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호에 첫눈이 왔다.
호수가 되어버린 강엔 곧 얼음이 얼것이다. 춘성군과 춘천을 잇는 배가 운항을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2시간마다 한번 있는 버스를 타고 강건너 편으로 와선 두껍게 얼음이 얼어붙은 강을 걸어서 건너야 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로 20분거리를 무려 2시간이 넘게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하늘을 하얗게 수놓은 눈은 옷에 얼굴에 머리에 떨어지며 하얗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지만, 푸른 호수에 떨어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수없이 하얀가루를 던져 넣어도 호수는 푸르름을 유지하며 눈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박인숙, 박인혜 두 자매는 2살차이로 언니인 인숙이 3학년 인혜는 1학년이다. 두 자매를 학교를 보내는 아버지는 농사일로 허리가 휠지경이지만, 어여쁜 자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들은 다들 상고를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지주격인 정현동이 어릴때부터 두 자매를 귀여워했었어서 그의 후원을 입어 인문계고교를 보낼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정현동이 두자매중 하나를 며느리로 삼을지도 모를거란 이야기가 돌은 것은 그즈음에서 였다.
호수에 첫눈이 오면 곧 겨울이다. 겨울은 미리 눈을 내려보내 닥쳐올 춘천호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라고 다짐을 주는 것이다.
“언니 대학은 정했어” 인혜에게 인숙은 우상격이다. 예쁘기야 인혜가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인숙의 지적인 면은 그 차분한 얼굴만큼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동네사람들도 자기들끼리 뒤에서 수근거릴 정도이다.
“예쁘기야 인혜지만, 결혼해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건 인숙이야. 인혜에 가려서 그렇지 인숙이도 어디 내놓아도 안빠지지. 쟈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남학생들이 나래비로 줄을 설 것이여”
인숙은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은 재원으로 학교에서도 능히 서울의 명문대를 갈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만 인숙은 춘천에 있는 국립대를 선택했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모두가 만류했다.
“국립대가 납부금이 싼건 맞는데, 너 실력이면 서울의 대학에서도 장학금 받고 다닐수 있는데 왜 서울로 안가니”
인숙도 마찬가지로 아쉬웠지만, 정현동이 춘천의 대학에 가라고 사람을 보내 일러주었으므로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 사람앞에서는 ‘네네’하며 사람좋은 표정을 하고 허리를 굽신거렸지만, 그가 가자마자 평소에 않던 그물질을 한다고 배를 타고 호수로 가버렸었다.
그런 사정을 잘 모르는 인혜가 철없이 대학을 물었을때, 인숙의 눈에 첫눈이 떨어져 녹아내렸다.
정준식은 윤씨부인을 닮았는지 공부를 잘했다. 인숙보다 한학년이 위여서 중학교까지는 춘천으로 같이 통학하느라 아침마다 배에서 만났다. 고등학교때부터 정준식은 윤씨부인의 외가댁인 서울로 유학을 갔지만.
상고를 가려고 준비하다 인문계고교로 진로를 바꾼 고1의 여름방학때 방학이라 서울에서 내려온 정준식이 자율학습이 끝나고 나오던 인숙앞에 나타났다.
“인숙아”
“오빠. 방학이라 내려왔구나” 인숙이 한걸음에 준식앞에 섰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건 어쩔수 없었다. 문득 오늘아침부터 생리혈이 터져 친구에게 빌린 생리대가 제자리를 찾고 있는지 살짝 힘을 주어본다.
정준식을 서울로 가서 그런지 이젠 부잣집 외아들티가 톡톡히 난다. 예전에는 같이 인숙이 집앞 강가에서 멱을 감다가, 인숙의 집에 와선 김치에 된장찌개로 밥을 얻어먹고 가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그냥 키만 멀뚱히 커서 갈비뼈가 옆으로 튀어나왔었다.
그런에 이젠 볼테기가 통통한 것이 어깨도 듬직하고 무엇보다 코에 수염이 언듯 엿보인다.
준식도 인숙을 보니, 중학교때는 없던 가슴이 봉긋이 튀어나와 있는듯한데, 무엇보다 치마밑으로 쭉 뻗은 곧은 다리에 자꾸 눈이 간다.
촌놈소리 들어가며 악다구니로 쫓아간 서울에서의 유학 생활동안 성적은 원래 춘천에서도 뛰어났으므로 이제는 전교에서도 손꼽히게 되었다. 기죽지 않으려고 졸부흉내를 내느라 온갖사치도 부렸고, 덕분에 학원의 여자애들한테는 인기만점의 자신이 아닌가.
뱃터까지 걸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갔는데, 사실은 개울을 건너가다 붙잡아준 손을 서로 놓치 않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손은 땀이 홍건하였지만, 이 손을 놓으면 안될 그 무엇이 있는 모양으로 놓치못하고 있는 것이다.
“너 소양호 가봤니” 소양댐이 생긴지 오래되었지만, 가본적은 없었다. 얼마전에는 소양댐물을 방류한다고 뉴스에 나와, 사람들이 구경을 가기도 하였다.
“없지. 오빤?”
“우리 소양댐 가볼래?”
