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날끄으으으으응… 하아아아…
영민은 길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로 젖혔다.
몸 속에서 멈췄던 핏줄기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영민만이 적막을 지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는 언제나 그랬다.
애인도 없고,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는 영민에게 주말은 무의미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읜 영민은 하나뿐인 동생 영우를 위해 살아왔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고단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동생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동생 영우는 미국 유명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영민 자신은 고졸 출신에 이제 겨우 대리를 달고 박봉에 힘겨워하고 있었지만, 동생의 존재가 있기에 그의 삶은 더 이상 고단하지 않았다.
점심때 동생 영우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2주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전화를 해주는 고마운 동생이었다.
이젠 지원해주는 곳이 있어서 생활이 어렵지 않아 더 이상 영민이 돈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동생에 대한 걱정만큼은 여전했다.
영우는 늘 말했다.
형이 베푼 것들 몇 배로 다 갚을거라고..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영민은 코끝이 찡해졌다.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랄까..
후두둑… 후두둑…
영민은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뒤편에 있던 통유리를 세찬 소나기가 두들겨대는 소리였다.
‘언제부터 비가 온거지?’
영민은 창가로 다가섰다.
이미 오래 전부터 비가 내린 것 같았다.
혼자 너무 집중을 하고 있다 보니 소리를 못들은 것 같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강남의 대로에는 옴싹달싹 못한 체 발이 묶여있는 차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안 그래도 주말이면 차가 막히는 곳이었는데 비까지 내리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었다.
길게 이어진 차량의 꼬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고개를 아래로 꺾으며 인도 위를 보았다.
한산한 인도위로 한 연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우산을 함께 쓴 채 서로에게 바짝 몸을 붙이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품속에서 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남자 또한 그랬다.
영민은 그 웃음이 너무 부러웠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다면 참 잘해 줄 텐데..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서른 여섯의 노총각에게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
영민은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
-
-
사무실을 빠져 나와 빌딩 현관으로 나섰다.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아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세찬 비바람이 빌딩 현관의 유리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버스 정류장까지 30여 미터는 달려가야 했다.
“망가진 게 하나 있는데 쓰실래요?”
“아..아닙니다. 뛰어가면 되요. 그럼 수고하세요.”
영민은 빌딩 경비원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서류가방을 뒤집어쓴 채 달리기 시작했다.
인도에는 인적이 없어 장애물이 없었다.
영민은 세차게 달라붙는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버스 정류장까지 내달렸다.
버스 정류장 부스에 다다른 영민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가방으로 머리를 가린 보람이 없었다.
비 맞은 생쥐 꼴이었다.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몸을 닦아내어 보았지만 깊이 젖은 옷이 마를 리는 없었다.
20여분이 지나자 집으로 향하는 좌석버스가 도착했다.
그곳이 기점이었기 때문에 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구나 토요일 오후에는 그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다.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가 웃음으로 맞았다.
“아이구, 다 젖으셨네. 여기 수건 좀 빌려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영민은 웃음으로 대꾸하고는 뒤쪽으로 들어갔다.
뒷문을 지나 적당한 자리에 앉은 영민은 양복 슈트를 벗어서 좌석 등받이에 걸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머리와 옷을 차례로 닦아냈다.
중간중간 수건을 짜내니 머금은 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버스는 한동안 출발하지 않았다.
기점이라 버스 기사는 오래 쉬었다.
창가에 기대앉아 창 밖으로 초점 없는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영민은 날카로운 구두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영민의 동공이 커졌다.
눈을 떼기 힘든 미모의 아가씨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또각 또각 또각
서른 여섯의 노총각에게는 또각거리는 여인의 하이힐 소리만으로도 설레기엔 충분했다.
가슴이 둥둥거리며 여인의 모습에 반응했다.
더구나 그녀는 영민과 마찬가지로 비에 젖어 있었다.
마치 방금 샤워를 하고 나온 듯한 그녀의 모습은 영민의 마음을 구석구석 후벼 파고 있었다.
그녀도 우산을 챙기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다가올수록 영민의 심장은 빨라졌다.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영민은 그녀가 자신에게 오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 원피스에 니트로 된 반팔 볼레로를 입고 있었다.
너무나 가녀리고 청순해 보여서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는 영민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영민이 앉은 자리의 통로 반대편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영민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자리도 많은데 굳이 그 자리에 앉는 이유는 뭘까?
보통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앉는 것이 여자들의 습성이 아니었나?
영민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바로 옆이라 대놓고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인 채 힐끔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영민의 시야에 그녀의 하얀 다리가 들어왔다.
