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안의 여의사(女醫師)
이 글은 얼마 전까지 경기도의 모 교도소(矯導所)에서 순회 진료 의사를 담당하고 있던 한 여의사와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글입니다.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실화(實話)이며 약간의 과장(誇張)이나 오버하는 장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현재도 이 여의사는 다른 교도소에서 진료활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그 여의사의 입장에서 쓰여 진 1인칭 소설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즐독(好讀)을 바라면서….
Prologue
경기도 북부의 모 교도소(矯導所)는 재소자(在所者)가 대략 1,000명 남짓 된다. 총 9개의 사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한 개의 별사동과 한 개의 여사(女舍)동으로 이루어진 결코 작지 않은 교도소이다. 전체 재소자 중 약 3분지 2는 미결수(未決囚)이며 소년수도 약간(대략 40~50명 정도) 있고 그리고 90여명의 여자재소자들도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나는 그 여자 재소자(女子 在所者)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순회 진료를 하는 순회 진료 의사이다.
참고로 나를 먼저 소개하자면 나는 내가 생활하고 있는 그 도시의 유명한 종합병원장(綜合病院長)의 외딸이며(오빠가 두 사람 있긴 하지만…) 아빠의 후광(後光)으로 유수한 명문대학의 의대(가정의 전공)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약 3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돌아온 장래가 촉망(囑望)되는 여의사(女醫師)라고들 한다(다른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어릴 때부터 전혀 고생을 하지 않고 자라서, 남들은 내가 공주과(公主科) 같다고들 하지만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사회봉사(社會奉仕)에 남다른 관심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교도소 순회 진료 의사로 자원(自願)한 것도 아빠의 도움도 없지 않아 있긴 했었지만 순전히 나의 열정(熱情)으로 인해 이루어 진 것이다. 사실 여자로서 외모나 몸매로도 그 누구한테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自負)하고 있다. 단지 한 가지 흠이 있다면(그래서 그로 인해 미인대회 같은 곳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아빠를 닮아 키가 좀 작다는 것이 한 가지 흠이라면 흠이다. 우리 아빠는 남자치고는 키가 무척 작다. 아마 165cm남짓이나 될까? 물론 내 키를 보고는 작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하고도 치명적(致命的)이라면 치명적(致命的)인 약점(弱點)은 바로 ‘키(Height)’이다. 내 키는 정확하게 언급하면 158cm이다. 아니 157.7cm이다. 병원에 있는 초정밀 계량기(키와 체중 그리고 체지방까지 함께 측정하는…)로 재 본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몸무게는 열심히 잘 먹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45kg을 넘어 본 적이 없고 체지방도 평균 이하다. 남달리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몸매라, 몸매하나만은 여전히‘S자형’을 유지(*^^*)하면서 그로 인한 남다른 자부심(自負心)과 긍지(矜持)를 갖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내 나이가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데 올해 내 나이는 꽃다운 나이(?)인 방년 서른 한 살이다. 물론 아직 싱글이기도 하고…, 아빠는 유명한 권력가(權力家) 집안의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자재(子才)와 날 맺어주고 싶어 하지만 난 아직까지 내 이상형(理想型)의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내 이상형(理想型)이 궁금 하시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앞으로 풀어갈 내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풀어버리면 재미가 반감(半減)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1. 소년수(少年囚) 강 태준과 나눈 뜨거운 세레나데(Serenade)
내가 그 지방의 교도소(矯導所)엔 매주 목요일 날 들어간다. 아침 9시 반이면 내 최신형 국산 최고급 승용차를 이용해 교도소(矯導所)에 도착해 간단한 통과 절차를 밟은 후 곧바로 여사(女舍)의 진료소로 향한다. 벌써 이 교도소를 드나든 지는 3개월이 넘어서 가고 있다. 이곳으로 오는 여자 재소자들은 미결수(未決囚)가 반 이상이고 벌금형(보통 ‘노역수’라고 한다.)을 받아 갚지 못해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가 검거된 후 들어온 여자 재소자들도 몇 있고 기결수(旣決囚, 다른 말로는 ‘징역수’라고 한다)라고 해서 형(刑)의 처분을 받아 형(刑)을 살고 있는 기결재소자(旣決在所者)들이 그 나머지이다.
그 날도 난 10여 명의 여자 재소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진료소의 대기실을 지나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여자 재소자들의 진료 기록부를 살펴보면서 재소자들을 한 사람씩 불러 진료를 해 나가던 중 갑자가 두어 명의 남자 교도관이 허겁지겁 뛰어 오는 것이 문 밖으로 보인다. 그 중 한 분은 남자 재소자들이 있는 사동 관구실(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사동을 총괄하는 사동의 총무과와도 같다.)의 과장님이라고 했다. 나이도 좀 있으신 분이셨다. 그 분이 오시더니 말씀하신다.
“선생님, 저… 큰일 났는데요. 남자 재소자들이 있는 사동관구실 앞에서 소년수(少年囚) 두 명이 싸움이 붙었는데 맞은 소년수(少年囚) 한 명의 귀가 지금 떨어지려고 하거든요.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서 외부로 데리고 나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러는데 어떻게 함께 가서 응급처치라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쪽에는 오늘 의사 선생님이 안 들어오시나요?”
“아뇨. 그, 그게… 내, 외과나 정형외과 쪽이 아니라 오늘은 피부과와 치과 쪽이고 또 시간이 너무 일러서 아직 아무도 안 들어오셨거든요.”
“그럼… 할 수 없네요. 함께 가보죠….”
