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라입니다.
오늘로서 란제리 연구원을 끝낼까 해서 이렇게 글머리에 먼저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기에 갑자기 끝을 맺게 된 점,
무어라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욕심 같아서는 100회 이상 연재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몇 몇 분들이 지적해 주셨듯이 근래 들어서 내용이 점점 진부해진다는 느낌을
저 역시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글을 쓰는 본인이 재미없어진 마당에야 읽어 주시는 독자님 들이야 오죽하겠냐는
생각도 들었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영화제목도 있듯이 지금이 끝을 맺기에는
가장 적당한 시기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차라리, 연중을 하고...조금 쉬었다가 쓸까 하는 얄팍한 생각도 들었지만,
연중은 없을 거라고 제가 늘 얘기해 왔기에 이렇게라도 끝을 맺어주는 것이 차라리
도리일 듯싶었습니다.
미흡한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란제리연구원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사실, 직장 일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처음에 멋도 모르게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기에 망정이지,
아휴, 다시는 엄두도 못 낼 것만 같네요.
끝으로, 저의 스트레스를 풀자고 시작했던 글이었지만,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활력소가 되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빌며...... 이만,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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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달 동안 사무실은 폭주하는 문의 전화로 인해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일명 비니팬티로 불리게 된 신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수화기를 내려놓던 나수정 대리가 건너편에 앉은 호준을 바라보면서 방긋 웃는다.
이제는 전화 벨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긋지긋할
만도 했건만, 누구 한 사람 거기에 대해서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은 없었고,
사무실은 활기찬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결혼식 준비는 잘 돼가나요?”
“예...백대리님 덕분에...”
대답하는 나수정 대리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스치는 것을 보면, 남녀가 서로 만나서
사랑하고 평생을 같이 한다는 언약만큼 축복받은 일도 없을 듯싶다.
“백대리님도 부러운 거죠?”
옆에 앉아 있던 김영희 주임이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받치면서 물끄러미 호준을 쳐다본다.
“부럽긴, 뭘...”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어찌 부럽지 않으리.
‘나한테도 저런 날이 오겠지?’
검은 색 턱시도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수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입장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일이 아닌가.
듣기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결혼행진곡의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입장할 자신만의 피앙새는 과연 누구일 런지.
호준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김희선 주임이 결재판을
들고 팀장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우선 눈에 띄었다.
히야...저 늘씬하게 쭉 뻗은 몸매 좀 보라지. 우선 키 크지. 얼굴 예쁘지.
몸매 쭉쭉빵빵이지. 거기다가 나이까지 사무실 직원 중에서 가장 어렸으니,
당연 자신의 신부감으로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크큭...귀여운 것.
김희선 주임이 팀장실로 들어서자, 목표물을 잃어버린 호준의 시선은 일순간 사냥감을
놓친 포수의 허탈감으로 잠시 망설이는데, 이번에는 건너편 책상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등을 돌리는 유경희 대리의 풍만한 엉덩이가 눈동자를 찢어버릴 것처럼
들어차는 것이었으니, 오호...이런. 저렇게 크고 풍만한 엉덩이를 깜박 잊고 있었구만.
흐흐흐...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지만, 뭐, 애 딸린 아줌마면 또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신한테만 헌신적이면 그만이지.
쥐색 정장을 차려입은 유경희의 터질듯 한 엉덩이도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연히 그녀도 신부감 후보로는 집어넣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진 부장은 또 어떤가. 그 예술적인 엉덩이는 둘째 치더라도 풍부한 경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은 이해심이며, 부하직원들을 대하는 인간적인 매력이며, 무엇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지 않은가...더구나 단 둘만 있을 때면 언제 그렇게
조용한 기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화끈한 성적 표현조차 마다하지 않았으니,
낮에는 현모양처, 밤에는 요부라는 이 세상 남자들이 가장 바라는 여인상이 아니던가.
다 때려치우고 나랑 같이 살자고 할까? 킥.킥.킥.
괜히 쳐다만 봐도 안아주고 싶을 만큼 깊은 연민을 자극하는 송주희 차장도
다른 남자 품에 안겨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아쉬운 일일 수밖에....쩝.
‘이거야 원. 한꺼번에 데리고 살수도 없는 일이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로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는 옆에 앉은 김영희 주임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알지 못한 체, 때론 킥.킥. 거리는 웃음을 터뜨렸고, 때론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리는 듯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이봐요. 백대리님!”
“어, 깜딱이야...”
그제야 놀란 듯 고개를 돌려보니, 김영희가 한심하다는 듯 혀끝을 찬다.
“쯧쯧쯧. 정말 골고루 하시네요...”
“뭐, 뭐가?”
쑥스러운 마음에서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짐짓 태연한 척 물었으나, 이 영악한 아가씨의
날카로운 레이더망에서 헤어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일지도.
“호...이젠 구차한 변명까지?”
“변명은 무슨...”
“방금 전에도 눈동자 야릇하게 굴리면서 우리 여직원들 몸매를 하나하나 훔쳐봤잖아요...
저런 여자랑 결혼하면 어떨까 하는 엉큼한 생각. 내말이 맞죠?”
