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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4 930회 0건
은채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2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이미 욕정의 감가상각이 이뤄진 나는 가볍게 웃었다.

"일어났어? 그럼 이제 집에 가자."

머리 속이 깨끗했다.



자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 낯선 곳에 있다면 두려움부터 느껴야하지만, 내 얼굴이 너무 담백했나보다.
은채는 생각보다 안정적이었고 나는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나는 그만큼 손을 젓는다.

사과를 해야할 쪽은 내 쪽인데, 아무리 그래도 과년한 처자를 덜컥 모텔로 데려온 것은 잘못인데...

"선배 미안, 정말 미안해!.."
"아냐 아냐, 내가 더 미안하지."

우리는 그렇게 바보처럼 상대방에게 연거푸 고개를 숙인다.


멋쩍은 웃음을 얼굴에 덧칠한다, 단 둘이 모텔에서 뭐하고 있는지...
말이 끊기면 어색해진다는 걸 알기에 나는 계속 조잘거리며 은채를 데리고 모텔을 나왔다.


"그래.. 늦었는데 집에 잘 들어가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택시 한대를 잡아선 은채를 태웠다. 새벽이라 그런지 오지랖이 더욱 앞선다.
혹시 몰라 택시 번호판도 찍어주고, 기사 얼굴도 확인했다.

"기사님 잘 부탁드릴께요, 요금은 여기요."

그러면서 2만원을 쥐어준다.

"선배! 여기서 우리집까지 만원 밖에 안나와, 괜찮아 내가 낼께!"

그녀는 파들짝 놀라며 나를 만류한다.

"거스름돈 생기면 받아놔, 그걸로 나중에 진짜 한턱 쏘구."

슬쩍 웃으며 건네는 말에 은채 얼굴은 홍시 마냥 달아오른다.

"그..그.. 다음에는 내가 꼭 계산할거니까..!"

부끄러운지 은채는 빽- 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나는 웃으며 그러라고 말한다.
그녀는 성에 안차는지 씩씩거렸지만 내가 잽싸게 택시 문을 닫아주어, 그것은 하릴없는 아우성이 된다.
결국 어깨를 한번 으쓱 한 은채는 전화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이곤 떠났다.
그녀가 탄 택시가 골목을 빠져나갈 때까지 본다. 빨간 램프등이 그녀의 볼에 핀 열꽃 같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벤치에 앉는다. 이제서야 붉은 빛이 사라진것 같다.
담배 한개피를 꺼내서 입에 문다. 불을 붙이곤 천천히 빨아들인다.

오늘 하루만 10만원 가까이 썼구만..

대학생에게 10만원은 큰 돈이다. 아껴서 담배를 피는 내게는 족히 두달은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생각해서 숙박을 하지 않고 대실을 한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만약 숙박이었다면, 은채를 저렇게 택시에 태워 보냈을까.

다시 생각해봐도 자신이 없다.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분명 잘한 선택이었다고, 좋은 기분이라고 여겼다.
은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휴대폰을 들었다.
카톡을 보냈다.


[ 비소야 자냐? ]

네 말대로 잘됐어.


(끝)



- 같은, 비소와 하서윤




< 형, 나 요새 힘들어... >

집에 돌아와서는 가볍게 씻었다. 물 좀 마시러 갔다왔더니 어느새 카톡 알림이 떠 있다.

[ 안잤네? ]

< 응.. >

평소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만큼 비소는 침울했다.

[ 왜 그래? 무슨일 있어? ]

정말 맹세컨데 대화를 쉽게 풀어가기 위해서 "척" 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구분없이 그녀는 내게 소중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카톡을 보낸 이유는 따로 있다고해도, 걱정은 정말이었다.

< 몰라 그냥..후... >

비소는 쉽사리 얘길 꺼낼 생각이 없어보인다.
왠지 저 마음을 잘 알 것 같았다. 바로 얼마 전만 하더라도 내가 저런 경우에 있지 않았던가.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특히 얄팍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겐 그 자체가 장벽이다.
내가 본 그녀가 맞다면,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을게 뻔했다.

[ 편하게 생각해. 어차피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 들어줄 사람 있는게 어디냐? ]

임금님 귀에는 대나무 숲이 있었고, 온라인 카톡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 음, 그런가?.. >

비소도 조금은 마음이 움직이는게 보인다. 약간의 침묵이 오가고,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 형.. 있잖아, 내가 요즘 너무 힘들어. 그렇다고 아픈건 아니고.. 아 씨;; ]

그녀가 쭈삣거리며 보내는 문자를 조바심 없이 읽어내린다. 둘러둘러 말하는 건 답답하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캐묻는다면 그녀 역시 속마음과 함께 움츠려들 확률이 높았다.

