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시간들
경숙의 생각- 1
무척이나 힘든 하루였다.
속옷 사갔던 손님 와서 거의 행패에 가까운 짓을 했다.
속옷을 사간 지 한 달이 지나서 포장도 없이 와서는 대뜸 바꾸어 달라는 거였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그녀는 입지 않았으니 바꾸어 달라는 거였다.
결국은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고,
그때부터 손님의 언사는 거칠어졌고, 경숙도 결국 그녀에게 고함을 치고 말았다.
가게 밖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경숙은 얼굴이 뜨거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옆 가게에 할머니께서 안 오셨으면 경숙은 도저히 그 억센 아줌마 손님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시장통에서 40년 넘게 살아오신 할머니께서는 단번에 그 아줌마를 제압했다.
"왜, 난 저렇게 못하는 걸까?"
경숙은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괜찮아?...그렇게 순해서 어떻게 장사를 하누...쯔쯧."
할머니께선 어깨를 두드려 주시곤 가셨다.
게다가 가게 세를 제 때 못 내어서 건물 주인 아줌마도 한 소리 하고 갔다.
이래 저래 운수가 좋지 않은 날이였다.
집에 돌아 오면서 잘 먹지 않는 술을 샀다.
여자 혼자 살면서 술이나 먹는다는 소리가 무서워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편의점에서 맥주 두 병을 사서는 가방에 넣어 왔다.
혼자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맥주도 술이라고 한 병을 마셨는데 취기가 꽤 올라왔다.
"바보같이 술도 못 먹냐?"
언젠가 친구가 답답하다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작은 가게에 취직했던 그녀는 자신이 대견스러웠었다.
매달 월급날이면 반을 잘라 엄마에게 보내 드리고 나머지를 가지고 생활했었다.
비록 적은 월급이였지만, 엄마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다는 사실과
스스로 벌어서 쓴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그렇게 8 년여을 보내다 사장의 주선으로 사장의 조카와 결혼을 했다.
시원시원하고 씀씀이가 컸던 그를 보며 부러웠기도 했고,
엄마께 잘하겠다는 말에 믿음이 생겨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는 부모 덕에 사는 사람이였다.
그의 부모님이 자신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조차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그녀는
얼마후 올케로부터 그가 이전에 두 번의 결혼을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돈을 쓸 줄만 알았지 벌 줄은 몰랐다.
늘 시부모에게 어린애처럼 야단을 맞았고,
그때마다 시어머니는
"여자가 다부져야 저 녀석이 정신을 차릴텐데...
하나 같이 같이 쓰는데만 정신이 팔린 인간들만 들어오니...쯔쯔"
하며 경숙을 바라보곤 했다.
정말 부끄러웠다.
그래서 하루는 단단히 결심을 하고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는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대뜸,
"장사라도 해 보자구?
장사..조옷치.
그래, 내가 장사 한 번 해볼테니까 니가 밑천 좀 대볼래?"
하는 것이였다.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요?"
"그럼, 입 닥치고 가만 있어.
니까짓 게 주면 주는대로 쓰기나 하지.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그는 작지만 아주 경멸하듯 말했고, 그 때 그의 눈은 마치 하잖은 인간을 보는 듯 했다.
나는 그의 말투와 눈빛에 기가 질렸지만, 그래도 다시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언제까지 부모님께 기대고 살 수는 없잖아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나서
눈치를 살피느라 고개를 드는데 별안간 눈 앞이 "번쩍"하는 것이였다.
"니가 뭘 안다고 나서냐, 나서길...!"
그 이후 그는 내개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올케가 내게 전화를 했다.
"이혼하기로 했다면서?"
벼락 맞는 느낌에 빠진 내게 올케는 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장사 자금 좀 빼내 오라 그랬다면서?
그렇게 안 봤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며칠 후, 경숙의 시아버지가 찾아 왔다.
자초지종을 물은 후, 시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놈이 너하고 이혼한다고 네게 위자료 준다고
네 시에미한테 벌써 5백만원을 가져갔다더라.
혹시 아는 것 있니?"
경숙은 고개를 저으며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남편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다시 시아버지가 왔다.
"난 그 녀석이 데려왔던 여자 중 너만 며느리로 인정했었다.
하지만 여기 까지가 우리 인연인가 보다.
더이상 녀석한테 무엇인가를 기대하지 마라."
하며 봉투 두 개를 내어 밀고는 갔다.
거기에는 이혼 서류와 돈 5백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것으로 경숙의 결혼은 끝이었다.
그 때가 1985년이었다.
벌써 2년전 일이다.
경숙은 옛일을 떠올리고는 답답한 마음에
두 병째 마지막 남은 맥주를 목구멍으로 들이 부었다.
경숙의 생각- 1
무척이나 힘든 하루였다.