헉...뜨끔...
아예, 자리를 깔지 그랬냐?
뜨끔한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대로 인정했다간 완전히 파렴치한 놈으로 변신할 상황인 걸
미쳤다고 인정을 할까.
“아니야...바쁜데도 불구하고 하두 열심히들 일하기에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건전한 생각을
했던 거지, 뭐.”
“흥. 퍽이나...”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돌리는 김영희를 바라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삐쩍 마른 몸매였기 때문에 호준은 그녀에게서 성적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그녀의 영리함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김영희랑 결혼을 하는 남자가 있다면 바로 그 날이 그 남자의 제삿날이겠지.
남자로서의 화려한 인생을 마감하는 날일 테니깐.’
호준은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지만, 글쎄...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어디 제 맘대로 될 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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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찍 퇴근을 한 날이었는데, 집에 도착해 보니 이미 인숙도 귀가해 있어서 모처럼
세 가족이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밥숟가락을 뜨는 듯 마는 듯 깨작거리던 인숙이 호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 요즘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힘들다.”
“계속 바빠서 그랬지, 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야.”
“그래? 그래도 어머니한테 신경 좀 써 드려야지. 집안에 남자라고는 너 하나 밖에 없는데...”
아니, 이 여자가 죽을 때가 되었나? 왜 갑자기 철이 든 거지?
호준의 눈동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어서 인숙을 바라보는데, 정작 말을 뱉은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탁 위에 시선을 파묻고는 괜히 점잔은 척 분위기만 잡는 것이
아닌가.
‘하여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니깐...그래도 뭐 틀린 말은 아니니...’
“어머니, 요즘 매일 늦게 들어오고, 이런저런 신경을 써드리지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나는 괜찮아...너희들이나 건강하면 그만이지...”
오진희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도요...”
호준이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데, 식탁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인숙이 돌연 폭탁선언을 하는 것이었으니.
“저, 이 달 말에 미국에 가려고 해요.”
미국? 아니 이 여자가 매일 TV에 나오는 나라니깐 우리 옆 동네 인줄 아나? 갑자기
미국은 뭐하려고? 회사에서 발령이라도 난 거야, 뭐야?
혹시, 미역국을 잘못 발음한 것은 아닐테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니?”
오진희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고, 호준의 눈동자가 왕방울만 하게 커지고 말았지만,
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인숙의 입에서는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냥요. 작년부터 공부를 더 하려고 생각했던 건데, 차마 얘기를 못하고 있었어요.”
“누나? 뭐 잘못 먹은 것 아니야? 미국이 무슨 제주도도 아니고, 그 나이에 뭐 하려고
그 멀리까지 가?”
차라리 시집이나 가지? 하는 빈정거림도 삐져나올 번했으나, 그런 말을 하기에는 인숙의
표정이 너무나 단호한 것이 아닌가.
“이미 결정했어. 먼저 유학 가 있는 친구가 있기 때문에 다 얘기가 됐어. 시집가려고
모아 둔 돈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거기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누나 나이가 이젠 서른도 넘었잖아...결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결혼?”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인숙이 돌연 호준을 뚫어질 듯 바라보는
것이었으니, 오매 무셔라. 괜한 말을 꺼냈나?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호준을 바라보던 인숙의 얼굴에서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온다.
“뭐, 코쟁이 한 명 꼬드기지 뭘. 양키 멋있잖아. 키 크고. 금발 머리에 허우대 좋고...”
“어머, 얘는? 그걸 농담이라고...”
어머니 오진희가 팔짝 뛰었지만, 어쨌든 인숙의 고집을 막을 방법은 없는 듯 보였다.
“어쨌든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꾸나.”
결국 그 날의 오붓했던 저녁식사는 인숙의 폭탄선언으로 인해서 무겁기만 했는데,
숟가락을 놓은 인숙은 무슨 일인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호준의 밥 먹는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면서 지긋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호준아, 미안해...하지만, 우리 아기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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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나수정 대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으니,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갈 수밖에...
“젠장, 도대체 어디에 차를 대라고...”
예식장 주차장은 혼잡하기 그지없었으니, 이거야 원.
젠장. 결혼식이란 것이 뭐 그렇게나 거창한 일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건지.
주례사 말은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성인 남녀가 만나서 오늘 밤부터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섹스를 한다고 해도 국가와 민족은 물론, 이 나라에 사는 누구 한 사람
거기에 대해서 불만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공포하는 것에 불과한것이
아니냔 말이다.
예식장의 전용주차장이 하객들의 차량으로 무척이나 번잡했기 때문에 호준은 할 수 없이
그 옆에 있는 대형마트의 주차장에 파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촉박했고, 늦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나수정 대리의 결혼식이
벌어지고 있는 웨딩홀의 3층 계단까지 기를 쓰고 뛰어오를 수밖에.
벙긋벙긋 웃고 있는 턱시도 차림의 이형진을 만나자, 호준은 반가움에 손을 내밀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 멋있네요.”
“이런, 형님께서 이렇게 늦으시면 되나요?”
이미 호준이 나수정의 오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 자연스런 농담을
건넬 수 있는 남자라면 나수정 대리는 행복할 듯싶다.
