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996년 12월..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동안 부산에서 몇푼 벌어놓은 돈을 여기저기 숨어다니며 다써서인지..서울까지 오는 기차표를
한장 구입하고 나니 돈이 한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살수가 없는 곳.. 자본주의 경제체계..
나는 지금 이 자본주의 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을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아침부터.. 여지껏 굶었으니까...
서울..
남조선의 수도..
그동안 다섯번의 남조선 침투동안 서울을 온것은 처음이다.
울진,삼척,울산,동해그리고 강릉..
주로 내가 속해있던 해상처 22전대의 침투경로는 남조선의 동해안이다..
우리 침투조는 공항이나 항만시설, 도로, 이동된 군부대와, 레이다기지의 정확한 좌표등을
알아내는게 주 임무였다.
유사시.. 선제포격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의 정찰국 침투원이 아니다.
이미 북조선을 등진 배신자이며.. 남조선에서는 일급 위험인물이다.
남조선의 수도.. 서울..
사람이 많으면 숨기도 쉬운법..
지난 한달동안 신변에 크게 위협을 느꼈던 내가 이곳저곳을 숨어다니며 최종적으로
생각해낸 발상이다.
당분간 이곳에서 남조선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12월말..
옷깃을 세우고 잔뜩 웅크리며 퇴근을 하는 남조선 사람들의 호들갑스런
모습을 보니.. 어이없는 웃음만 지어진다.
북에 비하면 남은 너무나 따뜻한 날씨임에는 분명하다.
만주와 시베리아에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매년 이맘때면 살을 애이는 그 매서운 대륙의 칼바람을 맞으며 인민들이 새벽일찍
노동전선으로 뛰어가야만 하는 그곳..
서울역사를 빠져나오다가 문득.. 남루한 옷차림의 노숙자들을 발견했다.
물론 북에서도 헐벗고 굶주리는 거지들이나 꽃제비들이 역주변에 많은건 사실이다.
어두컴컴한 밤하늘..
오늘은 대충.. 이곳에서 저 노숙인들의 틈에 섞여 하루를 보내고 내일부터 인력사무소등을
알아봐야겠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이다.
서울역주변을 서성이다가 지하의 점포들이 웅집한 곳으로 들어갔다.
비교적 따뜻한 곳이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무표정한 얼굴로 발빠르게 어디론가 향해가는 엄청난 남조선 사람들..
과연.. 내가 이곳에서 저사람들의 틈에 껴서 저렇듯 함께 살아갈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내가 무모한 결정을 한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지하의 점포들이 밀집한 곳의 쉼터자리에 앉아있다보니.. 자정이 지나고.. 이곳
서울역 지하상가의 관리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옷차림이 남루한 노숙인들을 내?기 시작이다.
노숙인들을 내?던 관리인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온다.
"어이... 이봐요.. 여기 이러고 있으면 안돼니까.. 나가주세요.. 문닫습니다.."
"....................."
옷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계단을 따라 바깥으로 오른다.
추운 겨울밤이다.
눈은 그쳤지만.. 북으로부터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이제는 남조선까지 얼려놓으려는듯
점퍼 하나를 걸친 나의 뼈속까지.. 그 냉랭함이 느껴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포장마차의 국수..
돈이 한푼도 없다보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이다.
얼마전 TV에서 보았던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
그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바깥을 서성이기 시작이다.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아까.. 많았던 그 노숙인들은 다들 어디로 간것일까??..."
서울역 지하상가가 아닌 지하보도로 향한다.
빽빽하게.. 발 디딜틈 조차 없이 수많은 노숙인들이 제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옷가방을 들고 나도 그쪽으로 향한다.
계단 끝쪽..
웅크리고 앉아있다.
건너편.. 팔에 얼굴을 파묻고 두눈만 번뜩이며 나를 주시하는 계집..노숙인..
싸웠는지.. 입술이 터진채 술에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노인 노숙인..
삼삼오오 모여앉아 쇠주잔을 기울이는 젊은 사내 노숙인들..
북에서는 엘리트교육을 받으며 남들보다 잘먹고 잘 살았지만..
