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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회귀선(色回歸線) - 단편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3:04 912회 0건
색회귀선(色回歸線)-색회귀선(色回歸線)-



‘띵동’



‘누구세….’



문을 열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돌발적인 방문……나는 내 뒤에서 같은 느낌으로 현관을 향해 서 있는 아내의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안녕하셨어여?’



‘오, 그래, 오랜 만이네,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은요? 이제 서울로 다시 촬영이 몰려서 올라온 김에, 인사나 드릴까 해서요.’



‘그래? 어여 들어와. 날씨가 오지게 더워서리…..’



세 사람은 시원한 음료를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그래, 이번에는 아주 올라 온 거야?’



‘네. 어제까지 이삿짐 옮기느라 바빴져. 오늘, 주말이고 해서 이렇게 시간 낸 겁니다. 전화를 먼저 드리고 온다는 게 그만….’



‘전화는 무신, 우리 사이에…..밥은 먹었구?’



‘네, 여전히 다름 없으시네여.’



난 그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아내를 두고 하는 말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그는 우리 부부 사이에 자리를 틀고 앉아, 무지막지한 섹스의 소용돌이로 우리 부부를 가두어 버린 장본인 이었다. 그를 환영할 수도,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는 것은, 우리 세 사람의 사이에 놓여있던 그 음란한 관계에 대해서 한번도 입에 올리질 않음으로 인해서, 이렇게 평범한 만남의 상황에서는 그 어떤 내색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와 아내가 미친 듯이 섹스를 하는 도중에도, 나는 그 사이에 간섭할 수 없었으며, 그도 내가 아내와 부부임을 내세워, 그 기득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할말을 잃었던 것은, 그나마 알량하게 남아있던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나 할까? 1년 전의 기억은 뜨거움 그 자체였고, 이렇게 마주하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세 사람의 머릿속에는 지글대는 섹스의 음란함과 화끈거림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깎아서 그런가? 더 젊어 보여?’



확실히 그의 몸에서는 젊음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를 가까이 하게 된 원인도, 나와의 현격한 나이 차이 때문이었다. 난 지금도 후회하지만, 그 젊음에서 비롯되는 섹스의 격렬함을 필요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아내의 열정을 그에게 빼앗겼다는 자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타고난 체력에 더하여, 섹스를 즐기는 성격으로 말미암아, 애초에 우리 두 사람을 겨냥하고 마음을 다져 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렇게 세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그가 아내와 격렬한 섹스를 나누었음도, 내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감추어져, 누구 하나 그 때의 일을 입에 올리지 못한다는 점이 특징 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당황케 하고 있는 것은 이미 끝이 난 관계라고 정리해가는 시점에서 다시 틀어져 내던져 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애기는 아직?’



아내의 조심스런 질문…..떨리는 목소리가 금방 느껴진다.



‘예, 아직…..여태까지 안정이 안되어, 애는 좀 나중에 가지려구여.’



‘그럼, 아직 신혼이네?’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 가는데, 신혼은 요? 단물, 쓴물 다 맛봤는데, 이제야 말로 그냥 정으로 살아가는 거 아니겠어여?’



‘하는 일은 잘 되가구?’



‘요즈음은 얼마나 입맛들이 까다로운지, 웬간히 찍어 대서는 한 큐에 오케이 싸인 받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더라 구여.’



‘허긴 그래……여보, 술상 좀 봐오지?’



‘어쩜 내 정신 좀 봐. 잠시만요……’



아내가 방에서 나갔지만, 덜그럭거리는 소리는 이내 조용해지고, 사분대며, 방문 주위로 다가서는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얘기를 엿듣고 싶은 게다.



‘형님은 요즈음 어떠세여?’



‘나야 뭐, 그 날이 그 날이지….넌 어떠냐? 잘 지내지?’



‘저도 하루가 다르게, 나이 먹는 일 밖에 없더라 구여. 서울을 떠나고 나니, 별로 재미있는 일도 없고서리…….’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네. 그래 집은 어디로 구했어?’



‘요 근처요. 전세라 해도 꽤 나가던데여?’



‘잘 됐네. 미현이도 데리고 오지 그랬어?’



‘짐 정리 때문에 정신 없다고 저만 이렇게……’



그 사이에 아내가 술상을 봐 가지고 들어왔다.



‘술 많이 먹지 마여. 자기는 꼭 술도 못하는 사람이 정혁씨만 오면 술 상대 하려고 기를 쓰니, 나 원참!’



‘그런가? 그래도 한잔 받어.’



나는 별로 술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의 방문과 함께, 나는 예전 버릇이 나오고 있었다. 1년 전, 언제나 이렇게 세 사람은 술상을 앞에 놓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던 것이 기억났다.



‘벌써 1년 전 이네, 세월 참 빠르지?’



‘그렇네여. 형수님도 잘 지내셨져?’



‘응. 정혁이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자, 금새 화제가 메말라 버렸다. 아내도 내 옆에 붙어 앉아 그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을 이미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집사람은 그토록 몸부림 치며, 걸직한 섹스를 그와 치뤘다는 사실을 내가 모르고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도 그런 내색을 절대 하질 않았기 때문에, 항상 이렇게 세 사람이 드라이한 관계로 마주 할 때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는 단도직입적인 성격이다. 일년 전,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배웅을 하려고 집 밖을 나왔을 때, 그가 물었다.