그렇게 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재소자(男子在所者)들이 있는 사동(舍棟)으로 들어가 보게 되었다. 복잡한 미로(迷路)를 몇 군데 거쳐 남자재소자들이 있는 사동(舍棟)으로 허겁지겁(다들 큰 걸음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관계로 나는 거의 뛰다시피 해야 했으니까….) 들어가서 의무실로 갔다. 벌써 의무실의 대기실에는 열 명이 훨씬 넘는 남자 재소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진료실 안에는 아까 싸워서 맞았다고 하는 소년재소자가 침대위에 피를 철철 흘린 채로 손으로 감싼 채 걸터앉아 있었다. 나는 일단 진료실에 있는 약솜을 가져다가 핀셋으로 잡은 후 함께 옆에서 도와주는 소년재소자(소년수가 주로 담당하는 데 일명 ‘소지’라고 한다.)의 도움을 받아 그 환자의 귀 주변을 닦아 내었다.
“손을 내려 보세요.”
환자는 손을 내렸다. 나는 귀 주변을 닦은 후 귀를 보았더니 반 이상이 잘려 있어서 덜렁덜렁 달려 있는 상태였다. 일단은 간단하게라도 봉합수술(縫合手術)을 해야 하는 데 수술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는 지부터 살펴보아야 했다. 나는 나를 도와주는 재소자에게 말했다.
“일단 지혈(Hemostasis)을 해야 하니 소독 도구 좀 가져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이어서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지혈(止血)과 함께 응급처치(應急處置)를 해 나갔다.
“Sting Irrigation(자상 부분 세척)!”
“네, Sting Irrigation(자상 부분 세척)!”
“Dressing(상처소독)”
“네, Dressing(상처소독)”
“Surgical Trauma(외부의 상처의 정도 또는 부위)가 심하네요. Hemorrhage(출혈)도 많았던 것 같구요. 빨리 Suture Operation(봉합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나는 일단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진단을 내린 후 수술용 장갑을 끼고 바로 봉합 수술에 들어갔다. 안면의 국부마취(Local anesthesia)도 필요할 것 같은 데 환자는 그 마취(痲醉)를 거부(拒否)한다. 나는 할 수 없이 귀부분에만 마취를 시킨 후 바로 봉합수술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환자에 대해 잘 살펴 볼 여유도 없었다. 거의 30분 정도를 소비했을까? 벌써 내 얼굴과 몸 구석구석에는 땀이 배기 시작했다. 도우미 재소자는(사회에서는 간호사에 해당하나 여기서는 통칭 ‘소지’라고 부른다) 내 얼굴에 손을 댈까 말까 망설이는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땀 좀 닦아 주세요.”
환자를 옆으로 눕힌 후 수술을 한 지 45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남자 재소자들을 담당하는 의사도 왔고 내가 수술을 하고 있자 의아해 하면서 그 의사는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재소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했고 내가 있는 진료소에는 나와 그 환자, 그리고 도우미 소년재소자 한 명 외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환자는 내가 봉합을 하는 도중 많이 아팠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으나 신음 한 마디 없이 잘 버티어 주었다.
“깨끗하게 Dressing(상처소독)했고 Suture(봉합)도 끝냈으니 이제 진통제 주사 한 대 맞고 약만 잘 복용하면 상처가 덧나진 않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면서 환자가 일어선다. 나는 분명히 여사(女舍)에서 이쪽으로 오면서 절개(切開)를 당한 환자가 소년수(少年囚)라고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누워있던 환자가 침대 밑으로 내려서는 데 내가 보기엔 전혀 소년수(少年囚)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30, 40대 아저씨처럼 보인다는 말은 더 더욱 아니다. 소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성숙했고 또 체구조차 소년티가 전혀 나지 않는 그런 한 남자가 내 앞에 지금 서 있는 것이다. 19살의 황토색의 옷(미결수가 입고 있는 옷, 참고로 기결수들은 푸른색의 옷을 입는다.)을 입고 있는 이 환자, 대략 185cm쯤 되어 보이고 체구가 너무도 건장해서 사회에서 운동선수나 혹은 조폭 세계에 몸담고 있었을 법 해 보이는 듯한 그런 건장한 체격, 몸무게는 대략 85~90kg정도 되어 보인다. 하지만 인상하나는 반듯해 보인다. 나는 이 환자가 무슨 죄목(罪目)으로 들어왔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재소자 번호 ‘4○○’. 나중에 교도관에게 물어봤더니 ‘폭력’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재판은 진행 중이고 벌써 전과(前科)는 한 번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란다. 아마도 징역으로 1년 6개월 정도 선고(宣告)받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해 준다. 이곳 교도소로 온 지는 이제 일주일이 조금 지났고, 아까 싸웠던 이유는 기존의 방에 더 오래 있었던 다른 소년재소자와 시비가 붙던 차에 마침 오늘 아침에 같이 의무실로 나오던 도중 그만 또 다시 시비가 일어나 싸움으로 번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소년수(少年囚)에게 남모를 관심이 더 생겨났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나보다는 연하이고 그리고 아직 사회에서는 그리 많은 때가 묻지 않았을 것 같은 순진무구한 얼굴, ‘저런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미끈하고도 건장한 체구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마음먹기를, 그 소년 재소자(少年 在所者)와 모험(冒險)을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나는 그 환자의 치료를 끝낸 후 사동 관구 부장에게 그 환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까 수술했던 저 4○○번 환자 때문에 그러는데요, 일단 여기에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응급봉합수술은 했는데 수술 한 후 덧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단 바깥의 병원에 한 번 데리고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말씀 드리는 것이거든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담당 교도관 둘을 붙여서 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일단 저는 여사(女舍)로 가서 제 환자들을 본 후 제가 나갈 때쯤에 전화를 드리죠.”
“네, 그렇게 하도록 하시죠. 고생하셨습니다. 야! 이 주임, 여기 의사 선생님, 여사(女舍)까지 모셔다 드려!”
“네, 부장님.”
