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눈 되는 날.손에 든 스토브 박스를 바닥에 내려두고
필수는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 선다.
차가운 겨울 한기가 땀에 젖은 자신을 감싸고 돌며 복도로 나아간다.
필수는 겨울만이 주는 이 싸늘함을 좋아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가랑비가 내리는 걸 보니 오늘은 많이 추울 것 같군"
주방으로 걸어가 커피물을 올려 놓고 불꺼진 거실 쇼파앞에 전기 스토브를 꺼내었다.
어두운 실내에 전기스토브의 초라한 불빛이 반사되며
그앞에 선 자신의 무릎에 온기를 주었다.
아파트 맨윗층은 겨울에 주변난방과 무관하게 춥다.
필수는 그런 집이 좋다. 한겨울에도 보일러 없이 두꺼운 솜이불속에서 겨울을 난다.
누워서 천정을 향해 입김을 불면 하얀 뭉게구름이 피는 자신의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커피한잔을 가득타서 들고 베란다로 나가면 아파트 멀리로 한강이 보이고,
필수는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다.
--------------------
"필수야 밥 꼭 챙겨 먹구...., 미스김 누나가 매일 저녁에 와서 설겆이랑 해줄거니까, 집에 일찍 들어 오구,
엄마가 매일 전화 할테니 보고 싶어도 참어...."
나나는 필수가 많이 보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그런식으로 들어낸다.
"회계사님 가셔야 해요..., 너무 늦었어요"
미스김 누나는 엄마의 출발을 재촉하며 필수를 한번 쳐다본다.
"엄마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오면 저녁때쯤 될거야 누나가 와서 밥 해 줄거니까, 운동하구 일찍 들어 와라"
"네...엄마, 다녀 오세요 제 걱정 말구요"
필수는 혼자만의 공간이 좋다.
미스김 누나는 올해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엄마 밑에서 인턴을 받고 있는 초보 회계사다.
라이트블루 컬러의 안경을 쓰고 쭉 벋은 다리에 하이힐을 신어 필수보다 더 커 보이는 미스김을 보며
필수는 "안경만 벗으면 모델감인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시간을 기대했던
필수에게 미스김은 싫은 존재 였다.
미스김은 나나가 없는 2주간 사무실 퇴근후에 필수를 돌봐 주기로 했다.
베이지색 정장치마를 입은 미스김이 여행가방을 들려고 허리를 숙일때 필수를 향해 솟아 오른
그녀의 엉덩이를 보며 필수는 만져 보고 싶은 유혹을 겨우 참았다.
필수가 미스김의 엉덩이를 찬찬히 보고 있는 동안 나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엄마가 필수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쪽" 나나는 필수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미스김 누나한테 이상한 짓 하면 안된다....후후"
"무슨 소리에요....,"
필수는 그냥 무시하고 지하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공항에서 로밍서비스 받는 거 잊지말구요, 도착하면 전화 하세요..."
"도착해서 전화 할께. 밥 챙겨 먹구~~~~"
나나는 필수가 걱정이 되었다..... 아직 어린애 일 뿐인데.....
토요일 아침 엄마를 배웅하고 필수는 카메라를 챙겨 스튜디오로 향한다.
무더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난 몇일 엄마와 함께 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엄마의 행복에 오히려 자신이 방해가 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격렬한 동물적 사랑과 자식이라는 존재가치 만으로도 엄마의 행복이 채워 질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자로서 한남자의 사랑과 한남자로 부터의 보호가 필요 하지 않겠는가?.."
"대등한 관계로 때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 떳떳한 존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필수는 순간 무더운 햇살에 현기증을 느낀다.
혼란이 찾아 들며 가슴이 아려온다.
필수는 아파트 앞 택시승강장 밴치에 않아 잠시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사랑이란것, 엄마와 내가 살아 가는 매일매일이 사랑일까?..."
"한여자의 남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엄마에게 난 한남자인가 아님 그저 자식인가?..."
이런 갑작스런 환경과 주변인에 대한 혼란스러움 속에.
필수는 어쩌면 사랑이란 걸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길거리에 앉아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며 필수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본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오며 신이나 뛰어가는 남자아이.
그뒤를 따라 나오며 무심히 담배를 물고 뛰어 가는 아이의 뒤를 한참 쳐다 보는 남자.
그옆 미용실에 수건을 몽땅 들고 나와 윈도우앞에 놓은 걸이에 하나 하나 널고 있는 노랑 머리 아가씨.