남으로와서 이런 개고생을 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나는 꼿꼿이 이겨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야 말겠다.
몇시간후..
졸다 일어나보니..
노숙인들이 다들 어디론가 향하는게 보인다.
"무료 급식???..."
너무나 허기졌던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을 따라 나서고 있었다.
그들이 몰려나가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역..
서울역을 따라 길게 늘어선 노숙인들..
이윽고 그 줄들이 움직이기 시작이다.
알고보니 서울역을 개방하는 시간에 맞춰 노숙인들이 서울역사안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던
것이다.
바깥보다 따뜻한 서울역사 안으로 들어간 노숙인들은 대합실의 의자하나씩 자리잡고
옷가방을 풀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개인위생을 돌보기도 하는듯 해 보인다.
기대했던 봉사단체의 무료급식.. 은 아니었지만 바깥보다 한결 따뜻한 이곳에 들어와보니..
그제서야 졸음이 밀려오는듯 긴 하품이 나오기 시작이다.
그때였다.
벙거지모자에 묵직한 옷가방.. 남루한 코트차림의 노숙인..
그 노숙인이 예리한 눈빛을 나를 향해 내리꽂는게 느껴진다.
"범상치 않다..!!.."
애써 시선을 피하려 하는데.. 이 수상한 노숙인이 나에게 다가온다.
"아차..!!..."
코트속 집어넣은 저 노숙인의 손안에 든.. 총기의 형체...!!
더이상 도망갈곳도.. 회피할 곳도 없다.
의연하게 이 코트차림의 노숙인을 맞닥드린다.
이 노숙인이 나의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내귀에 속삭인다.
"인민무력부 정찰국 해상처 제22전대... 중위 김희준이...."
"....!!!!!!!!!........."
"그냥 내말 잘 들으라..."
"......................"
"북에서 너를 죽이기위해 사람을 보냈다.. 너를 빼앗기느니 죽이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이다....!!"
"...............!!....."
"너를 살리려 하는 무리들 역시 너를 지키기위해.. 노력은 하갔지만 죽고 사는건 니가 처신
하기에 따라 달려있다..."
".................."
"내 옷가방을 가지고 가라....그리고 살아남으라..."
".................."
코트차림의 노숙인이 어깨에 걸쳐진 옷가방을 내앞에 [척!!] 내려놓는다.
그리고 뒤돌아 선다.
이 노숙인을 잡아 세웠다.
"잠깐만... 동무!!..."
"동무??... 입조심하라.. 여기는 남이라는걸 잊었는가??.."
"도대체 뭐 때문이오..."
"....................."
"왜 날 돕는거요??....북에서도...지난 잠수함 좌초후 정찰조 전투원들도..!!...
그리고 지금.. 남에 와서도..!!...내가 도대체 뭐란 말이요????...."
"......................"
이 노숙인차림의 사내가 벙거지아래의 날카로운 눈빛을 내 눈속에 내리 꽂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너는 그냥 김희준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명심하라!!...너의 운명..
너의 목숨은 너 하나만의 것이 아니다..!!.. 언젠가 너의 목숨이 필요로 할 때.. 그때가
분명히 있을것이니.. 그전까지는.. 무조건 살아남으라..!!...."
이 남루한 노숙인차림의 사내가 빠른걸음으로 서울역사 바깥으로 사라진다.
나에게 내려놓은 옷가방을 열어보았다.
죄다 현금다발이다...
그리고 중국의 공민증과 여권.. 노동자 신분의 체류확인서가 있다.
나를 완벽한 중국 조선족으로 만들어 놓은 서류들이다.
서둘러 그 사내를 ?아나간다.
역사를 빠져나와 계단으로 뛰어내려간다.
없다..
밖은 아직 어슴푸레한 새벽..
서울역 광장 너머의 빌딩숲과 고가차도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불빛만이 보일 뿐이다.
"나는 그냥 김희준이다... 그것 때문에 살아야 한다니...."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남조선에 나를 빼앗기느니.. 죽여버린다고???
