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승합차 밖.. 1층 편의점 주변으로 [경희궁의 아침]의 수많은 주민들이
연행되어지는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틈으로 [시영]이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대가리 안숙여!!.. 이 새끼야!!!!....."
"........."
승합차가 출발이다.
그렇게 해서 남조선의 정보기관에 끌려오게 되었다.
30분후..
육중한 건물의 지하주차장..
승합차가 시끄러운 타이어마찰음을 내며 멈춰선다.
주차장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이끌려 어디론가를 향해 걷고 있다.
내 오른쪽에 있는 정보기관 녀석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네.. 지금 도착해서 이송중입니다..."
"네.. 대공조사실로 데려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녀석이 전화를 끊는다.
밝고 길다란 복도..
드디어.. 14년간의 도피생활이 오늘로서 끝이난거다.
어떤 긴장감도.. 불안감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내 머리속은 그냥.. 체념으로 인한 자포자기의 심정...
차라리 홀가분한 생각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들의 억센 손아귀를 벗어날 탈출계획도 어떠한 저항의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쇠로된 철문..
그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우중충한 분위기의 복도가 또 나온다.
방금전 밝은 복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 우중충한 복도를 몇발자욱 걷다보니 또다시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우중충한 방.. 조사실..
책상과 테이블.. 갓등..
벽면에 보이는 욕조.. 철제캐비넷..
[빠각]!!!!!!!
"허억!!..."
뒤에서 누군가가 내 종아리를 밟아버렸는지..
하체 힘이 순간 풀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야.. 이새끼 수갑풀러..."
"넵..."
[철커덕...]
내등뒤로 묶인 손목의 은팔찌가 풀려진다.
책상위에 앉은 녀석이 담배를 꺼내물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기상.."
"......"
천천히 일어났다.
녀석이 한쪽다리를 꼬고 앉으며 하얀 담배연기를 나에게 내 뿜으며 말을 건다.
"후우......야..이시영이가 너 신고했는데.. 간첩이라고.... 너 간첩맞냐??....."
"................."
"간첩이야.. 아니야?? 이새끼야!!...."
"맞습니다........."
"그래??...... 옷 벗어..."
"......................."
웃통을 벗고.. 바지를 벗었다.
"이새끼가...장난하나... 밑에꺼도 다 까...."
"....................."
팬티를 벗는다.
고문으로인한 공포감 또는 불안감보다는 수치스러움이 느껴진다.
"물부터 시작할래?? 불부터 시작할래??..."
".................."
"훗.. 이새끼봐라??... 야.. 물불가리지 말랜다.. 시작해..."
"넵......."
"끄아악!!!!!!!!!!!!!!!!!!!!!!!!!!!!!!!!!!!!!!!!!!!!!!............."
그렇게 몇날 며칠의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조사실과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한숨도 못자고 며칠씩 조사를 받았다.
중간중간에 정신이 들어 누군가의 얼굴을 본 기억은 있다.
14년전 헤어진 조타수 [이광수]가 자본주의의 기름끼가 좔좔 흐르는 얼굴로
나타나 비몽사몽 정신이 없는 나와 짧은 면담도 있었다.
책상위 얼굴을 대고 잠들어 있다.
잠에서 깨어났나 보다.. 주변의 말소리가 들린다.
눈은 뜨지 않고 잠시 잠자던 자세로 조용히 이들의 말소리를 듣는다.
입술과 눈두덩이에서 볼까지 타고 흘러나온 피가 딱지가 되어 굳었는지..
책상위에 볼따구가 붙어있는듯하다.
두손목은 등뒤로 수갑이 채워져 있다.
"그러면 저새끼는 어떻게 되는거죠??..."
"그러게.. 선거전에 붙잡혀 줬으면.. 딱이었는데 말야...아쉽게 되었다고 할수 있지 머......"
"보궐선거때까지는 여기 있어야겠네요??.."
"뭐 어쩌겠어.. 그때가서 한자리라도 더 얻으려면 하는수 없겠지...."
"큰집 어른이 진짜 아까워 했겠네요.. 그쵸??..."
"풋... 하긴 14년전 일인데.. 그 때 있던 놈이 여지껏 살아있었다고 생각을 해봐.. 버젓이
한국에서 말이야... 이거야 대박 아니겠어??..."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내 옆에있던 두놈이 벌떡 일어난다.
"과장님.. 오셨습니까??..."
"머야??.... 어떻게 됐다는거야??.. 저새끼가 단군의 유일한 혈족이라고??..."
"훗..... 저놈 말로는 그래요.. 보고서 올린거 그대로입니다.."
"하하... 이새끼가 미친거 아냐??.. 흐음.. 어디보자......"
"2010년 *월*일*시경 의정부 북부에서 보위부소속의 북측 요원 림혜진 일당 접촉..
단군의 혈족이라는 사실을 들었고 림혜진이 자신의 씨를 잉태해서 북으로 출국예정이라..
그리고 뭐야..이들의 목적은 김정남의 비호세력인 보위부소속의 소장파 군부의 쿠테타세력들이
중국을 등에업고....."
"훗.........."
"하하... 이새끼 이거 소설가야??? 한국에서 오래살다보니.. 드라마하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
"하하하........"
"야.. 저새끼 깨워봐..."
"넵...."
[촤아악!!!!!!!!!!!!!!!!!!!!!!]
순간 자는척 엎드려 있는 나에게 차가운 물한바가지가 끼얹어 졌다.
"흐읍....... 쿨럭!!... 쿨럭!!........"
