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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40 886회 0건
제 20부 핏빛

“왜 그러세요? 이젠 좀 잊어버리시죠. 술만 마신다고.......?”
“그래.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알아, 알고말고. 그렇다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어?”
“그 치들 하는 짓거리 뻔하죠 뭐, 삼춘”
“너는 그 놈들하고 한 패거리 아니냐?”
“한 패는요. 필요해서 그런 거지”

말끝을 흐린 정 인숙 역시 분하긴 마찬가지였다. 위원장이란 그 여자도 그렇지만 자신의 위치도 있지 않은가? 지들은 얼마나 떳떳할지 모르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솟구쳤다. 더 윗선을 찾아가려고도 했지만 그것 역시 이 선미 대변인이 막았다. 어찌 보면 그것들이 한통속일지도 몰랐다. 돈은 돈대로 적잖게 들어갔는데.........,
세광기업 문 회장은 물끄러미 조카를 보다 잔을 들었다. 기업이야 그 까짓 것 해도 실추된 명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과거의 일이 그렇게 비수가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상을 다들 그렇게 살아온 게 자기 혼자만이 아닌데....... 이런 것들이 다 그 자식들의 농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나마 구치소에 가지 않는 것이 위안이면 위안이었다.

“넌, 어쩔 테냐? 계속 그들과 어울릴 거냐. 후원금이나 뜯기며 지낼 거냐 말이다.”
“그럼 어떡해요, 무슨 방법이 있나요?”
“아니다. 관두자”
문 회장은 말을 끊었다. 속이 또 끓어올랐다.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었다. 재산환수.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자식들 어디 두고 보라지, 내가 가만 있나.
“너도 정신 바짝 차리고 다녀.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니까. 알았니?”
“쉽게 바뀌겠어요. 한번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저쪽들은 똘똘 뭉쳐 있어서 쉽게 부서지거나 주저앉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정 인숙은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삼촌의 말이 그렇지도 않다는 걸 느끼게 만들었다.

그 날 그러니까 함께 자주 어울리는 멤버들이 그 자리에서 항상 그러하듯 귀여운 애들 만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때 이 의원이던가, 그럴 것이다. 대변인을 하고 있으니 자기보다는 그쪽과 더 깊숙이 연결된 입장이라 내용을 속살들이 알고 있었다. 바닥에 앉아 사타구니 사이에 머리를 박고 있던 아이들을 내몰며 정색을 했다.
“요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해요. 뭔가 안 좋은 느낌이 있다는 걸, 아시죠?”
“뭔데요? 혹시 제 일인가요?”
요즘 들어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는 김 의원이 불쑥 끼어들자 손으로 막은 이 선미는
“호호호, 그런 게 아니고요. 언니는 참.”
사석에선 곧잘 언니라 부른 그녀다. 모임에선 가장 연장자인 김 영숙이다.
“다른 게 아니라 뭔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거예요.”
“움직임이라뇨? 뭔데요?”
김 영숙이 가장 먼저 눈을 부라리며 이 선미를 봤다. 가슴 한 곳에 찔린 구석이 많은 그녀다. 그건 정 인숙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아닐 게다. 돈을 너무 밝힌다는 이야기가 동네방네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며칠 전 잠깐 들었었는데.........”

침묵. 모두들 놀란 눈으로 이 선미를 볼 뿐이다. 여론이 악화됐다고는 했지만 설마 했던 일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드러날지는 몰랐다.
“그래서요?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또 김 영숙이다. 나서는 일은 빠지지 않은 그녀다.
“아직 정확치는 않아서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금명간 밝혀낸다고 합니다만”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놈들이 있다니까.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지들이 까불어. 그러다 아예 골로 가지”
김 영숙은 분을 토하듯 한마디 던졌다. 주먹의 힘줄이 불거졌다. 한번 잡은 권력을 영원히 내놓고 싶지 않은 그녀다. 지금 얼마나 잘 되고 있는데........ 인생 황금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그런 그녀를 정 인숙은 못마땅하게 노려보다 참견했다.

“아무래도 위원장께서 너무 앞서가지 않았나 싶군요.”
정 인숙도 나름대로 판단은 있었다. 자기 역시 필요한 일이라 참여를 했지만 김 영숙의 일처리와 추진은 불안하기까지 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아무래도 국방개혁안이 아니었나 싶었다. 직접적인 연관도 없으면서 너무 설쳤다는 판단이었다.
“뭐라고요? 아니 지금 나한테 할 소린가요?”
“왜들 이러시나. 호호호. 아무려면 무슨 일이나 있겠습니까. 제가 괜히 말을 꺼냈나 싶네요. 그냥 있을 걸”
이 선미가 나서서 만류하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난 둘이었다. 그래도 정 인숙은 앙금이 가라앉지 않았다.