그리고 조국을 배신한 나를 살리겠다는건 또 무언가??
서울역앞 우동으로 끼니를 때우고 밖을 나서니 왠 노파가 다가온다.
입김이 서리는 추운겨울의 이른 새벽.. 등이굽고 머리와 턱을 두건으로 감싼 노파가
내 눈을 조심스레 살피며 입을 연다.
"주무실데 없으면 따라오세요.."
"...................."
허름한 골목길..
너저분한 건물..
우중충한 날씨처럼 칙칙한 계단을 따라.. 노파의 뒤를 따른다.
비좁은 복도옆.. 작은 문들..
맨끝방으로 들어가니.. 병든 눈빛의 싸구려 창녀가 어둠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만원이에요...내 친딸이나 마찬가지인 애에요.. 잘해줄꺼에요..."
"..............."
노파가 문을 닫고 나간다.
싸구려 창녀가 일어나더니 나의 짐가방과 겉옷을 받는다.
"쿨럭!!...쿨럭!!.....흐음..흠!!.. 오빠.. 주무시고 갈꺼에요??...."
"..그럴꺼요.."
"쿨럭!!... 흐음..!!... 죄송해요.. 감기걸린건 아니고.. 좀 피곤한거 뿐이니까..
제기침 신경쓰지 마세요... 쿨럭...쿨럭!!..."
"............"
초췌한 얼굴.. 푸석한 피부.. 휑한 머리숱...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의 나이..
오랜시간동안 다른 사창가에서 이미 굴리고 굴렸을 것 같은 병든 몸뚱아리의 싸구려 창녀..
옷을 벗고 반드시 누웠다.
창녀가 옆으로 서서 옷을 벗으며 병들고 지친 불쌍한 몸뚱아리를 비친다.
축늘어진 젖가슴..
싸구려 창녀가 무언가를 보지위로 훌치더니 내위에 오른다.
나의 귀두를 손장난으로 세우려 노력한다.
그렇게 한참동안 노력하고서야 세워진 내물건을 자기의 병든 몸속에 밀어넣는다.
"허억!!!!!!!!!!!!!........."
싸구려 창녀의 눈이 커진다.
그 병들고 지친 눈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싸구려 창녀의 늘어진 젖가슴에 탄력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눈에서 맑고 투명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나온다.
"으흑흑흑.......으흑흑흑흑...."
내 가슴위를 쓸어내리는 피곤에 쩌든 주름진 푸석한 피부의 손등도.. 어느덧..
탄력을 되찾기 시작하고 숙인 머리의 휑한 머리숱도 이제는 검게 채워진다.
내좃을 깊게 머금었던 차갑고 헐렁한 창녀의 몸속도 점점 더 불타는듯 뜨겁게 조여오기 시작한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창녀가 미친듯 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아후우..좋아!!.... 아후우..좋아!!.... 아후우..나 어떡해!!....아후우...."
[찌걱..찌걱..찌걱...찌걱...]
내 몸위에서 환희를 느끼던 병든 창녀의 몸 구석구석이 이제는 빛이 새어나올 정도로
하얗고 투명한 피부로 변해가는게 느껴진다.
14년후
2010년 6월..
고가도로 건설현장
트럭위에 올라타서 고가도로위로 오르기 시작이다.
다들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에 들떠 있다.
사상 최초로 남과 북이 월드컵의 본선무대에 동반진출을 했기 때문이다.
트럭위에 함께 오른 작업자들 역시.. 한국의 경기일정과 북한의 경기일정에 대한
얘기들 뿐이다.
고가도로위에 어느덧 트럭이 멈추고 우리 작업자들은 차량위에서 뛰어내렸다.
도로옆 우수맨홀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청소를 하는 토목건설현장의 잡일이다.
14년의 시간동안 조선족 행세를 하며 연변을 들락거려 비자연장을 해가며 여지껏
잘 살아왔다.
오래전.. 서울역에서 만났던 그 정체모를 남자의 우려대로 나를 죽이기 위해 북에서
보냈다던 킬러도.. 그 어떠한 위협도 전혀 느끼지 못한채 잘 살고 있다.