갔다오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막배는 7시다. 지금은 4시.
“자 가방줘봐 내가 들어줄게”
인숙이 고민할 틈도 주지않고 준식이 빼앗듯 가방을 채간다.
“뭐가 이리 무겁냐” 그런 준식이 어쩐지 듬직해보인다.
소양댐을 보고 그냥 돌아왔으면 되었을텐데, 준식이 굳이 막국수를 먹고가자고 우겨 먹다가 춘천역 근처의 뱃터로 왔을때는 이미 배가 떠나버렸다.
준식이 집에 전화라도 하면, 강건너편으로 보트를 보내든지, 춘천초입을 돌아오는 먼길이지만, 차를 보내줄텐데, 준식이 그러지 않았다.
대신 인숙이 집에 전화를 했다.
“아버지, 건너편으로 배좀 보내라”
간혹 배를 놓치는 경우에 겨울에야 걸어서 넘어오면 되지만 여름에는 인숙의 집에 있는 조그만 노젓는 배가 유용하게 쓰인다.
“준식 도련님 아니세요” 아버지가 오며 반가이 준식을 맞이한다.
“예 아저씨. 오랜만이예요. 죄송해요. 인숙이랑 소양댐구경갔다가 배를 놓치고 말았어요”
준식은 숨김없이 말했다.
배를 놓쳤다고 질책받을까봐 살짝 마음조렸던 인숙에게 준식이 또 듬직하게 다가온다.
“밥 먹고 가그라”
아버지의 말에 준식이 또 넉살좋게 “예 감사히 먹을께요”
“어머니 솜씨는 이동네 최고예요” 여기오기 직전에 막국수를 먹었건만 준식은 마다않고 밥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중학생인 인혜가 그런 준식의 옆에 꼭 붙어서,
“오빠 서울가니 좋아?” 등등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준식은 싫은표정없이
“서울은 공기가 안좋아. 가슴이 미어질것같아.” 그리고 머리도.. 거긴 경쟁이 심하거든... 이라고 준식이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입을 다문다.
벌써 9시가 넘어 10시가 가까워오지 않는가.
“아버지 내가 마을 앞까지만 바래다 주고 오께”
준식의 집에 전화를 놓을까 망설이던 참에 어느새 준식과 인숙이 짯는지, 준식의 가방을 들고나서며 말한다.
인숙의 아버지가 만류하려다 참는다.
둘이 나서는 것을 보며, 준식이와 정말로 결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흐믓한 얼굴이 되었다.
어느새 마을어귀를 벗어나 작은 언덕을 넘어간다. 여기서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조금 더 가면 산길이 시작되며 어두워진다.
“난 여기 별이 제일 그리웠어. 서울에는 이렇게 별이 보이지 않아”
인숙이 속으로 조금 서운하다. ‘나는 그립지 않았나’
그때 준식이 잡고 있던 인숙의 손을 놓는다. ‘어어’하며 인숙의 손이 허공을 가로젓는 까닭은 준식이 양손을 뻗어 인숙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콩닥콩닥’ 가슴이 맞닿았는데 심장소리가 얼마나 큰지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준식의 입술이 인숙에게 닿았다. 고개를 숙여 피하려 했지만, 준식이 그런 인숙의 머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입술을 찾았다.
준식이 인숙의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인숙의 입사이로 혀를 밀어넣는데, 인숙은 좀전에 밥을 먹고 양치를 하지 않은 생각에 꼭 이를 닫았지만, 그 공간도 없는 빈틈으로 준식의 입술이 밀려들어가 인숙의 입이 벌어지며 준식의 혀를 인숙의 혀가 맞이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인숙의 머리가 하얘지며 정신이 아득한데, 준식의 손은 어느새 인숙의 가슴깨로 와 옷위로 더듬거렸다.
준식의 손이 더운여름의 짧은 민소매 위에서 한손에 잡기에는 부족한 인숙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하악 하악” 인숙의 입에선 단내와 함께 신음소리가 났다.
준식의 손이 배 근처로 내려가 옷을 들추어 안으로 넣어 위로 올라온다.
옷이 걷혀지며 은은히 배인 땀을 식히는듯 시원한 바람이 인숙의 배를 스쳐지나간다.
어찌할바를 모르는 인숙은 아랑곳하지 않고 준식의 손이 브라를 들추며 안으로 들어왔다.
묵직한 손이 가슴을 덮듯 하는데, 짜르르 가슴뿐 아니라 인숙의 보지에서 한방울 물이 흐르는 느낌이 든다.
어정쩡히 불편한 자세로 어쩔줄 모르던 인숙이 번득 정신이 든다.
그제서야 인숙은 오늘 생리를 하고 있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오빠 이제 그만”
준식은 인숙의 목소리가 차분히 울리자 마치 꾸지람 받은 아이꼴이 되었다.
그러나 준식은 조용히 반성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난 너랑 결혼할거야. 서울애들 중에 너보다 이쁜애들이 없어.”
인숙은 내심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준식에게 험한 꼴은 보이기 싫었다.
오늘 생리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드는 것이었다.
준식이 잠시 틈을 보이는 사이 인숙이 품에서 휙 달아났다.