생각에 잠기듯 살짝 찌푸린 얼굴이 마흔을 바라본 나이지만 오히려 더 매력이 넘쳤다. 검정핸드백을 들고 막 일어서려던 그녀에게 문 회장은 참았던 한마디를 뱉었다.
“쉽게 가지 않은 게 인생이지. 끝까지 가면 마지막엔 꿈틀거리는 게 세상사인가야. 두고 봐라. 세상이 휙 바뀔지도 모르니까”
“바뀐다고요? 아니 삼촌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거예요. 정말 그러다 큰일 나요?”
놀란 눈을 피하지 않으며 문 회장은 쐐기를 박았다.
“큰 일? 그래 알기는 아는구나. 글쎄다. 큰 일 일지 아닐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혹시 다른 생각 하고 계신 거 아네요? 정말 그러다.........”
사실 오늘 삼촌을 방문한 것은 김 영숙 때문이었다. 돈에 환장한 그녀였지만 삼촌 일을 그렇게 처리 할지는....... 생각만 해도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정 인숙이다. 근데 삼촌은 지금 엉뚱한 말을 꺼내고 있는 게 아닌가.

문 회장은 최근에 부쩍 바빴다. 이 태극이란 사람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단칼에 빼내준 게 신통했다. 바로 그것이다. 이 놈들은 싹수가 노래. 알조야. 그렇고 말고. 이 태극이 하는 말에 대꾸만 한 그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힘은 물론이고 특히 자금이 절실하다는 거였는데 그것을 해줄 수 있는 거냐고. 겁이 났지만 쾌히 동의했다. 이제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는 그였기 때문이다.


허름한 모텔을 나와 어디를 떠돌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주먹이라도 쥐면 팔의 힘줄이 뛰어나오고 숨을 크게 들이키면 내장이 폭발이라도 할 듯 들쑤셨다. 땀이 흥건한 몸을 그늘에 둔 봉구는 손으로 얼굴을 훔쳤다. 참을 수 없는 힘은 특히 아랫도리에서 더 강하게 솟구쳤다. 무언가 갈구하는 하체. 그것이 어떤 건지 모를 리 없다. 처음엔 약하게 타오른 불꽃이 이젠 불티를 날리는 장작불이 되었다. 얼굴을 닦은 손으로 아랫도리를 쥐었다. 팽창해진 성기. 뜨거웠다. 담금질. 그것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 타버리고 말 것 같았다. 소리를 치고 싶었다. 환영으로 일그러진 친구들이 또 나타나자 저주의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죽음. 지금 자기를 찾아 온 게 죽음의 전조로 판단한 그는 머리를 움켜지고 다 죽어버려, 사라져 버려! 계단 한 가운데 앉아 날카로운 햇살을 받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외쳤다. 막 계단을 오르던 남학생 둘이 비틀거리며 머리를 쥐고 쓰러진 게 보였다. 계단 아래만이 아니다. 위에서 내려오던 연인으로 보인 한 쌍도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제자리에 주저앉는 둘은 눈을 치켜뜨며 머리를 싸맸다. 진공에 빠진 실험체가 압력을 이기지 못해 구멍으로 피를 토하듯 입과 귀, 눈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머리가 깨지게 아파오자 일어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저 아래와 옆에서 부들거리고 있는 네 명을 싸늘하게 보며 계단을 올라섰다. 올라서자마자 건물이 보였다. 대학교다. 방학 중인 대학은 한가로웠지만 건물 앞은 제법 많은 학생들이 계단에서 일어난 일은 모르는지 자기들끼리 해득거리며 떠들고 있다. 학생회관이란 간판을 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작정을 하고 들어선 게 아니라 복도를 따라 그냥 걸었다. 물이 마시고 싶었지만 마음을 누르며 천천히 2층 표시를 따라 올랐다. 냄새. 그렇다. 목이 마른 그에게 냄새가 강하게 다가섰다. 코를 발름거린 그의 모양은 영락없는 들개다.
냄새가 풍겨난 곳은 서클룸, 여러 명이 둥글게 모여 앉아 의논하는 모습이 보였다. 냄새가 유독 강하게 풍긴 이유를 곧 알았다. 일곱 정도 원형으로 앉아 있는 중 다섯이 암컷이다. 짧은 치마나 반바지 차림의 여대생들 다리 사이로 향기는 슬금슬금 도망쳐 나오듯 풍기고 있다.

