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런...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얼떨결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호준의 가슴은 여전히
쿵쾅거렸고, 머릿속은 수만 가지의 생각이 뒤섞인 듯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무작정 화장실로 뛰어들기는 했지만, 그는 텅 빈 화장실 안에서 마치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정신이 아득하기만 했던 것이다.
강현희가 누구인가.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연구팀의 최고 책임자이며, 또한 늘 강한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압도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녀 앞에만 서면 밀려드는 중압감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맛보곤 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녀가 마치 발정 난 암캐처럼 자신의 눈앞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다니.
더구나, 자신과 눈이 마주친 상황에서도 밀려드는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젖가슴을
쥐어짜면서 숨을 헐떡이지 않았는가.
그 모습을 다시 떠올렸을 때에야 호준은 자신의 물건이 너무 놀라고 당황한 까닭에
이제까지 기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나저나 앞으로 강현희 팀장 얼굴을 어떻게 마주 본다지?’
분명히 자신과 한수진 부장이 가졌던 섹스장면을 목격한 것이 틀림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녀 또한 자신에게 보여서는 안 될 장면을 들키고 말았으니, 이런 것을 두고
피차일반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뭔지.
어쨌든 서로 간에 보여줘서는 안 될 장면을 보여준 꼴이 되었으니, 자신과 한수진 부장간의
일이 도마 위에 오를 필요는 없겠다는 안심은 되었다.
아니, 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상대하기 어려웠던 강현희 팀장도
알고 보니 일반 여자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는 자신감까지 밀려들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리라.
‘뭐, 될 대로 되라지.’
화장실에서 대충 마음을 정리하고, 한수진과의 사이에서 벌어졌던 섹스의 흔적을 지우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한 다음에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을 넘긴 다음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일은 무슨 일, 그냥 전화 통화 좀 하고 오느라고 그랬지.”
늘 호준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김영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호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할 여유까지도 생겨났다.
“참, 팀장님이 오늘 저녁 9시까지 MD홈쇼핑 스튜디오로 가 보라던데요?”
“누구? 나?”
“그럼, 내가 지금 백대리님한테 얘기하는데, 백대리님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그걸 왜? 나한테 직접 얘기하지 않고?”
“나도 모르죠. 팀장님도 조금 전에 들어오셨는데, 밖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표정이 무척 어둡던데요.”
김영희가 무언가 냄새를 맡으려는 듯 바짝 다가들면서 눈빛을 빛내고 있었지만,
이 말라깽이 아가씨의 심리전에 말려든다면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으리라.
“팀장님 기분이 어떻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까라면 그냥 까면 되지.”
지레 겁을 집어먹은 호준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꼬리를 잘라내면서 책상위에 펼쳐진
서류뭉치로 눈을 돌린 다음에도 그녀의 눈초리는 한참동안이나 그의 얼굴에 머물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가씨! 남의 일 따위는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지 요.”
참다못한 호준이 한바탕 빈정거림 다음에야 샐쭉해진 김영희가 코웃음을 치면서 돌아선다.
“흥. 내가 뭐, 백대리님한테 관심이 많은 줄 아나보죠. 별꼴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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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오후 근무시간 내내 팀장실로 연신 호출되어서 불려 다니던 한수진 부장이 급기야 짜증을
내면서 결재 판을 책상위로 내던지고는 털썩 주저앉는다.
“아침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아 보이시던데, 갑자기 왜 저러실까?”
김희선 주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수진을 위로했지만, 이미 서너 차례나
팀장실을 들락거린 한수진에게 그것은 위로가 될 리 만 무였다.
“낸들 알 수가 있나! 집에서 기르는 똥강아지도 이렇게 뻔질나게 부르지는 않겠네...”
직원들 앞에서 늘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큰 언니라도 되는 늘 그녀들의 편에
서곤 했던 한수진 부장이 저렇게 지친 모습을 보이자, 사무실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고,
직원들도 모두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런, 젠장. 너무하잖아. 뭐, 살다보면 서로 실수를 할 때도 있는 거지.’
강현희 팀장이 왜 저렇게 히스테리를 부리는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호준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직원들에게 사정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것 참, 답답한 노릇이로군.’
이렇게 분위기가 요상 야릇하게 돌아갈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서류창고에서 강현희에게
약물을 사용할 걸 그랬다는 때 늦은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간 다음이었다.
띠리링...띠리링...
사무실에서 또 다시 키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수화기를 든 나수정 대리의 목소리가
옆에서 듣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기가 죽은 듯 느껴진다.
“아, 예...송차장님이요...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수정 대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송주희 차장을 쳐다보자, 안경을 쓴
가녀린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내 차례야?”
“예, 작년 기획철 갖고 팀장실로 들어오시래요.”
“어머, 어떡해! 아직 정리도 다 못했는데...”
겁에 질린 송주희 차장이 마치 구원을 요청하듯이 한수진 부장을 쳐다봤지만, 그녀라고
별 도리가 있었겠는가.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으니.
“갑자기 웬 줄초상이람...”