".......야... 빨갱이.....김희준이..."
".....네..."
"니가 단군의 혈족이냐????... 어???...."
"킥킥.........."
"..........나는....그들에게 들은 얘기만 전한 것일 뿐이요..."
"이새끼가... 야이새끼야.. 니가 단군의 혈족이면.. 나는 환인의 친아들이다.. 이 새끼야.."
"큭큭......."
"................"
"야..이시영이하고.. 이새끼 전세로 살던 집주인놈하고.. 나머지 주변놈들은 어떻게 됐어??.."
"아직까지 별다른 혐의는 없습니다.."
"적당한 한놈은 가담자로 만들어 놓아야 보기가 좋을텐데.. 말이야.. 어쩌지??..."
"그러게요.. 이시영이는 신고자라.. 좀 그렇고..."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림혜진인지.. 그년은 수배 해놨어??.."
"의정부역 cctv자료로 저새끼와 접촉한 사실은 확인이 되는데.. 더이상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시간없으니까.. 빨리빨리 더 조사해보고.. 이새끼는 지난 14년동안 한국에서
고첩활동 해온걸로 만들어서 때되면 터트려야 하니까.. 그렇게 조서 만들어 놓고.. 알았냐??..."
"네....."
"하하... 단군할아버지.. 이거.. 천손의 후예답게.. 부랄이 큼지막~ 합니다.. 어??.....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
나는 어떻게 될까??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14년동안 고첩활동을 해오다 붙잡힌 조선족
노동자로서 남조선에 때가 되면 드러나게 될것이다.
나로인해 지난날 이들의 대간첩소탕작전에서의 안보망에 구멍이 뚫렸다고 국민들이 걱정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몇날 며칠이 지났다.
더이상 고문이나 심문 또는 취조를 당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건네받은 깨끗한 옷을 입고.. 조사실 내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게 움질일 수 있었다.
개밥그릇에 퍼담긴 밥을 두 손목이 뒤로 결박당한채 엎드려서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도 내맘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대리]라는 정보요원에 이끌려 어디론가 향한다.
모처럼 조사실복도의 바깥 복도로 걸어들어왔다.
밝은 복도..
밝은 형광등..
대략 보름만에 와보는 통로이다.
정장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젊은 남녀..
계중에 처음에 이 복도로 걸어들어왔던 나처럼.. 누군가에게 연행되어지는 사람도 보인다.
내 옆의 [이대리]가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기 바쁘다.
"이대리.. 오늘도 야근이야??.."
"아니.... 왜??... 소주한잔??.."
"조옷치.... 콜???..."
"콜........."
복도를 지나니 드넓은 로비가 나온다.
로비의 통창너머로 바깥이 보인다.
모처럼 보는 밝은 햇살이다.
[이대리]가 자판기에서 종이커피를 빼내어 준다.
수갑으로 채워진 두손으로 커피를 받아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이다.
"도대체.. 얼마만인가??.."
맛없는 자본주의의 상징음료가 이렇게나 달게 느껴지다니..
향긋한 커피향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입술을 적신다.
"이따가.. 외부인사 접견하면.. 니가 들은얘기.. 단군인지.. 먼지.. 그런얘기 다하고..
나머지.. 다른 쓸데없는 얘긴 안하는거 알지??.."
"네....."
"고문당했다던가.. 맞았다던가.. 말하는건 니 자유인데.. 뒷감당은 나도 책임못져.."
"걱정 마시요.."
"그리고.. 나보다 네살 많던데.. 내가 반말한다고 기분나쁜건 없지??.."
"훗... 그런거 없소.. 커피 잘마셨소.."
그렇게 해서 [이대리]와 접견실로 들어갔다.
깨끗하고 넓직한 쇼파와 테이블..
[이대리]와 나란히 앉아있다.
잠시후.. 40대후반의 정장차림의 왠 남자가 머리가 히끗하고 하얀 한복을 입은 노인을 데리고
접견실로 들어온다.
[이대리]가 일어나더니 40대후반의 남자와 악수를 주고 받는다.
"이야.. 이대리.. 오랜만이야???...."
"하하.. 곽부장님.. 분소일은 잘 되가시나요??..."
"나야 머 그렇지..그래... 이쪽은 단군학회 명예회장이자 서울시립대 역사학과 최교수님이셔.."
"안녕하십니까??.."
"허허... 젊은 양반들.. 나라를 위해 수고가 많으십니다..."
"반갑습니다.. 최교수님.."
"흐음.. 저친구야??..."
"네...."
내옆에 서있는 [이대리]..
맞은편에 서있는 [곽부장]과 [최교수]라는 범상치 않은 눈빛의 노인..
그 노인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의 얼굴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셋이 다시 착석을 한다.
[최교수]가 나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며 입을 연다.
"김희준씨.. 혹시 본관을 아시요??..."
"김해김씨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몇대손인지.. 그런거는 전혀 모르오.."
"아버지 존함이 뭐요??..."
"김자..학자..범자 이십니다.."
"김학범이라..... 흐음... 혹시 조부모님 존함을 알고 계십니까??..."
"모릅니다.."
"어머니 존함은 무엇이오??..."
"리자 정자 혜자 입니다.."
"리정혜......"
"............"
[최교수]가 두눈이 커다래지며 심각한 두눈으로 내 얼굴을 다시 살핀다.
[최교수]가 천천히 일어난다.
[최교수]옆의 [곽부장]이라는 남자가 음료수를 입에 댄채 [최교수]와 나의 얼굴표정을 살핀다.