“오빠 잘가.” 돌아서며 인숙이 후회한다. 조금만 더 그의 품에 있을걸..
준식이 들어오자 윤씨부인이 나무란다.
“서울서 아침에 출발했다는 전갈이 왔는데 어딨다 이제오니. 배도 끊겼을텐데”
“어머니 나 인숙이랑 결혼할래” 동문서답하는 준식의 말에
윤씨부인이 화들짝 놀란다.
“종놈의 자식과 결혼이라니”
한편 늦게 들어오며 볼이 빨개진 인숙을 보며 아버지는 살짝 불안하다.
‘언감생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데....’ 무언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말을 삼킨다.
다음날 준식은 집사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끌려갔다.
그리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집에 오지 못했다.
한번왔다 가라는 정현동의 부름에 인숙이 집을 나선건 춘천의 국립대학에 입학통지를 받고도 한참후인 1월의 어느날이었다.
춘천시 초입에서 삼악산쪽으로 틀면 인숙이 사는 동네로 올수 있지만 이곳으로 오는 길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외진길이고, 춘천역의 바로 위에 있는 뱃터에는 불과 20분이 걸릴 뿐이다. 정현동은 대대로 물려준 재력으로 이곳의 대부분의 땅을 갖고 있는 거부였다.
정현동은 주로 서울로 왕래하며 차로 다니느라 뱃터와는 떨어진 산자락에 살고 있었어서 인숙이 그곳으로 가려면 멀었으므로 1시간이상을 걸어야 했지만 오늘은 정현동이 차를 보내주어 눈길에 고생하지 않고 갈수 있었다.
잠깐 정현동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정현동은 손이 귀한 정씨대가집의 외아들로 어릴때부터 막무가내로 자라, 늘상 공부는 뒷전이었어서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였다. 대학은 꿈도 못꾸고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윤씨집 부인을 만나 겨우 철이 들었다.
윤씨부인은 서울의 명문대를 나온 귀한집안의 딸이었지만 실은 정현동의 아버지가 그녀의 집을 도와주며 며느리 삼을 요량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대학도 보내주고 생활비도 대주었던 것이었다. 윤씨부인은 그런 자신의 처지를 숙명으로 깨닫고, 정현동과 결혼을 하여서는 정씨대가집의 모든 재산을 쥐락펴락하였던 것이다.
물론 정현동에게는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윤씨부인은 아들하나를 덜렁 낳고는 시어미를 눌러버렸을 뿐 아니라, 정현동에게 오로지 화류계 여자만 상대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지 않은 일반의 여자에게 정들어 아이라도 낳아오면 골치아픈 일이 생길것이 자명하였으므로, 오히려 윤씨부인이 화류계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화를 제거한 것이었다.
윤씨부인은 재력을 이용하여 서울의 대기업의 주식과 어음을 거래하였고, 최근에는 정현동을 국회의원이라도 한번 시켜줄 요량으로 주변의 정계인물들과 교류를 하였다.
춘천은 미군기지 캠프페이지가 있었고, 군벌들이 득시글 거렸다. 그들에게 춘성군의 집은 별장중에서도 최고의 별장이었던 것이다.
국군과 미국장성, 지역구국회의원들까지 초빙하여 겨울에는 꿩사냥하는 재미가 쏠쏠하여 늘 정현동의 집은 비록 오지 시골이었지만 거물들의 왕래가 잦았던 것이다.
인숙이 정현동의 집을 들어설때, 한사람이 자신을 맞이하였다.
“오느라 수고했다. 눈길에. 대모님이 찾으시니 먼저 가보아라”
산자락이 감싼 둥그런 대지에 현대식 건물이 이 오지같은 시골구석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 시골에 어울리지 않은 높은 담벼락에 마치 갇혀있는 궁궐같았다. 그러나 그 안은 연못도 있고, 겨울이라 횡했지만 꽃밭도 있는 듯한 것이, 인숙에게는 별천지 같았다.
“너가 인숙이구나” 윤씨부인은 여느집처럼 한복을 입은게 아니라, 시골에 어울리지 않게 검정양장에 굽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안경너머로 인숙을 바라보는 눈이 매서웠다.
“대학입학을 축하한다. 이제 너도 어른이니 너희집을 일으켜 세워야 할때가 왔다”
인숙이 살짝 어리둥절한 참인데 윤씨부인의 말이 더 아리송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너희집 형편에 먹고살기도 힘들텐데 널 대학까지 보내준 은공을 모를리 없을테고, 몇 년째 우리한테 얻어쓴 빚도 상당한데, 너가 자세히 알리는 없겠지”
사실 인숙은 알고 있었다. 그의 집이 얼마나 많은 빚이 빚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똑똑한 딸은 가끔 아버지의 고민상대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너는 오늘 내가 지정해주는 분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에게도 이 단어는 낯설다.
“시중이라 하심은?”
“간단하다. 그가 무엇을 요구하고 시키든지 앙탈부리지 말고 거부하지 말고 따르면 된다”
순간 인숙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질질끌리다 시피하여 인숙이 간곳은 어느 별채의 욕실이었다.