나는 여사(女舍)로 돌아와 내 환자들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대략 점심때쯤 업무(業務)를 마쳤다. 그리고 남자재소자들이 있는 사동 관구 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러자 부장은 재소자들을 호송하는 호송용 차들 중에서 봉고승합차를 이용해서 내 뒤를 따라 보내주겠다고 한다.
나는 일단 아빠의 종합 병원에 전화를 넣어서 원무과장(院務科長)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 외과 병동의 1인실 하나를 비우도록 했다. 물론 응급실로 데려가야 하겠지만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내가 배려(配慮)해 주기로 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한 시를 넘어섰다. 나는 원무과장에게 이야기 한 병실로 올라가기 전에 먼저 외과 병동의 조 미경 과장 언니에게 전화를 넣었다.
“언니, 오늘 바빠?”
“어머! 혜령이구나. 어쩐 일이야? 전화를 다 주고?”
“응, 나 지금 여기 병원인데 지금 외과병동 1인실로 가는 중이거든, 좀 와 줄래?”
“왜? 무슨 일이 있어?”
“응, 오늘 내가 순회 진료 갔었던 교도소(矯導所)에서 약간의 싸움이 일어 났었나봐. 그래서 한 재소자가 귀가 찢어 졌거든. 일단은 내가 거기서 Hemostasis(지혈)를 하고 E.T.(Emergency Treatment ; 응급 처치)도 했는데 아무래도 언니가 한 번 봐 줘야 할 것 같아서….”
“혜령이가 한 거야? 그 ET(Emergency Treatment ; 응급 처치)를?”
“응, 급하니까… 아무도 할 만한 사람이 없었거든…, 그때 당시에….”
“그래, 그럼 내가 봐 줄게. 호실만 말해줘.”
“알았어, 언니, 고마워, 나중에 내가 밥 한 번 살게.”
조 미경 과장은 울 아빠의 먼 조카뻘이기도 하지만 나랑은 둘도 없이 친한 친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다. 언니도 지금 나이가 서른여섯인데 아직까지도 싱글이다. 아니, 돌아온 싱글(일종의 ‘돌싱’이라고나 할까?)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남편이었던 사람도 같은 의사였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태(變態)였다고나 할까. 하여튼 둘이 한 1년은 살았던 것 같다. 결국 언니는 이혼(離婚)하면서 꽤 많은 위자료(慰藉料)를 챙긴 후 지금은 병원 일에만 매달려 있고 어느새 외과에서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인실 앞에는 젊은 교도관 둘이 서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 층에 있는 간호사들이 그들을 보면서 소곤거린다. 결국 내가 가서 교통정리를 해 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병원의 신참 간호사들이 아니면 내가 이 병원의 병원장의 딸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봉사하는 교도소의 소년재소자인데, 사고로 귀가 잘려서 왔으니 그리 알고 함부로 소곤거리지 말아요. 그리고 함부로 병실도 드나들지 말고…, 필요한 건 다 인터폰으로 부를 테니…, 참! 그리고 좀 있으면 외과의 조 과장님이 오실 거니까 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
이 병원에서는 내가 이사(理事)로 불리고 있다. 병원의료법인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빠의 백그라운드가 작용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병실 앞에 서 있는 교도관은 젊은 교도관 둘이었다. 물론 둘 중 한 명은 봉고 승합차의 운전자라고도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교도관이 더 있었다. 그 한 명은 병실 안의 소년재소자와 함께 있었다. 나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 소년재소자와 함께 있는 교도관에게 말하였다.
“재소자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잠시만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어요?”
“저… 규정상 혼자 두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요.”
“환자가 도망이라도 할까봐 그러세요? 제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밖에 의자에서 좀 쉬세요. 끝나면 부를게요.”
“네…, 그럼…, 알겠습니다. 다른 분 같았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할 텐데 선생님 부탁이라 들어 드리는 겁니다. 대신 부장님께는 잘 말씀해 주십시오.”
“그건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럼 잠시만 나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의 수갑이랑 포승줄은 좀 풀어 주세요.”
환자는 포승줄에 수갑까지 차고 있었던 것이다. 주임이라고 불리는 최 석호 씨는 재소자의 수갑을 풀어주고 포승줄을 푼 후 화장실 옆 사물함 위에 숨겨 둔다. 그리고 수갑은 자신의 허리띠에 찬 후 밖으로 나가고 나는 황토색 옷을 입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 있는 환자 옆으로 다가 갔다.
“이봐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이봐요. 젊은 아저씨, 이름이 어떻게 되냐구요?”
“…태준이라고 합니다. 강 태준이요.”
“나이는요?”
“우리 나이로는 스물입니다. 만으로는 열아홉이고요.”
“내가 싫어요? 왜 내 눈을 안 쳐다보세요?”
“….”
“내가 무서워요?”
태준이는 고개를 젓는다.
“그럼요?”
“못 쳐다보겠어요. 너무 이쁘셔서….”
“푸훗!”
잠시 침묵(沈黙)이 흐른다.
나는 일단 인터폰으로 간호사를 불렀다. 그리고 죄수복을 벗기고 환자복을 입히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는 동안에 미경이 언니(조 미경 외과과장)가 올라왔다.
“어서…, 그 재소자 옷을 벗고 이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세요.”
“오늘 다시 들어가야 할 텐데….”
“내 말 잘 듣고 나한테 이쁘게 보이면 내가 안 들여보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갈아입어요.”
“정말요?”
그러면서 태준은 얼른 침대에서 내려서서 우리 둘의 눈치를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어차피 우리가 나가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냥 재소자 옷을 벗은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갈아입는 동안에 얼핏 보니 삼각팬티 부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텐트의 중앙 지지대처럼 우뚝 솟아 있었는데 태준의 남성이 혹시 기립(起立)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미경언니의 눈을 보니 미경 언니도 태준의 그 부위(部位)를 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푸훗!’하고 웃었다. 그러자 미경 언니도 내 웃음소리에 눈치를 챘는지 나를 쳐다 본 후 같이 웃는다. 미경 언니도 나랑 키가 엇비슷해서 차라리 내게는 위로(慰勞)가 된다. 팬티만 입고 환자복을 입기 전의 태준의 다리를 보니 다리통도 무척 굵고 털이 숭숭한 게 정말 남자답다.