".....65대 단군!!...고열가황제의 후손... 천손의 157대손이신...희준태손님....!!...."
"푸헐!!....켁........"
".....!!............."
"인사드리옵니다!!!......비천한 소인이 첫눈에 알현드리지 못한죄 만번죽어 마땅하옵니다.."
"................"
[최교수]가 넙죽 엎드리며 큰절을 한다.
[곽부장]과 [이대리]가 놀래 어쩔줄 몰라한다.
나역시 백발노인에게 느닷없이 큰절을 받자니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접견실안..
나와 [최교수]뿐이다.
유리창밖.. 수십의 이곳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쳐다보고 있다.
"저의 가문은 역대로.. 왕명으로 천손의 가족을 모시는 영광스런 집안이었습니다.."
"..............."
"저의 조부모님께서는 대한제국 이씨황제의 명으로 희준태손님의
고조부모님이신 주현태손님을 보살피던 때였습니다.."
".............."
"일제가 천손과 그 가족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묘향산의 깊은 산속으로 거쳐를 옮겨간
후 이를 뒤?던 왜병의 칼에 그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
"조부모님의 임종직전.. 저의 아비에게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 천손의 존재와 그 가족들을
보살피고.. 이제는 이세상에 꼭.. 알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 하셨습니다..."
".............."
"하지만.. 남과 북의 전쟁과 국토의 분단으로 아버지께서 그 뜻을 못이루었고.. 이제서야...
흑흑!!..... 이렇게 알현드려 죄송스럽고.. 이렇게 무사하시다니.. 망극하옵니다...
희준 태손님!!......"
".............."
어이가 없다.
보위부의 [림혜진]이가 했던 말이 다 사실이었나보다..
내가 진짜 대쥬신제국의 마지막 단군 고열가황제의 직계 후손이었다니.. 어떤 역사적인 근거도 없고..
사료도 없고.. 그저 비밀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이 [최교수]의 가문으로만 전해져 내려왔다니...
"오래전.. 누군가로부터.. 북에서 남으로 오셨다는 말을 전해듣고 오랫동안 찾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여지껏 찾지 못하다가.. 흑흑흑....... 태손님.. 천번 만번 죽어 마땅한 죄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남자들이 들어와 다짜고짜 나를 연행해서 나간다.
"이...이놈들아!!!... 태손님이시다!!!...."
"어허... 접견시간 끝입니다.. 최교수님... 떨어지십시오.."
"이...이 놈들아!!!!......"
"야.. 뭣들해???.... 어서 최교수님 다시 모셔드리지 않고..!!..."
"넵!!!....."
빠른걸음으로 이끌려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이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를 끌고 온 녀석들이 내 수갑을 풀어주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넓직한 거실에 쇼파, 침대.. tv와 화장실..
이곳은 완전 호텔급 이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었다니.. 여기는 남조선의 정치인이나 고급당원들이 기거하는곳인것
같아 보인다.
"훗... 단군의 후손이라더니..이것들이 이렇게 대우 해주는군...."
저녁시간.. 정보요원 하나가 밥을 챙겨주고 냉장고 안에 프라스틱 페티병의 탄산음료 몇개와
먹거리를 채워넣어준다.
"김희준이..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
".............."
다음날..
TV를 본다.
뉴스시간이다.
[오늘새벽 올림픽대로에서 3중 추돌사고로 한명이 숨지고 두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숨진사람은 서울시립대의 최모 교수로 밝혀졌습니다..]
"........씨파....... 그렇군......"
"하하.... 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이 개새끼들.... 그래.... 그래야지!!!...
이 개새끼들... 북이나 남이나... 다 똑같은 개새끼들....... 우하하하하하......."
한달이 지났다.
번뜩이는 후레시 세례들..
[이대리]의 손에 이끌려 단상위에 오른다.
나는 이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희생양이 되어 앵무새처럼 몇번이나 외우고 답습했던 대답을
쉼?있다.
[찰칵!!...찰칵!!찰칵!!....]
"에.. 저는 북의 지령으로.. 1996년 10월.. 조선족신분으로 남조선에 위장취업한..."
[찰칵!!...찰칵!!찰칵!!....]
"북조선의 보위부소속의 대남 혁명위원회 부부지부장인 김희준이라고 합네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에.. 저의 목적은.. 남조선에 위장취업한후.. 고첩으로 공작활동을 벌이면서..지난 14년동안
북의 정권찬양과 남조선의 민심혼란을 위한 허위사실유포및 언론책동, 남조선정권붕괴를 위한
대모와 집회유도등의 대남적화활동입네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나이가 몇살입니까???...."
"네.. 남조선 나이로 서른아홉입니다.."
그때였다.
내앞에 앉은 이쁘장한 여기자 하나가 번쩍 손을 든다.
새삼.. 오래전 [시영]이 얼굴이 떠오른다.
[이시영]...
나를 지금의 이자리에 있게 만든 장본인이지만.. 더이상 원망하지는 않는다.
이쁘장한 여기자에게 손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떡인다.
"소라일보의 신미나 기자입니다.. 남한의 정권붕괴를 위한 대남적화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활동을 몇가지 예로 들어주십시오.."
"에... 그거는..........."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순간 옆에 있는 [이대리]의 눈치를 살핀다.
[이대리]역시 당혹스러워한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에.... 그거는 조사기관에 다 말했습네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이 이쁘장한 여기자가 또각또각하게 내 두눈을 바라보며 다시한번 질문을 한다.
당혹스럽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말해주십시오..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말입니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더는 말씀............ 못드립니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때가 어느땐데... 공작정치야?????????????....."