그녀의 일하는 모습을 흘끔 거리며 쳐다보는 미용실 옆 부동산 아저씨..
산부인과 병원앞에 방금 택시를 내린 산모와 그녀의 몸을 한손으로 지탱하며 병원으로 들어 가는 아저씨
병원 문을 나서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소녀와 알수 없는 누간가에게 들으란 듯 큰소리를 지르는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의 대상은 아마 필수의 눈이 미치는 영역내엔 없는 듯하다.
갑자기 필수는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자신이 알수 없는 삶에 미래를 본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택시정거장엔 방금 산모를 내려준 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 내려 열심히 앞 유리창을 닦고 있다.
아파트 쪽 사람들을 훔쳐보며 유리창에만 자신의 시선을 두지 못하는 기사 아저씨.
갓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중학생이 된 듯한 어린 소녀들이 나름데로 나이를 감추려 노력한
흔적을 덕지덕지 흘리며 아파트에서 나와 택시를 탄다.
필수는 일어나 사무실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며 일부러 바닥만 응시한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자신은 많이 벗어난 것같은 .......
열쇠도 안잠긴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
스튜디오 문을 살짝 열어 보니 미나가 열심히 제품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여름 에어컨을 틀었지만 조명의 불빛은 그렇게 만만한 온도가 아니다.
땀을 흘리며 촬영 중인 미나는 처음 만나던 날 신은 그물망 스타킹을 신고
하얀색 미니스커트에 짧은 탱크탑만 입은채 촬영에 열심이었다.
제품 코디할때 허리를 숙였기 때문에 필수는 미나의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을 완벽하게
볼 수 있었다.
긴머리에 밴드를 하였지만 그래도 흘러 내리는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는지 고무줄을 입에 물고
머리카락을 머리뒤로 모아 잡고 문쪽으로 돌아서다 필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너 임마 거기서 뭐해,.... 이 누나 몸매 감상하고 있니?.."
"아니요, 스튜디오에 문열었다가 누나 일하는데 방해 안할려구 그냥 보구만 있었어요."
"짜식, 얼굴 빨게 지긴.. 하하하"
미나는 머리를 뒤로 묶고 자신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소품 사진을 찍나본데 테이블 위에 제품을 올려 두고 조명을 가까이 조여 두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필수는 그러는 미나의 어깨선에서 등을 지나 허리로 부터 엉덩이까지 뻗어 내린
선을 따라 그녀의 발목까지 시선을 흘려 내렸다.
마치 미나의 옷을 눈으로 벗겨 내려는 듯 느린 시선의 움직임이다.
"누나, 저도 좀 찍어 보면 안되요?..
"응 누나 일 끝나면 알려줄께...이리와서 반사판좀 잡아주라"
필수는 다가가 미나의 앞에 서서 반사판을 잡아 주었다.
허리를 숙이고 촬영에 열중인 그녀의 가슴은 탱크탑때문인지 그렇지 작게만 보이진 않았다.
"휴~~끝~~~....데이터 덜어 놓고 올테니 니가 찍고 싶은 데로 찍어봐...
여기...누나걸루 찍어라. 니건 인화 해야 결과가 나오니까 누나걸로 찍으면
바로 문제점도 찾고 할 수 있잖아. 메모리카드가 하나 남은게 있었는데...여기있다."
미나는 필수에게 자신이 찍던 카메라에 새메모리 카드를 끼워 필수에게 넘겨주고,
방금 촬영한 메모리카드를 들고 스튜디오를 나갔다.
디지털 카메라는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어서 좋지만 필름카메라 보단 은근한 맛이 없다고
생각해오던 필수지만, 어쩌면 누나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누나 저두 디카 하나 살건데 어떤걸로 사는게 좋을까요?
"건 나중에 사구, 누나걸로 당분간 공부해 엄청 비싸니까....."
미나는 작업이 끝나서 시원한지 의자를 가까이 놓고 앉아 필수의 촬영 자세부터
디카에서 노출 잡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알려 주었다.
"누나!"
필수는 갑자기 미나를 불렀다.
"왜?...너오늘 엄청 진지하다..."
"하하하...아니에요 저 오늘 기분 엄청 좋은 데요 뭘 ....ㅎㅎㅎ"
필수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미나의 가슴을 다시 정면에서 응시한다.
"누나!, 왜 남자들은 여자들 노출이 심하면 할 수록 좋아 하는지 알아요?.."