그녀의 원피스는 앞쪽으로 길게 단추가 달려있는 야한 상상을 유발하는 원피스였다.
맨 아래쪽이 약간 터져있어서 그녀의 반대쪽 허벅지가 영민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여름이라 스타킹도 신지 않은 맨 살이었다.
영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그녀에게도 들렸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소리에 반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다 입고 있던 볼레로를 벗었다.
그 순간 영민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벗겨진 볼레로 안에서 눈부신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민소매 어깨 끈 사이로 드러난 우유 빛 속살이 영민으로 하여금 연신 마른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긴 목과 그 아래로 드러난 쇄골, 그리고 하얀 살결의 어깨.
영민은 황홀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그토록 예쁘고 깨끗한 느낌의 여자의 속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민은 황홀했다.
그만큼 그는 사는 동안 여자에게서 멀리 있었다.
그녀는 영민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젖은 볼레로를 옆자리에 올려놓고, 물기를 머금은 하얀 살결을 닦아내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그녀의 몸을 훑어보던 영민은 또 한번 놀랐다.
비에 젖은 원피스가 군데군데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속살이 비쳐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영민은 또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원피스는 너무나 얇았다.
그래서 속이 비쳤다.
물기를 머금은 그 얇은 천은 그녀의 속옷과 속살을 그대로 비치게 했다.
그녀는 노란 계통의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앉은 상태라 팬티는 보이지 않았지만 브래지어는 비교적 선명하게 비쳐 보이고 있었다.
영민의 두 눈에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속으로 그녀의 알몸이 그려졌다.
순간 아랫도리가 순식간에 팽창하며 요동쳤다.
“후우..”
영민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순간 영민은 온 몸이 굳어버렸다.
‘젠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영민은 그녀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른 체 안절부절 하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혹시라도 그녀가 왜 쳐다보느냐며 따지고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했다.
영민은 오히려 그녀의 고요가 불안했다.
수분이 지나도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영민은 죄인처럼 고개를 잔뜩 움츠린 채 슬며시 그녀를 훔쳐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닦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울컥 하며 버스가 움직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뭐라더니 영민은 버스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버스는 서서히 움직여 밀려있는 차들의 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영민은 길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로 젖혔다.
몸 속에서 멈췄던 핏줄기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영민만이 적막을 지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는 언제나 그랬다.
애인도 없고,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는 영민에게 주말은 무의미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읜 영민은 하나뿐인 동생 영우를 위해 살아왔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고단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동생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덕분에 동생 영우는 미국 유명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영민 자신은 고졸 출신에 이제 겨우 대리를 달고 박봉에 힘겨워하고 있었지만, 동생의 존재가 있기에 그의 삶은 더 이상 고단하지 않았다.
점심때 동생 영우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2주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전화를 해주는 고마운 동생이었다.
이젠 지원해주는 곳이 있어서 생활이 어렵지 않아 더 이상 영민이 돈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은 한결 가벼웠지만 동생에 대한 걱정만큼은 여전했다.
영우는 늘 말했다.
형이 베푼 것들 몇 배로 다 갚을거라고..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영민은 코끝이 찡해졌다.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이랄까..
후두둑… 후두둑…
영민은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뒤편에 있던 통유리를 세찬 소나기가 두들겨대는 소리였다.
‘언제부터 비가 온거지?’
영민은 창가로 다가섰다.
이미 오래 전부터 비가 내린 것 같았다.
혼자 너무 집중을 하고 있다 보니 소리를 못들은 것 같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강남의 대로에는 옴싹달싹 못한 체 발이 묶여있는 차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안 그래도 주말이면 차가 막히는 곳이었는데 비까지 내리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었다.
길게 이어진 차량의 꼬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고개를 아래로 꺾으며 인도 위를 보았다.
한산한 인도위로 한 연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우산을 함께 쓴 채 서로에게 바짝 몸을 붙이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품속에서 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남자 또한 그랬다.
영민은 그 웃음이 너무 부러웠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있다면 참 잘해 줄 텐데..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서른 여섯의 노총각에게 누가 관심이나 갖겠나…
영민은 몸을 돌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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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빠져 나와 빌딩 현관으로 나섰다.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아 우산을 챙기지 못했다.
세찬 비바람이 빌딩 현관의 유리문을 세차게 두들겼다.
버스 정류장까지 30여 미터는 달려가야 했다.
“망가진 게 하나 있는데 쓰실래요?”
“아..아닙니다. 뛰어가면 되요. 그럼 수고하세요.”
영민은 빌딩 경비원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서류가방을 뒤집어쓴 채 달리기 시작했다.
