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
2011년 6월17일
[우우웅~............]
기체의 떨림에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군용기가 북한의 나진공항에 랜딩했다.
나와 서른네명의 통합국정원의 공작원들이 인솔자를 따라
차를 타고 나진시 외곽의 숙소로 향한다.
아직까지 서로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던 남녀 공작원들..
차창밖 어둠...
새삼 15년만에 떠나온 나의 조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이곳을 떠나오기전.. 국정원의 [조부장]과 면담이 있었다.
[조부장]과 마주앉았던 자리.. 차가운 눈빛과 알수없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
국정원 대내3과의 [조부장]..
"김희준씨가 이번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한건.. 우리가 그만큼 김희준씨를 믿기 때문이었어요.."
".............."
"뭐.. 사실.. 임혜진씨와 김희준씨와의 관계도 우리가 잘알고.. 임혜진씨가 작당들과 준비중인
쥬신제국건설이라는 얼토당토한 계획도 잘알고.. 훗... 임혜진씨는 우리측 공작원들에 의해..
살해당할께 뻔한데.. 그렇게 된다면.. 김희준씨가 참.. 마음이 안좋을것 아니겠어요???..."
".............."
"그래서 보내드리는겁니다.. 가서 설득하시라구요.. 기회를 주자는 거죠... 그동안 국가가 내린
명령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하고...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주었으니..."
".............."
"그럼.. 건투를 빕니다.. 가셔서.. 임혜진씨를 안전하게 모셔와요.. 통일한국으로 온다면..
그동안의 명령불복종에 관한 죄는 일체 묻지 않기로.. 제 직함을 걸고 책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부장]과 악수를 하고 밖으로 나서던 찰라..
[조부장]이 나의 뒷통수에 차가운 비수를 한마디 던졌다.
"참... 이시영씨..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데... 훗... 요즘 두분이서 깨가 쏟아진다면서요??....
이거 부럽습니다.."
"..............????......."
"이시영씨 걱정은 마세요.. 김희준씨가 안계시더라도.. 우리가 자알~ 보살피고 있을테니.."
"....!!!!!!!!!!!!........."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냉혹한 눈빛과 야비한 미소를 머금은 [조부장]을 바라본다.
"훗.....잘 다녀오시요...."
"......그리 하갔소...!!....."
남조선 정보원들의 개가 되면서까지.. 이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역시나 세상에는 쉬운일이 하나도 없는가 보다.
[시영]이는 지금 국정원에 의해 인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차피 [림혜진]이를 설득시키기에도 내가 제격이고.. 나와 [시영]이의 관계를 아는 국정원에서
지금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저들이 하는 행동을 봐서는.. 내가 배신한다면.. [시영]이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것이다.
"시영아.....미안해... 어떡하면 좋겠니??......."
버스가 멈추고.. 일행들이 무거운 짐가방을 챙겨들고 나진시 외곽의 숙소 로비에 집결한다.
벌써 시간이 밤10시이다.
"자...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아침 여덟시에 이곳에서 집결합니다.. 며칠간 교육받고 디데이
날.. 점심 전후로 두만강을 넘어 중국땅으로 향할 것입니다.. 2인1실이니까.. 명단 부르면 앞으로
나오셔서 숙소키를 가져가고.. 지금 같은방을 쓰는 각자 파트너가 작전을 함께 수행해야할
파트너니.. 친분을 쌓도록 하세요....."
"최재철.. 윤길상..."
"...네...네....."
"박옥례.. 송금화..:
"넵... 넵..."
"김봉준.. 이기상..."
"...네....."
"이계화.. 조옥란.."
"네... 넵..."
"김희준.. 장형태..."
"...네...네.."
시커먼 얼굴.. 다부진 몸.. 찢어진 눈매.. 나와 같은 방을 배정받은 [장형태]라는 공작원은
북조선출신 같아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모인 공작원들.. 죄다 그전 보위부 소속의 북한 공작원 출신들만 같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침대위 걸터앉았다.
우리 일행들은 내일부터 며칠간 교육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침투해서
[림혜진]일당을 제거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츄리링으로 갈아입은 [장형태]가 입을 연다.
"김동무.. 말은 들었소.... 머.. 어차피 북쪽 출신이니.. 동무라는 말.. 괜찮지 않소??..."