“누구........ 세요?”
바로 맞은 편 여대생이 놀란 눈으로 낮선 침입자를 경계하자 다른 학생들도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며 누군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
“.................”

뭐라 대답도 없이 성큼 들어선, 후줄 거린 차림새가 학생으로 보이진 않았기에 먼저 본 여대생이 막 나가달란 말을 하려는 참에, 얼어붙은 듯 꼼짝 못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꼴이다. 고장 난 장난감처럼 일어선 그대로 멈췄다. 시간이 정지된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일까 일곱 학생들은 움직일 수 없는 지푸라기 같은 것에 몰래 숨어든 영혼처럼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을 뿐이다. 그 눈마저 희미한 게 초점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초점을 잃은 눈을 그는 사랑했다. 몸은 살아 있지만 정신은 죽어있는 몸. 줄에 매달린 인형들이 이리저리 끌려다니 듯. 그것도 싫으면 줄을 던져버리고 그리고 움직임을 멈춰버린 요요 인형.

안으로 들어서기 전 먼저 자신이 들어섰던 문을 큼직한 책상을 끌어다 막았다. 혹시라도 모를 일이다. 지나가는 학생이나 다른 누군가 방해를 한다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게 분명하다. 다행히 벽에는 낡은 선풍기가 있어 여름의 후덥지근한 기운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냄새, 공포의 냄새와 여자의 야릇한 향기가 강하게 코끝을 스며들자 바지 앞을 쑥 훑으며 성큼 다가선다. 흰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학생이 굳은 얼굴로 그를 본다. 처음 그를 막으려던 여학생이다. 목에서 어깨까지 고운 선이다. 귀밑까지 내려온 검은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쓰다듬고 겉옷으로 불거진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싫어하는 표정은 잠시, 곧 무엇에 끌리듯 얼굴이 부드럽게 펴진다. 눈빛이 흐리다.
“좋은 얼굴이야. 이 보드라운 살하며..........”
처음 뺨을 만질 때만해도 민감한 독사가 고개를 쳐들고 대들듯 했다. 처음 도도한 눈을 한 짧은 치마 여대생은 그러나 서리 맞은 뱀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젖통도 푸짐하고, 이 엉덩이도 일품이네”
스커트 뒤로 볼록 뛰어나온 엉덩이는 허리 아래서부터 큰 원을 이뤘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가 차라리 가늘어 보일 정도로 엉덩이가 큼지막하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어. 뭔 말인데........ 여기에 박아달란 거야?”
“아.......”

아랫도리에 거친 손길이 스치자 안간 힘을 쓴다. 외마디 신음을 내지른 여대생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건가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그 통에 목의 선을 따라 커트 쳐진 검은 머리가 넘실댄다. 눈알이 불거진다. 흰자위의 붉은 핏줄이 선명하다.
“악!!!”
커트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비명, 놀란 친구들도 흠칫 몸을 빼는 모습이다. 그만큼 비명소리는 컸다, 보다는 날카로웠다. 날선 면도칼에 손을 베인 듯 비명소리엔 식은땀이 묻어났다.
“자꾸 나를 건들면 그만큼 더 고통이 커져. 시팔, 욕이 튀어나오게 만들지 마. 그런 지저분한 욕을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아. 알아들었어? 씨팔.”
얼굴의 핏줄이 곤두서는 것은 그 여대생이나 봉구나 같았다. 욕을 하며 노려보는 얼굴에 핏줄이 일어섰다. 여자는 윙- 하는 소리가 머리 속을 뱅글뱅글 돌자 입을 벌리며 헐떡거렸다. 연분홍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다른 풍경을 가져다준다.
“이런 씨팔, 성질 돋구게 하지 마. 나도 힘들단 말이야.”
정말 그런 모습이다. 봉구 역시 얼굴이 지는 노을이다. 발갛게 부풀은 얼굴이 터질 듯하다.
“흐흐, 괴로울 걸. 미치겠지. 골이 빠개지는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지. 그래도 쉽게 쓰러지거나 다치면 흥미가 없어. 더 버티라고 오줌을 질질 흘릴 때까지”
“아--악”