"어쭈,...너 지금 은근히 넌 남자 아니니 걱정 마세요 뭐 이런 투라 이야 한다..."
"하하하...역시 누나는 못속이는 군요...우리 둘이 있는데 누나 옷차림이 오늘 조금 걱정스럽네요"
"그래?...그럼 걱정은 내가 할테니 넌 사진이나 계속 찍으렴...크크크"
"여기 제품이 너무 작아서 디테일이 안살아요...."
필수는 자신의 뷰파인더에 보이는 제품의 세밀한 털느낌이 만족스럽게 올라 오지 않는 것에
대해 미나에게 물었다.
"파인더에 보이는 윤곽을 그대로 믿지 말구 일단은 모니터에 띄워서 크게 확대를 해봐...그리고
가능하면 거리값과 노출값 그리고 조명과 제품과의 거리 각도등을 메모하면서 경우에 수를 달리해서
여러컷을 촬영하고 가장 적당한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세부적으로 연속촬영을 하면 니가 원하는
이미지에 점점 가까워 질거야...."
"네....눈으로 보면 참 정확한테 카메라를 내 눈에 장착할 순 없을까요?....ㅎㅎㅎㅎ"
"니 눈을 믿지 말어라 사람 눈이란게 말이다. 이모든 세상의 빛을 외곡하는 가장 대표적 도구란다 이녀석아"
"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필수는 강하게 반박했다......
"제 생각엔요, 사람의 눈에 비친 사물의 색과 형태가 모든 사물의 기준이고 표준이라고 봐요 전...본래
물체가 가진 특성과 빛의 변화에 따른 색변화를 구분 짖기 보다는 흰색개 검정고양이 노란해 처럼
상징적 의미로서 컬러만 가지고도 충분히 세상을 구분짖고 규정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전!"
단호한 필수의 말에 미나는 놀라며....
"너 눈에 대해 그렇게 자신있니?....."
갑자기 필수는 장난스러워 졌다.
오늘 자신의 생각이 심한 기복을 보임을 느낀다....
"네 저 눈 정확합니다....예를 들어 드릴까요?....누나 오늘 브레지어 안했죠?...키키키키"
"뭐 임마?......하하하"
순간 미나와 필수 사이에 벌어질 뻔 했던 논쟁의 핵심이 흐트러 지고 둘은 스튜디오에서 도망가고
ㅤㅉㅗㅈ으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필수가 참 생각이 많은 애구나?..."
미나는 말했다..
"아니에요...그냥 오늘 심난해서 그래요....엄마가 여행가셨거든요..."
"그래?...그래 필수 혼자 있겠네 집에 당분간.."
"네 근데 엄마 사무실 직원누나가 저녁마다 감시하러 온데요...."
"너 아직 애취급 받는 구나 집에서 불쌍한 녀석..."
미나는 장나스럽게 필수의 어깨를 꼭 감싸 주었다...
"하하하....걱정되니까 누나 떨어지세요..."
"이자식이!...걱정은 내가 한다구...넌 니걱정이나 해 임마.....호호호..오늘 저녁에 문단속 잘해라
누나가 쳐들어 갈지 모르니 너 오늘 부터 걱정 되서 잠도 안오겠다. 하하하"
"밤 9시 넘으면 혼자 있으니 문단속 잘 할렵니다, 열쇠비번은 3600 이구요,
무서우니까 일부러 불도 훤하게 켜서 누나 쳐들어 와서 안다치게 해드리지요.
찾기 쉽게 이따 들어깔때 집 구조도 그려 놓고 갈께요...큭큭큭"
"하하하, 필수 이놈 귀엽네........"
미나는 필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일어선다.
필수는 자신의 시선이 미나의 허벅지와 배를 지나 가슴을 오간다는 사실을
미나에게 들키지 않으려 피수는 노력했다.
미나가 새로준 메모리 카드로 촬영을 마치고 필수는 자신의 컴퓨터에 데이터를 덜어 냈다.
근데 메모리 안에 자신이 찍은 것 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가 있는 것 을 알았다.
프리뷰에서 섬네일로 이미지를 본 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진은 미나누나의 사진이었다.....자신의 누드 사진을 직접 찍은 데이터가 한가득 이었다.
그것도 온통 야한 자세와 엽기적인 의상을 입고 있었다.
필수는 누나가 알지 못하게 얼른 자신의 브라우져를 닫고 데이터를 급히 자신의 웹폴더로 올려 놓았다.
스튜디오에서 뒷정리를 하던 미나가 갑자기 괴성을 질르며 달려 나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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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필수는 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 선다.