‘형수님은……. 행복 하세여?’



‘그건 뭔 말이래? 행복하니까 이렇게 살지? 그럼 억지로 살까 봐?’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 어쩐지, 섹스와 관련된 얘기만 하면, 얼굴에 그늘이 서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이져.’



‘그거 별거 아니야. 이제까지 내가 살아보니깐 두루, 느끼는 건데, 집 사람이 원칙 주의자 거덩? 사람이라고 아무리 원칙의 소중함을 잃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 한 켠에 숨겨진 자그마한 욕망의 덩어리 라고 없겠어? 그걸 편을 들자니, 자신의 원칙이 무너지고, 그걸 보고 있자니, 용납은 할 수 없고…..뭐 그런 거라고 봐. 아무리 정숙하게 살아간다고 한들, 마음 속에 그런 욕망의 덩어리 하나쯤은 있게 마련 아니겠어?’



‘어떤 욕망 인데여?’



‘뭐 그런 거 있잖아? 세상에서 시끄럽다고 하는 그런 주제비들, 불륜이네, 삼섬 이네, 스와핑이네, 자신의 도덕률로는 감히 범접할 수는 없어도, 그게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그런 심리 말이야…. 그 주위에서 전진도, 후진도 못하는 그런 맹꽁이 같은 부류가 집사람이지…..내가 예전부터 계속 찔러보긴 했는데, 요지부동이야. 그래서 나도 잊고 살아. 내키면 손 뻗을 거구, 아님 말구……뭐 그런 식이지…..’



‘저라면 어떨 것 같으세여?’



‘저라니?’



‘제가 만약……이건 만약 인데여……’



‘그래서?’



‘제가 형수님께 손을 뻗는다면, 형님은 어떠시겠어여?’



난 그 당시 코웃음을 쳤다. 평생을 살을 맞대고 살아 온 내가 인정하고 부려 보라는, 욕망의 용틀임을 스스로 저어하는 입장에, 네까짓 놈이 나서봐야, 쪽뿐이 더 까겠느냐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로 봐서도 손해날 것은 없었다. 아내의 성격상, 설사 정혁이와 섹스를 하였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가정을 깰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할뿐더러, 그 섹스에 휘말려 자신과의 싸움에서 끈을 놓아버릴 인물도 아닐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말이다.



‘그게 그렇게 쉽질 않을 걸? 허구헌날, 내가 쑤시고 뒤집어 봐도, 동체 말을 들어먹질 않는데, 네가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다고 단칼에 넘어가겠냐 이 말이쥐, 안 그래?’



‘제가 한번 해 볼 테니, 형님은 중간에서 모른 척 해 주실라우?’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해 보든가. 근데, 이 사실은 끝까지 서로가 모른 척 하기다, 알았쥐?’



어떻게 보면 나는 외간 남자에게 아내를 내돌린 좇 만도 못한 인간이 되고 있는 셈이었지만, 그 당시는 어쩌나 보자는 심리가 더 강했었다고 볼 수 있었다. 내가 평소 정숙하고, 그 심지가 굳건하다 못해 콘크리트 같다고 했던 아내였기에, 나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른바 자만의 벽에 갇혀, 밖의 세상을 모르는 아둔한 개구리의 형상, 그게 나였음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그날, 그와의 대화가 농지거리나, 우스개로 끝날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지금도 생각해 보지만, 서로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던 사실이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있었지만, 이미 뱉어 놓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일탈 속에서 아내의 심리 저변을 건드려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아내는 다른 남자의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할 수 있을까라는 일종의 심리 테스트 같은 곡예……그런 잡스런 심리 테스트를 해보려고 소중한 아내를 밖으로 내돌렸다는 지탄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나 나름대로의 도덕률이 있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한 개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을 가비얍게 눌러 버린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이유로서 부적절 하려나? 아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면, 무엇이 바뀔까 하는 것들이 그 당시의 최대 관심사 였으니까.



‘어떻게 할 작정인데?’



‘형님은 모른 척 하기로 하셨잖아여?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대부에선가 알 파치노가 처음으로 살인을 하고 이태리로 도망가 있는 동안, 약혼자가 나타나서 편지를 전해줄 때 말이져. 그 변호사가 그러잖아여? 내가 그 편지를 받는다면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셈이 될 테니, 결코 받을 수 없다고 하던 말….형님께서 어떻게 할 건가를 묻는 다는 건, 내가 니 놈이 내 아내랑 그렇고 그런 일을 저지를 걸 뻔히 아는데, 뭘 어떻게 할 참이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 없잖아여?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질문도 문제 있어여, 동의 하시져?’



‘응…으응….듣고 보니 그렇네….’



그 이후로 그때까지 나는 아내가 그와 섹스를 거듭하고 있었음에도, 결코 일언반구 물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섹스가 시작된 시점이 느껴지고 나서 부터는 더욱 그랬다. 그것은 세 사람의 관계를 무너뜨린 다기 보다는 아내와 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골을 만든다는 나만의 생각 때문이었다. 세간의 말에 나는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약혼자가 있는데도 버젓이 또 다른 애인을 만나고 있노라고 자랑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너무 과민하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섹스는 그저 섹스일 뿐인데, 너무 많은 의미와 관계의 비선형화를 걱정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요즈음 왜 그렇게 바빠?’