비틀거린 다리가 휘청댄다. 허리를 꼬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서두른 기색 없이 봉구는 천천히 말을 뱉으며 흰 치마의 손을 끈다. 비틀거린 몸짓으로 의자에 오른 여대생. 곧 쓸어질듯 위태위태하지만 강의용 책상에 두 발을 버티고 올라선다. 높이 내려다 본 꼴에 하늘거린 스커트 안으로 같은 색의 팬티가 보인다. 여름철이라 안에는 더 이상 덧대 입지도 않았다. 은근한 향기는 거기서 흘러나왔다. 그의 발길을 끈 냄새다. 가슴을 마구 휘저은 냄새다. 그 냄새가 강하게 쏟아져 내리자 미칠 듯 한 그다. 앞뒤 가리지 않고 덮치고 싶었지만 조금 뒤로 미뤘다. 아까부터 뒤끓은 이 분노를 아낌없이 퍼붓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 시간과 이 장소가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쪼그려. 개 같은 네 속살을 좀 보자.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빨리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나?”
맨발이 눈부셨다. 눈을 아프게 할 정도로 깨끗한 발은 연분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문득 춘식이 떠올랐다. 그 놈은 지금 없겠지만 만약 있었으면 이 발을 자기가 핥겠다고 했을 것이다. 하얀 맨살도 상큼하지만 작고 귀여운 발가락이 걸친 하얀 샌들까지 아름다웠다. 이년은 온통 하얀색을 좋아하는군, 속살까지 하얄까 궁금했다. 다리를 구부리며 쪼그려 앉자 온통 하얀 속살과 속옷이 삼각 그늘로 드러났다. 작은 책상이 흔들려 한쪽으로 기울자 옆의 책상을 가져다 뒤로 붙였다. 하얀 치마는 멍한 표정으로 그런 그를 지켜만 본다. 머리가 깨지는 고통이 사라져 그나마 다행이란 표정이다.

“손을 뒤로 펼쳐 기대. 엉덩이는 그대로 두고”
조심스럽게 손을 뒤로 펼쳐 가져다 둔 책상에 올린다. 작은 책상이라 다리를 기역자로 꺾으며 겨우 중심을 잡는다. 벌어진 치마 사이가 더 벌어지며 하얀 팬티의 가느다란 줄까지 드러난다. 소복하게 쌓인 음모가 팬티에 눌려있다. 진한 향기에 그는 정신이 가팔랐다. 마른 입술을 훔치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팬티 라인을 옆으로 밀자 향기가 더 진하게 풍겼다. 침으로 적신 입술을 대고 말끔하게 핥고 싶은지 다시 한번 입맛을 다신다.
“ 몸이 제법 통통한 게 잘 처먹고 사는가 보네. 이 보들보들한 살갗이며 윤이 나는 허벅지며. 여기도 통통한 게 다른 놈들이 벌써 빨아봤는가 보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흰 치마는 어쩔 줄 모른 얼굴로 숨을 씩씩거리기만 한다. 팬티를 한쪽으로 밀어 벗겨도 다리를 오므리거나 소리를 치거나 아니면 도망이라도 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기색은 없다. 무엇인가가 꽁꽁 옭아매고 있는 듯 하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파닥파닥 몸부림치는 그런 움직임도 없다.

“다리를 들어. 그렇지. 그렇게 들고 이젠 옆으로 벌려. 조금 더.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잘했어. 조갯살이 펼쳐지는 게 아주 보기 좋군. 어때? 니 팬티를 벗겨줄까? 친구들이 네 보지를 보고 싶어 미치는 것 같은데, 저기 저 놈 바지 앞이 불끈 솟은 거 봐.”
머리를 내리 누른 아픔에도 생리적인 현상은 어쩔 수 없나보다. 한 남학생은 얼굴이 벌게진 채 씩씩대고 있었다. 바지 앞이 들썩거린 게 좆대가리가 바짝 치뜬 뱀 대가리다. 좁은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친 채 두 발을 벌리고 있는 흰 치마 입은 년의 가랭이를 힘을 줘 옆으로 젖힌다. 순백의 팬티까지 찢어발겨 내자 검은 털이 우수수 떨리는 소리를 낸다.
손을 끌어다 자기 무릎을 잡게 하자 힘이 조금 덜든 표정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아는 얼굴이지만 저항의 기색은 없다. 두 다리를 벌려 속살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여학생은 그대로 둔 채 친구의 허연 허벅지며 분홍빛 속살에 씩씩대고 있는 남학생을 까닥, 손짓으로 부른다. 얼굴의 미소가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이란 걸 말해준다.