속옷 사갔던 손님 와서 거의 행패에 가까운 짓을 했다.
속옷을 사간 지 한 달이 지나서 포장도 없이 와서는 대뜸 바꾸어 달라는 거였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그녀는 입지 않았으니 바꾸어 달라는 거였다.
결국은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고,
그때부터 손님의 언사는 거칠어졌고, 경숙도 결국 그녀에게 고함을 치고 말았다.
가게 밖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경숙은 얼굴이 뜨거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옆 가게에 할머니께서 안 오셨으면 경숙은 도저히 그 억센 아줌마 손님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시장통에서 40년 넘게 살아오신 할머니께서는 단번에 그 아줌마를 제압했다.
"왜, 난 저렇게 못하는 걸까?"
경숙은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괜찮아?...그렇게 순해서 어떻게 장사를 하누...쯔쯧."
할머니께선 어깨를 두드려 주시곤 가셨다.
게다가 가게 세를 제 때 못 내어서 건물 주인 아줌마도 한 소리 하고 갔다.
이래 저래 운수가 좋지 않은 날이였다.
집에 돌아 오면서 잘 먹지 않는 술을 샀다.
여자 혼자 살면서 술이나 먹는다는 소리가 무서워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편의점에서 맥주 두 병을 사서는 가방에 넣어 왔다.
혼자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맥주도 술이라고 한 병을 마셨는데 취기가 꽤 올라왔다.
"바보같이 술도 못 먹냐?"
언젠가 친구가 답답하다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작은 가게에 취직했던 그녀는 자신이 대견스러웠었다.
매달 월급날이면 반을 잘라 엄마에게 보내 드리고 나머지를 가지고 생활했었다.
비록 적은 월급이였지만, 엄마에게 용돈이라도 줄 수 있다는 사실과
스스로 벌어서 쓴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그렇게 8 년여을 보내다 사장의 주선으로 사장의 조카와 결혼을 했다.
시원시원하고 씀씀이가 컸던 그를 보며 부러웠기도 했고,
엄마께 잘하겠다는 말에 믿음이 생겨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는 부모 덕에 사는 사람이였다.
그의 부모님이 자신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조차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그녀는
얼마후 올케로부터 그가 이전에 두 번의 결혼을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돈을 쓸 줄만 알았지 벌 줄은 몰랐다.
늘 시부모에게 어린애처럼 야단을 맞았고,
그때마다 시어머니는
"여자가 다부져야 저 녀석이 정신을 차릴텐데...
하나 같이 같이 쓰는데만 정신이 팔린 인간들만 들어오니...쯔쯔"
하며 경숙을 바라보곤 했다.
정말 부끄러웠다.
그래서 하루는 단단히 결심을 하고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는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대뜸,
"장사라도 해 보자구?
장사..조옷치.
그래, 내가 장사 한 번 해볼테니까 니가 밑천 좀 대볼래?"
하는 것이였다.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요?"
"그럼, 입 닥치고 가만 있어.
니까짓 게 주면 주는대로 쓰기나 하지.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그는 작지만 아주 경멸하듯 말했고, 그 때 그의 눈은 마치 하잖은 인간을 보는 듯 했다.
나는 그의 말투와 눈빛에 기가 질렸지만, 그래도 다시 용기를 내서 말했다.
"언제까지 부모님께 기대고 살 수는 없잖아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나서
눈치를 살피느라 고개를 드는데 별안간 눈 앞이 "번쩍"하는 것이였다.
"니가 뭘 안다고 나서냐, 나서길...!"
그 이후 그는 내개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올케가 내게 전화를 했다.
"이혼하기로 했다면서?"
벼락 맞는 느낌에 빠진 내게 올케는 더 충격적인 말을 했다.
"장사 자금 좀 빼내 오라 그랬다면서?
그렇게 안 봤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며칠 후, 경숙의 시아버지가 찾아 왔다.
자초지종을 물은 후, 시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내 그럴 줄 알았다.
그 놈이 너하고 이혼한다고 네게 위자료 준다고
네 시에미한테 벌써 5백만원을 가져갔다더라.
혹시 아는 것 있니?"
경숙은 고개를 저으며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남편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다시 시아버지가 왔다.
"난 그 녀석이 데려왔던 여자 중 너만 며느리로 인정했었다.
하지만 여기 까지가 우리 인연인가 보다.
더이상 녀석한테 무엇인가를 기대하지 마라."
하며 봉투 두 개를 내어 밀고는 갔다.
거기에는 이혼 서류와 돈 5백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것으로 경숙의 결혼은 끝이었다.
그 때가 1985년이었다.
벌써 2년전 일이다.
경숙은 옛일을 떠올리고는 답답한 마음에
두 병째 마지막 남은 맥주를 목구멍으로 들이 부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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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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