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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34 682회 0건
<직감>


사람은 누구나 졸리우면 눈이 감기고, 활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눈을 뜬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 자신의 뜻이다. 하지만...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권한이 박탈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몸으로 깨닫고 있다. 체득하고 있다.


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약기운으로 인해 지배당하는 자신의 신체는 수면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들어올렸다. 애써서. 눈꺼풀을.


"...졸립네...."


억지로,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리면서, 몇번 가량을 깜박거려보면서 마음속으로 떠올린 최초의 생각, 느낌이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열고 중얼거렸다.


"너무 자주 자네...지겨울 정도로..."

시간이 얼마나 경과한건지,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수 없는 그녀로서는 답답할만도 하건만, 그 답답해야 할 감정마저 이놈의 약기운이 지배하고 있다.

진정제일지, 수면제일지 , 각성제일지, 신경안정제일지, 도대체 어떠한 것일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녀는 생각한다. 기분이 몽롱하다고.

"...목이..."


목이 마르다고 느꼈다. 물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그걸 실천하려 했다. 하지만...


철그럭


"............"

몸이 뜻하는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제지를 받자, 그녀는 무의식중에 생각했다.


무엇이, 어떤 것이, 어떻게, 이 나를 제지하고 있는걸까 라고.


그녀는 그걸 확인하고 위해 누워 있는 침대에서 최대한 턱을 치켜들고 고개를 뒤로 꺾어보지만, 자신의 머리와 목을 부드럽게 받치고 있는 푹신한 흰색 베개때문에 모든걸 시야에 담을순 없었다. 다만, 그것은 보았다.


"쇠..창살?"


은색의 빛깔을 뿜는, 야수의 이빨처럼 비죽비죽 솟아 일정간격의 틈을 가진채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 그것.


강희는 그걸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다. 분명...

"메탈 바운드....Cage 계열의 단면구조....."


침대의 상단, 자신의 머리가 놓인 곳의 위에 지점이 저런 모양을 하고 있다. 강희는 생각했다.


"예사롭지 않은 침대야..."

잠들기 직전에 누워 있었던 침대가 아니다. 바뀌었다. 느낌이 다르다. 그녀는 차분히 호흡을 하고 지각능력을, 허용받은 범위 내에서 최고도로 높인다.


그러자 전해져 온다.


차가운 느낌이, 서늘한 느낌이...


"...통째로 쇠덩어리야....."


두꺼운 이불이 자신의 전신을 받치고 있지만 아래에서 올라오는 냉기. 금속만이 내뿜을 수 있는 기운이다.


강희는 또 깨달았다. 감각을 곤두세우니, 느껴져 온다. 이젠 점차 인지가 되어져 간다.


그녀는 느낌이 닿는 곳 중에서, 자신이 시각으로 확인하기에, 눈에 담기에 가장 손쉬운 부분을 살피려고 고개를 좌로 돌렸다.


"이건...."


처음 시야에 잡힌 것은 자신의 흰 겨드랑이. 그리고 어깨. 여기까지는 분명 자신의 살결. 하지만...


"...링..."



수갑이 가져다주는 그 둥그런, 써클 형식의 것. 그게 자신의 팔을 두르고 있었다. 약간의 간격차를 두고. 팔목에서 팔꿈치까지.


숫자는 총 다섯. 오른쪽 팔도 마찬가지로 다섯, 링의 모양을 갖춘 채 이음새가 체인으로 되어 있는 그것들은, 그 많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가 결코 가는 굵기가 아니었다.


강희는 체인들을 시선에 모두 제대로 담지는 못했다. 그냥 팔꿈치 어림까지 자신을 감고 있는 그것들을 보았을 뿐이다. 손목부분부터 하여 그쪽 부근을 묶고 있는 다른 체인들은 머리의 꽤 위쪽에 있기에 잘 볼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보기 손쉬운, 팔꿈치를 감고 있는 링을, 링과 연결된 체인을 유심히 보았다.


"안쪽...인가.."