차가운 겨울 한기가 땀에 젖은 자신을 감싸고 돌며 복도로 나아간다.
필수는 겨울만이 주는 이 싸늘함을 좋아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가랑비가 내리는 걸 보니 오늘은 많이 추울 것 같군"
주방으로 걸어가 커피물을 올려 놓고 불꺼진 거실 쇼파앞에 전기 스토브를 꺼내었다.
어두운 실내에 전기스토브의 초라한 불빛이 반사되며
그앞에 선 자신의 무릎에 온기를 주었다.
아파트 맨윗층은 겨울에 주변난방과 무관하게 춥다.
필수는 그런 집이 좋다. 한겨울에도 보일러 없이 두꺼운 솜이불속에서 겨울을 난다.
누워서 천정을 향해 입김을 불면 하얀 뭉게구름이 피는 자신의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커피한잔을 가득타서 들고 베란다로 나가면 아파트 멀리로 한강이 보이고,
필수는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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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야 밥 꼭 챙겨 먹구...., 미스김 누나가 매일 저녁에 와서 설겆이랑 해줄거니까, 집에 일찍 들어 오구,
엄마가 매일 전화 할테니 보고 싶어도 참어...."
나나는 필수가 많이 보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그런식으로 들어낸다.
"회계사님 가셔야 해요..., 너무 늦었어요"
미스김 누나는 엄마의 출발을 재촉하며 필수를 한번 쳐다본다.
"엄마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오면 저녁때쯤 될거야 누나가 와서 밥 해 줄거니까, 운동하구 일찍 들어 와라"
"네...엄마, 다녀 오세요 제 걱정 말구요"
필수는 혼자만의 공간이 좋다.
미스김 누나는 올해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엄마 밑에서 인턴을 받고 있는 초보 회계사다.
라이트블루 컬러의 안경을 쓰고 쭉 벋은 다리에 하이힐을 신어 필수보다 더 커 보이는 미스김을 보며
필수는 "안경만 벗으면 모델감인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시간을 기대했던
필수에게 미스김은 싫은 존재 였다.
미스김은 나나가 없는 2주간 사무실 퇴근후에 필수를 돌봐 주기로 했다.
베이지색 정장치마를 입은 미스김이 여행가방을 들려고 허리를 숙일때 필수를 향해 솟아 오른
그녀의 엉덩이를 보며 필수는 만져 보고 싶은 유혹을 겨우 참았다.
필수가 미스김의 엉덩이를 찬찬히 보고 있는 동안 나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엄마가 필수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쪽" 나나는 필수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미스김 누나한테 이상한 짓 하면 안된다....후후"
"무슨 소리에요....,"
필수는 그냥 무시하고 지하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공항에서 로밍서비스 받는 거 잊지말구요, 도착하면 전화 하세요..."
"도착해서 전화 할께. 밥 챙겨 먹구~~~~"
나나는 필수가 걱정이 되었다..... 아직 어린애 일 뿐인데.....
토요일 아침 엄마를 배웅하고 필수는 카메라를 챙겨 스튜디오로 향한다.
무더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지난 몇일 엄마와 함께 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엄마의 행복에 오히려 자신이 방해가 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격렬한 동물적 사랑과 자식이라는 존재가치 만으로도 엄마의 행복이 채워 질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자로서 한남자의 사랑과 한남자로 부터의 보호가 필요 하지 않겠는가?.."
"대등한 관계로 때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로 떳떳한 존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필수는 순간 무더운 햇살에 현기증을 느낀다.
혼란이 찾아 들며 가슴이 아려온다.
필수는 아파트 앞 택시승강장 밴치에 않아 잠시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사랑이란것, 엄마와 내가 살아 가는 매일매일이 사랑일까?..."
"한여자의 남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엄마에게 난 한남자인가 아님 그저 자식인가?..."
이런 갑작스런 환경과 주변인에 대한 혼란스러움 속에.
필수는 어쩌면 사랑이란 걸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길거리에 앉아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며 필수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본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오며 신이나 뛰어가는 남자아이.
그뒤를 따라 나오며 무심히 담배를 물고 뛰어 가는 아이의 뒤를 한참 쳐다 보는 남자.
그옆 미용실에 수건을 몽땅 들고 나와 윈도우앞에 놓은 걸이에 하나 하나 널고 있는 노랑 머리 아가씨.
그녀의 일하는 모습을 흘끔 거리며 쳐다보는 미용실 옆 부동산 아저씨..
