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댓글에 달린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요? 이 글은 일단 번역물이 아닙니다. 100% 창작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든 소설이든 "블러드"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만일 이 작품과 블러드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면 그것은 정말 우연의 일치입니다. 일본 배경이라고 해서 무조건 번역이라고 생각치는 말아 주십시오
일본은 앞으로 등장할 여러 배경 장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이 이상은 앞으로 이어질 작품 속에서 직접 살펴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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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꼬가 교토 중심가로 들어왔을 때 평소에 보기 힘든 흰색 벤츠가 한 대도 아닌 무려 10여대가 나란히 가고 있는 모습에 내심 많이 놀랐다. 물론 교토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벤츠 같은 고급차를 본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카 퍼레이드도 아닌데 똑같은 색의 벤츠가 일렬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 희귀한 구경거리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져 빤히 쳐다보다가 문득 자신이 타고 있는 차 역시 일본에서 보기 힘든 차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피식 웃음지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아더를 바라보았다. 이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인 미청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단의 벤츠 무리 뒤로 차를 붙이고 있었다. 마침 스포츠카 색도 흰색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같은 무리로 보여지리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훗!”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신이 앞선 벤츠 무리의 호위를 받는 공주님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후미꼬는 혼자가 아니었다.
“후미꼬짱, 무엇이 재미있나요? 혼자만 웃지 말고 저도 같이 웃으면 안 되나요?”
“어머, 죄송해요. 아니예요. 그냥 앞의 벤츠들 보니 우리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아서요.”
“아, 맞아요. 우리 지금 영화 속 주인공이랍니다. 우리 둘만의 달콤한 영화지요. 저 앞의 벤츠들이 우리를 지켜줄 거랍니다. 아울러 현실이기도 하고요. 후후후.”
“아더상, 바람둥이 맞죠? 그토록 느끼한 말을 자연스레 하다니 정말 나빠요!”
“오, 이런 제가 싫으신가요? 하아, 새로운 백마를 준비해야 하나요? 공주님”
“아니오! 그럴 필요 없어요!”
후미꼬 자신도 놀라울 정도의 변화였다. 사실 이처럼 낯간지러운 표현을 남자에게 들어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자신 역시도 이렇듯 남자에게 앙탈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말의 주인공이 자신이 오매불망 가져왔던 환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그녀의 작은 심장은 미칠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한편 후미꼬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아더는 겉에서 보이는 오른쪽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지만 왼쪽 눈동자에서는 핏빛 혈광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왼쪽 눈동자에 비친 상은 후미꼬의 빨개진 얼굴이 아니었다. 아더의 날카로운 시선은 부끄러움과 즐거움으로 겨워하는 후미꼬의 눈동자를 지나 그에 연결된 시신경을 뚫고 두개골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연한 분홍빛 전기 신호를 반짝이는 대뇌를 ?었고 이어진 척수를 따라 후미꼬의 펄스 신호를 능가하는 속도로 그녀의 내부 장기를 낱낱이 살펴 보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은 마치 병원에서 의사들이 MRI(자기 공명 영상 장치)의 화면을 살펴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지금 아더의 시각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후지이 후미꼬라는 한 여성의 몸을 살펴보는 것이 아닌 그의 존재 자체를 세포 이하의 단위부터 쪼개어 분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더구나 현재 그 분석 속도는 인류가 여태까진 만들어낸 슈퍼컴퓨터보다도 몇 천배는 더 빠른 속도였다. 이 속도만으로도 아더의 두뇌가 지닌 능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만일 일반인의 두뇌로 이 정도 작업을 하려고 든다면 그 즉시 뇌가 파열해 버리며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하긴 원래 인간의 눈동자만으로 상대방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조차 애초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아더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모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그가 보여주는 이 놀라운 능력은 그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기나긴 분석과정이 끝나갔다. 아더의 왼쪽 눈동자에 보여지는 영상은 지금은 원자였다. 원자 단계에서부터 다시금 최초의 DNA가 형성되었고 곧이어 원시적 형태의 세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세포는 이내 주변 공간으로 퍼져나갔고 곧이어 뼈와 신경줄기로 변화했다. 뼈와 신경줄기가 완성되자 그에 따라 뇌와 척수가 형태를 드러냈고 심장이 나타나 피를 온몸의 구석구석으로 뿜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핏방울이 닿은 곳에서는 근육과 근섬유, 그 외 각종 기관들이 형태를 나타냈으며 곧이어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가 그 단면을 덮어 버렸다. 어느 덧 아더의 눈동자에 비쳐지는 영상은 후지이 후미꼬의 완벽한 나신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현실의 후미꼬의 모습과 다른 점이라면 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었다.