사실 나는 털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왠지 야성적(野性的)인 면이 강해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성적(性的)인 경험(經驗)이 그리 많지는 않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 간 남자가 모두 합해 봐야 다섯 명 이내일 정도다. 그것도 유학(留學) 중에 관계한 남자가 네 명이고 한 명만 국내 대학 시절 때, 다시 말하면 내 첫 경험(經驗) 때만 국내에서 경험(經驗)한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유학(留學) 중에 경험한 것들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추후 밝혀 나갈 것이다. 나는 성적(性的)인 취향(趣向)이 나름대로 독특(獨特)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약간은 거칠고 남성 주도적(男性 主導的)인 SM(Sadism & masochism 변태 가학적이면서 피학대 음란적인 섹스 경향을 말함)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또 레즈(Lesbian ; a female homosexual 여성 동성애자적인 취향을 말함)쪽의 취향(趣向)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 미경이 언니가 이혼(離婚)한 후 나랑 몇 날 며칠을 같이 자면서 서로 만지고 부비고 하면서 ‘여자끼리도 이렇게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렇게 나는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성적인 취향을 갖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다시 한 번 그의 다리를 보니 무척 강하고 야성적(野性的)으로 보인다. 또 상의를 벗는데 런닝 조차 입고 있지 않다. 가슴에도 털이 숭숭 솟아나 있고 양쪽에 툭 튀어 나와 있는 가슴 근육은 내 유방(乳房)보다도 훨씬 더 크게 나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전(丹田) 주변에 선명하게 보이는 왕(王)자의 근육(筋肉), 정말이지 이제 열아홉 아니, 스무 살 먹은 청년(靑年)의 몸이 맞는 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어머! 정말 몸 좋네. 무슨 운동했나봐?”
미경 언니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태준에게 물어본다.
“중, 고등학교 때 축구랑 유도를 조금 했었습니다. 결국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요.”
“어머! 왜요?”
“축구 하다가 싸웠거든요. 한 놈을 보내버리는 바람에 아까 거기도 한 번 드나들었었습니다. 그 바람에 물론 학교는 퇴학(退學)당하고 말았죠.”
“보내 버리다니?”
“이빨 다섯 개랑 다리를 부러뜨렸죠. 팔도 부러뜨리고….”
“그래서 얼마나 살았었어요?”
“한 6개월 살았었는데 아버지가 합의해 줘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역시 또 싸운 거죠. 뭐….”
“이번에는 누구랑?”
“술 먹고 밤에 싸운 건데 전치 16주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미 별 하나가 있다고 그냥 구속(拘束)시켜 버리더군요.”
“오늘 아침에는 그럼 왜 싸웠어요?”
계속 미경 언니가 물어보다가 내가 처음으로 물어보았다.
“자기가 방장인 것처럼 날 가르치려 들더라구요. 나이도 나보다 한 살이나 더 어린 새끼가…, 그리고 우리 엄마를 모욕(侮辱)하려 들고….”
“엄마는 어디 계시고? 참 집이 어디죠?”
“집은 포천 시에요. 하지만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병(病)으로요. 집에는 아버지와 여동생만 한 명 있죠.”
“엄마가 무슨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암(癌)으로요.”
“무슨 암?”
“자궁암(子宮癌)이라나 그렇데요. 전 잘 몰라요.”
태준을 병원에 더 묶어 둘 방도를 찾았다. 일단 미경 언니의 진단(診斷)을 받아봐야 하겠기에 간호사(看護師)를 들어오라 했다. 미경 언니는 태준을 눕혀 놓고 귀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검안(檢眼)한다.
“이제 차 이사도 제법인데…, 웬만한 외과의사보다도 낫다 얘…, 꼼꼼하게 잘 했는데…, 일단 며칠 두고 봐야 할 것 같애. 2차 Infection(감염, 感染)인 Germ Disease Infection(세균성 감염)이 있는지 없는 지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Cancer(암, 癌)로 돌아가셨다니 Blood Test(혈액검사)도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고…, 하여튼 일단 오늘은 여기에 둬야 할 것 같은데….”
“그래? 내가 응급처치를 잘했다니 다행이네. 그럼 내가 사동 관구 부장한테 전화 넣지 뭐…, 그런데 여기 며칠 정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릴까, 언니?”
“글쎄, 일단 최소한 3일에서 5일 정도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알았어. 언니.”
나는 복도로 나가서 핸드폰으로 사동 관구 부장에게 전화를 넣었고 사동 관구 부장은 보고전(報告傳)을 올려야 하니 진단서(診斷書)를 끊어서 태준과 함께 보낸 주임을 통해 가져다 달라고 한다. 나는 바로 그러마고 했다. 태준에게는 환자복으로 갈아입힌 후 상처 부위가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Injection(주사)도 바로 실시 한 후, 이어서 링겔을 꼽았고 태준은 이제 막 잠이 든 상태다.
나는 그 모든 일들을 발 빠르게 처리 한 후 다시 병실로 들어섰을 때는 이미 태준은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주임은 내가 준 서류들을 가지고 이미 교도소(矯導所)로 출발한 상태고 병실 앞에는 젊은 교도관 둘이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들에게 눈인사를 한 후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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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2장에 계속됩니다.) --
이 글은 얼마 전까지 경기도의 모 교도소(矯導所)에서 순회 진료 의사를 담당하고 있던 한 여의사와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글입니다.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 실화(實話)이며 약간의 과장(誇張)이나 오버하는 장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현재도 이 여의사는 다른 교도소에서 진료활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그 여의사의 입장에서 쓰여 진 1인칭 소설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즐독(好讀)을 바라면서….