"........ 상관없슴이요..."
"그전에.. 정찰국 장교출신에.. 해상처 22전대라던데..."
"...... 맞아요..."
"고조.. 정찰국에 있었으면.. 고생꽤나 하셨겠슴네다??..."
".......훗..... 오래전 얘기디...."
"자... 준비되셨으면.. 밥먹으러 가시디요..."
"그럽시다..."
복도로 나오니.. 각자 개인 츄리링과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남녀 공작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왁자지껄한 복도를 지나 숙소 1층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처음 이곳에 집결할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틀려졌다.
[장형태]와 식판을 들고 마주앉자.. 건너편 여자 공작원 커플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동그란 눈에.. 갸름한 얼굴.. 단발의 생머리.. 작은체구.. 전형적인 북한식 미녀이다..
사실.. 아까 성남비행장에서 출발하기전부터.. 왠지 호감이 느껴졌던 여자이다.
[리계화].....
아까 방을 배정받았을 때.. 이 여자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장형태]가 나를 쳐다보더니 뒤돌아 여자들을 쳐다본다.
"훗.. 친분을 쌓으려면.. 고조.. 남자녀자 쌍쌍이 맺여주던가 해야디...친분이 제대로 쌓이지.. 안그렇슴메??..."
"핫..하하하........"
장형태..
35살....
전직 보위부 소속 공작원..
"저뒤... 눈이 송아지처럼 땡그란 녀성동지래.. 내래 안면이 있슴이요..."
"...그래요??.........."
"김동무만 생각 있다면.. 내래.. 오늘밤 열렬한 혁명투쟁을 위해.. 접근전을 해보갔소.."
"하하......."
[장형태]가 나와 [리계화]간의 알수없는 기류를 읽은듯 하다.
"고조.. 여성동무!!....밤도 꿀꿀한데.. 우리..날맥주나 한잔 어떻습매??.. 하면서 말이요..."
"하하......."
"저.. 리계화 동무래... 보위대학에 있었을때부터.. 알아주는 꽃미녀 아이요??...."
"그렇소???....."
"상늙은이같은 안전원 고급간부하고 결혼했다가.. 림자가 얼마전 통일전쟁때 뙤놈들의 포격으로
고조 락자없이 뎌세상으로 가버리고.. 지금 홀몸이 아이겠소??"
"아...저런........."
"고조.. 얼굴도 곱디만서도.. 몸뚱아리래.. 살까기로 단련되어서리.... 아쥬 그냥..."
"훗......큭큭큭......"
그날밤..
매점에서 사온 남한의 피쳐맥주가 숙소내 테이블에 차려지고..
[장형태]의 손에 이끌려 진짜.. [리계화]가 숙소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그럼.. 김동무래.. 리계화동무하고.. 좋은 얘기 많이 나누기요.. 내래.. 옥란씨랑 할일이 아주
많으니.. 피차간 서로 방해하기 없음이요??...."
[장형태]가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리계화]가 숙쓰러운 듯.. 현관앞에 서서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흐음... 저.. 이쪽으로.. 앉으세요..."
"..흐음..... 우리 이래도 되는건지......"
"뭐... 어때요??... 이런것도 다 추억이고.. 그런거죠.. 한잔 받으세요..."
".............호호.... 넘칩네다...."
"자.. 건배...."
"....호호...쨘..."
[리계화]가 종이컵에 담긴 남한의 피쳐맥주를 한입 머금으며 다시 나의 두눈과 마주친다.
서둘러 눈길을 피하며 쑥쓰러운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는다.
"흐음... 김희준동무래.. 북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남조선 말투를 쓰시는구만요??..."
"하하.. 조선을 떠난지 15년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선말이 안나오네요..."
"훗.... 남조선 사투리래.. 가렴돋이 날정도로 언제들어도 귀엽디 안슴메??...."
"하하.. 그래요???....."
[리계화]에게 애를쓰며 한국말을 해댄다.
북한쪽 여자들.. 은근히 남한쪽 남자들에게 깊은 호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한시간후.....
침대위.. 발가벗겨진 [리계화]와 열렬한 혁명투쟁을 벌이고 있다.
"아흐!!... 아흐!!... 미...미치갔어!!... 미치갔어!!..."
