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로부터 시작된 야사오늘의 글은 다음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설(舌)인만큼 야설의 범주안에 들지 못할 듯 싶네요.
그냥 재미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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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은 여늬때와 변함없이 출근을 하여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업무를 봤다.
갑자기 모든게 나른하게 느껴졌다.
진석은 사무실을 나와 천천히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건물 옥상은 회사의 인부들이 올려 놓은 자재가 차곡이 쌓여있었고, 진석은 그 뒤를 돌아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보였고, 진석은 그곳에 앉아 담배를 빼어 물었다.
이곳은 모르긴 몰라도 이 건물에서 진석만이 사용하는 곳이리라.
언제 와도 항상 그대로였기 때문에 진석은 그리 생각을 했다.
진석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자신을 돌아봤다.
혜경과의 정략적인 결혼, 장인의 뒷돈을 받아 시작한 사업, 혜경의 가식적인 모습과 자신의 위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려는 모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또 다른 회사의 설립,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을 해 온 자신의 모습들...
또 다른 회사는 2년전서부터 준비를 했었고, 실질적인 명의는 사촌형수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2년전,
늦은 밤 갑자기 울려온 핸드폰에서는 흐느끼는듯한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사촌형이 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말...
병원에 있다는 말...
진석은 급한 마음에 옷도 챙기지 못하고 차를 몰았다.
병원에 도착한 진석은 형수의 울부짖음과 형의 죽음을 전해들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던 형이었는데...
형수를 품에 안고 있는 진석은 형수의 한 어린 울부짖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진석은 다음날 하루동안 형수를 안정시키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지내야 할지를 상의하고 부고를 냈다.
다음날, 진석은 형의 회사가 지닌 자산과, 채무관계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았기에 오전 업무를 마친 곧바로 형의 회사로 향했다. 형의 회사에는 예상밖의 인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채권자들이었다.
진석은 생각한다.
" 아.. 씨펄!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게 빚쟁이들이 이리 빠르냐 "
" 알려주지 않아도 잽싸게들 알고 와요 ~~~ "
" 허긴 씨벌놈의 나라도 똑같지... "
" 씹새끼들은 국민연금이다, 의료보험이다, 돈 빨아갈땐 모든 것이 전산화 되어 있다고 금새 알고 청구서 날리면서도 막상 직장 잃고, 돈 못벌땐 국민들이 와서 신고하라고 하니, 그나라에 그 빚쟁이들이지... 씨펄 ~~ "
직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채권자들이 어떻게 한 것인지 대체적으로 겁 먹은 얼굴이었지만, 최부장만큼은 의연한 얼굴이었다.
최형석 부장은 사촌형이 모든 것을 맡길정도로 믿고 의지했던 인물로, 우직한 개발자의 전형이었다.
최부장은 진석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걸움을 옮겨 진석의 팔을 끌고 한켠으로 갔다.
" 사장님... 큰사장님께서 게임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몇몇 투자자와 엔젤사에서 조달을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 자식들이 몰려와서 돈을 회수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지요? "
" 최부장님, 그 돈 쟤네들이 회수해 가면 어떻게 됩니까? "
" 큰일납니다. 지금 개발되는 게임이 마지막 단계인데 지금 자금을 회수해 가면 망합니다. "
" 그래요? 얼마나 되나요? "
" 정확히는 모르지만 23억정도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
" 음............ "
진석은 머리를 굴려봤지만 지금 당장 23억을 현금으로 빼오기는 어려웠다.
" 최부장님 지금 회사의 여유자금이 얼마나 되나요? "
" 거의 바닥입니다. 이번건에 투자받은 돈 말고도 회사의 모든 자금을 쏟아부은거니까요 "
" 그래요? ............... 잠시만요 "
진석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이명훈입니다. "
" 야 명훈아 나다 진석이 "
" 어 웬일이냐? "
" 지금 역삼동으로 급하게 와야겠다. "
" 뭔데? "
" 와서 들어라 급하다. "
" 역삼동 어디? "
" 테헤란로... 역삼역에서 내려서 4번출구로 나와서 길따라 쭈욱 오다보면 삼익빌딩이라고 20층짜리 있다. "
" 어.. 삼익빌딩? 타이쿤? "
" 맞어.. 형네 사무실... 얼렁 와라 "
" 그래 알았다. "
진석은 명훈에게 전화를 건 후 태연하게 채권자들 앞에서 서성거렸다.
채권자들은 이런저런 욕설을 섞어가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대고 있었고, 금연이라고 써 있는 회의실 탁자에 종이를 깔아놓고 담배재를 떨고 있었다.
" 가증스렁 새끼들.... "
얼마 후 명훈이 들어오는게 보이자, 진석은 아무말 없이 명훈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항상 샌님같기만 하던 명훈은 눈을 빛내며, 조용히 말을 듣고 있다가 게임개발이 마지막 단계이고, 다음달이면 테스트에 들어갈 수 있으며, 올해안에 런칭이 가능하다는 최부장의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자기가 담판을 지어보겠다며 채권자들에게 다가갔다.