산부인과 병원앞에 방금 택시를 내린 산모와 그녀의 몸을 한손으로 지탱하며 병원으로 들어 가는 아저씨
병원 문을 나서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소녀와 알수 없는 누간가에게 들으란 듯 큰소리를 지르는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의 대상은 아마 필수의 눈이 미치는 영역내엔 없는 듯하다.
갑자기 필수는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자신이 알수 없는 삶에 미래를 본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택시정거장엔 방금 산모를 내려준 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 내려 열심히 앞 유리창을 닦고 있다.
아파트 쪽 사람들을 훔쳐보며 유리창에만 자신의 시선을 두지 못하는 기사 아저씨.
갓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중학생이 된 듯한 어린 소녀들이 나름데로 나이를 감추려 노력한
흔적을 덕지덕지 흘리며 아파트에서 나와 택시를 탄다.
필수는 일어나 사무실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며 일부러 바닥만 응시한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자신은 많이 벗어난 것같은 .......
열쇠도 안잠긴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
스튜디오 문을 살짝 열어 보니 미나가 열심히 제품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여름 에어컨을 틀었지만 조명의 불빛은 그렇게 만만한 온도가 아니다.
땀을 흘리며 촬영 중인 미나는 처음 만나던 날 신은 그물망 스타킹을 신고
하얀색 미니스커트에 짧은 탱크탑만 입은채 촬영에 열심이었다.
제품 코디할때 허리를 숙였기 때문에 필수는 미나의 엉덩이와 허벅지 라인을 완벽하게
볼 수 있었다.
긴머리에 밴드를 하였지만 그래도 흘러 내리는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는지 고무줄을 입에 물고
머리카락을 머리뒤로 모아 잡고 문쪽으로 돌아서다 필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너 임마 거기서 뭐해,.... 이 누나 몸매 감상하고 있니?.."
"아니요, 스튜디오에 문열었다가 누나 일하는데 방해 안할려구 그냥 보구만 있었어요."
"짜식, 얼굴 빨게 지긴.. 하하하"
미나는 머리를 뒤로 묶고 자신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소품 사진을 찍나본데 테이블 위에 제품을 올려 두고 조명을 가까이 조여 두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필수는 그러는 미나의 어깨선에서 등을 지나 허리로 부터 엉덩이까지 뻗어 내린
선을 따라 그녀의 발목까지 시선을 흘려 내렸다.
마치 미나의 옷을 눈으로 벗겨 내려는 듯 느린 시선의 움직임이다.
"누나, 저도 좀 찍어 보면 안되요?..
"응 누나 일 끝나면 알려줄께...이리와서 반사판좀 잡아주라"
필수는 다가가 미나의 앞에 서서 반사판을 잡아 주었다.
허리를 숙이고 촬영에 열중인 그녀의 가슴은 탱크탑때문인지 그렇지 작게만 보이진 않았다.
"휴~~끝~~~....데이터 덜어 놓고 올테니 니가 찍고 싶은 데로 찍어봐...
여기...누나걸루 찍어라. 니건 인화 해야 결과가 나오니까 누나걸로 찍으면
바로 문제점도 찾고 할 수 있잖아. 메모리카드가 하나 남은게 있었는데...여기있다."
미나는 필수에게 자신이 찍던 카메라에 새메모리 카드를 끼워 필수에게 넘겨주고,
방금 촬영한 메모리카드를 들고 스튜디오를 나갔다.
디지털 카메라는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어서 좋지만 필름카메라 보단 은근한 맛이 없다고
생각해오던 필수지만, 어쩌면 누나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누나 저두 디카 하나 살건데 어떤걸로 사는게 좋을까요?
"건 나중에 사구, 누나걸로 당분간 공부해 엄청 비싸니까....."
미나는 작업이 끝나서 시원한지 의자를 가까이 놓고 앉아 필수의 촬영 자세부터
디카에서 노출 잡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알려 주었다.
"누나!"
필수는 갑자기 미나를 불렀다.
"왜?...너오늘 엄청 진지하다..."
"하하하...아니에요 저 오늘 기분 엄청 좋은 데요 뭘 ....ㅎㅎㅎ"
필수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미나의 가슴을 다시 정면에서 응시한다.
"누나!, 왜 남자들은 여자들 노출이 심하면 할 수록 좋아 하는지 알아요?.."
"어쭈,...너 지금 은근히 넌 남자 아니니 걱정 마세요 뭐 이런 투라 이야 한다..."