"썅...!!!... 내래.. 더.. 미치갔어!!!.... 어???.... 내 불기둥맛이.. 어떤기야!!! 어???.."
[퍽!!!!... 퍽!!!!...퍽!!!!...퍽!!!!...퍽!!!!...퍽!!!!...퍽!!!!...퍽!!!!...]
"아흐!!... 오마니!!!!...죽갔시오!!!.....오마니!!!.....아흐!!!... 미치갔어!!..."
"썅...!!!...좀 조용하라!!!....으으!!!...으아으...썅!!!......."
[퍽!!!!... 퍽!!!!...퍽!!!!...퍽!!!!...퍽!!!!...퍽!!!!...퍽!!!!...퍽!!!!...]
[리계화]..
29살..
전 북조선 국가안전보위부 2국 해외 반탐부 소속
현 통합국정원 평양 제2연락소 정보원
[계화]의 두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탱글탱글한 젖가슴을 거세게 쥐어짜며.. 열라게 박아대고
있다.
[계화]가 자지러지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터져나오는 색소리를 어거지로 참아대고 있다.
"내래.. 계화를!!... 함북 회령으로 보내주갔어..!!....으으....으으..."
"아흡!!....아흡!!!....날래!!!.. 날래!!!.. 보내주시라!! 요!!!... 희준!!! 동무!!...으으!!.."
"계화!!.. 엎으라..!!!!......"
이틀후..
12시 30분..
점심을 먹자마자 급하게 출발한 우리 일행이 타고 있는 차가 훈련교장이 아닌 다른곳으로 향하는 듯 하다.
한시간후.. 차창너머로 두만강의 교각과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이다.
차안의 우리 일행들이 의아해 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앞좌석에 앉았던 인솔교관이었던 [채만식]과장이 일어나 마이크를 잡는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작전이 시작이요... 완벽한 탈북자 또는 치한부재 상황의
조선족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일체 개인짐이나 총기류는 지급하지 않을 것이요.. 각자.. 자급자족
하여.. 임혜진 일당에게 접근하고.. 그 계집과 그 일당을 처단하시오.. 통일한국의 미래는
오직 여러분의 손에 달렸소....."
"...........!!!!!!!!!!!!!!!!!!................"
"머..머이 어드래??... 썅.. 숙소에 짐 다 있는데...."
"................."
[장형태]가 불만어린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장형태]도 빈털털이에.. 츄리링차림이다.
차창밖...
두만강이 보인다..
좁은 실개천..
그간 숱하게 북한의 인민들이 굶주림을 벗어나고 자유를 찾기위해..
이 강을 건넜었다.
이윽고.. 조-중 경계를 지나 길림성의 도문시에 도착이다..
길림성..
북간도로 일컬어지던 이곳..
고구려의 용맹무쌍한 개마기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듯 내 가슴이 점점
요동치기 시작이다..
중국과 러시아,북한지역을 접경하고 있는 이곳.. 길림성..
이곳의 어디에선가 [혜진]이가 대쥬신제국의 새역사를 시작하려 하나보다.
버스가 멈춰선다.
철모와 왼팔에 파란띠를 두른 중국인민해방군의 쾌반부대소속 치안유지군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탱크와 장갑차도 보인다.
인솔자와 중국군 간부간에 대화가 있었고.. 인솔자인 [채만식]과장이 우리를 불러세운다.
"자자.. 여기 주목!!!......"
"............."
"..각자 여기서 팀별로 해산입니다..!!... 임혜진이와 그 일당은 지금 연길에 있소..
그곳은 이곳과는 달리.. 중국군이 잠입조차 못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요...."
"...!!!!............"
"만약..중국군인들에게 체포되어.. 공안소로 끌려간다거나 하게되면 8787을 은밀히 적어 내시오..
거기까지가 중국땅에서 통일한국이 여러분에게 베풀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요.."
"8787??........."
"자... 각자 건투를 빌고.. 이곳 집결지까지는 정확히 열흘이요... 성공하던지.. 실패하던지....
29일.. 이시간 14시30분 이후라면.. 각자 알아서 두만강을 건너 통일한국으로 오시요..!!...."
"................."
우리를 지켜보는 중무장한 중국 쾌속반응부대원들의 싸늘한 눈빛...