현장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길..
언제나 설레는 시간이다.
지난세월 10년이 넘게 고시원과 쪽방을 옮겨다니며 숨어지내다 작년에 드디어 나의 작은
방을 얻고야 말았다..
한적한 도심지 외곽의 원룸..
나도 이제는 평범한 한국사람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을 하고 괜찮은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그렇게 해서 조선족신분으로 가장한 북한의 정찰조 전투원이 아닌
진짜한국사람이 되길 바라고만 있었다.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만의 공간.. 나의 가구들.. 나의 소유재산들..
침대위에 벌러덩 누워 TV를 켠다.
"아.... 오늘 무척 덥군.."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욕실문을 잡으려다 순간 손잡이를 잡기직전 머뭇거렸다.
미세한 문틈사이의 검은 그림자..
"누군가가 문밖에서 나를 기다린다.. 저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나는 감전될 것이다.."
문에서 몇발자욱 떨어진 다음 있는 힘껏 문짝을 걷어찼다.
[콰당!!!!!!!!!!!!]
아니나 다를까 힘차게 열린 문밖으로 무언가 둔탁하게 부딪치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콘센트로 연결시킨 전선의 프러스극 끝이 화장실 문 바깥손잡이에 감겨있고 츄리링차림의
젊은 여자가 기절해 있었다...!!!..
길다란 묶음머리.. 하얀피부.. 보통체격..
"씨파!!!!..... 겨... 결국!!... 그 작자의 말이 다 사실이란 말인가???...."
시간이 없다.
기절한 기집년의 손목과 발목을 전기줄로 포박한후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중요한 서류들과 짐을 가방에 구겨 넣는다.
이윽고.. 나를 죽이려 했던 기집년을 흔들어 깨운다.
이 기집년이 눈을 뜨더니 흠칫 놀라 나를 흘겨보기 시작이다.
"조국을 배신한 더러운 변절자.. 악질 반동새끼... 김희준이....!!...."
".............."
대꾸없이 이 기집년의 몸위로 콘센트에 연결된 전기줄을 가져간다.
양극과 음극.. [쫘아악!!] 길게 찢은 두 전극을 슬척 교차시킨다..
[빠직!!!!!!]
순간 강한 불빛의 번쩍임에 이 기집년이 긴장을 하며 몸을 뒤척이며 기어가려 애를 쓴다.
"말해....!!... 내가 도대체 누구야??...."
"누구긴??...조국을 배신한 반동 쓰레기일 뿐이지!!!.. 이 개간나야!!!...."
"훗..... 좋아.. 나를 죽이라고 시킨게 누구야??..."
"내가 말할것 같네???...."
"좋아..... 그럼.. 시간이 없으니까.. 굵고 짧게 시작하자구..."
"..........!!!!........."
이 기집년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빠직!!!!!!]
전선의 양극과 음극을 들고 이 북조선의 킬러 기집년 앞으로 다가간다.
전선의 전극 끝을 보고 기겁을 하며 기기 시작하는 기집년..
타이트한 엉덩이 쪽으로 전선의 프러스극을 천천히 가져다 댄다..
이윽고 발악하는 기집년의 똥꼬에 닿았다..!!
[지지지직!!....]
"우웁!!!!!!!!!!!!!!!!!!!!!!!!!!!!!!!!!!.....웁!!!!!!!!...웁!!!!.....웁!!!..."
"말하라.... 내가 누군가??....."
"우...웁...웁...!!!...웁!!!...."
"훗!!... 싫어??... 이래두??.."
[지지지직!....]
"웁!!!!!!!!!!!!!!!!!!!!!!!!!!!!!!!!!!!!.....웁!!!!!......웁!!!!....."
이 기집년이 기절을 했다.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깨끗한 내방바닥위.. 어느덧 질펀한 똥오줌을 싸버린것 같다.
서둘러 발코니창을 통해 가스배관을 타고 3층 아래로 내려갔다.