"저거 가짜 아니야????????????........"
"아니!!... 이사람들이.. 여기가 국회야?? 기자회견장에서 못할말도 있는거지!!..."
"이런...!!... 니들이 그러고도 기자야??????....."
"이런..!!... 이씨이!!...."
"어쭈!!....놔!!.. 이거 안놔??..."
기자회견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기자들끼리 니편 내편.. 싸우고 난리가 났다.
[이대리]와 정보요원들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온다.
그날밤...
"입 꽉 다물어....."
[쫘악!!!!!!!!!!!!!.........]
"이런.. 이 개이새끼...."
[빠각!!!!!......]
"헉!!!...."
[이대리]와 정보요원 하나가 [조부장]이라는 간부급 정보요원에게 절라게 얻어터진다.
나는 팔에 은팔찌를끼고 책상에 앉아있다.
"이개새끼들아!!... 촛불집회!!.. 철거민연합회!!.. 눈에 보이는 빨갱이가 얼마나 많어??
어????......"
"......................."
"그런거 하나 제대로 교육을 못시켜서.. 국정을 혼란하게 만들어???.... 니들이 그러고도
대한민국의 정보요원이야????.... 어??....."
"또...똑바로 하겠습니다..."
"뭘 똑바로 하겠다고.. 이새끼들아.."
[퍽!!!!!!!!!!!!......]
"어???...뭘??..."
[쫘악!!!!!!!!!!!!!!..]
"에효... 이 개새끼들.. 빨갱이 하나 제대로 교육도 못시키고... 니네 새끼들 때문에..
내가 또 줘터지러 가야되잖아... 이 새끼들아..."
".................."
"에효.... 씨발..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니기미..시킬걸 시켜야지.. 젠장할..!!..."
".................."
[조부장]이 씩씩거리며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정확히 일주일후.. 지방 보궐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들은 만족할만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검찰의 대공수사기관으로 옮겨져 다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단군의 후손일지 모르는 나는 이광수나 다른 간첩들처럼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가 보다.
대한민국은 나를 감옥에 집어넣어 영원히 빛을 못보게 만들 작정같아 보인다.
참 우습다.
북에서는 나를 죽이려하고..
남에서는 나를 감옥에 영원히 가두려하고..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고 몇번의 법원심리가 열렸다.
나는 변호사를 통해 기자회견때의 나의 발언에 대해 전면 부정을 하게되었다.
그렇게 두차례의 공판을 벌이며 몇달이 지났다..
1심3차공판..
공판장에는 나와 변호사, 검사..판사셋.. 정보기관 사람들로 보이는 몇명..
그외에 아무도 없다.
"에.. 피고는 엄현한 대한민국 헌법의 형법 제98조에 의거.. 적성국 간첩혐의를 적용시켜
무기징역형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변호인측.. 최종 변론 하십시오.."
"네.. 피고 김희준은 지난 강릉잠수함 사건때.. 북에서 온 간첩은 맞습니다.
하지만.. 현정권의 정보기관과 검찰에서 만들어놓은 정권의 꼭둑각시일 뿐이지.. 피고가
지난 14년동안 한국에 와서 저지른 이적행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피고는 자유대한의 품을 찾아 북으로 부터 등을 돌렸고.. 북의 암살로부터 숨죽이며 14년을
살아온.. 우리의 동포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런 피고를 위해 피고의 지난
고달픈 삶을 헤아려 자유대한의 따뜻한 품으로.. 동포애로 감싸주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믿음과 신념을 온세상에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이상입니다..."
"피고.. 김희준.. 마지막으로 할말 있으면 하십시오..."
"저는 북조선을 등졌습니다.. 남조선에 숨어살아 오면서 자유와 행복이라는걸
느끼게 되었습니다...비록 신분을 속이며 숨어 살아왔지만 14년동안 행복했습니다..
남조선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하갔습니다.."
"에... 판결하겠습니다...
피고 김희준... 적성국 간첩혐의로 무기징역....!!... 땅땅땅!!!...."
다시 어디론가 이송되었다.
차창밖... 낯익은 풍경이 새롭기만 하다.
저멀리 [경희궁의 아침]이 보인다.
길다란 가로수길을 따라 이동한다.
"파란지붕의 큰집..!!..."
함께온 수사관들이 나를 내려주고 차를 돌려 빠져나간다.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내가 왜.. 이리로 왔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렸을 때.. 큰집앞에서 [조부장]와 [이대리]가 나를 반긴다.
"하하... 김희준씨..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
이들이 수갑을 풀어준다.
파란지붕의 큰집의 정문을 지나 걸어들어간다.
옷을 갈아입었다.
넓직한 응접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는 곳..
[경희궁의 아침]....
그곳에.. [시영]이가 있다.
"아직까지 그곳에 있을까??..."
여지껏 새카맣게 잊고만 있었는데.. 아까 차창밖에서 [경희궁의 아침]오피스텔을 보고나서
부터 계속 [시영]이 생각이 난다.
"혹시.. 신변에 무슨 위협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이윽고 응접실 문이 열리고 검은정장의 남자하나가 들어온다.
"각하 오십니다..."
내옆에 서있는 [조부장]과 [이대리]가 옷 매무새를 점검한다.
내옆에 앉아있던 정보기관 간부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남한의 대통령이 들어온다.
평소 TV에서만 봤던 얼굴을 실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승합차 밖.. 1층 편의점 주변으로 [경희궁의 아침]의 수많은 주민들이
연행되어지는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틈으로 [시영]이를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대가리 안숙여!!.. 이 새끼야!!!!....."