인도에는 인적이 없어 장애물이 없었다.
영민은 세차게 달라붙는 소나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버스 정류장까지 내달렸다.
버스 정류장 부스에 다다른 영민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가방으로 머리를 가린 보람이 없었다.
비 맞은 생쥐 꼴이었다.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몸을 닦아내어 보았지만 깊이 젖은 옷이 마를 리는 없었다.
20여분이 지나자 집으로 향하는 좌석버스가 도착했다.
그곳이 기점이었기 때문에 자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구나 토요일 오후에는 그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다.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가 웃음으로 맞았다.
“아이구, 다 젖으셨네. 여기 수건 좀 빌려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영민은 웃음으로 대꾸하고는 뒤쪽으로 들어갔다.
뒷문을 지나 적당한 자리에 앉은 영민은 양복 슈트를 벗어서 좌석 등받이에 걸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머리와 옷을 차례로 닦아냈다.
중간중간 수건을 짜내니 머금은 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버스는 한동안 출발하지 않았다.
기점이라 버스 기사는 오래 쉬었다.
창가에 기대앉아 창 밖으로 초점 없는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영민은 날카로운 구두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영민의 동공이 커졌다.
눈을 떼기 힘든 미모의 아가씨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또각 또각 또각
서른 여섯의 노총각에게는 또각거리는 여인의 하이힐 소리만으로도 설레기엔 충분했다.
가슴이 둥둥거리며 여인의 모습에 반응했다.
더구나 그녀는 영민과 마찬가지로 비에 젖어 있었다.
마치 방금 샤워를 하고 나온 듯한 그녀의 모습은 영민의 마음을 구석구석 후벼 파고 있었다.
그녀도 우산을 챙기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다가올수록 영민의 심장은 빨라졌다.
그를 향해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영민은 그녀가 자신에게 오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 원피스에 니트로 된 반팔 볼레로를 입고 있었다.
너무나 가녀리고 청순해 보여서 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는 영민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영민이 앉은 자리의 통로 반대편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영민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자리도 많은데 굳이 그 자리에 앉는 이유는 뭘까?
보통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앉는 것이 여자들의 습성이 아니었나?
영민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바로 옆이라 대놓고 볼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인 채 힐끔거릴 수 밖에 없었다.
영민의 시야에 그녀의 하얀 다리가 들어왔다.
그녀의 원피스는 앞쪽으로 길게 단추가 달려있는 야한 상상을 유발하는 원피스였다.
맨 아래쪽이 약간 터져있어서 그녀의 반대쪽 허벅지가 영민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여름이라 스타킹도 신지 않은 맨 살이었다.
영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그녀에게도 들렸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소리에 반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러다 입고 있던 볼레로를 벗었다.
그 순간 영민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벗겨진 볼레로 안에서 눈부신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민소매 어깨 끈 사이로 드러난 우유 빛 속살이 영민으로 하여금 연신 마른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긴 목과 그 아래로 드러난 쇄골, 그리고 하얀 살결의 어깨.
영민은 황홀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그토록 예쁘고 깨끗한 느낌의 여자의 속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민은 황홀했다.
그만큼 그는 사는 동안 여자에게서 멀리 있었다.
그녀는 영민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젖은 볼레로를 옆자리에 올려놓고, 물기를 머금은 하얀 살결을 닦아내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그녀의 몸을 훑어보던 영민은 또 한번 놀랐다.
비에 젖은 원피스가 군데군데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 속살이 비쳐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영민은 또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원피스는 너무나 얇았다.
그래서 속이 비쳤다.
물기를 머금은 그 얇은 천은 그녀의 속옷과 속살을 그대로 비치게 했다.
그녀는 노란 계통의 브래지어를 하고 있었다.
앉은 상태라 팬티는 보이지 않았지만 브래지어는 비교적 선명하게 비쳐 보이고 있었다.
영민의 두 눈에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속으로 그녀의 알몸이 그려졌다.
순간 아랫도리가 순식간에 팽창하며 요동쳤다.
“후우..”
영민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순간 영민은 온 몸이 굳어버렸다.
‘젠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영민은 그녀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른 체 안절부절 하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혹시라도 그녀가 왜 쳐다보느냐며 따지고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했다.
영민은 오히려 그녀의 고요가 불안했다.
수분이 지나도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영민은 죄인처럼 고개를 잔뜩 움츠린 채 슬며시 그녀를 훔쳐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자신의 몸을 닦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울컥 하며 버스가 움직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뭐라더니 영민은 버스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버스는 서서히 움직여 밀려있는 차들의 틈 속으로 파고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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