체인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차가운 꼬리는, 자신이 누워 있는 금속 표면의 안쪽까지 파고들어가 있었다. 체인이 드나들수 있는 홈이 나 있는걸 그녀는 확인할수 있었다.


물론 그 금속의 링들이, 그것들만 달랑 그녀의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감고 있었던 건 아니다. 강희의 몸이 단 하나의 상처 조차 입지 않기를 원하는 여왕이, 그런 식의 구속을 했을 리가 없다.


여왕의 지시였는지, 누구의 솜씨인진 몰라도, 부드럽고 두꺼운 질감을 가진, 새하얀 솜사탕같은 수건들이 여러겹으로 되어 그녀의 손목에서 팔꿈치까지를 감아놓고 있는 상태였고, 은빛의 구속물들은 그 위에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사자가 먹잇감을 물듯, 그것들은 그녀의 팔을 붙잡을때, "찰칵" 하는 쇳소리를 내면서 맛있게 집어삼켰을것이 분명하다. 어쨌건 이리 되면 아무리 팔을 뒤틀어대도 아프진 않을 것이다.


".............."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뭔가를 또 느끼곤 입술을 깨물었다.

"아....또...."


손가락이 또 묶여 있었다. 상단면에 있는 창살들은 침대의 화려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것으로 용도가 다 쓰이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주먹을 쥘수 없게끔, 손가락이 벌려진채 팽팽히 당겨지게끔, 그것들은 강하게 그녀를 옥죄고 있었다.


그 가는것들은 창살들에 각자 또아리를 틀듯이 감겨 강희가 손가락을 놀릴 권한마저 허락치 않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강희는 살풋 인상을 찌푸렸다. 이 가는, 실뱀같은 녀석들에 관한한 느낌이, 자신에게는 있었다. 분명...

"아라미드 섬유..라고 했었나?... 제길..."

그녀는 아직 목을 쉽사리 움직여댈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에 하반신의 상황을 눈으로 살피는 것은 포기하고 눈을 감아 감으로 느껴보기를 택했다.

느껴보면서 그녀는 후우~ 하고 한숨을 푹 쉬더니 중얼거렸다.

"그 아주머니.....역시 철저하셔.....아니면 닥터 솔의 짓인가...."

무릎어림부터 발목까지, 역시나 느껴지는, 수건들. 그것들이 또 자신의 종아리를 죄다 감고 있다.


그리고 역시 또 느껴진다. 그, 써클의 느낌을 선사해주는....메탈 링들이...체인의 느낌이...

"발가락은....이런.....Stock 대신 이런 식인가? 누군진 몰라도 대단하셔들....."


누가 묶었는진 몰라도 정말 대단하다고 강희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정말 누구 솜씬지, 아이디언지 모르겠지만, 강희의 발가락을 묶은 상대는, 아무래도 강희의 힘을 역이용할 생각을 했나 보다.


강희의 발목을 붙잡을 만한 Stock 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확실히 메탈이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녀의 발목의 힘이, 아킬레스건의 힘이, 장난이 아닐테니까.


하지만 상대는 정말 치밀했다.


강희의 발가락들은 10개 다 아라미드 섬유에 묶여 있었다. 아라미드 섬유를 단일의 손가락이나 발가락만으로 끊어낸다는건 강희도 할수 없다는걸 이미 상대는 알고 있는 자가 틀림없으니 이걸 사용했을 것이다.

상대는 강희의 발가락이 최대한 뒤로 당겨진채, 쏘아지기 직전의 활시위처럼 팽팽이 당겨진 모양이 될정도로 아킬레스건이 활용되어지게끔 한 후, 그만큼이나 그녀의 발이 무릎쪽으로 꺾이게끔 만든 섬유끈들을 바로, 그녀의 무릎이 접히는 부위인, 뒷무릎에 감아버렸던 것이다.


무릎 부위까지 어차피 수건도 덮여 있어 그 위에 실끈을 감은 것인데, 이렇게 해놓으면, 누군가 강희의 발바닥을 티클링 하여도 그녀 입장에선, 발가락을 오므리려 해보았자 뒷무릎쪽에서 걸려 그쪽이 당겨지는 형국이니 절대 오므리기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희의 신체이니, 무릎 쪽이 상해를 입을 일은 절대 없다는 점을 아는 상대가 강희의 몸을 역이용한것이다.