Prologue
경기도 북부의 모 교도소(矯導所)는 재소자(在所者)가 대략 1,000명 남짓 된다. 총 9개의 사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한 개의 별사동과 한 개의 여사(女舍)동으로 이루어진 결코 작지 않은 교도소이다. 전체 재소자 중 약 3분지 2는 미결수(未決囚)이며 소년수도 약간(대략 40~50명 정도) 있고 그리고 90여명의 여자재소자들도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나는 그 여자 재소자(女子 在所者)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순회 진료를 하는 순회 진료 의사이다.
참고로 나를 먼저 소개하자면 나는 내가 생활하고 있는 그 도시의 유명한 종합병원장(綜合病院長)의 외딸이며(오빠가 두 사람 있긴 하지만…) 아빠의 후광(後光)으로 유수한 명문대학의 의대(가정의 전공)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약 3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돌아온 장래가 촉망(囑望)되는 여의사(女醫師)라고들 한다(다른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어릴 때부터 전혀 고생을 하지 않고 자라서, 남들은 내가 공주과(公主科) 같다고들 하지만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사회봉사(社會奉仕)에 남다른 관심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교도소 순회 진료 의사로 자원(自願)한 것도 아빠의 도움도 없지 않아 있긴 했었지만 순전히 나의 열정(熱情)으로 인해 이루어 진 것이다. 사실 여자로서 외모나 몸매로도 그 누구한테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自負)하고 있다. 단지 한 가지 흠이 있다면(그래서 그로 인해 미인대회 같은 곳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아빠를 닮아 키가 좀 작다는 것이 한 가지 흠이라면 흠이다. 우리 아빠는 남자치고는 키가 무척 작다. 아마 165cm남짓이나 될까? 물론 내 키를 보고는 작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하고도 치명적(致命的)이라면 치명적(致命的)인 약점(弱點)은 바로 ‘키(Height)’이다. 내 키는 정확하게 언급하면 158cm이다. 아니 157.7cm이다. 병원에 있는 초정밀 계량기(키와 체중 그리고 체지방까지 함께 측정하는…)로 재 본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몸무게는 열심히 잘 먹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45kg을 넘어 본 적이 없고 체지방도 평균 이하다. 남달리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몸매라, 몸매하나만은 여전히‘S자형’을 유지(*^^*)하면서 그로 인한 남다른 자부심(自負心)과 긍지(矜持)를 갖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올해 내 나이가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리는 데 올해 내 나이는 꽃다운 나이(?)인 방년 서른 한 살이다. 물론 아직 싱글이기도 하고…, 아빠는 유명한 권력가(權力家) 집안의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자재(子才)와 날 맺어주고 싶어 하지만 난 아직까지 내 이상형(理想型)의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내 이상형(理想型)이 궁금 하시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앞으로 풀어갈 내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풀어버리면 재미가 반감(半減)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1. 소년수(少年囚) 강 태준과 나눈 뜨거운 세레나데(Serenade)
내가 그 지방의 교도소(矯導所)엔 매주 목요일 날 들어간다. 아침 9시 반이면 내 최신형 국산 최고급 승용차를 이용해 교도소(矯導所)에 도착해 간단한 통과 절차를 밟은 후 곧바로 여사(女舍)의 진료소로 향한다. 벌써 이 교도소를 드나든 지는 3개월이 넘어서 가고 있다. 이곳으로 오는 여자 재소자들은 미결수(未決囚)가 반 이상이고 벌금형(보통 ‘노역수’라고 한다.)을 받아 갚지 못해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가 검거된 후 들어온 여자 재소자들도 몇 있고 기결수(旣決囚, 다른 말로는 ‘징역수’라고 한다)라고 해서 형(刑)의 처분을 받아 형(刑)을 살고 있는 기결재소자(旣決在所者)들이 그 나머지이다.
그 날도 난 10여 명의 여자 재소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진료소의 대기실을 지나 내가 일하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여자 재소자들의 진료 기록부를 살펴보면서 재소자들을 한 사람씩 불러 진료를 해 나가던 중 갑자가 두어 명의 남자 교도관이 허겁지겁 뛰어 오는 것이 문 밖으로 보인다. 그 중 한 분은 남자 재소자들이 있는 사동 관구실(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사동을 총괄하는 사동의 총무과와도 같다.)의 과장님이라고 했다. 나이도 좀 있으신 분이셨다. 그 분이 오시더니 말씀하신다.
“선생님, 저… 큰일 났는데요. 남자 재소자들이 있는 사동관구실 앞에서 소년수(少年囚) 두 명이 싸움이 붙었는데 맞은 소년수(少年囚) 한 명의 귀가 지금 떨어지려고 하거든요.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서 외부로 데리고 나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러는데 어떻게 함께 가서 응급처치라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쪽에는 오늘 의사 선생님이 안 들어오시나요?”
“아뇨. 그, 그게… 내, 외과나 정형외과 쪽이 아니라 오늘은 피부과와 치과 쪽이고 또 시간이 너무 일러서 아직 아무도 안 들어오셨거든요.”
“그럼… 할 수 없네요. 함께 가보죠….”
그렇게 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재소자(男子在所者)들이 있는 사동(舍棟)으로 들어가 보게 되었다. 복잡한 미로(迷路)를 몇 군데 거쳐 남자재소자들이 있는 사동(舍棟)으로 허겁지겁(다들 큰 걸음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관계로 나는 거의 뛰다시피 해야 했으니까….) 들어가서 의무실로 갔다. 벌써 의무실의 대기실에는 열 명이 훨씬 넘는 남자 재소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진료실 안에는 아까 싸워서 맞았다고 하는 소년재소자가 침대위에 피를 철철 흘린 채로 손으로 감싼 채 걸터앉아 있었다. 나는 일단 진료실에 있는 약솜을 가져다가 핀셋으로 잡은 후 함께 옆에서 도와주는 소년재소자(소년수가 주로 담당하는 데 일명 ‘소지’라고 한다.)의 도움을 받아 그 환자의 귀 주변을 닦아 내었다.