"........."
승합차가 출발이다.
그렇게 해서 남조선의 정보기관에 끌려오게 되었다.
30분후..
육중한 건물의 지하주차장..
승합차가 시끄러운 타이어마찰음을 내며 멈춰선다.
주차장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이끌려 어디론가를 향해 걷고 있다.
내 오른쪽에 있는 정보기관 녀석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네.. 지금 도착해서 이송중입니다..."
"네.. 대공조사실로 데려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녀석이 전화를 끊는다.
밝고 길다란 복도..
드디어.. 14년간의 도피생활이 오늘로서 끝이난거다.
어떤 긴장감도.. 불안감도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내 머리속은 그냥.. 체념으로 인한 자포자기의 심정...
차라리 홀가분한 생각이 느껴질 정도이다.
이들의 억센 손아귀를 벗어날 탈출계획도 어떠한 저항의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쇠로된 철문..
그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우중충한 분위기의 복도가 또 나온다.
방금전 밝은 복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이 우중충한 복도를 몇발자욱 걷다보니 또다시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우중충한 방.. 조사실..
책상과 테이블.. 갓등..
벽면에 보이는 욕조.. 철제캐비넷..
[빠각]!!!!!!!
"허억!!..."
뒤에서 누군가가 내 종아리를 밟아버렸는지..
하체 힘이 순간 풀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야.. 이새끼 수갑풀러..."
"넵..."
[철커덕...]
내등뒤로 묶인 손목의 은팔찌가 풀려진다.
책상위에 앉은 녀석이 담배를 꺼내물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기상.."
"......"
천천히 일어났다.
녀석이 한쪽다리를 꼬고 앉으며 하얀 담배연기를 나에게 내 뿜으며 말을 건다.
"후우......야..이시영이가 너 신고했는데.. 간첩이라고.... 너 간첩맞냐??....."
"................."
"간첩이야.. 아니야?? 이새끼야!!...."
"맞습니다........."
"그래??...... 옷 벗어..."
"......................."
웃통을 벗고.. 바지를 벗었다.
"이새끼가...장난하나... 밑에꺼도 다 까...."
"....................."
팬티를 벗는다.
고문으로인한 공포감 또는 불안감보다는 수치스러움이 느껴진다.
"물부터 시작할래?? 불부터 시작할래??..."
".................."
"훗.. 이새끼봐라??... 야.. 물불가리지 말랜다.. 시작해..."
"넵......."
"끄아악!!!!!!!!!!!!!!!!!!!!!!!!!!!!!!!!!!!!!!!!!!!!!!............."
그렇게 몇날 며칠의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조사실과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한숨도 못자고 며칠씩 조사를 받았다.
중간중간에 정신이 들어 누군가의 얼굴을 본 기억은 있다.
14년전 헤어진 조타수 [이광수]가 자본주의의 기름끼가 좔좔 흐르는 얼굴로
나타나 비몽사몽 정신이 없는 나와 짧은 면담도 있었다.
책상위 얼굴을 대고 잠들어 있다.
잠에서 깨어났나 보다.. 주변의 말소리가 들린다.
눈은 뜨지 않고 잠시 잠자던 자세로 조용히 이들의 말소리를 듣는다.
입술과 눈두덩이에서 볼까지 타고 흘러나온 피가 딱지가 되어 굳었는지..
책상위에 볼따구가 붙어있는듯하다.
두손목은 등뒤로 수갑이 채워져 있다.
"그러면 저새끼는 어떻게 되는거죠??..."
"그러게.. 선거전에 붙잡혀 줬으면.. 딱이었는데 말야...아쉽게 되었다고 할수 있지 머......"
"보궐선거때까지는 여기 있어야겠네요??.."
"뭐 어쩌겠어.. 그때가서 한자리라도 더 얻으려면 하는수 없겠지...."
"큰집 어른이 진짜 아까워 했겠네요.. 그쵸??..."
"풋... 하긴 14년전 일인데.. 그 때 있던 놈이 여지껏 살아있었다고 생각을 해봐.. 버젓이
한국에서 말이야... 이거야 대박 아니겠어??..."
그때였다.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내 옆에있던 두놈이 벌떡 일어난다.
"과장님.. 오셨습니까??..."
"머야??.... 어떻게 됐다는거야??.. 저새끼가 단군의 유일한 혈족이라고??..."
"훗..... 저놈 말로는 그래요.. 보고서 올린거 그대로입니다.."
"하하... 이새끼가 미친거 아냐??.. 흐음.. 어디보자......"
"2010년 *월*일*시경 의정부 북부에서 보위부소속의 북측 요원 림혜진 일당 접촉..
단군의 혈족이라는 사실을 들었고 림혜진이 자신의 씨를 잉태해서 북으로 출국예정이라..
그리고 뭐야..이들의 목적은 김정남의 비호세력인 보위부소속의 소장파 군부의 쿠테타세력들이
중국을 등에업고....."
"훗.........."
"하하... 이새끼 이거 소설가야??? 한국에서 오래살다보니.. 드라마하고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
"하하하........"
"야.. 저새끼 깨워봐..."
"넵...."
[촤아악!!!!!!!!!!!!!!!!!!!!!!]
순간 자는척 엎드려 있는 나에게 차가운 물한바가지가 끼얹어 졌다.
"흐읍....... 쿨럭!!... 쿨럭!!........"
".......야... 빨갱이.....김희준이..."
".....네..."