그녀는 스스로의 힘에 스스로가 묶이는 셈이다.


거기다가 더 치밀한건....


"무릎 위를...."


무릎의 바로 윗부분 역시, 수건이 감겨져 있었는데, 수건 위로 꽤나 굵어 보이는 줄이 그녀의 무릎 위에 뱀처럼 몸을 가로로 뉘이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녀의 두 무릎이 바짝 붙여지게끔 밀착시킬 의도로 만들어진 듯했지만, 실제 용도는 다른 목적이었다.


"내 무릎을..못 들어올리게 하려고..."


강희는 상대의 의중을 바로 간파했다.


서 있는 상태의 결박도 아니고, 이런 식의 Bed bondage. 침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누운 자세에서의 결박상태일때, 가장 큰 반항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건 바로 무릎의 힘이다.


각력의 힘은 제대로 자세가 갖추어진 상태에서 타격을 낼때, 통상 팔힘의 3배 가량을 낸다고들 말한다. 결국 타격력을 실을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무릎의 응용력이다.


무릎은 하체에서 힘을 내려 할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 놓으면....

강희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해...확실히 이런 상태라면...."

무릎에서 힘을 얻어내지 못하면 하체에서 힘을 끌어낼수가 없다. 자기 무릎을 봉쇄할 목적으로 로프를 아예 침대와 결합시키다시피 묶어버린 모양인데, 이리 되면 정말 난감할수밖에.

강희는 여러가지를 정리해보았다.


"합금 재질의 체인...느낌상 스무 개 정도...죄다 굵고....자세는 Bed 위에서 Y자.... 침대 자체가 Metal bondage를 목적으로 한 쇠덩어리...이런 불안정한 자세에서 들어올릴수 있는 무게는 아닌걸로 여겨지고....섬유들때문에 손발가락은 못 놀리고......."


잠시 생각해보던 강희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는 입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이 묶인 자세를 느껴보고, 묶인 부위를 느껴보고, 묶은 종류들을 느껴본 후에 결론을 도출하면서 쓰디쓴 미소가 지어질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직감하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눈을 감으면서.

"이건......풀수 없겠어....."


그녀답지 않은, 공허함이 담긴, 허무함이 느껴지는, 조용한, 아주 조용한 어조였다. 강희는 중얼거렸다.


"목말라...."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슬며시 눈을 떴다.안 그래도 자꾸 인위적으로, 강제로 잠드는 판인데, 자청해서 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갈증도 나고.


"...누구?"


강희는 눈만 떴을뿐, 고개를 돌리진 않고 질문만 던졌다. 좀전에 느낀, 공허함의 감정이 아직 마음속을 휘돌고 있었기에, 상대가 누구든지 별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픈 심정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희의 목소리를 듣고 나온 답변은, 전혀 의외의 문맥, 전혀 의외의 목소리였다.


"깨어나셨는지요 공주님"


"........뭐?"


강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 황당스런 말, 너무나 어린, 여자애의 미성이 귓가에 들려 왔기 때문이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그녀의 시야에 담긴 건....

"...이..이건...."


여자애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들 둘이 서 있었다. 한 명은 흰색의 화이트 컬러의 원피스, 옆의 여자애도 짧은 건 마찬가지지만 대신 블랙 원피스.


워낙 짧은 원피스이기에 가는 종아리를 가진 하체가 도드라져 보일 지경이지만, 소녀들의 복장은, 강희 입장에서는 결코 웃어넘길 수 있는건 아니었다.


무릎까지 오는 스타킹, 그냥 스타킹이 아닌, 가터 벨트가 결합된 형태. 흰색 원피스의 여자애는 벨트 역시 흰색 일색에, 스타킹은 맨살결이 살짝 비치는 실크스타킹이다.


블랙 원피스를 걸친 여자애 역시 그 계열의 복장을 착용했다. 여자애들의 머리에는 흰색과 검은색의 리본이 씌여져 있었다.