1996년 12월..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동안 부산에서 몇푼 벌어놓은 돈을 여기저기 숨어다니며 다써서인지..서울까지 오는 기차표를
한장 구입하고 나니 돈이 한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돈이 없으면 살수가 없는 곳.. 자본주의 경제체계..
나는 지금 이 자본주의 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을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아침부터.. 여지껏 굶었으니까...
서울..
남조선의 수도..
그동안 다섯번의 남조선 침투동안 서울을 온것은 처음이다.
울진,삼척,울산,동해그리고 강릉..
주로 내가 속해있던 해상처 22전대의 침투경로는 남조선의 동해안이다..
우리 침투조는 공항이나 항만시설, 도로, 이동된 군부대와, 레이다기지의 정확한 좌표등을
알아내는게 주 임무였다.
유사시.. 선제포격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의 정찰국 침투원이 아니다.
이미 북조선을 등진 배신자이며.. 남조선에서는 일급 위험인물이다.
남조선의 수도.. 서울..
사람이 많으면 숨기도 쉬운법..
지난 한달동안 신변에 크게 위협을 느꼈던 내가 이곳저곳을 숨어다니며 최종적으로
생각해낸 발상이다.
당분간 이곳에서 남조선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12월말..
옷깃을 세우고 잔뜩 웅크리며 퇴근을 하는 남조선 사람들의 호들갑스런
모습을 보니.. 어이없는 웃음만 지어진다.
북에 비하면 남은 너무나 따뜻한 날씨임에는 분명하다.
만주와 시베리아에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매년 이맘때면 살을 애이는 그 매서운 대륙의 칼바람을 맞으며 인민들이 새벽일찍
노동전선으로 뛰어가야만 하는 그곳..
서울역사를 빠져나오다가 문득.. 남루한 옷차림의 노숙자들을 발견했다.
물론 북에서도 헐벗고 굶주리는 거지들이나 꽃제비들이 역주변에 많은건 사실이다.
어두컴컴한 밤하늘..
오늘은 대충.. 이곳에서 저 노숙인들의 틈에 섞여 하루를 보내고 내일부터 인력사무소등을
알아봐야겠다.
어둠이 짙게 내리고 하얀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이다.
서울역주변을 서성이다가 지하의 점포들이 웅집한 곳으로 들어갔다.
비교적 따뜻한 곳이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무표정한 얼굴로 발빠르게 어디론가 향해가는 엄청난 남조선 사람들..
과연.. 내가 이곳에서 저사람들의 틈에 껴서 저렇듯 함께 살아갈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내가 무모한 결정을 한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지하의 점포들이 밀집한 곳의 쉼터자리에 앉아있다보니.. 자정이 지나고.. 이곳
서울역 지하상가의 관리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옷차림이 남루한 노숙인들을 내?기 시작이다.
노숙인들을 내?던 관리인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온다.
"어이... 이봐요.. 여기 이러고 있으면 안돼니까.. 나가주세요.. 문닫습니다.."
"....................."
옷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계단을 따라 바깥으로 오른다.
추운 겨울밤이다.
눈은 그쳤지만.. 북으로부터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이제는 남조선까지 얼려놓으려는듯
점퍼 하나를 걸친 나의 뼈속까지.. 그 냉랭함이 느껴진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포장마차의 국수..
돈이 한푼도 없다보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이다.
얼마전 TV에서 보았던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
그거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바깥을 서성이기 시작이다.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든다.
"아까.. 많았던 그 노숙인들은 다들 어디로 간것일까??..."
서울역 지하상가가 아닌 지하보도로 향한다.
빽빽하게.. 발 디딜틈 조차 없이 수많은 노숙인들이 제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옷가방을 들고 나도 그쪽으로 향한다.
계단 끝쪽..
웅크리고 앉아있다.
건너편.. 팔에 얼굴을 파묻고 두눈만 번뜩이며 나를 주시하는 계집..노숙인..
싸웠는지.. 입술이 터진채 술에취해 쓰러져 자고 있는 노인 노숙인..
삼삼오오 모여앉아 쇠주잔을 기울이는 젊은 사내 노숙인들..