“벗어, 새끼야.”
독기가 실린 음성이다. 무언지 모를 분노가 휩쓸고 지난 그 뒷자리의 독기다.
“...........”
멀뚱멀뚱 눈알을 굴리고 있는 얼굴 하얀 놈의 뺨을 손자국이 나도록 올려치자 그때서야 혁대를 푸른 손길이 빨라진다. 짝! 실내를 울린 소리는 효과가 컸다. 눈망울만 굴리던 다른 학생들까지 전기자극을 받은 개구리처럼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그를 본 것이다. 마치 다음 명령을 기다린 개처럼.......
무릎을 잡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년의 가랭이를 손바닥으로 똑똑 때리며 봉구는 바지를 발목에 걸치고 있는 놈의 팬티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것도 벗어, 라는 의미를 얼른 알아차린 놈은 부랴부랴 사각팬티를 벗는다. 덜렁거린 좆은 대가리를 깐 채 물기를 보이고 있다. 맨질맨질한 둥근 앞부분을 손가락으로 퉁긴다. 붉게 핏줄이 불거진 좆이 둥둥거린다. 그것을 처음 본 놈처럼, 정말 제대로 꼴렸다.
“박고 싶어?”
“............”

말이 없지만 눈빛은 애타게 갈구하는 표정이다. 입가가 씰룩한다. 침이라도 곧 흘릴 판이다. 누워 있는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풀풀 풍긴 냄새가 콧구멍을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북이라도 찢어버릴 태세다. 검붉은 성기가 매끈하니 곧추섰다. 손을 내밀어 제법 굳은 동그란 막대를 쥔다. 동그랗게 만 손바닥이 마치 구멍 같은지 더 부풀어 오른다. 속이 매스껍다.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폐 아니면 심장 어딘가에 구멍이 난 듯 그렁그렁 소리를 낸다. 의자에 누운 채 가랑이를 벌리고 있는 하얀 허벅지 여대생부터 그랬던 듯싶다. 눈에 잡히는 얼굴들이 붉게 물들어 보인다. 그라스에 고인 핏물이다. 아까부터 눈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손에 힘을 준다. 핏줄이 도드라진다. 강한 힘이 성기를 말자 프레스에 놓인 철판처럼 뚝, 떨어져나갈 듯 하다. 신음소리. 발가벗은 아랫도리를 비틀며 눈을 하얗게 치뜬다. 그렁그렁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때마다 힘을 더 가하자 검붉은 소시지는 아예 푸르게 변한다.
“떼어내 버릴까? 니 몸에서 떼어내 여기에 박아줄까? 몸체도 없는 좆을 박아 넣으며 학학 대는 꼴이 너무나 보고 싶은데....... 니 년도 그러고 싶지? 이 시꺼먼 구멍 저 깊이 꽉 박아버리고 싶군.”

이상한 울음소리를 낸 미니스커트 여대생은 무릎을 움츠리며 바들바들 떤다. 너무나 무서운 공포는 어깨에 힘을 빼고 발목을 잡고 있는 손목의 힘까지 빼게 만들었다. 머리 속의 뇌를 누르고 있는 압박감은 허리가 아픈 것도,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것도 잊게 만들었다.

“너 보다 내가 먼저 먹어야 되겠지? 이 년은 아주 졸깃졸깃한 맛을 줄 것 같거든. 이 년의 이 갸름한 살덩이를 보면 척 알 수 있지.”
뭉툭한 손가락으로 훤히 드러난 허벅지 안쪽을 톡톡 건드린다. 검지가 손톱만큼 쏙 들어간다. 마른 살집이 말려든다. 그 안은 촉촉한 누에껍질이다. 킁킁 향기를 맡은 봉구는 짜릿한 전율이 스쳐가는 걸 느낀다. 목이 타올라 뜨거운 갈증이 가신 듯 했다. 저 아래에서 갈구하는 그 것, 욕정이다. 입에 넣고 쪽 소리가 나도록 빤다. 부푼 얼굴이 가라앉는다. 온 몸이 스펀지가 돼 여자의 향기를 마신다.