강희는 멍한 표정으로 보다가 중얼거렸다.


"....메이드....하녀?"


이것은 틀림없는 메이드 코스튬.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나 자주 등장할 의상들이, 지금 강희의 눈에 펼쳐지고 있었다.


강희의 중얼거림을 들은 두 여자애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에 얹고는 주저없이 고개를 90도로 꺾었다.


"프린세스, 강희 공주님을 모시게 된 가연이라 합니다. 예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공주님을 모시게 된 선민이라 합니다. 공주님을 모시게 된걸 최고의 기쁨으로 여깁니다."


"............."


말 없이 자신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강희는 아랑곳 않고, 두 여자애는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면서, 손으로 바닥 면을 짚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무엇이든지 하명해주십시오"


".............."


강희는 난처한 표정으로 있다가 천장을 보면서 푸욱 한숨을 쉬었다.


"정말....가지가지 한다......"

강희는 마음이 심난한지 잠시동안 그렇게 착잡한 표정으로 천장의 등만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흰 뭐니?"

둘은 동시에 대답한다.


"공주님의 하녀입니다"


강희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공주는 또 뭐야...나원 미치겠네 정말. 내가 왜 공주인데? 응?"

둘은 또 동시에 대답한다. 어찌나 그렇게 딱딱 잘 맞춰 말하는지 듣는 이가 신기할 지경이다.

"여왕님의 지시입니다"


"여왕님....여왕?"


강희는 퍼뜩 생각난듯이 눈을 크게 떴다가 급히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는데?"

"안방에서 주무십니다"

또다시 동시에 대답하는 두명. 강희는 그 합창이 듣기 싫은지 인상을 살짝 쓰고는 말했다.


"미안한데, 이제부턴 한명이서만 말해줄래? 울리는 느낌이라 머리가 아퍼"


그러자 선민은 약간 뒤로 가서 시립하고 가연이 좀 더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턴 그녀가 대답할 모양이다.


강희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애의 눈길을 찬찬히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여왕님이라고 부르는 말투...그 표정....너도...지배받는구나...."


안쓰럽다는 듯이 강희는 말했다. 가연은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어딘지 단조로워 보이는, 인형이 웃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희는 받았다.


"전 행복합니다. 여왕님을 모시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강희 공주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강희는 툭 말했다.


"하지마"


"네?"


"그렇게 부르지 마. 난 공주따위가 아냐. 무슨....지금이 중세시대냐? 아니면 여기가 영국이니? 공주? 프린세스? 킥...이거 웃겨도 너무 웃겨서는....그리고 또 뭐....내 하녀? 늬들이? 나원 참....야. 너."


호명당한 가연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네? 하고 물었다.


강희는 다시 호명했다. 눈길로.

"그리고 너"

선민 역시 놀라는 표정.

"네?"

"너희들 나한테, 뭐 빚진거 있어?"

"없습니다"

"그럼 나한테 잘못한거 있어?"

"없습니다"


강희는 인상을 팍 쓰면서 소리쳤다.


"빚진것도!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왜 나한테 굽실거려~!! 하녀라고? 뭐? 분부만 내려달라고? 무슨!! 말 같은 소리를 해! 응? 야! 너희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나보고 공주니 프린세스니 해대지도 말고! 분부를 해달라느니 뭐니 그러지 말란 말야! 알았어?"


광분하는 강희를 바라보면서 둘은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공주님의 명이셔도 그건 안됩니다"

강희는 또 인상을 찡그렸다.

"왜!!"


가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왕님의 지시이기 때문입니다. 저흰 공주님의 직속 하녀이긴 하지만, 여왕님의 명령이 최우선입니다. 저희는 오로지, 강희 공주님, 아니면 프린세스 라는 명칭만을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이외의 것은 안됩니다"


강희는 듣고 있다가 툴툴댔다.

"쳇....명색이 여왕이시니 메이드도 있어야 한다는건가...정말 취향도 다양하셔...."


강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선민이 입을 열었다.