어수선한 가운데 고개를 돌려보니, 연두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윤미선이 이런저런
손님을 맞느라고 분주한 모습이다.
“축하드립니다.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호준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자, 손님을 맞던 윤미선이 호준을 다짜고짜 한쪽 구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었으니, 웃는 얼굴과는 달리 무척이나 짜증난 목소리였다.
“왜, 연락한번 없었어?”
“많이 바빴어요.”
“흥. 나쁜자식...자기가 계속 그렇게 나오면 내가 며느리를 편하게 놔둘 것 같아...”
오호...이런. 욕도 모자라서 이젠, 협박까지...
호준의 귓속에 속삭이는 와중에도 윤미선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우아한 표정으로
연신 하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으니, 불여우도 이런 불여우는 없으리라.
“하여간 명심해. 이제부터 우리 며느리 행복은 자기한테 달렸다는 것을.”
호준의 허리를 은근슬쩍 꼬집은 윤미선은 살그머니 눈을 흘기더니 이내 조금 전에 서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제기랄. 시집만 보내면 끝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로구만.’
호준의 얼굴에서 씁쓸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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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를 입은 나수정 대리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독 아름다웠다.
“오빠, 나대리님 정말 예쁘지?”
자리가 없어서 맨 뒷자리에 김희선과 나란히 서 있는데, 그녀가 부러운 목소리로 호준에게
속삭이는 것이 아닌가.
‘젠장, 더럽게 예쁘네.’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더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서
그런 것인지.
“예쁘긴 하다.”
호준의 입에서 맥 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속도 모르는 김희선이 키득거린다.
“호호. 오빠는 별룬가 보지? 내가 보기엔 엄청 예쁜데...하긴, 내가 드레스를 입으면 훨씬
예쁘겠지만.”
하여간 여자들이란 똑같은 옷을 입혀놔도 자기가 젤 예쁜 줄 안다니깐.
호준의 얼굴에서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언제 입을 건데?”
“글세, 2.3년 후라면 적당하지 않을까? 오빠 나이도 그렇고.”
“오빠라면 혹시 나를 일컫는 말이야?”
웃으면서 놀리는 호준의 질문에 김희선의 눈동자가 바짝 약이 오른 눈치다.
“흥. 내가 뭐, 눈이 그렇게나 낮은 줄 알아?”
톡 쏘아대는 폼 새가 어째 사람이라도 하나 잡아먹을 눈치가 아닌가.
“아님 말고...난 또 괜히 좋아서 두근거렸잖아.”
호준이 장난스럽게 받아넘기자, 김희선이 활짝 웃으면서 그의 허리를 꼬집는다.
“에잇. 순 엉터리.”
“아...아얏.”
그럭저럭 예식이 끝나고, 김희선과 더불어 식당으로 내려서니 먼저 와 있던 유경희 대리가
두 사람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김주임! 여기로 와!”
하여간 저 아줌마는 쪽팔린 것 따위는 전혀 관심도 없다니깐.
김희선이 킥킥 웃으면서 호준을 잡아끌었기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김희선과 더불어서
나란히 유경희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는데, 이거야 원.
직원들이 식당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언제 발견한 것인지 식사를 하다 말고 고함을
질러대는 통에 음식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 되 버린 것이
아닌가. 하여간, 못 말린다니깐.
카리스마 가득한 강현희 팀장까지 결국은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들어섰기 때문에
좌석은 졸지에 란제리 연구팀의 회식자리로 변해버린 기분이 들었다.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군.
“참, 백대리 축하해요.”
음식을 하나 가득 우겨넣고 있는데, 돌연 맞은 편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던 강현희 팀장이
뜬금없이 호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무슨 소리야 이건...
결혼은 나수정 대리가 했는데, 왜 나한테 축하를 하고 그래?
입 안 가득 우겨 넣은 음식을 목구멍으로 넘기지도 못한 체, 호준이 의아한 듯 쳐다보고
있자니, 강현희 팀장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제 밤에 전무님한테서 직접 전화를 받았어요. 월요일에 인사가 있을 예정인데,
우리 연구팀에서는 백대리가 승진한데요. 그것도 아주 파격적인 승진이라던데.”
“승진이요? 그럼, 다른 부서로 가는 건가요?”
한수진 부장을 비롯한 모든 여직원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질문이 쏟아지는 것이었으니,
말을 내뱉은 강현희 팀장도 당황할 수밖에.
“어머,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왜들 그래요?”
“아, 아니요...그냥 궁금해서요...”
그녀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강현희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들 그동안 백대리와 정이 너무 많이 들었나 보네...하지만 본사에서도 어쩔 수 없나
봐요.”
“......”
여직원들의 눈동자에서 한결같은 실망의 기색이 떠오를 때 쯤, 강현희 팀장이 호호. 웃는
것이었으니,
“정말, 축하해요. 백대리. 아니 백부장님! 다음 주부터는 우리 연구소의 디자인부를 맡아주어야 되겠는걸.”
그녀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동료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축하해요. 백부장님.”
“정말, 축하해.”
호준의 얼굴에서도 비로소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호...디자인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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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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