조선족 게릴라를 소탕하기위해 잠입한 통일한국의 공작원들 이지만.. 저들의 반한감정에 이글거리는
증오의 눈에는 원수로만 비쳐질 것이다.
총한자루없이..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혜진]이 일당을 찾아내어 임무를 완수하라니...!!..
이래서 공작원들을 북한쪽 요원들로만 선발한 건가???.....
하긴.. 말투가 조선족과 비슷해야 하니까..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먼 능선너머.. 검은 연기가 어슴프레 보인다.
[따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따따....]
이따금씩..자동보총 소리도 어디선가 바람결을 타고 들려오는듯 하다.
[계화]가 다급하게 다가와 내손을 맞잡는다.
"희준동무..!!.. 임무를 완수하던 실패하던.. 무사하길 바랍네다.."
"... 내걱정은 말고.. 계화씨만 조심해요.."
"훗.. 이제는 억지 남조선 사투리 쓰지 마시라요???....."
"하하.... 알갔시요......"
지난 이틀동안 한침대에서 열렬한 혁명투쟁을 벌였던..[계화]...
그렇게 우리는 조별로 흩어져서 그렇게.. 연길시로 향하기 시작이다.
[형태]가 불만어린 목소리를 내던진다.
"형님.. 여기서 연길까지.. 차로 시간 거린데.. 걸어서 갈겁네까??..."
"달리 방법이 없디 않니.... 경계하며 걸으라...."
눈에익은 한글 간판이 즐비한 작은 동네를 지난다.
문을 연곳은 한곳도 없다.
바삐 어디론가 뛰어가는 사람들..
한족인지.. 조선족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이다.
저멀리.. 검붉은 연기가 점점더 선명해 진다.
총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타타타탕!!!!!!!!..... 드드드드득!!!... 드드득!!!!.....]
"림혜진이... 너를 꼭 만나고야 말갔어...!!.... 너는 나의 임자니까네..... 내래 꼭..
너와 뜻을 같이 하갔어..!!....."
순간 남한의 [시영]이의 슬픈 눈빛이 떠오른다...
"썅!!............"
2011년 6월17일
[우우웅~............]
기체의 떨림에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군용기가 북한의 나진공항에 랜딩했다.
나와 서른네명의 통합국정원의 공작원들이 인솔자를 따라
차를 타고 나진시 외곽의 숙소로 향한다.
아직까지 서로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던 남녀 공작원들..
차창밖 어둠...
새삼 15년만에 떠나온 나의 조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이곳을 떠나오기전.. 국정원의 [조부장]과 면담이 있었다.
[조부장]과 마주앉았던 자리.. 차가운 눈빛과 알수없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
국정원 대내3과의 [조부장]..
"김희준씨가 이번작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한건.. 우리가 그만큼 김희준씨를 믿기 때문이었어요.."
".............."
"뭐.. 사실.. 임혜진씨와 김희준씨와의 관계도 우리가 잘알고.. 임혜진씨가 작당들과 준비중인
쥬신제국건설이라는 얼토당토한 계획도 잘알고.. 훗... 임혜진씨는 우리측 공작원들에 의해..
살해당할께 뻔한데.. 그렇게 된다면.. 김희준씨가 참.. 마음이 안좋을것 아니겠어요???..."
".............."
"그래서 보내드리는겁니다.. 가서 설득하시라구요.. 기회를 주자는 거죠... 그동안 국가가 내린
명령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하고...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주었으니..."
".............."
"그럼.. 건투를 빕니다.. 가셔서.. 임혜진씨를 안전하게 모셔와요.. 통일한국으로 온다면..
그동안의 명령불복종에 관한 죄는 일체 묻지 않기로.. 제 직함을 걸고 책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부장]과 악수를 하고 밖으로 나서던 찰라..
[조부장]이 나의 뒷통수에 차가운 비수를 한마디 던졌다.
"참... 이시영씨..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는데... 훗... 요즘 두분이서 깨가 쏟아진다면서요??....
이거 부럽습니다.."
"..............????......."
"이시영씨 걱정은 마세요.. 김희준씨가 안계시더라도.. 우리가 자알~ 보살피고 있을테니.."
"....!!!!!!!!!!!!........."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냉혹한 눈빛과 야비한 미소를 머금은 [조부장]을 바라본다.