"여왕님은 공주님의 어머님이십니다. 여왕님에 대한 불손한 언행은, 공주님이라 하셔도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강희는 매서운 눈길로 선민을 쳐다보았다가 문득 애잔한 표정이 되어졌다. 자신이 한가지를 망각했다는걸 떠올린 탓이다.


"하긴...이 애들은....지금 자신들의 의지를 펼칠수가 없잖아....."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인형들, 조종받는 이들. 불쌍한 애들인것이다. 나이는 중학생 가량으로 보이는데...


강희는 새삼스럽게, 다른 시선으로 여자애들을 바라보았다. 여왕의 노리개로 전락한 두 여학생들. 보아하니 그녀가 좋아할 만도 하다. 정말이지 귀여운 외모. 선민도 선민이지만, 가연의 얼굴을 새삼스레 다시 본 강희는 약간 이색적인 눈동자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얘는...분명히...."


유가연. xx중학교.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중 3일 것이다. 강희는 특정인에 한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는 여자애가 아니지만, 유가연에 관해서는 안 들을래야 안 들을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 주변의 이성 친구들이 하도 그 아이의 이름을 빈번하다 싶을정도로 들먹여 댔기 때문이다.

이 일대에서 예쁘기로 가장 유명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고등학생은 단연 최강희. 그리고 같은 교내에서는 그녀의 베프인 한유정이 쌍벽이자 투톱이라 일컬어지고, 다른 학교에서는 나유미 라는 학생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에 열거된 인물들은 예쁘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귀여운 맛은 확실히 중학생들의 몫이 더 큰 법이다.

바로 그, 중학생 사이에서 최고라고 평가되는 인물이 바로 xx중학교의 유가연이었다. 가연은 귀엽기도 귀엽지만, 중성적인 매력이 있어 동성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의 친구들은 늘상 말했다. 가연이 좀 더 나이가 먹으면 최강희 언니처럼 될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강희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가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많았었고.

최강희는 도대체 누구길래 자꾸, 나를 닮았느니, 고등학생이 되면 나처럼 될거라느니 하는 거야~ 하는 심정에 친구들을 통해서 가연이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 얼굴정도는 알게 되었다. 귀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만나 대화해본적은 없고...

근데 설마,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강희는 가연을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너...xx중학교 아니니? 유가연...유가연 맞지?"

가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살짝 웃었다.

"공주님께서 저같은 애도 다 알아주시고...영광이에요"

강희는 문득 다시 인상을 찡그리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말투까지는 어쩔수 없다 해도....공주라는 말은 두번 다시 하지마. 듣기 싫어. 소름이 다 끼쳐"

가연은 재빨리 반박하려 했지만 강희가 빨랐다.

"또다시 공주라거나 프린세스라는 말을 하면....너희 둘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야기를 하지 않겠어."


"..........."

둘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다 가연이 어쩔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여왕님이 없으실 때는 공주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칭을 새로 선별해주시길"

둘은 고개를 조아리면서 물었다. 강희는, 꼭두각시처럼, 명령만을 수행하려는 듯한 말투와 움직임을 보이는 여자애들이 서글퍼서 마음이 착 가라앉았지만, 지금 자신의 몸이 이런 지경인지라 그것까지 어떻게 해줄수 있는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기에, 일단 가슴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그냥 언니라고 불러. 나도 아직 고등학생이야. 그냥 언니, 언니가 제일 편해"

둘은 당황한 표정이 되더니 우물거렸다. 강희는 다시 윽박질렀다.

"생각 잘 해. 난 어지간하면 번복하지 않는 타입이야"

가연과 선민은 제법 오랫동안 고민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고민하자 강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언니라고 말하라고 한게 그렇게 어려운 주문이었어?"

하도 답답해서 강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두 사람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가연이 입을 열었다.


"강희 언니.....언니는 이곳 주변에선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에요. 선민이나 저나 언니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대화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언니는 우리들과는 차원이 다르신 분인데....어떻게...우리들이 감히...스스럼없이...언니라고...."


주절주절 읊어대는 가연의 설명을 들을수록 강희는 입이 딱 벌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들으면 머리가 이상해질것 같다고 느낀 강희는 아악 하고 소리지르더니 말했다.