" 여러분.... 전 오늘부터 타이쿤의 법적 대리인으로 임명받은 이명훈이라고합니다. "
" 이제부터 여러분들과 타이쿤간의 채무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 전에 제 명함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명훈은 자신의 명함을 그들에게 하나씩 돌렸고, 변호사 이명훈이라고 씌여있는 명함을 받아든 채권자들은 이 자식이 뭐라 하나 싶은 얼굴로 명훈의 얼굴을 째려보듯 하고 앉아 있었다.
" 자 이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들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타이쿤은 여러분들에게 23억이라는 돈을 빌려 중대한 게임개발을 해 왔고 지금 마지막 단계에 돌입되어 있습니다. 다음달이면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안에 런칭을 하게 됩니다. "
" 헌데 그 타이쿤을 진두지휘하던 오너가 불의의 사고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 그리고 여러분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어졌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
" 여러분들의 돈은 지금 이곳 타이쿤에 없습니다. "
" 타이쿤은 여러분들에게 투자수익을 발생시켜드리기 위해 투자받은 모든 돈을 개발에 투입했고, 그 돈은 개발에 투입되어졌던 많은 인력들의 인건비로 충당이 되었습니다. "
" 아 씨발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다는거여? "
이때 참지못하고 채권자중의 한 사람이 한마디 꺼내자 여기 저기서 웅성웅성 떠들어대기 시작을 했다.
말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명훈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조용히 하세요! "
"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
" 여러분들의 돈이 증발해 버리고 있는데 그까짓 욕이나 몇마디 하면 속이 시원합니까? "
모두들 놀랐지만 그 누구보다 놀란 것은 진석이었다.
단 한번도 명훈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 제 말 끊지 말고 조용히 들으십시오. "
" 만일 여러분들께서 다시한번 제 말 끊어버리면 전 여러분들의 투자금이고 뭐고 방법을 말씀드리지 않을 겁니다. "
"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건 여러분들의 투자금은 물론이고, 처음계획대로 수익금까지 챙겨드리기 위해섭니다. "
" 믿든지 말든지 그건 여러분들이 판단할 일이고, 전 확실한 해법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 알았으니 계속 해 보쇼. "
" 자 그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 여러분들이 투자를 한건 게임개발에 대한 수익금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지, 여기 오너를 보고 한 것은 아닙니다. "
" 오너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
"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습니까? "
" 오너가 있든 없든 개발은 막바지에 도달해 있고, 곧 테스트를 거쳐 세상에 등장할텐데, 지금 와서 투자를 한 여러분들이 그걸 가로막으면 여러분들의 투자금은 어디에서 찾을겁니까? "
" 여러분들이 여기 사무실 보증금 빼가고, 사무집기 차압한다고 해 봤자 몇억이나 나옵니까? "
" 그걸 여러분들이 나눠가져봤자 껌이지요. 게다가 아직 여기 오지 않으신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 여러분들은 제대로만 된다면 가장 큰 돈을 버실분들인데 이 회사를 이대로 죽일겁니까? "
" 이 봐요... 그럼 사장이 없는데 누가 책임지고 그걸 개발한다는거요? "
" 사장이 없긴 왜 없습니까? "
" 누가 할건데.. 당신이 할거요? "
" 아닙니다. 전 법적 대리인일뿐 사장님은 따로 계십니다. "
" 아 그니까 누구냐고 책임질 사람이... "
명훈의 갑작스런 응수에 모두들 눈만 껌뻑이고 있었고 진석도 명훈만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그때였다.
" 이진석 사장님... "
".............. "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고 있는지도 몰랐던 진석은 최부장이 등을 떠 미는 바람에 앞으로 나서게 되었다.
이를 본 채권자들의 눈동자가 모두 진석으로 향했고, 직원들도 모두 진석을 바라보았다.
" 당신이요? 당신이 이번 사태를 책임질 사장이요? "
" 네? 아네.... "
"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
진석은 잠시 상황을 정리했다.
논의 된 내용이 아니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진석은 명훈이 임기응변한 것이라는 것을 이내 깨닫고 말을 이어간다
" 여러분들의 투자금을 지금 당장 드릴 수는 없습니다. "
" 조금 전의 이명훈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투자수익금을 합하여 돌려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
" 물론.... "
" 여러분들은 불안한 마음이기에 지금 당장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
" 하지만 그런 큰 금액을 드릴 여력이 없습니다. "
" 여러분들은 잠시마나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
" 이제부터 들어가게 될 개발자금은 제가 투자할 것입니다. "
" 저도 사업갑니다. "
" 제가 지금 발을 빼버리면, 전 여러분들처럼 투자하지 않고 제 사업만을 하면 됩니다. "
" 헌데 제가 투자를 하려는 건 게임산업이란 것이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고 앞뒤 정황을 봤을 때 이건 대박일 수밖에 없는 확실한 사업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타이쿤의 사장이 되어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
" 이제 몇달후면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상태가 될 것입니다. "
" 이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책임입니다. "
채권자들은 웅성대며, 자기네들끼리 잠시 회의를 하겠다고 했고, 잠시 후 진석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조금전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의견진전이 있었던 듯 싶었다.