여기선 기다려 주자.

아마도 그런 짐작이 옳았나 보다, 비소는 고해성사를 하듯 천천히, 하지만 또박또박 토해낸다.

[ 과에 나한테 잘해주는 동기가 있어. 남자구.. 그냥 이것 저것 잘 챙겨줘. ]
[ 걔가 원래 선배님들이나 동기들한테도 잘하는데 유독 나한텐 더 살갑게 구는거 같아. ]
[ 동기들도 "쟤가 관심있는거 아니냐"고 은근슬쩍 엮어주는데 걔도 싫어하는거 같진 않고.. ]
[ 뭐, 나도 계속 그러니까 좀 신경쓰이고.. 키도 크고 말라서 잘 꾸미고 다니고 하니깐 괜찮아보이고.. ]
[ 사실 우리 과에서 대충하고 다니는 애들이 잘 없기도 하고 암튼.. 아, 말 안했나? 우리과 패션과 거든. ]
[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이런건 처음이라.. ]

비소가 조심조심 내게 털어놓은 건 연애상담이었다. 물론 나는 들어주기만한 입장이지만.

< 그러니까 걔랑 썸타고 있다고? >

의외의 고민이라 나도 모르게 되묻는다.

[ 썸이라면 썸이고.. ]

얘가 내가 알던 걔가 맞나?

그 발랑까질만큼 씩씩한 중학생은 온데 없고, 수줍은 꽃봉우리를 내세우는 여인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여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웃음을 참기 어렵다.

나는 네가 누군지 알고 있는데 너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구나.
비소, 아니 하서윤 그녀는 나와 같은 대학교를 다닌다. 심지어 우리는 만난 적도 있다,
서로가 누군지 몰랐지만 말이다.

서윤이가 내 커피친구였다.

그 날 도서관에서 받은 번호를 입력하려다 얼마나 놀랬던가, 잘못 입력했나 싶어 너뎃번을 다시 눌러봐도
휴대폰에는 이미 저장된 번호로 떴다. 그것도 하서윤이라는 이름 그대로.

처음엔 반가움이 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할지 난감해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여기까지 숨기게 된 것이었다.

창피하지도, 쑥쓰럽지도 않은건데 타이밍이 참...

항상 타이밍이 문제다.

서윤이는 아직 날 모른다. 아마 앞으로도 모를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윤이 성격에 자기 연애고민 같은걸 함부로 털어 놓는다는 건 이해가 되질 않으니까.
얼굴도 모르는 사람, 그것도 온라인 상의 얇팍한 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힘이 되었을거다. 적나라하게 드러내고도 꼬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전혀 리스크 없는 하이 리턴의 수확.
그게 지금의 나에 대한 취급이었다.
방금 전 양치를 하고 나왔지만 입안에 백태가 낀듯 텁텁하다.
손톱을 세워 혓바닥을 진득하게 긁어봐도 나오는 건 없다, 이게 씁쓸함인가 보다.
가슴 속에서 덩어리지며 가라앉는 위화감을 느낀다.

기브 앤 테이크,


< 한번 둘이서 얘기해보지? >

결국 나도 삐죽거리는 말이 튀어나왔다.

[ 그냥 바로?; ]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악한 내 질투심까지 전해지진 않았다.
서윤이는 쭈삣거리며 다시 확인하듯 되묻는다.

[ 형, 아무래도 그렇잖아.. 진짜 걔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덜컥 말했다가... 으음 아니다 이런 말까지는 좀... ]

말을 끊는 모양새가 칼로 자른 듯 매끈하다.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을, 나는 금방 눈치챘다.

< 다 털어놓기에는 잘 모르는 내가 부담스럽지? >

나는 그녀가 숨기고 싶어했던 말을 그대로 끄집어 돌려준다.
오히려 이럴때 직구를 던지면 타자는 방망이 한번 휘두르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 아.. 그런건 아니고, 훔.. 사실 아무한테도 말한게 아니라서 약간은 좀.. ]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맞다며 결국 시인하고, 나는 묵묵히 기다린다.
말은 칼보다 날카롭지만, 침묵은 그보다 단단했다.