송주희 차장이 자신의 캐비닛을 뒤적거리느라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자, 옆에 앉아있던
유경희 대리가 속상한 듯 중얼거렸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서로 자신의 업무를 챙기느라고
그녀의 말 따위를 귀담아 듣는 이는 없는 듯했다.
조마조마한 걸음걸이로 팀장실에 들어갔던 송주희 차장은 20여분 정도 지난 다음에야
팀장실에서 나왔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 굴 것처럼 침울한 표정이었다.
“차장님! 괜찮으세요?”
보다 못한 김희선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지만, 몹시도 속이 상한 듯
송주희 차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띠리링...띠리링...
연속해서 키폰이 울려댔지만,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급기야 전화를 받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예...백호준 대리입니다.”
상황을 보다 못한 호준이 수화기를 들었지만, 전화기는 덜컥 끊기는 것이 아닌가.
띠리링...띠리링...
다시 수화기를 들었지만,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띠리링...띠리링...
“예...유경희 대리입니다...아, 예...알겠습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유경희 대리가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통화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니,
수화기를 내려놓은 유경희 대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호준을 노려볼 수밖에.
“백대리님! 팀장님한테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어요?”
“내, 내가 뭘요...”
호준은 아니라면서 펄쩍 뛰는 시늉을 보였지만, 그에게 쏠린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은
도무지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흥. 없기는 뭐가 없어요! 잘 생각해 봐요!”
자신의 캐비닛을 뒤적여서 서류뭉치 몇 권을 꺼내든 유경희 대리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호준을 닦달했다.
“없다니까요...”
호준은 손까지 내저으면서 극구 항변을 했지만, 그에게 쏟아진 직원들의 원망을 벗어날
도리는 없는 듯했다.
“하여간 문제아라니깐.”
크게 눈을 흘긴 유경희 대리의 풍만한 엉덩이도 팀장실로 다가설수록 점차 왜소해지는
느낌이었으니,
‘이런, 젠장! 도대체 나 보고 어떡하라고?’
호준이 울상을 지었지만, 그는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또 다시 왕따로 몰리는 분위기를
감지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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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 가지는 증명된 셈이다.
카리스마가 강한 인간은 그 히스테리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
강현희 팀장의 히스테리에 전 직원들의 자존심이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호준은 다행히도 그녀의 무자비한 독설 앞에서 유일하게 생명을 보존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으니, 그걸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맞는 표현인지는...
“흥. 똑똑한 동료 덕분에 오늘은 귀가 심심하지는 않았어.”
유경희 대리가 끝내 참지 못하고 호준을 향해서 대놓고 공격을 퍼붓자, 나머지 여직원들도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나는 하도 욕을 먹어서 아직도 귀가 멍멍한 걸요.”
“누구는 살아남아서 정말 좋겠다. 축하해요!”
차라리 같이 불려가서 욕이라도 실컷 얻어먹었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으련만, 이거야 원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로군. 흠. 흠.
고개를 파묻고 내심 일에 몰두하는 척 진땀을 빼고 있을 때 즈음, 팀장실의 문이 덜컥
열리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나오셨구만.
호준을 몰아세우던 여직원들이 모두 책상위에 고개를 파묻어 버렸으니, 과연
왕 카리스마라고 아니할 수 없으리.
‘역시 만만한 여자는 아니로군.’
내심 자신이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현희는 삽시간에 전 직원들을
몰아세우더니 어느새 호준조차 그녀의 위세에 주춤 물러날 수밖에 없는 위압감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다.
또각또각 걸어오던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한수진 부장의 책상 앞에 멈추어 서더니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먼저 퇴근할 테니까, 나머지 직원들은 시간되면 알아서 퇴근시키세요.”
“예. 알겠어요.”
물끄러미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퇴근시간이 거의 가까워지긴 했다.
강현희 팀장과의 사이에 있었던 어색한 분위기를 떨 구어 내려면 며칠은 걸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도리어 호준이 내몰리는 분위기가
아닌가.
이런저런 궁상을 하고 있느라고 호준은 그녀가 자신의 옆으로 지나친 것도 느낄 틈이
없었나 보다.
“참, 백대리는 오늘밤 9시까지 ND홈쇼핑으로 늦지 말고 나가세요.”
어느새 사무실 문 앞까지 도착한 강현희 팀장의 입에서 거부하기 힘든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 예...그, 그러죠.”
내심 배짱을 부리려던 호준의 위세는 한 눈에 보기에도 비굴할 정도로 참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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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불 따라오겠다는 김희선을 억지로 뜯어말린 다음에야 ND홈쇼핑 빌딩에 도착했을
때에는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10시 촬영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더구나 남자 분은 입장을
못합니다.”
스튜디오 안내 표지판을 따라서 무작정 지하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입구에 서 있던
녹색 제복을 차려입은 세 명의 여자가 입구에서 그를 제지하는 것이 아닌가.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는데, 웃는 모습이 제법 귀여운 얼굴이었으며,
아담해 보이는 키와 가슴에 비해서 엉덩이가 무척 발달한 듯 보인다.
“저, 저는 광고주 측이거든요.”