"니가 단군의 혈족이냐????... 어???...."
"킥킥.........."
"..........나는....그들에게 들은 얘기만 전한 것일 뿐이요..."
"이새끼가... 야이새끼야.. 니가 단군의 혈족이면.. 나는 환인의 친아들이다.. 이 새끼야.."
"큭큭......."
"................"
"야..이시영이하고.. 이새끼 전세로 살던 집주인놈하고.. 나머지 주변놈들은 어떻게 됐어??.."
"아직까지 별다른 혐의는 없습니다.."
"적당한 한놈은 가담자로 만들어 놓아야 보기가 좋을텐데.. 말이야.. 어쩌지??..."
"그러게요.. 이시영이는 신고자라.. 좀 그렇고..."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림혜진인지.. 그년은 수배 해놨어??.."
"의정부역 cctv자료로 저새끼와 접촉한 사실은 확인이 되는데.. 더이상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시간없으니까.. 빨리빨리 더 조사해보고.. 이새끼는 지난 14년동안 한국에서
고첩활동 해온걸로 만들어서 때되면 터트려야 하니까.. 그렇게 조서 만들어 놓고.. 알았냐??..."
"네....."
"하하... 단군할아버지.. 이거.. 천손의 후예답게.. 부랄이 큼지막~ 합니다.. 어??.....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
나는 어떻게 될까??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14년동안 고첩활동을 해오다 붙잡힌 조선족
노동자로서 남조선에 때가 되면 드러나게 될것이다.
나로인해 지난날 이들의 대간첩소탕작전에서의 안보망에 구멍이 뚫렸다고 국민들이 걱정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몇날 며칠이 지났다.
더이상 고문이나 심문 또는 취조를 당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건네받은 깨끗한 옷을 입고.. 조사실 내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게 움질일 수 있었다.
개밥그릇에 퍼담긴 밥을 두 손목이 뒤로 결박당한채 엎드려서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도 내맘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대리]라는 정보요원에 이끌려 어디론가 향한다.
모처럼 조사실복도의 바깥 복도로 걸어들어왔다.
밝은 복도..
밝은 형광등..
대략 보름만에 와보는 통로이다.
정장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젊은 남녀..
계중에 처음에 이 복도로 걸어들어왔던 나처럼.. 누군가에게 연행되어지는 사람도 보인다.
내 옆의 [이대리]가 안면이 있는 사람들과 인사하기 바쁘다.
"이대리.. 오늘도 야근이야??.."
"아니.... 왜??... 소주한잔??.."
"조옷치.... 콜???..."
"콜........."
복도를 지나니 드넓은 로비가 나온다.
로비의 통창너머로 바깥이 보인다.
모처럼 보는 밝은 햇살이다.
[이대리]가 자판기에서 종이커피를 빼내어 준다.
수갑으로 채워진 두손으로 커피를 받아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이다.
"도대체.. 얼마만인가??.."
맛없는 자본주의의 상징음료가 이렇게나 달게 느껴지다니..
향긋한 커피향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입술을 적신다.
"이따가.. 외부인사 접견하면.. 니가 들은얘기.. 단군인지.. 먼지.. 그런얘기 다하고..
나머지.. 다른 쓸데없는 얘긴 안하는거 알지??.."
"네....."
"고문당했다던가.. 맞았다던가.. 말하는건 니 자유인데.. 뒷감당은 나도 책임못져.."
"걱정 마시요.."
"그리고.. 나보다 네살 많던데.. 내가 반말한다고 기분나쁜건 없지??.."
"훗... 그런거 없소.. 커피 잘마셨소.."
그렇게 해서 [이대리]와 접견실로 들어갔다.
깨끗하고 넓직한 쇼파와 테이블..
[이대리]와 나란히 앉아있다.
잠시후.. 40대후반의 정장차림의 왠 남자가 머리가 히끗하고 하얀 한복을 입은 노인을 데리고
접견실로 들어온다.
[이대리]가 일어나더니 40대후반의 남자와 악수를 주고 받는다.
"이야.. 이대리.. 오랜만이야???...."
"하하.. 곽부장님.. 분소일은 잘 되가시나요??..."
"나야 머 그렇지..그래... 이쪽은 단군학회 명예회장이자 서울시립대 역사학과 최교수님이셔.."
"안녕하십니까??.."
"허허... 젊은 양반들.. 나라를 위해 수고가 많으십니다..."
"반갑습니다.. 최교수님.."
"흐음.. 저친구야??..."
"네...."
내옆에 서있는 [이대리]..
맞은편에 서있는 [곽부장]과 [최교수]라는 범상치 않은 눈빛의 노인..
그 노인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의 얼굴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셋이 다시 착석을 한다.
[최교수]가 나의 얼굴을 천천히 살피며 입을 연다.
"김희준씨.. 혹시 본관을 아시요??..."
"김해김씨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몇대손인지.. 그런거는 전혀 모르오.."
"아버지 존함이 뭐요??..."
"김자..학자..범자 이십니다.."
"김학범이라..... 흐음... 혹시 조부모님 존함을 알고 계십니까??..."
"모릅니다.."
"어머니 존함은 무엇이오??..."
"리자 정자 혜자 입니다.."
"리정혜......"
"............"
[최교수]가 두눈이 커다래지며 심각한 두눈으로 내 얼굴을 다시 살핀다.
[최교수]가 천천히 일어난다.
[최교수]옆의 [곽부장]이라는 남자가 음료수를 입에 댄채 [최교수]와 나의 얼굴표정을 살핀다.