그 당시 아내의 질문이다. 나는 또다시 나만의 속사포 같은 질문에 빠지고 만다. 그 말에 함축된 의미가 무얼까? 나는 요즈음 시간이 많은데, 당신은 무엇에 그리도 빠져 지내냐는 투정일까? 아니면,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었던 상황을 재삼 확인하고자 던졌던 확인 사살일까? 사실 아내의 그 질문이 던져졌을 즈음에는, 혁의 방문이 뜸해지고 있었다. 아내의 대단한 점은 이제까지 나에게 자신의 부정에 대해서 입도 뻥끗하질 않을뿐더러, 내색조차 하질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일간 흘러 다니는 이바구들을 본다면, 섹스에 빠진 유부녀의 대부분은 가정사의 많은 부분에서 흔들리는 일면을 노출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아내에게서는 그런 틈을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내의 변화라고는 그 당시, 나에 대한 잔소리가 줄어 들었다는 것뿐이었다. 나에게 돌려져 있던 관심이 혁 에게로 향하고 있으니, 당연히 나에 대한 관심은 반비례하여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자네들은 무엇이 가장 흥분을 시키는 요소라고 생각해?’



나는 가끔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사실, 남자들끼리의 대화는 거의 200프로 이상이 부풀려 지거나, 왜곡되어 표출되는 걸 많이 보아왔지만 말이다. 군대 얘기를 예로 들자면, 유격 훈련 한번 받은 것이 특공 훈련으로 탈바꿈하고, 취사병으로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휴가 갈 때는 수색에, 태권에, 짬프에, 별 놈의 되도 않는 기장을 덕지덕지 붙여 보란 듯이 나서는 것에서 봐도 그랬다.



‘난 말이지, 평소에 멀쩡하던 집 사람이 불만 껐다 하면, 거시게 달려드는 거이 최고라고 생각해. 아내의 다른 면을 보는 게 제일이지, 뭐.’



‘난 나만의 소유 한계가 침범 당했을 때라고 봐. 평생 내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을 때, 뭐 그런 거지.’



‘난 아내의 입에서 딴 좇은 어떤 기분 일까 하는 생각에 빠질 때라고 해두지 뭐. 내가 열씸히 박아대고 있는데, 머릿속으로 이자 계산하는 것 모냥, 딴 좇을 지그시 그려대는 그 표정, 쥑이거든.’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 그런 쾌락의 환상이 있다손 쳐도, 쉽사리 손을 내밀어 만지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그들은 이내 제자리를 찾아가고, 현재의 상태에 머물고, 자족해 주는 아내에 대한 안심과 감사의 마음으로 기꺼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남자의 모순은 거기에 있었다. 이를테면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싶은 그런…..



‘따르릉…..따르릉……삐삑…….지금 전화를 받을 수가 없군요, 메모 남겨 주시면, 바로 전화 드릴께요….삐익……’



자동 응답기의 목소리……아내의 상륙작전은 그 자동 응답기의 음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로부터 거의 매일 나는 같은 시각에 집으로 전화를 넣어 보았다. 9시 반에서 10시 45분, 어떤 때는 12시까지….점심을 먹으면서도 밥알이 까끌 하게 일어서서, 식도를 긁고 내려가는 느낌…..난 자동응답기의 매뉴얼을 다시 뒤져 보았다. 외부에서 리모트로 알아볼 수 있는 메시지의 확인이며, 응답기에 남겨진 자욱 들을 지우는 명령들을 수첩에 넣고 다녔다. 정확하게 아내는 9시 반에서 11시 정도까지 전화를 받질 않았다. 그렇다고 매일 어디를 그렇게 가느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혁은 철두철미 했다. 사실, 어딘가에서 부정을 저지르려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알리바이를 만들기에는 언제나 헛점이 생기고야 만다. 아내는 그것을 그 시간대로 정했지 싶다. 그 안에서 아내는 나 이외에 다른 남자와 벌거벗고, 보지를 지랄같이 흔들면서, 숨이 꺽꺽 넘어가는 광란의 섹스를 치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숨어서 저지르는 섹스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아내는 퇴근 후에도 별로 달라진 면이 없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 짧은 두 시간 이었지만, 다른 남자를 위해 보지를 씻고, 향수를 뿌리고, 야한 속옷을 챙겨 입고 나갔을 모습 때문에 밥을 먹다가도 좇대가리가 벌떡 성을 내곤 했었다. 한번은 그런 증거를 찾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잠시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옷장과 빨래함을 이 잡듯이 뒤진 적도 있었다. 그런 내 자신의 모습에서 정신병이나 집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기어코 아무런 증거도 찾을 수 없었을 때, 느끼는 후련함에서 아직도 살아 있을 것 같은 내 자존심에게 많은 점수를 준 것도 사실이다. 상상처럼 아내는 행동하고 있질 않았고, 내 예상처럼 평소와 다른 언더웨어나, 팬티, 향수조차도 쓰질 않았다. 나는 아내 모르게 양초로 아내가 잘 사용하는 향수병의 뒷부분에 표시를 하여 두고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향수의 스프레이를 누르는 부분을 깨끗이 닦아 놓고, 저녁에 돌아와서는 그 부분을 자세히 살피곤 했었다. 역시나 아내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섹스에 투자하는 자세가 퉁명스러웠다. 혁은 그런 아내의 투박함이 좋다고 했었고…..