북에서는 엘리트교육을 받으며 남들보다 잘먹고 잘 살았지만..
남으로와서 이런 개고생을 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나는 꼿꼿이 이겨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야 말겠다.
몇시간후..
졸다 일어나보니..
노숙인들이 다들 어디론가 향하는게 보인다.
"무료 급식???..."
너무나 허기졌던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을 따라 나서고 있었다.
그들이 몰려나가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역..
서울역을 따라 길게 늘어선 노숙인들..
이윽고 그 줄들이 움직이기 시작이다.
알고보니 서울역을 개방하는 시간에 맞춰 노숙인들이 서울역사안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던
것이다.
바깥보다 따뜻한 서울역사 안으로 들어간 노숙인들은 대합실의 의자하나씩 자리잡고
옷가방을 풀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개인위생을 돌보기도 하는듯 해 보인다.
기대했던 봉사단체의 무료급식.. 은 아니었지만 바깥보다 한결 따뜻한 이곳에 들어와보니..
그제서야 졸음이 밀려오는듯 긴 하품이 나오기 시작이다.
그때였다.
벙거지모자에 묵직한 옷가방.. 남루한 코트차림의 노숙인..
그 노숙인이 예리한 눈빛을 나를 향해 내리꽂는게 느껴진다.
"범상치 않다..!!.."
애써 시선을 피하려 하는데.. 이 수상한 노숙인이 나에게 다가온다.
"아차..!!..."
코트속 집어넣은 저 노숙인의 손안에 든.. 총기의 형체...!!
더이상 도망갈곳도.. 회피할 곳도 없다.
의연하게 이 코트차림의 노숙인을 맞닥드린다.
이 노숙인이 나의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내귀에 속삭인다.
"인민무력부 정찰국 해상처 제22전대... 중위 김희준이...."
"....!!!!!!!!!........."
"그냥 내말 잘 들으라..."
"......................"
"북에서 너를 죽이기위해 사람을 보냈다.. 너를 빼앗기느니 죽이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무리들이다....!!"
"...............!!....."
"너를 살리려 하는 무리들 역시 너를 지키기위해.. 노력은 하갔지만 죽고 사는건 니가 처신
하기에 따라 달려있다..."
".................."
"내 옷가방을 가지고 가라....그리고 살아남으라..."
".................."
코트차림의 노숙인이 어깨에 걸쳐진 옷가방을 내앞에 [척!!] 내려놓는다.
그리고 뒤돌아 선다.
이 노숙인을 잡아 세웠다.
"잠깐만... 동무!!..."
"동무??... 입조심하라.. 여기는 남이라는걸 잊었는가??.."
"도대체 뭐 때문이오..."
"....................."
"왜 날 돕는거요??....북에서도...지난 잠수함 좌초후 정찰조 전투원들도..!!...
그리고 지금.. 남에 와서도..!!...내가 도대체 뭐란 말이요????...."
"......................"
이 노숙인차림의 사내가 벙거지아래의 날카로운 눈빛을 내 눈속에 내리 꽂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너는 그냥 김희준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명심하라!!...너의 운명..
너의 목숨은 너 하나만의 것이 아니다..!!.. 언젠가 너의 목숨이 필요로 할 때.. 그때가
분명히 있을것이니.. 그전까지는.. 무조건 살아남으라..!!...."
이 남루한 노숙인차림의 사내가 빠른걸음으로 서울역사 바깥으로 사라진다.
나에게 내려놓은 옷가방을 열어보았다.
죄다 현금다발이다...
그리고 중국의 공민증과 여권.. 노동자 신분의 체류확인서가 있다.
나를 완벽한 중국 조선족으로 만들어 놓은 서류들이다.
서둘러 그 사내를 ?아나간다.
역사를 빠져나와 계단으로 뛰어내려간다.
없다..
밖은 아직 어슴푸레한 새벽..
서울역 광장 너머의 빌딩숲과 고가차도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불빛만이 보일 뿐이다.
"나는 그냥 김희준이다... 그것 때문에 살아야 한다니...."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남조선에 나를 빼앗기느니.. 죽여버린다고???