[ ..으휴..쉬운 여자로 보일 수도 있고..나는 연애가 처음인데, 소심하다고 싫증내면 어떡해... ]

서윤이와 나 사이의 보이지않는 밀당은 내쪽으로 기운듯 싶었다.
결국 그녀는 속마음을 조금씩이나마 꺼내서 보여주기 시작한다.

< 소심? 네가?ㅋ >

나는 모르는 척 그녀를 떠본다.

[ ...형ㅠ 사실 내가 온라인과는 다르게 엄청 얌전하단마랴ㅠㅠㅠ... ]

아, 물론 난 알고 있지.

< 그래? 의왼데 이거~ >

하지만 모른 척 그녀를 몰고 간다.

< 내가볼땐 그 남자쪽도 분명히 마음이 있는거 같거든? 그리고 상대방이 자꾸 부끄럽다고 빼기만 하면 오히려 김만 빠져. 지금은 네가 들어갈 타이밍 맞으니까, 한번 적극적으로 어필해봐. >

서윤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답변해준다.

이런게 진짜 연애 상담 아니겠는가.
적당주의는 그녀가 선을 그은 이상 앞으로 나와 함께 할 것이다.

< 그리고, 적극적인 여자 누가 싫대? 남자들은 다 스킨쉽 잘하고 당당한 여자한테 더 매력을 느낀다구. 내 말이 맞을껄? 쿨한게 얼마나 중요한데.. >

나는 서윤이의 등을 슬쩍 밀어본다. 아주 약하고 은밀한 강도의 말이라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힘은 온전히 전해져서 그녀의 선택지를 좁히게 될 것이다, 생각한 대로만 된다면 말이다.

[ 음..으음... ]

[ 알았어, 한번 해볼께..! ]

그녀가 선을 밟는게 느껴진다. 다행히 잘 다뤄진 듯 하다.


< 그래도 너무 빨리 다 주진 말구.. 알지? >

요건 진심이었다.

뻘쭘하게 던진 한마디지만 아마 그녀도 내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아마도...

[아..형;; 진짜...]


일단 알아듣기는 했네.



그 이후로 서윤이와 카톡의 횟수가 잦아졌다. 처음 물꼬를 트는게 어려운 사람일수록, 결국 쉽게 다 주고 만다.
스스로가 소극적이라던 그녀도 하나둘씩 덩어리진 고민을 꺼내놓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잘한 부분까지도
즉각즉각 물어보고 토해놓기 바빠진 모양새다.

[ 형!! 오늘 걔가 내 옆자리에 앉았어! ]

[ 오늘은 밥 사달라고 끈덕지게 붙더라구; ..뭐 사주니까 야무지게 잘 먹긴 하더라 히히~ ]

[ 주말에 자기 알바하는데 놀러와고 하는데, 마치고 맛있는거도 사준다는데.. 이거도 혹시 데이트 맞아?? ]

서윤이의 문자가 쌓여 갈수록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갔고, 다행히도 둘 사이에 진전이 있어보였다.

< 에이~ 남자가 마음이 있구만. 알바 끝나면 피곤할텐데 적극적인거 보면 모르겠냐? >

나는 적당히 맞장구 쳐준다.

[ 헤헤, 역시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이나 헤헤~ ]

내 말은 꿀처럼 그녀의 귀를 휘감는다.

< 무조건이야, 무조건! >

말은 그렇게 이어가지만 내심 배알이 꼴린다.

도대체 뭐하는 놈일까? 어떻게 생겼길래 서윤이가 저렇게 배실거리지?
누구는 적당적당하게 굴어도 여자가 알아서 꼬이는데, 또 누구는 며칠씩이나 좃뺑이 까는구나.

< 비소야, 진짜 잘됐으면 좋겠다. >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걸 막기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 형.. 진짜 고마워..!! 잘되면 꼭 형한테 먼저 말할께!! ]

그녀가 카톡을 보냈지만, 나는 답장을 보낼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아무렇게나 침대에 던져두곤 부엌으로 갔다. 생수 한통을 꺼내서 입을 대고 마신다.
바짝 마르던 입술이 부들해진 느낌이 든다.