".....65대 단군!!...고열가황제의 후손... 천손의 157대손이신...희준태손님....!!...."
"푸헐!!....켁........"
".....!!............."
"인사드리옵니다!!!......비천한 소인이 첫눈에 알현드리지 못한죄 만번죽어 마땅하옵니다.."
"................"
[최교수]가 넙죽 엎드리며 큰절을 한다.
[곽부장]과 [이대리]가 놀래 어쩔줄 몰라한다.
나역시 백발노인에게 느닷없이 큰절을 받자니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접견실안..
나와 [최교수]뿐이다.
유리창밖.. 수십의 이곳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쳐다보고 있다.
"저의 가문은 역대로.. 왕명으로 천손의 가족을 모시는 영광스런 집안이었습니다.."
"..............."
"저의 조부모님께서는 대한제국 이씨황제의 명으로 희준태손님의
고조부모님이신 주현태손님을 보살피던 때였습니다.."
".............."
"일제가 천손과 그 가족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묘향산의 깊은 산속으로 거쳐를 옮겨간
후 이를 뒤?던 왜병의 칼에 그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
"조부모님의 임종직전.. 저의 아비에게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 천손의 존재와 그 가족들을
보살피고.. 이제는 이세상에 꼭.. 알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 하셨습니다..."
".............."
"하지만.. 남과 북의 전쟁과 국토의 분단으로 아버지께서 그 뜻을 못이루었고.. 이제서야...
흑흑!!..... 이렇게 알현드려 죄송스럽고.. 이렇게 무사하시다니.. 망극하옵니다...
희준 태손님!!......"
".............."
어이가 없다.
보위부의 [림혜진]이가 했던 말이 다 사실이었나보다..
내가 진짜 대쥬신제국의 마지막 단군 고열가황제의 직계 후손이었다니.. 어떤 역사적인 근거도 없고..
사료도 없고.. 그저 비밀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이 [최교수]의 가문으로만 전해져 내려왔다니...
"오래전.. 누군가로부터.. 북에서 남으로 오셨다는 말을 전해듣고 오랫동안 찾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여지껏 찾지 못하다가.. 흑흑흑....... 태손님.. 천번 만번 죽어 마땅한 죄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남자들이 들어와 다짜고짜 나를 연행해서 나간다.
"이...이놈들아!!!... 태손님이시다!!!...."
"어허... 접견시간 끝입니다.. 최교수님... 떨어지십시오.."
"이...이 놈들아!!!!......"
"야.. 뭣들해???.... 어서 최교수님 다시 모셔드리지 않고..!!..."
"넵!!!....."
빠른걸음으로 이끌려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이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를 끌고 온 녀석들이 내 수갑을 풀어주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넓직한 거실에 쇼파, 침대.. tv와 화장실..
이곳은 완전 호텔급 이다.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었다니.. 여기는 남조선의 정치인이나 고급당원들이 기거하는곳인것
같아 보인다.
"훗... 단군의 후손이라더니..이것들이 이렇게 대우 해주는군...."
저녁시간.. 정보요원 하나가 밥을 챙겨주고 냉장고 안에 프라스틱 페티병의 탄산음료 몇개와
먹거리를 채워넣어준다.
"김희준이..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
".............."
다음날..
TV를 본다.
뉴스시간이다.
[오늘새벽 올림픽대로에서 3중 추돌사고로 한명이 숨지고 두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숨진사람은 서울시립대의 최모 교수로 밝혀졌습니다..]
"........씨파....... 그렇군......"
"하하.... 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이 개새끼들.... 그래.... 그래야지!!!...
이 개새끼들... 북이나 남이나... 다 똑같은 개새끼들....... 우하하하하하......."
한달이 지났다.
번뜩이는 후레시 세례들..
[이대리]의 손에 이끌려 단상위에 오른다.
나는 이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희생양이 되어 앵무새처럼 몇번이나 외우고 답습했던 대답을
쉼?있다.
[찰칵!!...찰칵!!찰칵!!....]
"에.. 저는 북의 지령으로.. 1996년 10월.. 조선족신분으로 남조선에 위장취업한..."
[찰칵!!...찰칵!!찰칵!!....]
"북조선의 보위부소속의 대남 혁명위원회 부부지부장인 김희준이라고 합네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에.. 저의 목적은.. 남조선에 위장취업한후.. 고첩으로 공작활동을 벌이면서..지난 14년동안
북의 정권찬양과 남조선의 민심혼란을 위한 허위사실유포및 언론책동, 남조선정권붕괴를 위한
대모와 집회유도등의 대남적화활동입네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나이가 몇살입니까???...."
"네.. 남조선 나이로 서른아홉입니다.."
그때였다.
내앞에 앉은 이쁘장한 여기자 하나가 번쩍 손을 든다.
새삼.. 오래전 [시영]이 얼굴이 떠오른다.
[이시영]...
나를 지금의 이자리에 있게 만든 장본인이지만.. 더이상 원망하지는 않는다.
이쁘장한 여기자에게 손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떡인다.
"소라일보의 신미나 기자입니다.. 남한의 정권붕괴를 위한 대남적화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활동을 몇가지 예로 들어주십시오.."
"에... 그거는..........."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순간 옆에 있는 [이대리]의 눈치를 살핀다.
[이대리]역시 당혹스러워한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에.... 그거는 조사기관에 다 말했습네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이 이쁘장한 여기자가 또각또각하게 내 두눈을 바라보며 다시한번 질문을 한다.