자신을 최기동이라고 밝힌 인물은 채권자들을 대표하여 의견을 전달했고, 자신들에게 진행상황을 매번 알려줄것과 프로젝트를 올해안에 끝내도록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물러나겠다고 했다.
채권자들과 진석은 호쾌한 웃음과 악수를 나눈 뒤 모두 떠나갔고, 직원들을 안심시킨 진석과 명훈 그리고 최부장은 1층의 커피숍에 앉아 대소사를 논의 한 뒤 헤어졌다.
진석은 그렇게 해서 IT산업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대외적인 업무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명의는 형수 이름으로 해 뒀다.
그건 보험이었다.
IT산업쪽이 전문분야는 아니었으나, 진석의 명석한 두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인으로 만들어줬고, 매우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회사로 키워놨다. 2년전 늦은 가을 개발하던 게임을 런칭하여 대박을 터뜨렸고, 그로 인해 그때 당시의 채권자들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 특히 입이 걸었던 "최기동"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헌데 오늘....
진석은 그러한 모든 성공신화가 즐겁다기보다, 남의 일처럼 무덤덤하게만 받아들여진다.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번호를 가만 바라봤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네... 이진석입니다. "
" 저 기억하시겠어요? "
낭낭한 목소리가 기억이 날듯 했지만, 정확히 알수가 없었다.
" 글쎄요... "
" 아이.. 섭섭하다. "
" 난 금새 알겠는데... "
" 아 그거야 그쪽에서 제게 전화를 걸었으니 누군지 아는게 당연하죠. "
" 어머....? 진짜 섭섭하네... "
" ................... "
" 저 김희수라고 해요. "
" 아 ~~ 사모님 "
" 어쩐 일이십니까? "
" 몰라요 ~~~ "
" 사모님도.. 참. 제가 몰라보는게 당연하죠. "
" 귀하신분이 제게 직접 전화를 주실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
" 아유 ~~~ 거짓말. "
" 거짓말이라뇨... "
" 피이 ~~~ "
" 그나 저나 어떻게 제게 전화를 다 주시고... "
" 예.. 다름이 아니라... 친구가 인테리어를 할거라기에 소개시켜 드릴라구요... "
" 네에...! 아 이렇게 감사할때가.... "
" 치 아까는 알지도 못하더니... 이젠 목소리에 생기가 도네요.! "
" 하하하... 오해십니다. "
" 어쨋든 오늘 저희집에 오실 수 있겠어요? "
" 네... 친구분 댁이 가까운가보네요? "
" 네 옆동이예요. "
" 알겠습니다... 몇시쯤 찾아뵐까요? "
"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오세요... "
" 넵 그럼 잠시 후 뵙겠습니다. "
진석은 차를 몰아 AT텔레콤의 상무이사집으로 향했다.
그렇구 그런 군상들이 모여사는 아파트...
" 띠리리리리리..... "
" 누구세요? "
" 네 이진석입니다. "
" 호호호호... 어서오세요. "
진석은 문을 열어주는 김희수의 의상이 매우 노골적이란 생각을 하며 뒤를 따랐다.
몸에 달라붙은 얇은 원피스는 그녀가 입은 팬티의 라인을 여실히 보여줬고, 브라를 한 것인지 안한것인지 젖꼭지도 그대로 노출시켜줬다.
진석을 안내한 그녀는 주방쪽으로 향하더니, 커피를 타 왔다.
" 아유 정말 오랜만이네요... "
" 네.. 그렇군요... "
" 이사장님은 여전하시네... "
" 사모님은 더 이뻐지셨습니다. "
" 에구 ~~~ 또 거짓말... "
" 진짭니다. 제가 무지 참고 있는 모습 보면 모르시겠어요? "
" 네?..... 뭘 참아요? "
" 사모님이 너무 섹시해서 여자로 보입니다. "
" 호호호호, 그럼 제가 언젠 여자가 아니었나요? "
" 그냥 여자 말구요... 범하고 싶은 여자요. "
" 호호호 그런 말씀 하심 안되는거 아시죠? "
" 네... "
" 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범하고 싶은 여자라.... 그냥 좋은게 아니라 야릇해지는데요! 호호호호 "
" 하하하하 "
" 잠시만여.. 친구한데 오라고 할께요. "
" 그냥 가면 되지 않나요? "
" 아이구 무슨 말씀을... 이 여편네가 저보다 더 바빠요."