「호오, 이거 예상보다 좋은데. 일본에서 20살이 넘은 처녀라니 후후후」
환상에 흠뻑 젖어들어 있는 후미꼬가 들었다면 그대로 환상에서 깨어나 경악할 말이었지만 절대 그녀는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아더가 지금 한 말은 영혼들만이 들을 수 있는 <경계의 목소리>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이 순간 아더의 왼쪽눈동자에 태초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자신의 모든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았다면 그 충격에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실제 후미꼬는 매우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보통 일본 여성 중 한명으로 보이는 그녀였지만 작은 키를 제외하면 그녀의 신체비율은 대단히 서구적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의 키도 160cm나 되었기 때문에 일본 여성의 평균 신장은 상회하고 있어서 36C의 가슴과 24인치의 허리, 그리고 35인치의 히프라는 결코 작지 않은 글래머의 몸매가 오히려 돋보이는 키였다. 다만 워낙 꾸미는 것을 싫어한 그녀의 성향 탓에 펑퍼짐한 티셔츠와 통치마 자락에 가려져 있어 남자들이 몰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이런 신체 사이즈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이 갈테지만 모든 것을 드러낸 그녀의 육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분홍빛 유두와 조화를 이룬 봉긋한 가슴이었다. 완두콩만한 크기에 건포도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유두는 수줍은 듯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어서 새하얀 가슴 위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어디 그뿐일까? 36인치라는 크기도 대단하지만 C컵이나 되는 그녀의 가슴은 그 놀라운 크기에도 불구하고 절대 처져 있지 않고 하늘을 향해 소담스레 솟아 있었다. 따라서 아더가 보아온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 중에서도 단연 5손가락 안에 들어가기에 하등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진 남자의 탐욕적 시선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곳까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 털이 사라진 그녀의 보지는 다리 사이에서 아주 살짝 균열을 엿보이고 있었다. 그냥 본다면 마치 아무것도 없는 피부만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덮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정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보지의 존재를 알리는 아주 가느다란 균열의 흔적뿐이었다. 어느 덧 아더는 자신의 눈에 비친 영상의 초점을 아래로 맞추고 있었다. 그 모습은 살아있는 존재인 후미꼬라는 여성이 마치 실험대 위에 놓인 모르모트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후미꼬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아더의 눈동자 속에 보이는 상은 컴퓨터 화면 속의 그래픽 작업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점이 변화되자 드디어 처녀의 소중한 공간이 떨리는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국화꽃을 축소해놓은 듯한 작은 항문이 그 중심을 앙다물고 있었고 바로 그 위 지점부터 한 줄기 선이 그어져 있었다. 아직 단 한번도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라는 증거인 듯 후미꼬의 보지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가운데에서도 쉽사리 끈적이는 탐욕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 이미 세포 단위까지 아니 그 이하의 단위까지도 공개해 버리는 아더의 능력 앞에 한떨기 꽃송이는 너무나 무력한 존재였다. 마치 손가락으로 벌리듯 균열을 둘러쌌던 대음순의 도톰한 입술은 젖혀졌고 연분홍빛의 수액이 촉촉이 젖어있는 얇은 꽃잎 2장인 소음순이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지만 애시당초 어림없는 짓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후미꼬의 보지는 완전히 뒤집어져 이제는 보지가 그녀의 몸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대신 지구상에서 가장 남성이라는 동물들을 강하게 자극시키는 보드라운 살이 거대한 꽃송이로 변해 보는 이의 심신을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더가 입가에 미소를 베어물면서 한 마디의 말을 중얼거린 순간 그의 왼쪽 눈동자에 보이던 태초의 구멍이 보지 대신 황홀함에 눈빛을 반짝이긴 했지만 차 안에서 조신하게 앉아 있는 처녀 후미꼬의 현실의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말 아름답군요, 후미꼬 짱.”
“네? 네! 아..아니...어떻게...”
후미꼬는 너무나 직설적인 그러나 강렬한 진심이 느껴지는 남자의 말에 전신의 피가 확 끓어오른다고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 전개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떨리는 몸을 내버려 둘 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쐐기를 박는 아더의 한 마디 말은 완전히 그녀가 이성의 끈을 놓치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 이 기분 앞으로 영원히 지속하게 해 드릴 겁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되는 이 환희의 세계로 제가 초대하지요. 후후후”(그 전에 사신과 죽음의 축배를 들어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아더는 뒤의 말은 다시금 경계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앞선 말이 주는 충격에 넋이 나가 있는 후미꼬는 평소 목소리로 같은 말을 했어도 듣지 못할 터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더는 나직히 한 마디 말을 더 했다. 인간의 언어였지만 매우 작은 소리였다.