그곳에서 인숙은 두명의 여자에게 몸을 맡기어 이곳저곳을 씻어야 했다.
그리고는 입혀주는 옷을 입었는데, 달랑 삼각 팬티위로 원피스 하나에 그나마도 가슴께가 확패여, 조금만 허리를 굽혀도 출렁이는 가슴이 밖으로 튀어나올 참이었다.
그리고 어느방으로 인도되었는데, 그곳은 금실로 수놓은 침구가 놓인 화려한 침대가 가운데 놓어있는 곳이었다.
인숙이 자신의 처지가 하도 서러워 울고 있는데, 한 남자가 문을 박차듯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군복윗도리 달랑 하나에 사각팬티를 입었는데, 50대 인듯 보였는데 군인답게 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손에는 시퍼런 칼이 하나 들려져 있었다.
인숙이 언듯보다 그 칼을 보고는 무서워떨며 구석으로 잽싸게 도망을 치며
자기도 모르게 “사람살려요!”라고 외치고 말았다.
그때 반대쪽 문이 열리며, 이집에 처음 들어설때 자신을 윤씨부인에게 인도했던 남자가 들어왔다.
“첨이라, 붙잡아 대령할까요”
“첨이라는 말 들었지. 이제부터 이방은 신경쓰지 말고 나가”
시퍼런 칼 만큼이나 싸늘한 말투다.
“내가 월남전에서 죽인 베트콩이 몇백이다. 그렇지만 난 여자는 죽이지 않아. 이 칼의 용도는 살인용이 아냐”
그는 벌벌떨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인숙에게 다가가서는 애써 인숙의 몸을 일으켰다.
인숙이 겨우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잡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눈물이 앞을가려 서있는 것인지, 부축되어 기대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군복입은 남자가 마치 막대기를 세우듯 인숙을 툭툭치며 바로세우고는
휙 하며 인숙의 원피스 자락을 들췄다. 순간 인숙이 원피스자락을 팔을 내려 잡다가 살짝 칼에 베었다.
“아얏” 인숙의 비명이 방안을 크게 울렸지만, 밖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인숙의 팔뚝에서 가느랗게 피가 흘러내렸다. 그 피를 군복입은 남자가 입을대고는 감患? 아니 그 피를 혀로 음미하며 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급히 움직이면 피보자나”
망연자실하는 인숙이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기여이 군복남자는 원피스 자락을 들추더니 인숙의 팬티를 잡고는 칼로 확 갈랐다.
“베트남 여자애들은 냄새가 나, 역겨워. 그런데 우리나라 여자들은 향기가 나”
그러더니 갈라진 팬티를 확 잡아채서는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인숙이 황망히 몸을 숙여 다시 쪼그려 앉았는데, 큰 가슴이 밖으로 곧 튀어나갈 참이다.
군복남자는 팬티를 칼로 들고는 냄새를 맡으며,
“베트남 애들은 가슴이 납작해, 가끔 큰애들도 있는데, 이 칼로 납작하게 만들어준적도 있지.” 그의 눈빛이 어둠속에서 번쩍거리는듯 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으면 내일 아침에 말랑한 가슴 유지할테고, 아니면 베트남 여자처럼 납작한 가슴이 되어 나갈거다”
그가 힘을주자 칼에 매달린 팬티위로 칼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그 칼을 코에 대고는 냄새를 맡는다.
“오랜만에 피냄새가 그립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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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이 이상의 상세한 묘사는 다음 기회로 (작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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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식이 춘성군의 집을 찾은건 그 다음주였다.
서울에 있는 그에게 인혜의 연락이 온 것이다.
“언니가 아파요 많이. 오빠 집을 다녀온 뒤부터 쭉 그래”
기약없이 들이닥친 정준식을 윤씨부인이 마주했다.
“네 부인은 둘중의 하나여야 한다.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야 한다. 인숙이는 잊어라”
윤씨부인이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인숙을 출세의 제물로 삼아 싹을 없앤 것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미 인숙은 시골별장의 창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정준식이 인숙을 만났을때, 인숙은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숙명을 당당히 맞서는 의연함이었다.
그리고 인숙이 정준식에게 부탁을 하는데,
“오빠, 나도 이제 돈이 좀 있어, 학교도 잘다니고 있고, 어쩌다 한번 힘든걸 견디면 모든 것이 아무문제없는거지. 다만 내 동생 인혜가 걱정되. 그 아이는 내꼴을 내고 싶지 않아”
인숙이 부탁한 것은 인혜를 서울로 데려가서 어디 방하나 얻어주고,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제 고2가 갓된 인혜도 대충 무슨일인지 짐작을 하고 있어서, 언니의 다짐을 어기지 않고 순순히 정준식을 따라 서울로 도망을 갔다.
한달에 한번정도 인숙이 그 별장으로 불려갔다.
이제 이골이 날 시간도 되었지만, 그때마다 인숙은 그날이후 몇일동안 알아눕다 시피 했다.
그리고 그 군장성이 퇴역후 정치가가 되었을때. 인숙은 자유를 얻었다. 2년이 지난 후였다.