" 네에.... "
" 여보세요? "
" .............. "
" 어 나야 희수 올래? 아님 우리가 갈까? "
"............. "
" 야 ~~~ 오시라고 해서 여기 같이 계신데 그럼 어떻게 하니? "
" ........... "
" 몰라 얘... "
" 어떻하죠? "
" 네? "
" 글쎄 이 기집애가 급한 볼일이 생겨서 지금 공항엘 가야 한다네요. 그래서 다음주쯤에 뵙자고... "
"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죠 뭐. "
" 정말 미안해요... "
" 아닙니다. "
" 이해해 주시는거죠? "
" 에이 당연하죠. 살다보면 이런 저런 급박한 일이 생기기 일수잖아요. "
" 호호호호 고마워요. "
" 아닙니다. 덕분에 이렇게 사모님도 뵙고 그러니 좋은데요... "
" 정말요? "
" 그럼요. "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 전 사실 그동안 몇번 전화를 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
" 아니 왜요? "
" 제가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실수한거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 실수는 무슨 실수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
" ........... "
" 하하하 소녀같아요. "
" 네? "
" 그런일로 신경을 쓰시니까요... "
" 네에........ "
" 저기 이사장님 ! "
" 네에? "
" 저 정말 그날 실수 안했어요? "
" 아니요!"
" 거짓말 하지 마시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
" 아니라니까요.... "
"............ "
잠시간의 침묵......
" 저 그날이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
" 무슨.... "
" 밑이 허전했어요... "
" ........... "
"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어요? "
" 글쎄요... "
" 시치미 떼지 말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
" 무슨... "
" 나빠요... "
" ......... "
" 저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느낌이 이상해서, 집에 오자 마자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벗어봤어요. "
" ..... "
" 근데.... 정말로 없더군요. "
" 뭐가요? "
" 제 팬티요. "
" ....... "
" 이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시죠? "
" ......... "
" 전 꿈인줄만 알았어요. 누군가가 제 밑에서 입으로 그걸 애무한다는 걸 느꼈을 때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 왜 가만히 계셨나요? "
" 좋았어요. "
" 네? "
" 좋았다구요.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는 몰랐지만 분명한건, 그 상대가 이사장님이란 것이었고, 너무나 좋았기에 그걸 멈출 수 있는 힘이 없었다는 거예요. "
" 네에.... "
"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야 그게 진짜였다는 걸 알았어요. "
" 그러셨군요. "
" 남 얘기 하듯 하지 말아요. "
" 네? ... 죄송합니다. "
"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밝힌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 한번도 남편 이외의 남자랑 그러지 않았었어요. "
" 네... "
" 전 그냥 말로만 그랬었고, 남자들을 적당히 놀리기만 했었는데.... "
" 네... "
" 왜 그러셨어요? "
" 그냥요....... "
" 네에? "
" 가슴속에서 불길이 일어났어요. "
" .......... "
" 희수씨를 범하고 싶었어요.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서...."
" ........ "
" 그래서 그냥 달려들었죠. 그렇게 안하면 제가 죽을거 같아서.... "
" ..... "
" 희수씨.. 뺨이라도 때리세요. 경찰에 신고하셔도 되구요. 아니 저를 칼로 찌르셔도 됩니다. "
" ........."
" 정말 죄송합니다.... "
" 어땠어요? "
" 네? "
" 저 어땠냐구요... 그때 좋았어요? 제 벗은 모습이 이뻤어요? "
" 네 이뻤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고, 너무 고귀해서 차마 몸을 섞지는 못했어요? "
" 너무 고귀해서요? "
" 네.... 오랫동안 지켜보며, 만지고, 맛보고 싶었어요. 아니 영원토록...."
" 나빠요... 이사장님은... "
" ........... "
"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
" ........... "
" 안그래요 이사장님? "
" 희수씨... 저를 이사장이라고 부르는걸 보니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네요? "
" 네? 그럼 뭐라 불러요? "
" 전 희수씨라고 부르는데.... "
" 피이..... "
" 그냥 불러봐요.... "
" ..... "
" 싫으시군요. "
" 그게 아니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
" 그럼 따라 해 보세요. "
" 진! "
" 진!........ "
" 석! "
" 석!......... "
" 씨! "
" ........씨! "
" 이제 해 보세요. "
" 진.......석씨 ! "
" 됐네요.... 희수씨가 제 이름을 불러주니 기분이 좋네요. "
" 몰라요... "
" 진짜 어린 소녀같아요. 희수씨... "
진석은 가만히 희수의 손을 끌어 두손으로 감싸잡았다.
지금 김희수 그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얼굴을 홍당무가 되어 있었고, 벌름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호흡도 가빠지고 있었다.
자신이 소녀라 불리우던 시절에라도 이런 기분이 있었던가?
김희수 그녀는 지금 이팔청춘으로 돌아가 살풋한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자신의 손이 이 사내 진석에게 덮여 있음을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거부해서는 안되었다.
감히 이 사내의 손에서 벗어나려 하다니....
그런 불성스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무너지고 싶었다.
진석의 가슴으로 뛰어들어 무너지고 싶은데, 이 사내 진석은 자신을 애틋하게만 바라볼 뿐 자신을 끌어당겨주지 않고 있다.
희수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는데도 자신의 은밀한 그곳은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냥 재미로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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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은 여늬때와 변함없이 출근을 하여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업무를 봤다.