그리고 조국을 배신한 나를 살리겠다는건 또 무언가??
서울역앞 우동으로 끼니를 때우고 밖을 나서니 왠 노파가 다가온다.
입김이 서리는 추운겨울의 이른 새벽.. 등이굽고 머리와 턱을 두건으로 감싼 노파가
내 눈을 조심스레 살피며 입을 연다.
"주무실데 없으면 따라오세요.."
"...................."
허름한 골목길..
너저분한 건물..
우중충한 날씨처럼 칙칙한 계단을 따라.. 노파의 뒤를 따른다.
비좁은 복도옆.. 작은 문들..
맨끝방으로 들어가니.. 병든 눈빛의 싸구려 창녀가 어둠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만원이에요...내 친딸이나 마찬가지인 애에요.. 잘해줄꺼에요..."
"..............."
노파가 문을 닫고 나간다.
싸구려 창녀가 일어나더니 나의 짐가방과 겉옷을 받는다.
"쿨럭!!...쿨럭!!.....흐음..흠!!.. 오빠.. 주무시고 갈꺼에요??...."
"..그럴꺼요.."
"쿨럭!!... 흐음..!!... 죄송해요.. 감기걸린건 아니고.. 좀 피곤한거 뿐이니까..
제기침 신경쓰지 마세요... 쿨럭...쿨럭!!..."
"............"
초췌한 얼굴.. 푸석한 피부.. 휑한 머리숱...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의 나이..
오랜시간동안 다른 사창가에서 이미 굴리고 굴렸을 것 같은 병든 몸뚱아리의 싸구려 창녀..
옷을 벗고 반드시 누웠다.
창녀가 옆으로 서서 옷을 벗으며 병들고 지친 불쌍한 몸뚱아리를 비친다.
축늘어진 젖가슴..
싸구려 창녀가 무언가를 보지위로 훌치더니 내위에 오른다.
나의 귀두를 손장난으로 세우려 노력한다.
그렇게 한참동안 노력하고서야 세워진 내물건을 자기의 병든 몸속에 밀어넣는다.
"허억!!!!!!!!!!!!!........."
싸구려 창녀의 눈이 커진다.
그 병들고 지친 눈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싸구려 창녀의 늘어진 젖가슴에 탄력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눈에서 맑고 투명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나온다.
"으흑흑흑.......으흑흑흑흑...."
내 가슴위를 쓸어내리는 피곤에 쩌든 주름진 푸석한 피부의 손등도.. 어느덧..
탄력을 되찾기 시작하고 숙인 머리의 휑한 머리숱도 이제는 검게 채워진다.
내좃을 깊게 머금었던 차갑고 헐렁한 창녀의 몸속도 점점 더 불타는듯 뜨겁게 조여오기 시작한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창녀가 미친듯 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아후우..좋아!!.... 아후우..좋아!!.... 아후우..나 어떡해!!....아후우...."
[찌걱..찌걱..찌걱...찌걱...]
내 몸위에서 환희를 느끼던 병든 창녀의 몸 구석구석이 이제는 빛이 새어나올 정도로
하얗고 투명한 피부로 변해가는게 느껴진다.
14년후
2010년 6월..
고가도로 건설현장
트럭위에 올라타서 고가도로위로 오르기 시작이다.
다들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에 들떠 있다.
사상 최초로 남과 북이 월드컵의 본선무대에 동반진출을 했기 때문이다.
트럭위에 함께 오른 작업자들 역시.. 한국의 경기일정과 북한의 경기일정에 대한
얘기들 뿐이다.
고가도로위에 어느덧 트럭이 멈추고 우리 작업자들은 차량위에서 뛰어내렸다.
도로옆 우수맨홀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청소를 하는 토목건설현장의 잡일이다.
14년의 시간동안 조선족 행세를 하며 연변을 들락거려 비자연장을 해가며 여지껏
잘 살아왔다.
오래전.. 서울역에서 만났던 그 정체모를 남자의 우려대로 나를 죽이기 위해 북에서
보냈다던 킬러도.. 그 어떠한 위협도 전혀 느끼지 못한채 잘 살고 있다.