오늘 학교에서 만난 서윤이는 평소와 좀 달랐다.
간단한 티셔츠에 통 넓은 청바지 일색이던 평소와는 달리, 오늘은 타이트한 탱크탑에 스키니 진으로 몸매를
과시하고 있었고 늘 우중중해보이던 긴머리는 살짝씩 컬을 넣어서 웨이브를 주는 둥,
척 보기에도 신경쓴 티가 역력했다.
발그레한 볼 마냥 화장기 비추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내 마음에 들면 들수록 달그락 거리는 의자에 앉은 기분이다.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이 눈 앞에 있는데 내 몫이 아니라면?
마치 내 입에 들어온 사탕을 채 몇번 굴리기도 전에 다시 빼내가버린 것만 같았다.
그 남자새끼는 뭐하는 놈일까, 괜찮은 녀석일까, 정말 비소를 좋아하는게 맞을까,
그냥 비소가 만만해서 한번 찝적대는건 아닐까,
그러다 덥썩 넘어오면 한번 먹어볼려고..
검은색 먹선을 신경질적으로 휘젓는다, 금새 생각이 끊겼다.
잘 되서 좋아하든, 못 되서 펑펑 울든 당분간은 비소를 보고 싶지 않다.




"어머 어머, 어쩜 저런..."

"엄마, 일찍 일어나셨네요?"

잘 떠지지 않아 찌그러진 눈으로 거실에 계신 엄마를 바라본다.

"설기야 글쎄, 살인사건이 났댄다! 그것도 이 근처에서.."

엄만 TV를 보고 계셨고, TV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눈꼽이 덕지덕지 붙은 눈이 번쩍 뜨인다.

"어디서요??"

"XX동이라고 하던데, 요 근처 00구에 있다는데..."


XX동, 잘 알고 있다. 항상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갈때 지나치는 곳이다.
끈적한 침이 목에 눌러붙어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부엌 냉장고에서 생수 한통을 꺼낸 다음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셨다.

"무섭네요, 거 참..."

덕분인지 오늘 밥은 별로 맛이 없었다.



학교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하며 대충 때운다.
학교 매점에서 산 빵이다.
불벅이라는데, 표지에 그려진 먹음직스러운 녀석이 내가 먹고 있는 것과 같은 제품인지 도무지 의심스럽다.
억지로 한입 더 베어물지만 MSG가 가득한 소스 맛 이외에는 퍼석한 식감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채 반도 먹지 못한 불벅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구겨 던진다.
하필, 오늘은 은채랑 시간표가 엇갈린 날이라 수업 내내 다가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더럽게 배고프고 더럽게 심심하구만, 하...

아침에 뉴스에서 봤던 찝찝한 사건이 하루종일 머리 속을 차지한 느낌이었지만,
어차피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훌훌 털어버리곤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잔 흠집이 나있는 까만 휴대폰, 나는 그 옆에 또 하나의 휴대폰을 꺼내서 나란히 둔다.
평소 아이폰5를 쓰는 내가 휴대폰 두개를 챙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까만 휴대폰은 어머니가 사용하셨던 구형 모델이다.
내가 군대에 가기도 전에 쓰셨다가 바꾸셨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공기계다.
나는 바지 뒷 호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끄집어냈다. 거기엔 조그만 유심이 붙어있다.
이 유심은 선불 유심이다. 해외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쓰였지만 우리나라에는 통신사의 횡포로 한참 밀려났던,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꽤 고개를 디미는 녀석이었다. 일정한 금액을 유심 칩에 충전하면 그만큼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기에 합리적인 비용이 나오곤 한다. 나는 유심을 떼어내서 구형폰에 삽입했다.
간단한 인증절차가 끝나고 카드를 신청할때 정했던 전화번호가 배정된다.
이제 이 녀석은 휴대폰으로써의 정상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한 것보다 간단했던 과정에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온다. 준비된 과정의 초반부에 지나지 않지만
생각한대로 착착 진행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벼운 고양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나는 이 선불폰을 이용해서 서윤이와 연락할 생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선불폰을 통해서"만" 그녀와 연락하려는 것이다.
서윤에게 내 정체를 드러내기엔 꽤나 지나쳐 버렸다.
그럴 바엔 이쪽에서도 비소와 서윤이를 철저히 분리해서 대할 생각이었다.
이미 기존의 연락처를 팔린 비소에게는 어쩔 수 없이 내 번호가 알려져있지만 서윤이는 다르다,
이 선불폰을 잘만 이용한다면 충분히 구분지어 연락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해봐야겠지?

저번에 받은 번호로 나는 전화를 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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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은 5월입니다.
지난주부터 거의 글을 쓰지 못했는데,
이럴때마다 조금씩 써둔 비축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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