쥐고 있던 손의 힘을 빼자 통통한 성기가 발갛게 눌렸다. 손자국이다. 더 힘을 줬으면 결단 났을지도 모른다. 재밌는 얼굴로 거들먹거린 성기를 보다 또 한 남학생을 앞세운다.
둘의 몸이 대조적이다. 한쪽은 마른 체형에 다른 쪽은 다부진 몸이다. 배꼽 아래로 시커먼 털이 수북하다. 털 가운데 불쑥 솟은 성기가 깃발을 날리고 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그는 짧은 반바지와 청바지차림 여학생을 끌어 당겼다. 짧은 반바지차림은 그처럼 키가 작았지만 몸매는 언뜻 봐도 팽팽한 게 땅바닥에 뉘어도 푹신할 것 같다. 청바지는 긴 머리를 쓸어내리며 주춤주춤 서성인다.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려있다. 올가미에 걸린 사슴이다. 건강한 다리를 내딛어도 도망칠 곳이 없다. 아니 도망을 칠 수 없었다. 풀로 붙여진 종이다.
“다 벗어. 너도 너도. 깡그리 벗어”
더위가 가득한 룸은 옷가지 비비는 소리로 더 가득 찼다. 쭈빗쭈빗, 나중에 불린 남학생이 몸을 비틀며 벗기를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자 성난 얼굴로 노려본다. 고통에 머리를 싸안고 바닥에 쪼그려 앉는 남학생을 발로 냅다 걷어찼다. 쿵쾅,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지만 다른 학생들은 허겁지겁 옷 벗는데 여념이 없다.
“넌 죽어야 해. 알겠어. 그것도 비참하게 죽여주지. 내장을 나풀거리며 숨을 헐떡거리는 도살장의 닭처럼”

그때 봉구가 본 닭 도살장은 피로 가득했다. 하얀 깃털을 적신 붉은 피를 볼 때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울림이 찾아들었다. 춘식은 다른 닭을 들어 모가지를 내리쳤다. 파드닥거릴 때마다 목에선 붉은 피가 솟구쳤다. 그대로 뜨거운 물에 던져 넣었다. 뒤돌아보며 식 웃는 춘식을 볼 때, 바로 그때부터 봉구는 바뀌었는지도 몰랐다.

“어둠 속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해주지. 이제 머리가 터질 듯 하고 가슴이 부풀리다 펑 하고 터질 거야. 좆은 팽창하다 못해 힘줄이 뚝뚝 끊어질 지도 모르지.”
“으, 으,”
안경을 쓴 남학생은 머리를 감아쥐고 얼굴을 불게 물들였다. 부끄럽거나 그런 게 아니라 피가 몰린 것처럼 동공이 커지고 입을 벌렸다. 침을 흘리기 직전이다. 아까 바지를 벗고 성기를 깨내 놓은 남학생과 다섯의 여학생은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 뿐 눈앞에 펼쳐진 사태가 무엇인지도 모른 표정이다.
“참을 수 없이 힘들지. 고통의 칼이 온 몸을 휘돌며 내장을 자르고 심장을 조각조각 내고 있을 거야. 좆은 어때?”
남학생은 침을 흘리며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었다. 칼날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하, 하,”
숨을 헐떡거리며 이번엔 자기의 아랫도리를 붙잡는다. 바지 밖으로도 불끈 솟은 게 보였다.
“그래, 그렇지. 참을 수 없게 꼴리지? 박고 싶음 무릎을 꿇고 애원해. 제발 하게 해달라고. 이 애랑 하고 싶어, 아니면 이 년?”
“하...... 고....... 싶........어.........요”
한마디 한마디가 무겁다. 입에 천근 무게가 실린 듯 어렵게 띄엄띄엄 이어갔다. 눈길은 긴 머리를 하고 있는 아까 청바지를 입고 있던 쪽이다.
벗겨놓은 몸은 옷을 입을 때보다 훨씬 아름답다. 조각품이 그렇다. 옷을 설친 조각은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곡선의 몸매를 드러낸 조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깨의 둥근 선에서 가슴의 가파른 선을 따라 배꼽에 멈춘 후 다시 허벅지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선. 봉구는 서 있는 두 여대생의 몸을 흡족한 눈으로 봤다. 하얀 살갗의 눈부심은 둘째치더라도 숨을 들이킬 때마다 들썩이는 두 젖통이 손으로 쥐어짜고 싶을 정도다. 힘껏 짜면 허연 액체가 찍! 뿌려질 듯 했다.
“앉아.”
옷가지가 흩어진 바닥에 조심스레 쪼그려 앉는 두 발가벗은 몸을 내려보며 바지춤을 내린다. 아랫도리의 굵은 막대가 바지에 걸린다. 엄청 큰 물건이다. 여기 들어설 때부터 성질을 부렸던, 아니 향기를 ?아 거리를 내다니던 때부터 이미 대가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분홍빛 입술이 그를 부른다. 쑤셔주기를 바라는 두 입술이 들썩거린다. 긴장 탓이다. 무언가 억누르는 힘은 얼굴을 들게 만든다. 입술 가까이 다가선 살덩어리를 스테이크 한 점 먹듯 입안으로 담는다.
“찡그린 얼굴이 더 보기 좋지. 바보처럼 헤!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은 구역질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 진지하게 그래, 좆나게 싫으면서도 좆을 빨지 못하면 마치 좆같은 날처럼.......... 그럴 때가 있지? 나도 오늘 그러거든.”
거침없이 파고든 붉은 살점들은 부르르 떨면서 제법 살집이 풍성한 계집년의 입을 헤집고 다녔다. 살점들. 그렇다. 하나의 뭉뚝한 살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살점이 모인 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입 안 여기저기를 누볐다.
“아......, 흑.......”
다물지 못한 입이다. 주먹을 집어넣은 듯 턱이 빠져라 크게 벌린 입가로 침이 줄줄 흐른다. 휴식이 없는 피스톤은 연거푸 속살을 쑤시며, 가끔은 혀뿌리 밑을 지나 목구멍을 건드렸다.
“어푸, 어푸”
물에 빠진 사람이 마지막 한 줌의 공기를 탐하듯 입을 벌릴 때는 그의 물건이 빠져나간 뒤였다. 턱의 관절이 어긋났나 보다. 쉬 입을 다물지 못한다.
“구멍은 탄력이 있어 좋은 거거든. 작은 구멍을 크게 벌려놓아도 곧 작아지지. 그 작아진 구멍을 또 크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쉽게 넣다 뺐다 할 수 있지. 보라고. 이 년의 이 구멍을......... 이년도 똑 같이 널널하게 만들어 줘야겠군. 그 귀여운 입술을 벌려볼까?
입을 벌리고 멍하니 쳐다본 마른 몸매도 마른 입술 사이로 그 붉은 살집을 받았다. 손은 무릎위에 얌전히 올려져 있다. 밀칠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거린다. 간혹 떨어진 침이 하얀 가슴을 타고 흐른다. 철퍽, 철퍽 파도소리가 한참을 나고 나서야 잔기침을 하며 얼굴을 숙인다. 입안이 얼얼했다. 즐거움도 없었다. 자신의 입이 자기 것이 아닌 것만 분명했다. 남자의 딱딱한 물건이 입안을 어지럽히고 난 뒤에도 멍한 얼굴이다.
“휴”