호수가 되어버린 강엔 곧 얼음이 얼것이다. 춘성군과 춘천을 잇는 배가 운항을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2시간마다 한번 있는 버스를 타고 강건너 편으로 와선 두껍게 얼음이 얼어붙은 강을 걸어서 건너야 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로 20분거리를 무려 2시간이 넘게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하늘을 하얗게 수놓은 눈은 옷에 얼굴에 머리에 떨어지며 하얗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지만, 푸른 호수에 떨어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수없이 하얀가루를 던져 넣어도 호수는 푸르름을 유지하며 눈을 삼켜버리는 것이다.
박인숙, 박인혜 두 자매는 2살차이로 언니인 인숙이 3학년 인혜는 1학년이다. 두 자매를 학교를 보내는 아버지는 농사일로 허리가 휠지경이지만, 어여쁜 자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들은 다들 상고를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지주격인 정현동이 어릴때부터 두 자매를 귀여워했었어서 그의 후원을 입어 인문계고교를 보낼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정현동이 두자매중 하나를 며느리로 삼을지도 모를거란 이야기가 돌은 것은 그즈음에서 였다.
호수에 첫눈이 오면 곧 겨울이다. 겨울은 미리 눈을 내려보내 닥쳐올 춘천호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라고 다짐을 주는 것이다.
“언니 대학은 정했어” 인혜에게 인숙은 우상격이다. 예쁘기야 인혜가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인숙의 지적인 면은 그 차분한 얼굴만큼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었다.
동네사람들도 자기들끼리 뒤에서 수근거릴 정도이다.
“예쁘기야 인혜지만, 결혼해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건 인숙이야. 인혜에 가려서 그렇지 인숙이도 어디 내놓아도 안빠지지. 쟈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남학생들이 나래비로 줄을 설 것이여”
인숙은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은 재원으로 학교에서도 능히 서울의 명문대를 갈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만 인숙은 춘천에 있는 국립대를 선택했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모두가 만류했다.
“국립대가 납부금이 싼건 맞는데, 너 실력이면 서울의 대학에서도 장학금 받고 다닐수 있는데 왜 서울로 안가니”
인숙도 마찬가지로 아쉬웠지만, 정현동이 춘천의 대학에 가라고 사람을 보내 일러주었으므로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 사람앞에서는 ‘네네’하며 사람좋은 표정을 하고 허리를 굽신거렸지만, 그가 가자마자 평소에 않던 그물질을 한다고 배를 타고 호수로 가버렸었다.
그런 사정을 잘 모르는 인혜가 철없이 대학을 물었을때, 인숙의 눈에 첫눈이 떨어져 녹아내렸다.
정준식은 윤씨부인을 닮았는지 공부를 잘했다. 인숙보다 한학년이 위여서 중학교까지는 춘천으로 같이 통학하느라 아침마다 배에서 만났다. 고등학교때부터 정준식은 윤씨부인의 외가댁인 서울로 유학을 갔지만.
상고를 가려고 준비하다 인문계고교로 진로를 바꾼 고1의 여름방학때 방학이라 서울에서 내려온 정준식이 자율학습이 끝나고 나오던 인숙앞에 나타났다.
“인숙아”
“오빠. 방학이라 내려왔구나” 인숙이 한걸음에 준식앞에 섰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건 어쩔수 없었다. 문득 오늘아침부터 생리혈이 터져 친구에게 빌린 생리대가 제자리를 찾고 있는지 살짝 힘을 주어본다.
정준식을 서울로 가서 그런지 이젠 부잣집 외아들티가 톡톡히 난다. 예전에는 같이 인숙이 집앞 강가에서 멱을 감다가, 인숙의 집에 와선 김치에 된장찌개로 밥을 얻어먹고 가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그냥 키만 멀뚱히 커서 갈비뼈가 옆으로 튀어나왔었다.
그런에 이젠 볼테기가 통통한 것이 어깨도 듬직하고 무엇보다 코에 수염이 언듯 엿보인다.
준식도 인숙을 보니, 중학교때는 없던 가슴이 봉긋이 튀어나와 있는듯한데, 무엇보다 치마밑으로 쭉 뻗은 곧은 다리에 자꾸 눈이 간다.
촌놈소리 들어가며 악다구니로 쫓아간 서울에서의 유학 생활동안 성적은 원래 춘천에서도 뛰어났으므로 이제는 전교에서도 손꼽히게 되었다. 기죽지 않으려고 졸부흉내를 내느라 온갖사치도 부렸고, 덕분에 학원의 여자애들한테는 인기만점의 자신이 아닌가.
뱃터까지 걸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갔는데, 사실은 개울을 건너가다 붙잡아준 손을 서로 놓치 않고 있는 것이다. 어느새 손은 땀이 홍건하였지만, 이 손을 놓으면 안될 그 무엇이 있는 모양으로 놓치못하고 있는 것이다.
“너 소양호 가봤니” 소양댐이 생긴지 오래되었지만, 가본적은 없었다. 얼마전에는 소양댐물을 방류한다고 뉴스에 나와, 사람들이 구경을 가기도 하였다.
“없지. 오빤?”
“우리 소양댐 가볼래?”
갔다오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막배는 7시다. 지금은 4시.