"훗.....잘 다녀오시요...."
"......그리 하갔소...!!....."
남조선 정보원들의 개가 되면서까지.. 이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역시나 세상에는 쉬운일이 하나도 없는가 보다.
[시영]이는 지금 국정원에 의해 인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차피 [림혜진]이를 설득시키기에도 내가 제격이고.. 나와 [시영]이의 관계를 아는 국정원에서
지금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저들이 하는 행동을 봐서는.. 내가 배신한다면.. [시영]이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것이다.
"시영아.....미안해... 어떡하면 좋겠니??......."
버스가 멈추고.. 일행들이 무거운 짐가방을 챙겨들고 나진시 외곽의 숙소 로비에 집결한다.
벌써 시간이 밤10시이다.
"자...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아침 여덟시에 이곳에서 집결합니다.. 며칠간 교육받고 디데이
날.. 점심 전후로 두만강을 넘어 중국땅으로 향할 것입니다.. 2인1실이니까.. 명단 부르면 앞으로
나오셔서 숙소키를 가져가고.. 지금 같은방을 쓰는 각자 파트너가 작전을 함께 수행해야할
파트너니.. 친분을 쌓도록 하세요....."
"최재철.. 윤길상..."
"...네...네....."
"박옥례.. 송금화..:
"넵... 넵..."
"김봉준.. 이기상..."
"...네....."
"이계화.. 조옥란.."
"네... 넵..."
"김희준.. 장형태..."
"...네...네.."
시커먼 얼굴.. 다부진 몸.. 찢어진 눈매.. 나와 같은 방을 배정받은 [장형태]라는 공작원은
북조선출신 같아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모인 공작원들.. 죄다 그전 보위부 소속의 북한 공작원 출신들만 같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침대위 걸터앉았다.
우리 일행들은 내일부터 며칠간 교육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침투해서
[림혜진]일당을 제거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츄리링으로 갈아입은 [장형태]가 입을 연다.
"김동무.. 말은 들었소.... 머.. 어차피 북쪽 출신이니.. 동무라는 말.. 괜찮지 않소??..."
"........ 상관없슴이요..."
"그전에.. 정찰국 장교출신에.. 해상처 22전대라던데..."
"...... 맞아요..."
"고조.. 정찰국에 있었으면.. 고생꽤나 하셨겠슴네다??..."
".......훗..... 오래전 얘기디...."
"자... 준비되셨으면.. 밥먹으러 가시디요..."
"그럽시다..."
복도로 나오니.. 각자 개인 츄리링과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남녀 공작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왁자지껄한 복도를 지나 숙소 1층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처음 이곳에 집결할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틀려졌다.
[장형태]와 식판을 들고 마주앉자.. 건너편 여자 공작원 커플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동그란 눈에.. 갸름한 얼굴.. 단발의 생머리.. 작은체구.. 전형적인 북한식 미녀이다..
사실.. 아까 성남비행장에서 출발하기전부터.. 왠지 호감이 느껴졌던 여자이다.
[리계화].....
아까 방을 배정받았을 때.. 이 여자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장형태]가 나를 쳐다보더니 뒤돌아 여자들을 쳐다본다.
"훗.. 친분을 쌓으려면.. 고조.. 남자녀자 쌍쌍이 맺여주던가 해야디...친분이 제대로 쌓이지.. 안그렇슴메??..."
"핫..하하하........"
장형태..
35살....
전직 보위부 소속 공작원..
"저뒤... 눈이 송아지처럼 땡그란 녀성동지래.. 내래 안면이 있슴이요..."
"...그래요??.........."
"김동무만 생각 있다면.. 내래.. 오늘밤 열렬한 혁명투쟁을 위해.. 접근전을 해보갔소.."
"하하......."
[장형태]가 나와 [리계화]간의 알수없는 기류를 읽은듯 하다.
"고조.. 여성동무!!....밤도 꿀꿀한데.. 우리..날맥주나 한잔 어떻습매??.. 하면서 말이요..."
"하하......."
"저.. 리계화 동무래... 보위대학에 있었을때부터.. 알아주는 꽃미녀 아이요??...."
"그렇소???....."
"상늙은이같은 안전원 고급간부하고 결혼했다가.. 림자가 얼마전 통일전쟁때 뙤놈들의 포격으로
고조 락자없이 뎌세상으로 가버리고.. 지금 홀몸이 아이겠소??"