“손을 내려 보세요.”
환자는 손을 내렸다. 나는 귀 주변을 닦은 후 귀를 보았더니 반 이상이 잘려 있어서 덜렁덜렁 달려 있는 상태였다. 일단은 간단하게라도 봉합수술(縫合手術)을 해야 하는 데 수술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는 지부터 살펴보아야 했다. 나는 나를 도와주는 재소자에게 말했다.
“일단 지혈(Hemostasis)을 해야 하니 소독 도구 좀 가져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리고 이어서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지혈(止血)과 함께 응급처치(應急處置)를 해 나갔다.
“Sting Irrigation(자상 부분 세척)!”
“네, Sting Irrigation(자상 부분 세척)!”
“Dressing(상처소독)”
“네, Dressing(상처소독)”
“Surgical Trauma(외부의 상처의 정도 또는 부위)가 심하네요. Hemorrhage(출혈)도 많았던 것 같구요. 빨리 Suture Operation(봉합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나는 일단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진단을 내린 후 수술용 장갑을 끼고 바로 봉합 수술에 들어갔다. 안면의 국부마취(Local anesthesia)도 필요할 것 같은 데 환자는 그 마취(痲醉)를 거부(拒否)한다. 나는 할 수 없이 귀부분에만 마취를 시킨 후 바로 봉합수술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환자에 대해 잘 살펴 볼 여유도 없었다. 거의 30분 정도를 소비했을까? 벌써 내 얼굴과 몸 구석구석에는 땀이 배기 시작했다. 도우미 재소자는(사회에서는 간호사에 해당하나 여기서는 통칭 ‘소지’라고 부른다) 내 얼굴에 손을 댈까 말까 망설이는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땀 좀 닦아 주세요.”
환자를 옆으로 눕힌 후 수술을 한 지 45분 정도가 흘렀을 무렵 남자 재소자들을 담당하는 의사도 왔고 내가 수술을 하고 있자 의아해 하면서 그 의사는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재소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했고 내가 있는 진료소에는 나와 그 환자, 그리고 도우미 소년재소자 한 명 외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환자는 내가 봉합을 하는 도중 많이 아팠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으나 신음 한 마디 없이 잘 버티어 주었다.
“깨끗하게 Dressing(상처소독)했고 Suture(봉합)도 끝냈으니 이제 진통제 주사 한 대 맞고 약만 잘 복용하면 상처가 덧나진 않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면서 환자가 일어선다. 나는 분명히 여사(女舍)에서 이쪽으로 오면서 절개(切開)를 당한 환자가 소년수(少年囚)라고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누워있던 환자가 침대 밑으로 내려서는 데 내가 보기엔 전혀 소년수(少年囚)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30, 40대 아저씨처럼 보인다는 말은 더 더욱 아니다. 소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성숙했고 또 체구조차 소년티가 전혀 나지 않는 그런 한 남자가 내 앞에 지금 서 있는 것이다. 19살의 황토색의 옷(미결수가 입고 있는 옷, 참고로 기결수들은 푸른색의 옷을 입는다.)을 입고 있는 이 환자, 대략 185cm쯤 되어 보이고 체구가 너무도 건장해서 사회에서 운동선수나 혹은 조폭 세계에 몸담고 있었을 법 해 보이는 듯한 그런 건장한 체격, 몸무게는 대략 85~90kg정도 되어 보인다. 하지만 인상하나는 반듯해 보인다. 나는 이 환자가 무슨 죄목(罪目)으로 들어왔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재소자 번호 ‘4○○’. 나중에 교도관에게 물어봤더니 ‘폭력’때문이라고 한다. 아직 재판은 진행 중이고 벌써 전과(前科)는 한 번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란다. 아마도 징역으로 1년 6개월 정도 선고(宣告)받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여 해 준다. 이곳 교도소로 온 지는 이제 일주일이 조금 지났고, 아까 싸웠던 이유는 기존의 방에 더 오래 있었던 다른 소년재소자와 시비가 붙던 차에 마침 오늘 아침에 같이 의무실로 나오던 도중 그만 또 다시 시비가 일어나 싸움으로 번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소년수(少年囚)에게 남모를 관심이 더 생겨났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나보다는 연하이고 그리고 아직 사회에서는 그리 많은 때가 묻지 않았을 것 같은 순진무구한 얼굴, ‘저런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미끈하고도 건장한 체구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마음먹기를, 그 소년 재소자(少年 在所者)와 모험(冒險)을 한 번 해 보기로 했다. 나는 그 환자의 치료를 끝낸 후 사동 관구 부장에게 그 환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까 수술했던 저 4○○번 환자 때문에 그러는데요, 일단 여기에 있는 도구들을 가지고 응급봉합수술은 했는데 수술 한 후 덧나지 않게 하기 위해 일단 바깥의 병원에 한 번 데리고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말씀 드리는 것이거든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담당 교도관 둘을 붙여서 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일단 저는 여사(女舍)로 가서 제 환자들을 본 후 제가 나갈 때쯤에 전화를 드리죠.”
“네, 그렇게 하도록 하시죠. 고생하셨습니다. 야! 이 주임, 여기 의사 선생님, 여사(女舍)까지 모셔다 드려!”
“네, 부장님.”