“자 가방줘봐 내가 들어줄게”
인숙이 고민할 틈도 주지않고 준식이 빼앗듯 가방을 채간다.
“뭐가 이리 무겁냐” 그런 준식이 어쩐지 듬직해보인다.
소양댐을 보고 그냥 돌아왔으면 되었을텐데, 준식이 굳이 막국수를 먹고가자고 우겨 먹다가 춘천역 근처의 뱃터로 왔을때는 이미 배가 떠나버렸다.
준식이 집에 전화라도 하면, 강건너편으로 보트를 보내든지, 춘천초입을 돌아오는 먼길이지만, 차를 보내줄텐데, 준식이 그러지 않았다.
대신 인숙이 집에 전화를 했다.
“아버지, 건너편으로 배좀 보내라”
간혹 배를 놓치는 경우에 겨울에야 걸어서 넘어오면 되지만 여름에는 인숙의 집에 있는 조그만 노젓는 배가 유용하게 쓰인다.
“준식 도련님 아니세요” 아버지가 오며 반가이 준식을 맞이한다.
“예 아저씨. 오랜만이예요. 죄송해요. 인숙이랑 소양댐구경갔다가 배를 놓치고 말았어요”
준식은 숨김없이 말했다.
배를 놓쳤다고 질책받을까봐 살짝 마음조렸던 인숙에게 준식이 또 듬직하게 다가온다.
“밥 먹고 가그라”
아버지의 말에 준식이 또 넉살좋게 “예 감사히 먹을께요”
“어머니 솜씨는 이동네 최고예요” 여기오기 직전에 막국수를 먹었건만 준식은 마다않고 밥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중학생인 인혜가 그런 준식의 옆에 꼭 붙어서,
“오빠 서울가니 좋아?” 등등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준식은 싫은표정없이
“서울은 공기가 안좋아. 가슴이 미어질것같아.” 그리고 머리도.. 거긴 경쟁이 심하거든... 이라고 준식이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입을 다문다.
벌써 9시가 넘어 10시가 가까워오지 않는가.
“아버지 내가 마을 앞까지만 바래다 주고 오께”
준식의 집에 전화를 놓을까 망설이던 참에 어느새 준식과 인숙이 짯는지, 준식의 가방을 들고나서며 말한다.
인숙의 아버지가 만류하려다 참는다.
둘이 나서는 것을 보며, 준식이와 정말로 결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흐믓한 얼굴이 되었다.
어느새 마을어귀를 벗어나 작은 언덕을 넘어간다. 여기서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조금 더 가면 산길이 시작되며 어두워진다.
“난 여기 별이 제일 그리웠어. 서울에는 이렇게 별이 보이지 않아”
인숙이 속으로 조금 서운하다. ‘나는 그립지 않았나’
그때 준식이 잡고 있던 인숙의 손을 놓는다. ‘어어’하며 인숙의 손이 허공을 가로젓는 까닭은 준식이 양손을 뻗어 인숙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콩닥콩닥’ 가슴이 맞닿았는데 심장소리가 얼마나 큰지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준식의 입술이 인숙에게 닿았다. 고개를 숙여 피하려 했지만, 준식이 그런 인숙의 머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입술을 찾았다.
준식이 인숙의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인숙의 입사이로 혀를 밀어넣는데, 인숙은 좀전에 밥을 먹고 양치를 하지 않은 생각에 꼭 이를 닫았지만, 그 공간도 없는 빈틈으로 준식의 입술이 밀려들어가 인숙의 입이 벌어지며 준식의 혀를 인숙의 혀가 맞이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인숙의 머리가 하얘지며 정신이 아득한데, 준식의 손은 어느새 인숙의 가슴깨로 와 옷위로 더듬거렸다.
준식의 손이 더운여름의 짧은 민소매 위에서 한손에 잡기에는 부족한 인숙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하악 하악” 인숙의 입에선 단내와 함께 신음소리가 났다.
준식의 손이 배 근처로 내려가 옷을 들추어 안으로 넣어 위로 올라온다.
옷이 걷혀지며 은은히 배인 땀을 식히는듯 시원한 바람이 인숙의 배를 스쳐지나간다.
어찌할바를 모르는 인숙은 아랑곳하지 않고 준식의 손이 브라를 들추며 안으로 들어왔다.
묵직한 손이 가슴을 덮듯 하는데, 짜르르 가슴뿐 아니라 인숙의 보지에서 한방울 물이 흐르는 느낌이 든다.
어정쩡히 불편한 자세로 어쩔줄 모르던 인숙이 번득 정신이 든다.
그제서야 인숙은 오늘 생리를 하고 있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오빠 이제 그만”
준식은 인숙의 목소리가 차분히 울리자 마치 꾸지람 받은 아이꼴이 되었다.
그러나 준식은 조용히 반성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난 너랑 결혼할거야. 서울애들 중에 너보다 이쁜애들이 없어.”
인숙은 내심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준식에게 험한 꼴은 보이기 싫었다.
오늘 생리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드는 것이었다.
준식이 잠시 틈을 보이는 사이 인숙이 품에서 휙 달아났다.