"아...저런........."
"고조.. 얼굴도 곱디만서도.. 몸뚱아리래.. 살까기로 단련되어서리.... 아쥬 그냥..."
"훗......큭큭큭......"
그날밤..
매점에서 사온 남한의 피쳐맥주가 숙소내 테이블에 차려지고..
[장형태]의 손에 이끌려 진짜.. [리계화]가 숙소로 들어오고야 말았다..
"그럼.. 김동무래.. 리계화동무하고.. 좋은 얘기 많이 나누기요.. 내래.. 옥란씨랑 할일이 아주
많으니.. 피차간 서로 방해하기 없음이요??...."
[장형태]가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리계화]가 숙쓰러운 듯.. 현관앞에 서서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흐음... 저.. 이쪽으로.. 앉으세요..."
"..흐음..... 우리 이래도 되는건지......"
"뭐... 어때요??... 이런것도 다 추억이고.. 그런거죠.. 한잔 받으세요..."
".............호호.... 넘칩네다...."
"자.. 건배...."
"....호호...쨘..."
[리계화]가 종이컵에 담긴 남한의 피쳐맥주를 한입 머금으며 다시 나의 두눈과 마주친다.
서둘러 눈길을 피하며 쑥쓰러운 표정으로 잔을 내려놓는다.
"흐음... 김희준동무래.. 북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남조선 말투를 쓰시는구만요??..."
"하하.. 조선을 떠난지 15년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선말이 안나오네요..."
"훗.... 남조선 사투리래.. 가렴돋이 날정도로 언제들어도 귀엽디 안슴메??...."
"하하.. 그래요???....."
[리계화]에게 애를쓰며 한국말을 해댄다.
북한쪽 여자들.. 은근히 남한쪽 남자들에게 깊은 호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한시간후.....
침대위.. 발가벗겨진 [리계화]와 열렬한 혁명투쟁을 벌이고 있다.
"아흐!!... 아흐!!... 미...미치갔어!!... 미치갔어!!..."
"썅...!!!... 내래.. 더.. 미치갔어!!!.... 어???.... 내 불기둥맛이.. 어떤기야!!! 어???.."
[퍽!!!!... 퍽!!!!...퍽!!!!...퍽!!!!...퍽!!!!...퍽!!!!...퍽!!!!...퍽!!!!...]
"아흐!!... 오마니!!!!...죽갔시오!!!.....오마니!!!.....아흐!!!... 미치갔어!!..."
"썅...!!!...좀 조용하라!!!....으으!!!...으아으...썅!!!......."
[퍽!!!!... 퍽!!!!...퍽!!!!...퍽!!!!...퍽!!!!...퍽!!!!...퍽!!!!...퍽!!!!...]
[리계화]..
29살..
전 북조선 국가안전보위부 2국 해외 반탐부 소속
현 통합국정원 평양 제2연락소 정보원
[계화]의 두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탱글탱글한 젖가슴을 거세게 쥐어짜며.. 열라게 박아대고
있다.
[계화]가 자지러지듯.. 아랫입술을 깨물며.. 터져나오는 색소리를 어거지로 참아대고 있다.
"내래.. 계화를!!... 함북 회령으로 보내주갔어..!!....으으....으으..."
"아흡!!....아흡!!!....날래!!!.. 날래!!!.. 보내주시라!! 요!!!... 희준!!! 동무!!...으으!!.."
"계화!!.. 엎으라..!!!!......"
이틀후..
12시 30분..
점심을 먹자마자 급하게 출발한 우리 일행이 타고 있는 차가 훈련교장이 아닌 다른곳으로 향하는 듯 하다.
한시간후.. 차창너머로 두만강의 교각과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이다.
차안의 우리 일행들이 의아해 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앞좌석에 앉았던 인솔교관이었던 [채만식]과장이 일어나 마이크를 잡는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작전이 시작이요... 완벽한 탈북자 또는 치한부재 상황의
조선족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일체 개인짐이나 총기류는 지급하지 않을 것이요.. 각자.. 자급자족
하여.. 임혜진 일당에게 접근하고.. 그 계집과 그 일당을 처단하시오.. 통일한국의 미래는
오직 여러분의 손에 달렸소....."