봉구는 가쁜 숨을 쉬며 물기로 반질거린 물건을 쥔다. 좋은 느낌이다. 아까의 검고 칙칙한 엿같은 기분이 가셔졌다. 머리 속이 한결 가벼워진, 묵은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다.
“아, 이제 좀 기분이 가라앉는군. 난 정말이지. 기분이 더러웠거든. 세상이 내편이 아닌 것 같았어. 이젠 세상은 남의 편이 아니라 내 편인 것 같아. 그 어둑한 느낌, 그런 것은 정말이지 더러워. 근데 이 년들 정말 입맛이 좋군. 그대로 두기엔 아까워.”
한쪽에 성기를 곧추 세우고 있는 둘을 부른다. 빨아, 그리고 미치듯 빨고 있는 둘을 보며 드러누운 여대생에게 다가선다. 또 하나, 나시티차림의 얼굴이 동그란 여대생에게 미소를 보낸다. 넌 다음에..........

“어디 올라가 볼까, 맑은 바람을 맡고 싶군. 나무향기에 취하듯 니 년 몸에 취하고 싶어”
혁대를 풀고 바지를 내리고 속옷을 내린 봉구는 엄청 커진 물건을 꺼내 손에 잡는다. 꽃뱀 한 마리가 아랫도리에 꽈리를 틀고 있다 몸을 풀어낸 듯하다. 빨리 빨리,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렁그렁 소리가 어느새 윙, 하는 소리로 바뀌었다. 입을 벌려 검은 숲을 헤집는다. 상큼하게 코끝에 걸린 음모들을 위로 밀며 두 개의 꽃잎으로 갈라진 여자의 샘에 혀를 내민다. 윙, 소리가 조금 가신듯 했다. 철퍽한 분비물을 단비처럼 마시자 심장의 고동이 준 듯했다. 몸을 세워 두 발을 잡아 벌린다. 맑은 액체에 희뿌연 것이 꼭 물에 설탕을 뿌린 듯 하다. 꿀을 머금은 꽃잎은 벌의 날카로운 침을 맞으며 고통의 비명을 내지른다. 덜컹덜컹, 의자가 밀릴 때마다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을 지른다. 작은 구멍을 메우려고 강제로 끼워놓은 나무못처럼 남자의 그것은 음부를 찢어발기려 한다. 눈자위가 돌아갈 정도로 아픔이 컸다. 비명소리는 남자의 커다란 손에 덥혔다. 어프, 어프, 신음만 던진 채 아랫도리는 붉은 핏물을 흘렸다. 연약한 살이 뜯어졌다. 그래도 하체를 밀착하며 더 깊이 파고든다. 나시티를 잊고 있는 여학생은 멍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막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그녀다. 친구 둘이 주저앉아 허겁지겁 두 학생의 성기를 빨고 있는 모습이 기억 저편 같다. 지금 생각을 방해하고 있는 이 강한 힘은 어떻게 막을 수 없었다. 심장이 터질듯하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쓰러지지 않은 게 신기했다.

