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나요?”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가?” 선우는 무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잠시 생각했다. 여자들이 안 따르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들이 싫었다. 상처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초장에 자르는 게 훨씬 편하다.
“적어도 제가 본 남자들 중에선 그래요.”
“… “
선우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도대체 나의 위치는 무엇인가. 성 의원이야 나의 보고서가 마음에 들었기에 나를 쓰려 하는 것이겠지만, 무이는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 집에 찾아오는가?
“그런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오빠에게 물어 보았지요.”
“시간은 이르지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찾아 올 만큼 용기가 있나?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 집에?”
“오빠가 보장한다면 괜찮을 거에요. 아저씨도 아무나 덮치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고.” 무이는 태평스럽게 말했다.
선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널 덮치기나 하면 행복하겠다. 네 자신을 알아야지. 하지만 그런다고 무이를 밀어낼 생각은 없었다.
“우리 이러지 말고 나가요.”
“나 오늘 오후 강의 있는 거 모르나?” 선우가 대답했다.
“에이 … “ 무이는 기분이 나쁜 듯했다. 하지만 할 수 없지 않은가?
며칠 후.
이환수는 강의를 끝내고 돌아오던 류선우 앞에 섰다.
“도련님.”
“뭐냐?” 선우가 물었다.
이환수는 다짜고짜 땅에 꿇어 앉아 절을 올렸다.
“못난 저 이환수가 도련님께 예를 올립니다.”
선우가 말했다. “일어나. 창피하게 왜 이러냐?”
잠시 후 그들은 한적한 커피샵으로 갔다. 일부러 손님이 없는 곳을 골랐다.
“도련님. ..” 이환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5년 전에 말했지. 우리 다시 보지 말자고. 그런데 왜 내 앞에 나타난 거냐? 나는 네가 별로 반갑지 않다.”
“도련님께서 저 때문에 남은 것까지 다 내주시고 빈몸으로 나오신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잊지 않으면 내 말대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게 아니냐? 왜 바쁜 사람 붙잡고 이 짓이냐?”
“조금만 기다리세요. 도련님을 반드시 거산그룹의 주인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작업하고 있습니다. 도련님이 빼앗긴 것을 다시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류선우는 더 이상 이환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거산이고 이환수고, 그에 연관된 어떤 것도 다 귀찮았다.
“다 귀찮으니까,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다시 내게 연락하거나 내 앞에 나타난다면, 윤성식 회장이나 문남우가 너를 치기 전에 내가 너를 치겠다.”
“아직도 문남우라고 하시는 건 여전하군요. 도련님은 아직 그들을 잊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연서 아가씨도 잊지 못하셨겠지요?”
선우는 잠시 창 밖을 쳐다봤다. 그리고 대답했다.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외국에 사는 여자를 생각해서 뭐 해?”
“연서 아가씨는 한국에 돌아와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환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선우는 미동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그쪽 일이지 나와는 무관해. 장경훈 회장이 나를 받아들일 거 같나? 그리고 다시 만나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났어. 그러니 다시 연서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도련님. 연서 아가씨는 어려서부터 도련님의 짝으로 회장님이 결정하셨습니다. 회장님의 뜻을…”
“자꾸 헛소리 할래? 할아버지는 이미 죽었어. 할아버지의 뜻도 할아버지와 같이 죽었어. 네가 제정신이 아니란 건 알겠지만, 네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내 식대로 살아갈 테니까 날 방해하지 마. 날 방해하면 정말로 가만 안 있어.”
선우는 돌아보지 않고 커피샵을 나오려 했다.
“좋습니다, 도련님. 당분간은 도련님 앞에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다시 연락이 있을 때에는 준비하고 계세요. 도련님은 거산그룹의 총수가 되셔야 할 분입니다.”
선우는 선글라스를 낀 이환수의 얼굴을 다시금 쳐다봤다. 사람이 얼마나 미쳐야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아마 죽기 전까진 다시 연락할 일 없을 거야.”
선우는 환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곳을 나왔다. 앞으로 다시는 이환수를 볼 일이 없겠지.
이환수는 선우가 나가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윤남우가 또 사무실에서 섹스중이라고? 알았어. 수고하게.”
이환수는 선우에게 보여 주려고 했던 여러 서류들을 다시금 집어 넣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6개월 내에 윤성식과 윤남우를 날려 버리고, 도련님을 모셔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려면 내게 엄청난 돈이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이 돈이 많아서 미군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건 아니잖은가? 상대의 급소를 적당히 찔러 주면 된다.
이 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도련님은 모르신다. 아니 모르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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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열과 미리는 무이에 대해 대화중이었다. 미리는 어려서부터 무이의 집에 자주 다녔으므로 무이는 두 사람이 싸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화소재였다.
“무이가 그 류선우라는 사람을 잘 따르는가 봐?”
“그런 것 같아. 무이가 발작이라도 일으킬까봐 참으로 걱정했는데, 내가 찍기는 잘 찍은 것 같아.”
“그 류선우라는 사람을 한번 집에 초대하면 어떨까? 류선우를 아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는데, 내가 한번 보고 판단을 해 봐야 겠어.”
“아버지는 그 문제를 모두 내게 전담시켰어. 나는 괜찮다고 보는데, 그래도 당신의 눈도 한번 믿어 봐야지.”
무열은 잠시 생각했다. 무이는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발작을 일으킨다. 집안 망신이라 남에게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다만 미리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지냈기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따름이다.
바깥에 나갈 때는 약을 한 웅큼은 먹어야 나갈 수 있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나 사회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했다. 이런 점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이라야 시집보낼 수가 있었고, 류선우는 딸린 가족도 없고 그리 부유한 것 같지도 않으니 아주 적당했다.