"그만! 그만해! 야! 완전!! 우와 진짜! 니 말 듣다 보면 진짜로 남이 들을까 무섭다야! 진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공주 아닌가 하고 착각하겠어! 세상에...뭐? 차원이 틀려? 영광? 감히 어떻게 언니라 하냐고? 아나 진짜....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해? 아아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데 이리 묶여 있는게 한이네 한..."

강희는 잠시 광분하다가 후욱 후욱 하고 숨을 호흡하더니 애써서 심정을 가라앉히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냥 불러. 언니라고. 응? 내가 그게 편해서 그래. 알았어?"


"네..."


"따라해봐. 언니. 강희 언니"

"언니...강희 언니..."

"더 자신감있게 말해! 죄졌어? 선민이 너도!"

"강희 언니이...."


쭈뼛거리면서 말하는 두 여자애를 찡그린 인상으로 보고 있다가 강희는 천장을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에효, 그래....암튼 공주라고만 하지 마라.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


"..........."


강희는 천장을 응시하다가, 가연을 슬쩍 바라보면서 말했다.

"부탁할게 하나 있어"

"하명하십시오"

"하명은 무슨!! 부탁이랬잖아!!"

"...부탁하십시오..."

안절부절 못하는 가연. 강희는 말했다.

"물좀 줄래...갈증이 나서..."

"알겠습니다"







<일과>


가연은 물을 가지러 나갔고 그녀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선민이 앞으로 나서서 강희 앞에 시립했다. 강희는 선민을 보다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일요일입니다."


"...에?"


"일요일입니다. 좀전에 정오를 넘어섰습니다"

"...진짜 일요일이야? 오늘이 일요일이라고?"

"그렇습니다 프린.....언니..."

자신을 확 째려보는 강희의 눈길에 겁먹은 선민은 얼른 언니로 정정했다.

강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중얼댔다.

"뭐야 그럼...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겨우 하루 가량 지났다는거야? 하......"

"..........."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가르쳐 줄래? 그리고 이곳은 어디인지, 너하고 가연이를 나한테 왜 보냈는지....언니가 붙잡힌 후론 계속 강제로 잠을 자게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모르거든. 니가 아는 대로 다 말해줘"

선민은 알겠습니다 하고 말한 후에 곧장 말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여왕님이 거주하시는 저택입니다. 아마 언니도 짐작하셨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언니는 처음엔 다른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이리로 옮겨졌어요. 언니가 지금 누워 있는 침대는 쇠 재질로 된건데, 여왕님과 박사님께서 직접 언니를 묶으셨죠. 그때 저와 가연은 뒤에서 잠든 언니가 묶이는걸 지켜봤습니다"


"여왕...박사? 닥터를 말하는 모양이구나. 그 둘이 나를 같이 묶었다고?"


"네. 같이 묶으셨어요"


"혹시...내 발가락을 묶은 사람이 여왕인지 박사인지 기억나니?"

"박사님이 묶으셨어요. 이렇게 해놓으면 발을 못 오므릴거라고 하시면서 묶으셨죠"


강희는 피식 실소했다.

"닉네임답네 정말. 그 박사님도 정말 어지간하시군. 뭐 좋아. 그리고 나선?"


"두 분은 강희 언니가 완전히 묶인 걸 확인 하신 후에 박사님이 침대의 다리 중에 한 부분을 누르셨어요. 버튼같은게 달려 있었죠. 그걸 누르니 침대 내부에서 뭔가 끼기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사슬이 감겼어요. 그때 언니의 팔다리가 팽팽하게 감겼어요"

"...내 무릎은?"


"네?"


"무릎 위쪽에, 굵은 로프가 하나 있었어. 느낌상 침대하고 붙여서 묶어버린거 같은데...맞지?"

"네. 박사님이랑 여왕님이 좌우에서 당기고, 저랑 가연이까지 시켜서 묶으셨어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요"


"............"