나는 여사(女舍)로 돌아와 내 환자들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대략 점심때쯤 업무(業務)를 마쳤다. 그리고 남자재소자들이 있는 사동 관구 부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그러자 부장은 재소자들을 호송하는 호송용 차들 중에서 봉고승합차를 이용해서 내 뒤를 따라 보내주겠다고 한다.
나는 일단 아빠의 종합 병원에 전화를 넣어서 원무과장(院務科長)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 외과 병동의 1인실 하나를 비우도록 했다. 물론 응급실로 데려가야 하겠지만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내가 배려(配慮)해 주기로 한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한 시를 넘어섰다. 나는 원무과장에게 이야기 한 병실로 올라가기 전에 먼저 외과 병동의 조 미경 과장 언니에게 전화를 넣었다.
“언니, 오늘 바빠?”
“어머! 혜령이구나. 어쩐 일이야? 전화를 다 주고?”
“응, 나 지금 여기 병원인데 지금 외과병동 1인실로 가는 중이거든, 좀 와 줄래?”
“왜? 무슨 일이 있어?”
“응, 오늘 내가 순회 진료 갔었던 교도소(矯導所)에서 약간의 싸움이 일어 났었나봐. 그래서 한 재소자가 귀가 찢어 졌거든. 일단은 내가 거기서 Hemostasis(지혈)를 하고 E.T.(Emergency Treatment ; 응급 처치)도 했는데 아무래도 언니가 한 번 봐 줘야 할 것 같아서….”
“혜령이가 한 거야? 그 ET(Emergency Treatment ; 응급 처치)를?”
“응, 급하니까… 아무도 할 만한 사람이 없었거든…, 그때 당시에….”
“그래, 그럼 내가 봐 줄게. 호실만 말해줘.”
“알았어, 언니, 고마워, 나중에 내가 밥 한 번 살게.”
조 미경 과장은 울 아빠의 먼 조카뻘이기도 하지만 나랑은 둘도 없이 친한 친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다. 언니도 지금 나이가 서른여섯인데 아직까지도 싱글이다. 아니, 돌아온 싱글(일종의 ‘돌싱’이라고나 할까?)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싶다. 남편이었던 사람도 같은 의사였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태(變態)였다고나 할까. 하여튼 둘이 한 1년은 살았던 것 같다. 결국 언니는 이혼(離婚)하면서 꽤 많은 위자료(慰藉料)를 챙긴 후 지금은 병원 일에만 매달려 있고 어느새 외과에서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인실 앞에는 젊은 교도관 둘이 서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 층에 있는 간호사들이 그들을 보면서 소곤거린다. 결국 내가 가서 교통정리를 해 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병원의 신참 간호사들이 아니면 내가 이 병원의 병원장의 딸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봉사하는 교도소의 소년재소자인데, 사고로 귀가 잘려서 왔으니 그리 알고 함부로 소곤거리지 말아요. 그리고 함부로 병실도 드나들지 말고…, 필요한 건 다 인터폰으로 부를 테니…, 참! 그리고 좀 있으면 외과의 조 과장님이 오실 거니까 나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
이 병원에서는 내가 이사(理事)로 불리고 있다. 병원의료법인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빠의 백그라운드가 작용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병실 앞에 서 있는 교도관은 젊은 교도관 둘이었다. 물론 둘 중 한 명은 봉고 승합차의 운전자라고도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교도관이 더 있었다. 그 한 명은 병실 안의 소년재소자와 함께 있었다. 나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 소년재소자와 함께 있는 교도관에게 말하였다.
“재소자와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잠시만 자리를 좀 비켜 주시겠어요?”
“저… 규정상 혼자 두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요.”
“환자가 도망이라도 할까봐 그러세요? 제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밖에 의자에서 좀 쉬세요. 끝나면 부를게요.”
“네…, 그럼…, 알겠습니다. 다른 분 같았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할 텐데 선생님 부탁이라 들어 드리는 겁니다. 대신 부장님께는 잘 말씀해 주십시오.”
“그건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럼 잠시만 나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의 수갑이랑 포승줄은 좀 풀어 주세요.”
환자는 포승줄에 수갑까지 차고 있었던 것이다. 주임이라고 불리는 최 석호 씨는 재소자의 수갑을 풀어주고 포승줄을 푼 후 화장실 옆 사물함 위에 숨겨 둔다. 그리고 수갑은 자신의 허리띠에 찬 후 밖으로 나가고 나는 황토색 옷을 입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워 있는 환자 옆으로 다가 갔다.
“이봐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이봐요. 젊은 아저씨, 이름이 어떻게 되냐구요?”
“…태준이라고 합니다. 강 태준이요.”
“나이는요?”
“우리 나이로는 스물입니다. 만으로는 열아홉이고요.”
“내가 싫어요? 왜 내 눈을 안 쳐다보세요?”
“….”
“내가 무서워요?”
태준이는 고개를 젓는다.
“그럼요?”
“못 쳐다보겠어요. 너무 이쁘셔서….”
“푸훗!”
잠시 침묵(沈黙)이 흐른다.
나는 일단 인터폰으로 간호사를 불렀다. 그리고 죄수복을 벗기고 환자복을 입히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는 동안에 미경이 언니(조 미경 외과과장)가 올라왔다.
“어서…, 그 재소자 옷을 벗고 이 환자복으로 갈아입으세요.”
“오늘 다시 들어가야 할 텐데….”
“내 말 잘 듣고 나한테 이쁘게 보이면 내가 안 들여보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갈아입어요.”
“정말요?”