“오빠 잘가.” 돌아서며 인숙이 후회한다. 조금만 더 그의 품에 있을걸..
준식이 들어오자 윤씨부인이 나무란다.
“서울서 아침에 출발했다는 전갈이 왔는데 어딨다 이제오니. 배도 끊겼을텐데”
“어머니 나 인숙이랑 결혼할래” 동문서답하는 준식의 말에
윤씨부인이 화들짝 놀란다.
“종놈의 자식과 결혼이라니”
한편 늦게 들어오며 볼이 빨개진 인숙을 보며 아버지는 살짝 불안하다.
‘언감생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아야 하는데....’ 무언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말을 삼킨다.
다음날 준식은 집사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끌려갔다.
그리곤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집에 오지 못했다.
한번왔다 가라는 정현동의 부름에 인숙이 집을 나선건 춘천의 국립대학에 입학통지를 받고도 한참후인 1월의 어느날이었다.
춘천시 초입에서 삼악산쪽으로 틀면 인숙이 사는 동네로 올수 있지만 이곳으로 오는 길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외진길이고, 춘천역의 바로 위에 있는 뱃터에는 불과 20분이 걸릴 뿐이다. 정현동은 대대로 물려준 재력으로 이곳의 대부분의 땅을 갖고 있는 거부였다.
정현동은 주로 서울로 왕래하며 차로 다니느라 뱃터와는 떨어진 산자락에 살고 있었어서 인숙이 그곳으로 가려면 멀었으므로 1시간이상을 걸어야 했지만 오늘은 정현동이 차를 보내주어 눈길에 고생하지 않고 갈수 있었다.
잠깐 정현동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정현동은 손이 귀한 정씨대가집의 외아들로 어릴때부터 막무가내로 자라, 늘상 공부는 뒷전이었어서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였다. 대학은 꿈도 못꾸고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윤씨집 부인을 만나 겨우 철이 들었다.
윤씨부인은 서울의 명문대를 나온 귀한집안의 딸이었지만 실은 정현동의 아버지가 그녀의 집을 도와주며 며느리 삼을 요량으로 결혼을 약속하고 대학도 보내주고 생활비도 대주었던 것이었다. 윤씨부인은 그런 자신의 처지를 숙명으로 깨닫고, 정현동과 결혼을 하여서는 정씨대가집의 모든 재산을 쥐락펴락하였던 것이다.
물론 정현동에게는 많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윤씨부인은 아들하나를 덜렁 낳고는 시어미를 눌러버렸을 뿐 아니라, 정현동에게 오로지 화류계 여자만 상대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지 않은 일반의 여자에게 정들어 아이라도 낳아오면 골치아픈 일이 생길것이 자명하였으므로, 오히려 윤씨부인이 화류계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화를 제거한 것이었다.
윤씨부인은 재력을 이용하여 서울의 대기업의 주식과 어음을 거래하였고, 최근에는 정현동을 국회의원이라도 한번 시켜줄 요량으로 주변의 정계인물들과 교류를 하였다.
춘천은 미군기지 캠프페이지가 있었고, 군벌들이 득시글 거렸다. 그들에게 춘성군의 집은 별장중에서도 최고의 별장이었던 것이다.
국군과 미국장성, 지역구국회의원들까지 초빙하여 겨울에는 꿩사냥하는 재미가 쏠쏠하여 늘 정현동의 집은 비록 오지 시골이었지만 거물들의 왕래가 잦았던 것이다.
인숙이 정현동의 집을 들어설때, 한사람이 자신을 맞이하였다.
“오느라 수고했다. 눈길에. 대모님이 찾으시니 먼저 가보아라”
산자락이 감싼 둥그런 대지에 현대식 건물이 이 오지같은 시골구석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 시골에 어울리지 않은 높은 담벼락에 마치 갇혀있는 궁궐같았다. 그러나 그 안은 연못도 있고, 겨울이라 횡했지만 꽃밭도 있는 듯한 것이, 인숙에게는 별천지 같았다.
“너가 인숙이구나” 윤씨부인은 여느집처럼 한복을 입은게 아니라, 시골에 어울리지 않게 검정양장에 굽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안경너머로 인숙을 바라보는 눈이 매서웠다.
“대학입학을 축하한다. 이제 너도 어른이니 너희집을 일으켜 세워야 할때가 왔다”
인숙이 살짝 어리둥절한 참인데 윤씨부인의 말이 더 아리송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너희집 형편에 먹고살기도 힘들텐데 널 대학까지 보내준 은공을 모를리 없을테고, 몇 년째 우리한테 얻어쓴 빚도 상당한데, 너가 자세히 알리는 없겠지”
사실 인숙은 알고 있었다. 그의 집이 얼마나 많은 빚이 빚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똑똑한 딸은 가끔 아버지의 고민상대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너는 오늘 내가 지정해주는 분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에게도 이 단어는 낯설다.
“시중이라 하심은?”
“간단하다. 그가 무엇을 요구하고 시키든지 앙탈부리지 말고 거부하지 말고 따르면 된다”
순간 인숙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질질끌리다 시피하여 인숙이 간곳은 어느 별채의 욕실이었다.