현장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오는길..
언제나 설레는 시간이다.
지난세월 10년이 넘게 고시원과 쪽방을 옮겨다니며 숨어지내다 작년에 드디어 나의 작은
방을 얻고야 말았다..
한적한 도심지 외곽의 원룸..
나도 이제는 평범한 한국사람처럼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을 하고 괜찮은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그렇게 해서 조선족신분으로 가장한 북한의 정찰조 전투원이 아닌
진짜한국사람이 되길 바라고만 있었다.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만의 공간.. 나의 가구들.. 나의 소유재산들..
침대위에 벌러덩 누워 TV를 켠다.
"아.... 오늘 무척 덥군.."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욕실문을 잡으려다 순간 손잡이를 잡기직전 머뭇거렸다.
미세한 문틈사이의 검은 그림자..
"누군가가 문밖에서 나를 기다린다.. 저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나는 감전될 것이다.."
문에서 몇발자욱 떨어진 다음 있는 힘껏 문짝을 걷어찼다.
[콰당!!!!!!!!!!!!]
아니나 다를까 힘차게 열린 문밖으로 무언가 둔탁하게 부딪치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콘센트로 연결시킨 전선의 프러스극 끝이 화장실 문 바깥손잡이에 감겨있고 츄리링차림의
젊은 여자가 기절해 있었다...!!!..
길다란 묶음머리.. 하얀피부.. 보통체격..
"씨파!!!!..... 겨... 결국!!... 그 작자의 말이 다 사실이란 말인가???...."
시간이 없다.
기절한 기집년의 손목과 발목을 전기줄로 포박한후
신속히 옷을 갈아입고 중요한 서류들과 짐을 가방에 구겨 넣는다.
이윽고.. 나를 죽이려 했던 기집년을 흔들어 깨운다.
이 기집년이 눈을 뜨더니 흠칫 놀라 나를 흘겨보기 시작이다.
"조국을 배신한 더러운 변절자.. 악질 반동새끼... 김희준이....!!...."
".............."
대꾸없이 이 기집년의 몸위로 콘센트에 연결된 전기줄을 가져간다.
양극과 음극.. [쫘아악!!] 길게 찢은 두 전극을 슬척 교차시킨다..
[빠직!!!!!!]
순간 강한 불빛의 번쩍임에 이 기집년이 긴장을 하며 몸을 뒤척이며 기어가려 애를 쓴다.
"말해....!!... 내가 도대체 누구야??...."
"누구긴??...조국을 배신한 반동 쓰레기일 뿐이지!!!.. 이 개간나야!!!...."
"훗..... 좋아.. 나를 죽이라고 시킨게 누구야??..."
"내가 말할것 같네???...."
"좋아..... 그럼.. 시간이 없으니까.. 굵고 짧게 시작하자구..."
"..........!!!!........."
이 기집년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빠직!!!!!!]
전선의 양극과 음극을 들고 이 북조선의 킬러 기집년 앞으로 다가간다.
전선의 전극 끝을 보고 기겁을 하며 기기 시작하는 기집년..
타이트한 엉덩이 쪽으로 전선의 프러스극을 천천히 가져다 댄다..
이윽고 발악하는 기집년의 똥꼬에 닿았다..!!
[지지지직!!....]
"우웁!!!!!!!!!!!!!!!!!!!!!!!!!!!!!!!!!!.....웁!!!!!!!!...웁!!!!.....웁!!!..."
"말하라.... 내가 누군가??....."
"우...웁...웁...!!!...웁!!!...."
"훗!!... 싫어??... 이래두??.."
[지지지직!....]
"웁!!!!!!!!!!!!!!!!!!!!!!!!!!!!!!!!!!!!.....웁!!!!!......웁!!!!....."
이 기집년이 기절을 했다.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깨끗한 내방바닥위.. 어느덧 질펀한 똥오줌을 싸버린것 같다.
서둘러 발코니창을 통해 가스배관을 타고 3층 아래로 내려갔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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