당혹스럽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 말해주십시오.. 대한민국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말입니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더는 말씀............ 못드립니다..."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여기저기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때가 어느땐데... 공작정치야?????????????....."
"저거 가짜 아니야????????????........"
"아니!!... 이사람들이.. 여기가 국회야?? 기자회견장에서 못할말도 있는거지!!..."
"이런...!!... 니들이 그러고도 기자야??????....."
"이런..!!... 이씨이!!...."
"어쭈!!....놔!!.. 이거 안놔??..."
기자회견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기자들끼리 니편 내편.. 싸우고 난리가 났다.
[이대리]와 정보요원들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온다.
그날밤...
"입 꽉 다물어....."
[쫘악!!!!!!!!!!!!!.........]
"이런.. 이 개이새끼...."
[빠각!!!!!......]
"헉!!!...."
[이대리]와 정보요원 하나가 [조부장]이라는 간부급 정보요원에게 절라게 얻어터진다.
나는 팔에 은팔찌를끼고 책상에 앉아있다.
"이개새끼들아!!... 촛불집회!!.. 철거민연합회!!.. 눈에 보이는 빨갱이가 얼마나 많어??
어????......"
"......................."
"그런거 하나 제대로 교육을 못시켜서.. 국정을 혼란하게 만들어???.... 니들이 그러고도
대한민국의 정보요원이야????.... 어??....."
"또...똑바로 하겠습니다..."
"뭘 똑바로 하겠다고.. 이새끼들아.."
[퍽!!!!!!!!!!!!......]
"어???...뭘??..."
[쫘악!!!!!!!!!!!!!!..]
"에효... 이 개새끼들.. 빨갱이 하나 제대로 교육도 못시키고... 니네 새끼들 때문에..
내가 또 줘터지러 가야되잖아... 이 새끼들아..."
".................."
"에효.... 씨발..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니기미..시킬걸 시켜야지.. 젠장할..!!..."
".................."
[조부장]이 씩씩거리며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정확히 일주일후.. 지방 보궐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들은 만족할만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검찰의 대공수사기관으로 옮겨져 다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단군의 후손일지 모르는 나는 이광수나 다른 간첩들처럼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가 보다.
대한민국은 나를 감옥에 집어넣어 영원히 빛을 못보게 만들 작정같아 보인다.
참 우습다.
북에서는 나를 죽이려하고..
남에서는 나를 감옥에 영원히 가두려하고..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고 몇번의 법원심리가 열렸다.
나는 변호사를 통해 기자회견때의 나의 발언에 대해 전면 부정을 하게되었다.
그렇게 두차례의 공판을 벌이며 몇달이 지났다..
1심3차공판..
공판장에는 나와 변호사, 검사..판사셋.. 정보기관 사람들로 보이는 몇명..
그외에 아무도 없다.
"에.. 피고는 엄현한 대한민국 헌법의 형법 제98조에 의거.. 적성국 간첩혐의를 적용시켜
무기징역형을 구형하는 바입니다.."
"변호인측.. 최종 변론 하십시오.."
"네.. 피고 김희준은 지난 강릉잠수함 사건때.. 북에서 온 간첩은 맞습니다.
하지만.. 현정권의 정보기관과 검찰에서 만들어놓은 정권의 꼭둑각시일 뿐이지.. 피고가
지난 14년동안 한국에 와서 저지른 이적행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피고는 자유대한의 품을 찾아 북으로 부터 등을 돌렸고.. 북의 암살로부터 숨죽이며 14년을
살아온.. 우리의 동포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이런 피고를 위해 피고의 지난
고달픈 삶을 헤아려 자유대한의 따뜻한 품으로.. 동포애로 감싸주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믿음과 신념을 온세상에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이상입니다..."
"피고.. 김희준.. 마지막으로 할말 있으면 하십시오..."
"저는 북조선을 등졌습니다.. 남조선에 숨어살아 오면서 자유와 행복이라는걸
느끼게 되었습니다...비록 신분을 속이며 숨어 살아왔지만 14년동안 행복했습니다..
남조선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하갔습니다.."
"에... 판결하겠습니다...
피고 김희준... 적성국 간첩혐의로 무기징역....!!... 땅땅땅!!!...."
다시 어디론가 이송되었다.
차창밖... 낯익은 풍경이 새롭기만 하다.
저멀리 [경희궁의 아침]이 보인다.
길다란 가로수길을 따라 이동한다.
"파란지붕의 큰집..!!..."
함께온 수사관들이 나를 내려주고 차를 돌려 빠져나간다.
무기징역을 구형받은 내가 왜.. 이리로 왔는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렸을 때.. 큰집앞에서 [조부장]와 [이대리]가 나를 반긴다.
"하하... 김희준씨..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
이들이 수갑을 풀어준다.
파란지붕의 큰집의 정문을 지나 걸어들어간다.
옷을 갈아입었다.
넓직한 응접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는 곳..
[경희궁의 아침]....
그곳에.. [시영]이가 있다.
"아직까지 그곳에 있을까??..."
여지껏 새카맣게 잊고만 있었는데.. 아까 차창밖에서 [경희궁의 아침]오피스텔을 보고나서
부터 계속 [시영]이 생각이 난다.
"혹시.. 신변에 무슨 위협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이윽고 응접실 문이 열리고 검은정장의 남자하나가 들어온다.
"각하 오십니다..."
내옆에 서있는 [조부장]과 [이대리]가 옷 매무새를 점검한다.
내옆에 앉아있던 정보기관 간부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남한의 대통령이 들어온다.
평소 TV에서만 봤던 얼굴을 실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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