갑자기 모든게 나른하게 느껴졌다.
진석은 사무실을 나와 천천히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건물 옥상은 회사의 인부들이 올려 놓은 자재가 차곡이 쌓여있었고, 진석은 그 뒤를 돌아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보였고, 진석은 그곳에 앉아 담배를 빼어 물었다.
이곳은 모르긴 몰라도 이 건물에서 진석만이 사용하는 곳이리라.
언제 와도 항상 그대로였기 때문에 진석은 그리 생각을 했다.
진석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자신을 돌아봤다.
혜경과의 정략적인 결혼, 장인의 뒷돈을 받아 시작한 사업, 혜경의 가식적인 모습과 자신의 위에서 자신을 가지고 놀려는 모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또 다른 회사의 설립,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을 해 온 자신의 모습들...
또 다른 회사는 2년전서부터 준비를 했었고, 실질적인 명의는 사촌형수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2년전,
늦은 밤 갑자기 울려온 핸드폰에서는 흐느끼는듯한 형수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사촌형이 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말...
병원에 있다는 말...
진석은 급한 마음에 옷도 챙기지 못하고 차를 몰았다.
병원에 도착한 진석은 형수의 울부짖음과 형의 죽음을 전해들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하던 형이었는데...
형수를 품에 안고 있는 진석은 형수의 한 어린 울부짖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진석은 다음날 하루동안 형수를 안정시키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지내야 할지를 상의하고 부고를 냈다.
다음날, 진석은 형의 회사가 지닌 자산과, 채무관계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았기에 오전 업무를 마친 곧바로 형의 회사로 향했다. 형의 회사에는 예상밖의 인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채권자들이었다.
진석은 생각한다.
" 아.. 씨펄!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된게 빚쟁이들이 이리 빠르냐 "
" 알려주지 않아도 잽싸게들 알고 와요 ~~~ "
" 허긴 씨벌놈의 나라도 똑같지... "
" 씹새끼들은 국민연금이다, 의료보험이다, 돈 빨아갈땐 모든 것이 전산화 되어 있다고 금새 알고 청구서 날리면서도 막상 직장 잃고, 돈 못벌땐 국민들이 와서 신고하라고 하니, 그나라에 그 빚쟁이들이지... 씨펄 ~~ "
직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채권자들이 어떻게 한 것인지 대체적으로 겁 먹은 얼굴이었지만, 최부장만큼은 의연한 얼굴이었다.
최형석 부장은 사촌형이 모든 것을 맡길정도로 믿고 의지했던 인물로, 우직한 개발자의 전형이었다.
최부장은 진석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걸움을 옮겨 진석의 팔을 끌고 한켠으로 갔다.
" 사장님... 큰사장님께서 게임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몇몇 투자자와 엔젤사에서 조달을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 자식들이 몰려와서 돈을 회수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지요? "
" 최부장님, 그 돈 쟤네들이 회수해 가면 어떻게 됩니까? "
" 큰일납니다. 지금 개발되는 게임이 마지막 단계인데 지금 자금을 회수해 가면 망합니다. "
" 그래요? 얼마나 되나요? "
" 정확히는 모르지만 23억정도 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
" 음............ "
진석은 머리를 굴려봤지만 지금 당장 23억을 현금으로 빼오기는 어려웠다.
" 최부장님 지금 회사의 여유자금이 얼마나 되나요? "
" 거의 바닥입니다. 이번건에 투자받은 돈 말고도 회사의 모든 자금을 쏟아부은거니까요 "
" 그래요? ............... 잠시만요 "
진석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 네. 이명훈입니다. "
" 야 명훈아 나다 진석이 "
" 어 웬일이냐? "
" 지금 역삼동으로 급하게 와야겠다. "
" 뭔데? "
" 와서 들어라 급하다. "
" 역삼동 어디? "
" 테헤란로... 역삼역에서 내려서 4번출구로 나와서 길따라 쭈욱 오다보면 삼익빌딩이라고 20층짜리 있다. "
" 어.. 삼익빌딩? 타이쿤? "
" 맞어.. 형네 사무실... 얼렁 와라 "
" 그래 알았다. "
진석은 명훈에게 전화를 건 후 태연하게 채권자들 앞에서 서성거렸다.
채권자들은 이런저런 욕설을 섞어가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대고 있었고, 금연이라고 써 있는 회의실 탁자에 종이를 깔아놓고 담배재를 떨고 있었다.
" 가증스렁 새끼들.... "
얼마 후 명훈이 들어오는게 보이자, 진석은 아무말 없이 명훈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항상 샌님같기만 하던 명훈은 눈을 빛내며, 조용히 말을 듣고 있다가 게임개발이 마지막 단계이고, 다음달이면 테스트에 들어갈 수 있으며, 올해안에 런칭이 가능하다는 최부장의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자기가 담판을 지어보겠다며 채권자들에게 다가갔다.