“지금부터 일본에서의 마지막 축제를 시작해야겠어. 시작은 역시 장소가 일본인만큼 칼로 해야겠지? 크크크. 오라! 피에 젖은 늑대들아.”
그리고 그 순간 한 명의 검은 정장 사내가 스포츠카로 달려 들며 들고 있던 일본도를 그대로 쑤셔 넣었다. 원래대로라면 도로 쪽에 앉아 있어야 할 남자를 노린 거였지만 아더가 타고 있는 독일산 벤츠 CLK 모델은 일본의 다른 차와는 반대쪽인 인도가에 운전석이 있어서 결국 그가 찌른 사람은 후미꼬였다.
“크헉!”
아더와 함께 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던 후미꼬는 옆구리에서부터 갑자기 시작한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놀라 격한 비명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그저 차가운 느낌뿐이었지만 이내 엄청난 열기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나온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극렬한 아픔으로 바뀌었고 도움을 청하고자 고개를 돌려 아더의 이름을 외쳤지만 목소리 대신 선홍색의 핏물이 목에서부터 솟구쳐 입가에 작은 시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친 마지막 영상은 아더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는 모습이었다.
‘아! 아더 상, 이게 죽는 건가요? 비록 함께하지 못했어도 당신의 사랑을 알고 함께 죽을 수 있다니 후미꼬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우리 다음 생에 반드시 만나요. 아더상 사랑해요!’
그 생각이 인간 후미꼬 후지이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그녀의 영혼은 생명의 기운이 사라진 육체와의 끈을 조용히 끊기 시작했다. 아니 끊으려 했다. 하나 못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휘몰아치는 흑암의 기운 앞에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똑히 보았다. 일개 인간의 영혼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피와 암흑의 기운의 중심 속에 자신의 사랑이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저는 영화든 소설이든 "블러드"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만일 이 작품과 블러드가 비슷하다고
느끼셨다면 그것은 정말 우연의 일치입니다. 일본 배경이라고 해서 무조건 번역이라고 생각치는 말아 주십시오
일본은 앞으로 등장할 여러 배경 장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이 이상은 앞으로 이어질 작품 속에서 직접 살펴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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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꼬가 교토 중심가로 들어왔을 때 평소에 보기 힘든 흰색 벤츠가 한 대도 아닌 무려 10여대가 나란히 가고 있는 모습에 내심 많이 놀랐다. 물론 교토라는 대도시에 살면서 벤츠 같은 고급차를 본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카 퍼레이드도 아닌데 똑같은 색의 벤츠가 일렬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 희귀한 구경거리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져 빤히 쳐다보다가 문득 자신이 타고 있는 차 역시 일본에서 보기 힘든 차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피식 웃음지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아더를 바라보았다. 이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인 미청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단의 벤츠 무리 뒤로 차를 붙이고 있었다. 마침 스포츠카 색도 흰색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같은 무리로 보여지리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훗!”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신이 앞선 벤츠 무리의 호위를 받는 공주님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후미꼬는 혼자가 아니었다.
“후미꼬짱, 무엇이 재미있나요? 혼자만 웃지 말고 저도 같이 웃으면 안 되나요?”
“어머, 죄송해요. 아니예요. 그냥 앞의 벤츠들 보니 우리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아서요.”
“아, 맞아요. 우리 지금 영화 속 주인공이랍니다. 우리 둘만의 달콤한 영화지요. 저 앞의 벤츠들이 우리를 지켜줄 거랍니다. 아울러 현실이기도 하고요. 후후후.”
“아더상, 바람둥이 맞죠? 그토록 느끼한 말을 자연스레 하다니 정말 나빠요!”
“오, 이런 제가 싫으신가요? 하아, 새로운 백마를 준비해야 하나요? 공주님”
“아니오! 그럴 필요 없어요!”