‘형수님은 좀 무드가 없는 게 흠 이에여.’



‘아니, 내가 그렇게 보여?’



‘그건 혁이 말이 맞네 그랴. 무드가 없다 보니, 기어이 튕겨 나오는 무지한 그 매너, 잘 봤어!’



그런 아내가 그 당시, 혁이에게 빠져들어갈 쭐은 정말 기대 밖이었다. 나는 그렇게 아내의 전화응답기가 대신 대답하는 두 시간의 공백에서 오는 빌미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던 시점에, 그 당시, 혁의 때 아닌 방문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여?’



‘어? 웬일이야? 이번 주말에는 바빠서 오지 못한 다더니?’



아내의 얼굴에 돌던 화색….요것들 봐라!……아내의 부산해진 발걸음, 음식을 내온다, 술상을 차린다……정신이 없다. 나와 둘이서 거실에 앉아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나는 발걸음이 재빨라진 아내의 태도에서, 뭉글뭉글 다시 또 피어 오르는 의심의 덩어리를 한 가뜩 느끼고야 만다. 나는 그 상황에서 나의 이중성과 넘치는 상상력에 다시 지치고 있었다. 증거를, 혹은 어떤 언질도, 두 사람을 통해 얻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느껴지는 그 밀착도로 인해서 나는 지 멋대로의 상상에 다시금 빠졌으니까. 언제나 술상을 봐도 내 옆에 앉던 아내에게서 변화된 것은 흡사 고도리를 치는 것처럼 내 옆이 아니라, 나와 혁을 사이에 두고 상을 마주 한 것 같은 위치에 앉는 점이었다. 나에게서 가깝지도, 그렇다고 그에게도 가깝지 않은 자기 중심의 표현….그 자리가 가져다 주는 몇십 센티 되지 않는 차이점이 나를 극도의 흥분으로 몰고 갔음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 자리가 주는 느낌은 흡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섹스의 가치에 대한 과시처럼 보이기도 했고, 아무런 대꾸 없이 살아온 유부녀의 본분 이었다고 하더라도, 자아가 아직은 살아 있어서, 자신의 쾌락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뽐내는 듯이 보였다. 그 날, 아내는 무척이나 취해 버렸다. 아내를 방에 눕히고, 나와 혁이 마주하게 되었다.



‘술이 많이 약해 졌네……더 할래?’



‘아녀….요즈음 별일 없으시져?’



‘뭐, 별로…..그 날이 그날이지, 뭐…..’



나의 언짢은 자존심……그에게 까지 나의 뒤집어지는 속사정을 털어 놓기는 싫었다. 만일 내가 그렇다고 한다면 그건 혁이 과도하게 추월을 했다는 결론일 수 밖에 없었고, 너무 천진하게, 진정으로 아무런 낌새도 없이, 허허롭게 별 일 없다고 했다면, 그에게 더 진한 감흥을 심어주라는 고삐를 내어주는 결과 밖에는 되질 못했을 테니….



‘형님, 저 무척 힘듭니다.’



‘무어가?’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되받아 쳤다. 이제 슬슬 입을 여는 모양 이었다. 그렇게 입을 연 것이 우리 세 사람의 관계가 백일하에 드러난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 처음부터 우리는 묻지마 수순의 섹스를 선택했으니까.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네여.’



그의 의지가 나보다 약한 듯싶었다. 그럼!, 내가 니 눔보다 나이 살을 얼마나 더 쳐먹었는데?



‘뭘?’



‘형수님 말이에여…….지금 주무시는 거 맞져?’



‘내가 문 단단히 걸어 잠그고 올 테니, 뭔 얘긴지, 찬찬히 해 봐. 부담 갖지 말고.’



나는 안방 문이 닫힌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거실에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설사 아내가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싶어서 깬다고 할지라도, 음악소리에 갈려 제대로 된 대화와 발음을 들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요즈음, 형수님을 만나고 있어요. 아시죠?’



‘응. 알지….내색은 안 해도 아침 9시 반에서 한 두어 시간 인가, 규칙적으로 집을 비우는 걸 알아, 안다구. 근데 뭐가 문제야?’



‘생각보다 형수님께서 완강하시단 거져.’



‘그걸 이제 알았어?’



난 거 보라는 말투로 깔아 뭉개고 있었다. 쪼다 자슥! 그러게 만만히 볼 여편네가 아니라고 내 몇 번을 일러?



‘한 2주 동안은 그저 차 마시고, 근처 공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하면서, 아무런 일도 없이 밀어 부쳤거든여…..’



‘잘했네….친근감이 첫 번째 무기, 아니겠니? 아니 거기까지 밖에 진도를 못 나갔다는 거야?’



‘그러다, 2주전 부턴가 외출을 꺼리시길래, 제가 그 시간에 이 곳으로 왔죠. 형님이 안 계신상태에서 이 곳으로 직접 온다는 사실이 용기가 꽤 필요 했지여, 그건 알고 계시져?’