" 여러분.... 전 오늘부터 타이쿤의 법적 대리인으로 임명받은 이명훈이라고합니다. "
" 이제부터 여러분들과 타이쿤간의 채무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 전에 제 명함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명훈은 자신의 명함을 그들에게 하나씩 돌렸고, 변호사 이명훈이라고 씌여있는 명함을 받아든 채권자들은 이 자식이 뭐라 하나 싶은 얼굴로 명훈의 얼굴을 째려보듯 하고 앉아 있었다.
" 자 이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들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타이쿤은 여러분들에게 23억이라는 돈을 빌려 중대한 게임개발을 해 왔고 지금 마지막 단계에 돌입되어 있습니다. 다음달이면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안에 런칭을 하게 됩니다. "
" 헌데 그 타이쿤을 진두지휘하던 오너가 불의의 사고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 그리고 여러분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어졌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
" 여러분들의 돈은 지금 이곳 타이쿤에 없습니다. "
" 타이쿤은 여러분들에게 투자수익을 발생시켜드리기 위해 투자받은 모든 돈을 개발에 투입했고, 그 돈은 개발에 투입되어졌던 많은 인력들의 인건비로 충당이 되었습니다. "
" 아 씨발 그러니까 어떻게 하겠다는거여? "
이때 참지못하고 채권자중의 한 사람이 한마디 꺼내자 여기 저기서 웅성웅성 떠들어대기 시작을 했다.
말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명훈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조용히 하세요! "
"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
" 여러분들의 돈이 증발해 버리고 있는데 그까짓 욕이나 몇마디 하면 속이 시원합니까? "
모두들 놀랐지만 그 누구보다 놀란 것은 진석이었다.
단 한번도 명훈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 제 말 끊지 말고 조용히 들으십시오. "
" 만일 여러분들께서 다시한번 제 말 끊어버리면 전 여러분들의 투자금이고 뭐고 방법을 말씀드리지 않을 겁니다. "
"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건 여러분들의 투자금은 물론이고, 처음계획대로 수익금까지 챙겨드리기 위해섭니다. "
" 믿든지 말든지 그건 여러분들이 판단할 일이고, 전 확실한 해법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 알았으니 계속 해 보쇼. "
" 자 그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 여러분들이 투자를 한건 게임개발에 대한 수익금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지, 여기 오너를 보고 한 것은 아닙니다. "
" 오너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
"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습니까? "
" 오너가 있든 없든 개발은 막바지에 도달해 있고, 곧 테스트를 거쳐 세상에 등장할텐데, 지금 와서 투자를 한 여러분들이 그걸 가로막으면 여러분들의 투자금은 어디에서 찾을겁니까? "
" 여러분들이 여기 사무실 보증금 빼가고, 사무집기 차압한다고 해 봤자 몇억이나 나옵니까? "
" 그걸 여러분들이 나눠가져봤자 껌이지요. 게다가 아직 여기 오지 않으신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 여러분들은 제대로만 된다면 가장 큰 돈을 버실분들인데 이 회사를 이대로 죽일겁니까? "
" 이 봐요... 그럼 사장이 없는데 누가 책임지고 그걸 개발한다는거요? "
" 사장이 없긴 왜 없습니까? "
" 누가 할건데.. 당신이 할거요? "
" 아닙니다. 전 법적 대리인일뿐 사장님은 따로 계십니다. "
" 아 그니까 누구냐고 책임질 사람이... "
명훈의 갑작스런 응수에 모두들 눈만 껌뻑이고 있었고 진석도 명훈만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그때였다.
" 이진석 사장님... "
".............. "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고 있는지도 몰랐던 진석은 최부장이 등을 떠 미는 바람에 앞으로 나서게 되었다.
이를 본 채권자들의 눈동자가 모두 진석으로 향했고, 직원들도 모두 진석을 바라보았다.
" 당신이요? 당신이 이번 사태를 책임질 사장이요? "
" 네? 아네.... "
"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
진석은 잠시 상황을 정리했다.
논의 된 내용이 아니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진석은 명훈이 임기응변한 것이라는 것을 이내 깨닫고 말을 이어간다
" 여러분들의 투자금을 지금 당장 드릴 수는 없습니다. "
" 조금 전의 이명훈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투자수익금을 합하여 돌려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
" 물론.... "
" 여러분들은 불안한 마음이기에 지금 당장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
" 하지만 그런 큰 금액을 드릴 여력이 없습니다. "
" 여러분들은 잠시마나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
" 이제부터 들어가게 될 개발자금은 제가 투자할 것입니다. "
" 저도 사업갑니다. "
" 제가 지금 발을 빼버리면, 전 여러분들처럼 투자하지 않고 제 사업만을 하면 됩니다. "
" 헌데 제가 투자를 하려는 건 게임산업이란 것이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고 앞뒤 정황을 봤을 때 이건 대박일 수밖에 없는 확실한 사업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타이쿤의 사장이 되어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
" 이제 몇달후면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상태가 될 것입니다. "
" 이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책임입니다. "
채권자들은 웅성대며, 자기네들끼리 잠시 회의를 하겠다고 했고, 잠시 후 진석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조금전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의견진전이 있었던 듯 싶었다.