"...........!!!!!!!!!!!!!!!!!!................"
"머..머이 어드래??... 썅.. 숙소에 짐 다 있는데...."
"................."
[장형태]가 불만어린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러고 보니.. 나도 [장형태]도 빈털털이에.. 츄리링차림이다.
차창밖...
두만강이 보인다..
좁은 실개천..
그간 숱하게 북한의 인민들이 굶주림을 벗어나고 자유를 찾기위해..
이 강을 건넜었다.
이윽고.. 조-중 경계를 지나 길림성의 도문시에 도착이다..
길림성..
북간도로 일컬어지던 이곳..
고구려의 용맹무쌍한 개마기병들의 말발굽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듯 내 가슴이 점점
요동치기 시작이다..
중국과 러시아,북한지역을 접경하고 있는 이곳.. 길림성..
이곳의 어디에선가 [혜진]이가 대쥬신제국의 새역사를 시작하려 하나보다.
버스가 멈춰선다.
철모와 왼팔에 파란띠를 두른 중국인민해방군의 쾌반부대소속 치안유지군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탱크와 장갑차도 보인다.
인솔자와 중국군 간부간에 대화가 있었고.. 인솔자인 [채만식]과장이 우리를 불러세운다.
"자자.. 여기 주목!!!......"
"............."
"..각자 여기서 팀별로 해산입니다..!!... 임혜진이와 그 일당은 지금 연길에 있소..
그곳은 이곳과는 달리.. 중국군이 잠입조차 못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요...."
"...!!!!............"
"만약..중국군인들에게 체포되어.. 공안소로 끌려간다거나 하게되면 8787을 은밀히 적어 내시오..
거기까지가 중국땅에서 통일한국이 여러분에게 베풀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요.."
"8787??........."
"자... 각자 건투를 빌고.. 이곳 집결지까지는 정확히 열흘이요... 성공하던지.. 실패하던지....
29일.. 이시간 14시30분 이후라면.. 각자 알아서 두만강을 건너 통일한국으로 오시요..!!...."
"................."
우리를 지켜보는 중무장한 중국 쾌속반응부대원들의 싸늘한 눈빛...
조선족 게릴라를 소탕하기위해 잠입한 통일한국의 공작원들 이지만.. 저들의 반한감정에 이글거리는
증오의 눈에는 원수로만 비쳐질 것이다.
총한자루없이..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혜진]이 일당을 찾아내어 임무를 완수하라니...!!..
이래서 공작원들을 북한쪽 요원들로만 선발한 건가???.....
하긴.. 말투가 조선족과 비슷해야 하니까..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먼 능선너머.. 검은 연기가 어슴프레 보인다.
[따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따따....]
이따금씩..자동보총 소리도 어디선가 바람결을 타고 들려오는듯 하다.
[계화]가 다급하게 다가와 내손을 맞잡는다.
"희준동무..!!.. 임무를 완수하던 실패하던.. 무사하길 바랍네다.."
"... 내걱정은 말고.. 계화씨만 조심해요.."
"훗.. 이제는 억지 남조선 사투리 쓰지 마시라요???....."
"하하.... 알갔시요......"
지난 이틀동안 한침대에서 열렬한 혁명투쟁을 벌였던..[계화]...
그렇게 우리는 조별로 흩어져서 그렇게.. 연길시로 향하기 시작이다.
[형태]가 불만어린 목소리를 내던진다.
"형님.. 여기서 연길까지.. 차로 시간 거린데.. 걸어서 갈겁네까??..."
"달리 방법이 없디 않니.... 경계하며 걸으라...."
눈에익은 한글 간판이 즐비한 작은 동네를 지난다.
문을 연곳은 한곳도 없다.
바삐 어디론가 뛰어가는 사람들..
한족인지.. 조선족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이다.
저멀리.. 검붉은 연기가 점점더 선명해 진다.
총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타타타탕!!!!!!!!..... 드드드드득!!!... 드드득!!!!.....]
"림혜진이... 너를 꼭 만나고야 말갔어...!!.... 너는 나의 임자니까네..... 내래 꼭..
너와 뜻을 같이 하갔어..!!....."
순간 남한의 [시영]이의 슬픈 눈빛이 떠오른다...
"썅!!............"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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