나는 그 당시 그건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못된 자만심은 그걸 인정하기 싫은 구석이 있었다. 모든 상황을 한 손에 쥐고 있다고 얼르고 싶은 심정뿐이었으니까. 그는 그 당시,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 였고,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직업의 특성상, 오후에 출근을 했기에, 오전 시간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고 여유가 있어 왔다. 난 신혼의 단 꿈에 젖어도 모자랄 시기에 하필 결혼한 유부녀의 뒤꽁무니에 정신을 쏟고 있는 그의 심리가 이해되질 않고 있었다.



‘집에서는 어땠는데?’



‘스킨쉽 이었죠, 뭐. 저는 끝끝내 따라 붙고, 왜 왔느냐며, 저를 밀쳐 내시고……그것도 벌건 아침에 문도 열지 않고, 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이웃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쉽사리 문을 열어주시긴 했지만요. 집안에 들어서서 다짜고짜 형수님께 무릎을 꿇고 빌었죠.’



‘왜 빌어? 잘못한 거라도 있었나?’



‘아녀, 불쌍한 인생 구제 쫌 하시라고요. 아무런 조건도, 제약도, 빌미도 없이 그저 형수와 살을 섞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져. 형수는 형님이 알게 되면 어쩌려고 이러느냐 고만 하시고…..’



‘그랬겠지.’



‘그렇게 이틀인가를 와서 벌서듯이 하고 돌아갔는데, 3일째 되는 날, 제가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어 주시데여. 저는 게임 끝난 줄 알았습니다. 이제야 서광이 비치누나 하고 말이지요.’



‘그렇게 호락호락 했을라구?’



‘맞아여. 형수님은 제가 옆에 앉는 것도 허락하질 않으셨다니깐여!’



‘마주보고 얘기하면 진전이 좀 늦긴 하지. 무슨 행동으로 옮기려 해도 상대가 먼저 알아 차리고, 태클 걸기 일 쑤라서……’



혁의 얘기는 흥미진진 했다. 나는 아내의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나와는 관계 없는 상황을 전해 듣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그런 분위기를 오히려 즐기는 것 같은 모습이 그의 얘기 속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만일 혁의 방문을 진정코 싫어했다면, 문을 부수든 말든, 경비실에 연락하면 그만 이었을 테고, 더 나아가 코를 질러줘야 한다는 마음만 있었더라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 기본 정석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내는 그렇게 하질 않은 것이 나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그를 위해 문을 열어주고, 나의 전화는 부재중인 것처럼 받질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그 시점에서 혹여 집사람이 앞으로 이어질 섹스의 여흥을 즐길, 시간의 인정적인 공백을 확보하려는 초기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머물게 된다. 그렇게 혁의 진을 빼 놓는 것은 그 사이에 발생할 수도 있는 잡다부리한 감정의 찌끄래기를 연소시키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었다. 그럼 그 결과는 무어냐구? 순수한 엑기스만 남게 될 섹스…..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섹스 본연의 임무만을 남기려는 의도, 그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키스만이라도 허락하게 해주면 정말 고맙겠다고 버텼져.’



‘그래가지고 제때에 진도나 나갈까 몰러!’



‘참 어렵데여. 키스도, 포옹이 없는 이바구 뽀뽀에다, 혀는 안되고…..암튼 조건도 그런 악조건이 없드라구여, 내 참.’



혀를 차는 그의 얼굴에서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앉았나 하는 심정이 읽혀지고 있었다. 여편네 같으니라구, 그렇게나 비럭질을 하고 있는데, 한 코 주고 잊어 묵지……내 참….



‘그래서 다음 번에는 작전을 조금 바꾸기로 했져.’



‘어떻게? 진전도 안 된 마당에, 국면 전환을 섣불리 했다간 경칠텐데…..’



‘섹스는 이미 포기 했으니, 스킨 쉽으로만 끝내자 구여. 그 조건을 내걸길 아주 잘 한 거 같아여.’



그렇게 얘기를 어렵사리 꺼낸 그 즈음, 아직 아내를 가져보지 못한 상황에서라도 그는 그런 진전과 관계의 발전이 기꺼운 표정이었다. 난 슬슬 부담이 되면서,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까지 그는 집사람의 깊은 곳을 들어가 본 것일까?



‘우선 옆자리에 앉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했어여. 일단 몸이 밀착이 되야, 손발이 움직이기에 부담이 없어서여, 그렇게 되기까지 일주일을 꼬박 소모 했어여. 정말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져. 밖으로 돌리려고 맘먹은 보지들 많이 보아오긴 했어도, 이렇게 형수님처럼 평범한 분들을 움직이기가 이렇듯 어려운 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여, 만일에 사전에 이런 줄 알았다면 시도도 안 했을 텐데……’



나는 속으로 고소하기 까질 했다. 그럼 그렇지, 어련했을라고?



‘형수님은 계속해서 다짐을 하는 거였어여. 섹스는 안 된다고 말이져. 저도 그 말에는 동의 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이 진행되어 오지만, 아직 그 약속을 깨 본 적은 없어여.’