그러면서 태준은 얼른 침대에서 내려서서 우리 둘의 눈치를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어차피 우리가 나가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냥 재소자 옷을 벗은 후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다. 갈아입는 동안에 얼핏 보니 삼각팬티 부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텐트의 중앙 지지대처럼 우뚝 솟아 있었는데 태준의 남성이 혹시 기립(起立)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미경언니의 눈을 보니 미경 언니도 태준의 그 부위(部位)를 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푸훗!’하고 웃었다. 그러자 미경 언니도 내 웃음소리에 눈치를 챘는지 나를 쳐다 본 후 같이 웃는다. 미경 언니도 나랑 키가 엇비슷해서 차라리 내게는 위로(慰勞)가 된다. 팬티만 입고 환자복을 입기 전의 태준의 다리를 보니 다리통도 무척 굵고 털이 숭숭한 게 정말 남자답다.
사실 나는 털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왠지 야성적(野性的)인 면이 강해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성적(性的)인 경험(經驗)이 그리 많지는 않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 간 남자가 모두 합해 봐야 다섯 명 이내일 정도다. 그것도 유학(留學) 중에 관계한 남자가 네 명이고 한 명만 국내 대학 시절 때, 다시 말하면 내 첫 경험(經驗) 때만 국내에서 경험(經驗)한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유학(留學) 중에 경험한 것들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추후 밝혀 나갈 것이다. 나는 성적(性的)인 취향(趣向)이 나름대로 독특(獨特)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약간은 거칠고 남성 주도적(男性 主導的)인 SM(Sadism & masochism 변태 가학적이면서 피학대 음란적인 섹스 경향을 말함)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또 레즈(Lesbian ; a female homosexual 여성 동성애자적인 취향을 말함)쪽의 취향(趣向)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 미경이 언니가 이혼(離婚)한 후 나랑 몇 날 며칠을 같이 자면서 서로 만지고 부비고 하면서 ‘여자끼리도 이렇게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렇게 나는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성적인 취향을 갖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다시 한 번 그의 다리를 보니 무척 강하고 야성적(野性的)으로 보인다. 또 상의를 벗는데 런닝 조차 입고 있지 않다. 가슴에도 털이 숭숭 솟아나 있고 양쪽에 툭 튀어 나와 있는 가슴 근육은 내 유방(乳房)보다도 훨씬 더 크게 나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전(丹田) 주변에 선명하게 보이는 왕(王)자의 근육(筋肉), 정말이지 이제 열아홉 아니, 스무 살 먹은 청년(靑年)의 몸이 맞는 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어머! 정말 몸 좋네. 무슨 운동했나봐?”
미경 언니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태준에게 물어본다.
“중, 고등학교 때 축구랑 유도를 조금 했었습니다. 결국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요.”
“어머! 왜요?”
“축구 하다가 싸웠거든요. 한 놈을 보내버리는 바람에 아까 거기도 한 번 드나들었었습니다. 그 바람에 물론 학교는 퇴학(退學)당하고 말았죠.”
“보내 버리다니?”
“이빨 다섯 개랑 다리를 부러뜨렸죠. 팔도 부러뜨리고….”
“그래서 얼마나 살았었어요?”
“한 6개월 살았었는데 아버지가 합의해 줘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역시 또 싸운 거죠. 뭐….”
“이번에는 누구랑?”
“술 먹고 밤에 싸운 건데 전치 16주가 나왔어요. 그런데 이미 별 하나가 있다고 그냥 구속(拘束)시켜 버리더군요.”
“오늘 아침에는 그럼 왜 싸웠어요?”
계속 미경 언니가 물어보다가 내가 처음으로 물어보았다.
“자기가 방장인 것처럼 날 가르치려 들더라구요. 나이도 나보다 한 살이나 더 어린 새끼가…, 그리고 우리 엄마를 모욕(侮辱)하려 들고….”
“엄마는 어디 계시고? 참 집이 어디죠?”
“집은 포천 시에요. 하지만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병(病)으로요. 집에는 아버지와 여동생만 한 명 있죠.”
“엄마가 무슨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암(癌)으로요.”
“무슨 암?”
“자궁암(子宮癌)이라나 그렇데요. 전 잘 몰라요.”
태준을 병원에 더 묶어 둘 방도를 찾았다. 일단 미경 언니의 진단(診斷)을 받아봐야 하겠기에 간호사(看護師)를 들어오라 했다. 미경 언니는 태준을 눕혀 놓고 귀 주변을 샅샅이 살피며 검안(檢眼)한다.
“이제 차 이사도 제법인데…, 웬만한 외과의사보다도 낫다 얘…, 꼼꼼하게 잘 했는데…, 일단 며칠 두고 봐야 할 것 같애. 2차 Infection(감염, 感染)인 Germ Disease Infection(세균성 감염)이 있는지 없는 지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Cancer(암, 癌)로 돌아가셨다니 Blood Test(혈액검사)도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고…, 하여튼 일단 오늘은 여기에 둬야 할 것 같은데….”
“그래? 내가 응급처치를 잘했다니 다행이네. 그럼 내가 사동 관구 부장한테 전화 넣지 뭐…, 그런데 여기 며칠 정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릴까, 언니?”
“글쎄, 일단 최소한 3일에서 5일 정도 아니면 그 이상일지도….”
“알았어. 언니.”
나는 복도로 나가서 핸드폰으로 사동 관구 부장에게 전화를 넣었고 사동 관구 부장은 보고전(報告傳)을 올려야 하니 진단서(診斷書)를 끊어서 태준과 함께 보낸 주임을 통해 가져다 달라고 한다. 나는 바로 그러마고 했다. 태준에게는 환자복으로 갈아입힌 후 상처 부위가 부작용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Injection(주사)도 바로 실시 한 후, 이어서 링겔을 꼽았고 태준은 이제 막 잠이 든 상태다.
나는 그 모든 일들을 발 빠르게 처리 한 후 다시 병실로 들어섰을 때는 이미 태준은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주임은 내가 준 서류들을 가지고 이미 교도소(矯導所)로 출발한 상태고 병실 앞에는 젊은 교도관 둘이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들에게 눈인사를 한 후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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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2장에 계속됩니다.)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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