후미꼬 자신도 놀라울 정도의 변화였다. 사실 이처럼 낯간지러운 표현을 남자에게 들어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자신 역시도 이렇듯 남자에게 앙탈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말의 주인공이 자신이 오매불망 가져왔던 환상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그녀의 작은 심장은 미칠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한편 후미꼬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는 아더는 겉에서 보이는 오른쪽 눈에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지만 왼쪽 눈동자에서는 핏빛 혈광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왼쪽 눈동자에 비친 상은 후미꼬의 빨개진 얼굴이 아니었다. 아더의 날카로운 시선은 부끄러움과 즐거움으로 겨워하는 후미꼬의 눈동자를 지나 그에 연결된 시신경을 뚫고 두개골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연한 분홍빛 전기 신호를 반짝이는 대뇌를 ?었고 이어진 척수를 따라 후미꼬의 펄스 신호를 능가하는 속도로 그녀의 내부 장기를 낱낱이 살펴 보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은 마치 병원에서 의사들이 MRI(자기 공명 영상 장치)의 화면을 살펴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지금 아더의 시각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후지이 후미꼬라는 한 여성의 몸을 살펴보는 것이 아닌 그의 존재 자체를 세포 이하의 단위부터 쪼개어 분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더구나 현재 그 분석 속도는 인류가 여태까진 만들어낸 슈퍼컴퓨터보다도 몇 천배는 더 빠른 속도였다. 이 속도만으로도 아더의 두뇌가 지닌 능력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만일 일반인의 두뇌로 이 정도 작업을 하려고 든다면 그 즉시 뇌가 파열해 버리며 즉사할 것이 분명했다. 하긴 원래 인간의 눈동자만으로 상대방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조차 애초 불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아더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모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그가 보여주는 이 놀라운 능력은 그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기나긴 분석과정이 끝나갔다. 아더의 왼쪽 눈동자에 보여지는 영상은 지금은 원자였다. 원자 단계에서부터 다시금 최초의 DNA가 형성되었고 곧이어 원시적 형태의 세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세포는 이내 주변 공간으로 퍼져나갔고 곧이어 뼈와 신경줄기로 변화했다. 뼈와 신경줄기가 완성되자 그에 따라 뇌와 척수가 형태를 드러냈고 심장이 나타나 피를 온몸의 구석구석으로 뿜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핏방울이 닿은 곳에서는 근육과 근섬유, 그 외 각종 기관들이 형태를 나타냈으며 곧이어 하얗고 보드라운 피부가 그 단면을 덮어 버렸다. 어느 덧 아더의 눈동자에 비쳐지는 영상은 후지이 후미꼬의 완벽한 나신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현실의 후미꼬의 모습과 다른 점이라면 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뿐이었다.
「호오, 이거 예상보다 좋은데. 일본에서 20살이 넘은 처녀라니 후후후」
환상에 흠뻑 젖어들어 있는 후미꼬가 들었다면 그대로 환상에서 깨어나 경악할 말이었지만 절대 그녀는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아더가 지금 한 말은 영혼들만이 들을 수 있는 <경계의 목소리>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이 순간 아더의 왼쪽눈동자에 태초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자신의 모든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알았다면 그 충격에 미쳐버릴지도 모를 일이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실제 후미꼬는 매우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보통 일본 여성 중 한명으로 보이는 그녀였지만 작은 키를 제외하면 그녀의 신체비율은 대단히 서구적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의 키도 160cm나 되었기 때문에 일본 여성의 평균 신장은 상회하고 있어서 36C의 가슴과 24인치의 허리, 그리고 35인치의 히프라는 결코 작지 않은 글래머의 몸매가 오히려 돋보이는 키였다. 다만 워낙 꾸미는 것을 싫어한 그녀의 성향 탓에 펑퍼짐한 티셔츠와 통치마 자락에 가려져 있어 남자들이 몰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이런 신체 사이즈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이 갈테지만 모든 것을 드러낸 그녀의 육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분홍빛 유두와 조화를 이룬 봉긋한 가슴이었다. 완두콩만한 크기에 건포도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유두는 수줍은 듯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어서 새하얀 가슴 위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어디 그뿐일까? 36인치라는 크기도 대단하지만 C컵이나 되는 그녀의 가슴은 그 놀라운 크기에도 불구하고 절대 처져 있지 않고 하늘을 향해 소담스레 솟아 있었다. 따라서 아더가 보아온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 중에서도 단연 5손가락 안에 들어가기에 하등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진 남자의 탐욕적 시선은 그녀의 가장 소중한 곳까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 털이 사라진 그녀의 보지는 다리 사이에서 아주 살짝 균열을 엿보이고 있었다. 