부르고 있었다. 제트는 강 이사의 또 다른 수족이었다.
“그래 제트 씨발놈아. 너 진짜 본명 안 쓸래?”
- 전 본명이 없습니다.
강 이사와 제트의 인연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강 이사 밑에는 분명이 선남이라는 수족이 있긴 했지만, 그로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때마침 강 이사가 믿을만한 정계의 거물 정치인으로부터 제트를 소개 받을 수 있었다. 군부대에서 특수 훈련을 받았다는 제트는 이때부터 강 이사의 수족이 되어서 선남과는 달리 음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제트의 일처리는 잔인하지만 무엇보다 깔끔했다. 강 이사는 이런 제트의 일처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그쯤해서 강 이사는 자신의 세 번째 정부에게 배신을 당하고, 또 부인의 계속되는 남자 바꿈에 질릴 대로 질려 있는 상태였다. 나름의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강 이사는 제트를 소개 받은 이후로는 자신의 신경을 건드는 사람들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조용히 제트를 시켜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제트고 영어고 나발이고... 일은?”
- 처리했고, 이사님이 우려할 일은 아닙니다.
“미행한 놈이 있었다면서?”
- 이사님을 미행한 것이 아니라, 이 과장을 미행한 것이었습니다.
“이 과장? 무슨 일인데?”
지난 밤, 강 이사는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제트의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강 이사는 제트에게 지시해서 자신을 미행한 사람을 잡아다가 족쳐보라고 했고, 지금의 통화는 그 결과 보고를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었군.”
제트를 통해 간략하게 보고를 받은 강 이사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혹여나 누군가 자신의 행적을 미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게 되었고, 강 이사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 놈이 말한 이 과장의 상황이 사실인가?”
- 사실입니다.
“이 과장과 그의 아내가 서로 뒷조사를 시켰다라... 이 과장은 지금 온통 가정 걱정 밖에 없겠어.”
- 그렇습니다.
“그 밖에는?”
- 이 과장 역시 최근에 술만 마시고 있습니다. 강 회장으로부터는 별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럴 법도 하지. 아참... 그놈은 어떻게 했나?”
- 제가 알아본 바, 그 자의 말은 다 사실이었으나, 혹시나 몰라서 만일을 대비해...
“됐네. 수고했고... 쉬게.”
- 네.
제트와의 통화를 마친 강 이사가 베란다의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직도 자신의 차 주위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선남이 보였다.
“불쌍한지고...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라... 아니, 불쌍한 게 아니지. 그딴 년이랑 이혼을 하고 여러 여자 만나면서 즐기면 되는 것을... 쯧쯧... 저 녀석은 너무 착한 것이 문제라니까. 아마... 머리통이 깨질 만큼 고민이 많을 테지... 병신 같은 놈.”
강 이사는 선남을 향해 연민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비웃음을 날리기도 했다. 그저 여자 하나에 묶여 사는 선남이 바보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강 이사는 제트의 일처리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날이 선 사시미처럼 제트의 일처리는 빈틈이 없고 깔끔했다.
“하지만... 아직은 믿지 못할 놈이야. 그 믿음에 관해서는 이 과장을 따라올 수가 없지.”
강 이사는 사람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제트가 일처리가 깔끔하긴 했지만, 선남만큼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선남은 자신의 밑에서 무려 10년 간 이나 일을 한 사람이었다. 그 세월의 무게감은 그 누구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과장을 끝까지 믿을 수도 없겠지... 흐흐.”
제트는 선남보다 10살이 어렸다. 그리고 선남보다 더 확실하게 일처리를 해주고 있었다. 강 이사는 아직 두 개의 칼을 쥐고 있긴 했지만, 선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제트에 신뢰가 간다면 과감히 선남을 버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장과 제트라... 재밌는... 싸움이 되겠구만... 풋.”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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