강희가 잠시 침묵하고 있는데 물컵을 들고 가연이 들어왔다. 강희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미안한데...입에 따라 넣어줘. 보다시피 언니가 손가락까지 이지경이라...."


"아녜요. 저흰 이런걸 해드리려고 언니에게 온걸요"


강희는 또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갈증이 나기에 일단 가연의 도움을 받아 물을 좀 들이켰다.


꿀꺽 꿀꺽

"언니. 천천히 드세요"

"푸~하....아. 좀 낫네. 그래서....한마디로 이 철덩어리로 날 잡으려고 하셨다 이거로군. 그럼 너희 역할은 내 식사를 돕는거야?"

가연이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언니의 직속 하녀에요. 저희의 역할은 상당히 여러가지입니다. 일단, 저희는 언니의 식사를 전담하고, 건강을 살펴 여왕님께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언니가 화장실에 가셔야 할때는, 저희의 도움이 필요하실겁니다"


강희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절대 풀어줄수 없다 이건가...."

그녀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저희는 언니의 신체에 관한한 목욕까지를 전담권한으로 부여받았습니다. 언니는 자의로 몸을 씻는, 샤워나 목욕 등의 행위를 할수 없으세요."


"..그러니까...너희들이 내 몸을 씻긴다고?"


강희는 화장실 건만 해도 이미 한숨이 나왔는데 샤워나 목욕 건까지 이렇게 대답을 받자 절망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정작 가연과 선민은 아무 스스럼없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씻긴다는거지?"


가연이 대답했다.


"일정표를 아직 보고 안 드렸는데요. 언니는 싫던 좋던 하루에 일곱 시간의 수면을 취하시게 될겁니다. 싫으셔도 어쩔수 없을거에요. 박사님께서 나서실 테니까요"


"수면제로 재우겠다는 뜻이지?"



"네"


"그래....잠도 강제로 재우고....으흥....또 말해봐. 또 무엇이 있지?"


강희는 이젠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하루에 한시간 가량은 식사 시간이십니다. 조식, 중식, 석식. 이 세가지를 각각 20분 파트로 나뉘어 하시게 됩니다. 디저트를 드시는 시간이 각각 10분씩 있습니다. 도합 90분이 일과 중에 그렇게 쓰입니다"


"...그 다음엔?"


"하고 싶으신 일을 하실 수 있는 시간이 한시간 있습니다. 티비 시청을 하셔도 되고...."


"하고 싶은걸 할수 있다고? 난 좀 걷고 뛰고 해보고 싶은데. 그것도 되나?"


"............"


"훗, 미안해. 괜한 질문을 했네. 좋아. 그럼 다음을 말해봐"


"일과를 마치고, 샤워 및 목욕을 하시는 시간이 30분 가량 있습니다. 물론, 저희들이 씻겨드립니다"


"그니깐, 어떻게 씻길거냐고"

"언니는 샤워나 목욕을 하실 때 의식 불명 상태로 놓이실 겁니다. 잠이 드신 게 확인된 후에 저랑 선민이가 언니를 목욕시켜드릴거에요"


강희는, 그걸 듣고는 서글픔을 느꼈다. 이건 정말, 그 무엇 하나도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게 없지 않은가.

"후우.....좋아. 자질구레한 건 다 들은것 같네. 이젠...본론을 말해"

"본론..이요?"

"그래. 빨리 말해. 이게 다가 아니지? 난 느낄 수 있어. 짐작하고 있어. 날 이런 자세로 묶은 건 다름아닌 그 두 사람이니까. 이미 짐작하고 있어"

"..........."

"..........."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두 여자애를 피식거리는 미소로 바라보면서 강희는 웃음을 흘렸다.


"이리도 강하게 묶었다면, 뜻은 분명한거지. 놔줄 생각이 없는거야. 그들은 그들의 S를 주장하겠지. 그리고 나에게 강요하겠지. 굴복할것을 원하겠지? 분명 그렇겠지. 그럼 나를 어떻게 굴복시키려 할까?....답은 뻔해. 난 알고 있어. 그 아주머니는 내 몸이 망가지는걸 원하지 않는듯하더군. 그 가운 입은 아저씨 또한 닉네임을 보면 짐작이 가. 아마 내가 약먹고 뻗어 있는 동안 발이라도 무진장 빨아댔겠지? 자기 마음대로 할수 있다고 좋아하면서 말이야. 후훗...분명 그럴거야..."