그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아내는 그와 섹스다운 섹스를 해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를 짓누르고 있던 한가지 생각은 과연 행위로 이어지는 삽입과 성교, 사정, 오르가즘의 단순 행위가 없다고 그것을 섹스로 볼 수 없느냐에 대한 지극한 의구심이 넘쳐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것에 일부분 동의 했고, 서로의 생각을 완벽하게 공개하지 않은 이상,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환영 자체를 구속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던 고로, 과연 어느 선까지를 섹스로 규정지어야 하는 것에 나는 모순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만으로 그것이 섹스가 아니었고, 단순한 감정의 교류로 이어지는 스킨십이었다는 발상은, 그 당시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발가벗고, 서로가 애무와 전희만 하고서 깨끗이 헤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순순한 스킨십으로 볼 것인가도 문제 꺼리였다. 과연 섹스는 어디까지로 한정 지어지는 것일까? 언젠가 주어 들은 얘기라,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도 법정에서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도리어 우스운 꼴을 당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범인을 변호하는 측이 내건 주장은 피해자가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성행위가 반드시 이루어 졌을 터인데, 그 중에서 삽입이 이루어 졌다면, 그 삽입이 피해자의 성기 앞에서 지분거리기만 하는 단순한 의지의 표현 이었냐, 또는 더 진전된, 이를테면 길이로 예를 들어, 귀두 부위까지 들어간 일부 삽입이었냐? 아니면, 뿌리까지 척하니 담가버린 완전 삽입이었냐는 추궁에 그만 피해자가 대답을 하질 못하고 재판을 포기했다는 것이었고…..이미 강간 이라는 제목을 걸고 있었음에도, 삽입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가를 알 정도 였다면, 그것은 이미 화간 이든, 강간이든 스스로의 반대 의지를 포기한 것이 분명했으나, 강간 범이란 자가 흉기도 들지 않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다는 피해자를 혼자의 힘으로 강간을 시도 하려면, 실제로 넘어야 할 고비가 몇 고비인데, 삽입까지 가게 내 버려 두었다는 것은 어쩐지 정황증거상 이해되지 않는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먹혀 들어간 거였다. 과연 삽입이라는 행위 자체에 있어서도 그것이 완전한 섹스라고 불려질 만큼, 좇나게 쑤셔 들어갔느냐 아니냐를 따지기에 모호한 이 판국에, 아내의 의지가 불분명한 그 상황과 머릿속에 혼재 되어 있을 섹스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끓어 넘치는 그 순간을 섹스가 이루어 졌다 아니다를 판단하기에 결코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우선 제가 옷을 벗었죠. 형수는 그러지 말라고 하시고서 고개를 숙이었지만, 그게 시작이란 걸 알았져. 제가 형수의 어깨를 쓰다듬기도 전에, 벌떡 서버린 제 좇대를 못 보실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거던요. 그 날은 그렇게 저만 옷을 벗고, 두 시간을 서로의 몸을, 아니 저만 형수의 몸을 쓸다가 나왔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쪽팔림의 대공포화처럼 들리고 있었다. 아내가 그렇게 스스로를 조금씩 열어가는 과정은 숨이 딸릴 정도로, 호흡을 짓누르며 교차하는, 묘한 감정의 구석이 있었다. 아내는 아마도 이제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는 자신과 같은 퇴물일지라도 이렇게 몸을 쓸어대는 것만으로 이다지도 흥분하고 반겨 하는 남정네가, 그것도 싱싱한 젊음을 유지한 채, 달려드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한 것인지도……그의 일일 연속극은 계속되었다.



‘그 다음날도 똑 같은 패턴으로?’



‘언제나 그렇지만, 형수는 맨 처음에 시작할 때는 꼭 교장 선생 훈시같이 시작 하시거덩여? 그래서는 안 된다, 형님이 알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결혼한 아내 보기가 민망하지 않느냐, 내가 뭐 볼 게 있다고 이렇게 들고 설치는지 모르겠다….뭐 대충 이런 레파토리져. 그런데, 그것도 너무 들으니, 나중에는 식상 하드만여, 그 날 아침에는 잔소리를 꺼내시려고 폼을 잡으시길래, 미친 척 하고, 형수님의 가랭이 사이로 손을 쑥 넣어 버렸습니다. 아니, 그런데, 웬일로 팬티를 입고 계시질 않더라구여. 그 날부터 형수님의 옷이 벗겨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날 처음으로 형수의 몸에 혀를 대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던대여?’



‘눈물은 왜?’



‘저도 모르져, 그걸 보고 형수도 꽤 감동 하셨는가 봐여. 한동안 제 머리를 젖 사이에 파묻게 하고, 머리를 열씸히 쓸어 주시대여? 미현이도 한 섹스 하지만, 형수님이 가지신 절제의 품격이 그걸 따라 잡지는 못하는 걸 알았져.’



