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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32 854회 0건
[단편집]





갈 곳도 없지만 화장대 앞에 앉아 곱게 치장을 했다.

다소 진한 화장을 하고나자 나는 마치 딴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무릎까지 오는 타이트한 까만색 치마에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TV속에서 보던 멋진 커리어우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멋지고 당당해 보인다.

거울속의 멋지고 예쁜 내 모습에 설레는 마음도 잠시. 우울한 기분이 마음한구석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올해 28살로 결혼4년차에 접어든 유부녀다. 아직도 시집안간 친구들이 더 많이 있으니 나는 너무 일찍 결혼을 한 셈이다.

왜 이렇게 일찍 결혼을 해버렸을까?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고 순종만 하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후회스러웠다. 지금의 결혼생활이 불행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이 커져만 갔다. 그와 비례해서 만약 결혼을 안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내꿈은 커리어우먼이었다.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내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주체적인 삶을 사는 그런 멋진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부쩍 마음이 심란했다. 결혼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시댁에서는 매달 한약을 보내주며 임신소식을 기다리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남편은 바짝 마른체격에 성욕도 별로 없는 남자였다.

우리는 한달에 한번꼴로 임신이 가능한 날짜에 맞춰 부부관계를 가졌다.

애무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좆을 내 보지에 넣고 자기만 헐떡거리다 떨어져 나가는 행위에 불과했다. 나는 남편과의 일방적인 섹스가 불만족스러웠지만 다른남자를 만나서 남편에게 못푸는 성욕을 풀만큼 대범하지는 못했다. 그저 가끔 상상만 해볼뿐이다.



‘다른남자들은 잠자리에서 어떨까?’



엄격한 집안분위기와 내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학창시절에는 남자를 사귀지 못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이 소개해준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데로 사는 인형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겉으로 보기에는 1등 신랑감처럼 보일 것이다. 좋은 학벌과 재력가집안. 그리고 술을 전혀 못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즐겨하지도 않아서 항상 집과 회사밖에 모르니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남편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남자였다.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남편과 한집에 머물러도 같이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익숙한 사람과 같은 공간을 쓰는 관계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나는 마음의 공허함을 날려버릴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달전부터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다녔다.

처음에는 순간적인 충동이었지만 나는 점점 그 일을 즐기게 된 것 같다.

얼마전 기사를 본적이 있다.

사회에서 소위 엘리트로 분류되는 사람이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탈행위를 하고 다녔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를 보면서 나는 다른사람들처럼 웃고 넘길수만은 없었다. 나 또한 다른사람들 몰래 즐기는 일탈행위가 있기 때문이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이 일탈행위에 중독된 것 같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훌쩍 집을 나선다.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다가 사람들 눈을 피해 나는 일탈행위를 즐긴다.







편의점에 들러 카운터에 서있는 종업원을 봤다.

2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이다.

나는 일부러 필요하지도 않는 생리대를 손에 들었다.

계산대에 내려놓으니 남자 아르바이트생은 혼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약간의 수치심이 느껴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콘돔은.. 어디에..”



부끄러움을 참으며 더듬거리며 묻자 남자는 활짝 웃으며 나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아..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있습니다.”



처음보는 여러종류의 콘돔들이 눈에 들어왔다. 종류가 많아 고르고 있는 동안에 아르바이트생의 눈길이 느껴졌다. 나를 위 아래로 훑는 듯한 눈길. 내 심장은 또 두근거렸다.

묘한 수치심과 함께 긴장감이 뒤섞여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각성시키는 듯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로 향하는 동안 나는 진열대 옆에 놓여있던 껌 한통을 슬쩍 손에 쥐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아르바이트생을 쳐다봤다.

다행히 못 본 것 같았다. 콘돔을 집어들면서 다른쪽 손으로 자연스럽게 호주머니로 껌을 집어넣었다. 명백한 도둑질이다. 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 카운터로 향하는 동안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또각..

또각..

또각..



한발 한발 내딛는 하이힐 소리가 내 귓가에 크게 들려왔고 발걸음도 무겁게 느껴졌다.