호준이 쭈뼛거리면서 재차 입장을 바랐지만, 그녀의 제지는 단호하기만 했고, 그녀와 같이
서 있던 옆 동료들은 호준을 훔쳐보면서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이거야 원,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가 있나.
“그럼, 저 독고빈양을 만나볼 수는 있을까요? 그녀가 초대를 해서 이렇게 찾아온 건데...”
호준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어색하게 입을 열었을 때, 그를 제지하던 제복녀는 물론
그 옆의 여자 동료들까지 급기야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호호호...”
“호호호...”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웃던 우측의 키가 큰 제복녀가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는 얼굴로
호준을 바라보면서 끼어들었다.
“손님!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어요. 남자 분들 입장을 시키지 말라고 한 건
바로 그 독고빈양 이니까요.”
“그, 그런가요.”
호준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처음부터 그를 제지하던 아담한 여자의 얼굴에서는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저희가 이런 일을 하다보면, 손님처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시는 분들이 더러
있답니다.”
윽...젠장! 이 말뜻은 뭐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
속으로 울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으나, 성을 내봤자 상황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간다는 것도 속이 편할 것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호준은 일단
복도에 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기다려 보기로 작정했다.
“손님! 아무리 그러셔도 소용없어요.”
제복녀들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하는 눈빛으로 그를 번갈아 가면서 흘겨보았지만,
무작정 기다리겠다고 버티는 것조차 말릴 수야 있으랴.
소란이 일어난 것은 촬영이 시작되기 불과 10여분을 남겨둔 시간 인 듯 했다.
스튜디오 안쪽에서 웅성웅성 소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돌연 문이 덜컥 열리면서 누군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싫어요...그만 두겠다고요.”
익숙한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열린 문밖으로 나온 사람은 독고 빈이었다.
“이제 와서 안 한다면 어떻게 해요!”
그녀를 뒤따르던 서 너 명의 인물은 아마도 홈쇼핑 쪽 사람들인 듯 당황한 표정으로
독고 빈을 뜯어말리고 있었지만, 뭔가 화가 단단하게 난 그녀의 심통을 도저히 막을 수는
없을 듯싶었고, 입구에 서 있던 제복녀들은 그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저 멀뚱멀뚱 서 있을 따름이었다.
“어, 오빠!”
화를 내던 독고 빈의 눈동자가 복도 의자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호준에게 향한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웃음이 얼굴에 번지는 것이 아닌가.
“왜, 거기에 있어요?”
호준을 향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서운함과 반가움에 일시에 밀려들었고,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의 눈동자도 동시에 호준에게 쏠리고 말았다.
이건 또 웬 스포트라이트람...
하루 종일 여직원들의 눈총을 받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아, 이런 어색한 분위기라니.
“그, 그게...”
당황한 호준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듯 멀뚱멀뚱 서 있던 제복녀들에게
향하고 말았으니, 독고빈의 독기 오른 눈동자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들을 바라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언니들이 우리 오빠 못 들어오게 막았어요?”
독고빈의 목소리가 얼마나 차갑던지 삽시간에 제복녀들의 전신을 북극의 얼음덩어리처럼
꽁꽁 얼리는 것처럼 무섭기조차 했다.
호준을 거짓말쟁이로 내몰던 그녀들의 기선은 일순간에 역전이 되고 말았다.
“그, 그게 아니고, 남자들을...출입시키지 말라고...”
아담한 키의 제복녀가 말까지 더듬으면서 변명을 했고, 그 옆에 서 있던 두 명의 제복녀
역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체, 안절부절 어쩔 줄 못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급기야 홈쇼핑 측의 관리자쯤으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조아리면서 독고빈에게 사과를 했고, 그는 제법 눈치가 빠른 듯 이내 호준에게 다가오더니,
크게 허리를 구부리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 왔다.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불편하셨다면 용서를 해주십시오.”
아마도 독고 빈 같은 대형스타가 자사의 홈쇼핑 모델로 나섰다는 것은 그에게도 이만저만한
기회가 아닌 듯싶다.
“아, 아닙니다. 제가 멍청해서 그렇죠. 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0대 중반의 남자는 호준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얼른 다가서더니 그의 몸을 부축하려고
액션까지 취하는 것이었으니, 영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호준이 사양을 하고는 독고 빈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사람들이 옆에 있건 말건 그에게서
도무지 시선을 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준의 부담감은 한층 더 가중되고 말았다.
“뭘, 그렇게 쳐다 봐! 시작할 시간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얼른 준비해야지.”
“호호. 알았어. 나만 쳐다보고 있어야 돼!”
독고 빈이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고, 그제야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도 줄줄이 그 뒤를 이어서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독고 빈의 옆에 바짝 붙어서 걷고 있던 호준이 무심결에 뒤를 바라보노라니, 뒤에 서 있던
40대 중반의 남자가 제복녀들을 호되게 질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녀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넋이 나간 듯 호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을 때, 호준은 속으로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러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니깐...’
.....................................................................................................
넘, 늦었죠?
죄송해서 쓸 말도 전혀 떠오르지 않네요.
그저 죄송하단 말 밖에는...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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