자신을 최기동이라고 밝힌 인물은 채권자들을 대표하여 의견을 전달했고, 자신들에게 진행상황을 매번 알려줄것과 프로젝트를 올해안에 끝내도록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물러나겠다고 했다.
채권자들과 진석은 호쾌한 웃음과 악수를 나눈 뒤 모두 떠나갔고, 직원들을 안심시킨 진석과 명훈 그리고 최부장은 1층의 커피숍에 앉아 대소사를 논의 한 뒤 헤어졌다.
진석은 그렇게 해서 IT산업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대외적인 업무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명의는 형수 이름으로 해 뒀다.
그건 보험이었다.
IT산업쪽이 전문분야는 아니었으나, 진석의 명석한 두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인으로 만들어줬고, 매우 혁신적이고, 안정적인 회사로 키워놨다. 2년전 늦은 가을 개발하던 게임을 런칭하여 대박을 터뜨렸고, 그로 인해 그때 당시의 채권자들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 특히 입이 걸었던 "최기동"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헌데 오늘....
진석은 그러한 모든 성공신화가 즐겁다기보다, 남의 일처럼 무덤덤하게만 받아들여진다.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번호를 가만 바라봤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 네... 이진석입니다. "
" 저 기억하시겠어요? "
낭낭한 목소리가 기억이 날듯 했지만, 정확히 알수가 없었다.
" 글쎄요... "
" 아이.. 섭섭하다. "
" 난 금새 알겠는데... "
" 아 그거야 그쪽에서 제게 전화를 걸었으니 누군지 아는게 당연하죠. "
" 어머....? 진짜 섭섭하네... "
" ................... "
" 저 김희수라고 해요. "
" 아 ~~ 사모님 "
" 어쩐 일이십니까? "
" 몰라요 ~~~ "
" 사모님도.. 참. 제가 몰라보는게 당연하죠. "
" 귀하신분이 제게 직접 전화를 주실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
" 아유 ~~~ 거짓말. "
" 거짓말이라뇨... "
" 피이 ~~~ "
" 그나 저나 어떻게 제게 전화를 다 주시고... "
" 예.. 다름이 아니라... 친구가 인테리어를 할거라기에 소개시켜 드릴라구요... "
" 네에...! 아 이렇게 감사할때가.... "
" 치 아까는 알지도 못하더니... 이젠 목소리에 생기가 도네요.! "
" 하하하... 오해십니다. "
" 어쨋든 오늘 저희집에 오실 수 있겠어요? "
" 네... 친구분 댁이 가까운가보네요? "
" 네 옆동이예요. "
" 알겠습니다... 몇시쯤 찾아뵐까요? "
" 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오세요... "
" 넵 그럼 잠시 후 뵙겠습니다. "
진석은 차를 몰아 AT텔레콤의 상무이사집으로 향했다.
그렇구 그런 군상들이 모여사는 아파트...
" 띠리리리리리..... "
" 누구세요? "
" 네 이진석입니다. "
" 호호호호... 어서오세요. "
진석은 문을 열어주는 김희수의 의상이 매우 노골적이란 생각을 하며 뒤를 따랐다.
몸에 달라붙은 얇은 원피스는 그녀가 입은 팬티의 라인을 여실히 보여줬고, 브라를 한 것인지 안한것인지 젖꼭지도 그대로 노출시켜줬다.
진석을 안내한 그녀는 주방쪽으로 향하더니, 커피를 타 왔다.
" 아유 정말 오랜만이네요... "
" 네.. 그렇군요... "
" 이사장님은 여전하시네... "
" 사모님은 더 이뻐지셨습니다. "
" 에구 ~~~ 또 거짓말... "
" 진짭니다. 제가 무지 참고 있는 모습 보면 모르시겠어요? "
" 네?..... 뭘 참아요? "
" 사모님이 너무 섹시해서 여자로 보입니다. "
" 호호호호, 그럼 제가 언젠 여자가 아니었나요? "
" 그냥 여자 말구요... 범하고 싶은 여자요. "
" 호호호 그런 말씀 하심 안되는거 아시죠? "
" 네... "
" 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범하고 싶은 여자라.... 그냥 좋은게 아니라 야릇해지는데요! 호호호호 "
" 하하하하 "
" 잠시만여.. 친구한데 오라고 할께요. "
" 그냥 가면 되지 않나요? "
" 아이구 무슨 말씀을... 이 여편네가 저보다 더 바빠요."