가연이나 선민이는 자신들이 모시는 높은 분들을 아주머니나 아저씨라고 표현하는 강희를 바라보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이 동경하는 눈앞의 이 여학생을 싫어하는 마음은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강희는 생글거리며 웃었다. 처참할 정도로 결박되어진채로 있는 여학생이 지을 만한 웃음은 아닐 듯 싶건만, 그녀의 얼굴만을 보고 있으면 전혀 위기에 빠져 있는게 아닌 듯한 느낌이다.

"그 아줌...아니, 여왕은 언제부터 주무시니?"


님 자까지는 안 붙여주어도, 어쨌건 연장자인 여성이시니, 강희는 나름의 예를 갖춘 물음으로 가연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언니는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경에 사우전드에 결박되셨습니다. 여왕님이랑 박사님은 언니를 결박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많은 긴장을 하셨었죠. 결박이 완성되어지고 나서 두 분은 안정을 취하러 바로 가셨습니다."


"지금이 정오 좀 넘었다고 했었지?"


"네"


"뭐 좋아. 아무튼....난 알고 있으니까. 빨리 말해. 뻔한 거 아냐? 티클링이지? 간지럼"


".............."


"일과 중에 남은 시간은 모조리 다 티클링일거야. 내 말이 틀릴거라 생각진 않아. 그 분들 성격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간지럽히고 싶어할거야. 내 몸뚱이에 완전 가버리신 그 아주머니도, 나를 마음껏 실험할수 있을거라는 희열에 들뜬 그 아저씨에게도, 지금 이런 현실은 엄청난 즐거움이겠지. 어때? 맞지? 일과의 나머지 시간은 날 간지럽히는것 맞지?"

"..언니 말이...맞아요"

가연과 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희는 피식거리며 조소하고 나선 그녀들을 시선에 담았다.

"그리고 내 짐작엔....너희의 권한은 하나 더 있을 것 같아."

"................."



"................"


강희는 아하하 하고 웃었다.


"딱 맞네 뭐. 너희 둘 중 한명은 위, 한명은 아래겠지? 그 두 사람은 분명히 나를 질릴정도로 오래 간지럽히고 싶어 할거야. 하지만 두 사람만으로 하기엔 피곤하겠지. 그러면 어떻게 할까? 간단하지 뭐. 사람을 늘리겠지. 명목도 되고. 하녀 겸 티클러라. 대단, 정말 대단해. 좋은 발상이야. 손뼉이라도 쳐주고 싶지만 손가락마저 이 지경인게 미안할 따름이네 정말. 어쨌건, 너희 둘은 날 간지럽힐 자격도 있을거야. 내 생각이 맞지?"

두명은 놀란 시선을 던지면서 강희를 보았다.


"맞아요. 언니.."


강희는 잠시동안 키득거리다가 목소리를 착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얘들아. 니가 모시는 주인님. 그 분은 분명 대단하신 분인 것 같아. 이 언니가 보기엔 말이야.... 사람을 마음대로 데리고 놀고 장난치다니,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 그렇지?"

두명은 잠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가 강희를 말없이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분은, 긍지가, 프라이드가 엄청나기 마련이지. 하늘만큼 높을 거야. 대단한 능력이, 실력이 있는 사람에겐 그 사람만의 고유한 프라이드가 있지. 자긍심이 말이야"


"...네에...."

두명은 멍한 표정으로 강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강희는 씨익 웃었다.


"여왕님에겐, 여왕님의 프라이드가 있겠지. 그 분은 승리했다고 생각하실 거야. 실제로 그 분은 나를 이렇게 잡았으니까. 하지만...그 분이 잊으신게 있어."


"?"

의아한 표정을 띄우면서 두 여자애는 강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강희는 미소지었다.


"나도....최강희도.....자긍심 하나로 사는 여자애라는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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