아내는 그 날, 소파에 기대고 앉아서 거실 바닥의 돗자리가 혁이의 두 무릎에 깊이 자죽을 내며 파 들어 올 때까지, 가랭이를 쩍 하니 벌린 채, 숨을 헐떡였다고 했다. 아내는 내가 보지를 빨아 줄 때, 스스로 두 다리를 벌려 주면서 붙드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거실에서의 섹스는 꿈도 못꾸던 지경이었는데, 그것도 훤한 아침 나절에 혁이에게는 그렇듯 낱낱이 몸을 까발렸던가 보다. 삑삑대는 바람 소리까지 내 가며, 혁이의 온 콧등과 입술 주변에 씹물범벅을 하던 아내는 급기야, 두 다리를 벌벌 떨어가며, 경련도 마다하질 않았고, 온 몸의 기운이 빠져 널부러질 때까지, 혁은 약속 이행의 원칙대로, 삽입이 없는 혀놀림 만으로 아내의 보지를 깊이, 깊이, 들이마셨다고 했다. 그 와중에 혁이는 끊임없이 한 손으로 자신의 좇대를 쓰다듬으면서 엎드린 자세로 용두질을 했고, 아내가 옴 몸을 활처럼 휘어가며, 맥을 놓는 시점에 맞추어, 벌떡 일어서서는, 아내의 온 몸을 향해 좇물을 기가 막힌 휘돌림으로 발사하고…….그 날, 아내는 처음으로 혁이의 샤워 서비스를 받았단다. 욕실에 들어간 두 사람 앞에 멈추어 있던 그 쑥스러움을 이기는 길은 서로의 몸을 씻는 일뿐이었는데, 혁이는 한사코 만류하는 아내를 정성스럽게 닦아 나갔다고 했다. 샤워 타올과 함께 피어나는 거품이 두 사람의 손 끝에 다시 불을 붙이고, 다시금 벌떡 선 혁이의 좇대는 아내의 가랑이 사이에서 껄떡대고, 아내는 마치 삽입된 좇대를 보듬듯이 두 다리에 힘을 주어 그 좇이 그 사이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다리를 오무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비누 거품도 비좁다는 듯이 밀착되어 한동안 갈등의 시간을 때렸다고 했다.



‘갈등이라니? 다 된 밥에?’



‘굳이 섹스는 안 된다고 형수가 그러셨고, 저도 그걸 허락했으니 그렇져. 사실 말이 그렇지, 그 정도까지 갔으면, 대개 어서옵셔 하면서 가랑이 벌리고 어서 쑤셔줘 할 텐데, 형수님은 정말 대단 하시데여?’



‘어떻게 대단 했는데?’



아내는 혁이의 좇대를 결코 빨아주는 적이 없었단다. 그 날도 욕실에서 비누거품으로 한껏 또다시 발기된 혁이의 좇과 불알을 삽입된 것처럼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서 쓰다듬고, 만져주면서 분위기를 잡아주다가 급기야 한 손에 쥐고 마구 쑤셔대는 것처럼 쥐고 흔들어 다시 한번 집사람의 얼굴에 좇물의 세레모니를 남겼다고 했다. 서로가 그 지경이니, 자신도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이, 비누 거품으로 미끈 대는 집사람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주면서 젖을 빨았는데, 그 정신 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혁의 좇대가 치미는 지를 살폈다고 했다. 난 그 얘기를 들으며, 이미 아내는 머릿속으로 혁이와 넘치는 섹스의 열락을 맛본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지 삽입과 펌핑, 사정이라는 최종단계만이 없었을 뿐이지, 두 사람 사이에는 선을 그을 필요도 없는 섹스의 발광상태가 휩쓸고 지나갔음을, 그 자리에 없던 제 3자인 나로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냥 나왔어?’



‘아뇨, 몸을 닦고, 옷을 입으시려는 형수님을 지금 주무시고 계시는 안방에서 쓰러트렸져. 그래도 칼을 뽑았는데…..’



‘꼴깍! 그래서?’



‘그런데, 이번에는 저를 밀쳐 내시더니, 순순히 보지를 보여 줄 테니 빠는 걸로 만족하자며, 저를 달래시는 거였져. 욕이 혀 끝까지 나왔지만, 그렇게라도 분위기 조성에 진력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꾹 참고, 샤워가 끝나 뽀송 뽀송한 형수님의 보지살을 열어 재꼈습니다.’



나는 아내의 심중을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내 맨 정신으로도 그쯤까지 갔다면, 천에 없어도 씹질로 접어들었을 거인데, 왠 태클? 그 날, 혁이는 혀 밑에 바늘이 설 정도로 실컷 아내의 보지를 벌리고 빨아 보기도 하고, 씹구녕 속으로 혀를 있는 대로 쑤셔 넣으면서 빨아 보기도 해서, 원도 한도 없이 보지 구경을 해가며, 먹어봤다고 했다. 아내와 혁이의 음란함은 거기에서 시작이 되고 있었다. 난 정확히 혁이가 얘기를 꺼내기 일주일 전부터 유달리 행복해 하며, 즐거움에 달뜬 아내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혁이의 고백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섹스 대신 나누는 서로에 대한 음탕한 대화 때문 이란 것도…..



‘그 다음 날 부텀은 시간을 절약하는 패턴으로 들어갔져. 만일 섹스로 접어 들었다면, 두 시간은 길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와 형수님은 준비와 과정 속에 느끼는 감동이 더 드셌기 때문에 그걸 즐기는 수순으로 넘어간 거죠.’