" 네에.... "
" 여보세요? "
" .............. "
" 어 나야 희수 올래? 아님 우리가 갈까? "
"............. "
" 야 ~~~ 오시라고 해서 여기 같이 계신데 그럼 어떻게 하니? "
" ........... "
" 몰라 얘... "
" 어떻하죠? "
" 네? "
" 글쎄 이 기집애가 급한 볼일이 생겨서 지금 공항엘 가야 한다네요. 그래서 다음주쯤에 뵙자고... "
"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죠 뭐. "
" 정말 미안해요... "
" 아닙니다. "
" 이해해 주시는거죠? "
" 에이 당연하죠. 살다보면 이런 저런 급박한 일이 생기기 일수잖아요. "
" 호호호호 고마워요. "
" 아닙니다. 덕분에 이렇게 사모님도 뵙고 그러니 좋은데요... "
" 정말요? "
" 그럼요. "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 전 사실 그동안 몇번 전화를 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
" 아니 왜요? "
" 제가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실수한거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 실수는 무슨 실수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
" ........... "
" 하하하 소녀같아요. "
" 네? "
" 그런일로 신경을 쓰시니까요... "
" 네에........ "
" 저기 이사장님 ! "
" 네에? "
" 저 정말 그날 실수 안했어요? "
" 아니요!"
" 거짓말 하지 마시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
" 아니라니까요.... "
"............ "
잠시간의 침묵......
" 저 그날이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
" 무슨.... "
" 밑이 허전했어요... "
" ........... "
"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어요? "
" 글쎄요... "
" 시치미 떼지 말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
" 무슨... "
" 나빠요... "
" ......... "
" 저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느낌이 이상해서, 집에 오자 마자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벗어봤어요. "
" ..... "
" 근데.... 정말로 없더군요. "
" 뭐가요? "
" 제 팬티요. "
" ....... "
" 이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시죠? "
" ......... "
" 전 꿈인줄만 알았어요. 누군가가 제 밑에서 입으로 그걸 애무한다는 걸 느꼈을 때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 왜 가만히 계셨나요? "
" 좋았어요. "
" 네? "
" 좋았다구요. 그게 꿈인지 생시인지는 몰랐지만 분명한건, 그 상대가 이사장님이란 것이었고, 너무나 좋았기에 그걸 멈출 수 있는 힘이 없었다는 거예요. "
" 네에.... "
"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야 그게 진짜였다는 걸 알았어요. "
" 그러셨군요. "
" 남 얘기 하듯 하지 말아요. "
" 네? ... 죄송합니다. "
"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밝힌다고 해요... 하지만 아직 한번도 남편 이외의 남자랑 그러지 않았었어요. "
" 네... "
" 전 그냥 말로만 그랬었고, 남자들을 적당히 놀리기만 했었는데.... "
" 네... "
" 왜 그러셨어요? "
" 그냥요....... "
" 네에? "
" 가슴속에서 불길이 일어났어요. "
" .......... "
" 희수씨를 범하고 싶었어요.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서...."
" ........ "
" 그래서 그냥 달려들었죠. 그렇게 안하면 제가 죽을거 같아서.... "
" ..... "
" 희수씨.. 뺨이라도 때리세요. 경찰에 신고하셔도 되구요. 아니 저를 칼로 찌르셔도 됩니다. "
" ........."
" 정말 죄송합니다.... "
" 어땠어요? "
" 네? "
" 저 어땠냐구요... 그때 좋았어요? 제 벗은 모습이 이뻤어요? "
" 네 이뻤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고, 너무 고귀해서 차마 몸을 섞지는 못했어요? "
" 너무 고귀해서요? "
" 네.... 오랫동안 지켜보며, 만지고, 맛보고 싶었어요. 아니 영원토록...."
" 나빠요... 이사장님은... "
" ........... "
"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
" ........... "
" 안그래요 이사장님? "
" 희수씨... 저를 이사장이라고 부르는걸 보니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네요? "
" 네? 그럼 뭐라 불러요? "
" 전 희수씨라고 부르는데.... "
" 피이..... "
" 그냥 불러봐요.... "
" ..... "
" 싫으시군요. "
" 그게 아니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요.... "
" 그럼 따라 해 보세요. "
" 진! "
" 진!........ "
" 석! "
" 석!......... "
" 씨! "
" ........씨! "
" 이제 해 보세요. "
" 진.......석씨 ! "
" 됐네요.... 희수씨가 제 이름을 불러주니 기분이 좋네요. "
" 몰라요... "
" 진짜 어린 소녀같아요. 희수씨... "
진석은 가만히 희수의 손을 끌어 두손으로 감싸잡았다.
지금 김희수 그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얼굴을 홍당무가 되어 있었고, 벌름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호흡도 가빠지고 있었다.
자신이 소녀라 불리우던 시절에라도 이런 기분이 있었던가?
김희수 그녀는 지금 이팔청춘으로 돌아가 살풋한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자신의 손이 이 사내 진석에게 덮여 있음을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거부해서는 안되었다.
감히 이 사내의 손에서 벗어나려 하다니....
그런 불성스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 무너지고 싶었다.
진석의 가슴으로 뛰어들어 무너지고 싶은데, 이 사내 진석은 자신을 애틋하게만 바라볼 뿐 자신을 끌어당겨주지 않고 있다.
희수의 입술은 바짝 타들어가고 있는데도 자신의 은밀한 그곳은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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