"하하하...역시 누나는 못속이는 군요...우리 둘이 있는데 누나 옷차림이 오늘 조금 걱정스럽네요"
"그래?...그럼 걱정은 내가 할테니 넌 사진이나 계속 찍으렴...크크크"
"여기 제품이 너무 작아서 디테일이 안살아요...."
필수는 자신의 뷰파인더에 보이는 제품의 세밀한 털느낌이 만족스럽게 올라 오지 않는 것에
대해 미나에게 물었다.
"파인더에 보이는 윤곽을 그대로 믿지 말구 일단은 모니터에 띄워서 크게 확대를 해봐...그리고
가능하면 거리값과 노출값 그리고 조명과 제품과의 거리 각도등을 메모하면서 경우에 수를 달리해서
여러컷을 촬영하고 가장 적당한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세부적으로 연속촬영을 하면 니가 원하는
이미지에 점점 가까워 질거야...."
"네....눈으로 보면 참 정확한테 카메라를 내 눈에 장착할 순 없을까요?....ㅎㅎㅎㅎ"
"니 눈을 믿지 말어라 사람 눈이란게 말이다. 이모든 세상의 빛을 외곡하는 가장 대표적 도구란다 이녀석아"
"아니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필수는 강하게 반박했다......
"제 생각엔요, 사람의 눈에 비친 사물의 색과 형태가 모든 사물의 기준이고 표준이라고 봐요 전...본래
물체가 가진 특성과 빛의 변화에 따른 색변화를 구분 짖기 보다는 흰색개 검정고양이 노란해 처럼
상징적 의미로서 컬러만 가지고도 충분히 세상을 구분짖고 규정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전!"
단호한 필수의 말에 미나는 놀라며....
"너 눈에 대해 그렇게 자신있니?....."
갑자기 필수는 장난스러워 졌다.
오늘 자신의 생각이 심한 기복을 보임을 느낀다....
"네 저 눈 정확합니다....예를 들어 드릴까요?....누나 오늘 브레지어 안했죠?...키키키키"
"뭐 임마?......하하하"
순간 미나와 필수 사이에 벌어질 뻔 했던 논쟁의 핵심이 흐트러 지고 둘은 스튜디오에서 도망가고
ㅤㅉㅗㅈ으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필수가 참 생각이 많은 애구나?..."
미나는 말했다..
"아니에요...그냥 오늘 심난해서 그래요....엄마가 여행가셨거든요..."
"그래?...그래 필수 혼자 있겠네 집에 당분간.."
"네 근데 엄마 사무실 직원누나가 저녁마다 감시하러 온데요...."
"너 아직 애취급 받는 구나 집에서 불쌍한 녀석..."
미나는 장나스럽게 필수의 어깨를 꼭 감싸 주었다...
"하하하....걱정되니까 누나 떨어지세요..."
"이자식이!...걱정은 내가 한다구...넌 니걱정이나 해 임마.....호호호..오늘 저녁에 문단속 잘해라
누나가 쳐들어 갈지 모르니 너 오늘 부터 걱정 되서 잠도 안오겠다. 하하하"
"밤 9시 넘으면 혼자 있으니 문단속 잘 할렵니다, 열쇠비번은 3600 이구요,
무서우니까 일부러 불도 훤하게 켜서 누나 쳐들어 와서 안다치게 해드리지요.
찾기 쉽게 이따 들어깔때 집 구조도 그려 놓고 갈께요...큭큭큭"
"하하하, 필수 이놈 귀엽네........"
미나는 필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일어선다.
필수는 자신의 시선이 미나의 허벅지와 배를 지나 가슴을 오간다는 사실을
미나에게 들키지 않으려 피수는 노력했다.
미나가 새로준 메모리 카드로 촬영을 마치고 필수는 자신의 컴퓨터에 데이터를 덜어 냈다.
근데 메모리 안에 자신이 찍은 것 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가 있는 것 을 알았다.
프리뷰에서 섬네일로 이미지를 본 필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진은 미나누나의 사진이었다.....자신의 누드 사진을 직접 찍은 데이터가 한가득 이었다.
그것도 온통 야한 자세와 엽기적인 의상을 입고 있었다.
필수는 누나가 알지 못하게 얼른 자신의 브라우져를 닫고 데이터를 급히 자신의 웹폴더로 올려 놓았다.
스튜디오에서 뒷정리를 하던 미나가 갑자기 괴성을 질르며 달려 나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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