더 이상 신음도 없고 죽은 것처럼 몸을 맡기자 마른 땅 풀이 물을 만난 듯 여자를 놓아준다. 눈동자의 붉은 기운이 더 깔린 얼굴로 자세를 돌린 봉구는 멍청히 서 있는 나시티에게 차분하게 말을 꺼낸다.
“꺼내. 그 아래 있는 그것.”
하얀 반바지의 허벅지가 빛을 뿌리고 있다. 여름의 햇빛은 은은한 갈색으로 물들였다. 물기가 흐른 성기가 반바지를 스칠 정도로 다가서자 나시티는 주춤하는 기색 없이 맹한 얼굴로 볼 뿐이다. 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언제 들어왔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벌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회로가 끓긴 TV처럼 칙칙, 거리기만 했다. 작은 화소들이 흩어져 다시 모이면 거대한 사람이 되기도 하다 또 흩어지면 소리만 윙윙, 거릴 뿐이었다. 그 소리는 자신을 지배하며 반바지의 단추를 풀게 했다. 회색 팬티마저 벗어 내리고 거뭇한 아랫도리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손은 어디에 둘지 몰라 뒤에 두다 옆으로 두다 했다.
날카로운 아픔이 또 가슴에서 느껴진다. 아까보다 훨씬 강하다. 휘청거리는 그다. 주먹에 힘을 줘본다. 뼈가 우두둑 소리를 낸다. 핏줄이 불거진다. 터져버릴 것 같다. 배에 힘을 준다. 거침없을 것 같은 성기다. 껄떡 질하는 모습이 갈구하는 구도자다.

“손가락으로........., 벌려. 깊은 속을.......... 보여줘.”
“.....................”
윙, 하는 소리가 머리를 채우자 나시티는 다리를 조금 더 벌리고 어디에 둘지 몰랐던 손을 이제야 자리를 찾았다는 듯이 겉껍질을 벗긴다. 방금 줄기에서 딴 싱싱한 오이를 뚝 분지를 때 생겨난 상큼한 물기가 거기에 번진다. 하얀 외씨 대신 분홍빛이 선명하다.

“흐헉”
“하아악”
두 녀석은 흥분이 넘쳐 참을 수 없는 신음으로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아랫도리에 얼굴을 처박은 두 년은 턱밑으로 좆물을 흘리며 콜록콜록 잔기침을 해댔다. 침을 꿀꺽 삼기며 몸을 비틀어대는 걸로 봐 이미 한 차례 뿌린 좆물이 또 새나오나보다. 헉, 헉 대며 계집년의 머리를 휘어잡는다. 뿌리까지 깊숙이 박고 하체를 부르르 떤다. 그래도 입술을 풀어놓지 않고 늘어진 좆을 따라 얼굴을 부비고 있다.

실내가 후덥지근하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도 그때다. 내부가 타오르듯 뜨거워지고 그 뜨거움이 거친 숨이 되었다. 눈에 뭔가 고이기 시작하는 것도 그때였다. 손으로 훔치자 붉은 물이 손바닥에 묻어났다. 시야가 뿌예지고 흐릿했다.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지만 가운데 버티고 있는 성기만은 죽지 않고 더 굳었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나시티의 어깨를 잡아 뒤로 돌렸다. 마네킹이 따로 없다. 빙그르 돌아선 나시티는 허리를 잡자 상체를 구부리며 볼륨 좋은 엉덩이를 펼쳤다. 그랬다. 슬로우 동작처럼 서서히 날을 세워 파고들었다. 그때 봉구가 본 세상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끈적끈적한 빨간 페인트가 하얀벽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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