그곳에서 인숙은 두명의 여자에게 몸을 맡기어 이곳저곳을 씻어야 했다.
그리고는 입혀주는 옷을 입었는데, 달랑 삼각 팬티위로 원피스 하나에 그나마도 가슴께가 확패여, 조금만 허리를 굽혀도 출렁이는 가슴이 밖으로 튀어나올 참이었다.
그리고 어느방으로 인도되었는데, 그곳은 금실로 수놓은 침구가 놓인 화려한 침대가 가운데 놓어있는 곳이었다.
인숙이 자신의 처지가 하도 서러워 울고 있는데, 한 남자가 문을 박차듯 열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군복윗도리 달랑 하나에 사각팬티를 입었는데, 50대 인듯 보였는데 군인답게 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손에는 시퍼런 칼이 하나 들려져 있었다.
인숙이 언듯보다 그 칼을 보고는 무서워떨며 구석으로 잽싸게 도망을 치며
자기도 모르게 “사람살려요!”라고 외치고 말았다.
그때 반대쪽 문이 열리며, 이집에 처음 들어설때 자신을 윤씨부인에게 인도했던 남자가 들어왔다.
“첨이라, 붙잡아 대령할까요”
“첨이라는 말 들었지. 이제부터 이방은 신경쓰지 말고 나가”
시퍼런 칼 만큼이나 싸늘한 말투다.
“내가 월남전에서 죽인 베트콩이 몇백이다. 그렇지만 난 여자는 죽이지 않아. 이 칼의 용도는 살인용이 아냐”
그는 벌벌떨며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인숙에게 다가가서는 애써 인숙의 몸을 일으켰다.
인숙이 겨우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잡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눈물이 앞을가려 서있는 것인지, 부축되어 기대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군복입은 남자가 마치 막대기를 세우듯 인숙을 툭툭치며 바로세우고는
휙 하며 인숙의 원피스 자락을 들췄다. 순간 인숙이 원피스자락을 팔을 내려 잡다가 살짝 칼에 베었다.
“아얏” 인숙의 비명이 방안을 크게 울렸지만, 밖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인숙의 팔뚝에서 가느랗게 피가 흘러내렸다. 그 피를 군복입은 남자가 입을대고는 감患? 아니 그 피를 혀로 음미하며 먹는 것이었다.
“그렇게 급히 움직이면 피보자나”
망연자실하는 인숙이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는데, 기여이 군복남자는 원피스 자락을 들추더니 인숙의 팬티를 잡고는 칼로 확 갈랐다.
“베트남 여자애들은 냄새가 나, 역겨워. 그런데 우리나라 여자들은 향기가 나”
그러더니 갈라진 팬티를 확 잡아채서는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인숙이 황망히 몸을 숙여 다시 쪼그려 앉았는데, 큰 가슴이 밖으로 곧 튀어나갈 참이다.
군복남자는 팬티를 칼로 들고는 냄새를 맡으며,
“베트남 애들은 가슴이 납작해, 가끔 큰애들도 있는데, 이 칼로 납작하게 만들어준적도 있지.” 그의 눈빛이 어둠속에서 번쩍거리는듯 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으면 내일 아침에 말랑한 가슴 유지할테고, 아니면 베트남 여자처럼 납작한 가슴이 되어 나갈거다”
그가 힘을주자 칼에 매달린 팬티위로 칼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그 칼을 코에 대고는 냄새를 맡는다.
“오랜만에 피냄새가 그립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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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이 이상의 상세한 묘사는 다음 기회로 (작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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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식이 춘성군의 집을 찾은건 그 다음주였다.
서울에 있는 그에게 인혜의 연락이 온 것이다.
“언니가 아파요 많이. 오빠 집을 다녀온 뒤부터 쭉 그래”
기약없이 들이닥친 정준식을 윤씨부인이 마주했다.
“네 부인은 둘중의 하나여야 한다.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야 한다. 인숙이는 잊어라”
윤씨부인이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인숙을 출세의 제물로 삼아 싹을 없앤 것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미 인숙은 시골별장의 창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정준식이 인숙을 만났을때, 인숙은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숙명을 당당히 맞서는 의연함이었다.
그리고 인숙이 정준식에게 부탁을 하는데,
“오빠, 나도 이제 돈이 좀 있어, 학교도 잘다니고 있고, 어쩌다 한번 힘든걸 견디면 모든 것이 아무문제없는거지. 다만 내 동생 인혜가 걱정되. 그 아이는 내꼴을 내고 싶지 않아”
인숙이 부탁한 것은 인혜를 서울로 데려가서 어디 방하나 얻어주고,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제 고2가 갓된 인혜도 대충 무슨일인지 짐작을 하고 있어서, 언니의 다짐을 어기지 않고 순순히 정준식을 따라 서울로 도망을 갔다.
한달에 한번정도 인숙이 그 별장으로 불려갔다.
이제 이골이 날 시간도 되었지만, 그때마다 인숙은 그날이후 몇일동안 알아눕다 시피 했다.
그리고 그 군장성이 퇴역후 정치가가 되었을때. 인숙은 자유를 얻었다. 2년이 지난 후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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