그냥 본다면 마치 아무것도 없는 피부만이 그녀의 다리 사이를 덮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정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보지의 존재를 알리는 아주 가느다란 균열의 흔적뿐이었다. 어느 덧 아더는 자신의 눈에 비친 영상의 초점을 아래로 맞추고 있었다. 그 모습은 살아있는 존재인 후미꼬라는 여성이 마치 실험대 위에 놓인 모르모트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후미꼬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지만 지금 아더의 눈동자 속에 보이는 상은 컴퓨터 화면 속의 그래픽 작업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점이 변화되자 드디어 처녀의 소중한 공간이 떨리는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국화꽃을 축소해놓은 듯한 작은 항문이 그 중심을 앙다물고 있었고 바로 그 위 지점부터 한 줄기 선이 그어져 있었다. 아직 단 한번도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라는 증거인 듯 후미꼬의 보지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가운데에서도 쉽사리 끈적이는 탐욕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나 이미 세포 단위까지 아니 그 이하의 단위까지도 공개해 버리는 아더의 능력 앞에 한떨기 꽃송이는 너무나 무력한 존재였다. 마치 손가락으로 벌리듯 균열을 둘러쌌던 대음순의 도톰한 입술은 젖혀졌고 연분홍빛의 수액이 촉촉이 젖어있는 얇은 꽃잎 2장인 소음순이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지만 애시당초 어림없는 짓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후미꼬의 보지는 완전히 뒤집어져 이제는 보지가 그녀의 몸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대신 지구상에서 가장 남성이라는 동물들을 강하게 자극시키는 보드라운 살이 거대한 꽃송이로 변해 보는 이의 심신을 황홀경에 빠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더가 입가에 미소를 베어물면서 한 마디의 말을 중얼거린 순간 그의 왼쪽 눈동자에 보이던 태초의 구멍이 보지 대신 황홀함에 눈빛을 반짝이긴 했지만 차 안에서 조신하게 앉아 있는 처녀 후미꼬의 현실의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말 아름답군요, 후미꼬 짱.”
“네? 네! 아..아니...어떻게...”
후미꼬는 너무나 직설적인 그러나 강렬한 진심이 느껴지는 남자의 말에 전신의 피가 확 끓어오른다고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 전개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떨리는 몸을 내버려 둘 뿐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쐐기를 박는 아더의 한 마디 말은 완전히 그녀가 이성의 끈을 놓치게 만들고 말았다.
“지금 이 기분 앞으로 영원히 지속하게 해 드릴 겁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되는 이 환희의 세계로 제가 초대하지요. 후후후”(그 전에 사신과 죽음의 축배를 들어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아더는 뒤의 말은 다시금 경계의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앞선 말이 주는 충격에 넋이 나가 있는 후미꼬는 평소 목소리로 같은 말을 했어도 듣지 못할 터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더는 나직히 한 마디 말을 더 했다. 인간의 언어였지만 매우 작은 소리였다.
“지금부터 일본에서의 마지막 축제를 시작해야겠어. 시작은 역시 장소가 일본인만큼 칼로 해야겠지? 크크크. 오라! 피에 젖은 늑대들아.”
그리고 그 순간 한 명의 검은 정장 사내가 스포츠카로 달려 들며 들고 있던 일본도를 그대로 쑤셔 넣었다. 원래대로라면 도로 쪽에 앉아 있어야 할 남자를 노린 거였지만 아더가 타고 있는 독일산 벤츠 CLK 모델은 일본의 다른 차와는 반대쪽인 인도가에 운전석이 있어서 결국 그가 찌른 사람은 후미꼬였다.
“크헉!”
아더와 함께 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던 후미꼬는 옆구리에서부터 갑자기 시작한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 놀라 격한 비명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그저 차가운 느낌뿐이었지만 이내 엄청난 열기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나온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극렬한 아픔으로 바뀌었고 도움을 청하고자 고개를 돌려 아더의 이름을 외쳤지만 목소리 대신 선홍색의 핏물이 목에서부터 솟구쳐 입가에 작은 시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친 마지막 영상은 아더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 안는 모습이었다.
‘아! 아더 상, 이게 죽는 건가요? 비록 함께하지 못했어도 당신의 사랑을 알고 함께 죽을 수 있다니 후미꼬는 정말 행복하답니다. 우리 다음 생에 반드시 만나요. 아더상 사랑해요!’
그 생각이 인간 후미꼬 후지이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그녀의 영혼은 생명의 기운이 사라진 육체와의 끈을 조용히 끊기 시작했다. 아니 끊으려 했다. 하나 못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휘몰아치는 흑암의 기운 앞에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똑히 보았다. 일개 인간의 영혼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피와 암흑의 기운의 중심 속에 자신의 사랑이 있음을 말이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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