마침내 계산대에 도착했고, 손에 든 콘돔을 내려놓았다.



“만이천오백원입니다.”



돈을 건네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르바이트생은 씨익 웃으며 잔돈을 거슬러줬다.



“안녕히 가세요.”



생리대와 콘돔이 든 비닐봉투를 핸드백 안에 집어넣으며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어서 빨리 편의점에서 멀어져야 했다.

혹시라도 껌을 훔친 것을 알고 뒤에서 쫓아올까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점점 더 편의점에서 멀어질수록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성공이었다.

스릴감과 함께 일종의 성취감이 느껴졌다.

아르바이트생을 속이고 도둑질을 성공했다는 쾌감이 온몸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심장은 아직도 세차게 뛰고 있었다.



정처없이 거리를 걸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빗물이 옷에 튀어 스타킹과 옷자락이 젖기 시작했다. 비내리는 평일 오전의 거리는 한산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버스정류장을 지나게 되었고, 마침 도착하는 버스에 무작정 올라탔다.

나이든 어르신들 몇 명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한명이 버스에 있을뿐 버스는 널널했다.

뒷자리 창가자리에 앉으려는데 의자 앉는 부분의 스폰지가 조금 뜯겨져 나가 조금 파여었다.

낡아서 그런거겠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않게 그 위에 엉덩이를 올려놨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덜컹..

덜컹..



버스운전기사는 커다란 버스를 요란하게 몰았고 덕분에 내 몸도 흔들렸다.

버스가 흔들리자 엉덩이에서 야릇한 느낌이 전해졌다.

의자 앉는 부분에 조금 뜯어져있는 곳의 위치가 절묘하게 내 보지부분의 아랫쪽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었다.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묘하게 간질이는 그 느낌이 민망했지만 이상하게 나를 자극시켰다.

처음 느껴보는 자극이었다.

자리를 옮기려다가 그 야릇한 기분을 좀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 앉아있었다.

버스안에는 아무도 나를 안쳐다보고 있었다. 그말은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야릇한 기분을 느끼며 창밖을 쳐다봤다.

아무일도 없는 듯이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나는 한번씩 엉덩이를 움찔거렸고, 자극이 너무 심하다 싶을때면 다리를 꼬며 자세를 고치기도 하면서 그 의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러다가 나는 내 팬티가 축축해졌음을 느꼈고, 당황스러웠다.

계속 앉아있다가는 팬티를 적시는 것도 모자라 어쩌면 팬티밖으로 물이 새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자 서둘러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앉았던 의자를 만지자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걷는 동안 불쾌한 축축함이 내 하체에 전해졌다.

어쩌면 벌써 팬티밖으로 물이 새어나와서 치마도 젖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근처에 있는 화장실을 찾았다.





커피숍화장실에 들어가서야 팬티상태를 확인할수있었다.

다행이 치마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치마 안감이 조금 축축해질만큼 젖어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더라면 민망한 모습으로 거리를 배회할 뻔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팬티를 벗어보니 소변이라도 묻은 것처럼 흥건히 젖어있었다.

휴지로 닦아도 다시 입고 다니기에는 너무 불쾌할 것 같았다.

조심스레 팬티를 벗어서 접은다음 휴지통에 넣었다.

노팬티차림에 밴드 스타킹만 입은체로 정장치마를 입었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내 은밀한 부위로 그대로 느껴졌다.

부끄럽지만 묘한 스릴이 있었다.

하체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 같은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노팬티로 거리를 배회하고, 커피를 마시고, 쇼핑을 했다.

번화가를 지날때는 어떤 용감한 청년의 대쉬도 받았다.

마음에 드는데 연락처를 달라는 청년의 용기에 감탄하고, 내 미모가 아직 봐줄만 하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았지만 차마 그 청년에게 연락처를 내밀 용기는 없었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어이없게도 다음 비오는날에는 집에서부터 노팬티차림으로 나가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내 일탈행동이 언제까지 이어질수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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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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