아내는 혁이를 신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제안을 하질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하루는 혁이가 묶이고, 다음 날은 아내가 묶이는 놀이도 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묶여서 상대의 몸을 있는 대로 농락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끓어 오르는 욕구를 상대편에게 진한 스킨십으로 남기자는 엉뚱한 발상…..그러나, 서로를 얽매는 족쇄를 기본으로 했던 두 사람 사이에서는 곧잘 그게 멕혔던 모양이다. 맘만 먹었다면 혁이는 벌거벗긴 채, 그 풍만한 엉덩이를 뒤로 하고서 두 팔이 뒤로 결박된 자세에서는 못 쑤실 리 없었겠지만, 아내는 삽입보다는 그걸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반사적인 안타까움에 색스런 음란함을 접목 시키려는 의도를 그에게 전했다고 한다. 아내는 그 자세에서 끊임없이 음탕한 설정을 되뇌였고, 혁은 아내의 의도대로 발가락으로 보지구녕을 쑤셔 보기도 하고, 보지 주변이 벌겋게 부어 오를 때까지 철썩 대며, 패대기 질을 쳐보기도 했단다. 그것은 아내도 마찬가지 였다. 바로 누운 자세에서 위로 치솟은 좇대 위에 가랑이를 흠씬 벌린 채로, 씹구녕을 좇대가리 위에 조준하듯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혁이의 마음을 애타게 했는데, 혁은 그런 아내의 설정과 행위가 섹스 이상의 감흥을 유도했다고 실토했다. 기어이 삽입도 하질 않고 분수처럼 공중으로 치솟은 정액이 자신의 배 위로 떨어지더라도, 아내는 하나도 남김이 없이 혀로 빨아 자시면서 자신의 입 속에서 노니는 자신의 허연 정액 덩어리를 낱낱이 보여주기도 했다는데…….



‘서로가 그렇게 떨어진 채로만 행위를 했다구?’



‘그건 아니져, 형수님께서 69을 허락하신 건 그 주의 주말 이었져…….휴…..’



아내는 기어이 69을 그에게 선사하기로 맘 먹은 모양 이었다. 아내의 즐거움은 극에 달하고 있었으며, 69을 선사하겠다는 말에 혁은 날아갈 듯이 기뻤다고 실토했다. 난 조금은 허탈해 지고 있었다. 그 당시 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 갈 데까지 다 가는 구만 이라는 후회와 젊음에 매료된 아내의 향방이 도대체 어디까지 뻗치려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찾아 오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고….형수님께서 우리들의 관계를 접자고 하시는 바람에 제가 이렇게 오게 된 것입니다. 어떡하져? 이제 뒤로 물러설 수도, 형수님의 매력을 포기하는 것도 저에게는 괴롭긴 매한가지 입니다. 맨 처음에야 제가 자신 있게 덤비긴 했어도, 이 지경으로 형수님께 기선을 제압당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는가 봐여, 뭐 별다른 방법이 없을까여?’



그 날, 혁이는 아무런 방법도 찾질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른 일감에 떠밀려, 신혼 살림을 채 온전히 틀어 보기도 전에 부산으로 내려갔고, 그로부터 1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었다. 가끔 아내는 먼 산을 쳐다보며, 그녀의 손아귀에서 갖고 놀던 혁이의 뜨끈하고, 핏불이 툭툭 불거져 나온, 그렇듯 튼실한 좇대를 그리워하는 얼굴을 짓곤 했으며, 나 또한 그 눈치를 못 챌 리 없었다. 그러던 그 태풍이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년전의 일을 뒤로 하고 마주 앉은 세 사람……



‘형님, 형수님…….., 일간 다시 찾아 뵐께여.’



갑자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혁이의 뻘쭘한 모습, 서로 떨어져 있던 일년의 세월이 그 뜨겁던 열기와 음란함을 차갑게 식혀버렸지 싶다. 문을 닫고 돌아서 오는데, 아내가 물었다.



‘나 때문에 온 거 같지는 않고, 당신, 미현이랑 아직도 연락하우?’



‘아니, 지 눔이 능력 없어서 당신 맘에 못든 걸 갖고, 또다시 덤벼오면, 지가 어쩔라구? 영원한 일대빵 이란 스코어가 알려 주잖어? 그게 벌써 일년 전이네…….당신, 이번에 혁이가 또다시 뎀벼 오면 어쩔 참이야? 어린 애들 놀려 먹는 것도 유분수지. 내가 지 눔 보는 앞에서 미현이 보지 좀 까 먹었다고, 그렇게 용을 쓰면서 당신 따 먹으려고 뎀비는 게 우습다 이거지.’



‘그러게 신혼 살림에 깨가 쏟아져도 모자랄 애들은 왜 먼저 건드려 갖고…..나야 뭐 상관 없지만….’



‘상관 없긴…알게 뭐야? 이미 그 어린 자슥 붙들고 뭘 했는지?’



‘당신 나 못 믿수? 그렇게 살고도?’



‘허긴….내가 믿지 누가 믿어주나?’



아내는 술상을 치우면서, 언제쯤 세월의 장막이 우리 두 사람의 바람기를 막아줄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중얼거렸다. 일년 만에 나타난 혁이와 우리의 관계는 착륙지점을 찾지 못하도록, 언제나 개일 줄 모르고, 음란한 정욕의 모래 태풍이 불어대는, 색회귀선(色回歸線)과도 같은 의미일 수 밖에 없었다. 언제까지고 지글대며, 일렁이는…….



-끝-



P.S.:그래서 블루스맨은 오늘도 이런 음란한 아내를 꿈꿔 봅니다. 꿈속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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