나중에 류선우가 자기를 원망할지에 대해선 그 때 생각하면 되었다. 그런데 무이가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다니 류선우가 기대 이상이긴 한 것 같았다.
“무이를 불행하게 만들 만한 사람이라면 나는 용납할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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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는 류선우와 cd 가게에서 만나고 있었다. 요새는 cd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무이는 쉽게 구하기 힘든 판을 찾고 있었기에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고 선우는 의외로 순순히 나와 주었다.
조그만 가게이지만 매니아들 사이에는 이름이 있는 이 가게에서 판을 찾던 무이는 말했다.
“저, 주인 아저씨, 이 판은 없나요?”
무이는 cd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여 주며 말했다.
“어디 좀 찾아 보지.” 주인은 가게 뒤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이 가게는 컴퓨터도 없는 곳이었다.
선우도 열심히 cd를 찾느라 문으로 한 괴한이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낡은 모자를 쓴 괴한은 술취한 소리로 떠들었다. “여기 주인장 어디 있어?”
선우는 소리를 듣자 괴한을 바라봤다. 혹시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큰일이다. 주인은 작은 방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나오지도 않았다. 어떻게 할까. 그냥 있으면 나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대치해야 한다. 안 되겠다. 선우는 주먹을 쥐고 괴한 쪽으로 나아갔다.
무이는 괴한의 모습을 보자, 갑자기 몸이 굳어졌다. 그래서 선우가 괴한 쪽으로 다가가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주인은 잠시 안에 들어가 있는데요?”
“너는 뭐야?” 괴한이 물었다.
“여기 손님입니다.”
괴한은 선우를 밀치며 말했다. “저기 있는 저 폭탄은 뭐고?”
무이는 부들부들 떨며 주저 앉았다. 선우는 그것을 보지 못한 채로 계속 말을 이었다. “제 여자친구입니다.”
“못난 놈. 너하고는 볼일 없으니, 주인 나오라고 해.”
선우는 주저앉은 무이의 모습을 보았다. 왜 저럴까? 선우는 위험함을 느끼고 괴한을 쫓았지만, 괴한과 무이의 사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이 때 가게 문이 열렸다.
“여보세요?”
왠 여자인 듯하다. 괴한은 무의식중에 그쪽을 바라보았고, 이 때 선우는 무거운 철 cd 통을 괴한의 오금에 던졌다.
“악!”
괴한이 잠시 멈칫하는 틈을 타서 선우는 괴한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 때에 주인이 나왔다.
“찾고 있는 음반은 .. 아니 너는?”
괴한은 선우에게 제압을 당해 있었고, 무이는 주저앉아 입에 거품을 흘리며 격렬히 몸을 떨었다. 그리고 들어온 여자는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주인은 끈을 가지고 나와 괴한의 손을 묶었다.
“이 자식! 네가 이런다고 내가 가만 있을 줄 알아?” 괴한은 계속 떠들었다. 의외로 쉽게 제압된 것으로 봐서는 아주 악한 자는 아닌 듯했다.
..
상황이 끝나고 선우는 무이를 안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여자는 선우에게 말했다. “여자친구인가요?”
이 때 계속 몸을 떨고 있는 무이가 말했다. “연서 언니!”
연서? 흔치 않은 이름인데. 선우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연서는 파리에서 맞춰 온 겉옷을 입고 팔에는 비싼 시계를 차고 이곳에 서 있었다. 그녀가 물었다. “무이야. 여기서 무슨 일이야?”
“.. “… “. 무이의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선우가 말했다.
“이곳에 cd를 사러 왔다가 괴한을 보자 저러더군요. 병원에 좀 데려가야 겠습니다.”
연서는 선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분명히 낯선 얼굴이 아닌데 그 사람은 아니다. “당신은 무이 남자친구인가요?”
선우가 대답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무이는 선우의 팔에 매달려 계속 거품을 내뿜고 있었다.
“혹시 성함이…”
”제 성함은 알아서 무엇 하시겠습니까. 류선우라고 합니다.”
“류… 선우라고요?” 연서는 놀란 듯이 물었다.
“예, 류선우입니다.” 선우는 냉정히 대답했다. “무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해서 이만..”
선우는 무이를 등에 업히고 가게를 나왔다.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나 보다. 저 여자가 장연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한때는 그렇게 보고 싶어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선우가 발작하는 무이를 병원에 맡기고 무열에게 연락을 했을 때는 한 시간쯤 더 지난 후였다.
==
이곳은 흑인들이 자주 모이는 클럽이다. 연서는 여기서 동생 효서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언니. 그래서, 윤선우 닮은 남자를 봤다고?”
“그래. 네 친구 성무이와 같이 있더라. 그런데 이름은 같은데 성이 달라. 류선우래.”
“언니도 참. 이제 윤선우를 만나서 어쩔 거야? 언니가 외로와서 그런 거니까, 풀어.”
효서는 언니를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오늘은 근사한 흑인과 한번 즐겨 봐야지. … 언니에게도 하나 안겨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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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는 섹스신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음회는 우연찮게 벌어지는 연서, 효서 자매와 흑인의 스리섬, 그리고 집에 찾아왔던 선우의 코치를 받아 무열을 다시 덮치는 미리의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생각보다 약간 길어질 것 같습니다. 주인공보다는 주변인물의 섹스장면이 더 많은데, 주인공의 섹스는 주인공의 재생이 이루어진 다음에나 나올 예정입니다.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을 모두 엄친아 엄친딸로 설정하긴 했지만, 현실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은 거기서 나오기가 매우 어렵고, 오랜 암흑의 시간을 거쳐 나와야만 합니다.
선우는 지옥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썩은 동아줄을 잡고 겨우 나오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재생의 스토리를 쓰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재미는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가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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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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